2014년 2월 23일 일요일
간첩조작, 상층은 무관 또 영사 개인 잘못이라고?
고승우 박사
기사입력: 2014/02/24 [09:03] 최종편집: ⓒ 자주민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이 국정원 직원으로 드러나면서, 공식 부각된 표현의 하나가 국가정보원 담당 영사의 ‘개인 문서’다.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중국 측이 위조됐다고 밝힌 문서 중 2건은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현재 선양영사관에 재직 중인 이인철 영사의 개인문서’라고 밝히면서 부터다. 조 총영사의 이 발언은 모든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조 총영사의 국회 증언을 요약하면서 ‘간첩 사건 증거로 법원에 제출된 뒤, 중국 대사관이 위조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한 공문서 2건은 국정원 소속 영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보도됐다. 조 총영사는 이런 간단한 내용을 전문 용어를 사용해 언급하고 언론도 그대로 옮기면서 일반인들은 수수께끼를 풀거나 낱말 풀이를 하는 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총영사의 발언 중에는 ‘국정원 영사의 조작된 중국 공문서는 입수 경위 등은 맞고 내용은 틀리다’라는 식의 아리송하게 표현된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심된 진술 내용은 ‘개인 문서’라는 것이다.
침묵하는 남재준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
중국 측이 조작된 것이라고 공식 답변을 한 것은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로 이런 모욕을 자초한 국정원은 이쯤해서 사과나 경위 설명을 할만도 한데 22일 오전 10시 현재 그렇지 않다. 조용하다. 국정원을 직속 통괄하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정부란 투명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교과서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기이한 현 정부의 도덕성과 책임감 결여가 상징적으로 압축된 단어가 ‘개인적 일탈’이다.
국정원은 대선 부정선거 개입에 대해서도 기회만 있으면 ‘조직적 개입이 아닌 개인적 일탈’이라고 주장해왔고 국방부 쪽도 마찬가지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11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론조작을 통한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탈’ 행위는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이 2012년 대선과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트위터에 올린 글 121만 건을 발견했다고 밝힌데 대해 이렇게 답했다.
또한 남 원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국정원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는 송구스럽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국회의 예산 통제 시도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개인적 일탈’은 국정원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해 12월 19일 사이버사령부 심리전 부대인 530부대 이모 단장이 정치 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을 심리전 단장의 '개인적 일탈'로 결론지은 바 있다.
사이버사 요원들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블로그·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28만6000여건의 글을 게시하는 등 3년9개월 여간 지속한 불법행위를 부대를 지휘하는 사이버사령관조차 몰랐다는 황당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 유머집에 실릴만한 기상천외한 정부 발표다.
위조 문서는 국정원 소속 이인철 영사의 개인 문서?
국정원과 국방부가 국기를 뒤흔든 엄청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혹을 ‘개인적 일탈’이라고 축소 발표한 것이 엊그제인데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일이 21일 국회 외통위에서 벌어진 것을 주목한다.
그것은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가 ‘중국 당국이 위조됐다고 밝힌 문서 중 2건은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현재 선양영사관에 재직 중인 이인철 영사의 개인문서’라고 밝힌 바로 이 부분이다. 조 총영사는 국정원 이 영사의 ‘국정원 직원답지 않은 행위’를 사회과학적 용어인 ‘개인적 일탈’로 변형시킬 수 있는 엄청난 근거를 공개리에 확인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조 총영사는 국정원의 주특기인 ‘개인적 일탈’로 사건을 축소시킬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큰 공을 세운 것과 같다. 이는 조 총영사가 소속된 외통부와 국정원이 국민 앞에서 공조한 모습이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부분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은 국가기관이 개인을 간첩으로 몰아가려한 인권 탄압 범죄이자 외국의 공문서를 위조해 국가의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중대 범죄 사건이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의 핵심 인물이 국정원 직원으로 좁혀졌지만 공영방송 등 대부분의 언론은 ‘소치 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는 애통한 소식으로 도배를 하는 식의 보도만을 주로 내보내고 있다.
흔히 독재국가는 스포츠와 섹스를 앞세운다 하는데 묘하게도 금메달만을 강조하는 빗나간 스포츠 애국주의와 아이돌 가수들의 ‘야동’ 뺨치는 야릇한 섹시 율동의 뮤직 비디오가 케이블 채널 등에서 넘쳐난다.
박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은 물론 경주 대학생 참사 사건 등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해 자상한 관심과 지침을 내리는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그런데 지구촌이 비웃고 있을 국가 기관의 중대한 범죄 행각 의혹에 대해 부처 간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난무해 국민적 혼란이 자심한데도 완벽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정을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도 올림픽 대회장을 찾아가는 속 비고, 얼굴 두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심하고 짜증나는 정부다. 대부분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와 정부 권력 감시 기능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도 대단히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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