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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엄명환 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엄명환씨가 지난 10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34세. 지난달 26일 갑작스런 심정지로 쓰러진 뒤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12살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엄씨는 몸이 약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을 받았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엄씨는 야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엄씨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마주한 건 2008년부터다. 한미 FTA, 광우병 촛불집회, 의료영리화 반대집회 등에 참여했다. 그러던 중 다산인권센터를 통해 반올림과 인연을 맺고 2009년부터 현장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 곁에는 늘 엄씨가 있었다.
엄씨의 별명은 ‘오렌지가 좋아’다. 어딜 가든 자신을 “‘오렌지가 좋아’입니다. 줄여서 ‘오렌지’라고도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부드러운 말투와 웃는 얼굴. 짧은 꽁지머리와 청바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엄씨는 2013년 방송통신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프레시안> 기고에서 “오렌지 덕분에 삼성 직업병 투쟁을 해온 반올림의 무거운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라고 했다. 황씨는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을 상대로 한 오랜 싸움에서 이렇게 오렌지가 있어서 늘 웃으면서 싸울 수 있었다”며 “기자회견이든 1인시위든 삼성 본관 앞 집회든 그 어디든 사진기를 들고 나타났다”고 전했다. 엄씨의 사진은 삼성 직업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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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들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온 엄명환씨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보다 반올림 활동에 헌신적이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엄씨가 20년 동안 투석을 해왔기 때문에 평소 ‘남들보다 일찍 갈 수 있다’라고 종종 말했다”며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나’라고 넘겼는데 이렇게 일찍 갈 줄 몰랐다. 홍길동처럼 씩씩하게 현장을 누볐던 반올림의 영원한 친구이자 주역”이라고 회상했다.
고인은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연화장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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