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1일 수요일

“제주4.3 70년, 대한민국 역사 ‘광화문’ 온다”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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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1  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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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 살육의 광풍이 불었다. 그리고 2018년 70년, 아직 4.3은 우리 역사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70년을 맞아 ‘제주4.3’이 역사의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0주년을 또 한 번의 분기점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70주년은 10주기의 마지막이다. 앞으로 기념을 하겠지만, 당시 직접적인 피해자와 생존피해자, 1세대 유족, 당시 태어나신 분들은 고령이다. 미해결된 것을 매듭짓지 못하면 결국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할 길을 잃어버린다. 70주년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라는 것.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으로 ‘4.3’이 세상에 알려지고, 1988년 6월항쟁 이후 ‘4.3 진상규명운동’이 대중화된 데 이어, 1998년 범국민위원회가 본격화되면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4.3’ 정주년은 의미가 있던 해.
이제 70주년인 2018년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기 위한 역사 자리매김 운동의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정명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제주도에 머문 ‘4.3’이 아니라 ‘4.3’의 전국화라는 의미가 있다. 박 운영위원장은 “국민의 70~80%가 ‘4.3’이 무엇인지 알고 공감하고,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로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며 ‘4.3 정명(正名)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4.3 정명운동’은 ‘4.3’의 역사를 재조명하자는 취지이다. 국민이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인권적 측면에서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정부 공식 입장을 넘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2차 목표이다.
“대한민국 역사 자리매김은 억울한 학살의 피해 객체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민중들이 무엇인가 했기 때문에 학살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럼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바랐는가 하는 역사 주체로서의 조명이 필요하다.”
‘4.3’은 당시 제주도민들이 제대로 된 나라, 분단을 극복한 통일된 나라를 원해 싸우다 발생한 일,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던 역사라는 의미를 재조명하자는 것.
그는 “20~30년이 지나면 제주도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죽었다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통일 유공자”라며 “‘정명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20년 동안 ‘4.3’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덮어버린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게 70주년의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는 이뤄졌지만, 희생자에 대한 배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작성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총론으로 구체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당시 미군정 하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책임 규명도 담겨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골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데 힘든 점이 있을 터. 그래도 박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주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가해 사과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오는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과거 9년 동안 제대로 불리지 못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공식 제창될 예정이다.
‘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분주하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정명운동’으로 ‘4.3’을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특히, ‘4.3 주간’(4월 3일~7일)의 마지막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3 70년,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주제로 국민문화제가 열린다. 분향소와 정보관도 설치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모두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4.3주간'에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걱정도 있다. 7일 국민문화제에 앞서 6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일이기 때문. ‘태극기부대’가 서울 시내 곳곳에 쏟아져 나와 행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자칫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행사가 열릴 위험이 있다. ‘서북청년단(서청)’은 학살의 주역이었고, 지금도 ‘서청’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데, 소위 ‘재건 서청’을 만들어서 깃발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행사를 어찌해야 할지 걱정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럴수록 많은 분들이 함께 행사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교사들은 4.3 계기 수업을 하고, 시민들은 분향소나 박물관을 방문하고, 국민문화제에도 참가해 민주국가, 문명국가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주4.3항쟁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는 오는 7일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다.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에 ‘4.3 예술난장’도 마련됐다. 추모공간과 정보관은 3일부터 7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다. ‘4.3특별전’은 오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전국적인 분향소도 설치된다.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대전, 광주 등 20개 지역에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다.
  
▲ '제주4.3 제70주년' 주요행사 포스터. [자료제공-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서울발 베이징행 기차표는 과연 얼마일까?

[기고] 남북 소통의 물리적 장치로 철도 활용해야
프랑스 파리 동역 승강장에서는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 프랑스 고속열차 떼제베(TGV)와 독일의 고속열차 이체(ICE)가 나란히 서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지만 대륙으로 연결된 육로가 닫힌 채 70여년을 보낸 한국 여행자 입장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파리 동역의 이체(ICE)는 독일을 떠나 국경을 넘어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도착한 국제열차이다. 

철도는 기계문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산업혁명의 기관차였고 자본주의 체제를 꽃피운 기둥이었다. 철도는 시공간을 재편하면서 철도 이전의 인류가 결코 도달하지 못했던 벽을 깨버렸다.  

뉘른베르크와 퓌르트에 이어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을 잇는 철도 노선이 개통되자 달리는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은 중세 봉건의 껍질을 날려버렸다. 철도는 북쪽의 발트해에서 남쪽의 알프스 자락까지 여러 공국으로 조각난 지역들을 프로이센 제국으로 꿰매는 실과 바늘이었다. 독일제국 통합의 기계장치이던 철도는 두 번의 세계 대전을 통해 비극을 실어 날랐다. 20세기에는 유럽연합을 엮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2018년 한반도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았다. 전쟁위기까지 치달았던 남북, 북미 관계가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아직은 위태로운 불씨이기에 최선을 다해 불꽃을 피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매개체로 철도만큼 유용한 인프라는 없을 것이다. 식민지 철도로 시작해 수탈과 침략의 도구였던 한국철도가 평화의 도구로 전환되는 기적은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북 핵 폐기와 북미관계 개선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남북교류협력은 본궤도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한때 추진됐던 북한체제의 붕괴나 급변사태 유도 방식의 흡수통일론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과 분단의 영구화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체제 보장과 번영은 북한 시민의 생활안정뿐만 아니라 지난한 통일 과정에서 남한이 책임져야 하는 통일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상호 이해와 평화는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에 기반 둘 때 든든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소통의 물리적 장치로서 철도가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거대 장치산업인 철도의 특성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철도는 남한보다 열악한 상태이다. 대륙 연결의 주간선인 경의선 북쪽 구간에 대한 남한의 투자는 남북협력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 중국 단둥역에 도착한 고속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 ⓒ박흥수

경의선 연결의 장점은 1, 폐쇄회로와 같은 철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세계와의 급격한 접촉을 불편해하는 북한 당국의 부담을 덜 수 있고 2, 남북 소통의 상징적 인프라로서 그 자체로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3, 통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남북이 공유할 수 있으며 4, 한국의 숙원이었던 대륙과의 연결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의선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둥과 연결된다. 이로써 한국철도는 국제선을 운용하게 되어 눈높이로 국경을 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점이 된다. 경의선은 크게 두 단계의 개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은 북쪽 재래선 선로의 개량을 통해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의 운행속도를 높여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현재 운행되는 평양발 선양행 국제열차의 평양-신의주간 운행시간은 6시간 10분에서 7시간 사이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신의주 까지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북쪽 선로의 개량을 통해 서울-신의주간 운행시간을 7시간 내외로 단축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 수 있다. 신의주를 지나 압록강을 건너면 단둥역이다. 단둥역에는 베이징행 고속열차가 운행된다. 단둥-베이징 간 고속열차 운행시간은 6시간 20분 정도 소요되고 2등석 요금은 한화 6만5000원 내외이다. 

서울역에서 오전 7시에 경의선 열차를 타고 북중 국경을 넘어 단둥 역에서 베이징 행 고속 열차로 환승 하면 저녁 9시쯤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북경오리에 고량주 한 잔을 할 수 있다. 편도 열차 요금은 12만 원 내외로 유지할 수 있다. 북쪽 선로를 한국의 일반철도노선 수준으로 개량한다면 시간은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서울-신의주간 고속철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고속철도망을 가진 중국철도와 연결되어 중국의 여러 도시에 연결된다. 이에 따른 경제, 문화 효과는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다. 중국의 고속열차가 서울역에 정차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한국의 KTX 산천을 베이징 중앙역 승강장에서 만날 수도 있다. 

국제선 고속열차 운행으로 국제선 남북중 공동관제센터와 국제선 기관사, 승무원도 생길 것이다. 국제역으로 거듭난 서울역에서 오전에 고속열차를 타면 오후에 베이징 이화원 호수를 거닐 수 있게 된다.  

철도차량제작산업이나 철도기술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철도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차량 개발과 시설 개량은 철도차량제작능력과 시설부분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게 된다. 당연히 한국철도산업의 국제경쟁력도 커지게 된다. 세계 최고의 철도산업 국가로 부상한 중국과의 철도분야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남북 평화정착과 중국과의 철도 협력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무엇보다 일본의 정치개혁을 이끌게 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전후 반짝 꽃피웠던 일본의 진보세력은 냉전질서 속에 질식해버렸다. 북한에 대한 악마화는 일본 극우 세력이 태평양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고 장기 집권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평화헌법 폐기와 군사대국화의 길을 맘 놓고 가게 하는 알리바이였다.  

동북아 평화 정착을 통해 일본의 양심세력이 새롭게 성장한다면 평화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유레일 철도 패스처럼 한중일 청년들이 한중일 철도 패스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소통하는 미래도 상상할 수 있다.  

평화철도 경의선의 의미와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소중할 수가 있다. 이 중대한 세기적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국제역이 된 서울역에서 런던행 열차표를 끊을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서울역 열차 출발 안내 전광판에 베이징, 울란바토르, 하얼빈, 치타,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런던을 알리는 엘이디 불빛이 반짝이는 풍경은 비극의 땅이었던 한반도에서 시작된 세기적 대전환의 성공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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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검찰-보수언론'이 추방시킨 한 기자 이야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향한 서슬 퍼런 폭력의 기록
18.03.22 07:59 | 정대희 기자
▲ 2014년 12월 익산 통일토크콘서트 중 발생한 폭발물 테러 ⓒ 오마이뉴스

양은냄비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허공을 가른 불덩어리가 카메라를 향했다. 화면이 흔들렸다. 하얗게 변한 사각프레임 안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나타난 화면, 성당 바닥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들리고 사람들의 몸싸움이 벌어진다. 아래 영상이 당시 상황을 촬영한 거다. 


지난 2014년 12월 10일, 대한민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200여 명이 모여 있던 성당에서 사제폭탄이 터졌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2명이 화상을 입고, 수많은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명 '익산 사제폭탄 테러'로 기록된 사건이다. 

이 참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는 걸 목격했다. 피해자이기도 하다. 사제폭탄은 그를 겨냥한 거였다. 이런 일, 그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는 '통일 전도사'였다. 한때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은 이렇게 그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이민자라고 했다. 북한 여행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지금부터 신은미 기자의 대한민국 여행기를 시작한다. 그가 이 땅에서 폭탄테러를 당하고 '강제 추방자'가 돼야 했던 이야기를 공개한다. 보수언론과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검찰이 한 사람의 삶에 가한 서슬 퍼런 폭력의 기록이다.

보수언론의 '종북몰이', 주홍글씨를 새기다

▲ 신은미씨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TV조선. ⓒ TV조선 갈무리

대한민국 여행은 상상과 달랐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변했다. 신은미 기자는 자고 일어났더니 '종북 인사'가 돼 있었단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던 '평화 통일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이틀 후였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조선일보>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서울 한복판 從北(종북) 토크쇼'
내용은 간단하다. 신은미 기자가 북한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았다"라는 거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칭찬'을 '찬양'으로 둔갑시켰다. 사설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라고 썼다. <TV조선>도 거들었다.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북'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신은미 기자가 잠든 사이 보수언론은 거짓 뉴스와 허위 보도를 쏟아냈다.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에선 사회자와 패널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그를 희롱했다. 그들의 세 치 혀에 신은미 기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나의 아름다운 딸이 어찌 악마로 변했느냐... 당장 사탄 같은 짓 그만둬라."
친정어머니에게 온 문자였단다. <조선일보>에 '서울 한복판 종북 콘서트' 기사가 실린 날이었다. 신은미 기자는 이때까지 보수언론이 자신을 '악마'로 만들고 있는 줄 몰랐단다. 호텔 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고 나서야 '사탄'의 존재가 그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답장을 썼다.

"곧 허위보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절대로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요. 가족마저도 서로 분열시키는 악한 무리들! 그들이야말로 사탄이요, 마귀들입니다."
신은미 기자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묻지마 종북몰이'는 하루가 다르게 거세졌다. 악의적인 보도도 끊이지 않았다. 관상으로 '종북'을 판별하는 프로그램이, "공작금을 받았을 것"이란 도를 넘는 발언이 전파를 탔다.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가짜 뉴스에 그의 이름 세 글자가 달렸고 '종북 논란'이란 낱말이 뒤따랐다. 이렇게 그를 향한 보수언론의 '종북몰이'와 '마녀사냥'이 활활 타올랐다.

이건 신은미 기자가 기대했던 대한민국 여행이 아니었다. 

수상한 수첩의 기록, 의문을 풀어준 열쇠말이었다

▲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등장한 '종북콘서트'(통일 토크콘서트). 위는 2014년 11월 25일(화) 작성된 메모. 아래는 다음날인 11월 26일(수) 작성된 메모. ⓒ 언론노조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수첩'에 신은미 기자의 행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이를 몰랐단다. 2년이란 세월이 흘러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이 공개돼서야 알았다. 김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황선 & 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요' (2014년 11월 22일)
'조계사 - 황선 장소제공 - 개입조사 후 조치(자승)' (2014년 11월 25일)

이 수첩은 특별했다. 지난 2016년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요한 증거로 세상에 공개됐다. 이런 특별한 수첩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신은미 기자의 토크 콘서트에 개입한 정황이 적혀 있었다. 

신은미 기자는 그제야 알았다. 수첩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조치'(?)대로 토크 콘서트가 잇따라 취소됐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회의실 중복'을 이유로 불허를 일방 통보했고, 경북대학교는 '학내 여론이 좋지 않다'라며, 장소 제공을 번복했다. 대구YMCA도 '이사회의 불허 결정'을 알려왔다. 

수첩엔 수상한(?) 메모도 적혀 있었다. 지난 2014년 11월 26일에 기록된 메모다.

'종북토크 → 통진당 해산 찬성 쪽 여론변화 효과'
이때부터다. 신은미 기자는 그를 향한 '종북몰이'를 의심했다. 주변 사람들도 "통합진보당 해산을 희석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했다. 이런 소리, 예전엔 믿지 않았단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단다. 재미동포 아줌마에게 모국이, 평범한 주부에게 한 나라가 그런 잔혹한 일을 벌일 거라곤 쉽게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수첩이 공개되고 나선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1월 28일,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진 뒤 수첩에는 '종북토크 → 국민 혼란 초래, 왜곡'이라 기록돼 있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날로부터 얼마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폭탄테러를 당한 피해자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엔 참극을 겪어야 했던 이들이 없었다. 

▲ 지난 15일 압록강철교 북측 지역인 신의주 화물 접수 창고에서. 평양에서 마중나온 셋째 수양딸 최경미 안내원과 함께 쌀을 확인 접수하면서. ⓒ 신은미

이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은미 기자에게 관심을 둔 적이 있다. '종북콘서트' 발언 후 1년 11개월이 지나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 기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에 그가 등장했다. 

1. 신은미 좌파 수해모금. 국민은행으로 모금 1700만 원. 미국 모금. 국내 모금 계좌 살아 있다. 현행법으로는 자금 세탁방지 저촉 X, 법률 사유에 의해서. 금융정보분석원. 불법 의심 → FIU(금융정보분석원, 편집자 말)
사연은 이렇다. 신은미 기자는 한때 북한 수재민 지원 기금 모금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약 3779만 원을 모아 인도적 차원으로 북한을 돕기 위해 신은미 재단(NGO)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5월, 쌀 58톤을 싣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갔다. 

하지만 신은미 기자는 성금이 모금된 한국의 모 은행에서 인출을 거부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수첩에 적혀 있던 메모는 이런 의문점을 풀어준 열쇠말이었다. 그가 겪은 우여곡절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 사항'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신은미 기자가 쌀을 싣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날,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가 <시사IN>에 실렸다.

"내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

▲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난 취재 수첩을 꺼냈다. 검찰의 행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종북콘서트' 발언이 나온 뒤, 검찰은 칼을 빼 들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은미 기자를 소환 조사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이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 지난 14일 서울시 서초구에서 신은미 기자의 법률대리인 김종귀 변호사를 만났다. 수사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외장하드에 관련 자료를 복사했다. 검찰이 3차례 걸쳐 신은미 기자를 소환조사해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이랬다. 발췌한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문(검찰): 용봉문화회관에서 '인터넷으로 드라마와 노래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나요

답(신은미): 네 있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은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문적이 내제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니라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강이 녹조자체가 없어 깨끗하기 때문에 이런 강과 산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 상품이 있다'라고 한 것이 사실인가요

답: 있습니다. 북한 관람 상품에도 강이나 하천에서 음식물을 다듬고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60년대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시절 모습 같았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은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닌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고급 맥주집에 외국관광객들은 몇 명 없고 북녘동포들이 많이 오는데 이곳에서는 미남미녀들이 멋을 내고 온다'라고 한 사실이 있나요

답: 있습니다. 외화를 사용하는 고급 맥주 집에 와서 비싼 돈을 내고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도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아닙니다. 그리고 주장이 아니라 경험한 사실입니다.

문: 용봉문화회관에서 '노동자들이 마시는 술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폭탄주가 저리가라로 맛있다'라고 하였는데 맞나요

답: 북한사람에게서 들었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문: 피의자의 이런 주장도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 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이적 목적이 내재대외 있음을 알고 있는가요

답: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이 이러한 모습과 말을 들으면서 전혀 동경심이 들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말도 있다. 신은미 기자는 이걸, 기사로 공개했다. 그를 담당했던 검사가 한 말이라고 했다. 

"내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

"세상 살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이 진행될 때도 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세요."

종북몰이와 폭탄테러 그 후의 이야기

▲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콘서트 진행팀 곽성준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다시 2014년 12월 10일, 대한민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종북몰이가 빚은 테러였다. 신은미 기자는 이런 참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도 그에겐 비극이었다.

보수언론은 신은미 기자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며 '종북몰이'를 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토크콘서트 내용을 모두 확인한 결과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이건, 보수언론이 빚어낸 참사였다.

신은미 기자에게 검찰은 정의롭지 않은 칼이었단다. 그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한 <조선일보>와 TV조선 등을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테러리스트는 '익산의 열사와 의사'가 됐다. 지난 2015년 2월 5일, 테러리스트는 구치소에서 출소한 직후 '일베'에 "출소했다.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익산의 열사니 의사니 말들이 많은데, 폭죽 만들다 남은 찌꺼기로 연막탄을 급조해서 토크 콘서트를 해산시키려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테러리스트에게 책을 보냈다. 자신의 명함을 함께 넣어서. 책에는 친필 서명과 함께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단 비폭력적 방법으로!'라고 썼다.

테러리스트를 위한 성금도 모였다. <독립신문> 대표 신혜식씨를 비롯한 일부 보수세력은 테러범의 변호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여 하루 만에 1300만 원이 넘게 모였다. 

같은 시각, 폭탄테러 피해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누워 치료비를 걱정해야 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근영)는 지난 2015년 5월, 테러리스트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앞으로 지도 교육을 통해 이념적 편향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을 감안했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다. 테러리스트도 "앞으로 만회하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그해 12월 5일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테러리스트와 함께 찍은 거였다. 신 대표는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익산의 투사 오 군과 함께 민주노총 불법 집회 반대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게 된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 이희훈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은미 기자의 흔적을 지웠다. 그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도서 지정을 취소됐다. 정관주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조윤선 전 수석 지시로 재미교포 신은미씨 책의 우수도서 선정 문제를 논의했다'라고 한다.   

논의결과는 강일원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실 행정관의 메모에 남았다. 여기엔 "조 전 수석이 어떻게 북한에 다녀온 사람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할 수 있느냐. 우수도서 선정위원을 잘 선정해서 신은미 같은 사람이 선정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적혀 있다. 

통일부는 신은미 기자를 출연시켜 만든 홍보 다큐멘터리를 홈페이지에서 슬그머니(?) 내렸다. 

지난 2015년 1월, 검찰은 신은미 기자에게 적용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기소유예하고 법무부에 강제퇴거처분을 요청했다. 불기소 이유서에 적힌 기소유예 이유는 이랬다.

"토크콘서트에서는 북한체제 등을 미화하였으나 범행 이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북한의 3대 세습에 찬성하지 아니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등 인권에 문제가 있으며, 북한이 자신의 행위를 악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 등의 진술을 하였다. 아울러 외국인인 피의자에 대하여 수사결과를 토대로 강제퇴거 요청을 하였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는 검찰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신은미 기자를 강제퇴거 명령하고 5년간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놓았다. 신은미 기자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연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찬양, 고무 등)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그래서다. 신은미 기자는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퇴거명령 취소'를 해달라는 거였다.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은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지난 201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경향신문>이 선정한 10대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다. 법원은 신은미 기자가 제기한 '우수문학도서위소처분취소'에 대해서도 '소를 각하'했다.

지금까지 기록한 이 모든 게 신은미 기자가 51일간 이 땅에서 머물면서 겪은 일이다. 그는 모국에서, 어머니의 나라에서 강제 출국돼 현재 입국이 금지돼 있다. 

종북몰이와 마녀사냥, 그리고 헌법 제4조

▲ 오른쪽이 다시 만난 국철이, 그리고 왼쪽은 이번에 우리를 안내한 군관 ⓒ 신은미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다. 이 문장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면 "빨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이 문장을 읽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란 단어만 내뱉어도 "종북"이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다. 난 진심으로 바란다.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신은미 기자의 목소리가 남북한에서 널리 퍼지길. 그의 북한 이야기가 남북한에서 널리 읽히길. 이 땅에서 더는 '종북'이란 단어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종북몰이'란 서슬 퍼런 폭력에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여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카메라와 취재 수첩을 든 사람이 있다. 신은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그가 지치지 않게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후원을 부탁한다.

<관련기사>
북한은 '도깨비' 사는 나라? 파격적(?) 실상 공개한 '재미동포 아줌마'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관련한 모든 연재기사가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해주길 바란다.

이장희교수, 북미정상회담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

[특별대담]이장희교수, 북미정상회담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04:07]  최종편집: ⓒ 자주시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까지 이루어지면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인들이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에서도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통일로 나아가는데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현 평화철도 공동대표)로부터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현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서로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시작이고 앞으로 ‘비핵화’와 ‘적대관계 종식에 기초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단계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같은 엄격한 수준이 아닌 동결 – 중단 단계로 나뉘어 가면서 북한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고 북미관계정상화로 마무리를 하도록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     © 자주시보


◆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현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서로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시작이고 앞으로 ‘비핵화’와 ‘적대관계 종식에 기초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단계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같은 엄격한 수준이 아닌 동결 – 중단 단계로 나뉘어 가면서 북한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고 북미관계정상화로 마무리를 하도록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트럼프는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자신이 몰리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인 북한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 문제, 북핵문제, 북한이 UN제재를 거부하는 문제 등 북한의 나쁜 이미지를 언론에 터뜨려 90프로는 그쪽으로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자신에게 방해되는 문제를 쏙 들어가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 때문에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선언 때에 모범답안을 합의해놓고 미 재무성에서 북한의 위조화폐 문제를 걸고 넘어져 파기된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기능주의적으로, 점진적으로 하자고 한다면 자꾸 새로운 논리가 나와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동시행의 원칙’을 놓고 비핵화 문제 –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동시에 맞바꿔 불신을 해소해야한다. 미국 보수론자들이 절차 문제를 쪼개려고 하는데 남한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 주한미군훈련모습  

◆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주적인 나라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이와 밀접한 주한미군 문제일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색깔론에 갇힌 남한 내의 극우세력을 돌려세우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문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통한 평화 체제 문제, 한반도 자주에 관한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매끄럽게 이끌어나가는 지가 핵심일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북한이 ‘비핵화 문제도 일단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국면전환용 일회성 발언이 아닌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얘기해온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8-9년 이어져온 보수정권 시절에 북한은 이를 체제 생존과 어떻게 맞바꾸는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의 기회를 엿보면서 남쪽에 메시지를 보냈었지만 보수정권은 북한 붕괴론이니 하며 받아주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다. 중국이 UN 제재에 있어 미국편을 드니 이 기회에 중국을 끌어들여 북핵문제를 볼모로 남북통일을 하자던 것이 남한 극우정권의 논리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화를 원했던 것도 막아버리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이념적인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들이 우리 인구의 30-40프로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국민들의 논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촛불 시민들을 과감히 역할 파트너로 인정하고 평화통일 전선에서 남북교류협력에 전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615 실무회담을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라’는 등 시민사회 역할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바뀌어야할 태도일 것이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을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접견하고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접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북미관계개선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 특히 북미 간의 비핵화의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인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그것이 가장 문제인 부분이다. 핵시설과 중장거리 발사체를 모두 폐기시키라고 하는데 이미 개발된 것에 대해 중단을 요구해야지 폐기를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올해 9월 9일 북의 70주년 당창건일을 계기로 국내용으로 ICBM을 발사하고 ‘핵무기 완전 완성’ 발표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전에 이 문제를 끝내는 것이 맞다.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발휘할 만한 관리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 동해작전구역에 출동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함대를 거느리고 항진하는 장면이다.

◆ 국제법상 북미정상회담에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무엇입니까?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적대관계 종식’이고 가장 선제조건은 그것에 대한 선언이다. 미국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나라 리스트에 북한이 들어가 있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큰 마켓에 접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일 것이다. 핵심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적대관계 종식으로부터 외교관계 등이 단계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이제는 나라 대 나라로서 외교관계의 정상화만 이루어져도 북한은 미국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북한 공민들이 미국에 비자를 신청할 수도 있으며 북미 간 서로 대사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정상화가 이뤄져야 평화조약도 맺어질 수 있다. 일본과 소련도 1956년까지 전쟁상태였다가 이후 종전을 선언하고 사할린 영토 문제 때문에 일소공동평화선언을 맺어 외교 관계를 평화 상태를 회복한 바 있다.

남한은 90년 한소수교, 92년 한중수교를 이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일본과 수교를 못하고 있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 그동안 남한정부가 북한의 외교 관계를 방해해 왔던 것을 이 정부는 정상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십니까?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크게 쟁점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동서독의 경우처럼 주한미군도 북쪽에 진입하지는 못하게 하면서 남쪽에 유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남쪽에 주둔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 핵문제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모의 역할과 함께 동북아 밸런스 파워를 유지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만약 주한미군이 빠지면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두고 패권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내야하는 분담금은 최소한으로 하고 남북이 평화통일을 할 때까지만 균형자 역할로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권영길 이사장을 비롯한 평화철도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양재덕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이사장, 최순영 17대 국회의원, 나핵집 KNCC 화해통일위원장, 박창일 천주교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신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이사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노정선 YMCA 평화통일행동협의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 지난 3월 18일 사단법인 <평화철도>가 출범했습니다. 앞으로 교수님도 공동대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계실텐데요,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화철도>는 남북 두 나라가 분단체제 해소의 시험대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자는 의의로 출범한 민간단체이다. 동서독도 92년 통행협정을 기초로 점진적인 통일을 완성했듯이 남북 간도 통행협정을 우선으로 서로 오가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껏 정부가 못해왔으니 민간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지이고, 국민들이 침목이라도 하나 더 사서 연결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정부는 혼자만의 힘으로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남북교류협력은 민간이 뚫어온 역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88년 노태우 정부가 7.7선언을 한 뒤 89년 문익환 목사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기초가 되는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뤄지도록 구속을 각오하고 북에 가서 소통의 씨앗을 뿌리고 왔었다. 그뿐인가. 98년에 정주영 회장은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갔고 수많은 비정부기구(NGO)에서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을 앞장서 이뤄왔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주체임을 인정해주고 통일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남북철도 연결하자! 평화협상 시작하라! 평화철도 출범식’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200여명의 참가들은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권영길 (사)나살림 이사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사단법인 평화철도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에 입각하여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면서 남북철도 연결에 참여하고 △진보 중도 보수를 넘어 범국민적 참여를 위해 노력하며 △민과 관, 남과 북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 되도록 한다는 올해 사업기조를 확정하고 △미복원 경원선과 금강산선의 휴전선 구간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1인 1만원~10인 1침목 운동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협상 개시(이후 평화협정 체결) 촉구 운동 △남북-대륙 열차 평화기행 예행연습(각 지역~백마고지역, 도라산역, 중국, 시베리아 철도) △지역-직장-부문 전국 순회 간담회, 좌담회 등 각종 행사 △남북철도 연결 관련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 및 국제교류협력 추진 등을 주요사업으로 발표했습니다.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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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노무현 사찰’ 경찰보고 받았다

등록 :2018-03-22 05:01수정 :2018-03-22 08:58
검찰, 영포빌딩에서 사찰정보 담긴 60여건 문건 확보
취임 첫해부터 노 전 대통령 동정 ‘깨알보고’ 받아

‘민주주의 2.0’ 사이트, 봉하마을 ‘방문객과 대화’도
“노건평 바다낚시 뒷말” “사돈 결혼식 들러 충주로”

2008년 촛불 경찰 과잉대응 지적에
“인권위 좌편향·인적쇄신 필요” 역공
조국·안경환 등 위원 성향 분석도
이명박 전 대통령.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 경찰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찰 문건을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재임 기간 내내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해 정치·종교·문화예술계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사찰 정보도 받아봤다. 경찰이 전국 3300여명의 정보경찰을 활용해 ‘정권 친위대’처럼 움직인 것이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1월25일 이 전 대통령 소유였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3395건의 대통령기록물을 확보했고, 이 중엔 정권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의 사찰 정보가 담긴 60여건의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가 정치·사회적 이슈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내용,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 골프장에서 라운딩했다는 등의 자세한 동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이 작성됐던 당시는 ‘이명박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쪽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경찰은 또 같은 해 말 국가인권위가 경찰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과도하게 무력을 행사했다’고 경고하자, 인권위를 ‘좌편향’으로 몰아세우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물론 경찰의 불법사찰 보고서가 국가정보원 보고서처럼 분석적이거나 기획성 전략이 담기진 않았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흩어진 정보경찰(지난해 기준 3357명)을 동원해 현장감이 가미된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치안정보 수집’ 범위를 넘어선 불법사찰의 성격이 강한 탓에 보고서 작성행위 자체의 불법 소지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보고서에 법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민감한 자료가 다수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청와대’의 불법사찰 전모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결혼식 참석 등 일정 ‘깨알보고’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8년 말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사이트 관련 현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퇴임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토론 웹사이트인 ‘민주주의 2.0’에 하루 평균 82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현황과 노 전 대통령이 이를 통해 정치·사회적 이슈화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문객과의 만남 횟수를 1일 3회에서 1회로 줄이는 대신 만남 시간을 늘린 점과, 이 자리에서 방문객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까지 자세히 적어놓았다고 한다. 과거 검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와 꿰맞춰 보면, 경찰이 현장보고서를 올리고 국정원이 ‘민주주의 2.0’에 반박 글 800여건을 올리는 등 심리전을 펼치는 공조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찰한 게 아니면 알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의 개인 일정도 깨알같이 파악했다고 한다. 가령 노 전 대통령이 그해 11월23일 낮 12시30분 사돈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있는 충북 충주시로 내려가 하루 동안 머물렀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곳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강 회장과 라운딩을 한 뒤 휴식을 취했다며 세밀한 상황을 담았다. 11월25~26일에는 논산 젓갈시장 등을 방문하고 이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을 만나 정치적 결집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11월24일 바다낚시를 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는 지역 소식도 보고서에 들어있다고 한다. 이런 불법사찰 내용은 보고서에 담겨 오롯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이 전 대통령이 사찰정보를 거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조국·안경환 등 인권위원 면면도 분석
경찰은 또 2008년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념적으로 좌편향성이 있다며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가 2008년 10월 ‘경찰이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리고, 당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것을 두고 “좌편향성 인사가 광우병 대책위원회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경찰은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성향을 보수·중도·진보로 나눠 면면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환 위원장은 ‘중도’로 평가하며 김칠준 사무총장에게 일을 맡기고 국제기구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상임위원인 조국 교수는 ‘송두율 교수 무죄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 교수선언에 참여하고 촛불시위 조사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강한 진보성향으로 분류했다.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에 시민단체 쪽 대표로 자주 참여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불법집회 사건을 무료변론하고, 촛불시위에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문제적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경찰은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처에도 진보·좌파가 다수 포진해 있고, 별정계약직(52명)도 진보적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며 “인권위원 후임 인선 때 이념적 편향이 있는 사람은 걸러내고, 반정부 성향 직원들은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