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네이버의 검색창에 '마약'을 입력하면 추천검색어를 보여주는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마약계란장', '마약옥수수', '마약김밥', '마약베게', '마약떡볶이', '마약매트리스', '마약토스트' 등이 순서대로 노출된다.

또 관련 쇼핑 상품과 바이럴 마케팅 글들이 쏟아지고, 조회수 수백만을 자랑하는 유튜버의 콘텐츠에도 자막과 그래픽을 통해 '마약XX'이 강조된다.


특히 일상에서 어린이의 입에서 '마약떡볶이', '마약김밥' 등 음식명이 나오는 것을 바라보면 가정, 학교, 방송, 인터넷, 스마트폰 중 어디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대검찰청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압수량은 1296㎏으로, 2017년(155㎏)보다 8배 이상 폭증했다. 보통 필로폰 1㎏으로 3만3000명이 투약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작년 압수량이면 4300만명, 즉 국민 약 80%가 투약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 전체 마약사범(8575명)은 작년과 비교해 13.4% 늘었고, 밀수·유통사범(2437명)은 32.7%나 급증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적발되지 않은 범죄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 마약사범은 8만명, 마약시장 신규 수요는 5만명으로 추산한다. 텔레그램, 다크웹 등 온라인을 통한 마약 불법거래가 급증하며 10대 마약사범이 지난 10년새 11배나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10~20대 사이에서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펜타닐' 패치제의 오남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펜타닐은 모르핀과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의 의료용 합성마약으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야기해 말기암 환자 등 중등도 이상의 심한 통증 환자에게만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성분이다.

펜타닐은 모르핀·헤로인보다 강력한 통증 완화 효과를 지녀 중독성이 강하고, 오남용하면 목숨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아 정부에서 마약류로 분리해 철저히 관리한다. 그런데 가슴이나 팔에 부착하는 형태의 펜타닐 패치제는 병의원 처방시 1매당 1만원대에 쉽게 구매 가능해 10~20대 오남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통 50대 이상 말기암환자 등에게 처방하지만 젊은층이 만성디스크, 복합통증증후군 등을 호소해 병의원에서 패치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값은 싸고 효능효과가 높아 소셜미디어(SNS)에서 '아이스', '클럽캔디' 등으로 불법거래된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펜타닐 등 마약류 진통제의 오남용 처방 의심 의료기관 49개소를 점검해 위반 병의원 34개소와 불법투약자 16명을 적발했다. 한 의원은 27개월간 특정인 1인에게 펜타닐 패치제를 총 243회(2430매)를 처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마약은 우리 일상에 너무 깊게 파고 들고 말았다.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토스트 등 인터넷과 미디어, 바이럴 마케팅이 손잡고 만들어 유통한 신조어가 마약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단순히 기호품을 꾸며주는 형용사로 윤색되고 말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이 있다. 동북아를 수천년 호령한 중국이 19세기 들어서며 남녀노소가 아편에 중독된 후 서구와의 전쟁과 난징조약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치르며 망국의 길을 걷게 된 사실을 잊는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어둡고 말 것이다.

시대에 따라 언어의 본질과 기능·사용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상술에 찌든 '마약XX' 등 그릇된 신조어 사용과 거리를 두는 것이야말로 저출산시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일 것이다.      

굿모닝경제 허우영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