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르포] 시장상인, 코로나에 농산물값 급등…이중고 그 이상

 

팟값 7천원대...재난소득으로 10단 사면 끝
코로나19, 농산물값 상승에 시장상인 시름 겹겹
식품사·마트 “가격상승, 제품에 영향 커...예의주시 중”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파 한 단의 최곳값이 1만원을 넘은 지 수일 째다.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는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전통시장 상인과 마트, 식품 가공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본지는 10일 경기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일대를 둘러봤다. 흔하게 먹던 파를 비롯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상승해 전통시장의 활기 또한 전보다 무거워진 분위기다.

 

못골종합시장의 한 채소가게 상인은 “며칠 전까진 여기서도 파 한 단에 6000~7000원까지 했다. 그나마 오늘은 (도매가가) 좀 나아져서 5000원대에 판다”며 “가격 올랐다고 하던 것도 한 이틀 전까지다. 시장에서 팔기야 이만하지만, 사람들은 마트를 자주 찾는 편인지라 이렇게 내놔도 안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 
▲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 

 

지동시장에서 고추와 고추기름을 파는 상인도 “김장철 땐 고추 찾는 손님들이 그래도 꽤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찾는 손님들도 줄어들어 쌓아두기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자 전통시장 손님들까지 발길이 뜸해져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상인은 장사의 어려움으로 취재진의 물음에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미나리광시장의 다른 상인은 “코로나라도 올 손님들은 온다. 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주중에도 여기 일대에 손님들이 붐볐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농산품들의 가격은 전년대비 크게 상승했다. 가장 가격이 크게 오른 파의 경우 1kg 평균값은 지난 4일 7575원에서 지난 10일 7455원으로 120원 하락했다. 이외 고구마, 배추, 고추, 양파, 사과·배 등 농산물 상당 품목의 가격 전반이 평균 20~30% 가량 올랐다.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농산물 가격 상승에 우려하는 입장은 시장상인과 소비자뿐만 아니다. 소비자를 비롯해 식품 가공·조미료 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대형 식품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농산물 값이 고공행진하다 보니, 파나 고추 등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이를 함유하는 제품들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농산물 비축분이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당장의 제품 가격 인상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이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농산물은 단단한 껍질의 과일처럼 일정 정도 비축에 용이함을 가진 상품이 아니다. 쉽게 보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선) 농가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시인 김남주는 왜 재벌집 담장을 넘었나

 [손호철의 발자국]3. 전남 해남 : '무장강도'를 찾아서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행코스는 강진과 해남이다. 글이 막히거나 세상 돌아가는 것이 답답하면 차를 몰고 강진으로 달려가 '뿌리의 길'을 지나 다산초당으로 올라간다. 초당을 내려와 강진시장서 귀리밥을 먹은 뒤 해남의 땅 끝으로 달려가 산꼭대기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는 초미니 암자 도솔암에 올라 남해바다를 바라보면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잊게 된다.


 

다시 서쪽으로 차를 달려 진도 앞바다에 가면 명량대첩의 울둘목이 나온다. 우수영의 진도대교 밑에서 눈을 감고 울둘목의 회오리바다가 내는,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순신의 고독과 민중들의 처절한 신음소리, 분노에 찬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무장강도'의 생가다. 현대사 답사에 "웬 무장강도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 무장강도의 이름은 김남주(1946~1994)다. 그렇다. 시인과 무장강도.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지만, 분단체제가 최종 봉인된 1953년 후 이 땅의 시인 중, 아니 예술가중 가장 '실천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김남주는 무장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 전남 해남에 있는 '민족시인', '혁명시인' 김남주의 생가 ⓒ손호철

▲ 김남주 생가 바로 앞의 풍경. 해남 농촌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그는 그 뿌리를 잊지 않았다. ⓒ손호철

해남읍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삼선면 봉학리 마을회관 앞에 위치한 김 시인의 생가에 들어서면 상징 같은 굵은 뿔테 안경을 쓴 그의 동상과 여러 시비들이 맞는다. 그 시비들 사이로 보이는 시인의 생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건물이 있다. 흰색으로 칠해진 이 투박한 건물에는 앞쪽으로 난 작은 창에 철막대기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다. 김 시인이 살던 감옥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 김남주 생가에 있는 김남주 시인의 흉상 ⓒ손호철

▲ 생가 뒷편에 만들어놓은 감옥의 모형. 이 같은 감방에서 김 시인은 근 10년을 보내며 결국 병을 얻었다. ⓒ손호철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호남의 인재들이 다니던 광주일고에 들어간 그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기대를 잔뜩 받았지만,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실망해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전남대에 들어가서도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운동권이 된 그는 유신에 저항해 지하신문을 만들어 배포하다가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해남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시인이 됐다. 그는 가족, 특히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자신의 심정을 <그리고 나는>에서 다음 같이 노래했다.


 

그러나 나는 / 면서기가 되어 / 집안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황금을 갈퀴질하는 금판사가 되어 / 문중의 자랑도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런 곳에 있고자 했다 / 인간적인 의무가 있는 곳에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한 곳 / 착취와 억압이 있는 바로 그 곳에 (이하 생략)


 

▲ 김남주 소개돌 위에 핀 붉은 코스모스 잎이 뜨겁게 살다 처연하게 진 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다. ⓒ손호철

유신 말기인 1978년 12월부터 강남의 부유층들의 집에 강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1979년 4월 27일 아침 10시, 당시 재벌 2세들의 문란한 사생활로 문제가 된 '7공자'들의 한 명으로 알려진 최원석 동아건설 사장집에 3인조 무장장도가 침입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재빨리 출동해 격투 끝에 주범은 잡히고 두 명은 도주했다. 도주한 두 명 중 한 명이 김남주 시인이었다.


 

수사팀에는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남영동의 저승사자' 이근안이 있었다. 그는 최 씨 일가로부터 강도들이 '혁명군자금'을 운운했다는 진술을 듣고 연이은 강도 사건이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를 추적해 이 사건이 비밀조직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의 전위조직인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의 소행인 것을 밝혀내고 남민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시인은 남민전 동지들과 함께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고, 15년을 선고받아 생가에 지은 작은 감방 같은 감방에서 9년 3개월을 살다가 민주화가 되면서 형집행정지로 1988년 석방됐다. 놀라운 것은 김 시인이 쓴 510편의 시 중 360편이 감옥에서 쓴 것이라는 사실이다.


 

▲ 김남주의 시 '자유', '사랑은'을 새겨놓은 시비와 대나무숲이 조화롭다. ⓒ손호철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지배하던 1930년 파시즘 시대에도 집필을 허용해 공산당 당수였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감옥에서 <옥중수고>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민주화가 된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초기까지도 감방에서 펜과 종이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 시인은 우유를 싼 못을 갈아 은박지에 쓰거나 연필심을 구해 화장지에 어렵게 쓴 시를 더 어렵게 밖으로 내보냈다.


 

▲ 김남주의 시집인 <진혼가>. 그는 감옥에서 은박지에 못을 갈아 시를 써서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한국시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종과 주인'은 충격적이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은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바로 그 낫으로


 

김 시인은 이처럼 뜨거운 열혈투사였지만, 고문과 오랜 감옥 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49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어야 했다. 도대체 남민전은 무엇이고, 왜 김남주는 무장강도 행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이 모두는 유신이 낳은 비극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선포 후에도 민청학련 등 학생들의 저항이 일어나자 이를 짓밟기 위해 1960년대에 무리하게 이들을 기소했다. 문제가 됐던 대구 지역 혁신 세력인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조직 재건을 위해 재건위를 만들었다고 조작해 핵심인사들에 사형선고를 내렸고 대법원 판결 직후 사형을 집행했다(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 27회 '대구 인혁당', <한국일보> 2021년 2월 8일자 참조).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사상 가장 암흑의 날'이라고 평한 이 사건은 민주화 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조작사건으로, 박 정권은 고문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사형집행 후에도 가족들에게 사체를 돌려주지 않고 화장을 하는 반인륜적인 행패를 부렸다.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 박정희의 오른 팔인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최후진술이다. 박정희의 심복의 심정이 그러했으니, 민주화운동 세력, 특히 인혁당의 동지들의 심정은 오죽 했겠는가?
 


인혁당의 동지로 1차 사건 때 옥살이를 했으나 민청학련 때는 도주해 사형을 피한 이재문은 동지들의 사형 소식에 날로 심해지는 유신의 횡포를 목격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976년 2월 또 다른 지하당이었던 통혁당 관계자 신향식, 남조선혁명전략당 김병권과 만나 유신을 끝장내고 우리 사회를 제대로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남베트남해방과 베트남통일의 기초가 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남민전을 조직하기로 합의했다.


 

김남주 시인으로부터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사건 발표 당시 한 대기업의 파리주재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다행히 체포를 피하고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택시기사로 일했던 이야기를 나중에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베스트셀러로 쓴 홍세화, 이후 보수 정치인으로 탈바꿈해 이명박의 오른팔이 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유신 붕괴 직전 체포되어 10‧26, 5‧18 등의 격변 속에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문은 81년 옥중 병사하고 신형식은 82년 사형이 집행됐다. 이근안은 이후 잡혀온 시국사범들에게 이재문이 옥중 병사한 것은 자기의 고문 때문이라며 겁을 줬다고 한다.

 


▲ 남민전 재판 장면. 이재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의문사위원회 자료사진

▲ 남민전의 리더였던 이재문의 묘소는 모란공원 묘지의 민주민족열사 묘역에 자리잡고 있다. ⓒ손호철

검찰은 남민전에 대해 김일성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남간첩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민전은 북괴에 지시에 의한 남한의 혁명세력이 아니라 남한 출신 인사의 자주적 혁명단체"이고 '북한과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대등한 입장에서 접촉한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었다. 즉 통혁당 등 과거의 지하조직들과 달리 북한과 연계되지 않는 독자적인 조직이었다. 보수언론들도 과거와 달리 '자생적 공산주의집단'인 '코레콩(코리안 베트콩)'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남민전의 강령은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볼 때는 다소 급진적일 수 있지만, 80년대나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차라리 '온건한' 내용이었다. 남민전의 10대 강령은 1. 국제제국주의의 신식민지 체제와 그 앞잡이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타도하고 민족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연합정권 수립, 2. 폭넓은 진보적 민주정치 실현, 3. 민족자주적인 자립경제 수립, 4. 경자유전 원칙에 의한 토지개혁 단행, 5. 남녀평등 실현, 지방색 타파, 6. 민족자주적 교육 실현과 민족문화 계승발전, 7. 국가와 인민을 보위하는 군대 건설, 8. 평화와 중립의 자주외교 실현, 9. 7‧4남북공동선언의 원칙과 토대 위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 촉진, 10. 일체의 침략전쟁 반대, 세계평화 옹호이다. 

논쟁이 된다면 투쟁 방식이다. 남민전은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 '민중의 소리'를 만들어 여러 차례 배포했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유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통적 방법 이외의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소총 1정을 빼돌려 비축했고 혁명군자금 마련을 위해 무장강도와 같은 '비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또 인혁당재건위 사형수 가족으로부터 8인의 속옷을 받아 그것으로 해방 직후 여운형이 만들었던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의 인공기를 닮은 깃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원원회는 유신이라는 당시 상황, 즉 "암울했던 폭압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미 사망한 이재문 등 3명과 신청을 하지 않은 홍세화, 이재오 등은 제외한 김남주 등 29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정부의 판정이 인정하듯이, 남민전과 무장강도는 유신이 얼마나 양심적 지식인들을 극한으로 몰고 갔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는 김 시인의 집을 나서자 무장강도까지 불사했던 열혈투사 김남주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같이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 내가 넘어지면 네가 일으켜주고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의 '가장 따뜻한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시비 ⓒ손호철
손호철

화가를 꿈꾸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다. 독재에 맞서다 제적, 투옥, 강제 징집을 거쳐 8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다 유학을 갔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며 진보적 학술 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국가와 민주주의>, <한국과 한국 정치>,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 등 이론서와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 등 역사 기행서를 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11835323900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11835323900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백신 접종 보름] 0.97... 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

 초기 13일간 접종 상황 비교해보니... 효과 발휘하는 견고한 백신 접종 인프라... "잘하고 있다"

21.03.12 07:10l최종 업데이트 21.03.12 07:10l
그래픽: 이은영(ohmyey)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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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로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딱 보름째.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주요 국가들과 초기 13일째 접종자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0명당 0.97명으로, 영국(0.99명)과 비슷한 접종 속도를 나타냈다. 이스라엘(11.53명), 덴마크(1.96명) 등이 보다 빨랐지만 이 국가들은 인구 수가 1000만 명이 채 안되는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초기 접종 속도는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1일 0시 기준으로 1분기 접종 대상 중 67%, 총 50만635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1차)했다.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간 하루에 약 3만8500명씩 접종한 셈이다. 국민 100명 당으로 환산하면 0.97명이다. 오늘 공개되는 12일 접종 수치까지 합치면 접종자 수는 국민 1%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대량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순 없다. 1분기에는 의료진과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위주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발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 콜롬비아, 호주 등과 비교하면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진행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초기 13일 접종 속도] 100명당 영국 0.99, 한국 0.97, 독일 0.67... 미국 0.59... 일본 0.03
 

큰사진보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13일째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
▲  (원 출처: Ourworldindata 사이트)
ⓒ 이은영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를 통해 백신 접종 후 13일째의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자 수'를 살펴보면,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와 비슷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백신 접종 13일째인 지난해 12월 20일 67만5286건, 인구 100명당 0.99명을 접종했다. 유럽 내에서 영국은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월 28일 영국은 접종 83일만에 1차 접종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독일(0.67명), 스페인(0.59명), 벨기에(0.23명), 이탈리아(0.87명), 프랑스(0.12명)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종 13일째와 비교해봐도 접종 속도가 빠르다. 유럽 국가들은 접종을 시작했던 지난해 12월에 확진자 1만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집단감염을 겪으면서 백신에 대한 수용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초반 2주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의 초기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보관 및 유통의 용이성이 한국에서 빠른 접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며칠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콜롬비아(0.33명)와 호주(0.3명)도 한국에 비하면 접종 속도가 매우 느리다.

반면 일본은 상황이 심각하다. 접종 13일째인 지난 1일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 수가 0.0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9일이나 접종 시작이 빨랐지만, 현재도 접종자 수는 10만 명(3월 9일 기준)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은 점, 백신 잔여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가 확보되지 않은 점, 백신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신 등이 접종 속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 평가] "잘하고 있다"... 보건소의 힘
 
 거창보건소의 백신 접종 대기.
▲  경남 거창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대기중인 사람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전국의 보건소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거창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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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운송이나 보관 등에서도 큰 문제는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또한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을 해 본 경험이 있고, 행정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백신 공적 인프라'가 속도전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은 복잡한 과정을 동반한다. 운송·보관·장소·접종자 선정 등을 작동시킬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한국은 치료 영역은 물론 백신 접종 인프라가 질적·양적으로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는 보건소의 역할이 컸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 경우 지자체 '보건과'에서 행정관리만 한다면, 우리는 '보건소'에서 행정과 동시에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일반 의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지만 '찾아가는 접종' 등을 시행하려면 공적 인프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당시 하루에만 최대 180만 명을 접종한 바 있다(첫날인 2020년 10월 19일). 충분한 물량만 확보된다면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접종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지난 10일 기자들 앞에서 2차 접종용 물량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돼 비교적 공급이 안정적이므로, 2차 접종 지연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11일 방역당국이 65세 이상 고연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며 3월 중 37만 6천 명을 추가로 접종한다고 발표한만큼,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변수 ①] 4~5월 백신 공급 우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월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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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초기 성적일 뿐,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까지는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2분기부터는 한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유럽 역시 올해 1~2월 백신 접종이 한창일 당시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애를 먹은 만큼, 빠른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이다. 이달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제 백신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거쳐 34만 5000명분, 화이자 백신은 50만 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2분기 중에는 5월말부터 6월까지 개별 계약으로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50만 명 분, 4~5월 중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0만 5000명 분, 6월까지 화이자 300만 명분이 들어온다. 
   
문제는 2분기에는 만 65세 이상이 접종대상인데, 총 812만 5천 명 규모다. 자칫 수급에 지연이 발생하면 4~5월에 백신 부족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2분기 중에 도입되기로 한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백신 등도 아직 공급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들어오는대로 접종하면 될만큼 준비는 잘 되어있다"라며 "다만, 확보한 백신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변수 ②] 이상반응 대응이 백신 신뢰도 좌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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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상반응 역시 접종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막상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젋은층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발열·통증·오한 등을 겪었다는 반응이 속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의 이상반응 신고 비율(3.0%)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항원이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좀 더 면역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세고, 이상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아닌 통상 일어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일반인으로 확대될수록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는 의료진이 사실상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는 상황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릴 경우 접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은 "백신 접종 후 발열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불안하니까 응급실로 몰리는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대규모 접종을 하게 되면 응급실이 마비될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의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39도 이상이 아니면 괜찮다. 사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한 사람에게는 책임 지고 유급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면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변수 ③]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독감 백신 접종 당시 '접종 후 사망자'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보도한 언론이 백신의 신뢰를 전반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언론이 자정작용을 통해 백신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까지 독감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한 사람 중 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 http://omn.kr/1sap0)

기모란 교수는 "언론이 사망 사례를 이야기할 때도 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대조해서 봐야 하는데, 그런 과학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다"라며 "이상반응을 역학조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망자를 매일매일 카운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마치 사망 사고가 백신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도하는게 사회적으로 어떤 이득이 되나"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허용하면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LH 투기’ 의혹, 미흡한 법에 특수통 와도 ‘무관용 처벌’ 어렵다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3-11 20:25:50
수정 2021-03-11 2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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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의 입씨름이 치열하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처벌하고 ‘패가망신’(정세균 국무총리)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물타기’ 결과가 예상된다며 사퇴한 전 검찰총장까지 호명했다.

그러나 둘 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로 보지 못 했다고 이번 의혹을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측은 지적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토지 투기를 막을 법 제도 자체가 미흡하다는 취지다. 법이 부실하니 날고뛰는 특수통이 수사한다고 한들 강력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투기자 처벌과 이익환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투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한 해 두 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신도시 대규모 투기를 경험하고도 한국사회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참여정부인 2003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투기에 가담한 공무원 27명을 포함 455명이 구속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 1989년 1기 신도시 당시 987명이 구속됐는데 그중 131명이 공직자였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정치권이 누구에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든 법 제도가 문제라는 걸 자성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민변·참여연대 측은 11일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 방안’ 긴급토론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비롯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뉴시스

투기의심자 처벌 어려운 이유

이날 정부는 1차 합동조사 결과 투기의심자 총 20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두 LH 소속이다. 이들을 처벌하려면 신도시로 지정될 것을 미리 알고 토지를 샀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는지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크게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 특별법 두 가지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본인뿐 아니라 제3자가 얻은 이익도 몰수·추징 대상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제9조 제2항은 공공주택사업에 참여한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관련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문제는 ‘업무처리 중’ 신도시 지정 지구를 알게 된 경우만 처벌하도록 한정한 부분이다. 미공개 정보와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 다시 말해 투기의심자가 신도시 지정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이에 처벌 범위를 ‘미공개 중요정보’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변·참여연대 측이 제안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공공주택 업무와 관련해 재직 중 얻은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할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처벌이 된다고 해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공직자보다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상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범죄 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안은 공직자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형량을 높이되, 이득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을,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누설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미공개 정보를 누설한 공직자만 처벌되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거래한 제3자는 처벌되지 않는다. 신도시 지정 업무를 하는 공직자에게 정보를 받은 동료 직원 또는 가족들이 토지를 사들였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미공개 중요정보의 제3자 제공 및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의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등이 개정안에 담겼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뉴시스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차명 거래가 꼽힌다. 공직자가 지인을 통해 토지를 사들였다면, 적발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1차 조사 대상은 공직자 본인 실명이었다. 서성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전수조사에서 실명 먼저 파악해야 한다.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자금 흐름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범죄 단서가 나오지 않았는데 강제수사를 통해 모든 계좌를 추적하는 건 무리”라며 제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투기했다고 형벌로 그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법 제도는 있어도 투기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개발 이익이 공공에 환수되지 않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 및 현행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대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방지를 위해 상시적인 부동산 거래 신고 및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공공주택사업 관련 공직자는 자신과 배우자, 부모·자녀 등이 관련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투기 여부 검증을 위해 2주 이내 거래 사항을 서면으로 신고해 투기 여부를 검증하자는 취지다.

미공개 정보이용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자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등록과 주식 백지 신탁 등 내용만 담겨있고 부동산은 제외됐다. 이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관련 공직자와 배우자 등 명의로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등 소유와 관련해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해충돌방지법 부칙에 해당 법 시행 전 토지를 매입했어도 시행 후 판매·수용 등을 통해 이익이 생긴 경우 몰수한다는 부진정 소급을 규정하면 위헌성을 피하면서도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번 계기로 부패와 투기 근절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공개 중요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지적됐다.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과 공공주택사업주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자체장,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많은 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정보 유출을 피할 수 없고, 수사를 통해 유출자를 찾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비밀을 지킬 수 없다면 비밀일 필요가 없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택지구 예상지역에 몇 해 전부터 투기가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득하는 토지 보상의 공시지가를 사업인정고시일과 가깝게 계산하지 말고 3년 정도 전 시점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가격 상승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공공주택지구의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최근 경기도의 기본주택이 이와 비슷한 취지다.

이번 투기의심자들 대부분 농지를 선매입한 만큼, 농지 투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헌법에 기초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언급하며 “부재지주를 대폭 용인하는 농지법상 농지의 소유 제도와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이 매우 완화된 것이 농지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허위로 발급받아 투기한 경우 묘목 등에 대한 농업손실보상이 없도록 하고,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및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패와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누구에게 투자라고 보장된 것의 의미와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수만이 개발 이익을 누려왔고, 선량한 다수의 국민은 소수가 몇 번이나 회전시켜 사유화한 개발 이익을 떠받치고 있었다”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주택 토지 시세차익에 대해 왜 공공이 철저히 개입해야 하는지, 개발 사유화를 막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 이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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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증가율 적용,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

 

평통사.민변 방위비분담금협정 폐기·재협상 촉구(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11 23:13
  •  
  •  수정 2021.03.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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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10일 외교부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내용을 발표하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문의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외교부는 2020~25년 6년간 2020년은 동결, 2021년은 13.9%, 2022-25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는 11차 SMA가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21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해 13.9% 증액했다고 밝혔다.

평통사는 2021년 13.9% 인상안에 대해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라며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평통사는 또는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SMA의 경우 매해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지만 이번에 방위비 증가율을 적용했고, 외교부는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이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폭 증액임을 알 수 있다.

SMA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온 평통사는 이 외에도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며,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어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했으며,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 의혹이 있으며, △불법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평통사는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라며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11일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며 “원점에서 재협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라며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라며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군다나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라며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고 짚었다.

 

평통사 기자회견문(전문)

국민의 뜻과 국익을 배반하고 미국 퍼주기에 나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전면 폐기하라!

-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대미 굴욕적인 최악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이 2021년도에는 10차 협정 대비 13.9%를 인상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해주는 것으로 타결됐다. 이는 트럼프 정권의 막가파식 50억 달러 인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굴복했던 2020년 3월의 잠정합의안보다도 인상률이나 제도개선 등에서 우리 국민의 부담을 더 늘리고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준 안이자 역대 어느 정부 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굴욕적인 안이다. 이번 11차 특별협정은 ‘갈취’하지 않겠다던 바이든 정권이 가히 ‘갈취’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트럼프 정권을 뛰어넘는 탐욕을 부린 안으로, 이는 협상을 통해 나온 안이라기보다는 바이든 정권이 불러준 대로 그대로 받아적은 안이요, 아니 스스로 갖다 바친 안으로, 이런 치욕적인 안을 국민 앞에 내민 문재인 정권의 과오는 대국민 석고대죄로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이렇게 바이든 정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대국민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이를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둘러대는 문재인 정부의 전도된 현실 인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떤 정권이 이렇게도 뻔뻔하게 국민을 속이고 우롱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에 우리는 국민에게 사상 초유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이 안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문재인 정권에게 이 안을 즉각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다!

미국은 1991년부터 불법부당하게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에 전가해 왔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들 중에서 특별협정을 체결해 미군 주둔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말고는 없다. 더욱이 한미소파 5조는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고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베푸는 은전으로 애초부터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또한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강군으로, 한국은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충분히 한국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미국에 방위비분담금을 줄 필요가 없다.

이미 미국에 준 방위비분담금도 불법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한국은 미국에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을 평택미군기지 건설이나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불법 전용하고 있으며, 3,280억 원(「2019년도 방위비분담 연례집행종합보고서」)은 아예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현금은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1년치 군사건설비(2020년 3,710억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용액은 한국의 국가재정법상 한국 국고로 환수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막대한 규모의 주한미군 경비를 이미 부담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주한미군에 방위비분담금(9602억 원)을 제외하고도 약 2조 원(직접지원 8,106억 원과 간접지원 1조 1,469억 원)을 지원했다. 저평가된 기지 임대료나 누락된 미군탄약저장관리비를 추가하면 실제로는 3조 원 이상을 매년 미군에게 지원하는 셈이다.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 등까지를 고려하면 한국이 미군에게 지원하는 비용은 무려 3조 1,500억 원―환경오염 정화에 향후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에 달한다. 결국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 총경비 37억 5천만 달러(4조 3천억 원, 「미 국방부, 2021 회계연도 국방예산운영유지비 개요」)의 70% 이상을 보전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경비 직간집 지원 비용으로 2550명의 미군 1인당를 지원해준다는 셈이다. 2만 5,506명의 주한미군(미 국방부 국방인력자료센터, 2020년 12월 기준) 1인당 약 1억 2,300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셈이다. 이는 2021년 한국군 사병 평균 연봉 661만 원의 18배에 달한다.

13.9% 인상 근거 터무니없다.

문재인 이전의 정부 하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인상/인하는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상 최초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했는데, 2020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5.5%로 13.9%는 물가상승률의 28배에 달한다. 미국의 주한미군 총주둔경비 증가율 0.7%(『회계연도 2021 미군 운영유지비 개요』)에 비춰 봐도 터무니없이 높다.

11차 협정의 13.9% 인상은 이명박 정권 때인 8차 특별협정(2009년) 인상률 2.5%의 5.6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인 9차 특별협정 인상률 5.8%의 2.4배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10차 협정 1조 389억 원 대비 1,441억 원이 인상되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 때의 8차 협정 인상액 160억 원의 9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의 인상액 505억 원의 3배에 달한다.

13.9%의 인상률은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2% 인상된 일본의 인상률 11배가 넘는다. 정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6.5%)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면서 13.9%로 인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마치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 즉 무급휴직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법전용한 돈이나 현금으로 쥐고 있는 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를 줄여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다.

다년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본은 5년 유효기간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물론이고 물가상승률과도 연동시키지 않는다. 역대 한국 정부도 물가상승률을 연동시킨 적이 있지만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상승률에 연동시킨 전례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방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7.4%로 이명박 정권의 5.2%나 박근혜 정권의 4.1%보다 훨씬 높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1조 389억 원, 2021년 1조 1,833억 원, 2022년 1조 2,472억 원, 2023년 1조 3,233억 원, 2024년 1조 4,040억 원, 2025년 1조 4,896억 원, 총 7조 6,800억 원이 된다. 문재인 정권 임기에 체결한 10차, 11차 협정기간 동안 무려 8조 7,189억이나 미국에 퍼주게 되는 셈이다.

제도 개악을 제도 개선으로 속이고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한다!

정부는 방위비분담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75%에서 87%로 확대한 것,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선지급을 명문화한 것,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 공동의장의 격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올리기로 한 것 등을 제도개선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는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유지하거나 삭감하지 않고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협정 공백 시 인건비 선지급 명문화는 한미소파에 의거, 당연히 인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미국을 대신해 한국이 그 의무를 떠맡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더구나 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는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협정 공백 시 선지급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원천무효이며, 결코 제도개선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무급휴직시킨 것은 우리 헌법, 노동법, 한미소파 등을 어긴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불평등한 한미소파 노무 조항을 개정하고 국내 노동법 준수를 의무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임에도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불법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무급휴직시킨 것은 한국 정부로부터 대폭적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노림수였음에도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라는 구실 아래 방위비분담금을 터무니없이 인상해 준 것은 이런 미국의 불법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타당성 없는 인건비 인상을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의 원인으로 들먹이는 것은 대폭 인상된 방위비분담금으로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쓰도록 하거나 평택미군기지로 들어가기로 한 한미연합사 건물 신축 비용 등으로 불법 전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울러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87%로 확대한 것이 미국이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불법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종 장치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어김없이 한국이 이를 지키도록 강제했지만 자신들의 이해에 맞지 않을 때는 특별협정의 규정을 무시하고 내팽개치는 불법, 탈법, 편법으로 일삼아 왔다. 인건비를 올려줘서 미국의 손에 쥐어 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또다시 미국이 한국인 노무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농간을 부릴 때 한국 정부가 직접 지급해 주는 편이 차라리 한국인 노무자에게도, 우리 재정적 측면에도 유리할 것이다.

특히 제도개선과 관련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이 문재인 정권이 2020년 3월에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안조차 따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는 점이다. 헤럴드경제 보도(2020.4.17)에 따르면 한국은 10차 특별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작전지원’ 등 추가 항목 신설 불가, 주한미군 경비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회수,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비한국업체 사용 금지,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비용 부담 금지,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폐지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 협상단도 상당 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제도개선 합의가 비록 트럼프에 의해서 최종 거부되었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제도개선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수세적으로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는지 반면에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견은 얼마나 철저히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인을 고용한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비용으로, 2014년 협정 타결이 지연됐을 때 미군이 자체 예산 전용을 통해 해결한 사례도 있듯이 마땅히 미국이 해결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이다.

또한 정확한 소요를 산정해 한국이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곳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요가 없을 때는 한 푼도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제도개선이다.

문재인 정권이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의 격을 국장급으로 높이기로 했다는 것을 협상의 성과로 드는 것도 서천소가 웃을 일이다. 과연 합동실무단의 격이 낮아서 그 동안 방위비분담금의 평택미군기지나 소성리 사드 기지 건설비로 불법 전용하고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불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이자 수취,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불법적인 미국업체 사용 등 온갖 불법, 탈법을 자행해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협상 성과를 내세울 것이 없어서 합동실무단의 격을 한 급 높인 것을 제도개선으로 포장할까 생각하니 한국 정부의 궁색함에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제도개악을 제도개선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조차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과 비굴함에 실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집행에 면죄부를 주려는 한미 당국을 규탄한다!

더욱이 이번 타결안은 11차 특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집행한 국가재정법 및 헌법 위반 행위를 덮고 무마하려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 11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0∼2025년이다. 그러나 2020 회계연도 방위비분담 사업은 특별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미 회계연도가 지나고 집행을 마친 2020년도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소급적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0 회계연도를 규율하는 법은 방위비분담이 미체결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한미소파 5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집행된 방위비분담금 7,600억 원은 한미소파 5조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 2020 회계연도는 소급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국가재정법과 헌법을 위반해 집행된 불법성이 소각되지 않는다. 11차 특별협정과 같이 이미 회계연도가 끝나고 사업집행이 완료된 경우(2020년도) 소급 적용된 전례도 없다. 그동안 10차례의 특별협정 중 소급 발효된 경우가 네 차례(4차, 5차, 6차, 10차) 있었지만 그때는 다 소급 발효가 적용된 회계연도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불법 전용과 불법 집행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번 11차 특별협정 협상에서도 이런 불법 관행 폐지에 대한 우리 국회의 요구가 묵살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불법 관행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우리 국민의 혈세 낭비가 계속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사용되는 방위비분담금 불법전용과 수십 년이나 계속되는 주일미군 항공기 등의 해외미군 장비 정비에 쓰이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합하면 매년 1,912억 원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불필요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또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운영비에 쓰지 않는다는 정부의 거듭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2018년 사드기지 탄약고 등 설계비로 5만 달러(6,000만 원)가 쓰였으며, 2021년도에는 4,900만 달러(593억 원)가 집행될 예정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공사비에 전용하는 것은 한미소파나 특별협정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더욱이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적용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용인하는 11차 방위비분담 협정안을 단연코 거부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에 대한 진상을 밝혀라!

CNN은 방위비분담협정에 한국의 대미 무기구매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12조 원)의 미국 무기 구매 계획을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기왕의 미국 무기 도입 계획에 추가해 방위비분담비를 보충해주는 차원에서 미국 무기 도입을 바이든 정권에 약속해주었다면 그것은 애초 국내에서 도입하기로 한 무기를 미국 무기로 바꾸거나 아니면 도입선을 제3국에서 미국으로 돌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국방비를 늘려 추가로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었거나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무기 도입 비용과 장비 정비 등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2020년에는 5.1조 원, 2021년에는 4.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미국 무기 도입을 추가로 명시한다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돈은 방위비분담금과 무기 도입, 장비유지비 등 매년 6조 원을 넘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년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 요구가 사실상 관철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이 이미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데는 남한 방어를 넘어 역외 신속기동군으로서의 임무가 전면화된 주한미군의 대중 봉쇄를 위한 세계패권 전략 수행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올해 들어 오산의 미 7공군 소속 고고도 정찰기 U-2가 두 차례나 남중국해 대만해협에 동원된 바 있는데, 2019년 방위비분담금이 U-2S 정찰기가 소속된 5정찰대대(오산공군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공사에 140억 원이 쓰인 바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차 특별협정) 합의는 … 민주적 동맹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다"면서 “이 새로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방위비분담금이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뒷받침하는 협정이고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동맹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준비태세‘ 항목의 신설을 통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주한미군 및 해외주둔 미군의 역외 작전 비용을 부담하는 협정으로 바꾸려고 했던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 기도와 같은 맥락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바이든 정부와의 사이에 ’(역외) 작전지원‘ 항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국이 책임동맹이나 호혜적 동맹의 입장에서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려고 했다는 백브리핑 내용으로 미뤄 볼 때 11차 특별협정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시각에 한미가 공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대해서 비용적으로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임무에 한국이 호응해 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그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소파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 수행에 방위비분담금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이에 미국의 불법적인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되고 있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간 주한미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군이 한국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그런데 1957년 주한미군이 유엔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대북 방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임무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미 본토 방어와 세계 패권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애초에도 줄 필요가 없었던 방위비분담금을 이제라도 즉각 폐기해야 하며, 1957년 이래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할 미군기지 임대료도 전면 받아내야 한다.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도 못한 무능하고 대미 추수적인 문재인 정권을 보기 위해 국민들이 2016~17년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문재인 정권의 탄생의 길을 연 것이 아니다. 부동산 실정과 함께 작전통제권 환수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 못한, 대미 추수적 안에 미국과 합의하고 임기 내 환수조차 포기한 이 정권을 누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권으로 보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물러나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2021년 3월 1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성명(전문)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주한미군 주둔지원 특별협정 협상 결과 규탄한다.
공평과 합리의 원칙에 맞게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어제 2021. 3. 10. 외교부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으며, 2021년도 총액은 2020년 대비 총액으로 13.9% 증가된 1조 1,833억원이고 이 협정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매년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여 총액을 정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 지난 2016년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국이 특별협정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의 50% 이상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후로 미군의 규모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한국이 90% 이상 부담하여 진행한 평택 미군기지 건설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신규 건설사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천억원의 증액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정부는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지난 2019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초로 1조원이 넘는 지원금에 합의하였는데, 이 합의는 이미 전년 대비 787억원 증액, 8.2% 인상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185억원 증액, 2.5%), 박근혜 정부(505억원 증액, 5.8%)와 비교하였을 때도 이미 상당한 증액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또 상당액을 증액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를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동맹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정부는 새로운 협상 전략도 없이 기존의 내용으로 합의해 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현 미국 정부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현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여 동맹을 갈취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갈취와 다름없는 요구에 대응하며 제시한 13% 인상안을 그대로 관철시킨 것은 역시 동맹 갈취의 연장이 아닌가. 동맹을 존중하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 주한미군 주둔비의 규모와 분담금의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13%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이다.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사용할 때에는 거기에 상응한 근거가 필요하다. 미군이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지 않고 반환하여, 이를 치유하는 데 한국이 부담해 온 비용도 수천억원이다. 미군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를 외면하고, 한국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것도 수백억원이다.

공평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김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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