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은 검찰 애완견’ 발언에 신문들이 사설 등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위험한 언론관”이라 했고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권에서 언론자유가 퇴보했다는 주장조차 순수성을 잃게 된다”고 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언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라고 말했다.

YTN 기자 출신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계에서도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는 언론을 ‘애완견(랩독)’이라고 부른다. 이는 ‘감시견(워치독)’의 반대 언론을 일컫는 말일 뿐, 무식하지 않고서야 언론비하 혹은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보통 명사가 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고 말하지 왜 격조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나”라며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일부 민주당 초선 의원들, 누가 누구의 애완견인가”

17일 주요 아침신문 기준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관련해 사설을 썼다.

▲ 17일자 국민일보 사설.
▲ 17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17일 <이재명 대표, 언론에 대한 부당한 공격 그만두라> 사설에서 “입법권력을 장악한 원내 다수당 대표가 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말”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 대표가 언론에 불만을 터뜨린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만 보도하고, 유리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라며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판결 내용이 서로 배치되고, 쌍방울그룹이 주가 상승을 위해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서가 있는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판결문과 국정원 보고서의 일부만 강조한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비중있게 보도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이 대표가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했다. 17일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당시 검찰의 안 회장에 대한 기소(지난해 5월 1심 판결이 나온 쌍방울 대북송금은 주가상승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체포 전의 일로 대북송금 경위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검찰은 이후 김 전 회장 조사를 통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심리 중”이라며 “변호사 출신으로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항을 법정 밖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호도하는 건 국민을 기망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이 대표의 초조함만 느껴진다”고 했다.

▲ 17일자 중앙일보 사설.
▲ 17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험한 언론관> 사설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는 ‘정론직필’이지만 불리한 보도는 ‘왜곡·조작’이란 흑백 이분법이다. 이런 시각은 필연적으로 비판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021년 8월 “(징벌적 손해배상이) 5배로는 약하다. 고의적·악의적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 △2018년 6월 “인터뷰하다 딴 얘기 하면 그냥 끊어버릴 거야. 예의가 없어” △2017년 1월 “독극물 조작 언론을 반드시 폐간시킬 것” 등의 이 대표 발언을 거론하며 “최근 민주당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대표의 오랜 반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한 노종면·양문석 의원에 대해선 “이쯤 되면 누가 누구의 애완견인지 사뭇 궁금해진다”며 “거대 야당이 어떤 언론 정책을 밀어붙일지 그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결국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언론에 ‘검찰 애완견’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인식> 사설에서 “책임 있는 위치일수록 언론에 대한 ‘공격’은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력 야당 대표에 대한 검증은 그 자체가 언론 본연의 영역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겁박하고 지지층을 부추긴다면, 윤석열 정권에서 언론자유가 퇴보했다는 주장조차 순수성을 잃게 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집단휴진에 동아일보 “의사들, 신뢰 잃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서울대병원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 교수 중 55%(529명)가 휴진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모두 진료를 취소한 것은 아니라 실제 휴진율은 40% 정도로 추정된다.

▲ 17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 17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비대위는 “강남센터를 제외한 3곳의 수술실 가동률이 기존 62.7%에서 절반 수준인 33.5%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고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중증·희귀병·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해당 환자들에 대해서도 진료 변경을 통보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3면 <암 4기 환자에도 ‘진료 연기’ 문자… 논란 일자 “요청땐 조정”> 기사에 따르면 자신을 신장암 4기라고 밝힌 한 환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와 항암치료가 6월 20일에서 7월 23일로 연기된다는 문자가 왔다. 4기 암 환자가 중증이 아니면 누가 중증이냐”고 했다.

▲ 17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17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의 경영난이 가중돼 간호사와 병원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의사들이 설사 요구사항을 관철시킨들 환자와 동료 직원들의 신뢰를 잃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집단휴진에 불참한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한겨레 1면 <의대 증원 맞서는 게 생명보다 중요한가> 인터뷰에서 “의사의 단체 사직과 단체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며 “(집단 사직·휴진은) 후배·동료 의사들의 결정이지만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승봉 교수는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10년 뒤에 활동할 의사가 느는 걸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 1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서울대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의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명령 취소를 제시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아예 없던 일로 해달라는 요구이나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한해 명령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이에 더해 의대 증원 재논의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정부와 사태 해결을 위한 충분한 대화 노력도 없이 극단적 수단부터 꺼내 드니 여론이 싸늘한 것”이라며 “정부도 의대 증원 정책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혼란을 키운 책임이 크다. 의료 대란을 수습하고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막는 데 의료계가 적극 참여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정 간 신뢰할 만한 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