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협상장에 또다시 빈손으로 나타났다. 희한한 계산법을 가진 미국측 대표가 한두번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고보니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미국의 자세를 준엄하게 책망하는 민족의 기개가 당당하고 든든하지만, 북이 가야할 길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
남측의 동포체제와는 해도 해도 안되니 북이 미국을 상대로 이런 험한 길을 가고 있는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분하고 원통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토록 기대했던 북의 남녘동족을 향한 뜨거운 '구애'는 얼마전 북의 선언과 함께 무위로 돌아갔다. 남녘의 정치체제는 말그대로 구제불능이라고 해야 옳은 것인가. 온 민족의 절절한 바람과 기대를 저 버리고 문재인 정부는 민족과 끝내 한 목소리를 내질못해 북으로부터 ‘절교선언’이라는 버림을 받았다.
그런 남쪽은 분열제조기가 아니랄까 또 다시 고질적인 분열의 소용돌이로 휩쌓이고 있다. 조국장관 임명과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갈갈이 찢겨 도저히 공동체라고는 할수없는 흉측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분열상은 비단 태극기와 반태극기, 보수와 진보, 반민족 대 민족, 매국대 애국세력만의 대결이 아니다. 그 안에도 세부적으로 갈갈이 찢겨져 있다. 민족이 한 목소리로 단결되는 모습에는 근처에도 못가있는 모습이다. 목불인견도 이런 목불인견이 없다. 정상적인 사회라기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북이 일심단결하여 집단지성의 한목소리를 내고있는 상황에서 남녘이 갈기갈지 찢어진채 사분오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열의 심각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가 진보라고 주장하는 일부 세력들에서조차 이같은 망국적인 자기분열행위에 가세하는 모습은 남녘사회에 팽배한 분열바이러스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그 민족분열작용의 화학성분인줄도 모른채 제주장 내세우기에 몰두하면서 그중 일부는 심지어는 태극기부대의 논지에 동조하는 위험한 계선으로까지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자유주의가 체질화된 소영웅주의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병폐이자, 민족분단과 분열의 시작과 끝이다. 민족민주진영이 단결하여 한목소리를 내어도 부족할 상황에서 오류적인 상황판단에 기인한 자기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으며 분열의 심각한 촉매제가 되고자하는 얼간이 진보들의 좌경모험주의적 경향을 너그러이 볼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잘못을 하고 부족하다 하더라도 지금은 사적인 정파와 정견을 초월해 하나로 뭉쳐 <검찰개혁>과 더불어 양승태같은자가 쑥대밭을 만들어놓을수있는 사법부의 <사법개혁>을 기필코 이뤄내야만 한다. 그래야 여의도 추물들을 더이상 안봐도 되는 <정치개혁>도 이룰수있고 분단고착 최대악법 <국가보안법>도 마침내 폐지될수 있다.
일제시기부터 뿌리깊게 내려온 반민족검찰의 유전인자와 적폐행위들은 대한민국 일만악의 뿌리고 매국적 행위들임을 공감한다면 적어도 순수한 염원으로 서초동으로 달려가 촛불든 이들을 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태극기 부대로부터가 아니라,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분간도 못하는 초보적인 판단력마져 상실한 얼간이 진보세력에게 촛불이 능멸되는 것은 참을수 없는 모독이다.
증명된 것도 없는 조중동의 의혹제기에 현혹되어, 미친듯이 적폐청산 전장에 나선 장수를 그들과 함께 공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진보'들이 할 짓인가. 소위 빠들이 물타기를 한들, 관제데모라한들, 숟가락을 살짝 올리든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있는힘을 보태서 모두가 단결해한다.
분열 분리 공작세력들이 이 상황에서 노리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이적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적들이 쾌재를 부를만한 상황이 아닌가. 설사 해당장관이 일부 흠결이 있다해도 그것이 적폐청산 전쟁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자고로 교조주의는 나라를 말아먹고 민족운동을 말아먹는 심각한 병폐를 낳는다. 얼간이 진보들의 그런 빈정거림은 적폐들이 설치한 덫에 걸려서 버둥대는 것일 뿐이며, 결국 조중동과 자한당같은 역적패당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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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7일 월요일
스톡홀름 회담 결렬, 무엇이 문제였던가?
아니나 다를까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은 결렬되었다. 그만큼 북미 간에는 불신의 골이 너무 깊고 크다는 것을 상징한다. 동시적으로 이후도 쉽지만은 않을 북미회담을 예고해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북미 간, 남북 간 회담의 모멘텀(momentum)유지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첫째는, 미국은 하노이 회담 무산이후 당시 최선희 북 외무성 제1부상이 한 발언,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라고 한 말을 절대 빈말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즉, 하노이 회담 때의 예의 그 ‘실질적 합의안’이 다시는 북미 간 회담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름하여 ‘영변+@’가 이제는 북미 간이 잠정합의(=핵동결)할 수 있는 입구보다는 출구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은 이번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 결렬을 보도하면서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 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강조, 필자)을 추구”하는데서 확인받듯이 북미 간 회담을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북미 간 새로운 관계수립이라는 목표를 트럼프 자신의 개인 정치목적에 이용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구체적으로는 ①재선활용을 위한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둔갑시키지 말라는 것이고, ②지난 하노이회담 때 코언 청문회가 그 이슈를 덮었듯이 최근 트럼프가 외국 정상(우크라이나)과 통화하면서 국가안보 측면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이 불거졌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자신이 내부 고발을 당해있고, 그 때와 똑같은 그런 정치적 인화성 때문에 이를 덮기 위한 정략적 도구로 활용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셋째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의 가장 큰 본질적 요인 중의 하나인 포괄적 합의주장 부분에 대한 철회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이 주장을 철회해야만 미국은 ‘새로운 방법’을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근거는 이 주장이 겉보기에는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해서 그렇다.
이유 ①미국과 북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전략국가들이다. 그런 전략국가들의 핵협상은 그 관계가 대등하고 동등해야한다.
그렇다면 북이 이 주장에 동의되려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그런 조치를 똑같이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의 일방적인 비핵화이행 로드맵이라면 북은 이를 절대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②이유는 또 있다. 위 ①과 같이 북이 이 포괄적 합의에 동의되기 위해서는 미국도 이 포괄적 합의에 동의해야 하는데, 그런 것; 미국자체의 비핵화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실효적으로 가능하겠는가? 가능하지 않다면 이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고, 다른 말로는 비핵화회담을 하지 말자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미국이 주장하는 방식, 포괄적 합의방식이 북으로부터 수용되기 위해서는 이 방식이 미국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지거나, 그렇지 않다면 북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동시적, 등가적 이행방식을 미국은 수용해야 한다.
즉, 한반도비핵화라는 정의적 개념이 북과 미국 둘 다 공히 비핵화 추진대상임으로 인해 포괄적 합의방식이 그 설득력을 가지려면 미국과 북 양 국가 공히 다 적용되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고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적용되어져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합의목표에 가깝다.
그래서 포괄적 합의는 현실적으로 볼 때 필자가 누누이 말해오고 있듯이 북미 간 신뢰의 최종단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그런 합의목표이지 지금 당장 합의해내어야만 하는 그런 문제는 결코 아니다. 연동해 지금 당장은 신뢰관계의 정도에 맞게 맞춤형 비핵화전략을 양 국가가 구사해내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른바 양국이 단계적, 동시적, 등가적 이행을 통해 핵동결을 이뤄내고, 이에 바탕해 포괄적 합의는 최종 출구단계에서나 합의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는, 북이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마지막해라는 이유를 들어 북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는 그런 희망적 사고에 빠져들어가서는 안 된다.
즉, 북이 내년까지 경제적 성과를 내고, 인민생활향상에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만 김정은 체제도 안정화될 수 있어 북도 조급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북미 간에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협상에서 북도 일정한 성과를 내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가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북이 세워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때문에 북이 그러한 주장-단계적, 동시적, 등가적 주장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위장주장에 불과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경제가 좀 돌아가 인민생활향상이 좀 이뤄져야만 김정은 체제가 유지될 수 있어 김정은 위원장도 실제로는 매우 급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논리로 북도 새로운 계산법에서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꾸만 해내는 그것 자체가 북을 매우 얕잡아 보거나 북을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는 말이다. 이름하여 매우 그럴듯한 포장으로 보이지만, 이 논리에는 북을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 혹은 그것이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북을 호도하고 있다.
①왜 5개년계획이 아니고 전략(강조, 필자)인지 잘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간과이다. 또 북은 제재에는 이골이 난 국가이다. 사회주의체제가 수립되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끝으로는 북은 물질적 풍요보다 사상의식을 강조하는 그런 사회, 이른바 ‘사상결정론’이 채택되어 있는 그런 국가이다. 풀어쓰면 사상의식이라는 것은 사람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어 사람의 모든 활동을 규제하고 조절, 통제하는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령 그런 계획(전략)을 세워놓았다 하더라도 왜 달성 못했는지가 충분히 설명되면 북 주민은 이를 사상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②무엇보다는 김정은 체제는 이미 5개년전략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운영되고 있다. 수령체제가 갖는 특성, 수령-당-대중이 혼연 일체가 되어 있는 사회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이 연속적으로 계속 담화를 내면서, 또 이번 스톡홀름 결렬 이유를 밝히면서 발표했던 성명에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에 미국은 정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안전과 발전담보’에 대해 미국은 확실하게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아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김명길 스톡홀름 실무대표가 내뱉었던 “이번 회담을 아주 역스러운(역겨운) 회담으로 생각한다”는 그런 불쾌감마저도 앞으로는 영영 듣지 못하고, 미국 자신에게는 실질적 군사적 위협인 핵전력 강화의 길인 ‘새로운 길’을 맛보게 될 것이다. 동시적으로 왜 하노이 회담결렬 이후 ‘천재일후의 기회’를 놓쳤다고 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한편, 스톡홀름 회담 결렬이후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 나서는 과제도 보다 분명해진듯하다.
다름 아닌, 한미동맹에만 기대 북을 압박할 생각만 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 당사자로서 한반도 비핵화의 그 길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한미합동 군사훈련, 주한미군, 전략무기와 같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미국을 민족공조적 관점에서 (북과) 함께 설득해내어야 할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혹은 그럴 자신이 없다면 한반도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어설프게 당사자 역할이네, 중재자 역할이네, 가교적 역할이네 그런 역할론과는 결별하고, 북미 간 쌍무적 관계로 풀게 하고, 문재인 정부는 보다 집중하여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광범위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데 전력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를 간접 지원하는 전략이 맞는 것 같다. 또한 항구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전략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행경로보다는 평화체제 구축을 입구로, 비핵화를 그 출구로 하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강경화 외무장관의 발언처럼 미국의 입장만 무조건 쫓는 그런 대미 추종적 자세도, 또는 북미회담 뒤에만 숨어 있거나, 그것도 아니고 무조건 미국의 입장만 쳐다보는 그런 수동적 자세가 아닌 그 반대, 즉 북과 민족자주와 자결의 관점에서 상의하고, 4.27판문점선언에서 확인한대로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비핵화 입장을 정리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 내어야만 하는 그런 적극적이 자세가 여느 시기보다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일희일비 하지 않고’, ‘대화동력 계속 유지되길’ 운운하는 그런 외교적 워딩으로 상황만을 관리하려 든다든지, 아니면 미국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한반도비핵화문제해결의 일 주체가 될 수 없고,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도 없다.
이번 스톡홀름 결렬이 주는 교훈은 이렇듯 미국만을 추종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기다릴 때는 한반도문제의 당사자가 절대 될 수 없음을 각인시켜 준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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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약속대로 하면 된다
[장석준 칼럼] 대학 서열 구조는 입시 경쟁과 사회 불평등의 연결고리
조국 논란은 한국 사회에 소중한 기회다. 검찰 개혁 뿐만 아니라 교육 불평등과 계급-계층 사다리 같은 근본 문제들을 새삼 강렬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 논란은 또한 장벽이기도 하다. 모처럼 화제에 오른 이 문제들을 조국 찬반의 회오리로 다시 가려 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9월 30일 발표된 전국 교수-연구자-대학원생 성명서는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반갑다. "촛불항쟁의 정신을 되살려 전면적 사회대개혁에 나서자!"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검찰 개혁의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조적 불평등과 소수 특권집단이 구축한 '캐슬'의 교육적-문화적 특권과 차별, 이로 인한 광범위한 박탈감과 환멸이 근본적 문제임"을 직시하자고 촉구한다. 성명서가 강조하는 대안은 "전 방위적 경제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경제, 노동 그리고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이 중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이미 조국 논란 초기부터 정부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벌써 한 달도 더 지난 9월 1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 제도 재검토"를 지시했다. "현행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었다. 조국 논란 와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쟁점이 된 탓에 나온 발언이기도 하지만, '교육 개혁'이라고 하면 입시 제도의 이러저런 변경부터 떠올리는 한국 사회 상식을 충실히 반영한 대응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입시가 좀 더 '공정'해지기만 하면 되는가? 정말 입시 제도 변경이 지금 필요한 교육 개혁의 핵심 내용인가?
대학 서열 구조는 입시 경쟁과 사회 불평등의 연결고리
입시 제도가 문제라는 이들은 대개 학종 같은 수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한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입시 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은 정시 확대가 된다. 더 나아가 아예 정시가 100%였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시험 한 번으로 대학을 결정하던 방식이 더 '공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학종은 문제가 많다. 학생부 수상 경력 기재나 자기소개서처럼 부모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은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수시 안에 학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교과전형도 있고, 금수저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이들에게 대학 교육의 문을 여는 고른기회 전형이나 지역균형선발 전형도 있다. 이들을 다 없애거나 줄여서 정시 중심 체제로 돌아가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만약 정시 중심 체제로 돌아간다면, 2000년대처럼 사교육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미 경험했듯이 사교육의 비대한 성장은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 하지만 이것만 문제가 아니다. 돈 많은 집안일수록 더 많은 과외 수업을 시킬 수 있고 웬만하면 이는 시험 성적 차이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미 작년에 서울대는 정시 비율을 늘리면 강남3구 출신 합격자 비중만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시가 모든 계층에게 더 '공정'하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렇듯 입시 제도는 이리 바꾸든 저리 바꾸든 한계가 많다. 뭔가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입시 경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입시 제도 변경은 늘 변죽만 울릴 것이다.
그 문제란 결국 계급-계층 불평등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 경쟁을 통해 특정 대학 졸업 증명서를 획득하느냐 혹은 못하느냐에 따라 계급-계층 지위가 결정된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지닌 사무직-기술직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임금 격차가 너무나 크다. 게다가 전자 안에서도 이른바 '수도권 명문대학' 졸업장을 갖춘 이들은 관료 체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공 사다리를 오르는 반면 나머지는 이를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서 교육 개혁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계급-계층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교육 제도는 아무리 바꿔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헛되이 교육 개혁을 논하며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차라리 노동 개혁에 매진하는 쪽이 낫다고도 한다. 노동시장을 뜯어고쳐 임금소득자 내부의 소득 격차를 줄이면 계급-계층 사다리에서 더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입시나 취업 경쟁도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나 실현될 수 있을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해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임금 격차 완화는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계급-계층 간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득 격차를 줄이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임금 차이를 최소화하는 단체협약을 쟁취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여러 계기, 숱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입시 제도 개혁론과 노동 개혁 우선론은 한국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양 극단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한 쪽은 지나치게 부분적 문제에 집착하고, 다른 한 쪽은 너무 근본적인 문제만 바라본다. 전자에만 매몰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성 질서 안에서 맴돌 테고, 후자만 강조하면 교육 문제에는 손을 놓게 될 것이다. 둘 다 기존 교육 '구조'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혹시 두 접근법이 서로 만나는 중간 지점은 없을까?
있다. 입시 경쟁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서울대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처럼 늘어선 대학 서열 구조에서 보다 위쪽으로 진입하려는 경쟁이다. 다른 한편 노동시장 불평등 구조의 골간에 자리 잡은 것은 무엇인가? 대학 졸업 여부, 명문대 졸업 여부다. 즉, 입시 제도와 계급-계층 불평등의 중간에 바로 대학이 있다. 대학 서열 구조가 입시 경쟁과 사회 불평등의 이음매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출발점은 분명하다. 대학 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학 서열 구조 해체에 나서야 한다. 대학 서열 구조 해체야말로 한계가 너무 큰 개혁 방안인 입시 제도 변경과 너무 장기적 개혁 과제로만 보이는 계급-계층 불평등 해소를 잇는 꼭짓점이다. 대학 개혁을 추진하기만 한다면, 이는 부분적 개혁과 근본적 개혁, 두 방향 모두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이미 구체적인 대학 개혁 방안이 있다. 공동 선발-공동 수업-공동 학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 평준화가 그것이다.
대학 개혁의 요체는 대학 서열 구조 해체
입시 중심 교육과 대학 서열 구조에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은 이미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부터 대학 개혁 방안을 고민했다. 정진상 교수(경상대, 사회학)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입시 지옥과 학벌 사회를 넘어>(책세상, 2004)가 이 시기에 나온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정진상은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들을 학생 선발과 수업, 학위 수여를 함께 하는 통합네트워크로 묶자고 제안했다. 이 통합네트워크는 별도 입시 없이 대학입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을 지역별로 선발한다. 이러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은 곧바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 세력의 교육 개혁안으로 채택됐다.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안도 진화를 거듭했다. 기존 국공립대학들을 바탕으로 공동 선발-공동 수업-공동 학위의 대학연합체제를 구성하고 현행 입시는 대학입학자격고사로 대체한다는 기본 내용은 유지됐지만, 논의와 연구를 거듭하며 여러 내용이 덧붙여졌다. 너무 복잡해져서 때로는 이 점이 대학 개혁 운동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가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펴낸 <입시-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 대학 개혁의 방향과 쟁점>(한울, 2015)에는 참으로 다양한 세부 방안과 실행 계획들이 실려 있다.
그러나 골자는 복잡할 게 없다. 공동으로 학생을 뽑고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대학연합체제를 구축하여 현재의 대학 서열 구조를 타파한다는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등장하기 전에 고등학교 체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개편했던 전례에 따라 이름 붙인다면, '대학 평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방향에서 지금껏 제출된 개혁안들의 핵심을 가장 간명하게 정리한 문헌으로는 교육혁명공동행동 연구위원회가 펴낸 <대한민국 교육혁명: 교육 체제의 혁명적 전환, 미룰 수 없다>(살림터, 2016)가 있다.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개혁안이 2000년대 대학 개혁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공동 선발-공동 학위의 대학연합체제에 상당수 사립대학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국공립대학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비슷한 경제 수준 국가들 가운데 국공립대학 비중이 이렇게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혹시 이것 역시 일제 잔재인가. 아무튼 이런 상태에서 국공립대학들만 통합해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에는 사립대학들이 밀집한 반면 국공립대학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과기대 정도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혁명>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사립대학들을 대학연합체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립대학들은 공적 재원을 지원받는 만큼 이미 준공영 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은 연세대나 고려대 같이 대학 서열 구조의 수혜를 받는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일수록 현재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계속 이런 지원을 받는다면, 이들 대학 역시 대학연합체제에 합류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반대한다면, 이들 대학은 국고 지원 없이 완전히 자력으로 생존해야 할 것이다.
남는 문제는 대학 서열 구조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서울대다. <대한민국 교육혁명>은 서울대를 수도권 대학연합체제에 통합시키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되면 대학연합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다시 그 안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간 서열화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어쩌면 서울대의 학부 과정은 수도권 대학연합체제에 통합하되 대학원은 학과별로 지역 거점 국립대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런 조치는 권역별로 계열이 특성화된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손우정, "서울대 전국 대학화 전략?: 권역별 계열 특성화 공공네트워크 모델", <입시-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 강력한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방책들은 이미 갖춰져 있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현 집권 세력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21세기북스, 2017)에서 이렇게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전문 분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대학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예를 들면 공동입학, 공동학위제가 가능합니다. 이 과목은 저 대학에서, 저 과목은 이 대학에서, 단순히 학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공동학위를 주는 겁니다. 제가 지난 대선[2012년 대선-인용자] 때 국공립대학부터 먼저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하겠다고 공약을 했었습니다 ... 그러면 적어도 서울대학과 지방 국립대학 간의 서열화는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 이 제도가 정착되면 사립대학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약속: 행동하는 양심,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약속", <대한민국이 묻는다>)
이 약속대로 하면 된다. 이제 우리는 더는 주저하지 말고 이 약속의 즉각적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대학 평준화와 무상화를 결합하자
대학 평준화는 대학을 둘러싼 또 다른 중요한 개혁 과제들과 결합해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대학 교육 무상화가 그렇다. 대학 무상화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현실이고, 버니 샌더스 운동이나 영국 노동당 같은 영미권 좌파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는 대학 평준화와 연동해 단계적으로 대학 교육을 무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대한민국 교육혁명>이 이미 제시하는 대로 대학연합체제에서는 등록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반값 등록금'). 대학연합체제에 합류한 사립대학은 국고 지원을 받는 대신 학생들에게 받는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학연합체제에서는 등록금을 폐지해야 한다. 대학연합체제의 이러한 단계적 무상화는 학생들이 서열화된 잔존 사립대학 대신 대학연합체제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대한 유인 요소가 될 것이다.
사실 지금 한국 대학이 요구받는 개혁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인구 구조와 지식-기술 환경 변동에 따라 앞으로 대학은 성인을 위한 평생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또한 정보화 혁명(유행에 따라 과장을 좀 섞으면 "제4차 산업혁명")에 부응해 교육 체계와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구 자본주의, 지구 정치 질서, 지구 생태계의 3중 위기에 맞서 교육 내용도 새로 짜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과제도 관료화되고 기업화된 현 대학 체계를 뒤흔들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대학 평준화는 이런 화석화된 대학 체계를 크게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대학 '개혁'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 '혁명'의 출발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
조국 논란은 의도치 않게 한국 사회에 이 혁명의 시급함을 상기시켰다. 진보 세력이 오랫동안 주장하기는 했지만 가장 급한 과제들 목록에서는 항상 빼놓기 일쑤였던 대학 개혁을 이제는 맨 앞에 내세우자. 소리 높여 입시 철폐-대학 서열 구조 타파를, 대학 평준화-무상화를 외치자.
이 점에서 9월 30일 발표된 전국 교수-연구자-대학원생 성명서는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반갑다. "촛불항쟁의 정신을 되살려 전면적 사회대개혁에 나서자!"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검찰 개혁의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조적 불평등과 소수 특권집단이 구축한 '캐슬'의 교육적-문화적 특권과 차별, 이로 인한 광범위한 박탈감과 환멸이 근본적 문제임"을 직시하자고 촉구한다. 성명서가 강조하는 대안은 "전 방위적 경제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경제, 노동 그리고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이 중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이미 조국 논란 초기부터 정부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벌써 한 달도 더 지난 9월 1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 제도 재검토"를 지시했다. "현행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었다. 조국 논란 와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쟁점이 된 탓에 나온 발언이기도 하지만, '교육 개혁'이라고 하면 입시 제도의 이러저런 변경부터 떠올리는 한국 사회 상식을 충실히 반영한 대응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입시가 좀 더 '공정'해지기만 하면 되는가? 정말 입시 제도 변경이 지금 필요한 교육 개혁의 핵심 내용인가?
대학 서열 구조는 입시 경쟁과 사회 불평등의 연결고리
입시 제도가 문제라는 이들은 대개 학종 같은 수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한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입시 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은 정시 확대가 된다. 더 나아가 아예 정시가 100%였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시험 한 번으로 대학을 결정하던 방식이 더 '공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학종은 문제가 많다. 학생부 수상 경력 기재나 자기소개서처럼 부모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은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수시 안에 학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교과전형도 있고, 금수저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이들에게 대학 교육의 문을 여는 고른기회 전형이나 지역균형선발 전형도 있다. 이들을 다 없애거나 줄여서 정시 중심 체제로 돌아가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만약 정시 중심 체제로 돌아간다면, 2000년대처럼 사교육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미 경험했듯이 사교육의 비대한 성장은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 하지만 이것만 문제가 아니다. 돈 많은 집안일수록 더 많은 과외 수업을 시킬 수 있고 웬만하면 이는 시험 성적 차이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미 작년에 서울대는 정시 비율을 늘리면 강남3구 출신 합격자 비중만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시가 모든 계층에게 더 '공정'하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렇듯 입시 제도는 이리 바꾸든 저리 바꾸든 한계가 많다. 뭔가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입시 경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입시 제도 변경은 늘 변죽만 울릴 것이다.
그 문제란 결국 계급-계층 불평등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 경쟁을 통해 특정 대학 졸업 증명서를 획득하느냐 혹은 못하느냐에 따라 계급-계층 지위가 결정된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지닌 사무직-기술직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임금 격차가 너무나 크다. 게다가 전자 안에서도 이른바 '수도권 명문대학' 졸업장을 갖춘 이들은 관료 체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공 사다리를 오르는 반면 나머지는 이를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서 교육 개혁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계급-계층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교육 제도는 아무리 바꿔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헛되이 교육 개혁을 논하며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차라리 노동 개혁에 매진하는 쪽이 낫다고도 한다. 노동시장을 뜯어고쳐 임금소득자 내부의 소득 격차를 줄이면 계급-계층 사다리에서 더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입시나 취업 경쟁도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나 실현될 수 있을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해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임금 격차 완화는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계급-계층 간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득 격차를 줄이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임금 차이를 최소화하는 단체협약을 쟁취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여러 계기, 숱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입시 제도 개혁론과 노동 개혁 우선론은 한국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양 극단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한 쪽은 지나치게 부분적 문제에 집착하고, 다른 한 쪽은 너무 근본적인 문제만 바라본다. 전자에만 매몰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성 질서 안에서 맴돌 테고, 후자만 강조하면 교육 문제에는 손을 놓게 될 것이다. 둘 다 기존 교육 '구조'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혹시 두 접근법이 서로 만나는 중간 지점은 없을까?
있다. 입시 경쟁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서울대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처럼 늘어선 대학 서열 구조에서 보다 위쪽으로 진입하려는 경쟁이다. 다른 한편 노동시장 불평등 구조의 골간에 자리 잡은 것은 무엇인가? 대학 졸업 여부, 명문대 졸업 여부다. 즉, 입시 제도와 계급-계층 불평등의 중간에 바로 대학이 있다. 대학 서열 구조가 입시 경쟁과 사회 불평등의 이음매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출발점은 분명하다. 대학 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학 서열 구조 해체에 나서야 한다. 대학 서열 구조 해체야말로 한계가 너무 큰 개혁 방안인 입시 제도 변경과 너무 장기적 개혁 과제로만 보이는 계급-계층 불평등 해소를 잇는 꼭짓점이다. 대학 개혁을 추진하기만 한다면, 이는 부분적 개혁과 근본적 개혁, 두 방향 모두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이미 구체적인 대학 개혁 방안이 있다. 공동 선발-공동 수업-공동 학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 평준화가 그것이다.
대학 개혁의 요체는 대학 서열 구조 해체
입시 중심 교육과 대학 서열 구조에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은 이미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부터 대학 개혁 방안을 고민했다. 정진상 교수(경상대, 사회학)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입시 지옥과 학벌 사회를 넘어>(책세상, 2004)가 이 시기에 나온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정진상은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들을 학생 선발과 수업, 학위 수여를 함께 하는 통합네트워크로 묶자고 제안했다. 이 통합네트워크는 별도 입시 없이 대학입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을 지역별로 선발한다. 이러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은 곧바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 세력의 교육 개혁안으로 채택됐다.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안도 진화를 거듭했다. 기존 국공립대학들을 바탕으로 공동 선발-공동 수업-공동 학위의 대학연합체제를 구성하고 현행 입시는 대학입학자격고사로 대체한다는 기본 내용은 유지됐지만, 논의와 연구를 거듭하며 여러 내용이 덧붙여졌다. 너무 복잡해져서 때로는 이 점이 대학 개혁 운동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가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펴낸 <입시-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 대학 개혁의 방향과 쟁점>(한울, 2015)에는 참으로 다양한 세부 방안과 실행 계획들이 실려 있다.
그러나 골자는 복잡할 게 없다. 공동으로 학생을 뽑고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대학연합체제를 구축하여 현재의 대학 서열 구조를 타파한다는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등장하기 전에 고등학교 체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개편했던 전례에 따라 이름 붙인다면, '대학 평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방향에서 지금껏 제출된 개혁안들의 핵심을 가장 간명하게 정리한 문헌으로는 교육혁명공동행동 연구위원회가 펴낸 <대한민국 교육혁명: 교육 체제의 혁명적 전환, 미룰 수 없다>(살림터, 2016)가 있다.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개혁안이 2000년대 대학 개혁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공동 선발-공동 학위의 대학연합체제에 상당수 사립대학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국공립대학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비슷한 경제 수준 국가들 가운데 국공립대학 비중이 이렇게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혹시 이것 역시 일제 잔재인가. 아무튼 이런 상태에서 국공립대학들만 통합해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에는 사립대학들이 밀집한 반면 국공립대학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과기대 정도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혁명>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사립대학들을 대학연합체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립대학들은 공적 재원을 지원받는 만큼 이미 준공영 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은 연세대나 고려대 같이 대학 서열 구조의 수혜를 받는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일수록 현재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계속 이런 지원을 받는다면, 이들 대학 역시 대학연합체제에 합류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반대한다면, 이들 대학은 국고 지원 없이 완전히 자력으로 생존해야 할 것이다.
남는 문제는 대학 서열 구조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서울대다. <대한민국 교육혁명>은 서울대를 수도권 대학연합체제에 통합시키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되면 대학연합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다시 그 안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간 서열화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어쩌면 서울대의 학부 과정은 수도권 대학연합체제에 통합하되 대학원은 학과별로 지역 거점 국립대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런 조치는 권역별로 계열이 특성화된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손우정, "서울대 전국 대학화 전략?: 권역별 계열 특성화 공공네트워크 모델", <입시-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 강력한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방책들은 이미 갖춰져 있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현 집권 세력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21세기북스, 2017)에서 이렇게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전문 분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대학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예를 들면 공동입학, 공동학위제가 가능합니다. 이 과목은 저 대학에서, 저 과목은 이 대학에서, 단순히 학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공동학위를 주는 겁니다. 제가 지난 대선[2012년 대선-인용자] 때 국공립대학부터 먼저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하겠다고 공약을 했었습니다 ... 그러면 적어도 서울대학과 지방 국립대학 간의 서열화는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 이 제도가 정착되면 사립대학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약속: 행동하는 양심,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약속", <대한민국이 묻는다>)
이 약속대로 하면 된다. 이제 우리는 더는 주저하지 말고 이 약속의 즉각적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대학 평준화와 무상화를 결합하자
대학 평준화는 대학을 둘러싼 또 다른 중요한 개혁 과제들과 결합해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대학 교육 무상화가 그렇다. 대학 무상화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현실이고, 버니 샌더스 운동이나 영국 노동당 같은 영미권 좌파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는 대학 평준화와 연동해 단계적으로 대학 교육을 무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대한민국 교육혁명>이 이미 제시하는 대로 대학연합체제에서는 등록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반값 등록금'). 대학연합체제에 합류한 사립대학은 국고 지원을 받는 대신 학생들에게 받는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학연합체제에서는 등록금을 폐지해야 한다. 대학연합체제의 이러한 단계적 무상화는 학생들이 서열화된 잔존 사립대학 대신 대학연합체제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대한 유인 요소가 될 것이다.
사실 지금 한국 대학이 요구받는 개혁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인구 구조와 지식-기술 환경 변동에 따라 앞으로 대학은 성인을 위한 평생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또한 정보화 혁명(유행에 따라 과장을 좀 섞으면 "제4차 산업혁명")에 부응해 교육 체계와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구 자본주의, 지구 정치 질서, 지구 생태계의 3중 위기에 맞서 교육 내용도 새로 짜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과제도 관료화되고 기업화된 현 대학 체계를 뒤흔들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대학 평준화는 이런 화석화된 대학 체계를 크게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대학 '개혁'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 '혁명'의 출발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
조국 논란은 의도치 않게 한국 사회에 이 혁명의 시급함을 상기시켰다. 진보 세력이 오랫동안 주장하기는 했지만 가장 급한 과제들 목록에서는 항상 빼놓기 일쑤였던 대학 개혁을 이제는 맨 앞에 내세우자. 소리 높여 입시 철폐-대학 서열 구조 타파를, 대학 평준화-무상화를 외치자.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다른 글 보기
조선, '문 대통령 반민족 배신 행위' 노골적 비판
조선, '문 대통령 반민족 배신 행위' 노골적 비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8일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첨단 무기들을 구입 한 것은 민족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남한은 조선의 오늘 경고를 무심히 대해서는 안된다고 본아 기사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북남합의에 대한 용납 못할 배신행위 얼마전 미국을 행각한 남조선집권자가 미국산무기구매를 강박하는 상전의 요구를 받아무는 비굴한 추태를 부렸다. 미국은 회담전부터 남조선은 미국의 《최대무기구매국》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남조선과 미국은 무기구매문제에서 굉장히 잘 협력해왔다, 이번에도 많은 론의를 할것이라고 떠든데 이어 회담에서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할것과 미국산무기를 더 많이 구매할것을 강박해나섰다. 이에 대해 남조선당국은 지금까지 거액의 미국산무기를 구입한 사실을 력설하면서 앞으로 3년간 남조선돈으로 10조원(약 100억US$)규모의 미국산무기를 구입할것을 또다시 약속하였다. 상전의 요구라면 염통도 쓸개도 다 섬겨바치는 남조선당국의 친미굴종행위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미국산무기를 제일 많이 끌어들이고있는데다 이번에 또다시 미국의 무기강매요구를 받아들인것으로 해서 남조선은 외세의 병기창으로 더욱더 전락되게 되였다. 이를 통해 상전이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남조선당국의 가련한 처지는 물론이고 《동맹관계》라는 말을 귀맛좋게 외우면서도 남조선을 저들의 세계제패전략실현을 위한 병참기지로, 제일가는 무기판매시장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의 추악한 속심이 다시금 낱낱이 드러났다. 간과할수 없는것은 말끝마다 《대화》와 《평화》를 떠들고있는 남조선당국이 뒤돌아앉아서는 위험천만한 북침전쟁무기를 더 많이 끌어들이려고 공공연히 획책하고있는것이다. 상전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동족을 겨냥한 침략무기들을 대대적으로 구입하려 하고있는 남조선당국의 무분별한 처사는 북남합의에 대한 용납못할 배신행위이며 조선반도에 전쟁의 참화를 몰아오는 반민족적범죄행위이다. 지금 남조선당국이 미국산무기구매가 《전시작전통제권》반환에 대비하고 《한미동맹》과 《안보태세》를 강화하는데 필요하다느니, 《방위비분담금》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을 최소화할수 있다느니 하면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있지만 그 대결적정체와 검은 속심은 절대로 가리울수 없다. 현실은 남조선당국이 뿌리깊은 대미추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북남관계개선은 고사하고 우리 민족이 날로 가증되는 침략전쟁위험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남조선당국은 미국산무기구입책동으로 초래될것은 북남관계의 파탄과 조선반도정세악화이며 돌이킬수 없는 후회와 파멸뿐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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