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이 서울이번에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복권 소식을 듣고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두 사람이 떠올랐다. 먼저 고 손영미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님이다. 고인은 2020년 6월, 모든 언론이 '정의연이 피해자를 팔아먹었다'는 자극적 제목으로 도배된 다음 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가 떠난 방에는 모아놓은 영수증과 당시 수사받던 담당 검사의 연락처가 놓여 있었다.
또 한 사람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선생님이다. 고인은 '당신은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 윤미향에게 이용당했다'는 거짓 프레임을 강요당하다가 끝내 윤미향 전 의원과 다시 만나서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럼 이제 윤미향의 활동은 '사기횡령'의 낙인을 벗어나 역사적, 국제적 의미를 가진 반전평화와 여성인권 운동으로 재평가될 수 있을까?
족벌언론·정치검찰·우파 정치인·지식인·전문 고발꾼 카르텔의 마녀사냥
윤미향 전 의원이 겪은 일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었다. 먼저 엄청난 수의 가짜뉴스들이 있었다. '정의연이 하룻밤 술값으로 3300만 원을 썼다'고 했다. 기자들이 공익법인의 회계에 대한 국세청 공시 기준도 모르고 쓴 악의적 오보였다. '아미(BTS 팬클럽)가 기부한 패딩을 특정한 할머니에게만 전달하지 않았다'고 썼다. 당사자에게 확인도 안 한 부실한 오보였다.
처음에는 조선일보와 일부 언론은 '횡령액이 37억 원에 달한다'고 썼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장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게 확인되니까 그런 보도들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모든 게 이런 식이었다. 그래도 검찰은 윤미향이 수천만 원을 횡령했다고 계속 우겼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윤미향이 거꾸로 정의연에 강연료 등을 1억 이상 기부한 것이 밝혀졌다.
몇천만 원을 횡령하려고 1억 넘게 기부하며 활동한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검찰은 수십 년간 사용한 영수증을 모두 요구하며 하나라도 빠지면 횡령으로 몰았다. 더구나 윤미향과 정의연 활동가들이 30년 넘게 청춘과 인생을 바쳐서 헌신하는 동안 만원 하나 보탠 적 없는 자들이 바로 그런 식으로 모든 영수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기막힌 일이었다.
마녀사냥에는 언제나 마녀사냥꾼들의 카르텔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족벌(주류)언론-정치검찰-우파 정치인-지식인-전문 고발꾼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하고, 악소문을 유포하고, 마녀를 감별하는 떠들썩한 재판을 열고, 마녀를 십자가에 매달고, 돌팔매질을 선동하고, 장작불에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 때 가장 앞장섰던 마녀사냥꾼들로는 국민의힘 의원이던 곽상도가 있었다. 그는 막상 자기 아들이 대장동 업체에서 50억 퇴직금을 받은 것이 드러났지만, 별문제 없이 잘살고 있다. 또 '진보' 지식인이라던 진중권 교수나 김경율 회계사도 있었다. '돈미향', '앵벌이' 들의 자극적 표현으로 신나게 윤미향을 괴롭히던 이들도 지금 잘 살고 있다.
물론 더 큰 몫을 차지한 마녀사냥꾼들은 조선일보등 언론이었다. 조선일보와 SBS 등은 이번에도 윤미향 사면복권을 결사 반대하며 또 다른 마녀사냥의 나팔을 불었다. 그 못지않게 중심에 있었던 것은 윤석열과 정치검찰이었다. 이들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 개시와 종결권, 캐비넷의 정보들을 틀어쥐고 기득권 카르텔과 마녀사냥의 중심을 차지했다.
여기에 검찰의 기소장을 그대로 판결문으로 옮겨주는 '영장과 판결 자판기' 노릇의 사법부까지 힘을 모아서 마녀사냥의 덫을 놓으면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이번에 윤미향과 조국 등 마녀사냥 희생자들의 사면복권은 끝이 아니다. 재심 등을 통해서 그들의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는 과정에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족벌 언론의 힘을 빼고 가짜뉴스를 차단하며 공정 보도의 기틀을 다지는 언론 개혁, 정치검찰의 범죄를 단죄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언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검찰 개혁, 일제와 독재 시절의 낡은 흔적들을 쓸어내며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정의로운 판결을 가능하게 하는 사법 개혁의 과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말을 하기 싫어 입장을 유지한다
마녀사냥에 대한 나의 관심이 커진 것은 2012~2014년의 통합진보당 종북몰이 때였다. 당시 통합진보당을 방어하던 나까지 좌파 단체의 동료들에게 '이석기의 변호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경험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2019년 조국몰이 때도 쉽게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을 보며 더는 주춤거리기가 어려웠다.
당시 나는 윤미향 전 의원과 아무런 인연도 없었지만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진보진영과 사회운동 속에서도 그런 나를 보면서 불편해하는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틴 루터 킹은 "우리는 적들의 말보다 친구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마녀사냥 피해자들에게는 '친구로 알았던 이들의 말'이 더 아픈 상처로 남았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2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2016.4.20 ⓒ김철수 기자
이번에도 꽤 많은 '진보' 언론, 지식인, 단체들은 족벌언론이나 국민의힘과 함께 조국, 윤미향 사면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더 많은 경우는 침묵하거나 외면했다. 지금도 여전히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결코 '4~5년 전에 내가 잘못 봤다', '윤석열 검찰과 언론에 속았다', '고통을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그 말을 절대로 하기 싫어서 '그/그녀는 여전히 파렴치한 위선자, 사기꾼, 잡범, 즉 마녀이다'라고 우긴다. 서글픈 일이다. 이처럼 마녀사냥은 어느 사회에서든 쉽게 사라질 수 없다. 반동적인 권력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왜곡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위기를 탈출하며,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마녀사냥은 더 이상 마녀를 고발하고 손절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중단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 응원하기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8.23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