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일 금요일

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


조홍섭 2016. 06. 03
조회수 1440 추천수 0
`가정 독물'인 살생물질 관리에 특별한 대책 필요…디디티 교훈 잊지 말아야
과학적 불확실성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예상되면 조기경보 들어야 

1.jpg»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불매운동으로 수거한 옥시레킷벤키(옥시) 제품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생물을 죽이는 독성물질이 가정에서 점점 많이 쓰이지만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아침에 쓴 샴프나 손에 든 휴대전화, 금세 썩지 않는 나무의자에는 모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사실, 화학물질 없는 현대문명은 생각하기 힘들다. 문제는 그 가운데는 생물을 죽이는 성분이 들어있고 날로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약을 뿌리고 곰팡이를 없애며 손을 소독하는 데 쓰는 화학물질이 그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이런 물질을 ‘살생물질’(바이오사이드)이라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살생물질이 사람까지 죽일 수 있음을 비극적으로 보여줬다. 같은 뿌리에서 진화한 생명체의 작동 원리는 기본적으로 비슷하기 마련이다. 어떤 생물을 죽이는 물질은 다른 생물에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살생물질’이란 어려운 표현보다는 ‘가정 독물’이 더 적합한 표현 같아 보인다. 실제로, 덴마크 환경부는 살생물질이 사람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알고 조심스럽게 쓰자는 “독이 든 일상용품을 쓰기 전에 생각해 봅시다!”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Poison_miljø_03 (2).jpg» 덴마크 환경부가 벌이는 살생물제 신중하게 쓰기 캠페인 포스터. "독물이 들어가는 생활용품을 쓰기 전에 생각해 보자"라고 적혀 있다. 사진=덴마크 환경부

살생물질 가운데 가장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물질을 꼽는다면 디디티이다. 석면, 프레온, 휘발유 납 첨가제 등 세계적 참사를 부른 다른 화학물질처럼 디디티도 세상을 구할 물질처럼 보였다. 값이 싸고 살충효과가 뛰어난데다 사람과 포유류에는 독성이 없어 보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이가 옮기는 발진티푸스를 막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숨은 공신이었고, 이후 말라리아와 뎅기열 퇴치의 주역으로 수천만명의 목숨을 구했다.
 
CDC_DDT_WWII_soldier.jpg» 옷 속에 디디티 분말을 살포하는 모습. 이차대전 때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이를 퇴치하기 위해 많은 양의 디디티를 뿌렸다. 사진=미국 CDC

그러나 쉽게 분해되지 않고 끈질기게 살충효과를 유지하는 디디티의 장점은 환경속에 잔류해 생물농축을 일으키는 치명적 약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1962년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철 카슨이 이 위험을 대중에게 처음 경고했지만 부작용은 훨씬 전부터 알려졌다. 디디티를 살충제로 개발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뮐러조차 수상 연설에서 디디티가 파리에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다. 
 
cdc_1280px-DDTDichlordiphényltrichloréthane7.JPG» 미국에서 시판되던 디디티 분말 제품. 10% 디디티를 함유한 프랑스 시바 가이기 제품인 50그램 용량의 이 제품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벼룩, 이, 개미, 빈대, 바퀴, 파리 등 기생충을 파괴합니다." "가루를 가능하면 오래 뿌려 두십시오" "해충이 바로 죽지는 않지만 결국 죽습니다." "사람과 온혈동물에는 해가 없습니다." "틀림 없고 지속적인 효과에 냄새가 없습니다."

디디티 사례는 새로운 살생물질이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며 등장할 때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남들보다 앞서 문제를 경고하는 목소리를 묵살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1961년 디디티 사용을 금지했지만 토양과 먹이사슬을 통한 오염 때문에 아직도 미량이지만 상수원수와 생선, 모유 등에서 검출되고 있다.
 
eea.jpg» 유럽환경기구(EEA)가 2001년에 이어 2013년 내놓은 ‘조기 경보와 뒤늦은 교훈’이란 보고서.


유럽환경기구(EEA)는 2001년에 이어 2013년 ‘조기 경보와 뒤늦은 교훈’이란 보고서를 내어, 주요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와 환경문제가 일찍부터 나온 경고를 어떻게 무시했는지 사례를 들어 분석했다. 놀랍게도 주요한 환경사고는 피해가 발생하기 수십년에서 100년 전에 조기 경보가 울렸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제기로부터 애써 눈을 돌려 결국 대규모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불렀다. 보고서의 결론은 ‘사전예방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결정을 미루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될 때는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
 
05583508_R_0.jpg» 5월23일 서울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나연양의 기족회견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가습기 살균제 사고 때에도 수많은 경보가 울렸지만 정부와 기업, 전문가, 언론인 할 것 없이 무책임하게, 또는 소극적으로 이를 묵살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드러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을 제정할 때도 정부와 기업은 화학산업이 다 망한다고 아우성쳤고 박근혜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며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이제 살생물질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가정 독물로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어떤 회사가 제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유해성이 있는 물질이 들어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사업장 화학물질과 달리 살생물제는 소비자가 소량으로 늘 노출되는 물질이다. 대량으로 사용하는 업체만 관리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여러 살생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누적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 시행되는 제도이니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없다. 뼈아픈 교훈을 얻고도 고치지 못한다면 희망은 없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정부 지방재정 개악.. 지방자치 본령 훼손 반헌법적 폭거”


이재명 시장 1인 시위 이어 단식농성.. 정청래 “이 시장 이유 있는 저항 지지”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박근혜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과 관련, ‘특정 지자체의 과도한 특례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행을 시도하자 경기 6개 시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이재명 “朴정부 ‘재정약탈 장물분배’…남경필 침묵, 2천억 때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3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강행 시도에 대해 “지방자치의 본령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규정했다.
박 수석은 “현행 조정교부금 제도는 정부와 지자체간 대타협을 거쳐 2013년 변경돼 작년에야 시행된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일방통행식으로 지자체를 겁박하며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또 “지방자치가 21살 성년이 지났지만 자치단체의 지방재정 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지난해 45.1%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간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땜질 처방하겠다는 행자부의 발상은 하지하책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행자부는 지자체간 갈등만 부추기면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는 시행령 입법 예고를 당장 그만두고 해당 지자체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정청래 전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민주화의 또 하나의 상징인 지방자치를 군부독재시절 지방통치로 회귀시키려는 것에 맞선 이 시장의 이유 있는 저항을 지지한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다. 협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방재정 개악 반대’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5천억 더 뺏을 생각하지 말고 4조 7천억 환원 약속부터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정부와의 전면투쟁을 예고했다. 이재명 시장은 1인 시위에 이어 오는 7일에는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부터 수원·용인·화성·과천·성남·고양 등 경기도 6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해왔으며 이달 중순까지 번갈아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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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북미평화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북미평화체제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6/06/04 [06:0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가 끝났습니다. 당대회를 기점으로, 북한은 이제 적극적으로 대화제의에 나서고 있습니다. 6월 1일, 리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수용 부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하였다고 합니다. 


한 번 살펴봅시다. 올해 1월에 제4차 핵시험이 있었고 2월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했습니다. 3월에는 소행핵탄두와 탄두대기권 재진입기술, 고체연료 로켓기술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공개하였습니다. 4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였습니다. 5월에는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를 개최하였고 6월에는 중국방문으로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산시켰습니다.

평균적으로 1달에 1건 꼴로 북한발 중대뉴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1월부터 4월까지는 주로 군사분야의 소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5월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대화 관련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북한의 행보가 한반도, 그리고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동북아 체제 전환을 노린 두드림

북한의 행보는 분명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이제 1달에 1건 꼴로 북한발 주요뉴스가 타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시험이나 인공위성 발사는 한미연합군의 대북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이었습니다. 한미의 압박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북한의 정치군사적 행동은 최소한으로 억제되었습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북한은 전력을 최대한 숨기는 ‘베일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한미연합군이 대북전쟁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행보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1월에 핵시험을 하고 2월에 인공위성, 3월에 ICBM을 공개하고 4월에 SLBM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이제 ‘베일전략’을 벗었습니다. 심지어 앞으로 북한이 자신의 핵탄두 개수를 발표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개별 사건들을 분리해서 독자적으로 분석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연이은 순차적 조치들을 하나로 묶어서 그 배경과 전망을 논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시험과 장거리 타격수단을 연이어 공개하는 행위는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동북아 안보체제를 전환하려는 공세입니다. 보수진영은 지금껏 북한이 군사적 행보에 나설 때마다 “내부 체제결속용”이라고 하였지만 2016년에 들어서는 그런 묘사도 불가능해졌습니다. 한미연합군 앞에서 다달이 군사적 행보를 펼치는 것은 “내부용”이 아니라 명백하게 “외부용”입니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 파산을 선언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첫째, 지난 과거의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총파산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너무나 명백하게,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파산하였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북-미 군사대결에서 북한의 확고한 자신감은 지난 2013년 3월 31일에 선언하였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때에 벌써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사실상의 핵증산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응은 어땠나요? 백악관은 4월6일에 대북전략실행지침인 “더플레이북”을 중단시켰습니다. 이어 4월 8일에는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 발사시험을 연기하였습니다.

북한이 핵증산에 나서는데 미국은 대북군사행동을 뒤로 물린 것입니다. 이 때로부터 오바마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는 전면화되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그 자체가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 대북정책이 없는 미국의 현 상황을 묘사한 말이 불과합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핵증산을 하는 데에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우두커니 지켜보기만 한 것입니다. 이제 북한은 마음먹은대로 핵시험에 나서고 장거리 타격수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총파산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스스로 동북아 중심국임을 주장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둘째, 북한은 현재 동북아의 주변국이 아니라 중심국에 진입하였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의 압박공세에 대응하는 전술로 핵시험을 하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8일의 제4차 핵시험은 북한이 주도적으로 결행하였습니다. 3월의 ICBM 기술 공개와 4월의 SLBM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의 7차 당대회도 북한의 주도적 행사입니다.

2016년의 북한의 연이은 조치들은 한미당국의 공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틀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이슈를 형성하였다는 점이 예전과 다릅니다.

더욱이, 북한은 일련의 정치군사적 초지를 취하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1월 8일에 제4차 핵시험을 단행하였지만 북한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조치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정도입니다. 수소폭탄을 시험했다는데 그 대응이 확성기에 불과하였다니, 북한은 거침없이 2단계로 나아가자고 결심하였을 것입니다. 

2월 7일에 광명성 4호를 발사하였지만 그 대응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북한보다 오히려 남측의 개성공단 관련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월 2일에 어렵사리 타결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3개월도 채 못가서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6월 1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접견하였습니다. 앞으로 중국발 고강도 대북제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여서 남북한을 어떻게 관리한다는 논의는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2016년 상반기에 걸친 북한의 일련의 조치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36년만에 당대회를 개최하고 대규모 대표단이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제 북한 스스로 동북아 중심국임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또한 북한이 무려 36년만에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하게 된 주요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동북아 정세 주도를 선언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셋째, 앞으로 동북아의 정세를 북한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조선노동당 7차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우리는 세계자주화위업실현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하며 세계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이 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북한이 세계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주변관계가 어떻게 바뀌든 자주, 선군, 사회주의의 불변침로를 따라 곧바로 나아갈 것이며 자주와 정의의 수호자로서 세계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세계자주화를 위한 선구자적 역할은 미국의 세계패권이 집중되는 동북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체제에서 미국의 세계패권은 동북아 패권에서 출발하며 미국의 동북아 패권은 주한미군을 서울땅에 주둔시키게 된 제도적 근거인 정전협정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앞으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과도 연결됩니다. 북미관계에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관계에서는 6.15/10.4 선언 이행을 통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이상,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와 떼어서 바라볼 수 없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도 조국통일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결국 북한의 향후 동북아 행보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밝힌 “세계 자주화를 위하여”와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격변하는 동북아

북한은 이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씨름을 시작한 듯합니다. 지난 기간을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 한다면, 2016년은 북한에게 ‘본격적으로 미국과 대결하는 시기’로 보입니다.

평화협정과 관련된 북-미간 물밑 접촉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2일,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7차 당대회 이후 북미대화를 제의해오면 오바마행정부는 그에 응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5월 4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이 방한해 한민구 국방부장관, 국정원,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북미평화협정을 논의한다면 한국정부가 어디까지 양해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한낱 정치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미 공화당의 트럼프 대선주자는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5월 31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원하는 결과는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정신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주목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는 외로울 정도로 대북제재의 효과와 필요성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단호히 거부하였습니다. 오바마행정부가 물밑에서 북한과 접촉을 하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과연 언제까지 대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2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함정간 충돌이 있었습니다. 남측은 북한함정이 NLL을 넘었다고 주장하며 북한은 우리 함선이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주장합니다. 남북군사회담을 계속 외면하다가는 서해에서 원치 않는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남북군사회담을 필두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요구할 것이고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통해 6.15 정신에 의거한 통일을 이루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야흐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조국통일이 구체적 형태로 타진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끝>

단칸방 살던 일곱 식구, 그 사람들이 나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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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윤경 당선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신혜연

서민금융전문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돼 지난 30일 제 20대 국회 임기를 시작한 제윤경(44) 의원을 오래 따라다닌 직함이다. '금융' 하면 재테크부터 떠올리는 한국 사회에서 그는 서민금융이란 생소한 분야를 10년 이상 파고들었다. 

지난 2007년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설립해 저소득층 재무상담을 맡았고, 2012년 채무자단체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을 만들어 채무자 인권보호 활동을 벌였다. 2014년에는 시민들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장기 악성채권을 없애고 빚을 탕감해주는 '한국판 롤링주빌리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부채탕감운동을 위해 출범한 주빌리은행(공동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해왔다. 이 은행의 도움으로 '부채의 덫'을 벗어나 새 삶을 찾은 사람이 5천 명 가까이 된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에서 만난 제윤경 당선자는 한창 공부 중이었다. 인터뷰 약속을 기다리는 짧은 틈에도 탁상 위에 수북이 쌓인 서류를 훑고 있었다. 서민금융에 관련된 기존 법안과 채권추심(빚 독촉)에 대한 해외 사례를 검토한다고 했다. 20대 국회 개원 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가혹한 빚 독촉에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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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으로부터 100만원을 빌린 A씨. 은행은 연체된 A씨의 채권을 대부업체에 값싸게 넘기는데, 몇 손을 돌고 돌아 50원에 이 채권을 인수한 추심업자는 장기 연체이자를 포함한 1000만원을 A씨에게 받아내려 한다. ⓒ 에듀머니 홈페이지
ⓒ 에듀머니 홈페이지

모든 빚에는 소멸시효가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민사채권은 10년, 금융채권은 5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진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고 채권 추심회사의 독촉에 못 이겨 일부를 갚는 순간 죽었던 빚이 되살아난다. 

대부분 오랜 기간 쌓인 연체이자 때문에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여서 가난한 채무자들이 한계상황에 몰리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은 더 이상 상환을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부실채권 거래시장에서도 더 이상 매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제 의원을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장기채권에 대한 추심제한을 요구해 왔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비자신용보호법' 등을 통해 채무자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대 국회 말에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토대로 발의했지만 통과 시키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4·13총선에서 '죽은채권부활금지법'과 '금융회사채무조정절차의무화법', '이자제한법' 등을 서민금융 정책으로 내걸었다. 

제 의원은 "문제가 있는 법도 아니고 개정이 까다롭지도 않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빚 때문에 죽지 마세요"는 제 의원이 작년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대중모금 연계기사 코너 '다음 펀딩'에 연재한 시리즈 기사의 제목이다. 아홉 편의 글에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초등학생 등 빚 독촉에 시달리는 빈곤층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기사를 읽고 공감한 시민 548명이 7백여 만 원을 후원했다. 설날 벌어진 경남 거제의 일가족 동반 자살사건, 전남 여수에서 일가족이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뛰어든 사건,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세 살 된 딸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등 믿기 어려운 비극들이 빚 때문에 이어지고 있었다. 

제 의원은 "죽은 채권이 끊임없이 살아나서 추심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채권추심이 가능하다 보니 은행들은 상환 가능성이 낮은 장기 채권을 추심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챙기고, 추심업체는 채무자들을 괴롭혀 빚을 받아내는 먹이사슬이 형성된다. 

특히 방문 추심을 허용하는 현행법이 가난한 채무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 2009년 이전에는 관련 법률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방문독촉을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찾아가 빚 독촉을 할 수 있게 됐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빚 독촉을 당하거나, 직장 동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가 속출했다. 

"소득조사와 자산조사를 통해 압류 행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런 추심 방법이 사용되는 것은 압류할 소득과 재산이 없는 사람을 괴롭혀서라도 빚을 받아내라는 뜻과 다름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빚을 지고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국가적 선언'이라고 봐야죠." 

1억4천만 원으로 1500억 원 빚 소각한 주빌리은행

제 의원이 참여한 주빌리은행은 채권시장에 떠도는 장기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소각하는 활동을 벌이면서 채권거래 및 추심시장의 추악한 실태를 고발했다. 주빌리은행은 5월 현재까지 1억4천만 원을 들여 1480여억 원의 채권을 소각했다. 

들인 돈의 980배가 넘는 채무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은 부실채권이 그만큼 헐값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빌리은행 덕분에 가난한 채무자 4651명이 빚으로부터 해방됐다. '자기가 진 빚을 없애 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도 주빌리은행의 활동을 통해 많이 바뀌었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빈곤층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탐욕적 부실채권 시장과 가혹한 추심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상투적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이 누그러진 것이다. 

"주빌리은행은 '부실채권 시장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폭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빚을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통념에 국민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현행 채권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적공감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성과가 큽니다."

재무상담가,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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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9번을 배정받은 제윤경 당선자가 당의 다른 지역구 후보를 위해 선거 유세를 하던 모습.
ⓒ 제윤경 페이스북

덕성여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던 제 의원은 2000년대 초반 한 재무관리회사에서 재무상담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얻은 일자리였는데 서민금융에 대해 생각해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아파트청약 열풍이 부는 와중에 돈 관리를 잘못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재무상담을 해 주던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에, 2004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서민대상 재무관리를 시작했다.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2006년 에스비에스(SBS) TV의 <잘살아보세>란 프로그램에 저소득 가정의 재무설계를 돕는 역할로 출연했다. 여기서 두 번째로 만난 가족의 사연이 그의 마음에 무겁게 남았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도매업을 하다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친척집 단칸방에서 일곱 식구가 생활하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에 상담 내내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아버지를 보면서 채무자를 구제하는 것이 한 가정을 살리고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사회 활동을 본격화했다. 2007년 '서민들의 재무관리사'를 자처하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를 창업했다. 저소득층 상담과 과다채무자, 장기연체자를 위한 재무설계가 전문분야였다. 에듀머니에서의 재무상담은 서민 가구의 빚이 얼마나 광범위한 문제인지, 빚이 자활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더욱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파산 인정의 문턱이 높아져 채무 상담이 더 어려워졌다. 채무자를 돕고 싶어도 관련법이 없으니 속수무책이었다. 국회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1년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캠프 부대변인으로 참여했고, 박 시장 당선 후 서울시 차원에서 장기채무자들을 지원할 센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2012년 문을 연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다. 센터 운영이 처음부터 수월하진 않았다. '금융'이란 이름만 보고 저소득층에게 투자 상품을 안내해주는 곳이란 오해도 받았다. 서울시 측에서도 금융전문가를 중심으로 센터를 꾸리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제 의원은 "금융 과잉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 또다시 금융전문가에게 상담을 맡기면 안 된다. 복지 관련자가 맡는 게 맞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그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센터는 채무자들의 개인파산, 면책 등을 돕고 가정재무상담을 통해 건전한 가계운영을 지원한다. 센터 홈페이지에는 "무조건 돈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한 투자를 하기에 앞서 적은 돈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여 돈을 합리적이고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라고 상담 목적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센터가 서울뿐 아니라 성남시, 전남, 광주 광산구, 은평구 등에도 속속 생겼다. 그러나 제 의원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했다. 문제는 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국회의 민감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정도의 고통을 주는 지 공감하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현장 경험이 없다보니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면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늘 국회와 얘기하는 데 있어서 답답함이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신용카드 빚이 만든 우울한 월급날 

제 의원은 정부의 금융정책이 문제투성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빚을 권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카드 장려책이다. 2014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 비율은 50%대로, 프랑스의 3%와 미국 30%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현금카드가 있는데도 후불, 즉 외상 수단인 신용카드를 많이 써서 빚을 지게 하는 것은 신용카드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 탓이라는 게 제 의원의 주장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비율을 소득공제해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그 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제'를 다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제도의 폐지, 즉 일몰시기가 지금까지 6차례나 연장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카드 사용 문화가 정착됐고, 소득공제가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방식인 만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의원은 체크카드로 결제의 편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신용카드에 대한 인센티브를 남겨두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제 연장에 반대합니다. 지금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만든 주범 중 하나가 신용카드입니다. 신용카드는 빚을 마치 일상처럼 만들고, 빚을 늘리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외상이라는 점이 공짜심리를 자극합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빚 앞에 서는 이성적이기 힘들죠. 신용카드는 전 국민의 월급날을 우울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국회의원들은 다수 국민들의 신용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모른 채 이런 법을 만든다. 제 의원은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용카드 공제를 없애고 체크카드 결제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그가 제시하는 대안이다. 미리 적립한 한도 내에서 쓰는 체크카드는 후불인 신용카드와 달리 보다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정부는 '서민금융상품'이라면서 저신용자 저금리 대출을 선행처럼 홍보합니다. '바꿔드림론'을 보면 생활비가 부족한 저신용자에게 8%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건데, 생활비가 부족한 분들이 8% 금리인들 갚을 수 있을까요? 결국은 또 고금리 대출을 빌려 쓰게 됩니다.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정책은 결국 서민들 빚만 늘리는 정책입니다."

제 의원은 특히 저신용자에게 대출 상품을 권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은행의 문턱을 낮추자'는 주장이야말로 서민들에게 가장 위험한 대안이다.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순간 제2금융권까지 직행한다는 것. 

제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기연체 저소득층은 빚을 탕감해주고,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한 사회초년생 청년들은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은행 문턱을 낮춰 돈을 빌려주는 건 정책이 아닙니다. 돈을 안 빌려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정책이죠." 

'빚 없는 삶'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제 의원이 바라는 건 '빚질 일 없는 사회'다. 그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2011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양화대교 수리 공사에 나섰다. 이 때 양화대교를 지탱하는 기둥 하나를 손보는 데 드는 비용은 180억여 원으로, 서울시립대의 1년 치 반값등록금 예산과 같았다. 제 의원은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 쓰는 돈이 더 급했을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원인 중 하나인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이다. 

"재정을 어디에 우선 편성하느냐의 문제에서 교육받을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우선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11위 정도 되는데, 한국 중산층은 빚 없이 주거와 교육이 해결 안 됩니다. 

이건 당연한 게 아니라 황당한 거예요. 20~30평짜리 아파트면 한 가족이 살기도 빠듯한데, 몇 십 년 걸려야 갚을까 말까한 빚을 져야만 살 수 있으니까요. 국가 운영이 상당히 잘못됐다는 뜻입니다. 빚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 정부 정책이 잘못된 겁니다." 

제 당선자는 '빚더미 사회'를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도 강조했다. 빚 권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기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등록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피하다며 빚을 내기 전에, 교육권과 주거권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시장 한 명이 바뀌니 금방 실현됐는데, 다른 곳은 왜 못하겠어요. 현행 부동산법은 주택소유자에게 너무나 손쉬운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있잖아요.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기본권인데 주택소유자의 재산권만 과도하게 보장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쫓겨나는 게 서럽다고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대로 할 게 아니라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 당선자가 2012년에 낸 책 <약탈적 금융사회>에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어 빚의 노예로 만드는 금융사들의 행태와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 중반쯤 서민을 빚의 굴레로 몰아가는 사회 제도를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격정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빚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절박하지만 단순한 생각에서 정치참여를 결심했다"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범상치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국정원이 법원 명령 거부하나?”

민변.교회협, 북 12명 여성 종업원들 접견·면담 신청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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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3  18: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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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통일위 변호사들과 교회협 화통위 목사 등 종교인들이 3일 오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의 접견과 면담을 위해 경기도 시흥 구 정부합동신문센터를 찾았으나 국정원은 또 다시 접견과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위원장 채희준, 이하 민변 통일위) 소속 변호사들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 목사 등 종교인들이 3일 오전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의 접견신청을 했으나 관련 시설 운영주체인 국가정보원에 의해 또 다시 거부당했다.
민변 통일위 소속 변호사 4명과 교회협 화통위원회 목사 18명 등 종교인들은 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정부합동신문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접견 신청은 최근 민변 통일위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한 인신보호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오는 13일까지 두 가지 내용을 보정하라고 내린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협조를 기대했다.
또 국정원이 한사코 변호인의 접견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두 달이 넘도록 외부와의 소통 없이 의혹은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종교인들과의 면담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민변 통일위와 교회협 화통위는 이날 앞서 법원에 제출된 인신보호구제신청서와 북측 가족들이 보내 온 위임장, 가족들의 사진, 종업원 본인 명의의 포괄적 위임장 양식, 그리고 도서와 편지지, 노트 등 물품 반입과 함께 변호인 접견 및 종교인 면담 신청 등을 했다.
  
▲ 장경욱 변호사(가운데)와 교회협 인권센터 소장인 정진우 목사(왼쪽), 노정선 교회협 화통위원장 등이 접견신청을 위해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경욱 변호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에 걸쳐 민변 통일위 변호사들이 신청한 접견을 모두 거부했으며, 특히 3회 이후부터는 아예 무시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접견은 그렇다 치고 물품을 반입시키지 않았다면 돌려보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행정 난맥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들 여종업원들이 형사피의자 또는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며, 구금이 아닌 보호 상태에 있고 변호사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변호사 접견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국정원은 이들이 민원형식으로 제출한 접견신청서에 대해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접수증을 발급하고 사실상 이날 접견과 면담, 물품반입 신청을 거부했다.
채희준 위원장은 이날 접견 신청은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처음 접견 신청한 이래 24, 27, 31일 등 4차례에 걸쳐 접견을 신청한 것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두 가지 소명 사항을 명시하고 기한을 13일까지 정한 법원의 보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시급한 피신청인 접견 신청을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막는 것은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민변 통일위가 법원에 제출한 인신보호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담당 재판부는 △위임장을 작성한 가족들과 피수용자들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서류 등으로 가족관계를 소명할 것(5.31)과 △민변 통일위 변호사들에 대한 위임의사를 소명할 것(6.1) 등을 보정하라는 명령을 하고 그 시한을 6월 13일까지 제시했다.
채 위원장은 시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날 접견이 이루어지면 “위임장을 작성하는 부모들의 사진을 가져와서 본인과의 관계를 확인한 후 법원에 소명자료로 제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이 소명을 요구한 북측 가족과의 관계 증명을 확보하고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위임의사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북측과의 접촉을 위해 민변 통일위는 지난달 24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청을 해 놓고 있다. 이 역시 이날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 접견 불허 통보를 받은 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인권보호는 종교인의 의무라며 예배를 끝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교회협 화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이 보호되도록 지원하는 것은 종교인의 의무”라며, “자유의사에 의한 것인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인권유린 사실은 없는지 근본적인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접견신청을 마치고 난 후 교회협 화통위 관계자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도 협조를 진행하고 있으며, 천주교 국제 인권단체와 스위스 제네바 소재 관련 단체들과도 협력해 이곳 센터를 다시 한번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