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0일 금요일

“수술하면서 환부 놔두고 멀쩡한 팔다리 자를 건가”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 참석자들 대다수 ‘절대 반대’ 의견 확인

LH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환자가 병이 났다. 수술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수술하지? 라는 고민이 들 때, 어느 의사나 병을 고치는 방향으로 수술하지 않겠나. 그런데, 병을 고치는 것과 무관하게 팔 자르고 다리 자르는 경우가 있나. 그럼 돌팔이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이 한 말이다. 20일 개최된 공청회 참석 전문가 대부분은 정부가 추진중인 조직 개편안에 문제가 있다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정부는 LH 분할 방안을 추진중이다. 주요 사업을 쪼개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는 한편, LH의 무게 중심을 개발자에서 주거복지 컨트롤타워로 옮기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토지·주택 개발사업을 한 회사로 묶어 자회사로 두고, 주거복지 회사를 지주사 형태의 모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먼저 회사를 분할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회사가 모회사로 공공임대주택을 판매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용 아파트 어디에 얼마나 건설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인데, 자회사와 모회사로 구분됐을 경우 가격 협상과 구매 규모를 결정하는데 최소한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절차가 길어지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두 회사에서 발생하는 운영 비용 역시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심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발생한 비용과 비효율은 모두 LH 임대료 부담으로 가고 국민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창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민간 건설사에선 설계·시공·운영관리까지 하나로 해야 효율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현재 만들어진 시스템을 분리해 토지·주택개발과 주택관리를 떨어뜨리면서 효율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LH를 분할하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 주거복지부문이 개발부문을 감시하며 견제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시경 단국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국토부 구상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와 공사가 수평적인 구조에서 서로를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업에 대한 승인과 감독, 임원 임명, 예산 배분 이 모든 것이 통합되어야 지배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방안은 이 구조를 담보하지 못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참가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정부 조직개편안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주택개발 자회사가 수익을 내면 그 수익을 주거복지 전담 지주사가 배당 형태로 가져와 그 돈을 쓰겠다는 구상이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2030년 이후 이 구조가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LH가 수익을 낼 수 있는 3기 신도시 사업은 2030년까지다. 2030년 이후엔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사실상 종료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발할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윤 회계사는 “3기 신도시 사업이 끝나면 LH 수익이 줄어들고, 반대로 주거복지 사업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 안대로 변경할 경우 적자 전환 가능성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안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순순히 모회사로 이전시킬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교언 교수는 “어떤 자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있는 그대로 모회사로 이전시키겠나, 비용 등으로 처리해 어떻게든 수익을 감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언대로 LH가 주거복지 사업 역할이 강화되려면 개발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주거복지 사업 손실을 보전하는 교차보조 관행을 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이강훈 변호사는 “LH를 투기로 몰아넣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 국토에서 사업을 벌인다. 이 중 수익을 내는 사업은 수도권뿐이다. 수도권 사업에서 수익을 내야 지역 개발에 쓸 돈을 마련할 수 있다. 주거복지 역시 마찬가지 개념이다. 수도권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주거복지에 들어가는 교차보조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것이 바로 LH의 투기 지향성의 근본원인”이라며 “개발 이익 나눠 먹기가 존재하는 이상 수익성 추구 유인이 줄어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조직 개편 방안 추진은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택 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집중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이후 연간 불로소득인 양도차익이 발생 거래는 100~130만건, 이로 인해 발생한 불로소득은 1,375조에 달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LH라는 중요한 공기업의 사업 모델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임대주택지원에 쓰인 주택도시기금 내역을 설명하며 “주거복지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임대주택 건설 지원에 쓰일 기금은 출자가 6조3천억원, 융자가 1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자금은 3조5천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임대사업에 재정지원이 부족한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전문가 의견에 공감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고견 잘 들었다. LH가 주거복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추락하는 미국. 위기의 한반도

 

  • 기자명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  승인 2021.08.20 12:34
  •  

  •  댓글 0
  •  

    이렇게 볼 때 북이 한미에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한 경고는 비단 한미연합훈련 기간만이 아니라 올 하반기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동북아는 세계 판도를 가르는 최대 격전장이 되었다.

    1. 미군철수 요구의 전면화

    현재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상황은 이전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북이 미군철수 요구를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가 엄청난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최고 수위의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러가 북의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지지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북이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에 대한 대응의 폭과 강도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중요한 변화가 감지됨에도 한미 언론의 분석은 타성적이고 구태의연하다. 한겨레신문은 ‘소규모 방어훈련을 침략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8.10)고 했고, 미국 관영 미국의 소리(VOA)는 북의 저강도 도발 가능성’(8.12), 북 비핵화와 조건부 양보(8.13), 매우 위협적이지만 아무 의미 없다(8.14)는 둥 안일하고, 무지한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북의 담화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고 미군철수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당면의 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이 주장은 이어 중러 주재 북 대사를 통해 재확인되었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 대사는 타스통신에 (8.11) ‘한반도의 평화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만 가능하다’고 했고, 리룡남 중국 주재 북 대사도 환구시보 인터뷰(8.14)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은 먼저 한국에 배치된 침략 병력과 전쟁 장비를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미군철수가 북의 당면 과제로 제기되었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 시기 북미간에 합의했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정의 변화를 의미한다. 당시 북미는 핵시험,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전제로 한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한 바 있다. 신뢰구축이란 평화협정으로 대표되는 북미간 군사적 대결의 종식이다. 평화협정에는 당연히 미군철수가 핵심이다. 당시 북은 내외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명시적으로 미군철수를 제기하기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란 대북적대 철회부터 시작하여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순차적 과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명목상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준수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연합훈련을 강행하고, 나아가 유럽, 일본등과 동맹군을 편성하는 등 적대정책을 강화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싱가포르공동성명 준수 발표가 위선적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최소한의 적대정책 철회 의사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에게 조건없는 대화, 비핵화 대 제재완화 등 마치 대화 재개를 위해 애쓰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기만적이다. 북이 이미 여러 차례 대북적대정책 철회 없이 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현 시점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해졌다. 싱가포르공동성명에 의거한 순차적 평화체제 구축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불가능하다. 이에 북은 평화체제의 핵심 사안인 미군철수를 전면에 내걸고, 이를 “절대적 억제력”(핵억지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 등 힘에 의해 달성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강력한 국방력으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지난 8차 당대회의 결의를 이제 전면화한 것이다.

    북의 지난 1월 8차당대회는 (핵무력완성국으로서) 변화된 전략적 지위에 맞는 대외정책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전 당대회와 다른 전환적 의미를 갖는다. 당대회에서 북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이 땅에서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영원히 해소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라는 말 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나라의 군사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모든 대외정책의 초점을 미국을 ‘제압, 굴복’시키는데 두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또한 개정된 규약 서문에는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할 것을 당면 목표로 제시하였다. 나아가 당원에 대해서도 “주체의 전쟁관점”을 익히고, 전쟁 대처를 위한 “군사지식”과 “기술적 준비”를 갖출 것을 기본 임무로 하는 등 유사시 비상조치와 관련한 여러 조항을 신설, 개정하였다.

    이번의 잇단 담화와 보도는 이 결의가 실행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2.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과 추락하는 미국

    북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지지와 연대를 표하면서 핵무력 완성 3국의 단결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정부가 북중러 3국에 대한 포위 압박을 강화하자 3국은 더욱 단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지난 2018년부터 ‘전략적 의사소통, 전술적 협동’을 합의한 3국은 세계 다극화를 향한 국제적인 반제연합전선 강화에 한목소리로 대응하였다. 시리아 문제를 비롯 이란, 베네수엘라, 홍콩, 미얀마, 쿠바시위사태 대응 등 미국과 대립하는 여러 사안에 공동보조를 취했고, 지난 3월에는 유엔에 17개국(팔레스타인 참가) 연합의 ‘유엔헌장을 지키는 친구들의 그룹’을 결성하여 미국의 일방 제재에 반대를 분명히 하였다.

    중국은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였고,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서도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러시아 역시 푸틴대통령이 김정은총비서에게 보낸 8.15 축전에서 호혜적 쌍무협조가 “의심할 바 없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 강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는 북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그 대응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동시에 중러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영토에서 처음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고, 지난 17일에는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중국 전략폭격기들이 동해와 대만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였다.

    반면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철수에 이어 이라크에서의 연내 철수도 확약하는 등 군사패권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카니스탄 철수에 대해 미국이 대중포위전선에 집중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병력을 빼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미국의 체면치레를 위한 어리석은 주장이다. 아프카니스탄은 중국 턱밑에 있는 국가로 인도양으로 통하는 관문지역이다. 만약 미국이 탈레반을 제압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아프카니스탄을 타고 앉아 중국 포위를 더 강도 높게 하려 했을 것이다. 미국이 미얀마 시위를 지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 국경지역에 친미정권을 세워 중국 포위를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온갖 망신을 무릅쓰고 철수하는 것은 대중포위전략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미군 주둔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력, 경제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추락은 동반 철수한 유럽 동맹은 물론 쿼드 같은 아시아에서의 반중연대에도 심대한 손상을 끼칠 것이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26일 미-이라크 정상화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내 철수를 약속하였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반미기세를 가라앉히려 립서비스 한 것이지 실제로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거나 반대로 중국 포위 강화를 위해 중동 전역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두개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라크 민중의 강력한 반미투쟁이다. 이라크 의회의 미군철수 결의와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민병대의 미 대사관과 미군 기지에 대한 거침없는 로케트 공격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전의 미국 같았으면 중동패권유지를 위해 다시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눌러 앉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라크만이 아니라 시리아, 사우디 등 중동에서 철수할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주목할 사안은 중남미 거의 전역이 반미, 비미 정부들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멕시코,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에는 자주적 정권이 들어섰고, 내년에는 브라질 룰라의 재집권이 확실시 된다. 브라질은 남미 면적의 45%를 차지하는 대국이다. 그리고 칠레는 새로이 자주적 세력이 중심이 된 제헌의회가 소집되어 과거 아옌데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 이상을 추진하면서 내년 정권교체를 담보하고 있다. 이미 국내언론조차 신 핑크타이드(pink-tide)라고 부를 정도로 중남미는 상당수가 자주적 정부로 바뀌고 있다. 향후 1~2년내 중남미 대부분 나라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결정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미 패권의 거의 완전한 추락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미 패권은 남아시아, 중동 그리고 뒷마당인 중남미에서조차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에는 카불이 함락되고 거의 모든 해외공관들이 탈주했지만 중러 대사관만 유유히 남았다. 중⸳러는 이미 탈레반 신정권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웃인 파키스탄 역시 그간의 눈치 보기를 끝내고 확실히 중러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중동은 이미 중⸳러⸳이란을 축으로 판세가 정리되어 사우디마저 친미태도를 바꾸고 이스라엘만 고립되는 양상이다. 중남미의 자주정부들은 거의 모두 북⸳중⸳러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바이든 정부 들어 미 패권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반면 세계반제전선은 더욱 확대 강화되고 있다. 다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대립이 가장 심한 동북아(한반도와 대만)와 분열이 심한 유럽이다.

    3. 엄청난 안보위기

    참으로 답답하고 유감인 것인 문재인 정부나 여야정당 할 것 없이 이러한 지구촌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거의 무감각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 하라는 대로 하는 데 길들여져 다른 생각을 못하니 끌려만 가고 있다.

    현재의 엄중한 한반도 긴장상황은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남북정상간 친서교환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사항들이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바람에 파탄 난 것이다. 지난 달 27일 남북은 남북통신선 복원 의미에 대해 “남북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회복과 화해도모를 위한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북, 북미관계에서 신뢰회복이란 정치군사조치를 의미하고, 화해도모란 남북교류 등 공동번영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정상은 단순히 통신선 복원 같은 기술 실무적 조치가 아니라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신뢰회복을 위한 중요 조치를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밝혔듯이 이 합의 발표에 대해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였고, 동의를 얻었다고 보여진다. 지난 4월부터 7월 통신선 복원 발표까지 여러 차례의 남북 친서교환 과정에서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오고간 정황은 대단히 많다. 지난 5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긴급 방한과 연이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그리고 6월의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과 7월 웬디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등은 한미간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웬디셔먼 부장관의 방문 시기가 지난 달 27일 남북통신선 복원 발표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미국 측 동의가 있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웬디셔면 부장관이 바로 뒤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 협의를 가졌다는 보도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한미간 사전 협의에 의거해 남북합의 발표가 이루어졌음에도 2주도 안 돼 뒤집어진 것은 한미 내부의 수구보수 호전적 세력들의 거센 반발 탓이지만, 무엇보다 문재인대통령이 이들의 반발을 제어할 힘과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4일 이례적으로 군 주요 지휘관 보고회의를 소집하고도 군 통수권자로서 끝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시하지 못했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던 8.15 경축사마저도 흡수통일인 독일통일을 언급하여 스스로 남북합의를 완전히 파탄 내 버렸다. 말이 깃털보다 가볍다. 그러니 신의를 여러 차례 어겨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이로써 임기 말 문재인정부의 실날같던 남북관계 개선 기대는 완전히 끝났다.

    이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해 통신선 복원까지 해놓고 곧바로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한 것은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미국은 여전히 동북아 패권유지를 위해 한반도 긴장유지를 더 선호하고, 그로 인한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만 대화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유럽, 일본 동맹 등과의 연합훈련과 최신 인공지능(AI) 기반의 통합전역지휘통제체계(JADC2)를 완성하여 한국, 일본, 대만을 잇는 연합방위선을 어떻하든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점은 한미연합훈련이 기동훈련을 못하게 되자 한국이 영국, 독일 등과 연합훈련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영국 핵 항모전단 퀸엘리자베스와 한국해군이 연합해상훈련을 하고, 11월에는 독일해군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계획은 그간 한미, 미유럽이 각각 진행하던 통합전역지휘체계 훈련을 한영, 한독이 실시해 연합군체계를 완성해 나가려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북의 불법 환적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함정 2척이 동북아에 상시주둔 공동대응하기로 했고, 미국은 10월 동북아에 2개의 항모전단(도널드레이건, 칼빈슨)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을 12월 ‘민주주의정상회의’에 초대해 사실상 독립국 대우를 하려하자, 중국이 대만상공에 중국 전투기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고의적으로 북과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북이 한미에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한 경고는 비단 한미연합훈련 기간만이 아니라 올 하반기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동북아는 세계 판도를 가르는 최대 격전장이 되었다.

    "제발 아프간에 등 돌리지 마세요"... 한 여성 감독의 편지

     영화감독 사라 카리미의 공개 서한... 전세계적 연대 호소

    21.08.20 20:09l최종 업데이트 21.08.20 20:09l
    사라 카리미 감독의 공개서한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 사라 카리미 감독의 공개서한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 사라 카리미 트위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제발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등을 돌리지 마세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영화 감독의 절절한 호소가 전세계에 메아리치고 있다. 

    사라 카리미(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 서한은 해외의 영화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네덜란드 출신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헤르얀 자울호프(Gertjan Zuilhof)씨가 페북에 공유하면서 처음 이 글을 접했다. 18일 현재 7000회 이상 공유되며 수많은 영화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카리미 감독의 트위터 계정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é)>에도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의 커버사진으로도 소개됐고, 할리우드 영화매체 <데드라인>을 비롯해 독일의 <도이체벨레>, 인도 매체 등에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영화인들이 탈레반의 처형 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이다"
     

     사라 카리미 감독의 활동은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e)에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다.
    ▲  사라 카리미 감독의 활동은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e)에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다.
    ⓒ 사라 키리미 감독 인스타그램

    관련사진보기

     
    사라 카리미 감독은 누구이며, 이 편지는 대체 무슨 내용을 이야기 했을까. 카리미 감독은 극영화 및 다큐 장단편 영화 30여 편을 연출한 베테랑 감독이다.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영화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Hava), 마리암(Maryam), 아예샤(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팔리카(Parlika)>(2016년), <바퀴 뒤의 아프간 여성들 (Afghan Women Behind the Wheel)>(200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간의 유일한 국영 영화사 '아프간 필름(Afghan Film)'의 대표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현지 영화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카리미 감독의 임명 당시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축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리미 감독은 1996년에서 2001년 집권 당시 공포정치를 자행했던 탈레반의 입성이 예상되기 며칠 전, 여성으로서 영화 감독으로서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을 가감없이 전하며 국제사회가 침묵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적극 호소했다.
     

    마음이 산산조각난 저는 여러분들이 우리 아름다운 국민, 특히 영화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리라 간절히 희망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영화인으로서 제가 아프간에서 어렵사리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질려고 합니다. 만약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모든 예술행위를 금지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영화인들도 이들의 처형 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가 고발한 탈레반의 범죄
     

     카리미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  카리미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 사라 카리미 인스타그램

    관련사진보기

     
    영화인들과 예술인들이 처한 위험을 강조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고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탈레반은 종교 의식 이외의 음악을 비롯해 영화라는 예술 자체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성 가수는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기도 했다.

    카리미 감독은 또한 최근 몇 주간 탈레반이 협상중에도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잔인한 범죄행위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탈레반은 다수의 아이들을 납치했고, 어린 여아들을 탈레반 남성들에게 강제결혼으로 팔아넘겼고, 복장만을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성의 눈알을 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코미디언을 고문하고 살해했으며, 시인이자 역사학자도 죽였거니와, 정부의 언론센터장을 살해했고, 정부와 관련된 이들을 암살해왔고, 일부 시민들을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했으며, 무수한 가족들이 고향을 등지게 했습니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오랜 무력충돌은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를 시작한 5월부터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보복 공격과 암살작전이 자행됐다. 카리미 감독이 이 서한에서 언급한 코미디언은 애칭, 'Khasha Zwan'으로도 잘 알려진 나자르 모하메드(Nazar Mohammad)로 지난 7월 칸다하르에서 총살당했다.

    8월 초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압둘라 아테피(Abdullah Atefi)는 탈레반에 의해 남부 우루즈간 주에서 살해당했다. 아프간 정부의 국내외 언론업무를 총괄했던 다나 칸 메나팔(Dawa Khan Menapal) 정부정보미디어센터장 또한 8월 6일 기도 중 살해당했다.

    당시 탈레반 대변인은 암살을 인정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메나팔은 탈레반의 "특별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그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언론인, 활동가, 문화예술인들을 주 타깃으로 공격해왔는데 최근 3명의 여성 저널리스트 살해도 이에 포함된다.   
      
    카리미 감독은 소녀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탈레반을 비판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 탈레반의 어두운 통치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아프칸을 포기하는 현 상황하에 우리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및 젊은 세대를 위해 이뤄낸 모든 성과가 이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과거 탈레반의 집권 당시 학교에 갈 수 있는 소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br /><br />(탈레반 퇴출) 이후로는 9백만의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탈레반이 장악한 3대 도시 헤라트에서는 무려 대학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잘 모르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최근 몇 주동안 탈레반은 수많은 학교를 파괴했고, 200만 명의 소녀들을 학교에서 추방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현실

    지난 18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와 여성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공식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배경으로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탈레반의 약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리미 감독은 세계가 아프간의 비극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고 지원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세계가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아프가니스탄 밖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 세계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면 안됩니다. 우리는 아프간의 여성, 아동, 예술가, 영화인들을 위해 여러분의 지원과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아프간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라 카리미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보전하고자 예술가로서 사회에 도전한다"라고 당당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최근 카불 공항의 혼돈, 거리 모습, 정치적 상황 등 현지 사정을 공유해왔다.

    특히 탈레반의 카불 입성 후 자신이 다급히 출국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134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란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이 영상을 공유하며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고 카불의 현실이다. 지난주 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 했는데 이제 생명의 위협으로 도망가야 한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장면 카리미 감독은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 hava="Hava" 마리암="마리암" maryam="Maryam" 아예샤="아예샤" ayesha="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하바>
    ▲ 카리미 감독의 작품 <하바 마리암 아예샤> 한 장면 카리미 감독은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 (Hava), 마리암(Maryam), 아예샤(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 사라카리미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런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한 현실은 영화 창작자에게는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 대상에 빛나는 <늑대와 양>을 연출했던 샤르바누 사다트 감독은 8월 17일 할리우드 <리포터지>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상황하에 출국 및 망명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아울러 이런 현실이 자신의 창작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허심탄회하게 소개했다.

    사다트 감독은 이전에는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소소한 아프간인들의 일상을 주로 묘사한 작품을 연출해왔으나 앞으로 살아남는다면 다른 색깔의 창작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선 아무도 책을 읽지 않기에, 우리는 최소한 우리의 지난 100년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어 이를 통해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다"라며 "역사를 아는 것은 미래 아프간을 위한 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이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역사와 관련된 다른 국가들의 역할에 대해 교육용 역사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사다트 감독은 불안정한 현 상황과 현실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있다. 그는 "이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이 분노가 주는 많은 에너지일 것"이라며 이를 통한 글이나 영화 제작 뿐만 아니라, 뭔가를 조직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탈레반은 과거 집권시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사회를 엄격하게 통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윤리경찰 제도로 남성은 수염을 기르고 여성은 온몸을 감싸는 부르카를 강제했고 여성이 공공장소에 남성 없이 외출시에는 구타를 가했던 잔혹한 인권탄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탈레반의 판사(Gul Rahim)는 7월 독일 매체 'Bild'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동성애 남성을 샤리아법에 의해 죽을 때까지 돌을 던지거나, 벽 뒤에 세워놓고 벽을 사람 위로 덮어버려 처형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은 공공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자 인권운동가인 사바 사하르(46)는 2020년 8월 카불에서 영화 작업을 위해 이동 중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세계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말라라 유사프자이(24)는 불과 15세때 소녀들의 교육권 옹호활동을 이유로 '파키스탄 탈레반'에게 암살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말라라 유사프자이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탈레반의 귀환으로 "아프간 자매들"에 심한 우려를 표하며 여성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요청했다.
     

    "우리는 아프간전쟁에서 무엇이 실패였는지 앞으로 토론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이 긴박한 순간에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약속되었던 교육, 자유, 미래, 보호를 원하고 있다. 이들을 계속 실망시킬 순 없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br />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의 공개서한 한글 +영문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N_kMlo21lIo0hdk-YfBEtzdHpg8PPdK856kw6KF8Jh4/edit?usp=sharing⁠
     

     사라 키리미 감독은 1968년 설립된 유일한 국영 영화조직, 아프간 필름 (Afghan Film)의  대표직을 현재 맡고 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보면 된다.
    ▲  사라 키리미 감독은 1968년 설립된 유일한 국영 영화조직, 아프간 필름 (Afghan Film)의 대표직을 현재 맡고 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보면 된다.
    ⓒ 아프간필름(Afghan Film)


    일제 잔재 수두룩 '조례'... 언어 독립 언제

     일제 잔재 수두룩 '조례'... 언어 독립 언제

    •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  2021년 08월 20일 금요일
    •  댓글 0


    지방자치단체 사무 규정이지만
    일본어식 용어는 무분별 사용
    '∼에 대하여' 번역 투도 버젓이

    생활 속 흔히 쓰이는 말 중에 일본어식 용어와 표현이 많습니다. 섞이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는 언어의 특성상 일제강점기에 들어오거나 만들어진 용어·표현을 하루아침에 모두 없애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광복절을 맞이해, 될 수 있으면 덜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자치법규 속 일본식 용어와 표현을 찾아봤습니다.

    해방 76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일제 잔재 용어는 많이 남아 있다. 공공 기관은 일본어식 용어를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를 규정한 조례에는 아직도 일본어식 용어가 많다.

    국회 법제실과 법제처,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알기 쉬운 법률을 만들고자 법률 용어 정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어식, 전문적, 외국어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표현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쳐야 할 일본어식 용어 50가지를 추렸는데, 여기에는 아직 일상 속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 많다. 조례도 마찬가지다.

    ◇조례 속 수두룩 = 법령 속에 보이는 일본어식 용어는 자치법규 속에서도 매우 흔하게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www.elis.go.kr)에서 '감안'을 검색해 보면 전국에서 조례 5116건, 규칙 1845건, 훈령 1728건 등에 쓰여 있다고 나온다. 다만, 검색 체계가 폐지된 조례 등도 포함하도록 돼 있어 시행 중인 것은 더 적을 수도 있다.

    경남 지역 조례를 검색하면 568건에서 감안이 사용됐다. 모두 '~을(를) 감안하여' 식으로 쓰였다.

    감안하다는 우리말로 '고려하다', '참작하다', '생각하다', '살피다' 등으로 고쳐 써야 한다.

    심지어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한 조례 속에서도 감안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남해군 국어 진흥 조례 4조 2항에는 "군수는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남해 지역어의 발굴 및 보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 지방자치단체 사무를 규정한 조례에 아직도 일본어식 용어와 표현이 넘쳐난다. 사진은 경상남도 도시재정비촉진 조례·지방세 세무조사 운영 규칙·경남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 조례의 일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 화면 갈무리
    ▲ 지방자치단체 사무를 규정한 조례에 아직도 일본어식 용어와 표현이 넘쳐난다. 사진은 경상남도 도시재정비촉진 조례·지방세 세무조사 운영 규칙·경남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 조례의 일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 화면 갈무리

    감안(勘案)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다. 국립국어원은 2012년 펴낸 <일본어 투 어휘 자료집>에서 "감안은 1938년 2월 25일 자 <매일신보>에서 3면 2단 기사 제목에서 처음 나왔다"고 했다. 제목은 '사업(事業)의 완급(緩急)을 감안(勘案) 시국대책(時局對策)에 치중(置重)'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감안이라는 단어는 1920년 <동아일보>, 1923년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감안을 "일제 때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어"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거나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한국식 한자 용어를 담은 <한국한자어사전>에는 감안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게 국립국어원 설명이다.

    법령 속 일본어식 용어로 정비 대상에 꼽힌 입회, 지불, 명기, 노임, 납득, 저리, 마대, 음용수 등도 조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회는 참여나 참관, 지불은 지급, 명기는 분명하게 적다, 노임은 임금, 납득은 수긍이나 받아들이다, 저리는 저금리, 마대는 포대나 자루, 음용수는 먹는 물이나 마시는 물로 바꿔 써야 한다. 규칙이나 훈령에는 빈칸을 뜻하는 '공란', 이름표로 고쳐야 할 '명찰' 등도 종종 나타났다.

    ◇일본어 투·외래어도 많아 = 일본식 용어만 문제가 아니다. 일본어 투 표현이 없는 조례·규칙·훈령 등은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달부터 효력을 발휘한 '경남도 일제 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에는 공공 기관이 사용하는 일제 잔재 행정 용어는 순화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례에도 16조와 17조에 일본어 투가 쓰였다.

    '도지사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에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 '도지사는 제7조에 따른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추진하는 법인·단체 등에 대하여 필요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등 두 문장에 나타난다.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는 '결정된 사항은'으로, '법인·단체 등에 대하여'는 '법인·단체 등이'로 고쳐야 한다.

    조례·규칙·훈령 속 대표적인 일본어 투는 '~에 대하여', '~에 관하여', '~에 있어' 등을 꼽을 수 있다. '~에 대하여·관하여'는 일본어 투 표현을 답습한 것이고, '~에 있어'는 일본어를 직역한 것이다.

    ~에 관하여, ~에 대하여 등은 '~를, ~는, ~로'로 바꾸면 된다. '~에 있어' 표현도 '~에서, ~할 때, ~하는 데'로 고쳐 쓰면 된다.

    자치 법규 속 고쳐야 할 외국어·외래어도 많다. 법제처는 외국어·외래어로 가이드라인(지침), 프로그램(과정), 로컬푸드(지역농산물), 멘토·멘티(결원·후원·지도·연결), 워크숍(연수), 컨설팅(자문), 네트워크(사회적 관계망) 등을 꼽았다. 

     

    감수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김희곤hgon@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