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3일 월요일

“광주정신 계승해 민족자주 쟁취하자” ..한통련, 5.18 기념집회 개최

 이준일 재일동포 | 기사입력 2022/05/23 [18:26]

  • <a id="kakao-link-btn"></a>

▲ 광주출청가를 부르는 재일한국청년동맹, 재일한국인학생협의회 회원들.  © 이준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하 한통련)은 22일 일본 나고야 시내에서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민족자주를 쟁취하자! 광주민중항쟁 42주년 기념 재일한국인 전국 집회’를 개최했다.

 

김창오 한통련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집회는 민중 의례, 영상 상영에 이어 조기봉 한통련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했다. 

 

조 부위원장은 “광주의 정신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며 6월민주항쟁, 촛불혁명으로 계승됐다. 한국에서는 조국통일에 역행하는 정권이 탄생했다. 미국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 남북관계는 정체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바꾸어 간다. 지금이야말로 광주의 투쟁을 계승해 자주, 민주, 통일의 길로 매진하자”라고 강조했다.

 

송세일 한통련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강연을 했다. 

 

송 위원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자신의 패권을 막는 것을 ‘적대세력’으로 삼아 동맹국. 파트너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압력을 가하는 ‘신냉전’ 전략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철저한 미국 추종이며 한미동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남북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요구에 응할 수는 없고 남북관계는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민족자주세력의 총결집해 윤 정권의 대미종속·남북대결 정책을 파탄시켜 남북 합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세 강연을 하는 송세일 한통련 위원장.  © 이준일

 

각 지방본부에서 의견표명이 이루어졌다. 

 

김승민 카나가와본부 사무국장은 “청년 시절 광주 투쟁을 배우고 민족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지역에서 민족자주역량을 결집해 일본에 의한 역사왜곡책동을 파탄 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정승명 미에본부 사무국장은 “광주 42주년을 맞아 민족의 자주를 빼앗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 윤 정권은 미국종속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민주화와 통일로 가는 행보는 정체해 북한과의 대결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맡기지 못하는 정권이다. 광주정신을 계승해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물리치고 자주, 민주, 통일을 달성하자”라고 호소했다.

 

재일한국청년동맹(이하 한청)과 재일한국인학생협의회 회원들이 광주정신에 대한 마음을 모으며 ‘광주출정가’를 힘차게 제창했다. 

 

한성우 한청 중앙본부 위원장은 “우리 청년학생은 윤석열 정권이 악랄한 방해를 해도 당당하게 싸워나가겠다.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더 많은 재일동포 청년과 손을 잡고 자주, 민주, 통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말했다.

 

김원도 한통련 사무 부국장이 낭독했다.

 

한통련은 ‘▲광주정신 계승하고 민족자주를 쟁취할 것 ▲윤석열 정권의 대미종속 책동을 규탄할 것 ▲남북 합의 실천을 요구할 것 ▲자주, 민주, 통일의 깃발 아래 조직과 운동을 전진시킬 것’ 등을 결의했다. 

 

김창오 사무국장은 폐회사에서 “검찰 권력을 배경으로 한 윤 정권은 앞으로 반드시 촛불시민과 대결하게 될 것이다. 우리 투쟁은 오늘 집회를 계기로 시작한다.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함께 싸워나가자”라고 호소했다.

 

▲ 참가자들 전체 사진.  © 이준일

 

아래는 결의문 전문이다.

 

결의문

 

역사적인 광주민중항쟁으로부터 42주년을 맞았다. 1980년 5월 광주지역 학생 시민들은 전두환 군부세력이 투입한 계엄군에 대해 민주를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 결사적으로 싸웠다. 광주민중항쟁은 역대 군부독재 배후에는 미국이 존재하는 것을 밝히며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반외세민족자주화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민주화 투쟁이다. 전국에서 결집한 우리들은 광주민중항쟁의 투쟁 정신,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반드시 민족자주를 쟁취하는 것을 결의한다.

 

바이든 미정권은 북한(조선)에 대해 “적대시는 하지 않는다”, “무조건 대화한다”라며 외교관여 자세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조선) 측이 적대시 행위로서 중지를 요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는 등 북한(조선)에 대한 군사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항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워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총동원함으로써 중국 포위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1일 서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끌어올려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조선)에 대한 한미연합군사 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것과 함께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포럼(IPEF)에 참가한 것이 보여주는 듯 한미동맹을 경제·안보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한미동맹은 군사와 지역을 넘는 확대 동맹이 되었다. 윤 정권이 바이든 정권과 함께 추진하는 포괄적 전략동맹과 한미일 군사동맹에 의해 한국은 미국을 추종하면서 세계적인 ‘신냉전’으로 휩쓸리며 그 전초기지가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패권 정책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과 동시에 윤 정권의 대미 추종 자세를 엄격히 규탄해야 한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합의서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했던 한반도의 평화와 조국통일로의 획기적인 행보는 민족자주권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간섭, 또 문재인 정권의 민족자주성 상실로 인해 유감스럽게도 현재도 정체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기간 중 ‘북한(조선)에 대한 선제공격’ 발언 등 북한(조선)에 대한 대결 자세를 명백히 하면서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남북합의를 언급하지 않고 남북합의에 없는 ‘북한(조선)의 선비핵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문 정권 말기에 나눠진 남북정상 간의 친서는 윤 정권에 대해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대화로 관계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조선)에 대한 대결 자세를 전환하고 민족자주 밑에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윤 정권의 출범에 즈음하여 우리는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자주, 민주, 통일을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는 결의를 가슴에 새기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결의사항

 

1.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민족자주를 쟁취하자!

 

1. 미국의 패권정책에 반대하고 윤석열 정권의 대미추종을 규탄한다!

 

1. 윤석열 정권은 남북합의를 성실히 실천하라!

 

1. 자주, 민주, 통일의 깃발 아래 조직과 운동을 전진시키자!

 

2022년 5월 22일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민족자주를 쟁취하자!

광주민중항쟁 42주년 기념 재일한국인 전국 집회 참가자 일동

한미정상회담 북한핵 대응 전략이 불안한 이유

 

  • 기자명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  입력 2022.05.23 17:49
  •  

  •  댓글 2
  •  

    [기고] ‘핵에는 핵으로 대응’ 전략 외에 한국의 자주적 평화적 해결 방안 나왔어야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2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시 핵을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한국 방어에 투입하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두 나라는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 훈련도 필요하다는  논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이 북한 핵에 대한 방침을 천명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뒤 국내외 정치권과 언론 등은 경계심과 날선 비판을 쏟아냈고 그에 대한 대응책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제시된 것이다.

    두 정상은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한 평화통일 문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핵전쟁을 피하는 것은 물론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 추진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한데도 이런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과 봉쇄전략이었고 중국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공세전략을 펴왔던 던 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북핵 대응책은 미국에게 매우 만족스런 결과라 하겠다.

    외교적 합의를 제로섬 원칙에 비춰볼 때 미국의  만족감이 클수록 한국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것은 비정상이다. 한반도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파국적 비극은 민족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자칫 냉전 회귀가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찰떡공조를 할 뿐 한국 자주적 대북 및 동북아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깊이 새겨볼 부분이다. 국제외교는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100% 일치하기는 어려운 법이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자주적 외교 추진이라는 부분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미간 안보 및 경제협력 합의사항 가운데는 중국이 반발할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중 경제관계의 비중은 한미, 한일의 경제관계 비중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이런 점을 어떻게 대응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대통령 취임식 열흘 만에 급조된 듯한 정상회담에서 미국 쪽 주문에 너무 기울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미 두 나라 정부나 전문 가등이 예민한 반응과 큰 우려를 표시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핵전략 언급도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엔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제 3자의 중재가 나서지 않으면서 전쟁의 양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세계 대전으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미국, 러시아가 핵무기 선제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핵 선제사용논리가 나온 것을 주목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변화한 미러의 핵 선제 타격논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힘겨루기 하는 모양새로 치닫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략 수정이 이뤄지는 등 세계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침략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구진영의 경제봉쇄 등의 공세에 시달리자 위 기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최첨단 대륙간탄미사일 실험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입장이다(https://theintercept.com/2022/04/11/nuclear-weapons-biden-russia-strike-policy/).

    이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았던 핵무기 선제공격 공약을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3월 외국의 화학무기 공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미국과 우방의 핵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말해 핵 선제공격의 문턱을 낮췄다. 이렇게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가 없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실시된 대선 공약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유일한 목적은 외국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군부와 미 우방들과 협의해 이런 목표를 수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다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사용에 대한 입장 변화는 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공개됐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계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들이 인류를 절멸시킬 공동의 군사목표를 정해놓은 꼴이 되었다. 두 대통령은 핵 선제타격을 명령함으로써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유일한 신과 같이 막강한 권력을 두 나라 제도로 부터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2년 4월27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분쇄하기 위하여 우리 혁명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부단히 상향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2년 4월29일). 이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전쟁 방지뿐만 아니라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지난 4월25일자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 강화 발전을 거론하고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북한이 방어나 보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공격의 목적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무기만이 침공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다"라는 믿음을 북한이 더 강하게 갖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미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뉴시스  2022년 4월27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미러와 중국의 핵전략 차이

    미국의 핵전략은 미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집행되는데 북한에 대한 핵공격도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은 한국 대통령에게 북핵 선제타격에 대해 사전협의나 동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 의회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는다. 북한도 미 대통령의 선제 타격권을 의식해 새로운 핵전략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 실태를 보면 미러가 각각 6천~7천개, 중국이 3백~4백 개이고 북한은 수십 개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 핵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면서 러시아, 중국과 동일한 비중으로 대처하고 한국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은 한국에게는 매우 심각하다. 만약 현재와 같은 군사구도에서 북한의 핵전략과 미국의 핵전략이 충동할 경우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6위라는 국제적 위상을 살리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전략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3 개 핵 강대국의 핵전략을 의식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구촌의 두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략은 비슷한 체제인 반면 중국의 핵전략은 조금 차이가 있다. 현 시점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로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인데 중국은 핵 보복에 초점을 맞추고 핵 선제타격은 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종래의 핵사용 전략에 변화 가능성의 틈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미사일의 경우 적국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는 조기 경보시스템이 위성과 육상 레이더와 연결되어 있어 적국의 핵탄두가 자국 영토위에서 폭발하기 전에 탐지해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스템과 함께 상대방이 기습 핵공격을 할 경우를 가상해 전략 핵무기를 항상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즉각 응징 보복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전략을 ‘경보가 울리면 발사하는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져 있다(https://carnegieendowment.org/about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설립한 재단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주기지의 사드 정식 배치 절차를 협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자명해 보인다.

    중국의 핵전략은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중국에 사용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적이 먼저 핵공격을 해 올 경우 핵 보복을 하지만 핵무기를 먼저 사용치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중국은 국방백서를 통해 ‘중국의 핵 무력의 목적은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중국을 향해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중국에 핵 공격이 가해졌을 경우 핵 보복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핵무기를 평화 시에는 고도의 경계상태로 유지하지 않고 핵탄두와 미사일을 따로 분리해 놓고 있다(Paul H. B. Godwin, “Potential Chinese Responses to U.S. Ballistic Missile Defense,” in Stimson/CNA NMD-China Project (January 17, 2002); Hans M. Kristensen, Robert S. Norris, and Matthew G. McKinzie, “Chinese Nuclear Forces and U.S. Nuclear War Planning,” (Washington, DC: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2006)).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8월2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을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8월2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을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다가 중국은 안보위기 상태가 고조되면 핵무기의 경계상태가 상향 조정된다. 중국은 핵공격을 당했을 경우에도 즉각적인 핵 보복을 실시하지 않고 며칠 또는 몇 주를 관망하면서 핵공격이 필요한지 여부와 적절한 대응조치를 검토 한다(Bin Li, “China and Nuclear Transparency” in Transparency in Nuclear Warheads and Materials: The Political and Technical Dimensions, ed. Nicholas Zarimpa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그러나 이 같은 핵전략은 2015년에 이어 2019년 중국 국방백서가 핵무기에 대해 전략적 조기 경보체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어 중국의 핵 보복 전략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China’s National Defense in the New Era,” (Beijing: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9)).

    실제 2013년 발간된 중국의 군사과학전략에 대한 책자는 “적이 중국에 대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신할 경우 그 탄두가 중국을 목표로 폭파해서 중국에 실제적인 피해를 주기 전에 중국은 즉각 보복조치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적에 의해 최초의 핵공격이 가해지고 난 직후에 중국이 핵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치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썼다(Xiaosong (寿晓松) Shou, Science of Military Strategy (战略学) (Beijing: Military Science Press (军事科学出版社), 2013)).

    미중러의 핵전략은 동일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지구촌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전면 핵전쟁의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다. 전면 핵전쟁은 1945년 미국이 일본에 두 번의 핵폭탄을 터뜨린 뒤 핵 위력이 모두에게 입증되면서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야만적 행위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 군사적 측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돼

    핵보유국들의 핵전략 담당 군고위층은 군사적이 측면만을 고려할 뿐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전멸이라는 파국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가 할 일인 것이다. 맥아더가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집할 때 그 정치적 파급 효과에 대해 무신경했다가 미대통령에 의해 면직 된 것이 그런 사례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군통수권자가 되고 정치가 군사에 우선한다는 논리가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군사령관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군사적인 측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에 대해 살펴야 하지만 거기에 경제와 평화, 안전 등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전략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해 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한미 대통령이 민족이 거덜이 날 가능성을 함축한 전략 등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원하는 유권자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냉동밥에 즉석밥까지 ‘미국산 쌀’ 밀어넣는 대기업들

     컵반에 미국산 쌀 사용 시작한 CJ제일제당 “소스와 잘 어울려” 황당 해명


    대형마트 한편에 마련된 즉석밥 판매대 ⓒ뉴시스


    식품 대기업이 미국산 수입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쌀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젊은세대가 이용하는 간편조리 제품군에 미국산 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원 무기화가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시점에, 대기업의 무분별한 수입쌀 사용이 한국 농업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군에 미국산 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J는 지난해 4월 출시한 ‘BIG치킨마요덮밥’, ‘BIG스팸마요덮밥’, ‘BIG스팸김치덮밥’ 등 7종의 컵밥 제품에 미국산 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출시 당시 이들 제품은 100% 국산쌀을 사용한 즉석밥이 들어갔으나, 지난 3월 말부터 미국산 쌀로 대체했다. CJ는 모두 30여종의 컵밥, 덮밥, 국밥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컵밥 제품에 미국쌀 사용 비중은 0%였다가 지난 3월부터 23%까지 올라갔다.

    식품 업계에선 “이대로 가면 국내 컵밥 제품에서 국산 쌀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뚜기가 생산하는 비슷한 형태의 덮밥 13종은 모두 국산쌀을 쓰고 있는데, 치열한 원가 절감 싸움을 벌이는 식품업계에서 경쟁 업체들이 언제까지 국산쌀을 고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미국쌀 살 사용이 시작된 CJ제일제당 컵반 제품과 원산지 변경 고시 ⓒCJ몰 캡쳐


    CJ제일제당 “소스와 어우러짐 중요해 미국쌀 쓴다” vs 농업계 “구차한 핑계” 일축

    CJ 측은 미국산 쌀 사용 이유에 대해 “수차례 테스트 진행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미국산 쌀이 소스에 가장 잘 스며들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쌀을 쓰면서 여론 악화가 우려되니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는 뜻이다.

    CJ가 컵밥에 쓰는 미국산 쌀 품종은 칼로스(Calrose)다. 앞의 칼(Cal)은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약자다. 뒤의 로스(rose)는 장미라는 뜻이다. 칼로스는 ‘캘리포니아의 장미’라는 뜻을 담고 있다.

    칼로스는 한국과 일본이 주로 먹는 ‘자포니카’ 품종이다. 학계에선 쌀알의 길이에 따라 한국 재배 자포니카를 ‘단립종’, 미국 캘리포니아 재배 자포니카를 ‘중립종’으로 구분한다. 쌀 낱알 하나의 길이가 한국은 상대적으로 조금 짧고, 미국이 약간 길기 때문에 하는 구분이다. 밥을 지어 놓으면, 일반인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밥 맛도 비슷하다. CJ가 “미국산 쌀에 소스가 잘 스며들었다”는 해명에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수입쌀의 대명사인 장립종과는 구분해야 한다. 장립종은 미국산 중립종보다 쌀알의 길이가 훨씬 길다. 일반인도 척 보면 구분할 수 있다. 원산지 표기에 ‘쌀 = 국내산’이라고 적힌 식당에서 공깃밥을 열고 흠칫 놀라는 길쭉한 쌀이 바로 장립종이다. 종도 자포니카가 아니라 인디카 품종이다. 베트남 쌀, 태국 쌀로 알려진 ‘안남미’가 대표적이다.

    특성도 다르다. 길이가 길고 윤기가 적어 소스를 잘 흡수하는 게 특징이다. 또 찰기가 적어 볶음밥 등의 요리에 주로 사용한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CJ 말처럼 소스를 잘 흡수해서 칼로스를 쓴다면, 그보다 더 잘 흡수하는 안남미를 써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20kg 한 포대를 기준으로 미국 자포니카는 한국 자포니카에 비해 1만원 정도 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산 쌀(중품) 도매가는 20kg당 4만6천원이다. 반면 미국산 칼로스는 20kg 한 포대에 3만6천원이었다. 도매 낙찰가 기준, 1만원 차이다.

    컵밥에는 통상 210g 짜리 즉석밥 1개가 들어간다. 쌀 20kg 한 포대면 즉석밥 95개를 만들 수 있다. 컵밥 판매량을 연 백만개라고 가정하면, 국산쌀로 만들었을때 재료비가 480억원, 미국산 칼로스 재료비가 370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정룡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덮밥류인 컵밥에 국산 쌀보다 미국산 쌀이 더 적합하다는 CJ제일제당의 주장은 구차한 핑계일 뿐”이라며 “결국 돈 더 벌자고 한 일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미국산 쌀 사용을 시작한 BIG사이즈 햇반컵반 ⓒ캡쳐


    ‘경계’ 넘어 컵밥까지 미국산 쌀 사용 시작한 CJ
    ‘너도나도 미국산’ 식품업계 도미노 도화선 되나
    ‘식량위기’ 우려도 커져

    식품업계에 볶음밥·비빔밥 등 ‘냉동밥’에 미국산 쌀이 침투한 지는 오래다. CJ가 생산하는 22개 냉동밥 제품 중 21개(95.5%) 제품에는 수입산 쌀을 사용한다. CJ뿐 아니다. 풀무원 역시 17개 중 11개(64.7%) 제품에, 오뚜기는 14개 중 9개(64.3%) ‘냉동밥’ 제품에 수입산 쌀을 사용한다. 냉동밥에 국산 쌀을 사용하는 대기업은 하림 뿐이다. 8개 냉동밥 제품 모두에 국산 쌀을 쓴다.

    컵밥은 상황이 다르다. CJ의 미국산 쌀 컵밥 사용은 그간 업계에서 합의된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컵밥 시장에서 CJ와 경쟁하는 오뚜기는 제품 24종 모두에 국산 쌀만 쓴다. 업계에선 오뚜기가 컵밥에 미국산 쌀을 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컵밥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풀무원과 동원, 하림 역시, 원가 경쟁력을 감안하면 국산 쌀 사용 정책을 고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쌀은 냉동밥을 넘어 컵밥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직 ‘햇반’이나 ‘오뚜기밥’ 같은 원조 즉석밥에 국산쌀이 쓰이지만, 이 추세 대로라면 미국산 ‘햇반’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문가들이 컵밥 미국산 쌀에 우려를 보내는 이유다. 식품 대기업 수익은 늘겠지만, 국내 농업 기반은 더 흔들린다. 지난해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67%다. 부동의 1위다. 오뚜기(30.7%)와 동원F&B(2%)가 뒤를 잇는다. 최근 하림 등이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CJ는 국내에서 가공용 쌀을 가장 많이 쓰는 기업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CJ가 계약재배로 사들인 쌀은 약 5,122톤에 달한다. CJ가 수입산 쌀 사용 비중을 늘려갈 수록, 국산 쌀 농가의 판로가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쌀 산업 위기는 최근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생산비는 늘어나는데 쌀 가격은 하락 추세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비룟값부터 농약값, 인건비 등 쌀 생산비가 최하 25% 이상 올랐는데, 국산 쌀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 서플라이 체인’도 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도가 밀 수출을 중단하고,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막았다. ‘자원 무기화’, ‘식량 무기화’는 눈 앞에 닥친 리스크가 됐다. 한국 쌀 산업의 위기가 식량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김정룡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조차 한국쌀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 농업은 버틸 힘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식량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수 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선택... 싱가포르 총리는 왜 격노했을까

     

    [이봉렬 in 싱가포르] 한국 노동자들이 더 많이 죽는 결정적 이유

    22.05.24 06:00최종 업데이트 22.05.24 06:00
    저는 싱가포르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반도체 공장이라고 하면 최첨단 시설의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세상의 온갖 가스와 화학제품을 이용하는 위험한 곳입니다.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사건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어서 이제는 그 위험성도 많이 알려졌고, 또 많은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 싱가포르의 한 반도체 회사 공장 입구에 안전 상황판이 걸려 있습니다. 다양한 사고 사례를 함께 모아 놓고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 이봉렬

     
    제가 다니는 공장 입구에 안전현황판이 붙어 있습니다. 지난 50일 동안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예전에 발생한 안전사고 사례가 붙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져서 이틀간 병가를 써야 했다는 내용입니다. 화물 손수레에 부딪혀 엉덩이를 다친 사례도 있고, 문에 기대고 있다가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넘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사고 사례로 만들어져서 모든 직원들에게 회람을 돌리고 교육을 합니다. 안전현황판에 부서별 사고 건수로 기록이 되고 회사 전체 무사고 날짜도 0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들까지 안전사고로 기록이 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고가 많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큰 사고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으면 공장 출입이 안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이 제 때 들어오지 못해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한 안전장구를 갖추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사람과 돈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안전보건 프로그램

    싱가포르는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2006년부터 "BUS(기업감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대 재해 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나 안전사고 관련하여 누적 벌점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작업장 환경개선을 강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상이 된 회사는 BUS 프로그램 사이트에 이름이 공개가 됩니다. 2022년 5월 현재 27개 기업의 이름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가면 관급 공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민간공사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개선 기간 동안 수시로 점검이 이뤄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벌금에 작업 중지 명령까지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힘들어집니다.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어야 명단에서 이름을 뺄 수 있습니다.
     

    ▲ 안전관련 다섯 단계의 인증서를 발급하여 각 단계별로 기업에 혜택을 줍니다. ⓒ 싱가포르 WSH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징벌적 성격의 "BUS 프로그램" 말고 "bizSAFE (비즈세이프) 프로그램"이라는 안전 자격부여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기업의 안전관리 프로그램 참여 정도에 따라 다섯 단계로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기업의 안전담당자가 기본적인 안전 워크숍만 마치면 1단계 인증입니다. 반면에 공인인정기관으로부터 안전과 관련한 인증을 받고 노동부와 안전관리공단의 감사 보고서까지 받았을 때는 5단계 인증인 "비즈세이프 스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즈세이프 인증을 받으면 회사 홈페이지와 홍보물, 명함 등에 비즈세이프 로고를 쓸 수 있습니다. 관급 공사에서 안전 관련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안전 관련 증명을 위한 추가 시간 및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BUS 프로그램에 이름이 올라간 회사와 비즈세이프 최상위 인증을 받은 회사 중 어느 회사가 더 경쟁력이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들더라도 회사 내 안전을 위해 사람과 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안전관리체계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명확히 규정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발주사, 시공사, 하청업체, 노동자 등 관련된 사람 모두의 법적 의무가 명확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위험성 평가와 작업허가제도 안전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시스템과 공무원의 역할을 중시하는 싱가포르답게 근로감독관에게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든 안전 관련 조사 및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되려는 싱가포르

    지금까지 소개한 안전 관련 프로그램들은 2005년에 시작된 작업장 안전보건 발전계획인 "WSH 2015"의 여러 추진 항목 중 일부입니다. 2004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산재 사망 십만인율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높은 4.9였는데 이를 10년 안에 절반인 2.5로 줄이겠다는 게 WSH 2015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이미 3.0 이하로 줄어들면서 2018년까지 1.8로 더 낮추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담아 "WSH 2018"을 다시 내놓았습니다. 그럼 2018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산업재해 사망자 수 41명으로 목표했던 1.8보다 더 낮은 1.2를 달성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내 놓은 것이 WSH 2028입니다. 향후 10년 안에 1.0 이하를 달성하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OECD 나라 중에 1.0 이하인 나라는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 등 네 나라밖에 없습니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목표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만한 일이 얼마 전에 발생했습니다.
      

    ▲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발생한 20명의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그 수가 너무 많고 용납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 리셴룽 총리의 페이스북

     
    지난 9일,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작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가 20명이나 된다면서 이 숫자는 너무 많고 용납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This is far too many, and not acceptable") 그러면서 노동부, 직장안전보건위원회 등 관련 단체에 2주 동안 안전을 위한 특별점검을 지시했습니다.

    글의 말미에 "우리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4개월 동안 발생한 20명의 사망자 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포함해서 모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하자는 총리가 있는 한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자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WSH 2028 보고서 중 일부입니다. 2004년 산재 사망 십만인율은 4.9였는데 2018년에는 1.2를 기록하여 OECD 국가와 비교하면 7번째로 낮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WSH 2028 계획서

     
    주 120시간 일하게 하자는 윤석열 정부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래 표는 2019년, 싱가포르가 자국의 3년 평균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만든 것입니다.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싱가포르는 7위, 한국은 35위입니다. 한국 뒤에 있는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뿐입니다. 1위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0배에 가깝습니다.
     

    ▲ 싱가포르 노동부에서 자국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순위를 매겼습니다. 싱가포르는 7위,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35위를 차지했습니다. ⓒ WSH 2028 계획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21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28명으로 이를 십만인율로 변환하면 4.3입니다. 같은 해 싱가포르의 1.1에 비하면 거의 4배 정도입니다. 어떤 숫자를 가져 와도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하다 죽는 노동자 수가 더 많은 걸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사업체 특성별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주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업장이 40시간 미만인 곳보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4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그만큼 산술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작업자의 체력 및 주의력의 저하, 졸음 등의 생리적 현상을 발생시켜 보다 직접적인 산재위험을 불비례적으로 증가시키는 등, 대체로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주당 노동시간별 산업재해율입니다. 주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업장이 40시간 미만인 곳보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4배 이상 많습니다. ⓒ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인물들은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쉴 수 있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거나, "생산직은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현장에서는 일률적·경직적 규제로 소득감소 등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주 52시간제도마저도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되레 늘이려는 입장입니다.

    거기에 더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자가 해야 할 각종 안전 확보 의무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개정 요구 건의서를 윤석열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경영자들은 안전 확보 의무를 면제해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 25일 공개된 유튜브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 ‘[대선 특집] 삼프로가 묻고 윤석열 후보가 답하다' 편에서 주52시간제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 삼프로TV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올해 사망자 20명이 너무 많다며 대책을 지시하던 지난 9일, 공교롭게도 <오마이뉴스>에는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달, 73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노동자의 사망 소식에 정부가 먼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싱가포르,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해 달라는 노동단체와 언론의 호소에 아무 대답이 없는 한국. 이 차이가 네 배나 더 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나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노동자니까 다행이야"하고 말기에는 내 나라 한국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겁니다. 내 나라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북, 발열환자 연이틀 10만명대 감소세, 완치율은 약 83%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5.23 10:14
  •  

  •  수정 2022.05.23 13:58
  •  

  •  댓글 0
  •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22일 하루 '유열자'(발열환자)가 전날에 비해 1만8,440여명 감소해 16만명대에 머물렀다고 23일 발표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보에 따르면, 완치자는 전날에 비해 3만1,550여명이 줄었으며 사망자도 1명에 그쳤다.

    [노동신문]은 23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보를 인용해 21일 오후 6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16만7,650여명의 발열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그중 26만7,630여명이 완치되었으며,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사망자 총수는 68명이며, 같은 기간 사망자를 환자수로 나눈 치명률은 전날에 비해 약간 줄어든 0.002%이다.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지 12일째되는 23일 기준으로 하루 신규 발열환자가 전 날에 이어 연 이틀 10만명대에 머물고 있으며, 약 83%의 발열환자가 완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4월말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인 발열환자 총수는 281만4,380여명이며, 82.964%에 해당하는 234만4,910여명이 완치되고 17.034%에 해당하는 47만9,4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2일 당 정치국협의회에서 "전국적인 전파 상황이 점차 억제되어 완쾌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사망자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전반적 지역들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방역상황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만수대창작사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일심단결로 '방역대전'을 승리로 이끌자는 취지의 선전화 5종을 새로 내놓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만수대창작사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일심단결로 '방역대전'을 승리로 이끌자는 취지의 선전화 5종을 새로 내놓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