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 수요일

북, 산림녹화 중점 추진 “참 다행스럽다”

북, 산림녹화 중점 추진 “참 다행스럽다” 북 양묘장 현대화 도왔던 임병수 에스엔그린테크 대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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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8  14: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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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수 에스엔그린테크 대표와 6일 여의도에서 북한 산림녹화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산림녹화는 우리 후손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며 1,2년 가지고 되는 건 아니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가까이 우리가 계획하고 준비해야 이루어지는 건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최근 산림녹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나선데 대해 북한에 양묘장 지원사업 경험을 가진 임병수(49) 에스엔그린테크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참 다행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는 담화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7일 내각 결정으로 산림조성 10년 전망계획에 따라 전당, 전군, 전민을 총동원해 산림복구사업을 힘있게 벌이기로 했다.
또한 최근 내각 국토환경보호성 산하 산림총국을 국방위원회 산하로 재편시켜 힘을 실었고, 대외창구인 조선녹색사업개발협회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보기]
임병수 대표는 “자세한 파악은 안 되지만 양묘자재가 부족할 것으로 안다”며 “중앙양묘장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최소 50개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시. 도급 지방 양묘장을 현대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2.26담화에서 “산림조성사업을 잘하자면 무엇보다도 나무모(묘목)를 원만히 생산보장하여야 한다”면서 “중앙양묘장을 비롯한 양묘장들에서 여러 가지 좋은 수종의 나무모를 대대적으로 생산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 2006년 상원군 양묘장 건설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 임병수]

  
▲ 상원군 양묘장에서 자라나는 상수리나무 묘목들을 살표보고 있는 임병수 대표. 상수리나무는 활엽수로서 산림녹화 수종으로 적합하다. [사진제공 - 임병수]

임병수 대표는 민간단체인 평화의숲, 우리민족서로돕기, 겨레의숲 등과 함께 2001년 금강산 양묘장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중앙양묘장, 상원군 양묘장, 개풍군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임 대표는 “나무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사할 확률이 높아 현지에서 기를 수 있도록 현지에 맞는 양묘장을 설계하는데 참여했다”며 노지가 아닌 ‘용기묘’에 씨앗을 파종해 튼튼한 뿌리를 키워냄으로써 활착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양묘장 조성 시 140가지 자재가 들어가 조립을 해야 완성이 된다.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하면 조립이 안 된다”며 “발전기 고장, 악천후 때문에 작업을 못 하기도 했지만 방북 8일 동안 남북이 함께 조성하고 끝냈을 때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 상원군 양묘장 내부 모습. 5.24조치 이후 방문하지 못해 현재 상태는 알 수 없다. [사진제공 - 임병수]
임 대표는 특히 “양묘장 온실을 설계할 때 최소한의 전기만 들어가도록 설계를 하고, 차후 전력이 보장될 때 보다 나은 설계가 필요하다”며 A,B,C 세 가지 타입의 양묘장 온실 설계방식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전력 사용을 최소화한 B타입이 북한 현재 실정에 보다 적합하다는 것.
“양묘장을 가동하려면 안정적 전력공급이 필요해 풍력과 소수력 발전도 연구하는데, 바람과 강물이 필요하다”며 “제일 알맞은 게 태양광 발전인데 초기 투입비용이 고가라 망설이지만 제일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임병수 대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양묘장 외에도 농자재, 화훼, 조경 사업 등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 대표는 또한 “유실수를 보내주면 좋지만 여기보다 기온이 낮아 추위에 고사할 확률이 높아 현지에 맞는 수종 선택이 중요하다”며 “북측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선호하고 주민들이 먹을 수 있는 밤나무와 호두나무 그리고 사과나무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강산 지역에 밤나무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평화의 숲의 사례를 그 예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러시아도 가 보고 키르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중국, 몽골에 산림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하여 현지인들과 작업해봤지만 우리 민족은 손재주와 기술이 좋다”며 “말이 통하고 손기술이 좋아 한 번 가르쳐주면 금방 익힌다”고 평가했다.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도 일해 왔던 임 대표는 “IMF 이후 눈을 돌린 게 북한인데, 2010년 5.24조치 이후 매출이 많이 줄어 타격이 크다”며 “양묘장 현대화 사업뿐만 아니라 농자재 생산과 화훼, 조경 사업도 해보고 싶다”고 남북관계 개선 소망을 밝혔다.
 

"박근혜 정권, '국민 몰지각화'가 목적인가"


[단박 인터뷰]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친일파의 계승자'와 '군부독재의 계승자'가 지배해 온 70년"이란 평가가 과하지 않다. 이 평가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친일인명사전>과 <백년전쟁> 등 지난 70년의 역사를 바로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을 만났다. '역사'에 대해 물었더니, '정치'에 대해 답했다.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과오는 '파렴치한 정치'로 현재화 되고, 결국 역사와 상식의 엄청난 차이를 가져와 국민 개개인의 삶에 박혀 버렸다. "정치인들은 국민들 눈물 닦아 준다 말하지 마라, 내가 더 울리겠다고 해라"라는 임 소장의 통탄은 세월호 참사 직후 기자회견을 하며 떨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답은 하나 밖에 없다"고 임 소장은 강조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이 정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년 전쟁'이 자칫 '200년 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임 소장은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3월 31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된 임 소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 프레시안(손문상)
친일·군부 계승자가 통치, 파렴치하다 

프레시안 : 한국 현대사에 있어 1945년 8월 15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 '광복 70년'의 시간을 정리한다면?

임헌영 : '친일파의 계승자'와 '군부독재의 계승자'가 지배해 온 70년이다. 독재는 민간독재(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박정희 정권)가 모두 해당한다.  

'계승자'란 의미는 조상이 친일파가 아니어도 친일을 옹호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생물학적으로 관계가 없어도, '원조 친일파'나 '원조 독재자'보다 더 철저하게 계승한 후계자들이 있다. 한국 사회는, 어쨌거나 그들이 지배해 온 사회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하다 보니,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 의식과 가치관이 파괴됐다. 한마디로, '파렴치(破廉恥)'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정치인이 딱 떠오르지 않나. 얼마나 파렴치한가.

프레시안 : 친일파와 군부독재 치하에서 70년을 보냈다는 건데, 그동안 한국 정치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임헌영 : 일제 식민체제와 독재체제의 삐뚤어진 통치 철학이 계승돼 만들어진 게 현재다. 오늘의 정치를 한마디로 하면, '국민들의 눈물을 씻어준다고 말은 하면서 국민을 더 서럽게 만드는 것.' 여야가 똑같다. 진보세력도 도긴개긴이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준다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면서 뒤에서는 국민을 더 울게 하는 게 오늘의 정치다. 이런 통치 철학 밑에서 살다 보니, 국민 상당수도 파렴치해졌다. 선(善)함에 대한 판단이 없어졌다.  

또 기형적 자본주의다 보니, 돈의 위력·권력의 위력·폭력의 위력 등 인간이 가진 모든 힘의 위력이 어떻게 보면 8.15 광복 직후보다 더하다. 권력과 돈의 힘이 너무 의기양양하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 결국 국민도 권력과 돈이라는 최면에 걸려 파렴치한 인간이 더 많아졌다. 대단히 걱정스럽다.

아무리 민주주의여도 국민의 밥줄은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 않나. 실력은 있는데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면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나. 학생 본인도, 부모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은 국가가 그런 문제(복지)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못하나? 정치인이 파렴치하기 때문이다.

"(일부 젊은층이) 정치는 나와 관계없다.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공부해 봤자 일생 동안 고생만 하게 되어 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정치가 다 해결한다. 학자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정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인의 머리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불행하다.  
ⓒ프레시안(손문상)

"'눈물 닦아 준다' 말하지 마라" 

프레시안 :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존심 중 하나가 '우리 손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년간의 민주 정부 이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로 회귀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에 의문을 가진다.  

임헌영 : 우리는 20세기 후반부터 혁명할 수 없는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건, 선거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선거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권력을 잡고 있는 국회의원의 배지를 뗄 수 있나, 뽑힌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나. 불가능하다. 국민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선거밖에 없다.  

국가와 이웃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해도, 선거 한 번 잘못하면 그만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아무리 비난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있나. 그럼에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는 건 정치권력뿐이다. 제대로 된 정치권력을 세울 수 있는 방법 또한 선거밖에 없다. '동학 농민 혁명'처럼 삽 들고 곡괭이 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2012년 대선에서 야당 정치인이 앞장서서 잘했으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잘했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또 2017년 대선을 맞게 되면, 표를 많이 얻고도 실질적인 권력은 빼앗길 것이다.  

당장 4.29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정동영(서울 관악을)·천정배(광주 서구을) 후보 모두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광복 이후 70년 사(史)를 훑어보기 바란다.  

1963년 10월 15일 시행된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역사상 가장 근소한 15만 표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개표 방송은 16일 낮 3~4시까지도 윤보선 후보가 앞선다고 했었다. 당시 정민회 변영태 후보가 22만 표를 얻었다. 적지 않은 표다. 달리 말하면, 국민들은 박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참고 기사 : 황태성 넘겨 얻은 밀가루, 박정희 당선 '숨은 공신'?) 

ⓒ프레시안(손문상)
그 뒤에도 마찬가지다. 1979년 10.26사태 후, 김대중·김영삼·김종필(DJP)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무리가 없었다. 그때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올바른 민주주의 세우자. 지금까지 너무나 고생했다'라고 했다면, 12.12사태가 일어났을까? 난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전두환 쿠데타'는 역사상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준다'더니, 최루탄으로 눈물만 더 흘리게 했다.

불과 7년 뒤, 80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그때 정치인이 싸웠나? 아니다. 국민과 학생이 싸웠다. 정치인은 앞장서지 않았다.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운동가'란 이름으로 국민이 싸웠다. 그렇게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 놨더니, 김영삼-김대중이 또 단일화하지 않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단일화했다면, 국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을 것이다. 혁명에 가까운 선거가 됐을 것이다. 단군 이래 절호의 기회를, 4.19혁명 같은 기회를, 군부독재의 종기를 뿌리째 뽑을 기회를 망친 건 정치인이다.

이후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을 했지만,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치 상황이 나빠졌다.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권 10년 동안 민주화 터전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 아닌가.

제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준다'고 말하지 마라. "여러분, 내가 여러분 더 울릴 테니 각오하십시오"라고 하면, 오히려 국민이 각오할 것이다. 더 이상 '눈물 닦아준다'며 울리는 정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증오 정치 조장하는 지도자"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긴 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감옥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난 대선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본다. 그럼에도 선거를 통해 과거 군부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참….  

임헌영 : 야당이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든 책임은 결국 정치인들에게 있다. 현재의 여야, 진보세력까지 모든 정치인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런 반성이 없다면, 일본처럼 보수정권이 장기 집권하지 않을까? 참, 공포스럽다.  

우리나라의 비극은 빈부격차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친일파와 독재자의 계승자들, 즉 파렴치한이 만든 역사와 상식의 격차다. 빈부격차는 사실 돈만 생기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와 상식의 격차는 글쎄….  

역사 인식의 격차 때문에 같은 국민이면서도 화합하지 못한다. 마치 적을 대하듯 증오감마저 생겼다. 지도자가 어떻게 국민들의 증오를 조장하는 정치를 하나.  

선거 때 보면, 내가 내 가족을 설득하지 못한다. 5.18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도 '북한 간첩이 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인식의 격차가 오늘의 우리를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파렴치한 정치세력이 주입한 결과다. 생각할수록 무섭지 않나?  

8.15광복 이후, 나쁜 세력은 나쁘게 좋은 세력은 또 굉장히 좋게 발전했다. 마치 독립운동가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대변하고, 친일파가 우리의 열악성을 대변하듯 말이다. 훌륭한 민주세력과 저급한 반민주세력이 같이 성장했다.  

국민은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래도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런데 파렴치한 정치세력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파괴한다. 그렇다 보니, 나쁜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설득조차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 중요한 격차로, 역사 인식을 꼽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100% 국민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진보-보수의 감정적 골은 더 깊어졌다. 또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드러났듯 젊은 친구들의 역사 인식이나 상식이 상대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다. 해결방법이 있을까?

임헌영 : 답은 하나밖에 없다. 올바른 정치,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도 정치를 하기란, 굉장히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민주주의를 하려고 했다. 역사를 바로 봤고, 파렴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파렴치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올바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다. 아무리 일베가 떠들어도 '너무 하다'고 생각하는, 파렴치에 대해인식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민주주의를 통해 부정이 없는 지도자를 뽑을 능력 또한 국민에게 있다고 본다. 정치인이 민주주의 기본 룰을 지킬 때 가능하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주주의 자체가 없어진다. 그게 두렵다.  

어떻게 자기 생각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역사에는 올바른 게 있다. 그러나 수시로 변하는 정치 현실에서는 '내가 말하는 대로 해야 민주화가 된다. 통일된다'라는 정답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도 될까 말까 한데 말이다. '내 방법 이외의 사람들은 나쁘다.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건 정치적 미숙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사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는 임헌영 소장 ⓒ프레시안(손문상)

"'천안함, 북한 폭침' 언급이 종북이다!"  

프레시안 : 파렴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예 탈각됐다고 지적했다. '종북'이란 정치적 용어가 그렇게 쓰인다.   

임헌영 : 야권의 당면 과제는 '종북'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파렴치한 정치를 정화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는 친일파·군사독재를 청산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을 정계에서 은퇴시켜야 한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다 '종북'을 쓴다. '종북'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이승만 정권 당시 '반공'하면, 친일도 용서되고 부정부패도 용서됐다. 지금이 그런 지경이다. 참 파렴치한 것이다. 그 역사 인식과 '종북'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두고두고 고생할 것이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종북'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북한 폭침'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종북'으로 몰렸는데, 문 대표가 이들과 거리를 둔 셈이다.  

임헌영 : 야당이나 진보세력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도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바에 대해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건 정치인의 도리 아닌가. 그런데 '북한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종북'인가. 오히려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게 '종북'이다.

대한민국 영해 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북한이 그렇게 정교하게? 놀랍다. '종북(從北)'은 북한을 찬양하는 건데, '북한 소행'이라는 견해는 북한에 대한 찬양이다.

정치인이 지금까지 안 했던 말을 새삼 했다고, '달라졌네. 그 사람을 찍자!'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얻은 표일 때 가치가 있다. 국민을 속이며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얻은 권력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스스로 권력을 잡아도 힘들다. 이런 사실을 야당이나 진보가 알았으면 좋겠다.  

"자칫 '200년 전쟁' 될까 암담하다" 

프레시안 : 현 정부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 복원이 정권의 목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최근 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 12명에 친일파가 포함됐다.

임헌영 : 박근혜 정부는 역사 인식을 탈색하는 '전 국민 몰지각화 운동'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사육신을 높게 평가해야 하는데, 세조가 훌륭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처음 주목한 곳이 민족문제연구소다. 물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빌미가 됐다.

<백년전쟁>은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고증했다. 실제 검찰조사에서도 다 증명했다. 그런데 파렴치한 정권은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참, 고약하다. '팩트(역사적 사실)'를 문제 삼는 건, 저의가 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게 못마땅한 것이다. 국민의 친일파 청산 의식이 높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을 비판하기보다는 <백년전쟁>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불편한 심기를 엉뚱한 데 푸는 격이랄까?(☞ 참고 기사 : 이승만·박정희 다룬 <백년전쟁>이 국가 안보 문제?) 

<백년전쟁>은 광복 70년 중에 장기 집권한 두 인물, 이승만-박정희를 다뤘다. 그런데 친일로 몰린 사람들이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를 전면화해 박 대통령의 심기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당신 아버지를 이렇게 비꼬았다'라며 민족문제연구소를 탄압하려는 심리가 깔렸다.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현 정권의 핵심이 친일 공모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아베 총리가 하는 행동과 똑같다. 일본 역사교과서나 우리나라 교학사가 만든 교과서나 역사관이 똑같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아베에게 사과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파렴치한 것 아닌가.

특히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어떻게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하나만 사과하라고 할 수 있나. 광복 70년 동안 국민 인식은 높아졌는데, 정치인은 아직도 못 깨어나고 있다. '자기들은 똑똑하고, 국민은 바보다'라고 지금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병에 걸리면, (세상만사) 참, 편리할 것 같다.

프레시안 : <백년전쟁>이 가진 함의는?  

임헌영 : 지도자 한 명이 집권만 잘하면 경제 정책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사회문화와 국민 인식은 3대에 걸쳐 이뤄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부터 부정적인 정치 행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립운동을 했다. 반면, 반민족세력 또한 철저하게 자기 민족을 배신하며 득세했다. 당시 독립운동가는 가족뿐 아니라 일가를 희생하며, 조국을 되찾는데 헌신했다. 8.15광복 후, 제일 먼저 독립운동가 및 연좌제에 묶인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켰어야 한다. 그리고 반민족세력을 응징했어야 한다.

그 역사가 일제 36년을 넘어 지금까지 1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잘못하면 '200년 전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만큼 암담하다. 이 다큐의 연작이 언제 끝날지, 누구에게까지 내려와야 할지 안 보인다.

프레시안 : 최근 '다음' 뉴스펀딩에 '강제징용 피해자 사례'를 연재하고 있다. 반응이 좋다.

임헌영 : 일제시대 징용자 및 위안부는 국민들이 직접 느끼는 문제다. 다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왜 징용을 갔을까? 결국 나라를 빼앗겨서 갔다. 왜 나라를 빼앗긴 거지? 나라를 빼앗겨도 징용은 안 갈 수 있었을 텐데…' 등 조금 더 유추하며 '친일파 청산이 바로 오늘의 문제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국제적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주목받고 있다. 이게 참, 좋으면서도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사과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과하면 다 해결되나? 아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수만 가지의 죄악 중 하나일 뿐이다. 일본이 죽인 모든 국민, 특히 독립운동가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처는 보훈처대로 하고, 전범 국가인 일본에는 별도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이 있어야, 한일관계가 정상화된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면, 보수 언론과 보수 진영은 '일본이 사과했다'고 떠들 것이다. 참 염려스럽다. 오히려 '200년 전쟁'이 될까 걱정된다.  

사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문제와 현대 한일 관계만 다루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적 발언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일청산을 하려고 보니, 너무 현실적인 권력에 직면하게 됐다. '아, 정말 친일파 청산하려면 그런 의지를 갖춘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구나. 그런 정치인이 힘을 가져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말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발언 역시, 친일파 청산의 일환이다.  

임헌영, 어느새 '리영희'가 되다  

ⓒ프레시안 (손문상)
프레시안
 :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받아 지금까지 24년간 친일 문제를 연구해 왔다. 특히 3.1절과 8.15 광복절 등 기념일이면 정부 산하 기관 및 시민단체에서도 자료 요청이 쇄도한다고 들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계획을 듣고 싶다.

임헌영 : 연구소 1차 목표가 2009년 편찬한 <친일일명사전>이었다. 반응도 좋았고 연구소 또한 신뢰를 얻었다. 그런데 아직 학술상을 못 받았다. 사실 사전 편찬은 연구적 성과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도 "8.15광복 이후 최고 업적"이라고 할 만큼 연구 성과가 뛰어난 작업이다. 사전을 만들면서 일본어 신문이던 <만주신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로 쓴 만주군관학교 지원 자료(1939년 3월 31일 자)도 발견했다.

2차 목표는 '식민통치사료'를 내는 것이다. 광복 70년이 된 지금까지 우리가 일본에 얼마나 많이 빼앗겼는지 통계가 없다. 민간인 희생도 20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 오락가락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본과 한국의 동아시아 평화 정착'이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역사박물관(가칭)'을 건립해 일제 식민 수탈과 잔혹한 통치를 그대로 전시할 계획이다. '독립기념관'과는 또 다른 민간인의 수탈사(收奪史)를 모으는 작업이다. 그래서 후대에 누구나 와서 보고, 일제 식민사(植民史)를 되새겼으면 한다.  

프레시안 : '임헌영' 개인은 문학평론가다. '민족 문학' 분야의 개척자로, 18년 만에 평론집 <불확실한 시대의 문학>(한길사 펴냄. 2012)를 펴냈다.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나.  

임헌영 : 지금도 15권 정도의 비평이 쌓여 있다. 책을 내려고만 하면, 세월이 이상하게 꼬여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학'과 '해외 동포 문학'을 주로 연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민족 문학'이란 것 자체가 낡은 시대의 언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시대에 맞는 민족 문학을 계속할 생각이다.

<불확실한 시대의 문학>은 이런 연구를 간추린 것이다. 서간문에도 밝혔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사회 문화와 역사 인식이 바뀐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사회를 읽는 척도가 된다.

"'불확실 시대'라니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따지면 우리가 함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역사적 필연, 사필귀정 같은 말에 현혹되기에는 우리 세대는 너무 많이 속아왔다. 어떤 공고한 민주주의와 번영·평화도 한 고약한 정치가에 의하여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으로도 예기치 못한 상황을 유럽이나 미국의 예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통감하면서 '불확실 시대'에 대한 명칭에 더 애착이 갔다. 현재 지구 위의 어느 국가도 자신의 나라는 파멸로 이끌 히틀러 같은 인간을 지도자로 선택할 개연성이 엄존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스럽게 한다."(<불확실한 시대의 문학>서간문 '불확실성을 밝히는 하나의 별' 중)

프레시안 : 리영희 선생이 고인이 된 지 5년이 됐다. 일흔대여섯 살, 지금 본인의 나이가 리영희 선생과 대화를 하고 기록했던 때다. <대화>(한길사 펴냄. 2009년)의 마지막에 '리영희 선생의 곧은 성품이 외경심의 원천'이라고 했다. 현재 본인이 우리 사회 '외경심의 원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임헌영 : 당시 리영희 선생 건강이 좋지 않아서 대화를 이끌어내기 바빴다. 한두 시간 하면, 쉬어야 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참 어려웠다. '외경심의 원천'이라. 나는 리영희 선생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선생은 독종이다. 난 그렇게 못한다. 마음이 좋아서…(웃음).  

지금 살아 있다면, 직언을 날렸을 것이다. 리영희 선생이 얼마나 날카로웠던지, 일부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용주의에 기대할 때 첫마디가 이랬다. "두고 봐라.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훨씬 더 악질적일 것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남북문제 개선,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였다.

그 가르침으로, 난 박근혜 정권을 간파했다. 재야인사 중 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MB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두고 봐라. MB보다도 못하고, 아버지 박정희보다 훨씬 못할 것이다." 지금 어떤가. 이런 점은 리영희 선생에게 배웠다.  

간단하다. 인간의 본질을 봐야 한다. 본질을 못 보면 그 사람에게 속는다. 박근혜 대선 후보 시절, 자세히 관찰하며 그가 쓴 책을 다 살펴봤다. 그랬더니, 가치관이 어느 정도 짐작되더라.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와 다르다.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훨씬 못하다.  

굳이 평하자면, 아버지 박정희는 옳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당대 최고 두뇌를 등용했다. 특히 5.16쿠데타 직후, 진보적인 사람들을 불러들여 '새마을 운동'을 설계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정부는 사람 쓰는 것을 보면….  

사람의 본질을 보면 참 편리하다. 본질에서 어긋난 것은 예외고, 결국은 본질로 돌아간다. 하지만, 요즘 진보세력들이 변증법을 공부하지 않는다. 변증법을 공부하면, 역사와 사람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그런데 본질을 보지 않고, 껍데기만 보기 때문에 조금만 나아져도 '희망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게 거품이란 것을 모른다.

* '단박 인터뷰'는 2015년 <프레시안>이 새롭게 연재하는 조합원과 독자 참여형 인터뷰입니다. 피터팬79님, 아사검님 질문 감사합니다.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문형철 2015.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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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조립단계 FA-50

  방산업체는 지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 터져나오는 방산비리와 삼성의 방산분야 철수,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매입으로 방산기업 1위에 오른 한화, 공군 전력증강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KFX(한국형전투기)사업 입찰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KFX 사업수주에 나선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과 뒤늦게 경쟁입찰에 뛰어든 대한항공(KAL)의 무기생산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 2월 26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방문기를 싣는다. 유감스럽게도 대한항공의 현장방문은 이뤄지지 못해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남도의 한적한 소도시 사천

 늦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2월 26일 아침 8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남사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혼잡한 서울근교를 벗어나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자 ‘경상남도’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높지는 않지만 해발고도 100~200미터 정도의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취재차 들리는 경남 사천이지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초중고 과정을 KAI가 소재한 사천에서 불과 20여분 떨어진 진주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천만과 삼천포항에 놀러갔었던 청소년기의 추억이 떠올랐다.
 인구 119,744명(2014년 통계)의 경남의 서남부 소도시 사천은 서울과 달리 황사도 추위도 없는 포근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터미널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의 지붕장식이 비행기 모양이었다. 사천시에 공업단지가 조성이 되어있지만, 지역을 대표 할 기업이 KAI이기에  KAI에 대한 지역민의 민심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KAI 본사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정겨운 사투리로 “KAI라는 기업이 사천에 있어서 좋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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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에이션 센터에서 비행시뮬레이션을 조작중인 학생들

  미래인재 양성 ‘KAI 에비에이션 캠프’

 KAI 본사에 도착했을때 제일 처음 눈에 띈 것은 KAI 에비에이션 센터였다. 항공테마파크처럼 보이는 에비에이션 센터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 된 전투기에서 KAI가 제작한 T-50까지 다양한 항공기가 옥외에 전시돼 있었다. 일본의 항공자위대가 항공자위대와 항공우주를 홍보하기 위해 하마마츠에 무료로 운영중인 에어파크가 연상됐다.
 에비에이션 센터의 실내에는 다양한 항공기의 작동원리와 과학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이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KAI의 사회공헌팀 마경섭 팀장은 “2010년부터 청소년들에게 국가 항공산업의 발전상을 제대로 알리고 항공산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미래에 항공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인재로 양성하고자 KAI 에비에이션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KAI 에비에이션 캠프는 초음속 항공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는 KAI의 경험과 지식, 공간을 전국의 수학, 과학 교사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체험 학습장으로 제공하는 창의과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1만5000여명의 학생과 교사가 캠프를 수료했다고 한다.

 산학협동과 지역사회의 공헌 ‘KAI-Track 협약’

  KAI는 에비에이션 캠프만이 아니라 국립경상대와의 우수인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위한 노력은었다.  마경섭 팀장은 “국가 항공산업의 안정적 발전를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 하고자 2006년부터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와 ‘KAI-Track 협약’을 체결하여 KAI 직무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우선 채용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게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성과 향상과 기업 채용율을 높여줄 수 있고, 기업에게는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고 입사 후 재교육의 시간을 줄이는 기업과 학교의 상생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KAI-Track은 현재 경상대 이외에 전국 7개 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산학 협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마 팀장은 덧붙였다.

 국산화의 산실 ‘KAI 항공전자 통합실험실’

 에비에이션 센터를 둘러본 후 향한 곳은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었다. 한 대의 전투기에는 무수한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구되는 전투기의 경우, 전투임무에 필수적인 임무컴퓨터, 전투기에 탑재되는 수많은 무장들을 통제하는 무장관리 컴퓨터, 임무지형에 대한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전자지도 컴퓨터 등 다양한 두뇌 활동을 맡은 전자부품이 원활하게 통합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전자부품은 전방상향시현기(H.U.D-Head Up Display), 스마트 다기능 시현기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전투기의 정확한 상태와 정보가 연동되어야 조종사가 전투기량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이러한 주요 항공전자 장비와 부품이 상호간섭 없이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실험실의 입구에는 앞서 언급한 항공전자 장비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고, 상당수의 장비와 부품들의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AI 항전체계팀 김기성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전자시스템 개발은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수행을 위해 임무컴퓨터를 중심으로 센서, 무장 및 항법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로서 시스템 설계, S/W 설계 및 H/W 설계로 구분된다. KAI는 T-50 고등훈련기 개발 시 항공전자 시스템을 해외업체와 공동개발하여 시스템 개발, S/W 개발 및 통합시험에 대한 독자능력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항공전자장비를 장착하거나, 무장을 추가할 경우 지상 SIL (System Integration Laboratory)에서 시스템 설계, S/W 및 H/W에 대한 시스템 통합검증을 실시해야 하는데, 최초 SIL 설계/개발을 해외업체에 의존했기 때문에 국산화에 한계가 있었다.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하려면 계속 해외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해외업체로부터 ‘기술독립’을 한다는 의미에서 ‘8.15 station’이라고 명명한 장비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산업부의 선행 연구개발과제인 ES (Embedded System) 사업을 통해 완전히 독자적으로 SIL을 개발했다. 김기성 팀장은 이때부터 KAI가 새로운 항공전자 및 무장장착에 따라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든 독자적으로 개발 및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KAI의 기술적 성과를 설명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에는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훈련체계, 정비사 훈련을 위한 정비훈련체계, 체계적인 훈련을 관리하기 위한 훈련관리체계(TMS : Training Management System)와 시뮬레이터 등의 훈련장비, 자가 학습과 집체 교육을 위한 CBT(Computer Based Training)/CAI(Computer Aided Instruction), 교보재와 교육보조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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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독립 ‘8.15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우리기술로 탄생된 시뮬레이터의 모습

  특히 시뮬레이터는 조종사들이 지상에서 실전과 같은 비행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 조종석과 기능 및 성능이 동일하다.  T-50 훈련체계 개발 이후 FA-50 및 국내에서 개발된 각종 비행 시뮬레이터는 IT 융합의 집합체로서 항공기 기술 이외에도 각종 영상처리, 네트웍 통신 등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실험실에서는 메버릭 미사일(AGM-65)형태의 교육보조물이 놓여져 있었는데, 이 교육보조물의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상을 시뮬레이터에서 조준해서 발사하는 시연장면을 볼 수 있었다. 조준이 완료되자 명중이라는 가상 상황이 연출되며 무장창의 정보에서 사용된 무기가 파일런에서 없어졌다는 정보가 화면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팀장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우리는 조종사가 실제상황과 같은 상황 속에 효과적으로 훈련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동시에다양한 상황을 구연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전자장비와 부품들이 간섭이 없고 조종사에 최적화되기 위한 체계통합이 중요하다. KFX 개발을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KFX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

  세간에는 항공기 엔진도, AESA 레이더도 만들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KFX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김기성 팀장은 “AESA 레이더의 항공기 장착 문제는 레이다 전문업체가 담당하는 레이더 자체와 항공기 체계업체가 담당하는 통합측면 2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AESA 레이더는 정부 주관으로 국내 전문업체와 단계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KF-X 사업에서는 국내 전문업체의 일부 기술 부족을 감안하여 해외 선진업체와 기술협력 개발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항공기 업체인 KAI가 담당하는 체계통합기술은 FA-50 사업에서 기계식 레이더를 통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서 AESA 레이더 전문업체로부터 기술자료(ICD)를 제공받으면 통합 장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AESA 레이더를 체계 통합한 경험이 없는 상태이므로 항공기 개발 과정상의 시행 오를 줄이기 위해 AESA 레이더 및 IRST 통합 등의 기술을 가능한 한 F-X사업의 절충교역을 통해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KAI는  절충교역으로 기술이전이 어려울 경우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체계 개발간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의 예를 들었다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는 KAI와 마찬가지로 AESA 레이더를 만들거나,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항공기 체계종합 업체다. 유러파이터도 AESA 레이더와 엔진을 전문업체로부터 납품받아 다른 첨단 장비와 융합하여 전투기를 전력화하고 있다. KAI는 이들 항공전자 장비를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기체 보기 및 항공전자 장비를 항공기에 체계통합하여 전력화하는데 문제는 없다. KAI는 1999년 10월 설립 이후 KT-1에서 FA-50의 전력화까지 수많은 정밀무장 및 항공전자 장비 등을 통합하여 전력화했던 경험을 토대로 KF-X 전투기를 개발하여 전력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KAI의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시끄러울 것 같은 공장의 이미지와 달리 아주 조용했다. KAI의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도 연구 개발 인력의 대폭 확충 등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KAI의 인력현황을 보면 전체 3,423명 중 40%에 해당되는 1,378명이 기술 개발 분야에 속해있다. KAI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KF-X와 LAH·LCH 개발을 위해 1,000여명의 연구개발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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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을 제작하는 공정  

 꼼꼼하고 청결한 항공기동(생산현장)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 연구개발 분야라면, 항공기동(생산현장)은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들의 제작과정과 생산라인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항공기 제작은 고도의 숙련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다.  자동차와 달리 높은 고도에서 고속으로 이동하고 열과 마찰 등 여러 악조건을 견디면서도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소재의 선정과 조립 또한 상당히 까다롭다. 예를 들면 전투기의 날개는 강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를 주로 이용한다. 동체와 날개 등 주요연결 부위는 용접이 아니라 리베팅이라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너트와 볼트로 주요부위를 결합하면 무게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나사모양의 리벳을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 집어넣어 열처리를 하거나 두들겨 연결부위를 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부분에서 각 부품과 장비의 통합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서 신중함을 요구한다.
 생산현장은 항공기생산기술 2팀 한호종 팀장이 안내를 했다. ‘수리온’과 ‘FA-50’이 줄지어 있는 KAI의 항공기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로봇의 다리처럼 생긴 기둥들에 의해 고정되어져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밀이 생명이기 때문에 수평과 좌우기울기 균형이 모두 충족되어진 상태에서 조립이 돼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제어된 버팀 장치에 올려놓고 제작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리온의 회전익 조립공정에서는 휴대품과 공구를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호종 팀장은 “항공기는 상당히 민감하다. 회전익기의 심장인 로터나, 고정익기의 공기흡입구 등  항공기의 곳곳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라이터나 공구 하나라도 실수로 기체에 들어가게 되면 심각한 고장은 물론, 조종사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전 공정에서 이러한 실수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점검을 실시한다” 라고 설명했다.  생산현장은 상당히 청결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종합후속지원체계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향한 곳은 고정익 고객지원팀이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에서는 KAI의 종합후속체계를 구축해  ‘성능개량 전문업체’로의 영역확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 정연명 부장에 따르면. KAI는 P-3, E-737의 성능개량 개조(MRO)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H-53 등의 해외 창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의 성능개량 개조와 민수 MRO를 추진하는 종합후속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정 부장은 군대의 상황실에서나 볼법한 대형화면을 통해 KAI의 종합후속지원체계를 설명했다. 해외 각국에 수출된 KAI 항공기들의 기체정보 및 상황들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실시간으로 우리는 고객들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TF팀이 가동되고 언제든 현지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래 항공산업 인재 양성,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와 생산과 후속지원체계 등 KAI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방산업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글/사진 문형철 기자:captinm@naver.com

'야당의 언어'로 연설한 유승민


15.04.08 17:51l최종 업데이트 15.04.08 17: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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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 -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야당의 찬사가 쏟아졌다. 보통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끝나면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혹평을 쏟아냈던 과거를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찬사를 보낸다"라고 썼다.

야당 찬사 받은 유승민의 연설

야당의 반색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오랜 정치적 소신이었던 '경제 정책 좌클릭'을 새누리당의 혁신 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라며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라고 밝혔다.

고통 받는 서민의 범주로 빈곤층·실업자·비정규직·신용불량자·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장애인·무의탁노인·결식아동·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 등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며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심각한 양극화로 인한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라며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은 야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표현들인 '가진 자'. '기득권층',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 '야당의 언어'로 채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34조5000억 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과도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라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증세 공론화 치고 나오고 재벌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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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유 원내대표는 특히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부담-중복지'를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야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고 있었던 증세의 필요성을 과감하게 언급했다. 우선 증세 대상은 대기업과 부자들로 못박았다. 

그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돼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 논의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가들의 도덕적 해이도 정조준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 일가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과 2차·3차 하도급 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런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배임·뇌물·탈세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재벌들의 사면·복권·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뿌리 있는 유승민의 좌클릭... 김무성·최경환과 갈등 우려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인 유 원내대표의 '좌클릭' 선언은 갑작스런 게 아니라 뿌리가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재벌·대기업은 수십 조 원의 이익을 보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두는 게 보수냐? 4대강에는 22조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쪽방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면서도 기초생활보호도 못 받는 분들을 위해서는 예산이 없다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내뱉는 것이 보수냐"라며 중도를 향한 보수의 '좌클릭'을 주장한 바 있다.

또 "수천 억을 버는 재벌과 100만 원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들, 이 양극을 두고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도, 국민통합을 이룰 수도 없다"라며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야권이 주장해 왔던 진보 의제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당의 지향점을 부자, 대기업이 아니라 제일 고통 받는 국민들한테 두자"는 '용감한 개혁'을 기치로,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제쳤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오랜 소신이 실제 보수 여당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밝힌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복지 확대, 재벌 개혁에 대한 기조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견지해온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김무성 대표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도 생각 차가 적지 않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의 좌클릭'에 여권 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힌 야당도 속으로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속내도 복잡하다. 실제 새누리당의 변화가 시작되면 야당이 틀어쥐고 있었던 정책 영역을 새누리당에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이 머뭇머뭇 하고 있을 때 유 원내대표가 증세 공론화 문제까지 먼저 치고 나왔다"라며 "야당이 반색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도 여당의 혁신 움직임에 대응하는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뭉개기 전승 거둔 새누리, 4승에 도전


권성동-심재철 등 ‘뭉개기 전담‘의 노하우, 야당 속수무책?
육근성 | 2015-04-08 15:07:14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새누리당이 7일 종료되는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국조) 특위 활동 기한을 다음달 2일까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그간 국조는 MB 등의 증인출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해 왔다.

국조 기한 연장 합의한 여당의 꿍꿍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나온다고 하니 내가 나가겠다”며 새누리당의 퇴로를 차단하자 권성동 국조특위 여당 간사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레벨이 다르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 ‘MB 출석 불가’를 외치던 새누리당이 왜 기한 연장에 합의한 걸까?
4월 임시국회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거래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4.29재보선을 의식한 포석이기도 하다. 수십조 원을 탕진했다는 의혹이 있는 자원외교 비리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런데도 납득할 수 없는 핑계로 국조를 밀칠 경우 국민들의 원성은 여당을 향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기한 연장에 합의한 것이다.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여당의 꿍꿍이가 다른 정치적 목적을 향해 있는 한 국조를 통한 해외자원투자 비리 진상규명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19대국회) 국조는 여야합의제를 악용하는 새누리당에 의해 매번 빈 깡통이 되고 말았다. 여당의 트집 잡기와 방해공작, 시간 끌기와 버티기 수법은 교묘했다. 세 차례(19대국회) 진행됐던 국조에서 새누리당이 일관되게 보여 준 건 딱 한 가지, ‘어떻게든 대통령을 보호하자’ 이것뿐이었다.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호도해서라도 청와대만 지켜내면 된다는 식이다.

19대국회 국조 모두 ‘빈 깡통’, 자원외교 국조도 같은 운명?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2012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엉망이었다. 증거 인멸을 방조하고, 윗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공무원 몇 명만 기소한 뒤 사건을 덮으려했다.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새누리당은 어쩔 수 없이 국정조사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국조 특위가 구성(2012년 7월)됐지만 새누리당은 엉뚱한 주장을 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거 정권이 벌인 불법사찰을 덮어둔 채 “현정권의 문제만 조사하는 건 안 될 일”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당의 ‘물귀신작전’에 말려들며 국조는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국조 실시계획서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활동이 종료(2013년 12월)됐다. 1년 6개월 동안 한 일이라곤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한 회의와 활동 종료를 선언하는 회의 두 차례가 전부였다. ‘물귀신작전’을 주도한 인물은 심재철 특위 위원장(새누리당)과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권성동의원이다. 활동이 전혀 없는 ‘유령국조’였다. 하지만 심재철 위원장은 활동비와 직급 보조비 명목으로  월 1,00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챙겼고, 이것이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조 뭉개기 최고 베테랑은 권성동, 심재철
부정선거 논란으로 비화되며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화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조(2013년)는 야당이 특위위원장(신기남 의원)을 맡았다. 그나마 야당 위원장이었기에 ‘원세훈-김용판 청문회’라도 열릴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NLL 대화록 공개 등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며 국조를 방해했다. 여당 소속 특위위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정원의 특명을 받아 국정조사를 뭉갤 목적으로 특파된 ‘전담팀’이나 다름없었다. 김재원,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의 맹활약을 보였지만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뭉개는데 큰 공을 세웠던 권성동 의원이었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방해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90일 이라는 최장기간 국조였지만 기관보고 일정을 정하는 데만 20일을,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50일을 허비했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건 10일에 불과하다. 청문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앞선 국조’에서 수완을 발휘하며 손발을 맞췄던 심재철 위원장과 권성동 간사의 콤비플레이가 거둔 ‘성과’였다.
아예 노골적으로 국조를 뭉개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이 부당하다’는 장문의 글을 카톡에 올렸고, 조원진 여당 간사는 국조 중단을 향의하는 유족을 향해 “당신 누구야? 유족이면 가만히 있어라”는 등의 막말까지 해댔다.

‘뭉개기 전담팀’의 노련미와 노하우, 야당 속수무책?
해외자원비리 국정조사 특위의 위원장은 야당 몫이다.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될지 의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3번이나 국조를 뭉개는데 눈부신 활약을 보인 권성동 의원과 경험이 축적된 ‘뭉개기 전담인력’이 여당 내부에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권 의원이 기한 연장에 반발해 일단 간사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국조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연말 MB가 참석했던 친이계 측근 송년회에 배석했을 정도로 ‘골수 친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MB를 변호하는 발언을 많이 해 ‘MB의 장세동’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송년회에서 MB는 ‘증인으로 출석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떻게 하든 증인 출석을 피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공생관계’인 박 대통령이 쉽사리 MB를 치기는 어려울 터, 국정조사 기한이 연장돼도 4.29재보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의원처럼 국조를 뭉갠 경험이 많은 ‘베테랑’과,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한 ‘전담팀’이 있기 때문이다. ‘뭉개기 4연승’을 향해 또 팀이 가동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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