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4일 일요일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 그러나 한국 언론 수준은 ‘고민정 시집 잘가’

임병도 | 2020-05-25 09:33:2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5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은 당선인 총회를 열고 박병석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김상희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추대할 예정입니다.
원래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의장단 후보를 선출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경쟁보다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앞서면서 박병석, 김상희 의원이 단독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민주당 의장단 후보는 6월 초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김상희 의원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됩니다.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라는 타이틀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들의 위상이 높아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역대 최다 여성의원 57명 당선, 여성의원 비율은 OECD 최하위권
▲역대 총선 결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여성 정치대표성 강화방안: 프랑스·독일의 남녀동수제 사례분석” 보고서
21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은 57명입니다. 20대 총선 여성 당선자 51명보다 6명이 늘었으며 역대 최다 여성 당선입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16대 국회까지도 여성 국회의원 수는 300명 중 6%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부터 10%를 넘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17대부터 여성 의원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여성 할당 규정이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여성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여성 의원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17년 기준 OECD 평균 28.8%보다 10% 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여성 정치대표성 강화방안: 프랑스·독일의 남녀동수제 사례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보다 여성의원 비율이 낮은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5개국에 불과합니다.
여성의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녀 성비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전세계 여성 국회의장 비율 20.5%
지난 2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는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국정연설 원고를 찢어서 책상에 던져 버리는 충격적인 모습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원고를 찢은 하원의장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원입니다. 낸시 펠로시는 2001년 여성으로는 처음 민주당 원내총무가 됐고, 이후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의장에 취임했습니다.
낸시 펠로시는 2018년 민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2019년에 또다시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시 계승 승위에서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 3위에 해당됩니다.
국제의원연맹(IPU)의 2020년 자료를 보면 전세계 여성 국회 의장 비율은 278명 중 57명(20.5%), 여성 국회 부의장 비율은 582명 중 147명(25.3%)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로 한국보다 정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만 해도 이미 1993년 도이 다카코 의원이 여성으로는 첫 중의원 의장에 취임했습니다.
한국은 첫 여성 부의장이 탄생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첫 여성 국회의장 가능할까?
김상희 의원이 첫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유력해지면서 여성 국회의장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한국의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입니다. 21대 국회의장으로 민주당 6선의 박병석 의원이 후보로 추대된 이유입니다.
다선 의원으로 따지면 다음에는 5선의 추미애 의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횟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언론의 여성 정치인 보도를 비판한 미디어스의 기사 ⓒ미디어스 기사 화면 캡처
한국에서 여성정치인은 정치적인 능력보다는 수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보조적인 역할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스 김혜인 기자의 “고민정 보도는 왜 “시집 잘가”에 집중했나”라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 여성 정치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보도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은 여성 정치인을 외모나 가십거리 대상 정도로만 취급하고, 이는 여성 정치인들을 가로막는 사회적 제약으로 존재합니다.
언론과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이지만, 여성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정치 능력도 요구됩니다. 실제로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가톨릭 신자임에도 동성 결혼이나 낙태를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일본 도이 다카코 전 중의원 의장은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평화헌법 수호자였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남녀동수제 도입 이후 여성 의원 비율이 증가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자 추천 비중을 늘리는 법적 제도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성 정치인이 나온다면, 머지않아 여성 국회의장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047 

조용히 치워지는 사람들, 코로나 시대 평등한 위기는 없다

[김수정의 여성을 위한 변론]

 국내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지 세 달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 감염위험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오랜만에 장을 보기 위해 밤늦게 동네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한산한 마트에서 여유 있게 장을 보고 계산을 하러 가서야 알았다. 불과 한 달 사이 계산원들이 앉아 있던 계산대가 대부분 사라지고, 손님이 직접 계산할 수 있는 무인 셀프 계산대로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로 사회가 자가 격리된 틈을 타 고립되어 있던 그들을 조용히 처리해버린 것일까. 손님들은 어느새 능숙하게 기계로 바코드를 비추며 계산을 하고 있었다. 가끔 오류가 나면 주변 어딘가에 비치(배치)되어 있던 직원이 재빠르게 다가와 오류를 잡아주고, 손님들은 계산원들이 있었던 것조차 잊어버린 듯 편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계산원들이 부당한 해고에 맞서 마트를 점거하고 투쟁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카트>(부지영 감독, 2014)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코로나 위기 이후의 세상은 공동체가 회복되는 새로운 세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누군가 조용히 사라져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런 지옥도의 세상이 될 것인가.

비단 우리 동네 마트뿐인가. 여기저기서 해고와 고용불안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통계청의 '2020년 2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일시 휴직자가 61만 8000명인데 이 중 62. 8%인 38만 8000명이 여성이었다. 3월 한 달간 주로 요양, 돌봄, 급식, 청소, 서비스 분야에서 여성의 해고가 50~60% 이상 급증했고, 11만 5000여 명이 실직했다고 한다. 이는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열악한 처지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동네 마트의 계산원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여성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저숙련 노동이 많으며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요즘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이 정규직 숙련 노동을 수행한다고 해도 남성과 동등한 고용안정을 누리기는 어렵다. 누군가 정리되어야 한다면 여성이 먼저다. 여성의 노동은 언제든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보조적인 노동으로 취급된다. 어린이집, 학교, 유치원들이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자녀 돌봄의 부담이 취업 중인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주변의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돌봄 휴가, 연차 등등 휴가를 반복하다 휴직을 하고 결국 사직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감염병의 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여성들의 돌봄노동은 사회를 지탱해온 중요한 가치로 재인식되고 있음에도, 역설적으로 여성 노동은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고용불안은 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어났던 1997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공·사기업을 불문하고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을 겪었다. 그중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당시 가깝게 지내던 동료 변호사는 구제금융 사태 이후 대규모로 부당해고된 여성들의 부당해고 사건 변호를 맡고 있었다. 이 사건은 성차별에 따른 부당한 해고임이 명백함에도 2심까지 패소라는 부당한 결과가 나왔고, 이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학술대회와 토론회 등을 개최해 판결의 부당성을 성토하며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나도 토론자로 참석하여 판결의 문제점을 검토했었다. 그날 토론회에서 남편을 볼모로 삼아 아내 직원을 해고해 버린 회사의 부당함에 대해, 이를 정당하다고 판결한 판결의 몰상식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던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 사건은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직장에서 쫓겨나고,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A회사(금융기관)는 구제금융 사태 이후인 1998년부터 1999년까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명예퇴직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시행하고, 근속 3년 이상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명령 휴직 제도를 시행(휴직 기간 동안 고정급의 80%만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는 순환명령 휴직제도 시행대상자로 고비용, 저효율 인력, 신의성실 근무에 문제가 있는 직원, 경제적·사회적 충격이 덜 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문제는 누가 '경제적·사회적 충격이 덜 심한 직원들'인지였는데, 회사는 '부부 직원'을 그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실 '부부 직원'이 대상이라는 것은 명목이었을 뿐 실제로는 아내 직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명분이었다. 회사는 아내들이 사직하지 않을 경우 남편들이 순환명령 휴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고, 고정급여의 80%(실제 지급받던 임금의 50%)밖에는 지급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복직의 보장도 없으며, 결국 부부 직원들은 두 사람 모두 우선순위로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이라며 아내들의 사직을 강요했다. A회사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하여 최종적으로 762쌍의 부부 직원 중 10쌍을 제외한 752쌍의 한쪽 배우자가 퇴직하였는데, 그중 688쌍이 아내 직원이 퇴직했다. 또한 A회사에서 주로 여성 직원이 집중되어 있는 직급에서 명예퇴직이 실시되어 직급별로 퇴직한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많게는 10배까지 많았다. 더욱 주목할 것은 결국 퇴직한 여성 근로자 중 63.9%가 그대로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적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당시 A회사의 강권에 못 이겨 결국 명예퇴직을 한 아내들이었다. 이들은 1차 구조조정에서는 끝까지 사직을 하지 않고 버텼으나, 2차 구조조정에서는 마지막 날까지 버티다가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계약직 근로자로 복귀하여 같은 일을 1년간 하였다. 원고들 입장에서는 생각할수록 억울한 사직이 아닐 수 없었다. 남편이 해고될 수 있다는 압박을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퇴직한 752쌍의 부부 중 688명의 아내 직원이 퇴직한 것을 보라.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원고들은 자신들의 사직이 '강요에 의한 해고'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공정한 행위이고, 헌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정하는 남녀평등과 행복추구권 등에 반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회사는 법정에서 원고들의 진정한 사직 사유가 '전통적인 여성관에 기하여 육아 등 가정일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정리해고라는 심각한 단계에서 어느 가정의 가장이 실직을 하는 경우보다는 부부 직원 중 어느 일방이 대신 정리 해고됨으로써 가정을 구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얼핏 보면 부부 직원을 먼저 퇴직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공정하고 형평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실은 매우 성차별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발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부 직원이 가장 '경제적·사회적 충격이 덜 심한 직원들'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부부 중 한 명만 일하는 경우에도 재산이 많아 안정적일 수 있고, 부부가 각기 다른 회사에 근무하며 맞벌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같은 회사 부부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충격이 덜 심한 가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 말이다. 회사는 부부 직원을 선정하면 아내 직원을 압박하기 쉽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다.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부부 중 하나가 그만둬야 한다면 누가 그만두게 될지는 뻔한 일 아닌가. 회사는 "여성근로자들을 먼저 사직시키면 차별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남편 쪽을 명령 휴직시킬 것이다"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였다. 영리하게도 노골적으로 아내직원을 휴직시키거나 퇴직시키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 우회적으로 남편 직원의 고용불안 위협으로 아내 직원을 압박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가장인 남편을 볼모로 잡아두면 아내들은 부당하다고 억울하다고 싸우지 못할 테니까. 뒤탈이 없을 테니까.

어처구니없게도 대법원(2002다35379판결)까지 A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회사가 위와 같은 경로도 원고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보아 합리성을 결하는 것이 아니고, 남녀평등에 반하여 여성을 차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나 법원이 주장하고 인정한 '사회경제적 관점에서의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가부장의 부양을 받으며 조신하게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며 가정을 수호하는 역할. 그것이 바로 법원이, 회사가, 사회가 바라는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아내의 역할 아니었겠는가. 아내 직원들이 '전통적인 여성관'에 따라 살림에 전념하기 위해 퇴직하였다는 회사의 주장과 달리 원고들을 비롯 해고되었던 아내직원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였다. 신분은 정규직에서 비정규 계약직으로 바뀐 채 말이다.

2020년의 코로나 위기에서 여성들의 노동은 1999년보다 가치 있게 취급되고 있는가. 여성들의 노동은 훨씬 더 비정규적인 것이 되어 언제든 더욱 손쉽게 집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의 환경에서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더 쉬워져 전원 여성이었던 콜센터 직원들이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여성(돌봄노동 종사자의 90%가 여성이다)이 감염되어 돌봄대상자와 함께 사망하기도 하였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바이러스조차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바이러스는 가장 약한 곳을 가장 먼저 파고들어 집단적으로 쓰러뜨렸다. 바이러스는 말하고 있다. 평등한 위기는 없다고.

직장 내 성희롱, 고용에서의 차별,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 남녀 임금격차를 알려주는 각종 통계치들은 노동에서의 젠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남녀평등고용법, 여성발전기본법, 그리고 각종 노동법제의 제도화는 노동 영역에서 젠더 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착시라도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싸워왔던가. 코로나 위기는 여성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더 이상 법과 제도가 주는 착시로 세상이 나아졌다고, 살만해졌다고 퉁 칠 수 없게 된 것이다. 감염병 위기는 여성들이 주로 담당해오던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돌봄노동의 주된 당사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전통적 여성관과 맞물려 돌봄노동 자체의 저평가는 물론,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을 보조적인 노동(언제든 집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으로 취급하여 여성 노동을 차별하는 근거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돌봄노동의 금전적 가치를 재평가해주거나 가정 내 돌봄노동을 사회화하는 수준의 논의에 머무른다면,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돌봄노동은 더욱더 여성에게로 귀속될 것이며 노동에서의 성차별적 구조를 극복하기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감염병의 위기는 공동체가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실상도 낱낱이 보여주었다. 감염병 이후의 세상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두렵다. 마트의 계산원들처럼 위기상황을 이용하여 조용히 치워지는 사람들 그리고 '집단 감염'이라는 공포심에 포획된 채 누군가 치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위장된 평화에 길들여지는 것이 감염병 위기 이후의 세상일까 봐.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52310525326605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쓰는 데 10년 걸린 이유? 겁나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고민

20.05.25 07:07l최종 업데이트 20.05.25 07:07l

[인터뷰] 책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저자 박래군박래군이라는 이름을 빼놓고 대한민국 인권운동을 말할 수 있을까. 어느덧 33년째, 그는 늘 있어야 하는 곳에 있었다. 가장 슬픈 곳에 있었고, 가장 낮은 곳에 있었고, 가장 참혹한 곳에 있었다. 밀양이 그랬고, 쌍용차가 그랬고, 강정마을이 그랬고, 용산이 그랬으며, 세월호가 그랬다. 누구는 이제 좋은 세상이 왔다고 하지만 박래군은 여전히 바쁘다. 여전히 온갖 현장을 다니고, 그를 찾는 곳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최근 신간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를 출간했다. 2011년에 구상하기 시작해 10년 만에 겨우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인권의 시각으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망한 이 책은 여행기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역사서인 동시에 대한민국 인권 실태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 속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현대사는 국가 권력이 자행한 폭력과 범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저항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박래군의 삶과도 닮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박래군만이 쓸 수 있는, 혹은 박래군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책은 아니었을까?

19일 성산동에 있는 인권중심 사람 센터에서 박래군 소장을 만났다.

"원동력? 결국 사람"
 
 박래군 소장 사진
▲  박래군 소장 사진
ⓒ 박정우

- 여전히 바빠 보인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본업이 '인권재단 사람'에서 일하는 것인 만큼 이곳의 일들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 그 외에 가장 핵심적으로 하는 것은 4‧16재단과 관련된 일이다(그는 현재 4‧16재단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주로 하는 일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추모 기억 사업, 피해자 지원 사업, 안전문화 확산 운동 같은 것들이다. 그 외에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데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이라 전시회를 비롯해 준비하는 것들이 있고, 노동자들을 옥죄는 손배·가압류를 막고 피해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손을잡고)' 운영위원이라 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이래저래 하는 일은 많다. 여전히 정신없이 살고 있다.(웃음)"을 만나다 - 이렇게 '정신없이' 산 지도 올해로 33년째다. 박래군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진짜 솔직히 말하면 가장 큰 이유는 자꾸 일이 생기니까 하는 거다.(웃음) 인권과 관련해서 크게 할 일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정말 끊임없이 사건이 생기고, 그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일이 있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거지.

두 번째 이유는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사람이다. 사실 이 일을 3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당연히 지치고 화날 때도 많다.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나지 않을 때도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한편으로 같이 화내고, 같이 상처받고, 같이 절망하는 사람이 늘 있었다. 결국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피곤하지만, 또 사람한테 위로받고 감동 받으면서 그 힘으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있고(박래군의 동생인 고 박래전 시인은 1988년 군사 독재에 항거하면서 분신했다. 박래전 시인의 죽음은 박래군이 인권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

책 만드는 데 10년 걸렸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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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도서 이미지
ⓒ 박정우

- 최근 신간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를 펴냈다. 이 책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인권운동 하는 사람으로서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인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 구조와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다. 사실 인권이라는 것은 굉장히 보편적인 개념이지 않나. 공격받을 만한 것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권 얘기하면 종북 좌파로 몰리는 식의 대립 구도가 우리나라 인권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게 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현대사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러다 2011년 가을에 보름 동안 인권 현장 답사를 하면서 결국 답은 현장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이나 자료만으로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이 거기 있었던 거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걸 좀 더 구체화시켜서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 구상에서 출간까지 10년이 걸린 셈인데, 출간 이후의 소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우선 핑계 아닌 핑계를 좀 대야 할 것 같은데(웃음) 쓰면서도 계속 저자로서 겁이 많이 났다. 아무래도 현재진행형인 사건들도 있다 보니 관계된 사람도 많고, 당사자도 피해자도 있다. 게다가 제주 4·3항쟁 같은 내용은 역사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한 학자나 제주도민이 봤을 때 활동가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책까지 썼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래서 나름대로는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동시에 기존의 여행서, 기존의 역사서와는 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발로 뛰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고민하면서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책을 만드는 데 10년이나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한 얘기였고...(웃음)

덧붙여 인권이라는 것 자체가 누가 아무리 얘기해도 본인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 귀담아듣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기를 써보니까 이렇게 현장을 소개하면서 인권을 얘기하는 방식의 말 걸기가 좀 색다른 접근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생기게 되었다. 무거운 주제지만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물론 잘 써야 가능한 부분이긴 하다. 그건 독자들이 판단해주시겠지."

- 이 책은 대체로 공간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는 구성인데, 그 속에서도 국가 폭력의 한가운데 있었던 개인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었다. 사실 역사적인 사건이나 그것에 대한 분석 같은 건 학자나 연구자들이 더 잘 쓸 거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딱딱한 연구서나 자료집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 폭력의 현장에는 늘 사람이 있다. 그 폭력을 행하는 것도 사람이고, 피해를 당한 것도 사람인데 이걸 자료로 접근하면 그 사실을 잊게 된다.

결국 그곳에, 그때 그 자리에, 고통을 겪었고 생존권을 위협받았고 폭력에 희생되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거기 누가 살았는지, 당시 몇 살이었던 누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최대한 판단을 배제한 채로 사실 그대로를 담으려고 했다. 이를테면 제주 4‧3항쟁 같은 경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걸 이념적인 대립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때 희생당한 아이들이 무슨 이념이 있었겠나. 당시 제주도민들의 생존권의 문제가 있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 어두운 굴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서 밥을 지었고, 감자를 삶았고, 아이를 돌봤다. 책을 통해 그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거지."
 
 제주 4·3 당시 사람들이 굴에 숨어 먹고살았던 흔적
▲  제주 4·3 당시 사람들이 굴에 숨어 먹고살았던 흔적
ⓒ 박정우

4·3, 5·18, 세월호...

- 광주 5‧18 관련 꼭지에서 오월어머니집 정현애 관장을 인터뷰한 것도 같은 맥락인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5‧18에 관해서는 관련한 자료도 많고, 책도 많아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수많은 전쟁이 승자 중심, 남성 서사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광주항쟁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여성의 역할은 주먹밥 만들어주는 역할 정도로밖에 다루지 않는다. 실제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제대로 조명해보고 싶었다.

그런 이유가 하나 있었고, 또 하나는 37년 만에 광주 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에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도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관련해서 정현애 관장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시민군이 탄 버스에 시장상인들이 주먹밥을 실어나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5·18유적지 조형물.
▲  시민군이 탄 버스에 시장상인들이 주먹밥을 실어나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5·18유적지 조형물.
ⓒ 박정우
 
- 책에 실린 모든 장소가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세월호 선체... 가장 쓰기 힘든 꼭지도 세월호 부분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그 아픔이 나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 글을 쓰려면 어찌 됐든 감정적으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쉽게 풀어내지 못하겠더라.

게다가 세월호가 침몰하는 그 상황에 대해서 수없이 들었고, 자료도 많이 봤고, 시신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을 통해 세월호 어디에는 단원고 누가 있었고, 어디엔 뭐가 있었는지를 알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선체에 들어가니까 그 참상과 아픔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음...

남영동 대공분실도 쉽지 않았다. 여러 번 가본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 같은 것이 있다. 들어갈 때마다 빨리 나오고 싶었다.

또 하나는 제주의 동광큰넓궤를 꼽을 수 있겠다. 제주 4‧3 당시 사람들이 피신해 들어갔던 굉장히 넓은 굴인데, 당시 그 까만 현무암 동굴에서 40일을 살았다. 여태까지 내가 만난 어둠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곳이었다. 먹방(감옥에서 특별한 조사가 필요한 수용자가 수감되는 곳)에도 있어 봤는데 그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둠이었다."
 
 목포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  목포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 박정우
   
 남영동 대공분실의 일반적인 고문실 모습
▲  남영동 대공분실의 일반적인 고문실 모습
ⓒ 박정우
 
내 세대는 이제 고인물... 앞으로는 후배들 지원할 것

- 책에 썼듯이 '이 책의 목적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작의 제목이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이기도 하고. 박래군의 화두는 여전히 사람인가?
"인권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인 만큼 사람을 떠나서는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이 책을 준비하는 10년 동안 조금 변한 건 있다. 인권이란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는 것에서 시작하는 개념인데, 가만히 보면 폭력을 저지르고 상상도 못 할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는 것도 사람인 거다. 그들 대부분이 처음부터 나쁜 놈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경제적인 상황, 정치적인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잔인한 광기가 발생하는 인간으로 돌변하더라는 거지.

그렇다면 그 끔찍한 일들이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작업을 하면서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조건을 제거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런 피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바꾸거나, 제도적인 장치로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거다."

- 인권 기행의 두 번째 시리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마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웃음)
"그건 아니고...(웃음) 사실 동학에서 시작해서 연도별로 쭉 갔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가 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동학 관련해서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공부를 좀 더 해야겠더라.

우리나라 인권 이론이 서양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동학을 인권이란 관점에서 보면 서양의 이론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동학을 설명하는 것과는 좀 다르게 동학농민운동을 중심으로 인권사를 풀어내고, 집강소를 통해서 자치 행정에 관해서도 써보고 싶었다. 이렇게 풀어내는 것이 지금은 무리라고 판단해 이번엔 부득이하게 빠지게 되었다.

그 외에도 천주교 순교지를 돌아보면서 우리나라의 종교적 자유와 연결해서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이 외에도 하고 싶은 곳은 많다. 실제로 답사했는데 빠진 곳도 더러 있다. 이런 곳들을 포함해 총 10곳 정도를 해서 2권을 쓰려고 한다. 언제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10년은 안 걸린다!(웃음) 출판사 대표와는 2권까지 낸 다음에 아시아를 하고, 남미까지 가자는 얘기를 했는데 책이 좀 팔려야 가능하려나.(웃음)"

- 올해 예순이 됐는데, 여전히 현장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작인 <사람 곁에...> 에서도 밝혔지만 만 60세가 되면 현장 활동가로는 물러나고 후배들을 지원하고 싶다.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소설도 쓰고 싶고. 은퇴하겠다는 게 아니라 예전처럼 어떤 사건이 생기면 나서서 뛰어들고 이런 건 좀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거지.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 같은 것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제일 발 빠르게 변하고, 혁신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내 세대들은 너무 고인 물이 됐다.

그동안 우리 같은 86세대들이 너무 오랫동안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길을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나부터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어디 예순밖에 안 됐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하지를 않나...(웃음)

사실 인권운동 쪽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일하는 실무자들이 별로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보통 5년이 고비라고 본다. 5년쯤 지나면 활동가로서 현장도 알고, 실무도 어느 정도 하고, 피해자를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조금 알게 되는 시기인 만큼 계속하면서 커나가면 좋은데,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쉽지 않다.

일은 많은데, 월급은 최저임금을 겨우 받을까 말까 하는 정도니까 전망이 안 보인다고 판단하는 거지.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 지지고 볶으면 금방 지친다. 그런 점에서 나 같은 화석은 이제 뒤로 물러나서 후배들의 현실적인 문제 같은 것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선에서 물러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응원하겠다.(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이 실제 현장을 꼭 가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이 있었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박래군 (지은이), 클(2020)

민화협 통일정책포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을 위한 제안' 개최

민화협 통일정책포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을 위한 제안' 개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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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5  11: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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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홍걸, 민화협)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2020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신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경제' 정책에 대한 진단, 그리고 민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최근 정부가 한반도 뉴딜 정책으로 표방하고 있는 '동해북부선 복원' 등 남북교류협력 관련 현안 분석과 미래지향적 모델에 대해 논의한다.
김성민 민화협 정책위원장(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의 사회로, 민경태 통일교육원 교수가 '북한의 경제동향 및 평화경제 비전'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박상돈 통일부 남북경협과 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포럼은 민화협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홍걸 당선인 공동 주최로 열린다.(문의 민화협 사무처 02-761-1213)
  
▲ 2020년 민화협 통일정책포럼-'한반도평화와 남북경협을 위한 제안' [사진제공-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진수장에서 거대한 물보라 솟구치는 날

[개벽예감 396] 진수장에서 거대한 물보라 솟구치는 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5/25 [08:55]
  • <a id="kakao-link-btn" style="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stretch: normal; font-size: 12px; line-height: 16px; font-family: dotum, 돋움, Arial; color: rgb(102, 102, 102); text-size-adjust: none;"></a>
<차례>
1.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2. 광궤 안쪽에 협궤가 부설되었다
3.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된 잠수함
4. 마감단계에 들어선 8,000t급 핵추진잠수함건조작업
5. 머지않아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 열리면


1.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2020년 5월 23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선의 국가무력전체와 국방사업전반을 지도하고, 군사전략을 결정하는 최고군사지도기구다. 국가무력에 어떤 변동이 있거나, 중대한 국방사업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군사전략을 채택할 때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소집된다. 전쟁과 관련된 문제도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 이번에 진행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얼마나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지 직감할 수 있다.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어떤 의제들이 토의되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여러 의제들 중에서도 국가핵무력에 관한 의제가 다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의제와 관련하여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국가무력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확대회의에서) 제시되였다”고 보도했다. 

이 인용문에 나오는 핵전쟁억제력이라는 말이나 전략무력이라는 말은 핵무력을 뜻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핵무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방침과 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는 새로운 전략적 방침을 제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면, 그런 새로운 전략적 방침이 제시된 것은 조선이 자기의 핵무력을 한층 더 강화시킨 막강한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그런 핵공격력이 고도의 격동상태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2020년 5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전용 순시선은 어느 정박장에 머물고 있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렬차와 전용 순시선의 동향을 보여주는 서방측 민간위성사진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4월 12일부터 4월 30일까지 19일 동안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에서 핵추진잠수함건조사업을 지도하는 비공개활동을 이어갔다고 서술한 바 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확대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22일 동안 또 다시 비공개활동을 진행했다. 22일 간의 비공개활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직후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으로 되돌아가 핵추진잠수함건조사업을 또 다시 지도하고 나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1>

▲ <사진 1> 2020년 5월 23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위원장이 확대회의 마지막 순서에 7개 명령서에 수표하는 장면이다. 확대회의에서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은 핵무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방침과 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는 새로운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 그런새로운 전략적 방침이 제시된 것은 조선이 자기의 핵무력을 결정적으로 강화시킨 막강한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그런 핵공격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운영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위에 서술한 조선의 핵무력을 한층 더 강화시킨 막강한 핵공격력, 조선이 보유하게 된 새로운 핵공격력은 전략핵탄두를 장착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날아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그것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가리키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추진잠수함은 적국의 위성감시망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속을 은밀히 잠항하는 최강의 핵공격수단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적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전략목표를 타격하는 최강의 핵공격수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확대회의에서 그런 최강의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그것을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날아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이 자기의 핵억지력을 고도로 강화하는 것이며, 초강력한 수중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2020년 5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전용 순시선은 어느 정박장에 머물고 있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에서 시찰한 “새로 건조된 잠수함”에 대해 서술하면서, 그 잠수함은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라 기존 잠수함을 대폭 개조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라고 지적했고, 2020년 5월 현재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탑재할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전략핵탄두를 장착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날아가는 북극성-3형을 탑재하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완성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만이 아니라 조선인민군 해군도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선인민군 핵전략부대를 재편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해군에 핵전략부대를 조직편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편성하여 위협적인 외부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능력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된 것으로 생각된다.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진수되면, 그 잠수함 운영에 필요한 새로운 작전계획을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방식의 잠수함훈련도 시행해야 하고, 새로운 유형의 전투준비태세도 갖춰야 한다. 조선인민군 핵전략부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확대회의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들 중에는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시봉을 들고 커다란 액정화면을 가리키면서 회의참석자들에게 무엇인가 해설하는 모습이 촬영된 보도사진도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 편집자들이 군사기밀유지를 위해 사진 속 액정화면을 흐리게 처리해놓는 바람에, 화면에 무엇이 나타났는지 식별할 수 없지만,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동해 바다속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이 북태평양 상공을 지나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핵탄두비행거리를 보여주는 화면으로 추정된다.   

이 글의 집필목적은 조선의 핵억지력을 결정적으로 강화시켜줄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어떻게 건조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2. 광궤 안쪽에 협궤가 부설되었다

2020년 5월 8일 한국의 언론매체 <뉴스 1>은 유엔안보리 산하 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집단이 2020년 4월에 공개한 최종 보고서를 인용하여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 3개동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공장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글에서 나는 규모가 가장 큰 그 공장을 다른 두 공장들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제1잠수함공장이라고 부른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제1잠수함공장은 건물길이가 194m이고, 건물너비가 36m라고 한다. 그들은 최종 보고서에서 그 건물의 높이를 추산하지 않았지만, 민간위성사진을 보면 건물높이와 건물너비가 엇비슷하게 보이므로, 건물높이는 약 35m로 추산된다.  

그런데 2019년 9월 26일 미국의 언론매체 <38 노스>에 실린 글에서 위성사진분석가는 제1잠수함공장의 건물길이를 210m로 추산했다. 추산값이 이처럼 크게 다르면, 중간값을 구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나는 제1잠수함공장의 건물길이를 200m로 추산한다. 정리하면,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은 길이가 약 200m이고, 너비가 약 36m이고, 높이가 약 35m인 웅장한 건물인 것이다.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이 촬영된 서방측 민간위성사진을 보면, 공장 출입문 앞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넓은 공간이 보이는데, 거기에 부설된 궤도 4줄에 시선이 멈추게 된다. 그 4줄의 궤도는 출입문을 거쳐 제1잠수함공장 안으로 이어졌는데, 공장에서 건조작업을 마친 잠수함을 진수장으로 끌어낼 때 사용하려고 부설한 것이다. 

최종 보고서에서 유엔안보리 산하 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집단은 제1잠수함공장 안에서부터 진수장까지 부설된 4줄의 궤도에 대해 자기들 나름대로 설명했는데,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폭이 7m인 궤도 2개가 약 9m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부설되었다는 것이며, 그 2개의 궤도 위에 잠수함을 각각 1척씩 올려놓고 건조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제1잠수함공장 안에서 잠수함 2척이 동시에 건조될 수 있다고 설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틀렸다. 2019년 7월 2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 내부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은 그들의 설명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그 보도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잠수함공장 안에서 수행원들에게 무엇인가 지시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인데, 건조작업이 진행되는 거대한 잠수함 함체 옆에 부설된 또 다른 궤도 1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시 말해서, 궤도 2줄에 놓인 작업대 위에 잠수함 함체를 올려놓고 건조작업을 진행하는데, 함체에서 얼마 떨어진 옆쪽에 궤도 1줄이 더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폭이 똑같은 궤도 2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부설하고, 그 4줄의 궤도 위에서 잠수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는 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집단의 설명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폭이 똑같은 궤도 2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부설한 것이 아니라, 폭이 넓은 광궤 안쪽에 폭이 좁은 협궤를 부설한 것이며, 그 협궤에 놓인 작업대 위에 잠수함 함체를 올려놓고 건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2016년 4월 28일 분석기사에 실린,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을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이다. 공장 출입문 앞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넓은 공간이 보이는데, 거기에 부설된 궤도 4줄에 시선이 멈추게 된다. 그 4줄의 궤도는 출입문을 거쳐 제1잠수함공장 안으로 이어졌는데, 공장에서 건조작업을 마친 잠수함을 진수장으로 끌어낼 때 사용하려고 부설한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9년 7월2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사진이다.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제2잠수함공장 안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원들에게 무엇인가 지시하고 있는장면이다. 함체 옆에 부설된 또 다른 궤도가 보인다. 이런 정황은 폭이 약 23m인 광궤 안쪽에 폭이 약 9m인 협궤가 이중으로 부설되었음을 보여준다.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제1잠수함공장 안에 부설된, 폭이 약 9m인 협궤에 놓인 작업대 위에서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7월 2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에서 내부 모습을 드러낸 그 잠수함공장에서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아닌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으므로, 그 공장은 제1잠수함공장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신형 핵추진잠수함이라면 확장, 개건되어 규모가 가장 큰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019년 여름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던 그 공장을 다른 잠수함공장 2개동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제2잠수함공장이라고 부른다. 

광궤 안쪽에 협궤가 부설된 제2잠수함공장과 마찬가지로, 제1잠수함공장에도 광궤 안쪽에 협궤가 부설된 것이 확실하다. 유엔안보리 산하 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집단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때 오인한 것처럼 제1잠수함공장에는 폭이 7m인 협궤 두 개가 약 9m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부설된 것이 아니라, 폭이 약 23m인 광궤 안쪽에 폭이 약 9m인 협궤가 이중으로 부설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거론하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제1잠수함공장 안에 부설된, 폭이 약 9m인 협궤에 놓인 작업대 위에서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여름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을 마감단계에서 건조하고 있었던 그 공장은 제1잠수함공장이 아니라 제2잠수함공장이라는 사실은 위에서 지적했는데, 위성사진을 보면, 제2잠수함공장은 제1잠수함공장보다 규모가 조금 작다. 그러므로 2020년 5월 하순 현재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2019년 여름 제2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었고, 그 이후 진수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보다 크기가 더 큰 것이 분명하다. 


3.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된 잠수함  

미국의 잠수함분석가 H. I. 쑤턴(Sutton)이 2019년 7월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웹싸이트 <코벗 쇼어즈(Covert Shores)>에 실은 글에 조선의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다. 2019년 7월 2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을 정밀분석하면서 쑤턴이 주목한 것은, 그 잠수함 함수의 특이한 모양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은 그 잠수함의 함수를 정면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함체 중간쯤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촬영한 것이므로, 함수 모양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그 사진을 확대하여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함수의 특이한 모양을 볼 수 있다. 

확대된 사진에 나타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수는 하단부 맨 앞부분이 커다란 공처럼 툭 불거져 나온 모양을 하고 있다. 하단부 맨 앞부분이 커다란 공처럼 툭 불거져 나온 함수를 구상함수(球狀艦首, bulbous bow)라고 한다. 선박의 경우에는 구상선수(球狀船首)라고 한다. 구상함수는 잠수함이 바닷물을 가르며 항진할 때 생기는 조파저항을 크게 감소시킨다. 구상선수형으로 건조된 선박은 흔하지만,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된 잠수함은 아주 드물다.   

쑤턴은 2019년 7월 23일에 발표한 자기의 글에서 조선의 잠수함이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조선이 보유한 로미오급(Romeo-class) 재래식 잠수함이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되었으므로, 그는 2019년 7월 22일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 구상함수형 잠수함이 신형 잠수함이 아니라 로미오급 재래식 잠수함을 개조한 잠수함인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미국의 잠수함분석가 쑤턴이 2019년 7월 23일 자신이 운영하는웹싸이트 <코벗 쇼어즈>에 실은 글에 나오는 사진인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함수 하단부 맨 앞부분에 커다란 공처럼 툭 불거져 나온 구상함수가 보인다. 구상함수는 잠수함이 바닷물을 가르며 항진할 때 생기는 조파저항을 크게 감소시킨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9년 여름 신포조선소 제2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 구상함수형 잠수함이므로, 2020년 5월 하순 현재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도 구상함수형 잠수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추정이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은, 조선이 로미오급 잠수함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냉전시기 조선은 소련으로부터 로미오급 재래식 잠수함을 몇 척 수입했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건조기술을 전수받아 그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했었다. 지난 시기 조선이 건조한 로미오급 재래식 잠수함은 함체길이가 76.6m이고, 함체지름이 6.7m이고, 수중배수량이 1,830t이다. 2014년 6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로미오급 잠수함에 탑승하여 잠망경으로 해수면 위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기동훈련을 직접 지휘했다. 

쑤턴의 견해를 그대로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국방부도 조선이 2019년 여름에 건조한 잠수함이 로미오급 재래식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뉴시스> 2019년 7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7월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에서 함체길이가 70~80m이고, 함체지름이 약 7m이고, 수중배수량이 3,000t인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하면서, 그 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3문이 설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선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3문을 설치한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2017년 안에 진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도꾜신붕> 2017년 9월 14일부에 실린 기사에 나왔었다. 이 보도시점을 보면, 한국 국방부는 이미 3년 전에 외국 언론에 보도된 낡은 정보를 새로운 정보인 것처럼 가공해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이다. 

그런데 로미오급 잠수함만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된 것이 아니다. 지난 냉전시기 소련에서 13척이 건조되었고, 1990년에 퇴역한 노벰버급(November-class) 잠수함도 구상함수형으로 건조되었다. 노벰버급 잠수함은 함체길이가 107m이고, 함체지름이 7.9m이고, 수중배수량이 4,000t인 핵추진잠수함이다. 그 핵추진잠수함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이 설치되지 않았은 대신 533mm 중어뢰 수직발사관 8문이 설치되었다. 

나는 2019년 여름 제2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된 개조형 핵추진잠수함이 노벰버급 핵추진잠수함과 유사한 잠수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보도기사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핵추진잠수함에 설치할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문제를 2015년 말에 이미 해결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3월 초에 진행된 내부회의에서 신형 핵추진잠수함건조를 국방부문 핵심사업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또한 <워싱턴타임스> 2017년 9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조선에서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는데, 그 잠수함의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은 3년 안에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4. 마감단계에 들어선 8,000t급 핵추진잠수함건조작업

위에 서술한 것처럼, 지금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는 폭이 약 9m인 협궤에 놓인 작업대 위에서 거대한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폭이 약 9m인 협궤에 놓인 작업대 위에서 건조되는 잠수함의 함체지름은 당연히 9m 이상이다.   

2020년 5월 하순 현재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함체지름이 9m 이상인 거대한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면, 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작업은 이미 5~6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한국에서 함체지름이 7.7m인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하는데 4년이 걸렸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에서 함체지름이 9m 이상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징후가 5~6년 전부터 서방측 민간위성사진에 포착되었어야 한다. 몇 해 전에 그런 징후가 나타난 적이 있었던가? 궁금증을 풀려면, 오래 전에 나온 분석기사들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9월 30일 <38 노스>는 ‘북조선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방측 민간위성이 2016년 9월 2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했는데,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 야적장에 지름이 약 10m인 원통형 철제품이 놓여있는 것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했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그 거대한 원통형 철제품은 잠수함의 원통형 함체를 조립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미국의 언론매체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10월 18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은 2017년 10월 당시 신포조선소 잠수함공장에서 함체지름이 11m인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서술한 바 있다. 

<38 노스>에 따르면, 2016년 9월 당시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함체지름이 약 10m인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고, 미국 국가정보기관에 따르면, 2017년 10월 당시 그 공장에서 함체지름이 11m인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다. 민간언론매체보다 국가정보기관의 정보수준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 2016년 9월 당시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함체지름이 11m인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함체지름이 11m인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이 아니라 핵추진잠수함이다. 세계 각국이 보유한 재래식 잠수함의 함체지름은 6~8m인데, 예외적으로 로씨야의 킬로급 재래식 잠수함(수중배수량 3,000t)의 함체지름은 9.9m이고, 일본의 소류급 재래식 잠수함(수중배수량 4,200t)은 함체지름이 9.1m다. 함체지름이 10m를 넘는 재래식 잠수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함체지름이 11m인 핵추진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궁금증을 풀려면, 다른 나라 핵추진잠수함들 중에서 함체지름이 11m인 핵추진잠수함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영국의 잠수함공장에서 어스텃급 핵추진잠수함을 진수하기위해 준비하는 장면이다. 이 핵추진잠수함은 함체길이가 97m이고, 함체지름이11.3m이고, 수중배수량이 7,800t이다. 토마호크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 6문이 설치되었다. 그와 비교해서, 지금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함체길이가 약 100m이고, 함체지름이 11m이고, 수중배수량이 약8,000t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6문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4월 8일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는 로씨야 해군에서 퇴역하여 해체를 앞두고 있었던 667A 핵추진잠수함 12척을 조선에서 수입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지난 냉전시기 소련에서 건조된 667A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에서는 앵키1급(Yankee1-class) 핵추진잠수함으로 부른다. 미국 국방정보국(DIA)도 2003년 2월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이 로씨야에서 수입한 핵추진잠수함을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1990년대에 로씨야에서 수입한 667A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이 11.6m라는 사실이다. 이 핵추진잠수함은 함체길이가 132m이고, 함체지름이 11.6m이고, 수중배수량이 9,300t이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12문을 설치했다. 

조선이 1990년대에 로씨야에서 667A 핵추진잠수함을 수입했다고 해서, 지금 그 핵추진잠수함과 똑같은 핵추진잠수함을 모방건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이 11m이므로, 그런 함체지름을 가진 다른 나라 핵추진잠수함을 참고하면 조선의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얼마나 큰 잠수함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어스텃급(Astute-class) 핵추진잠수함은 함체지름이 11.3m이므로,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체길이에 가장 가깝다. 어스텃급 핵추진잠수함은 함체길이가 97m이고, 수중배수량은 7,800t이며, 토마호크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 6문을 설치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지금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함체길이가 약 100m이고, 함체지름이 11m이고, 수중배수량이 약 8,000t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6문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5. 머지않아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 열리면

2019년 10월 2일 오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그날 고각발사로 진행된 북극성-3형 시험발사는 최고고도가 약 910km이고, 비행거리가 약 450km라고 한다. 또한 북극성-3형은 탄체길이가 10m 이상, 탄체지름이 1.4m 이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위에서 나는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이 11m라고 서술했는데, 탄체길이가 10m 이상인 북극성-3형을 함체지름이 11m인 잠수함 안에 탑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중국이 보유한 094형 핵추진잠수함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094형 핵추진잠수함을 진급(Jin-class) 핵추진잠수함이라고 부른다. 이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은 12.5m인데, 거기에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2의 탄체길이는 13m다. 탄체길이가 함체지름보다 더 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려면, 수직발사관 설치공간의 높이를 함체지름보다 더 길게 늘려야 한다. 그래서 중국의 094형 핵추진잠수함 상단에는 위쪽으로 불쑥 솟아오른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안에 수직발사관들이 설치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신형 핵추진잠수함도 상단에 위쪽으로 불쑥 솟아오른 수직발사관 설치공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사진에 나타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은 중국이 2015년에 실전배치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2와 크기와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 쥐랑-2는 탄체길이가 13m이고, 탄체지름이 2m이고, 사거리가 7,400km다. 나는 2019년 10월 7일 <자주시보>에 실린 ‘놀라움 안겨주는 북극성-3형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극성-3형은 탄체길이가 11m이고, 탄체지름이 2m이고, 사거리가 7,000km라고 추산한 바 있다. 

조선의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원산 앞바다 수중에서 사거리가 7,0000km인 북극성-3형을 쏘면,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진주항 해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고, 북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아가서 쏘면, 백악관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미국 해군 참모차장 로벗 버크는 2019년 10월 25일 버지니아주 앨링턴에서 진행된 국방기자협회 간담회에서 조선의 북극성-3형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될 수 있으며, 전략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큰 우려라고 지적했다.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에서 북극성-3형 6발을 탑재한 8,000t급 핵추진잠수함이 머지않아 완성되면, 조선은 최강의 핵억지력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최강의 핵억지력은 미국 해군 참모차장의 말마따나 전략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전략판도가 완전히 바뀐다는 말은,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핵전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핵전쟁을 할 수 없게 되면, 재래식 전쟁도 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 열리고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진수되는 날, 조선은 최강의 핵억지력으로 미국의 대조선전쟁능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2019년 10월 2일 오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위의사진은 그날 북극성-3형이 해수면을 뚫고 솟구치는 출수장면이다. 북극성-3형은 탄체길이가 11m이고, 탄체지름이 2m이고, 사거리가 7,000km인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의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북극성-3형을 원산 앞바다 수중에서 쏘면,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진주항 해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고, 북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아가서 쏘면, 백악관을 타격할 수 있다.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열리는 날, 진수장에 웅자를 드러낼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북극성-3형 6발을 싣고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동해 바다 깊이 잠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최강의핵억지력으로 미국의 대조선전쟁능력을 마비시키게 된다. 전략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미국의 대조선전쟁능력이 마비되면, 조선과 전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미동맹은 존재근거를 상실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존재근거를 상실하면, 주한미국군도 당연히 존재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요즈음 코로나바이러스 대재앙 속에서 비틀거리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힘겨운 정면대결을 펼치려면, 존재근거를 상실한 한미동맹을 포기하고 미일동맹에 힘을 집중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어쩔 수없이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물러서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끝내 한국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선은 주한미국군을 타격하는 최후결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정세전망은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세월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8,000t급 신형 핵추진잠수함이 진수되어 북극성-3형 위력발사시위를 단행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명예로운 퇴거”를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거”를 준비하기는커녕 주한미국군 주둔비라는 명목을 내걸고 엄청난 거액을 한국에서 갈취해서 쪼들리는 연방정부재정을 조금이나마 메워보려고 안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행동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그런 거액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계속 버틸 것인데, 그렇게 버티는 사이에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 열릴 것이고, 그러면 미국은 한국에서 쫓겨나는 “치욕스러운 퇴거결정”을 황급히 내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물러서면,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해온 가장 강력한 반통일세력이 한반도에서 떠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조국통일의 결정적 기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반만년 민족사에서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을 결정적 기회가 평화통일의 기회로 될 것인지 아니면 무력통일의 기회로 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문재인 정부의 태도여하에 달렸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서 공약한대로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전향적인 행동을 취하고,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공약한대로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전향적인 행동을 취하면, 평화통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10일 이전에 초고속으로 실현될 것이다. 반만년 민족사에서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을 결정적 기회를 맞이한 사상 최대의 역사적 과업이 어찌 느릿느릿 추진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만일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오판하여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건성으로 대하면서 적당히 지나려고 하면, 조선은 불가피하게 무력통일을 택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2016년 5월 6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 준비되여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2020년 2월 28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으므로, 신포조선소 제1잠수함공장 출입문이 열리는 날, 진수장에 웅자를 드러낼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동해 바다 깊이 잠수할 것이다. 진수식은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에 즈음하여 진행될 것으로 예견된다. 한반도 정세에 긴박감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