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일(이하 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폴란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을 넘었다. 김혜윤·노지원 <한겨레> 기자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폴란드로 급파돼 전쟁 이후 피란민이 된 이들의 삶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으로 입국한 뒤 열차와 차량으로 접경지인 코르초바, 메디카, 프셰미실 등으로 이동해 전쟁터가 된 고향을 등지고 가족·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만났다. 난민 쉼터와 피란민 열차 동행취재, 마르친 오치에파 폴란드 국방차관 인터뷰 등으로 전쟁의 상처를 생생하게 전한 뒤 19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 기자에게 14일간의 취재기를 들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bit.ly/319DiiE새벽 4시25분. 휴대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줄리아가 메시지를 보냈다. 줄리아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폴란드로 넘어온 피란민이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내게 자기 나라 대통령 연설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냈다. “신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란 메시지와 함께.지난 9일 새벽(현지시각)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14일째 되던 날이었다. 얼른 번역 앱을 켰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줄리아에게 우크라이나 말로 번역한 답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최근에 잠을 거의 못 자요.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서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침 맞는 게 두려운 우크라 피란민들, 밤새 고향 소식 ‘새로고침’에 뜬눈
비극 앞에서 차마 못한 질문
내가 줄리아를 처음 만난 건 8일 오후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 프셰미실 중심가에 있는 기차역에서였다. 취재를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나는 난민들을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 갔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보자.’ 그때까지도 난민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묻고 싶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사실 겁이 났다. 전쟁을 피해 이제 막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과 공포 속에 있었을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 망설여졌다. 그것도 “한국에서 온 기자인데요…”라면서.그들이 몇날 며칠에 걸쳐 버스로, 기차로, 또 걸어서 국경을 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랑하는 남편과 형제를, 또는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고향에 남겨두고 떠나와야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꼭 기사에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마주한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눈물을 터뜨리지는 않을까.딸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4박5일에 걸쳐 국경을 넘은 줄리아는 먼 나라에서 온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기꺼히 응했다. 함께 온 열네살 딸은 쉼터 안쪽에 쉬도록 두고 나를 만났다. 그는 30여분 동안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화가 난다”, “우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줄리아는 한순간도 흥분하지 않았다. 담담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군사시설 근처 위험한 곳에 살고 있어요.” “남편은 지역 방위군이에요. 전쟁터에서 싸울 거예요.”
7일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바르샤바행 열차를 탄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남성. 폴란드/김혜윤 기자
폭탄 터지고, 총 들고, 방공호에 숨고…누군가의 형제·가족들이 죽는다“남편은 전쟁터에서 싸울 것”이라던 줄리아…누가 이들 일상을 빼앗았나
아침을 맞는 게 두려운 사람들
이른 새벽 그의 메시지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모녀는 휴대전화로 고향의 소식을 밤새 새로고침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줄리아의 딸은 날이 밝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는 것, 모녀에게 어두운 밤은 너무 무섭고 더 불안하다는 것을 말이다. 2주 동안 폴란드에서 만난 피란민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침을 맞이하는 게 두렵다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또 어딘가에 폭탄이 떨어지고 누군가 다치고 죽었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은, 우리 고향 사람들은, 내 가족은 무사한가.역사의 한 부분을 기록하기 위해 폴란드에 갔고, 그곳에서 줄리아와 ‘줄리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4일 동안의 취재를 마친 뒤 이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길에서 폭탄이 터지고, 하늘에선 불덩이가 떨어진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방공호 속으로 숨는다. 허기와 갈증에 시달린다. 아빠와 삼촌과 오빠와 동생들은 총을 든다.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윤석열은 역대 최소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득표율로는 0.73%P 차이였다. 정권 심판 여론이 거센 속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윤석열이 민심을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탓이 크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사드 추가 배치’,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들어올 수 있는 것’과 같은 전쟁 망언을 일삼으며,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바라는 민심에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은 당선 이후에도 인도·태평양판 나토라 불리는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 쿼드에 가입하는 수순을 밟고, 징글징글한 친일파, 원조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자’ 김태효를 인수위원으로 인선하는 등 민심을 역행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대중국 적대 정책에 맹종해 끝내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심산으로 보인다.
거기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강행 추진 등으로 하루도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다. 이에 취임도 하기 전인데 벌써 국민 속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2. 미국의 전쟁 아바타 젤렌스키
저 멀리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전쟁이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미국의 전쟁 아바타로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근거 없는 침공’, ‘불필요한 전쟁’이라는 말로 전쟁 책임을 교활하게 은폐하고 있지만, 애초에 미국은 러시아에 나토를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교활하고 은밀하게 때로는 대놓고 나토 확대를 시도하였고 결국 현실화했다. 근래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도 추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촉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희생시키며 깡패국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도 젤렌스키는 국익은 뒷전에 두고, 전쟁 와중에도 미국의 입맛대로 계속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다. 나토에 군사적 지원을 해달라며 확전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국익과는 상관없이 미국에 맹종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 어떤 것도 해주고 있지 못하다.
3. 격화하는 한반도 정세
한반도 정세가 격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국의 책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미 양국은 회담을 마치며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비핵화 선제조치를 취하였으며, 합의 사항도 성실히 이행했다. 반면 미국은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앞에서는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적대 정책을 지속했다. 결국,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까지 해제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다.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르며 전쟁 망언을 일삼는 윤석열 때문에 정세는 더 격화할 것이 뻔하다. 이러다 진짜 전쟁이 날 수도 있다. 진짜 전쟁이 나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우크라이나에서처럼 나 몰라라 할 것이다.
4. 평화의 촛불을 들자
전쟁의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불안을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더 크게 벌여야 한다. 촛불 국민이 나서 미국에 맹종하는 전쟁광 윤석열을 심판하자. 촛불 국민의 투쟁 기세는 드높다. 촛불 국민의 힘이라면 윤석열을 심판하기에 충분하다. 윤석열이 왕처럼 행세하며 국익을 해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 모두 평화의 촛불을 들자. 전쟁광 윤석열의 전쟁 질주를 멈추게 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달(24일), 전 세계는 대립의 당사자가 침략을 강행한 충격적인 사건 이후 '쿠오바디스(어디로 가는가)'를 묻고 있다. 전쟁의 '단추'를 누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위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전쟁까지 치달은 이 갈등의 밑바닥에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감추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생에 관심이 없는 것은 푸틴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 시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격이라는 사실은 한달 만에 한반도에서 확인됐다. 북한은 우크라 침공 초기 "미국의 패권주의"를 지적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었다. 그러나 북한은 24일 오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용병을 불법 파견했다"는 러시아의 '선전전'에 적극 동조하고 나서더니 이날 오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미국은 이런 북한의 행위가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며 "강력 비난"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터진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의 격랑이 언제, 어떻게 한반도를 덮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느 정권보다 반북, 반중, 친미적 외교 노선을 공언한 새 정부가 5월 출범한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이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한달을 맞은 24일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다음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수렁에 빠진 러시아...큰 희생 치르더라도 우크라 영토 최대한 확보하려할 것
프레시안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달이 됐다. 벨라루스가 참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22일 푸틴과 젤렌스키와 모두 대화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시나?
정재원 : '신냉전'이라고도 하지만 21세기에 대리전은 있었지만 대립의 당사자가 자신의 영토를 침략당한 것도 아닌데 공격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예측이 불가능하다. 소형 전술핵 사용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마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겠냐고 다들 생각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 러시아가 양보를 할 경우에는 내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난 8년 동안 제재를 많이 받아서 내부 불만이 크다. 실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푸틴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영토를 최대한 더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점령은 불가능하고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마리우폴 지역을 초토화시켜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해 우크라 동쪽 영토를 최대한 확보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러시아 입장에서도 예상보다 피해가 큰 상황에서 돈바스 지역만 확보하고 물러날 수는 없게 됐다. (나토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7000-1만5000명 수준으로 전쟁에 투입된 병력의 10% 수준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도 수렁에 빠졌고 아주 지루한 싸움이 있을 것 같다. 조지아에 남오세티야 지역(2008년 러시아가 침공해 준영토로 삼은 지역), 몰도바에도 독립을 주장하는 친러시아 지역이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 내에 '알박기 상태'의 영토를 최대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가 통제에 성공한 지역은 개전 크림반도, 돈바스를 포함해 우크라 영토의 20% 미만으로 추정된다. 수도인 키이우,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 주요 거점은 수차례 교전에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 마리우폴시의 아파트. ⓒTASS=연합뉴스
러시아는 왜 '나토 동진'에 이토록 민감할까?
프레시안 : 러시아는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1)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과 2)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그룹이 러시아 시민들을 공격해왔다면서 '탈나치화'를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재원 : 러시아 입장에서 나토의 동진은 왜 위험할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 세계 지배 전략 변화의 측면에서 꼭 지적돼야 하는 지점이다. 미국은 동서독 통일을 마무리짓는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대해 나토를 확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부터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했다. 더 나아가 2008년부터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에 속했던 국가들까지 나토 가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동유럽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실질적인 안보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문제다.
현재 논의에서 많이 빠져 있는 부분이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크림반도 분쟁으로 독립할 당시 우크라의 땅으로 보장받았던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가 가져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를 빼앗긴 문제를 유야무야 끝낼 수 없다. 그래서 나토 가입을 통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했다. 러시아가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욕망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한 그 희생양은 우크라이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가 얼마든지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우크라이나는 하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숨어 있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탈나치화'는 분명 네오나치 문제가 있다. 우크라 민족주의 성향의 그룹과 친러시아 반군들이 동부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있어 왔고 네오나치 그룹이 친러시아 반군들을 잔인하게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 정치권을 네오나치 그룹이 장악할 정도로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나? 아니다. 친러 정당들이 우크라이나 의회에 진출해 있다. 나치 정당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우크라도 소위 올리가르히(소수의 특권 지배층)들이 존재하지만 네오나치 그룹이 아니다.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가족으로 둔 유대인이다.
러시아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침입한 것도 아닌데 전쟁을 일으킨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러시아가 직면하고 있던 미국과 서방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등의 문제를 희석시킨 셈이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 고립·악마화하려는 전략
프레시안 :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책임 문제는 당장 눈앞에 펼쳐치는 전쟁 때문에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정재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진짜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의 변화 과정에서 극대화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이 옛 사회주의 진영을 포섭해나가는 과정이 러시아에겐 심각한 위협이었다.
또 미국이 과거와 같이 독점적 지위를 중국의 부상으로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더불어 거대한 헤게모니를 갖고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어떤 형식으로든 눌러야 했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를 시킬 것이냐, 아니면 이 둘을 묶어서 고립시켜 악마화할 것이냐, 이 중 후자를 택한 셈이다.
프레시안 :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지적된다.
정재원 : 사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이미 러시아와 중국이 하나로 묶여져 가고 있었다. 지금 전세계가 똘똘 뭉쳐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석유와 가스 부분은 유럽도 혼란이 있다. 유럽은 러시아에 석유와 가스를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문제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전면적으로 동참할 수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의 30% 이상이 중국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싼 가격으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러시아의 숨통을 틔여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지점은 반미-친중(친러)이라는 깃발로 묶을 수 있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똘똘 뭉쳤던 나라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러시아 입장에선 이 국가들의 침묵이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구소련 국가들도 동조를 안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러시아에 상당히 의존적인 국가들 내에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이를 정부가 허용했다. 이번 사태가 이들 국가에게 실질적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얼마든지 우리도 침략할 수 있겠구나. 그런 흐름 때문에 중국도 '중립' 입장에서 더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도 전쟁으로 인해 엄청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에선 세계 2차대전 당시 2700만 명이 죽으면서도 버텼다면서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러시아인들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깊이 편입됐다. 그 맛을 알아버렸다. 특히 지식인, 엘리트층의 불만이 폭증할 수 있다.
이런 측면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 폴란드 국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난민들. 이번 사태로 36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미국도 우크라 민중의 희생엔 관심 없어...푸틴 뒤에 숨은 세력을 봐야
프레시안 : 일각에선 미국이 정치적 이익 때문에 이번 사태를 부추기거나, 방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원 : 현 시점에서 복기해보면 미국은 작년부터 사태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고 갈등의 한축이기도 했지만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희생엔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이 사태가 어떻게 종결되든 간에 미국이 주도하기를 원한다. 유럽의 안보는 미국이 담당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 사이를 어떻게든 벌리려고 하고 미국은 이에 저항한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재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 입장에선 빨리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당면해야할 문제가 커진다.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도 유럽 국가들이 감당해야할 문제이며, 이로 인해 이민, 인종주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타격 받을 게 없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전쟁 한달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1000명에 육박한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은 약 363만 명에 이른다. 미국은 이들 중 미국에 가족이 있는 1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 :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언론도 미국의 패권주의 정책 문제에 대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보도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정재원 :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푸틴의 책임이 분명 있지만, 지나치게 푸틴 개인에 집중하고 악마화하는 것은 문제다. 개인 행위자에만 집중해서는 안되고 푸틴이 러시아 내부의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누구의 권력을 대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푸틴이 만든 구조 내에서 부패한 실로비키(러시아 정보기관인 KGB나 군 출신의 정치관료들, '제복 입은 남자들'이란 뜻)나 올리가르히의 문제다. 푸틴 뒤에 있는 힘들을 봐야 한다.
푸틴 정권이 완벽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상당수의 러시아 국민들은 전쟁에 대해 비판적이다. 반전 시위에 참여하면 징역 15년형이라고 겁박하는데도 나서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러시아 일반 국민들과 푸틴 정권은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
큰 흐름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함으로써 불이익을 봤다, 고로 핵을 가져야 안전이 보장되고, 정권 입장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이 사태로 인해 기후위기, 탈탄소 경쟁 등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사태로 진전된 선진적 논의들이 사라지고 퇴보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에 위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사태가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프레시안 :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번 사태가 한국에 끼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 사태를 계기로 '레드라인'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터뷰가 끝난 뒤인 24일 오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대선을 통해 반중, 반북, 친미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역량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정재원 :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가 반중, 반북 입장이며 어느 때보다 미국의 입장에 크게 동조하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대립적 입장을 취하고 미국의 입장에 대해선 의구심을 접고 이로 인해 일본에도 동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 어떤 국가와도 정상적인 국가가 됐을 때 교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 위해 일본처럼 전면적으로 제재에 나서는 방식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중 정서에 혐러시아까지 겹쳐져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와 이주민 차별 문제가 커질까 걱정이다. 이런 정서는 전반적인 우경화를 야기할 수 있다.
택배노동자의 목숨값으로 연간 3000억에 가까운 이익을 챙겨간다고 지탄받았던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을 이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총수 연봉킹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총 218억 61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재계 총수 중 최고 연봉 증가율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 뉴시스]
이재현 회장의 소식에 아연실색할 사람 중 하나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아닐까.
지난해 6월 택배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사만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사회적 합의가 발표됐다. 과로노동의 주범인 분류작업에 대해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의 몫이 아니며, 분류인력 투입은 택배사의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요금이 인상됐다. 택배요금 인상분은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그러나 택배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국민들이 과로사 방지하고 택배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용인한 요금인상분으로 분류작업을 개선하기는커녕 자신들의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 돈은 자그마치 연간 3000억원.
CJ대한통운은 또 무법천지의 택배현장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예계약서’를 만들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롯데, 한진, 로젠 등 민간 택배사들이 국토부에서 만들어진 표준계약서를 원안 그대로 제출한 반면 CJ대한통운은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이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끼워넣었다. 과로사를 방지하라고 했더니 보란 듯이 택배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장시간 과로노동을 유발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반발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총파업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을 향해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본사 농성까지 벌였지만 CJ대한통운은 “요금인상분의 절반 이상이 택배기사 수수료에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절 대화를 거부했다.
과로사로 쓰러진 스물 한명의 택배노동자도 모자라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까지 목숨을 건 아사단식을 결심해야 했다. 결국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이 대화에 나섰고 지난 2일 노조와 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문엔 문제가 된 부속합의서에 대한 논의를 오는 6월3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하고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택배노조는 65일 만에 파업을 종료하고 합의문 이행을 위한 현장 투쟁을 시작했다. 협상 타결 이후, 양측은 3일부터 5일까지 부속합의서를 제외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대리점들이 공동합의 이행을 거부했다. 이들은 부속합의서 내용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강요했다. 강원지역에서는 택배노동자 135명 중 107명이 표준계약서 작성을 거부당하고 35명이 해고(계약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대화를 거부하고 대리점연합을 앞세워 합의안을 내놨지만 곳곳에서 합의는 파기되고 그 와중에 CJ 이재현 회장은 연봉킹으로 등극했다. 결국 택배노동자들의 목숨값이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고 있다면 과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