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3일 월요일

[단독] 카카오가 93개사 삼킬 때, 정부 제재 한번도 없었다

 등록 :2021-09-14 04:59수정 :2021-09-14 07:20


<한겨레>, 카카오 인수합병 전수 조사
2016년 이후 최소 93곳 인수합병 과정서 공정위 심사 받은 건 4건뿐
빅테크, ‘M&A 프리패스’ 받고 진화… 데이터 독점으로 무한 ‘킬러 합병’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택시’.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택시’. 연합뉴스

“애플은 2주에 한 번꼴로 기업을 인수한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빅테크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무한 인수합병(M&A)’이다. 다른 기업을 사들여 영토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는 게 이들 기업이 크는 방식이다.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버리는 ‘킬러 인수합병’이나, 플랫폼을 발판 삼아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문어발 확장’ 모두 빅테크 특유의 성장 패턴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빅테크가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쳐 지배력을 공고히 다진 메커니즘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럼에도 빅테크의 영토 확장은 대부분 규제당국에서 ‘프리패스’를 받아왔다. 기존의 제도로는 제재는커녕 감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다. 이런 양상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빅테크 대표주자인 카카오가 수년만에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 M&A, 64건 중 정식 심사는 4건뿐

13일 <한겨레> 취재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종합하면, 기업집단 카카오가 2016년 이후 인수합병한 기업은 최소 93곳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 분기 취합해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다. 카카오가 공정위 발표 대상에서 빠졌던 기간(2016년10월∼2017년8월)을 염두에 두면 실제 인수합병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흡수합병한 경우도 집계에서 일부 빠졌다.

이 중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0’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가 큰 기업결합의 경우 결합을 금지하거나 향후 가격 인상에 제한을 두는 등 다양한 시정조치를 내린다. 올해 초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대신 디에이치가 보유한 요기요를 뱉어내도록 한 공정위 조처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인수합병에는 한 번도 이런 제재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감시망에도 걸리지 않았다. 인수된 모회사에 딸려온 자회사들을 묶어 계산하면 총 64건의 인수합병이 있었는데, 이 중 9건만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됐다. 나머지는 현행 기준상 신고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하는 기업 중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쪽은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고토록 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체로 소규모 스타트업을 사들인 터라,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신고가 접수된 9건 중에서도 5건은 간이 심사만 받았다. 간이 심사란 공정위가 경쟁제한성(독과점 정도)을 분석하지 않고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을 보는 것을 가리킨다. 실질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카카오는 마음골프(스크린골프), 야나두(영어교육), 가승개발(골프장) 등을 인수합병할 때 모두 간이 심사만 받았다. 엄격한 심사를 피해간 이유는 해당 사례가 ‘혼합결합’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혼합결합은 인접 분야의 기업끼리 인수합병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같은 분야에 있는 업체 간의 ‘수평결합’이나 같은 공급 사슬에 있는 업체 간의 ‘수직결합’와 대비된다. 혼합결합은 대부분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추정돼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가 수월하다.

정식 심사를 받은 경우는 4건뿐이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엑스엘게임즈, 넵튠, 애드엑스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들도 심사 결과 경쟁제한성이 적은 것으로 인정돼 모두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빅테크 M&A가 더 무섭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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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빅테크의 인수합병은 대부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먼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업체를 인수하는 탓에 감시망에 아예 걸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 대상에 해당돼도 혼합결합으로 분류되면 거진 ‘프리패스’를 받는다.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량 대여·공유 플랫폼 ‘딜카’를 사들일 때 손쉽게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제도의 구멍을 틈타 빅테크는 급속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이유로 빅데이터를 꼽는다. 디지털 경제가 지금처럼 확산되기 전에는 혼합결합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었다. 한 기업이 택시 사업과 대리기사 사업을 동시에 한다고 해서 독과점 현상이 악화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뜻이다.

지금은 다르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택시 호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운송에 관한 데이터는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서도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이동하는지에 대한 패턴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기업이 모빌리티 시장 전반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용자 데이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광고 시장이다. 개인 맞춤형 광고의 경우 광고주에게 해당 이용자에 대해 얼마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광고주의 타깃에 부합하는 이용자일수록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사람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인 양질의 데이터를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다면, 광고주 입장에서 그 기업의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진다.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의 의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경쟁법 전문 연구기관 ‘리어랩’도 2019년 보고서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리어랩은 “광고주는 특정 기업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며 “플랫폼들이 고객의 규모만큼이나 고객의 구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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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 M&A도 문제…바이든 “제도 고쳐라” 재촉

빅테크의 스타트업 인수 릴레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플랫폼의 경우 그 특성상 잠재적 경쟁자들을 보다 더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 있다. 경쟁 업체가 곧 입점 업체인 경우가 많아서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오픈마켓으로서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입점 업체들과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들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다가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입점 업체가 있으면, 아예 인수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빅테크는) 잠재적인 경쟁자인 신생 기업을 인수해 위협을 제거하거나, 일부 경우에는 아예 해산시킬 목적으로 소규모 기업들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무한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테크의 본고장인 미국이다. 빅테크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은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최소 700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으나, 미국 경쟁당국은 이 중 12건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를 받은 건은 이 중 한 건뿐이다.

미국은 빅테크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도를 고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행정명령을 통해 소수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평·비수평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검토하고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1604.html?_fr=mt1#csidxb1d3c2c0210f497b932a69fe842c460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국기문란이 말해주는 것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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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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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잡이 윤석열이 ‘고발을 사주’를 했다는 정황 증거물이 나오고, 국민의힘 대선 지지율 1위 자리마저 내주면서 추락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청문회 와중에 배우자 정경심을 당사자 조사 한 번 없이 기소를 강행하고, 먼지털기식 수사를 강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경구가 떠오른다.

    윤석열이 그렇게 막고자 했던 공수처가 결국은 윤석열 전검찰총장과 당시 직속 휘하였던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본격수사에 들어갔다.
    조성은씨가 제보한 손준성 발신 고발장 초안은 포렌식에 의해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 공수처 입장이다. 정점식 의원에 의해 전달되고, 국민의 힘이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고발할 때 쓰인 고발장이 판박이로 일치하기 때문에 ‘검찰에서 나와 국민의 힘의 고발’로 이어진 ‘고발 사주’라는 기본맥락은 이미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다만,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얼마나 개입을 했는지, 중간 전달자였던 국민의 힘 김웅 의원, 정점식 의원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국민의 힘 내부에서는 어떤 작업들이 진행된 것인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게다가 고발장 초안에는 언론보도에 나오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와있어 언론사찰까지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가 의혹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윤석열과 손준성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등이다. 이 혐의들이 입증된다면, 윤석열은 자기 배우자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권력을 사익추구에 이용하고, 선거에 개입한 국기문란 범죄자로 된다.
     
    지금까지 윤석열에 대해서는 검찰조직을 사수하려는 “검찰주의자”라는게 정평이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 검찰조직을 지키려는 동기가 결국 대권야욕이라는 사익에 근거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윤석열과 같은 괴물이 등장하게 된 것일까.

    정치군부가 물러나고, 국정원의 국내수사권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검찰은 국내 최대 권부로 올라섰다. 검찰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들의 이익에 어긋나면 그 누구도 해칠 수 있는 흉기가 되었다. 그중 가장 위험한 칼잡이가 이제 대선 1등 후보로 등극했다가 추락중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도 검찰 출신들이 많다. 그만큼 검찰은 권력 중심부에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이렇게 비대해진 것에는 정부여당의 자유주의적 개혁에도 원인이 있다. 군사독재정치를 청산하고 삼권분립과 권력분산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자들의 환상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청산대상들의 자유와 권력을 강화시켜 주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확장과 더불어 재벌의 자유가 확대되었고, 조중동 등 언론권력이 비대해졌으며, 경제기획원이나 감사원 등이 적폐세력들이 서식준동하는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강화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독재를 강화시켜 주는 이념이다. 이런 조건에서 국가권력을 강력한 개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권력분산이 곧 민주주의라는 환상에 빠져 오히려 적폐세력의 부활을 돕고 있는 격이다. 이런 조건에서 윤석열, 최재영, 김동연이라는 위장취업자들이 빈발하게된 것이다.

    어이없게도 지금 윤석열이 가장 앞세우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자유를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다해 먹는 공화국을 세우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꿈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지금 국민의힘이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을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거부하고, 제보자 조성은과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을 이유로 박지원 게이트라고 역공을 피고 있지만, 손으로 해를 가리는 짓이다. 한때 청년대표로 각광을 받던 김웅 의원 역시 현재는 ‘주요 사건관계인’이지만, 언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지 알 수 없다. 또 제보자 조성은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다는 것도 이번 사건자체가 조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로 되기 힘들다. 게다가 국민의 힘은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개인 사건에 ‘당이 말려들면 안된다’고 경고하고, 이준석 대표 역시 '실체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중지란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자유주의적 개혁의 최대 수혜자인 윤석열의 추락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국가권력을 철저한 개혁에 복무시키는 방향에서 국가기구를 재편하고 운영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윤석열은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역사에서 정치군부를 정치일선에 물러나게 한 것은 국민들의 민주항쟁이었고, 그나마 직장민주주의를 강화시켜온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이었다. 차제에 국가권력기구는 민중의 힘으로 재편될 때만이 진정한 개혁의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 

    당정 추진중인 ‘네이버·카카오 공정화법’ 어떤 내용 담았나

     핵심 정보 담은 계약서도 없는 플랫폼 업계

    표준계약서 만들고, 규제 강화…입점업체 단결권 보장까지

    홍민철 기자 
    발행2021-09-13 18:33:38 수정2021-09-13 18:33:38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와 여당에서 플랫폼 규제 관련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오후 3시 현재, 시가 총액 3위는 66조6천억원의 네이버다. 카카오는 6위로 55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7위), 현대자동차(9위), 포스코(12위) 등 대기업 앞에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도 다르지 않다.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6곳에 달한다. 플랫폼 시대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가 심각하다. 소비자 접근 길목을 장악한 플랫폼들은 각종 산업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에는 불이익을, 자신들의 점포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부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래의 많은 과정에 관여하면서도 자신들은 ‘중개업자’라는 식으로 소비자 피해에는 소극적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플랫폼 산업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핵심 정보 담은 계약서도 없는 플랫폼 업계
    표준계약서 만들고, 규제 강화…입점업체 단결권 보장까지

    국회에는 모두 8개의 ‘플랫폼 공정화’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중심이 되는 법안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재 플랫폼사와 입점업체 사이에는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 체계가 없다. 수수료 부과 기준과 상품 노출 순서 등은 플랫폼사 마음대로다. 법안은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플랫폼 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과 그에 따른 수수료, 서비스 개시·제한·중지·변경에 따른 구체적인 항목, 상품 노출 및 손해 분담 기준 등을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으로 지정했다. 계약을 변경하려면 플랫폼사가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 상식적인 수준의 규제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것이다.

    그동안 안개 속에 가려져 본인들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던 검색 결과 노출 로직 공개 의무도 부과한다.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사업자는 검색·배열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원칙 등을 공개해야 하고, 해당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입점업체간 차별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사와 관계된 업체(자회사, 계열사 등)와 나머지 업체 간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 수준이 대폭 강화된다.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피해 구제, △소비자 정보 보호 및 자기 결정, △광고 규제 등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와 환불 등을 이용약관에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피해 예방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의무화했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는 자신의 영업활동에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여기에 더해, 생성된 데이터를 소비자 본인이나 제3자에게 전송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대한 검증 의무도 일부 부여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광고가 광고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고, 광고 내용에 허위·과장·기만이 포함돼 소비자에게 오인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갑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을인 입점 업체의 협상력을 키우는 방안도 나왔다. 민형배 의원, 배진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입점 업체들 사이에 단체 구성권을 부여하고, 구성된 단체가 플랫폼사에 거래조건 협의 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민형배 의원의 법안에는 규제 당국에 공정위뿐 아니라 시·도지사에도 부여하는 방안, 플랫폼사가 입점 업체에 판매대금 지급 시한을 40일 이내로 못 박은 점도 눈에 띈다.

    야당도 플랫폼 규제에 적극적이다. 내용은 상당 부분 여당·정부 안과 대동소이하지만, 일부에선 더욱 적극적인 입점 업체 피해 구제 방안도 담았다.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플랫폼사가 입점 업체에 손해를 끼친 경우 배상 책임을 지도록 의무화했다. 법안은 손해액 산정을 위한 자료제출 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물론,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손해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 손해배상의 실효성을 높였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대부분 과징금을 통한 규제를 선택하고 있다. 규제 주체가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위로 할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사업자를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역할론에 이견이 있는 상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당국과 산업당국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배척과 충돌이 아닌 상호 보완하는 방약으로 타당성 있는 규제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은 뽑으면서 거두면서 책임은 없는 플랫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강화된다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는 ‘플랫폼 공정화법’과 함께 전자상거래법에서 보다 구체화 된다. 공정위는 올해 초부터 관련법 전면 개정을 통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추진했다.

    플랫폼은 사실상 거래 조건 전반에 관여한다. 소비자가 어디서 무슨 옷을 쇼핑하고, 저녁에 어떤 치킨을 시켜 먹는지 아는 것은 플랫폼이다. 소비 패턴에 따라 적절한 제안을 하고 이것이 재구매율을 높인다.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무기로 입점 업체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다. 검색 결과 노출을 광고비에 따라 조절하며 더 높은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았다.

    모바일쇼핑, 배달앱, SNS 등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여기서 진짜 돈을 벌어들이는 플랫폼은 ‘나는 광고대행사일 뿐’이라며 발뺌했다. 2년 전 한국법제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피해 구제가 가장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쇼핑몰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51.3%)은 네이버와 같은 ‘중개 쇼핑몰’이라고 답했다.

    공정위가 추진중인 법안은 소비자가 자신이 거래하는 당사자가 입점 업체가 아니라 플랫폼사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경우 발생한 피해에 대해 플랫폼의 연대책임을 의무화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예약 접수, 결제, 대금 수령·환급 등 중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 실제 거래가 소비자-입점업체라고 하더라도 플랫폼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사는 피해구제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신들이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업무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외에도 이용후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확보 의무를 부과했다. 플랫폼사는 스스로 수립한 이용후기 수집·처리 방침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의 연령, 기호, 습관 등을 반영한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가 인기상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맞춤형 광고 여부를 별도 표시해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반 광고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나 시도지사가 리콜명령을 발동할 경우 플랫폼 기업이 신속하게 협조하도록 의무화 한다. 확산이 빠른 온라인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계류되는 상황을 감안해 내부 정보통신기술 전담팀에 디지털 광고 분과를 신설하고, 결제 조사팀을 확충해 플랫폼 분야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한자리에 모인 세계 석학, 그들은 왜 EBS 초청에 응했나

     [인터뷰] EBS ‘위대한 수업’ 제작진 7명, 거장들 어떻게 섭외했나

    1시간 인터뷰만 승낙했던 거장, 제작진 열정에 강연 먼저 제안하기도
    “구독경제 부흥과 코로나19 속 지식 격차 커져…고급 지식 전하자는 취지”

    유발 하라리(역사), 마이클 샌델(정치철학), 주디스 버틀러(젠더), 폴 크루그먼(경제), 조지프 나이(정치), 리처드 도킨스(생물)….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성들이 EBS에 직접 준비한 강연을 선보인다. 8월30일 첫 선을 보인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이하 위대한 수업)는 그 화려한 라인업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EBS PD들은 세계적 석학과의 만남에서 교육 공영방송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석학들을 직접 섭외하고 그들 강연을 제작한 EBS ‘위대한 수업’ 제작진 7명을 지난 8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EBS ‘위대한 수업’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허성호PD: “넷플릭스 같은 구독경제의 부흥과 코로나19라는 배경이 있었다. 팬데믹 시대에 갈수록 시민들의 지식 격차는 심해지고 SNS를 통해 ‘가짜 지식’이 난무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진짜 고급지식을 전 세계에 전하자. 그 지식 허브를 대한민국이 담당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이 나왔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의기투합해서 세 기관 합작품이 나오게 됐다.”

    -‘위대한 수업’의 세계적 석학들의 라인업이 화제가 됐다. 섭외 과정은 어땠나.
    허성호 PD:
     “기본적으로 ‘다큐프라임’ 등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EBS의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모든 프로그램에 임하는 PD와 작가가 마찬가지겠지만, 섭외할 때는 본인이 살아오면서 가진 네트워크를 총동원한다. 예를 들어 제작진 중에는 대학 시절 은사님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세계 유수의 석학들을 직접 섭외해주고 계신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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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폴 크루그먼이 교육 방송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출연을 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현선 PD:
     “폴 크루그먼은 섭외 당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교육 공영방송이 한국에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이번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촬영 전부터 EBS 주 시청층은 어떻게 되는지, ‘위대한 수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체크하던 크루그먼은 촬영 현장에서도 교육방송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교육방송 중요성에 큰 공감을 보였다. 세계적 석학을 통해 교육 공영방송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1시간 인터뷰만 승낙했던 거장, 제작진 열정에 강연 먼저 제안

    -또 다른 학자들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현선PD:
     “뇌과학계의 거장이자 뉴욕대학교 신경과학센터 교수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당초 바쁜 스케줄 때문에 1시간의 ‘인터뷰’ 촬영만 승낙한 상태였다. 하지만 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본인의 모든 저서와 논문을 깊게 연구한 제작진 열정에 반해 ‘강연’을 진행하겠다고 먼저 제안해왔다. 특히 당시 아직 한국에 출간되지 않았던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원서를 정독하고 소통하는 제작진 노력에 깊은 감명을 표하기도 했다. 조셉 르두는 5시간에 걸쳐 강연을 진행하고 소속된 밴드 ‘아미그달라로이드(편도체)’의 곡인 ‘공포(Fearing)’를 기타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이승주PD: “알파벳 의장 존 헤네시(John Henessy)의 경우 그가 몸 담고 있는 헤네시-나이트 재단에 한국인 직원 분이 계셨다. 그분이 EBS를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신 것이 섭외에 영향을 미쳤다. 사실 석학이 EBS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한국, 교육 그 두 가지 키워드 뿐이다. 이때 세계 각지의 한국인 분들이 쌓아놓은 신뢰가 결정적 공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의 한국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대현PD: “출연자 중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폴 너스 경(Paul M. Nurse)은 자신의 손주들과 같은 미래 세대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책을 쓰기도 했다. 교육방송의 공적 책무와 석학들이 미래 세대에 느끼는 책임감에 어느 정도 공유되는 지점이 있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강연을 볼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흥미를 갖고 들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염려했다. 보내준 원고가 너무 어렵진 않은지, 자신이 말할 영어가 그들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을지까지 신경썼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리처드 도킨스의 당신이 몰랐던 진화론 편. 사진출처=EBS.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리처드 도킨스의 당신이 몰랐던 진화론 편. 사진출처=EBS.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들었던 수업 중 가장 ‘위대한 수업’은 무엇이었나.
    김민지 PD: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오는 위대한 석학들, 그들이 펴낸 두꺼운 책의 무게를 이겨내며 20분 분량의 강의 5편을 뽑아내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편집을 하면서 가장 놀라움을 느낀 순간은 그들이 펼쳐내는 지식의 방대함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와 통찰을 엿볼 때였다.

    9월14일부터 방송될 예정인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론을 이야기하는데, 그는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었다. 편집실에 앉아, 강연자 눈빛과 날것의 오디오를 마주하고 있으면 그들의 뇌 속을 잠시 탐험하고 나오는 기분도 든다. 책으로는 절대로 파악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박진우 PD: “편집을 시작하자마자 대중 강연 수준이겠거니 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연하는 교수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하나의 논문이자 수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교수의 강의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강의였다. 누군가가 50년 동안 쌓은 업적을 쉽고 재밌게 전달해주는데 이만큼 매력적인 강연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동물 해방 운동’을 하며 50년째 채식을 하는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교수 또한 평생에 걸친 철학적 고민과 그 결과를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해주셨다. 각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직접 설명하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강연들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이것은 분명 ‘현시대 지식의 총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의 '누가 리더인가' 편에서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前 학장인 조지프 나이와 함께 좋은 대통령의 선택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의 '누가 리더인가' 편에서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前 학장인 조지프 나이와 함께 좋은 대통령의 선택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

    위대한 수업 시청 전 노트와 펜 준비하는 시청자들

    -‘위대한 수업’ 주 시청자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예상하나. 
    최현선 PD:
     “주 시청자는 EBS 강연 프로그램 주 시청자와 다르지 않다.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지식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주 시청자다. 사실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위대한 수업’ 라인업에 대한 내용이 수많은 커뮤니티에 오르며 연일 이슈가 돼 매우 놀랐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한다.”

    이승주 PD: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시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또 감사하다. 인터넷을 꼼꼼히 돌아다니며 시청 소감은 샅샅이 살피고 있다. 우리 시청자 분들은 스낵 같은 가벼운 교양 콘텐츠보다는 좀더 묵직한 마치 뜨끈한 누룽지 같은 교양을 원하시는 분들인 것 같다. 꽤 많은 분들이 시청 전에 노트와 펜을 준비한다고 하시더라. 혹시 이 기사를 보시는 시청자 분들이 있다면 노트 필기를 시청자 게시판에 꼭 공유해주셨으면 좋겠다. 제작진도 시청자 분들의 필기를 참고해서 짧지만 깊이 있는 강연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공개한 강연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글귀나 강연 내용은.
    허성호 PD: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상황을 파악하는 지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

    최현선PD: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편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갈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숙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꽉 찬 내용이 담겨 있으니 세계 경제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의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 편에서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함께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계 경제에 대해 알아본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의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 편에서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함께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계 경제에 대해 알아본다.

    -위대한 수업 강연과 관련한 앞으로 계획은.
    김형준 PD: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석학의 강의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한국어 더빙으로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석학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래서 강사 목소리에 한글 자막이 탑재된 콘텐츠를 Kmooc와 EBS 홈페이지를 통해 곧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명강을 시청할 수 있도록 총 6개 국어의 자막이 탑재된 강의 콘텐츠를 올해 말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12월 오픈 예정으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SVOD 웹사이트를 준비 중이다. 한국 방송사에서는 새로운 시도라 제작진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김대현 PD:
     “방송 초반에 아니 방송도 전에 쏟아지는 관심에 흥분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청자로서도, 제작자로서도 한국에서 이런 형태의 강연 방송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점점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까지 이어질 이 프로그램에서 독자분을 비롯한 시청자분들이 더 다양한 강연자들을 만나고, 각자 나름의 통찰을 얻어가실 수 있도록 제작자로서 노력하겠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듣고 싶은 사람들을 게시판에 올려주시는 관심을 감히 바라본다.”

    이번 추석엔 한글로 차례 지방 씁시다

     우리말 지방도 고인을 기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김슬옹(세종국어문화원 원장)

    21.09.14 07:27l최종 업데이트 21.09.14 07:27l

     한자 '지방'을 한글 지방으로 고친 사례
    ▲  한자 "지방"을 한글 지방으로 고친 사례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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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은 한자 '지방'을 '한글 지방'으로 고친 사례이다. 이제 곧 한가위 명절인데, 차례를 지낼 때 꼭 갖춰야 하는 종이 신주인 지방을 이런 식으로 써보면 어떨까? 격식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그 뜻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지방이다. 뜻을 알면 고인의 얼굴도 쉽게 떠올릴 수도 있다.

    한자 지방의 '顯(현)'은 '훌륭한, 높으신'의 뜻인데, 자식 된 도리로 '훌륭하다 아니다' 직설적으로 평하는 것이 멋쩍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리운'을 붙여 표현하고, 맨 밑에 '신위'라는 말이 있으므로 굳이 돌아가셨다는 '考(고)'를 바꾼 '옛'을 붙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어머님 쪽만 본과 성을 표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양쪽을 다 붙이든가 다 빼야 한다. 그리고 가문을 강조하는 본과 성보다는 도타운 이름을 표기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의 우리말 지방도 고인을 기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요즘은 가끔 차례를 안 지내는 집도 있고, 특정 종교 식으로 제사를 간략하게 지내거나 사진으로 대체해 지방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사상과 더불어 지방은 어느 집에서나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 지방은 조선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한문으로 되어 있어 그 뜻을 제대로 아는 이도 드물고 집안의 장자나 최고 어른이 미리 써 놓아 그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한문 지방 쓰는 법이 개그맨 출신 한학자인 김병조님 강의부터 족히 수십 개의 강의가 뜬다. 조회 수도 전부 합치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강의는 지방에 쓰이는 한자 해설과 쓰는 법이 거의 다이고 이런 한문 지방을 21세기에 왜 써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강의는 없다. 간혹 한글로 써도 좋다고 언급은 하지만 그런 언급은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앨빈 토플러가 극찬했듯, 한국의 효 문화는 자랑스러운 전통이요 긍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쓰는 사람도 잘 모르고, 돌아가신 이도 잘 모르고, 제사에 참여하는 가족 공동체 구성원들도 그 뜻을 잘 모르는 한문 지방은 효 문화로는 문제가 있다. 설령 뜻을 안다 해도 조선 시대 양반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문제다. 그래서 폐이스북에서 조사해 보니 대부분은 별 문제의식 없이 관습대로 쓰고 있다고 했다. 

    顯考學生府君神位?... '그리운 아버님 신위'로 바꾸자
     
     맨위 '顯(현)'은 드러낸다는 뜻으로 의역을 하면 조상님의 훌륭함 또는 자랑스러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남녀를 구별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리키는 '考(고)', 와 돌아가신 어머니를 가리키는 '?(비)', 그다음은 아버지 쪽은 관직명을, 어머니 쪽은 관직의 부인임을 나타낸다,
    ▲  조선시대 돌아가신 부모 지방(한자) 해설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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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지방을 짜임새를 풀어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맨 위 '顯(현)'은 드러낸다는 뜻으로 의역을 하면 조상님의 훌륭함 또는 자랑스러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남녀를 구별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리키는 '考(고)'와 돌아가신 어머니를 가리키는 '妣(비)', 그다음은 아버지 쪽은 관직명을, 어머니 쪽은 관직의 부인임을 나타낸다.

    조선 시대 때 대부분은 벼슬을 하지 못했으므로 생전에 벼슬을 하지 아니한 조상을 뜻하는 '學生(학생)'을 쓴다. 평생 배운다는 겸허함이 담겨 있다고 하지만 과거로 벼슬에 나가지 못한 조상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실제 대부분이 평생 공부를 해야 했다. 보통 7, 8살 때부터 한자와 한문을 배우기 시작하여 서른이 넘어서야 극소수만이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나아갈 수 있었으니 대부분이 과거 낭인으로 평생을 지내야 했다. 

    정구선의 <조선의 출셋길, 장원급제>(팬덤북스) 등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조선 시대 통틀어 과거 급제자 수가 1만5000명에 불과했다고 하니 지방에 관직명을 쓸 수 있는 조상이 극소수였다. 그것은 관직에 나아가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님을 뜻하기도 했다. 

    '유인(孺人)'은 벼슬하지 못한 남자의 부인이라는 뜻이지만, 김병조 유튜브 강의에서는 가장 낮은 벼슬인 참봉 부인 정도로 격을 높여 벼슬을 할 수 없었던 여성을 오히려 높이는 뜻이 있다고 한다. 송명호 한학자는 중국 고전 <예기(禮記)>를 근거로 '원래 대부의 배우자에게 쓰던 말인데 한국에서만 벼슬하지 아니한 남편의 부인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평생 학교에 갈 수 없고 벼슬길에 나아갈 수 없고 한문을 배워서도 안 되었던 남존여비의 그늘이 배어 있는 말이다. 

    '府君(부군)'은 죽은 남성에 대한 존칭이고, 이에 대응되는 여성 쪽은 본과 성을 높여 써 준다. 김병조님은 이 또한 남편 성을 따르는 서양에 비해 여성의 뿌리를 존중해 주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남편 쪽과 구별하는 맥락일 뿐이다.

    온 가족이 함께 조상을 기릴 수 있는 우리말 지방

    제례 문화가 보수성을 띠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에다가 대한민국 공용문자이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이치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15세기에 죽어서까지 왜 중국 음악으로 제례를 지내느냐고 탄식했는데 21세기에도 이런 탄식을 이어가는 실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나라 제례 문화의 문자 보수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나치다. 지금도 대다수 무덤 비석은 한문이나 한자를 섞어 세운다. 몇 년 전 평소 국어 사랑을 위해 평생을 사신 국어 선생님 출신의 고인의 비석을 '○○○之墓'라고 중국식 한문을 써 놓을 정도였고, 한글 사랑이 남달랐던, 고 김재원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영결식도 한글박물관에서 거행되었음에도 한자가 뒤범벅이었을 정도이다. 

    이런 문제를 일찍부터 인식해 1992년 무렵 민중 유교 연합 서정기님 주장대로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에서 한글 지방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적이 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게 거의 없다.
     
    큰사진보기 지방
    ▲  한글 지방 쓰기 운동은 한문 지방을 직역해 한글 지방을 만들어 보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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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운동에서는 한문 지방을 직역하여 "훌륭하신 옛 ○○ 아버지 얼내림 자리, 훌륭하신 옛 ○○ 어머니 ○○○ 씨 얼내림 자리"와 같이 한글 지방을 만들어 보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옛'은 '돌아가심'을 뜻하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았고, '얼내림 자리'는 '신위' 뜻을 잘 드러내는 효과는 있지만, 너무 길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는 '신위'를 그대로 한글로 쓰면 되고 '신위'가 있으니 '고, 옛'과 같은 말은 빼도 된다. 그래서 맨 앞에서 제시한 대안을 내세운 것이다.
     
    큰사진보기 한글지방으로 내세운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 등은 지나치게 간결해 격이 떨어진다.
    ▲  한글지방으로 내세운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 등은 지나치게 간결해 격이 떨어진다.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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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매체 여기저기서 한글지방으로 내세운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 등은 지나치게 간결해 격이 떨어진다.

    보통 지방은 세로로 쓰는데 이참에 한글로 된 지방을 가로로 쓰고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붙여 놓으면 더 좋을 듯싶다. 이렇게 보면 지방도 집안마다 또는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달리 쓸 수도 있고, 한자와 한문 지식에 상관없이 온 식구가 소통하며 조상을 기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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