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6일 화요일

사회적합의 따르지 않는 택배사에서 또 한명의 택배노동자 쓰러져...“반사회적”

 


과로사대책위 “사회적 합의 거부하는 로젠택배가 불러온 참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3-16 20:22:24
수정 2021-03-16 20: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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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종규 택배노동자
고 김종규 택배노동자ⓒ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이번 건은 잇따르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택배회사에서 발생했다.

또 지난해 7월 대필이 의심되는 숨진 노동자의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서가 아무런 의심 없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논란이 돼 이를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됐음에도,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이번 택배노동자의 죽음은 과로사가 아니라 로젠택배로부터 비롯된 타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비판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동참을 촉구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동참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김종규 택배노동자, 뇌출혈로 숨져
노조, 산재포기각서 대필 정황 발견
사회적 합의 이행하지 않는 로젠택배
“택배사의 무관심·무책임이 불러온 참사”

노조에 따르면, 로젠택배 김천지점 소속 택배노동자 故 김종규(51) 씨는 지난 13일 아침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달 일을 나갔다. 하지만 김 씨의 차량은 멀리 가지 못하고 터미널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정차돼 있었고, 오후에 일을 마치고 온 동료가 이상하게 여겨 차량을 확인했다가, 쓰러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차량 주변에는 구토의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김 씨의 뇌는 이미 피로 가득 차 있어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 15일 밤 11시쯤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노조는 그가 평균 10시간씩 주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추정했다.

게다가, 김 씨는 평소 김천시 대덕면·지례면 2개 면을 혼자서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적으로 치면 152㎢로, 서울시 면적(605㎢)의 1/4가량 되는 면적이다. 이 넓은 구역을 맡으면서 김 씨가 하루에 소화했던 물량은 40~50개가량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기름값을 보전하더라도 한 달 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은 200만 원이 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김 씨의 평균 노동시간, 담당했던 면적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면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강하게 확신했다.

하지만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치에 부합하더라도, 김 씨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지난해 7월 김 씨의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서가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돼 있었기 때문이다. 유족이 확인해본 결과, 본인 서명 또는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할 ‘본인 신청 확인’란은 비어 있었다고 한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대필 작성이 의심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故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게 밝혀지면서 온 사회가 분노하고,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두 달 동안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서를 대필로 작성한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놓고, 결정적 흠결이 있는 신청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진짜 조사를 했는지 의심할만한 지점”이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동참을 촉구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동참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과로사대책위는 로젠택배가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앞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반복되자, 정부·여당과 주요 택배사, 택배노동자, 소비자 등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대책들을 마련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원인으로 꼽혀온 분류작업 및 상하차작업 인력을 뽑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로젠택배는 이같이 마련된 사회적 합의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로젠택배는 민간택배사 중 4위에 이르는 큰 회사”라며 “그런데 유독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거부하고, 다른 회사들은 다 이행하고 있는 분류인력 투입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로젠택배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로젠택배와 같은 반사회적인 기업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왜 로젠택배만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나, 이는 로젠택배의 구조적 살인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과로사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과로사는 사회적 합의 이행 거부와 과로사 문제에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로젠택배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불러온 참사”라며 로젠택배에 사회적 합의 이행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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