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4일 일요일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보장을 위한 유일한 해법

<칼럼>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8.06.25  12:15:48
페이스북트위터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냉전구조 해체가 시작되었다. 한반도는 1990년대 초에 일어난 세계사적인 냉전구조 해체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었다. 이념과 체제 경쟁이 계속되어 언제 전쟁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남북 주민 모두는 늘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경구는 전쟁론자들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남(한)은 ‘섬 아닌 섬’이 되어 해로와 공로가 아닌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전쟁 없는 세상의 여명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고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통일’도 머지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북의 모든 주민들이 평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대결구조와 북미 대결구조였다. 특히 북미 대결구조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파괴의 주범이었다. 남북의 통일에 대한 의지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남북은 1974년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상호 체제인정 존중과 평화공존에 대한 입장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북미 대결구조로 인해 빛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북은 미국의 간섭이 있는 한 자주적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하였다. 북미 간 평화공존이 없이는 한반도 평화통일도 요원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남은 ‘북의 남침’을 우려했지만 북은 ‘미국의 북침’을 우려하면서 살아 왔다. 상대방의 선제공격 가능성 논리가 비록 실상이 아닌 주조된 허상일 지라도 일반 주민들이 갖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1950년 6.25 전쟁 시기 완전히 초토화된 북의 입장에서는 ‘미제의 제2의 북침’에 대한 의구심과 공포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북의 입장에서는 6.25 전쟁이 ‘미제’의 억압에 신음하는 남녘동포들을 구원하기 위한 ‘남조선 민족해방전쟁’ 즉, ‘정의의 전쟁’, ‘선의의 전쟁’이었는데 ‘미제’가 이를 가로막았고 미국이 언젠가는 5만명 이상의 미군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제2의 6.25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재래식 무기로는 불가능하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기 시작한 배경이다.
1989년부터 발생한 북핵문제는 30여년 간의 지리한 논쟁 끝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천명하고 ‘김여정 특사’를 보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명한 후 ‘3.6합의’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일거에 한반도 정세를 180도 바꿔놓았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합의되었고 이것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포기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내걸었다. 무조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마치 북이 무조건적으로 핵을 포기했다고 약속한 것처럼 해석했다. 북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희생을 통해 개발한 핵무기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는가. 경위야 어떻든 이제 북핵 폐기와 포괄적 의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가 맞교환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 여정이 성공하기만을 기대하면서 한 가지 가장 큰 걸림돌을 제기하고자 한다.
6월 12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보수논객들은 ‘CVID’가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북에 “속았다”라거나 ‘빈껍데기’라고 폄훼하였다.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못하다고 평가절하하였다. 우리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의미를 해석할 때 ‘비핵화’가 ‘완전한’ 상태가 되었다면 ‘모든 검증’을 거친 결과 북에는 일체의 핵무기, 핵물질, 핵프로그램 등이 없는 상태인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완전한 비핵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논객들은 ‘CVID’라는 용어가 빼졌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성명을 깍아내리기에 바빴다.
문제는 북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미국이 과연 어떻게 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은 비핵화 초기조치로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실시하였다. 싱가포르 합의를 지키기 위해 미군 유해송환도 시작하였다. 물론 미국도 8월 예정이었던 UFG훈련 중지, 한미해병대훈련 중지 등을 결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대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면서 비핵화만 하면 “한국처럼 잘살게 도와주겠다. 그러나 돈은 한국, 일본, 중국이 낼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북제제에 관한 행정명령 1년 연장안에도 서명했다. 2중적인 태도인 것이다.
미국은 북의 비핵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 초기선행조치로 최소한 3-4개월내에, 미국 중간선거인 11월 초 이내에 북의 핵탄두 및 ICBM의 20%정도는 파기하거나 외부로 반출시켜야 한다고 대북 압력을 넣고 있는 것같다. 반면에 미국은 체제안전보장의 초기단계인 ‘한반도종전선언’도 미루고 있고 평화협정, 북미 수교, 제재 해제 및 대북 경제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직 북이 ‘선 핵폐기’하면 ‘후 보상’하겠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리비아식’인 것이다. 사실 리비아식이란 ‘선 핵폐기 후 보상’이 핵심이 아니라 미국 CIA가 민중폭동을 배후조정하여 카다피를 제거한 것이다. 북이 말조차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협상전략을 몸으로 채득한 북의 협상가들은 미국의 전략을 꿰뚫어 보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누가 지연시켰고 2005년 9.19 공동성명 직후 미국 재무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란 핵협상을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칭찬 발언에 대한 불신, 미국 주류 언론과 기득권 세력 및 군사복합체 등의 대북 인식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등은 북의 비핵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

미국 보수파들은 북의 인권문제, 생화학무기 문제, 권력세습 및 민주화 문제, 주체사회주의 문제 등을 다음의 대북 압박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북의 협상가들은 마치 완전한 비핵화만 이루면 북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장담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장사가 이익이 많이 남는다”라는 경구를 외교에도 적용하고 있어서 시원시원한 면은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어떤 반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미국 의회는 2016년 행정부가 맘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력으로 이것을 풀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것인가?
만일 미국이 대북 CVIG를 해주었더라도 이것은 CVID와는 격이 맞지 않는다. 북이 쉽지도 않지만 만일 일단 CVID를 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핵능력을 돌이킬려면 그것은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에게 약속한 종전선언,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제재 해제 등은 순식간에 파기할 수 있다. 말 한마디면 끝이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일본에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2시간 이내에 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CVIG는 ‘돌이킬 수 있는 것’이다. 북의 전략가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아직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가 초입단계에 들어선 상태에서 위와 같은 분석과 전망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루속히 북이 원하는 ‘단계별 동시적’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북은 갈 길이 멀다. 사회주의 경제발전 총노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UN안보리 및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건 성숙을 위해 과감한 핵포기에 나섰다. 본인이 얘기한 대로 “발목을 잡고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을 뿌리치고”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도 그 진정성을 믿고 말이 아닌 행동이나 문서로 김정은 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김정은 정권 보장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불침략에 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북 내부의 인민적 지지 상승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북핵 이후’를 대비하여 북을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일정부분 이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최단기간 내에 3차례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이 그 증거이다.
미국이 진정 북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유입시키기 원하다면 과감한 대북 유인책을 발표해야 한다. ‘꼼수’를 부려 북의 비핵화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미국인 수 천명이 평양에서 활동한다면 미국은 대북 군사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고 북도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약속을 믿을 것이다. 그 방법은 대북 제재 해제밖에 다른 길이 없다.


전현준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수문 개방이 낳은 '희망', 문 대통령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18.06.25 08:03l최종 업데이트 18.06.25 10:08l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금강에 사는 김종술입니다. 금강에서 온종일 지내기에 얼굴이 새까만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금강 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제게 붙여준 과분한 애칭입니다. 저를 한 줄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감사] 금강의 봄
 금강에 봄이 왔다. 수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금강에 봄이 왔다. 수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김종술

저는 인생의 황금기를 금강에서 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에 미혹되지 않고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부정한 정권의 서슬 퍼런 눈초리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4대강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 저는 묵묵하게 금강을 지켰고, 지금까지 1300여 편이 넘는 4대강 기사를 쏘아 올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에도 저는 금강을 걸으며 혼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되던 그날도 금강에서 희망찬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날을 잊지 못하겠지요.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4대강 사기극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금강에서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것은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문 대통령 덕분에 2018년 초, 굳게 닫혔던 금강의 콘크리트 수문이 무장해제 됐습니다. 철옹성 같던 수문이 열리자 누런 구정물이 쏟아졌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려서 묵은 강물이 빗물에 씻기듯 세차게 흘러내렸습니다. 예전처럼 수위가 낮아지고 물살이 빨라지자 강은 서서히 깨어났습니다. 

버들강아지로 불리는 갯버들에 푸른 물이 잔뜩 올랐습니다. 새들과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곰보배추와 냉이가 황량한 강변을 파릇파릇 장식했습니다. 수문이 열리자 갇혀있던 물은 해방이 됐고, 금강에 진정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상큼한 봄 향기를 실어 날랐습니다.

[생명] 새들의 천국
 꼬마물떼새가 금강의 모래톱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의 희망입니다.
▲  꼬마물떼새가 금강의 모래톱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금강의 희망입니다.
ⓒ 김종술

금강의 봄은 사람들을 다시 강으로 불렀습니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냉이와 달래, 쑥을 뜯느라 분주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갇혔던 강물은 강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강물이 막힌 지 6년 만의 해방이었습니다.

상류에서는 쉼 없이 고운 모래와 자갈이 흘러내리고 산란기를 앞둔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을 타고 올랐습니다. 지천에서 흘러든 모래밭에서는 잉어들이 산란하느라 파닥거리며 강바닥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강물도, 생물도 모처럼 생기를 찾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인 모래톱은 철새의 낙원이자 자연생태 학습장입니다. 새들의 천적인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높아지고 덕분에 반가운 손님인 새들이 많아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급증했던 민물가마우지는 하나둘씩 떠났습니다. 깊은 물 속에서 사는 녀석들에게 '이명박표 수심 6m'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는데, 수심이 얕아진 탓입니다. 드러난 모래톱엔 오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를 시샘하듯이 왜가리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훼방을 놓았습니다.

부리가 가늘고 길며 어두운 갈색의 앙증맞은 새들은 자갈과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18~20센티미터 크기의 백할미새와 꼬마물떼새입니다. 처음엔 그저 반갑게만 생각했는데, 모래톱이 없는 곳에서 살지 못하는 지표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 모래톱에서 발견한 '희망'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낳은 알입니다.
▲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낳은 알입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지난달 25일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을 걷다가 새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검지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새알 하나. 자갈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목덜미가 하얗고 노란 금테안경을 쓴 새 한 마리가 '삑삑~삑삑~' 울부짖었습니다. 저를 천적으로 알았나 봅니다. 시궁창 펄밭이 빗물에 씻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강에 움트는 생명,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달걀만 한 날씬한 몸매, 동그랗게 빛나는 눈에 두른 노란 금테, 목덜미가 하얀 녀석은 꼬마물떼새입니다. 모래톱에서 살아가는 지표종이죠. 죽어있던 금강에 새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증명해주는 생명체입니다. 강바닥의 묵은 악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녀석들의 안전하게 번식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부터 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빌었습니다. 첫사랑과의 만남을 앞둔 것처럼 설레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부터 매일 그곳을 찾았습니다. 시커먼 얼굴에 산적처럼 생긴 제 모습에 놀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았습니다. 주변 풀 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봤습니다. 

저는 그 알을 '금강의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까지 꼬마(꼬마물떼새)는 정성을 다했습니다. 하나의 알이 둘이 되고 셋이 됐습니다. 꼬마는 저를 볼 때마다 소리치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나는 100m 떨어진 곳으로, 다시 200m쯤 떨어진 곳으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송편 같은 반달이 떴을 때 네 알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꼬마가 '희망'이를 잘 품어서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도했습니다. 꼬마를 지키고 '희망'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끔씩 찾아오는 낚시꾼들이 '희망'이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하루에 서너 번씩 그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일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당신이 새 아빠야, 강변에 널린 게 새인데 호들갑을 떨기는..."
"또라이도 아니고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고 밀어붙이는 낚시꾼도 있었습니다. 그들을 설득하고 애걸하다시피 하면서 돌려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들 앞에서 발을 구르거나 두 손을 모아 빌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10년 동안] 나 홀로 전투의 상처
 지난 10년, '이명박 4대강'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람들은 '금강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금강에서 홀로 촛불을 듭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  지난 10년, '이명박 4대강'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람들은 '금강 요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금강에서 홀로 촛불을 듭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 김종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금강의 뼈와 살을 도려내듯 강바닥을 파헤쳤습니다. 포클레인과 불도저같은 중장비가 움직일 때마다 금강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 최악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죠. 보에 갇힌 고인 물은 썩었습니다. 투명했던 강물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녹조 밭으로 변했습니다. 

금강에서 SF영화에서나 봄직한 낯선 생명체인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날, 그걸 한 토막 삼키고 생체 변화를 살펴가며 고통스럽게 기사를 썼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맨 몸으로 강물에 들어갔고, 심지어 물을 먹기까지 하면서 취재를 했더니, 내 몸에는 피부병과 두통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붉은 실 같은 실지렁이가 금강을 점령했습니다. 수질이 오염된 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알려진 붉은 깔따구도 발견했습니다. 60~70년대 시궁창이나 하수도에 살아가던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입니다. 맨손으로 냄새나는 펄을 뒤져야만 찾을 수 있는 생명체들입니다. 비단 같던 금강에 침입한 죽음의 그림자, 제 속도 타들어 갔습니다.

강변을 혼자 걷다가 지치면 강변에 텐트를 쳤습니다. 먹을 게 떨어질 때까지 며칠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면서 폭행도 당했고, 전화나 기사 댓글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한답시고 가져다 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개인적인 고통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4대강 괴물'을 만든 자들의 죗값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흐르는 게 강이라는 상식을 배반했던 자들이 사람들의 망각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제2, 제 3의 4대강 사업' 또다시 출몰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각인시키려고 매일 강에 나가서 취재했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12박13일의 기록] 모래톱의 축복
큰사진보기 지난 6월 7일, 금강의 '희망'이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닫혀 있던 수문이 열리면서 금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지난 6월 7일, 금강의 '희망'이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닫혀 있던 수문이 열리면서 금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제가 '희망' 지킴이로 나선 지 11일째인 6월 7일. '희망'이가 두꺼운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꼬마는 축축한 깃털을 정성스레 품었습니다. 저는 심장을 졸이며 카메라로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까치가 주변을 맴돌 때나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정지 비행을 할 때면 제가 나서서 경고음을 냈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녀석들과 작별할 시간이 된 거지요.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자 자갈밭 둥지에서 솜털을 털던 '희망'이가 보였습니다. '희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웅크려 있었습니다. 네 마리가 모두 건강해 보였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꼬마는 내가 혹시 '희망'이를 해칠까 두려워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날개를 다친 것처럼 퍼덕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꼬마의 처절함은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얼마 뒤에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희망'이를 보살피느라 꼬마도 정신이 없을 겁니다.

최근에 '희망'이 주변에 또 한 마리의 꼬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작은 하천에 살아가며 전 세계에 1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흰목물떼새입니다. 이 모두가 4대강 수문개방 덕분에 생긴 모래톱의 축복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대통령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탁] '관피아'와 닫힌 수문
 백제보 상류의 물빛은 검다. 강물이 하늘이 아니라 강바닥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문에 가로막힌 강엔 시커먼 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엔 폐준설선만이 둥둥 떠 있다. 여긴, 여전히 콘크리트 수문이 닫혀 있다.
▲  백제보 상류의 물빛은 검다. 강물이 하늘이 아니라 강바닥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문에 가로막힌 강엔 시커먼 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위엔 폐준설선만이 둥둥 떠 있다. 여긴, 여전히 콘크리트 수문이 닫혀 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제2의 '희망'이를 지키고 싶습니다. 15년 전 제가 첫눈에 반해서 눌러살기 시작했던 금강은 이런 곳이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이 시행되기 전의 금강은 새와 물고기,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생명의 터전이었습니다. 수문을 개방한 뒤에 완벽하게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텃새와 철새의 놀이터이자 쉼터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통령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희망'이와 그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뛰어놀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종보와 공주보처럼 아직 굳게 닫힌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의 수문을 개방하면 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관피아'들만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수문을 닫을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금강에는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합니다. 수문이 열린 공주보까지는 새들과 물고기들이 생명을 품는 잉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발길을 끊었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자연의 휴식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께서 표방하신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듯 뭇 생명과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수문이 닫힌 백제보부터는 물빛부터 다릅니다. 벌써부터 잿빛 강물에서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곳에 오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4대강 살리기'가 사기였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대] 문재인 대통령님, 생명의 강에 오세요
 금강에 봄이 왔습니다 새 생명도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게 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한 덕분입니다.
▲  금강에 봄이 왔습니다 새 생명도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희망'입니다. 이게 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한 덕분입니다.
ⓒ 김종술

풀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도 태어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은 특별한 소명을 가지고 제각각 있어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식물은 미생물과 동물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증명했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습니다. 모래톱이 사라지자 새들이 떠났습니다. 썩은 물이 고인 깊은 강가에 사람들이 찾아올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은 흘러야 합니다. 흐르는 게 강입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지금 금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죽은 강의 수문마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이와 그의 자식들이 누대로 알을 품는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물고기들이 알을 잉태할 수 없는 수심 6m의 강이 아니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생명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저 홀로 강변을 걷다가 그날처럼, '4대강 수문을 전면 개방하라'는 대통령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지금 남과 북의 장벽을 거침없이 거둬내듯이, 산 강과 죽은 강의 장벽을 터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실 때 금강을 한 번 찾아주십시오. 함께 강변을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에 꼭 한 번 찾아와 주시시오. 함께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님, 금강에 꼭 한 번 찾아와 주시시오. 함께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술

4대강 현장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 25일부터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수문을 연 '산 강'과 아직도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죽은 강'을 비교하면서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장 탐사 보도와 기획 기사는 8월 25일까지 30여 편에 걸쳐 게재합니다.

또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듭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아직도 4대강을 망친 죗값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4대강 다큐 영화는 불법 비자금을 집중 추적합니다. 부역자들이 받은 '떡고물'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4대강 독립군의 눈물겨운 투쟁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낸 조선의 핵정책

[개벽예감 304]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낸 조선의 핵정책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6/25 [09:1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였다. 공동성명 문안이 작성되고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과정은 어떠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임무를 실무자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의 문장구성, 개념사용, 서술방식, 용어선택은 말할 것도 없고, 토씨 하나, 점 한 개까지 낱낱이 검토하고, 수정하고, 가필하고 나서 최종 승인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8천만 민족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가 담긴 역사적인 문서인데, 어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겠는가! 사정이 외부에 알려진 바 없어서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그 깊은 사연의 일단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조미실무협상을 주도해온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에게 공동성명 최종문안 합의와 관련하여 지시를 주는 장면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합의하는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심한 지도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해온 공동성명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직후, 그 역사적인 문서를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가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그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의사와 견해가 반영되도록 실무관리들에게 지침을 내리고 감독해온 것이 분명하지만, 전략도 없고, 지략도 없는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며 작성과정과 합의과정을 시종 이끌었던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읽어볼수록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뜻이 깊은 문서다. 옛말에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 했거늘,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꼼꼼히 반복해서 읽으면, 섬광처럼 번득이는 전략과 지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에로 관통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전략이 그 문서에 담겼으며, 협상상대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그에 맞춰 합의를 이끌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출한 지략이 그 문서에 비껴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2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중에 그 지역 기업가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대한 협상가”라고 칭송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문서와 정보자료에서 충분히 입증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을 논증하는 이 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백악관의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총괄하였던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이다.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의 격동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하였다.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도착한 팜페오 국무장관의 행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아주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마주앉은 것이었다. 한국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기자간담회였다고 해도, 주한미국대사관이 민감한 시점에 서울에서 진행된 국무장관 기자간담회에 한국 기자를 부르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상한 기자간담회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기존관념을 깨뜨리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하였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잔뜩 궁금해진 외신기자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2021년 1월에 끝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한반도에서) 주요한 핵군축이 실현되기를 바라는가?”고 물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 앞에서 누구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외신기자들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할 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주요한 핵군축(major nuclear disarmament)”이라는 전혀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오랜 취재생활 중에 남달리 예민하게 발달된 감각을 가진 외신기자들은 하루 전에 발표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한반도의 핵군축을 뜻한다는 점을 간파했기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격정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한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4일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의 서울방문 중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청와대 방문이 아니라 그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만난 기자간담회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뜻밖의 발언을 꺼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질문을 받고 핵군축이라는 말을 비핵화라는 말로 바로잡고 답변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맞장구를 치면서 이렇게 답변하였다. “그렇다. 매우 확실하게, 정말로 그렇다...당신들은 주요한 군축(major disarma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우리는 2년 반 안에 그것을 실현하기 바란다.”  

핵군축이라는 말을 전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오로지 비핵화라는 말만 줄곧 외워대던 팜페오 국무장관의 입에서 느닷없이 핵군축이라는 생소한 말이 튀어나온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이 그 뜻밖의 답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1)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월까지 앞으로 2년 6개월이 남아있는 기간에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을 정세격변이 앞으로 2년 6개월 사이에 연속적으로, 숨가쁘게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8천만 민족은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개벽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2)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관리들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나 그 회담이 성사된 이후에도 비핵화라는 용어만 줄곧 사용하고 있으며, 핵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팜페오 국무장관은 서울에서 진행된 외신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의 핵군축을 2년 6개월 안에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내용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핵군축을 뜻한다는 비밀을 드러낸 것이다.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구절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실현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공동성명 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말을 공동성명에 넣지 말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말을 넣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뜻을 공동성명에 명시하였다. 명백하게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나오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한 완전한 비핵화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이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인데, 이 개념도 조선과 미국이 이전에 합의한 문서에 근거하여 해석해야 한다.   

조선과 미국이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처음 명기한 문서는 1994년 10월 21일에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기본합의(약칭 제네바기본합의)다.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량측은 핵 없는 조선반도(nuclear-free Korean Peninsula)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명기되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제네바기본합의에 명기되었던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이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1994년 10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조미기본합의 서명식에서 강석주 조선외무성 제1부부장과 로벗 갈루치 미국 핵협상대표가 서명한 문서를 서로 주고받는 장면이다. 강석주 제1부부장은 2016년에 노환으로 별세하였고, 갈루치 대표는 은퇴노인이 되었지만, 제네바기본합의에 천명된,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는 원칙과 방도는 24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이 조미관계에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세상이 다 알지 못하는 곡절도 많았고, 위험한 고비도 많았던 조미관계의 복잡한 역사는 2018년 6월 12일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한반도의 핵군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궤도를 바꿔 흐르기 시작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네바기본합의에 처음 명기되었고, 24년 뒤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으며,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된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해명한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에 관한 공식적인 담보(formal assurance)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제네바기본합의가 채택, 발표되었던 1990년대 중엽 조선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무력을 아직 갖지 못하였으므로, 그 문서에는 “미국이 조선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조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식적인 담보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완성된 2017년 이후에는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달라져,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제네바기본합의가 발표되기 1년 전,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을 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문서를 이미 채택, 발표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문서는 1993년 6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미합중국 공동성명’이다. 그 공동성명은 “쌍방은 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서 나서는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하”였다고 하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고 명시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미증유의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던 1993년에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므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2018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과 1993년 조미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같은 뜻이라는 사실을...

조미핵대결이 25년의 격렬한 역사를 가진 것처럼, 그 핵대결을 종식시킬 해법을 모색해온 노력도 25년의 치열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 앞에 마주설 때,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뜻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핵군축 실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조선의 핵정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조선반도의 핵군축’이다. 조선외무성은 2010년 4월 2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정책”이 조선에게 침략이나 공격행위를 하지 않는 나라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의 핵정책에 따르면, 미국이 조선에 대한 침략의도와 공격계획을 폐기하는 경우,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상호핵군축이 실현되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인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에는 “(조선의)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명기되었고,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에 진행된 그 회의에서는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반영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을 명기한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함께 확인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된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재확인하였다는 사실을... 

미국의 핵정책은 적국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노리는 파괴적인 핵정책이지, 핵군축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핵정책이 아니다. 그런 파괴적인 핵정책을 추구하는 핵제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한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정책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였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와 안전을 절절히 염원해온 8천만 민족에게, 핵전쟁위험을 핵군축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고대해온 인류에게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안겨주는 거대한 의의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담보)하는 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조선과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보증해야 하는 중대과제다.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어떻게 보증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군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한반도의 핵군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대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은,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고,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수행해야 할 한반도의 핵군축임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1단계 핵군축 -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중에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요구를 흔쾌히 받았다. 그래서 미국은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는 중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합의로 삽시에 열린 것은 쎈토사섬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개최된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정책이 관철된 공동성명에 함께 서명하였다. 이것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수 십년 간 힘써온 조선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음을 입증한 사변이다. 정세는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에 따라 급변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2단계 핵군축 -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한다. 

조미관계가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는 필연적이다.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는 미국군이 장악한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는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된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자동적으로 환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과 미국군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의 ‘전작권환수실무단(COTWG)’을 앞세워 이른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해왔다. 2018년 2월 22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맡고, 미국군 대장이 그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뒤집어보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숨겨진 뜻이 드러난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것은 핵제국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은 사례는 없으며, 아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대장이 한국군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할 것이다. “연례적”이라는 명분으로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가 필요한 것인데, 대조선전쟁연습이 영구히 중단되었으므로 한미연합사령부도 존재이유를 상실했다. 대조선전쟁연습 중단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3단계 핵군축 -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한다.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2년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다. 미군이 남조선에 남아있는 한 미국은 우리에 대하여 적대의도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으며, 한다 해도 그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없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유지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그만큼 료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 담화가 역설하는 것처럼, 조선이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각료들과 펜타곤과 연방의회가 반대해도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다. 그것은 핵전쟁돌격대를 철수하는 핵군축을 약속한 것이었다. 구두약속에 관해서는 2018년 6월 18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도 논해야 마땅하다. 조선의 핵군축임무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폐쇄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영구히 중단하는 1단계 핵군축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는 2단계 핵군축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만 남았다. 

그런데 조선의 3단계 핵군축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하면, 조선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의문을 풀려면 두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첫째, 핵군축이라는 개념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상호감축하고 감축정형을 상호검증한다는 뜻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그 개념은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뜻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을 뜻하는 핵군축은 조미관계에서 실현될 수 없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감축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같은 비율로 감축해야 하고, 미국이 조선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미국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해야 하는데, 조미관계에서 그런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는 소련-러시아하고만 핵무력을 상호감축하고 상호검증한 특별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을 폐쇄한다는 뜻이다.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이 책임적으로 지어주기로 공약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완료될 때 조선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의 해체도 완료된다”고 명기되었는데, 이것은 정세발전에 따라 흑연감속로와 관련시설들이 해체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은 매우 낡았고, 제네바기본합의에 따라 한때 동결된 적도 있으므로, 조선은 한반도의 핵군축 진전에 따라 그 시설들을 폐쇄할 것이 분명하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건설된 실험용 경수로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촬영시점은 2016년 3월 12일이다. 조선은 2010년 7월 31일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에 착공하였고, 2018년 2월 완공하였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100% 자력으로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을 진행하는데, 지금 시험가동에 들어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모두 폐쇄해야 하는데, 실험용 경수로와 관련시설들은 전력생산시설들이므로 폐쇄할 필요가 없다.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전부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안전을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녕변핵시설단지에는 핵물질생산시설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전력생산시설들도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경수로에는 농축우라늄이 들어가므로,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이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는 2010년 7월 31일에 시작되었다. 조선은 2010년 11월 2일부터 6일까지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소장 잭 프릿처드(Charles L. Pritchard)를 초청하여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현장을 보여주었고, 곧이어 2010년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gfried S. Hecker)와 스탠퍼드대학교 명예교수 존 루이스(John W. Lewis)를 초청하여 그 건설공사현장을 또 보여주었다. 이에 관해서는 2010년 11월 15일 <통일뉴스>에 실린 나의 글 ‘북측이 추진하는 자력갱생 경수로 건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원자력연구원은 2016년 8월 17일 <교도통신>이 제기한 서면질의에 답변하면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력 10만 킬로와트급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실험용 경수로가 8년에 걸친 건설공사를 끝내고 마침내 시험가동을 시작하였다. 2018년 2월 25일 실험용 경수로 굴뚝에서 증기가 나오는 장면이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났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에 이르기까지 100% 자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력갱생 경수로’다. 이 실험용 경수로가 생산하는 전력을 공급하면 중소도시 소비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여러 개의 희천발전소들이 전력을 많이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으므로, 평양의 야경이 화려한 불장식과 조명으로 장식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어도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을 폐쇄할 필요는 없다. 물론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되는 핵물질을 재처리하면 무기화할 수 있지만, 조선이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면 문제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는 데 따라,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대통령 직권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광고

트위터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