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1일 일요일

천안함, KBS 기자의 특종보도

1. KBS 황현택 기자의 녹취록
(1) ‘제3의 부표’ 특종보도의 주역, KBS 황현택 기자
천안함의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면 KBS 황현택, 최영윤, 이병도 세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들은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세 기자는 한주호 준위 사망 직후 백령도에 들어가 ‘의문의 부표’에 관한 취재를 하였으며 그 결과 ‘천안함이 아닌 또 다른 함선이 가라앉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의 취재가 없었다면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은 더 오랜 세월 미궁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세 기자는 방통위에 제소되어 불려다니며 조사와 진술로 시달려야 했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KBS는 정부와 국방부의 강력한 압박에 못 이겨 해당 보도를 하루만에 사이트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세 기자는 다시 복귀하고 부분적으로 명예를 회복하였으나 세상은 그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쏟았던 노력보다는 그들이 처벌받았던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KBS 황현택 기자에게 1심 법정의 증인으로 나와 진실을 말해주기를 여러 차례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매우 곤란해했고 KBS 회사측에서도 허락해주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명박 치하의 KBS는 운신의 폭이 너무나도 좁았으며 최시중이 장악하고 있던 방통위의 위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가하며 막강하게 언론을 장악(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2012년 초 황현택 기자를 만나 다시 간곡히 요청을 하니 황 기자는 고민 끝에 법정진술이 아닌 서면진술로 하면 좋겠다며, 그가 취재한 내용을 녹취록과 함께 공증 후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2012년 2월21일 관련서류 일체에 대해 ‘법무법인 두레’에서 공증하여 1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2) KBS 취재팀의 백령도 체류 및 취재기간
한주호 준위가 작업 중 사망하자 KBS 백령도 특별취재팀(황현택, 최영윤, 이병도 기자)은 2010년 4월1일(목) 백령도에 입도하여 4월10일까지 취재를 합니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놀라운 사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3) KBS 취재팀과 UDT 대원들과의 긴밀한 관계
황현택 기자는 취재를 위해 UDT 대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상당한 신뢰관계를 쌓았다고 진술합니다.
(4) UDT 동지 회원들의 활동 내용
황현택 기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UDT 대원들의 활동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1심 재판 때 법정에 출석한 증인 이헌규씨는 1차 및 2차 모두 참여하였던 것으로 증언한 바 있습니다.
UDT 동지회 1차 활동(총 18명)
  1. 월29일 7명 백령도 헬기로 입도(이흥규, 김진호, 장승권씨 등)
  1. 월29일 23시40분, 5명 장비 갖추고 추가 입도
  2. 월30일 6명 배편으로 추가 입도 330일 오전함수 수중 탐색 활동
  1. 30일 오후 3시쯤 故 한주호 준위 사망
  2. 월31일 UDT 동지회원 18명 전원 철수
UDT 동지회원 2차 활동(총 17명)
  1. 월2일 UDT 동지회원, 2차로 백령도 입도
  2. 월3일 오전 8시, 함미 수색 준비.. 기상 악화로 중단(KBS 촬영)
  1. 월3일 오전 10시, 용트림 바위에서 故 한 준위 추모제(KBS 촬영)
  2. 월5일 오전 수색 중단, 인양 전환되면서 전원 철수
황현택 기자 제출 자료
(5) ‘제3의 부표’ 명칭
‘제3의 부표’라는 명칭은 KBS 취재팀이 붙인 이름입니다. 황현택 기자는 기존에 설치된 함수(제1부표), 함미(제2부표)와 구분하기 위하여 ‘제3의 부표’라 칭했다고 합니다.
함수 및 함미는 각각 3월28일 오후 8시경(함수, 제1부표 설치) 및 3월28일 오후 10시30분경(함미, 제2부표 설치) 발견됩니다. 그러나 UDT 대원들이 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지점으로 지목한 제3의 부표는 천안함 함수, 함미가 발견된 다음 날인 3월29일 한주호 준위가 어군탐지기로 발견하여 한 준위가 직접 설치했다는 사실이 예비역 UDT 이헌규씨의 증언을 통해 밝혀집니다.
(6) ‘제3의 부표’는 누가 언제 설치하였나?
함수와 함미는 사고 이틀 후인 3월28일 저녁 차례대로 발견되고 제1부표(함수)와 제2부표(함미)가 설치됨으로써 위치는 확고히 정해진 것입니다.
[연합뉴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8일 오후 7시57분께 함수에 위치표식 `부이'를 설치한 데 이어 오후 10시31분께 옹진함이 음파탐지기로 함미를 찾아 오늘 오전 9시께 `부이'를 설치했다"며 "함정의 정확한 위치가 확보된 만큼 이에 대한 탐색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0년 3월29일
그런데 그 다음 날인 3월29일 한주호 준위는 또 다른 수색에 나섭니다. 그리고 어탐(어군탐지기)을 이용하여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물체(대형 구조물)를 발견한 뒤 그곳에 한주호 준위가 직접 부표를 설치합니다.
한주호 준위는 또 하나의 부표(제3의 부표)를 제1부표(함수) 및 제2부표(함미)와는 분명히 다른 위치에 설치하였으며 날짜 또한 함수, 함미보다는 하루 뒤인 3월29일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기 위해 한주호 준위는 어군탐지기를 작동하면서 수색을 하였습니다. 해난구조대가 발견한 함수, 어선이 발견하고 웅진함이 확인한 함미와는 확연히 다른 내용인 것입니다.
(7) UDT 대원들은 왜 ‘제3의 부표’를 함수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주호 준위가 예비역 UDT 대원들에게 그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하루 전 3월28일 저녁 함수를 발견했기 때문에 함수가 어딘지 모를 리 없는 한주호 준위가 UDT예비역에게 ‘제3의 부표’ 위치를 ‘함수’라 말했기 때문입니다.
한 준위가 왜 함수가 아닌 곳을 함수로 말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복수의 UDT 대원들이 모두 ‘제3의 부표’ 위치를 함수로 인지한 것을 보면 UDT 대원들이 잘못 들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한주호 준위가 사실과 다르게 그곳이 함수가 있는 위치라 말했던 것이지요.
황현택 기자가 취재한 녹취록에는 1심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헌규씨와의 통화내용 외에 정철 UDT 대전지회장과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대화의 내용을 보면 정철 지회장 또한 그곳을 ‘함수’로 알고 있었고, 심지어 크레인이 세워진 곳(함수)을 함미로 알고 있을 정도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첨부 6] 정철 UDT 대전지회장 전화 녹취 (2010. 4. 6 저녁)
기자 : 용트림 바위에서 추도사에도 나왔었고 한 준위가 세운 부표가 맞아요? 한 준위님이 사망하신 거예요?
정철 : 네. 함수 부분에요.
기자 : 거기가 함수 부분이에요?
정철 : 네.
기자 : 함수 부분에 UDT 동지회 분들이 들어갔다 오신 적 있으시죠?
정철 : 네.
기자 : 함수 인양하겠다고 크레인이 세워졌잖아요. 크레인 세워진 위치가 용트림 바위 바로 앞이 아니고, 백령도하고 대청도 사이에 해상으로 3~4킬로 떨어진 곳에 세워졌거든요?
정철 : 거기 함수가 아니고 함미 아닙니까? 그쪽이?
황현택 기자 제출 녹취록
(8)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함수, 함미 그리고 제3의 부표 위치 분석
용트림 전망대에서 대청도 쪽을 바라보면 <함수 크레인. 제1부표>가 있으며, 우측 해안 능선을 바라보면 <함미 크레인, 제2부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제3부표는 <함수 크레인, 제1부표> 보다 훨씬 가깝게 있습니다.
(9) 故 한주호 준위 추모제 - 2010. 4. 3
2010년 3월29일 백령도에 입도한 UDT 예비역 대원들은 3월30일 한주호 준위가 사망하는 사고를 당하자 3월31일 전원 철수합니다. 그리고 4월2일 다시 2차로 백령도에 입도하여 4월3일 오전 10시 용트림 전망대에서 故 한주호 준위 추모제를 갖습니다. 용트림 전망대는 백령도 남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입니다.
그런데 추모제에서 추모사 낭독을 맡았던 정철 UDT 동지회 대전지회장은 뼈 있는 발언을 합니다.
화면 자막에는 <부표가 있는 곳 앞에서 추도사를 읽겠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동영상을 실제로 돌려보면 정철 지회장은 <부표 설치한 곳을 바라보며 추도사를 낭독하겠습니다>라며 추도사를 읽기 시작합니다.
<부표 설치한 곳>은 <한주호 준위가 부표 설치한 곳>을 의미하며 용트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표는 <제3의 부표>를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용트림 전망대에서 함수의 부표는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함수 부표는 한주호 준위가 설치하지도 않았습니다.
질문지에서 피고인측 변호인은 황현택 기자에게 혹시라도 용트림 전망대에서 함수 크레인에 설치된 부표가 잘 보이는 것은 아닌지 질의를 하였습니다만 황현택 기자는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고 망원렌즈를 통해 가능한 수준”이라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2.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
(1) KBS 취재기자들이 ‘제3의 부표’에 의문을 가진 계기는?
KBS 취재팀의 황현택, 최영윤, 이병도 기자가 ‘제3의 부표’에 관한 취재에 돌입하게 된 계기는 ‘크레인’ 때문이었습니다. UDT 동지회 회원들과 백령도에 함께 있을 당시 KBS 취재기자들은 4월3일 추모제에 이르기까지 단순 취재에 열중하였으며 일체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4월5일, <구조>에서 <인양>으로 전환되면서 UDT 대원들이 백령도를 떠났고, 공교롭게도 그날 함수와 함미가 가라앉은 지점에 크레인들이 세워지는데, 그 위치를 보니 그때까지 UDT 대원들이 잠수를 하고, UDT 대원들 스스로 ‘함수’라고 지목한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함수 크레인이 세워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KBS 기자들이 합리적인 의심과 함께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하였던 것입니다.
그에 따라 상황을 다시 정리한 KBS 취재기자들은 4월6일 정철 UDT 대전지회장, 이헌규 전 UDT 대원 그리고 최영순 소령에게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내용을 취합하여 4월7일 보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KBS 보도내용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소 및 심의과정에서 <박승규 KBS 보도국 사회팀장>과 <황현택 KBS 보도국 기자>가 출석하여 증언함으로써 더욱 소상히 밝혀졌습니다.
○ 박승규 KBS 보도국 사회팀장 (2010. 5. 4. 방통위 제9차 회의)
제가 간단하게 취재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故 한주호 준위가 30일에 사고를 당하고 나서 4월3일 백령도에서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추모제를 용트림 바위에서 UDT 동지회가 가졌는데, 용트림 바위 앞에 약 2km 정도 떨어진 빨간 부표가 있는 곳에서 “저기가 故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곳이다.”라고 하면서 거기를 향해서 추모제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UDT 동지회 회원들이 “저 부표가 故 한주호 준위가 발견해서 설치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우리가 녹취를 했습니다. 그때 기자들이 조금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함수, 함미의 위치 같은 것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시점이었고,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시점이었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기로는 함수에서 故 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앞에 있는 부표에서 사망했다고 추모제를 지내는 자체에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故 한주호 준위 사망 후 추모제를 지내고 4월4일에 구조에서 인양으로 작업방식이 전환됐습니다. 그러면서 4월5일 크레인이 들어왔는데, 크레인이 함미의 위치와 함수의 위치 두 곳에 설치가 됐는데 UDT 동지회원들이 이야기하는 용트림 바위 앞 부표가 설치된 곳에는 크레인이 안 왔어요.
그래서 기자들이 추모제를 지낸 UDT 회원들을 상대로 ‘故 한주호 준위 사망한 곳이 저기이고, 함수의 위치가 있는 곳은 크레인 위치가 있는 곳과 다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하는 과정에서 녹취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UDT 회원들은 용트림 바위 앞에 있는 부표 위치를 아마 함수 위치로 알고 진술을 했던 것 같고,
우리도 그 말이 다수를 상대로 추모제도 지내고 또 현장 수중작업 잠수를 했던 분들도 그 증언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해군은 함수 위치가 저기라고 발표했는데 현장에 작업을 했던 UDT 동지회원들은 ‘제3의 부표’가 故 한주호 준위가 작업했고, 사망했던 지점인 곳이고, 거기에는 구조물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하자면 의문을 제기하는 리포트를 하게 된 과정입니다.
방통위 제9차 정기회의 Page 5, 6
그리고 황현택 기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합니다.
○ 황현택 KBS 보도국 기자 (2010. 5. 4. 방통위 제9차 회의)
4월3일 추모제를 지낼 때, 지금 상황과 한달 전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만, 백령도에 있는 모든 항구의 배는 기자들을 태우고 밖을 나가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리고 어떤 의문이 생겼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채널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다는 상황을 모두에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장에 제가 간 것이 4월1일이었는데 망망대해이기 때문에 군에서 발표한 함수, 함미 좌표라는 것이 뭍에서는 사실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4월3일 용트림 바위에서 故 한주호 준위 추모제를 지낼 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UDT 회원 열일곱 분께서 오셔서 추모제를 지냈는데 그 추모제 과정에 저희가 개입한 바 없습니다.
그 분들이 하시는 추모제 자체를 뉴스로 보도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았던 것들이 제출되어 있는 자료들입니다. 그 화면을 보면 저희가 개입하지 않고, UDT 동지회원 분들께서 그 부표를 보면서 저쪽이 함수이고, 저쪽이 故 한 준위가 부표를 설치했다는 그림들이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이틀 정도 있다가 크레인이 들어오고 나서, 크레인이 들어왔을 때 UDT 동지회원 분들은 이미 백령도를 떠나신 상황이었습니다. 크레인이 들어오는 날 UDT 동지회원 분들은 백령도를 떠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크레인이 왜 저희가 본 적이 없는, 기존에 함수라고 생각하지 않은 지점에 들어와 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 것이지요.
그래서 UDT 동지회원 분들한테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실제로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함수를 봤다라고 하시는 분들한테 전화를 드려서, 아까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한테 화를 낼 정도로 확인과 확인을 거듭했었습니다.
제가 바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도 백령도 앞에 있는 부표와 군이 발표한, 함수로 확인된 위치에 서 있는 부표와는 한눈에 보기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정예의 UDT 동지회원 분들이 직접 작전을 수행했고, 물속에 들어갔다 오신 분들은 저보다 좀 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방통위 제9차 정기회의 Page 8, 9
○ 이진강 위원장
- 그런 의문점을 가지고 4월7일 방송의 15번째, 16번째 아이템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 황현택 KBS 보도국 기자
- 크레인이 현재의 함수위치에 들어선 4월5일부터입니다.
방통위 제9차 정기회의 Page 21
○ 백미숙 위원
- 그러면 UDT 동지회원인 이○○씨가 잠수해서 나왔던 곳을 ‘제3의 부표’라고 진술을 한 것은 4월3일인가요, 4월4일인가요?
○ 박승규 KBS 보도국 사회팀장
- 4월3일 추모제에서 우연히 그 사람들이 다 ‘저기가 故 한주호 준위가 작업했던 곳이고, 부표 설치했던 곳이다’에서 의문이 출발됐던 것입니다.
○ 백미숙 위원
- 그리고 현재 UDT 동지회원은 그곳을 함수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그래서 함수에 들어갔다 나왔고, 그러니까 제3의 부표 지점에서 잠수를 해서 무언가 조사했다는 것이고, 그 분이 작업한 지점을 그 분 본인은 함수 지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4월3일에 잠수한 것이고, 실제로 전화 인터뷰를 한 것은 그로부터 3일이 지난 6일이었는데, 그 사이에 일어났던 현장의 일들을 그 분은 모르기 때문에, 즉 4월5일에 해군이 이야기한 새로운 함수 지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 황현택 KBS 보도국 기자
- 그렇습니다.
방통위 제9차 정기회의 Page 42
(2) UDT 동지회 회원들의 고충과 딜레마
2010년 4월7일 KBS 보도가 나간 뒤 UDT 동지회 회원들이 정부나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곤욕을 치렀을지는 짐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 국방부(해군)의 초강경 대응 - 국방부는 KBS측에 항의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합니다. KBS는 관련 기사를 내렸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소됩니다.
● UDT 동지회의 KBS 방문 항의 - UDT 동지회는 보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KBS 보도국을 방문합니다. 비록 유감을 표하는 정도였다고는 하나 방문을 받은 KBS 입장에서는 압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 제보자(UDT 동지회 회원)와의 통화 - 황현택 기자에게 “굉장히 많이 힘들다”라고 말한 제보자는 황현택 기자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UDT 대원이었을 것입니다.
‘제3의 부표’ 아래에는 천안함 함수가 아닌 ‘대형 구조물’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한주호 준위는 함수가 아닌 그곳에서 모종의 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망하였습니다.
‘제3의 부표’ 아래 가라앉은 대형 구조물의 실체와 천안함과의 충돌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다음 글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신상철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minplusnews@gmail.com

통일부, 리종혁·김성혜 등 고위인사 방남 승인…“당국간 접촉 계획 없어”

경기도 국제행사 참석차 방남, ‘옥류관 분점 유치’ 등 교류사업 논의 주목
신종훈 기자 sjh@vop.co.kr
발행 2018-11-12 11:25:30
수정 2018-11-12 11:25:30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지난 2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남했을 당시 곁을 수행하고 있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오른쪽 여성)의 모습
지난 2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남했을 당시 곁을 수행하고 있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오른쪽 여성)의 모습ⓒ정의철 기자

통일부는 12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북측 고위급대표단 7명의 방남 신청을 승인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리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7명이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고양시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오후 방남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비행편으로 방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방남 승인 기간은 오는 14~17일이다.  
북측 대표단이 참가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제학술행사로, 아태지역의 평화교류 방안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방남은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함께 추진해왔다.
지난달 15일 제139차 IPU 총회에 참석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센터에서 북한 대표인 리종혁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연구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제139차 IPU 총회에 참석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센터에서 북한 대표인 리종혁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연구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북측 인사 7명 중 리 부위원장과 김 실장 외에는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 김춘순 아태위 연구원, 조정철 아태위 참사 등 아태위 실무 및 지원인력으로 구성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기도 한 리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대남사업 분야에서 활동해온 인물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국제의회연맹 총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나 남북국회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통전부 산하 조직인 아태위 역시 금강산관광 등 대남교류협력의 창구역할을 해온 대표적 조직이다.  
북측 인사들의 이번 방남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사실상 첫 방남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를 비롯해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실무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백 대변인은 "동 대회는 지자체 및 민간단체 차원의 행사인 만큼 당국간 접촉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달 두 차례 방북해 평양 옥류관의 경기도 유치 협의를 비롯한 체육·문화·관광·보건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북측 대표단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련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자료사진)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자료사진)ⓒ뉴시스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개벽예감 322]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1/12 [09: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허위선전으로 소동을 벌이는 정치사기꾼들이 있다. 유엔주재 미국대사 니끼 헤일리(Nimrata Nikki Halely)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일반사기범은 범행대상을 속여 금품을 가로채지만, 니끼 헤일리 같은 정치사기꾼은 유엔무대에서 정치사기극을 연기하며 인류를 우롱한다. 만일 국제형법에 인류우롱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면, 니끼 헤일리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만하다. 2018년 11월 8일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또 다시 서툰 정치사기극을 연기하였다. 그녀의 거짓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북조선은 그것을 연기(postpone)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연기했다. 나는 어떤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인용문에서 니끼 헤일리가 말한, 조선이 연기하였다는 것은 미국 국무부가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이다.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그 회담을 연기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이 아니다. 연기라는 말은 다음 개최일정이 정해졌을 때 쓰는 말인데,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연기라는 말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cancel)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취소라는 말도 가당치 않은 소리다. 취소라는 말은 조선이 미국에게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인데, 조선은 미국에게 그런 취소통보를 보낸 적이 없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도 아니고 취소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보냈으나, 조선은 그 제의를 무시하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이것이 감춰진 진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날 그는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설'을 퍼뜨렸다. 그런데 그는 대담 중에 미국이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완화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처럼 자극발언을 늘어놓고 있으니, 조미관계에서 신뢰가 조성되기 힘들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무부는 조선과 미국이 고위급회담을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그것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조미관계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황의 내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관행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확히 분석, 고찰하지 않으면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힘들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예고발언은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에게서 나왔다. 그는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하루 동안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다음과 같은 예고발언을 늘어놓았다.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대담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말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담프로그램 진행자가 완전한 비핵화와 대조선제재 해제의 상호성에 관해 질문하였을 때, 그는 “완전한 비핵화만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는 우리의 능력도 또한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전제조건”이라고 답변하였다. 

같은 날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일요일 대담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제재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발언하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위와 같은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런 자극발언을 함부로 탕탕 쏘아대는 판이니, 조미관계에 신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보다 며칠 앞서 2018년 11월 1일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실에서는 로벗 팰러디노(Robert J. Palladino) 국무부 부대변인과 국무부 출입기자들이 열띤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뉴욕 고위급회담설’이 그 자리에서 거론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날로부터 거의 보름이 지나도록 미국 국무부가 조미고위급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이 생긴 국무부 출입기자들은 팰러디노에게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취소된 것인지 아니면 연기된 것인지 질문을 들이댔다. 그러자 팰러디노는 조미고위급회담에 관련하여 발표할 것이 없다고 발뺌을 하면서 우물거렸다. 이런 정황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회담에 대해 아무 것도 발표할 것이 없다는 팰러디노의 답변은 회담제의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려면, 1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8년 10월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진행한 대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앞으로 일주일 반쯤 뒤에 나 자신과 북조선 상대자가 여기서(미국을 뜻함-옮긴이)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 바란다”고 하면서 조미고위급회담을 제의한 바 있었다. 이것은 조미실무회담이 개최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실무회담보다 격이 높은 고위급회담을 제3국이 아닌 미국에서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보낸 다급한 제의에 대한 조선의 응답은 2018년 10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 정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논평에 담겼다. ‘미국은 두 얼굴로 우리를 대하기가 낯뜨겁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은 “미국이 평양에 왔을 때 한 말과 워싱톤에 돌아갔을 때 한 말이 다르고, 속에 품은 생각과 겉에 드러내는 말이 다르다면 지금껏 힘겹게 쌓아온 호상신뢰의 탑은 닭알쌓기처럼 맹랑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미국은 자기의 얼치기적인 이중적 사고와 이중적 태도로부터 목표와 수단을 혼돈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분간 못하고 있으며 비례감각과 균형감각마저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하였으며, “선의와 아량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받은 것만큼 주어야 하는 초보적인 거래의 원칙에라도 맞게 행동할 것을 (미국에게) 요구”하였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위에 인용된 논평의 영어번역본을 읽어보았다면,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을 보면, 상황을 오판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협상이 중단된 이유를 간파하였다면, 조미고위급회담을 뉴욕에서 개최하자는 두 번째 회담제의를 조선에 보낼 것이 아니라 조선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꿨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전략적 오판에 빠진 팜페오 국무장관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외면하였고, 조선으로부터 무응답 퇴짜를 받을 것이 뻔한 조미고위급회담을 두 번째로 제의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놓은 회담예정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바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제의한 회담예정날짜를 사흘 앞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작성된 성명을 발표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제멋대로 공식화해버렸다. 그날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팜페오 장관은 11월 8일 김영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스티브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에 갈 것이다. 국무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포함하여 싱가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네 가지 중대사안들을 진전시키기 위한 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위의 성명에서 주목되는 것은, 뉴욕 고위급회담에 나올 미국측 참석자가 팜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특별대표로 정해졌는데, 조선측 참석자로는 김영철 부위원장 한 사람만 거명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뉴욕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면, 조선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오고 미국측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미국 국무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뉴욕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게 될지 알지 못해서 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회담을 사흘 앞둔 임박한 시점에 조선측 참석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조선으로부터 뉴욕 고위급회담과 관련한 응답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2018년 11월 7일 정례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무부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고, 2018년 11월 7일에는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조선과 미국은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열릴 것이라던 조미고위급회담을 합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 회담이 연기되었다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며, 그 회담이 취소되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보도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무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8년 11월 7일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이클 팜페오 국무장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료들과 만나려던 일정은 훗날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정이 허락될 때 다시 만날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는 계속된다. 미국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의 성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뉴욕 고위급회담이 왜 성사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왜 그렇게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을까? 미국이 조선에게 고위급회담을 두 차례나 거듭 제의하였으나,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조선으로부터 무시당한 미국의 처량한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 ‘제국의 위신’이 망가질 것이므로, 미국 국무부는 그처럼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위에 인용된 미국 국무부의 모호한 성명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바람에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느니 취소되었다느니 횡설수설하였다. 그 회담은 애초에 합의된 적이 없으므로, 연기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취소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뉴욕타임스>도 2018년 11월 8일부 기사에서 “미국과 북조선의 외교과정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정점에 도달한 이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언명하였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정치사기극을 연출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심정이 이해될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정치사기극에 출연한 주연급 연기자가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다. 그래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정치사기극 씨나리오를 연기하였던 것이다. 

정치사기극에 주연으로 출연한 그녀는 뉴욕 고위급회담이 조선의 준비부족으로 연기되었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조미관계에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허위선전까지 덧붙였다. 아무리 거짓말이라고 해도 이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을까!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에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준비부족으로 연기를 요청하였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회담을 제의해왔으나,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회담제의를 무시하여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미관계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두 편의 대담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예고하기 이틀 전인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특별한 논평을 발표하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여나겠는가’라는 제목의 그 논평은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다. 제목만 읽어봐도,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필형식을 보면, 그 논평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이 쓴 글이지만, 글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 논평은 미국연구소 소장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조선 외무성의 견해를 표명한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가 자기 견해를 공식문건으로 발표하지 않고 개별인사의 논평형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미국에게 퍼붓는 신랄한 비판이 가득한 그 논평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미국이 그것을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생떼질하는 미국의 태도를 “체질화된 강박증세”이고, “탈선”이며, “기가 막힌 일”이고, “본말을 전도하는 여론오도책동”이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한다”고 조롱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이 미국을 그처럼 직설적인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논평에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다. 그 논평 중에서 미국에게 경고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게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mm도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로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여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여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로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생략) 오늘의 과도한 욕심과 편견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미국은 자신도 해치고 세상도 망쳐놓는 참담한 미래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보고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고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평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오만하게 행동하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병진’이라는 말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뜻하므로,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는 말은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무력건설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만일 최악의 경우 조선이 대미협상을 중단하고 ‘병진로선’으로 돌아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파탄될 것이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국가안보위기 속으로 다시 휘말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평에 ‘병진’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다시 등장시킨 것 자체가 미국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인용된 논평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설령 조선이 상상을 초월한 아량을 베풀어 미국의 고위급회담 요구를 받아주고, 그에 따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회담은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다가 막을 내렸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려고 멀리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뉴욕까지 행차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조선은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고위급회담 개최를 졸라대는 미국의 허튼 수작을 무시해버리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미국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던 2018년 11월 7일 로씨야(러시아)는 이튿날 유엔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것을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요구하였다. 그 요구에 따라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회의에서 세르게이 키슬략(Sergey I. Kislyak) 유엔주재 로씨야대사는 조선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대조선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니끼 헤일리는 세르게이 키슬략의 견해를 반대하였다. 만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키슬략 유엔주재 로씨야대사의 견해를 반대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정치사기극은 연출되지 않을 수 있었겠으나,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푼수 없이 가벼운 입을 놀리며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고 다음과 같은 거짓말 연기를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선에게) 많은 당근을 주었다. 우리는 (조선에 대한)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미관계를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라는 비유로 묘사한 것부터 조선을 모독하는 허위선전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말을 부려먹는 마차운전수는 미국이고, 그에게서 혹사당하는 말은 조선이라는 뜻이니, 조선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니끼 헤일리는 유엔무대에서 외교활동은 제쳐두고, 어설픈 사기극에 출연하여 다른 나라를 모독하는 악담패설의 주인공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대조선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속이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장면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에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았다. 그녀는 기자회견 중에 당근과 채찍의 비유를 들면서 조선을 모독하였고, 미국이 조선에게 많은 보상을 주었으며, 조선에 대한 징벌을 계속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상황은 그런 악담패설, 허위선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녀는 미국이 지금까지 조선에 ‘많은 보상’을 주었다고 떠들어댔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준 것은 ‘많은 보상’이 아니라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밖에 없다. 2012년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미국이 공화국북반부에 끼친 피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2012년까지 6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입힌 인적, 물적 피해는 총 64조9,598억5,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이 조선을 계속 ‘징벌’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이것 또한 생판으로 우겨댄 거짓말이다. 미국이 6.25전쟁 시기부터 감행한 대조선제재는 470여 건이나 되기 때문에, 자기들도 무슨 제재를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 트럼프 행정부가 감행한 대조선독자제재는 240건이나 된다. 이런 수량지표만 놓고 보면, 지금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면서 조선을 ‘징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수량지표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례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의 국가경제는 대폭 위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였다고 발표한 이후, 조선의 국가경제는 위축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10월 14일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연구사가 일본 <교도통신>과 대담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선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년 대비 3.7%였다. 조선의 2016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전년 대비 3.9%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2.7%였고, 일본 1.2%, 로씨야 1.4%, 도이췰란드 1.6%, 영국 2.0%, 미국 2.3%, 중국 6.6%였다. 이런 사실은 조선의 국가경제가 고속성장기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국가경제를 자본주의세계시장과 완전히 단절시키고, 자립경제의 자력갱생-자급자족 수준을 사상 최고로 높였다. 최근 조선의 언론보도들을 읽어보면, 조선의 국가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조기술, 원료, 자재, 설비,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과 더불어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완성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제재를 물거품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된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리며 그 무슨 ‘최대압박’이니 ‘채찍’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조선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고도성장 앞에서 저 혼자 헛소리를 내지르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을 늘어놓는 데서 니끼 헤일리에 뒤지지 않는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은 2018년 11월 9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전례 없는 압박”을 계속 들이대고 있다고 떠들었지만, 조선이 압박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제국의 위신’을 차리기 위한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은 미국의 허위선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미관계에서 ‘징벌의 채찍’을 틀어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국의 위신’을 내려놓고 거듭 구걸해오는 조미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를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다. 더욱이 조선은 미국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조치부터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징벌의 채찍’을 가하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고 압박하는 까닭은 그 제재가 조선의 국가경제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제재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 조미관계개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명백하게도,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대조선전쟁연습과 더불어 대조선적대정책을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적대행위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해놓고, 대조선제재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조금도 변경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치졸한 위약행위이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와중에 조미관계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에게 우선 대조선제재 완화조치부터 실행하여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적대정책에 여전히 매달리는 판이므로, 조미정상회담을 열 번 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조선이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댄 니끼 헤일리의 발언도 치졸한 허위선전이다. 조선은 이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했고,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폭파하여 폐기하였으며, 폐기현장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용의를 표명하였고,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도 폐쇄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고, 현장사찰을 허용할 용의까지 표명하였다. 조선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 핵동결조치들을 연속 취해왔는데,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댔으니 그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는데, “조선의 입장은 조선이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우리는 북조선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초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그의 개인적 희망을 말한 것이지 어떤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말할 것은 아니다. 그가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를 실행하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나는 (조미협상을)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를 게 전혀 없다”는 말을 무려 일곱 차례나 연신 늘어놓으며 짐짓 태연자약한 척했지만, 그것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건져내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2018년 10월 31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진행자의 물음에 답변하면서 “긴급성으로 보자면(in terms of urgency)” 조선의 핵프로그램과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긴급하다고 말했으므로, 두 사람 중에 누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분명하다. 누가 허위사실을 말했는지를 판별하려면,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기간에 조미관계에서 일어났던 긴박한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회견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조미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조미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기 위해 짐짓 태연자약한 척하는 수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수소탄기폭시험에 성공하고, 곧이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던 2017년 하반기에 미국은 사상 최악의 국가안보파탄위기에 빠져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017년 12월 말 스웨리예(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조건 없는 조미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게 다급히 제의하였다. 하지만 조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하자 조바심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다급한 김에 각료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조미정상회담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2018년 1월 8일 팜페오-서훈-김영철로 이어지는 비공개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긴급히 제의하였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안보충격을 받았으므로, 머지않아 정상회담을 황급히 제의해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그처럼 긴급히 제의해온 정상회담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오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동시적-등가적-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원칙을 외면하고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린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징벌의 채찍’을 들고 미국의 조미협상제의를 계속 거부해오면서 급기야 ‘병진로선’을 재고할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언사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것은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이 생떼질을 하는 미국을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진 모습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존 볼턴(John R.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 협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지금 미국은 북조선과 까다로운 과정에 진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의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고,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조선이 ‘병진로선’을 재고하기 전에 미국이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파국이냐 협상이냐 하는 밑모를 수렁에 깊이 빠져버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대조선적대정책에 매달려 기회를 놓쳐버리는 전략적 오판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중단된 조미협상을 진전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 백악관이 파국과 협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간은 촉박하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광고

트위터페이스북

북에 제주산 감귤 보낸 것이 조공이라고?

18.11.12 10:36l최종 업데이트 18.11.12 10:36l





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 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 연합뉴스=국방부제공
   
청와대가 제주산 귤 200톤을 북한에 선물합니다. 지난 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라고 알렸습니다.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삼회담 때 북측이 보낸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이자, 북한 주민들이 귤을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는 설명입니다.

11일 제주감귤 50톤(5000상자)이 수송기를 통해 평양에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네 차례 총 200톤(10kg 2만 상자)이 북측에 전달됩니다.

그런데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문재인 정부가 제주산 감귤을 선물한 것을 놓고, '북한에 조공을 보낸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라며 북에 돈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10년 이상 북한에 귤 보낸 제주도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
▲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
ⓒ 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북한에 감귤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ad
제주도와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미 1999년부터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매년 귤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제주감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던 감귤은 천안함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는 감귤은 물론이고 당근(제주 구좌읍 당근은 맛이 좋기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도 보내는 등 북한 동포 돕기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고위층만 제주산 감귤을 먹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보낼 때부터 노약자나, 산모, 탁아소, 유치원 등에 전달되길 원했고, 실제로 제주도민운동본부 방북단이 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감귤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 채널A 화면 갈무리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제주산 감귤이 귀했습니다. 해풍과 일조량, 토양 등의 조건 때문에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가 어렵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감귤이 워낙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귤이 귀합니다.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귤이 추운 북한 날씨에서는 자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임산부가 신 것이 먹고 싶다 해도 북한에서는 귤이 귀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귤을 보낼 때 산모들이 많은 산원(산부인과와 비슷한 곳)에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제주산 감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부족했던 과일을 선보이는 동시에 더 맛있어진 감귤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주감귤,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 보여주기도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
▲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
ⓒ 경향신문 블로그 화면 캡처

주로 국방 관련 특종을 보도했던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는 2011년 '북 인민무력부장과 감귤'이라는 칼럼에서 북한과 귤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린 남북 첫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일철 인민무력 부장은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귀한 감귤이 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은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라며 귤 풍년 때문에 처치 곤란해진 제주산 감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제주는 귤 풍년 때문에 운송비조차 나오지 않아, 군대에서 귤을 보급하기도 하고 남는 귤은 폐기처분까지도 했습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입장에서는 북한에서는 귀한 귤이 남한에서는 쓰레기로 취급받는 상황이 속상했을 법합니다. 박성진 기자는 조성태 장관이 감귤을 핑계로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귤이 탱자된다는 나경원... 제주감귤은 그저 감귤일 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이 감귤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올리진 못했을 겁니다.

지난 9월 북한은 송이버섯 2톤을 남한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 청와대가 답례의 성격으로 보낸 감귤 200톤도 가격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송이버섯이 귀한 남한에서는 흔한 감귤을 보냈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이득입니다.

경제 논리를 따지면 송이버섯과 감귤 교환(?)은 앞으로도 남북 교류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귀한 물품을 교류함으로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자유 경제 체제의 장점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 예상과는 다른 결과겠지만, 제주산 감귤은 북한에서 탱자가 아니라 감귤 그대로 귀한 대접을 받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모두가 전기차·미래차로 뛰어드는데 한국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의미 있고 효율적?



"(한국GM) 국내 공장에 적당한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훨씬 의미 있고 효율적일 것." (3월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지금 자동차산업 트렌드를 제대로 알고 하는 얘기일까? 너도 나도 전기차·미래차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GM 본사와 협상을 벌이던 인사들이 교섭 한복판에서 저런 얘기를 쏟아낸다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아예 협상 막바지에 GM의 변명을 대신 떠들어주기도 했다. 

"군산에서 미래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제안했지만, GM은 올해 전 세계 전기차(볼트) 생산량이 3만500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 생산을 약속할 수 없다고 답했다." (4월 26일)

요컨대 연간 3.5만 대 수준 생산량을 어떻게 다른 공장에 나눠주느냐는 것이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0만대 이상은 뽑아내야 손익분기점이 생길 텐데, 그렇다면 전기차 생산은 오히려 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것. 정말 그런가요? 팩트체크 한번 해봅시다.

전기차 연간 10만대 생산은 글로벌 톱 수준 

그렇다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 전기차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웹 서핑을 하다가 전기차 관련 각종 데이터를 모아서 업로드 하는 웹사이트(ev-sales.blogspot.kr)를 발견했다. 오~! 이 사이트 정말 유용하다, 독자들께서도 한번 방문해 보시길. 이 곳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전기차(EV) 생산량 글로벌 톱 20위까지의 랭킹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

우선 표를 보자마자 숫자보다 생소한 이름에 놀라게 된다. "처음 보는 업체들이 뭐 이렇게 많아?” Top 20에 중국 완성차업체만 10개, 무려 절반에 달한다. BYD(비야디자동차), BAIC(베이징자동차그룹), Roewe(로위), Zhi Dou(쯔더우), Zotye(쭝타이), Chery(체리자동차), JMC(장링자동차), Changan(창안자동차), JAC(장화이자동차), Geely(지리자동차)….

그만큼 중국이 세계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국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순위(PI)를 보면 2016년 순위(‘16 PI)에 비해 변동폭이 매우 크다는 점도 확인된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얘기이다. 한국의 현대차도 20위로 턱걸이를 하며 지난해 Top 20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한번 보자. 어? 연간 10만대 넘는 업체가 고작 3개뿐이야? 20위인 현대차의 지난해 전기차 생산량은 고작 2.3만 대에 불과하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 정도 생산량으로 어떻게 먹고 산다는 말인가? 최종구 금융위원장 언급대로라면 모두 비효율적인 생산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 업체들 대부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함께 생산하는 ‘혼류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이 언급한 GM의 연간 3.5만 대를 생산하는 미국의 오리온 공장의 경우, 2016년까지는 내연기관차인 소닉(아베오의 미국명)만 생산하다가 작년부터는 전기차인 볼트를 혼류생산 하고 있다. (아래 표)

연도
차종
미국 판매량
2017
Sonic
30,290 
Bolt EV
23,297 
2016
Sonic
55,255 
▴ GM 미국 오리온 공장 생산차종 및 연도별 미국 판매량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한국 전기차 시장 

"그래봐야 전기차 생산량·판매량은 150만 대 안팎 수준 아닌가?" 옳은 말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전기차 부문의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는 전기차 생산량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판매량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와 관련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간하는 'Global Electric Vehicle Outlook(글로벌 전기차 전망)'이라는 자료를 참조할 수 있다. (이 자료는 구글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자료의 2018년 판을 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주요 국가의 전기차 판매량, 시장 점유율을 연도별 비교 가능한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우선 국가별 판매량을 살펴보도록 하자. (붉은 박스로 강조한 것은 필자의 것임) 

우선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1만 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2017년에 무려 58만 대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20만 대 판매에 그쳤는데 말이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노르웨이다. 지난해 6만2000대의 전기차 판매량으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역시 연간 5만 대 안팎을 기록하며 판매량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국·중국·유럽을 제외하면 일본과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해 일본은 5만4000대, 한국은 1만4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판매량이 늘어난 수준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고작 2.2배인 반면 한국은 28.8배에 달한다.

위 표는 판매량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변화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중국과 미국의 경우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르웨이의 시장점유율은 39.2%에 달했다. 비록 신차 판매의 점유율이긴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팔리는 차량 10대 중 4대가 전기차라는 의미 아닌가.

더 놀라운 곳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지난 5년간 무려 30배 이상 상승했다. 중국(22배), 영국(17배), 독일(16배), 노르웨이(12배)와 비교해봐도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언급한 사이트(ev-sales.blogspot.kr)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별 판매량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Top 5를 나타내보면 아래 표와 같다.

2017년 연간 판매량이 14,226대였는데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이미 12,496대를 기록해 거의 2배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한국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은 2%를 거뜬히 넘겨 3%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왜 그러셨어요? 

한국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올해 6월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매년 전기차 공급량을 늘려 2022년까지 누적대수 35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래 표)

위 표를 보면 2018년에는 2만6500대의 전기차를 신규 보급하겠다는 것인데,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1만2496대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알 수 있다. 내년 4.2만 대, 2020년 5.8만 대, 2021년 8만 대, 2022년이 되면 11만 대를 넘게 되어 아마도 점유율 두 자릿수를 넘보게 될 것이다. 

한국 시장의 빠른 성장률을 의식한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르노삼성의 트위지(2인승)는 고속도로를 비롯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한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뛰어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의 영향일까? 르노·닛산 그룹이 트위지의 생산공장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옮길 것이 확실시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GM은 전기차 볼트의 한국 시장 공급량을 작년 대비 10배로 늘렸고, 내년에는 거의 1만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한국으로 수입해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물량이면 현대차가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이나 코나 EV 생산량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는 왜 한국GM에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가 더 효율적이라는 말을 내뱉었을까? 같은 글로벌 자본인 르노·닛산은 전기차 생산지를 한국으로 옮겨온다는데 말이다. 왜 여당 실세라는 양반은 3.5만 대 물량을 한국에 나눠주기 어렵다는 GM 본사의 말을 앵무새처럼 대신해 줬을까? GM은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량에 맞먹는 물량을 수입해올 거라는데 말이다.  

게다고 수입해오는 쉐보레 볼트(Bolt EV)의 개발도 한국에서 이뤄졌고, 저 차량에 장착되는 부품의 60%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말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미국으로 선적해서 장착한 뒤, 그 중 거의 1/3에 해당하는 물량을 다시 한국으로 수입해오는 이 짓이야말로 비효율의 극치가 아닌가? 물류·선적 비용만 2배로 깨지는 일인데 말이다.

앞에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세계 최고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를 팔아주는 사람의 입김이 더 세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완성차업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도 상식이다. GM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 정부 고위 관료들과 여당 실세 나리님들, 상반기 GM과 협상할 때 도대체 왜 그러셨던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