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5일 금요일

인권헌장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서울시 측의 3가지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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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장이 명시되었다는 이유로 인권헌장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낍니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이 3일 발표한 성명의 한 부분이다. 서울시 인권헌장이 사실상 폐기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이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기독교 목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아래는 인권헌장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박 시장 측의 3가지 실책이다. 
1. 민주적 절차를 묵살했다
인권헌장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드러난 건 ‘비민주성’이다.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의결된 인권헌장 제정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 만장일치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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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성소수자 권리 보호 조항 삽입 여부로 논란을 빚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마지막 시민위원회를 개최한 28일 서울 시청앞에서 조항 삽입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은 ‘인권헌장은 표결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도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듯이 인권헌장도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애초 ‘인권헌장을 합의로 처리한다’는 합의는 없었다. 서울시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아래는 인권헌장 제정 작업에 참여했던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시민들이 4개월 동안 6번의 회의를 통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결과물을 어떻게 이렇게 간단히 내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시는 지금도 '합의 무산'을 언론에 이야기하느라 분주하지만, 정작 열성적으로 참여해온 시민위원들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일언반구 아무런 해명조차 없다. (오마이뉴스 12월3일)
더구나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의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가 발표한 집계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위원회 전문위원들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빼앗고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면서 서울시의 ‘용도 폐기’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개신교 등 보수단체들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인권헌장 제정을 반대하자 서울시가 애초 없던 ‘합의’를 내세워 논란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12월1일)
사실 77명 중 60명 찬성이라는 공식기록에도 많은 의심이 있습니다. ‘오류’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마지막 표 집계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연되었다가 겨우 발표되었습니다. 시민위원들이 발표 안 하고 뭐하냐고 소리를 칠 정도였으니까요.
나중에 당시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계산해도 당시 참석인원은 77명보다 많습니다. 기권자 숫자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슬로우뉴스 12월3일)

2. 동성애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박원순 시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동성애와 인권에 대해 말했다.
“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말도 했고, “이미 한국의 많은 동성커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아직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국 헌법은 그들을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이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보수 언론, 동성애 혐오 집단들은 박 시장을 물고 늘어졌다.
당장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원진 / 새누리당 의원
"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 이 발언을 하신 적이 있죠?" (TV조선 10월14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동성 결혼 이슈에 공개적 지지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최근 여러 시민단체가 “서울시가 동성애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동성애에 부정적인 시민단체와 보수층, 기독교, 유림 등 각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동아일보 10월14일)
인터뷰에 보도된 박 시장의 발언은 꽤 분명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당시 서둘러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진의’와는 무관하게 동성애 혐오집단의 반발에 못 이겨 발을 슬쩍 뺀다는 해석을 낳기 충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공청회에 난입해 폭언을 쏟아내고 물리력을 동원해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든 동성애 혐오 집단에게 서울시가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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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지켜져야 할 성소수자의 인권을 흥정의 대상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장기적으로도 큰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행복하게 살 권리’, ‘존엄을 보장받을 권리’ 같은 것들보다 덜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인권은 만장일치 합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권은 원칙이고, 따라서 보편타당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재일교포의 인권을 ‘혐한단체’ 재특회와 합의할 수 없고, 비백인의 인권을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와 합의할 수 없듯,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동성애 혐오집단과 합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을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합의’와 ‘논란’을 빌미로 인권헌장을 폐기하는 것은, 결국 반인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헌법상 평등권을 부정하는 집단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공익인권변호사 공동성명 12월3일)

3. 동성애를 찬성·반대의 문제로 후퇴시켰다
박원순 시장이 기독교 목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살펴보자.
동성애와 관련 박 시장은 성전환자에 대한 보편적인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며,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박 시장이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보도는 와전되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기독신문 1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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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동성애를 인권·반(反)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와 ‘반대’의 차원으로 격하시켰다. 동성애 혐오 단체들은 박 시장의 이 발언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서울시민인권헌장'에 대한 박 시장의 뚜렷한 의지 표명을 한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향후 이 사안에 대하여 박 시장이나 서울시는 그 어떠한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동성애 합법화를 위한 시도가 없기를 촉구한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12월5일)
최근 서울시가 동성애를 용인하는 내용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채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 앞으로도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해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임을 천명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12월5일)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은 ‘찬·반’의 문제일까?
합의하고 설득하고,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과정은 소중하고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데, 죄인이자, 더럽고 역겨운 존재로, 내 옆에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존재로 여기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그런 목소리에 대해서까지, “좋게좋게 지낼 준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슬로우뉴스 12월5일)

서울시 인권헌장 on The Huff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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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성'도 없는 수입산 어육, 혹시 후쿠시마산?


[살림 이야기]개방‧① 수입산 밥상

류인혜 자유기고가 2014.12.05 14:46:24

1992년 중국과의 수교가 정상화되면서 처음 한국에 중국 농산물이 들어올 때만 해도 수입 농산물의 자리는 크지 않았다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거치며 수입 농산물이 우리 밥상 한구석을 야금야금 파고든 지 20여 년이제는 이웃집 제사상에 모리타니산 문어와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산적태국쌀로 만든 한과를 올렸다는 얘기를 들어도 더 이상 웃음이 나지 않는다다들 그러니까오히려 우리 논밭산과 바다에서 길러낸 먹을거리만으로 밥상을 차려내는 게 '미션 임파서블'이 돼 버렸다말이 나온 김에 한번 되짚어 볼까 싶다내가 차린 한 끼 밥상에 수입 농산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는지 말이다 
   
"요샌 죄 수입해서 흙도 발라 판다며?" 
   
우리 집의 오늘 저녁 메뉴는 동태전쇠고기뭇국시금치나물멸치호두볶음어묵볶음과 김치생협에서 산 동태는 러시아산쇠고기는 국내산 한우다무 역시 국산시금치는 생협 채소류가 일찍 품절되어 동네 전통시장에서 구입 
   
살 때마다 궁금하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이야기 하나유기농 매장에선 한 단에 3000원이 넘기도 하는 시금치가 전통시장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이유가 뭘까그때 옆에서 들리는 한 할머니와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 소리 
   
할머니 이 우엉 중국산이지? 
주인아주머니 아니에요흙이 이렇게 묻어 있는데 무슨 중국산이에요?
할머니 요샌 죄 수입해다 흙도 발라서 판다던데국산으로 눈속임하려고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 싶으면 다 중국산이여. 
주인아주머니 싸게 팔아도 탈이네. 

▲ 동네 슈퍼에서 국내산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을 만큼, 세계 각지의 농축수산물들이 넘쳐난다. 온 세계에서 날아온 음식들로 식탁은 풍요롭게 휘청대고, 우리 먹을거리 안전과 농수축산업은 위태롭게 휘청댄다. ⓒ류혜인
▲ 동네 슈퍼에서 국내산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을 만큼, 세계 각지의 농축수산물들이 넘쳐난다. 온 세계에서 날아온 음식들로 식탁은 풍요롭게 휘청대고, 우리 먹을거리 안전과 농수축산업은 위태롭게 휘청댄다. ⓒ류혜인
   
다음은 멸치볶음 재료를 구할 차례멸치야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사둔 완도 멸치 한 박스가 냉동실에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때마침 떨어진 호두는 동네 슈퍼에서 샀다그런데 이 호두출생지가 예사롭지 않다.이름도 낯선 키르기스스탄. '-스탄'이란 말로 끝나는 걸 보니 중앙아시아 어디쯤 있는 나라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어묵생협 어묵 양이 모자랄 듯해서 슈퍼에서 하나 더 사온 대기업표 어묵을 나란히 놓고 보니 제품함량이 흥미롭다생협 어묵은 베트남산 어육 68퍼센트(%)에 나머지는 산도 조절제를 비롯한 여러 첨가물대부분 국내산이다그걸 보면서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만 쓰겠다던 생협도 세계화 바람 앞엔 어쩔 수가 없구나 싶어 잠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반면대기업 어묵 함량에는 이름도 성도 없다그저 수입산 어육이러면 나 같은 게으른 의심병 환자들은 의심을 시작한다 

'원산지를 못 밝히는 이유가 뭘까나라 이름 쓰는 게 그렇게 어렵나못 밝힐 이유가 있어서겠지혹시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싼값에 들여온다는 일본산 생선이 내가 태어난 곳은 일본이다 말을 못 하고 그저 수입산으로 이름표를 바꿔 단 건 아닐까?'  

그 어묵을 볶느라 두른 식용유는 100% 수입산 대두로 만들었단다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수입 농산물  
   
아이는 하루 한 끼를 학교급식으로 해결한다우리 아이 학교 급식실에서 배포하는 안내문에는 러시아산 생선과 필리핀산 열대과일을 제외한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다생협을 이용할 때도 수입산 재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많은 양을 소화해야 하는 단체급식에서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게 요즘 세상에 가능한 일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입만 열면 고기를 찾아대는 아이 때문에 주말 저녁 외식은 대개 고깃집을 찾는다쇠고기는 식당마다 약속이나 한 듯 죄다 호주산분명히 미국 포함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 고기가 들어온다는데 그 많은 쇠고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내 물음에 지인이 답한다 
   
"아마도 햄버거 패티나 고기 형태가 살아있지 않고 원산지 표시가 필요 없는 음식에 고루 쓰이지 않을까?"
   
돼지고기는 그에 비해 그나마 정직하게 원산지 표기를 하는 듯하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아니면 국내가 대부분이던 돼지고기 원산지는 언제부턴가 무척 다양해지고 있는데한동안은 독일캐나다가 자주 보이더니 요즘은 헝가리핀란드칠레프랑스 등 남반구 북반구 구대륙 신대륙을 가리지 않는다수입국 면면이 다채롭기만 하다분명 누군가는 원산지야 어디든 싼값에 푸짐하게 고기를 먹으니 좋지 않냐고 말할 것이다하지만 식재료의 이동거리가 길수록 점점 우리의 건강과도 멀어져 간다오랜 이동을 위해 첨가한 방부제와 보존제그리고 음식물이 이동하면서 함께 옮겨지는 다양한 미생물과 각종 균무엇보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값싼 식재료를 들여와 배를 채워야 할 만큼 우리는 많은 음식을 소비해야만 하는지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류혜인
ⓒ류혜인

국내 농수축산업을 집어삼키는 '글로벌 식탁' 
   
집으로 가는 길, 아이와 마트에 들렀다마트 입구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건어물 코너쥐포주꾸미 등 덩치가 작은 수산물은 언제부턴가 당연히 베트남산이다정체불명의 수입산만 아니면 고마울 지경

'불과 이십 년 전만 해도 흔하게 먹던 통영삼천포산 쥐포들은 이제 아주 자취를 감추었나쥐치들이 전부 베트남으로 이사 가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 바다에서 나던 생선들은 이제 먹을 방법이 없는 건가?' 

혼자 구시렁대면서 그 옆 생선 코너를 휘 둘러본다가격이 제주산 갈치의 3분의 1쯤 되는 세네갈산 갈치가 줄 맞춰 누워 있고옆에는 북미에서 날아온 랍스터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새우도 있다호주산 콩으로 만든 두부와 콩제품 코너를 지나면 과일 코너이다사과배는 물론이고 각각 칠레산과 페루산이라고 적힌 포도 옆에는 동남아 여행 때나 맛보던 두리안애플망고 등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그러다 맞은 편 생수 코너를 보고 깜짝 놀란다맙소사북유럽의 빙하를 녹여 담은 생수도 수입되었다니 
   
지구촌은 하나이며 서로 먹을거리를 나누는 나라끼리는 총부리를 겨누지 않더라는 옛말을 떠올리며 위로해야 할까아니면 온 인류가 서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구나 감동이라도 해야 하려나솔직히 두렵다.그저 수입산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어떻게 생산되고 이곳까지 왔는지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글로벌 식탁' 시대가 두렵다각 나라의 고유한 식생활이며생산성 낮은 나라의 농축수산업을 보호하는 일 따위 다 집어삼켜 버리는 경제 논리도 무섭다 
   
달콤한 가격으로 유혹하는 '묻지마' 수입산에 이제는 우리 소비자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정부와 기업이 책임지지 않는 우리 농촌과 밥상을 위해서 말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 이야기> 바로 가기) 


정윤회 파문...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14.12.05 17:28l최종 업데이트 14.12.05 17:28l




박근혜 정부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이후 청와대는 두 번의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첫번째 고비는 청와대에서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라고 반박한 직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문건 내용의 60%는 사실이다"라고 반박한 때다. 두번째 고비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간부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을 유 전 장관이 확인해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3년의 임기를 남겨둔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참여정부 당시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한미FTA 추진에 반발해 사표낸 뒤 노무현 대통령과 맞선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통령 측근의 국정개입이나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전직 비서관이나 전직 장관이 현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경우는 드물다.

"나쁜 사람" 발언 직후 간부들 교체... 이듬해 유 장관도 면직 처리
기사 관련 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경질 인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장면
ⓒ 연합뉴스

'정윤회 동향보고서'는 그 진위와 유출과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청와대와 정윤회씨는 "근거없는 찌라시"라거나 "조작된 문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은 4일 검찰조사에서 "사실관계 파악 작업을 거쳐서 작성됐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단순히 풍문을 옮긴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정윤회 동향보고서를 두고 양쪽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전 장관을 불러 사실상 간부 두 명을 거론한 뒤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사실상 교체를 지시한 것은 '사실'(fact)로 드러났다. 유진룡 전 장관이 "정확하다"라고 증언하면서 청와대가 상당한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두 명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배경은 정윤회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대한승마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로 이루어진 조사였는데 그 배후에는 정씨가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같은 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의 딸(정유연)과 국가대표 선발 경쟁을 벌이던 김혁씨가 우승을 차지하자 정씨쪽에서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청와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맡은 인사는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한 노아무개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이었다. 이들은 조사를 끝낸 뒤 7-8월께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렸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자 정씨쪽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다. 

"조사 결과, 정윤회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다. 그런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들어주고 자신까지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5일, <조선일보>와 한 이메일 인터뷰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보고서를 올린 직후인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 그는 수첩을 꺼내 노 국장과 진 과장을 꼭 찍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는 인사권자인 장관에게 간부 두 명의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같은 해 9월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났다. 

또한 유 전 장관은 지난 7월 면직처리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현직 장관이 면직처리된 경우는 아주 드물다. 유 전 장관이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면직처리됐다고 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실여부 캐묻자 "김종덕 장관이 한 말 참고해 달라"
기사 관련 사진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체부 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라는 쪽지를 건넨 것과 관련 "담당국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에 대해 공식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이렇게 '정황'과 '증언'에 의해 박 대통령의 부처 간부 교체 지시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사실여부 확인을 계속 회피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 "김종덕 장관이 한 말을 참고해 달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4일) "청와대 인사 개입설은 근거없는 루머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윤회 동향보고서'와 '대통령의 간부 교체 지시'도 "찌라시"나 "루머"에 불과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견인 것이다. 

- (유진룡 전 장관의 인터뷰 내용이 실린 <조선일보>를 들어보이며) 이건 뭔가?  
"<한겨레> 보도와 관련된 보도인데,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입장을 말씀드린 바 있다. 인사개입 논란와 관련해서는 어제(4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유 전 장관의 발언을) 부인하는 것인가? 
"김종덕 장관 말씀 참고해 달라. 인사는 장관의 책임하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유진룡 전 장관 말은···. 
"그건 본인께 직접 여쭤봐야 한다." 

- 유진룡 전 장관이 밝힌 내용이 거짓인가 확인해줄 게 없다는 건가? 
"인사와 관련된 것이고 인사는 김종덕 장관이 밝힌 것으로 이해해주면 되겠다." 

- 유진룡 전 장관이 원칙이 깨졌다고 한 것 아닌가? 맞음 맞다 아니면 아니다고 해야지.  
"원칙이 깨졌다는 말을 한 건가? 원칙이 뭔가.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장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직접 확인하면 되는데 왜 안하나?

- 청와대가 4일 <한겨레> 보도와 오늘 유 전 장관 증언에 법적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나? 
"지금까지 결정된 바 없다. (김종 문체부) 차관이 법적 조치 취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 같은데 그럴 의사가 없나?  
"지금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 

- 인정하는 바도 있는 건가? 
"보도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 대통령의 발언이나 인사를 어제 이후 확인했나? 
"그 부분은 어제(4일) 제가 드린 말씀으로 대신하겠다." 

- 어제 말로 대신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했는데 당사자가 그런 일이 있다고 증언했지 않나.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내부에서 확인하고 브리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처럼 아무 확인 안 됐나? 
"어제 보도된 내용이 사실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 안에 함축돼 있다. 확인 부분은 어제 제가 드린 말씀으로 가름하겠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 밝힐 수 없다는 건가
"사안 자체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확인이라는 절차에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민 대변인과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일문일답에는 '확실하게 수세적인' 청와대의 내부분위기가 녹아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해야 할 의혹을 이 사건과 관련없는 김종덕 장관에게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이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문체부의 승마협회 사건은 정윤회씨 국정농단의 종합판이다"(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라고 꼬집었다.   

두 간부 가리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대목에는 눈감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에서 유 전 장관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민 대변인은 "유진룡 장관의 대면보고 때 더 적극적으로 (편파판정 등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조치했다"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 의혹을 인사권자인 유 전 장관에게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간부 두 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한 대목에는 눈을 감았다. 청와대는 '누가' 박 대통령에게 두 간부를 "나쁜 사람"이라고 보고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은 물론이고 정씨 국정개입 통로로 지목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역할도 규명할 수 있다. 사실여부 확인을 계속 회피하거나 우회한다면 레임덕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