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가카 빅엿’ 서기호 “탄핵 대상에 차관급 대우가 말이 되나”

등록 :2018-12-29 09:09수정 :2018-12-29 10:24



블랙리스트 판사 1호 서기호 변호사

“사법농단 판사 솜방망이 징계 한심
행정처에 현직 판사 상근제 없애야”

‘가카 빅엿’ 페이스북 발언 2년 전
촛불 재판 개입한 신영철 사건 때
법원장이 불러 “요주의 인물” 경고
“존경받는 판사가 되는 게 꿈이었죠. 본격적으로 잘해보려고 하던 참에 나가라고 하니 참 황당했죠.” 양승태 대법원에게 찍혀 2012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던 서기호 변호사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상록’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존경받는 판사가 되는 게 꿈이었죠. 본격적으로 잘해보려고 하던 참에 나가라고 하니 참 황당했죠.” 양승태 대법원에게 찍혀 2012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던 서기호 변호사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상록’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서기호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에게 찍혀 2012년 강제로 판사 옷을 벗었다. 당시에도 ‘비판적 판사에게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서 법원행정처가 서기호 당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사실상 기획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사법농단 실태와 법원 민주화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법정에 두번 선 적이 있다. 한번은 제2금융권의 한 회사가 고정금리 계약을 어긴 채 일방적으로 올린 금리에 대해 소액 소송을 제기했을 때(원고)였고, 다른 한번은 선거운동 한달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을 때 이를 깬 기사를 썼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당했을 때(피고)였다. 지금은 상당히 나아졌지만, 당시 판사는 원고든 피고든 법정의 당사자에게 말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태도도 고압적이었다.
그런 경험이 있는 기자에게 ‘비폭력대화법’을 페이스북 등에서 전도하고 자신의 법정에서도 이를 적용하는 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비폭력대화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공격적인 폭력성을 제거하는 대신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대화를 말한다. 상대의 말을 먼저 있는 대로 들어주고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며, 상당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법정에서 결코 쉽지 않은 대화법이지만, 그런 시도 자체야말로 소중하게 여겨졌다. ‘가카 빅엿’이라는 유행어로 대통령(이명박)을 비판했다가 2012년 초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던 서기호(48·호칭 생략)가 바로 그 판사였다.
재임용 탈락으로 법원을 떠나는 서기호 판사가 2012년 2월 17일 낮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법원노조와 시민들이 열어준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재임용 탈락으로 법원을 떠나는 서기호 판사가 2012년 2월 17일 낮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법원노조와 시민들이 열어준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원행정청의 서기호 찍어내기 문건
-요즈음 어떻게 지내나.
“국회의원 끝나고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2년간 일했는데 잘 안 돼서 접고, 지난 8월부터 법무법인(상록)에서 일하고 있다. 요새 변호를 맡은 사건은 미투 1호였던 서지현 검사 건이다.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사건이어서 저한테 딱 맞다.”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2012년 서 변호사의 판사 재임용 탈락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던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데.
“며칠 전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갔을 때 보니까 2012년 2월1일자로 작성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만든 문건이 있더라. 내가 재임용 탈락을 통보받은 날이 2월10일인데 그 열흘 전에 이미 탈락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웠던 내용이다. 제가 법관인사위에 출석해서 소명하고 한 게 다 형식적 절차였던 셈이다. 당시에도 그런 느낌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어서 확실히 말을 못했는데, 이번에 드러나는 증거를 보면서 법원이 정말 이렇게까지 했구나 싶어서 정말로 참담하다.”
서기호는 2011년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들을 심의하겠다고 하자 이를 비판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가 이를 1면에 보도하면서 타킷이 됐고, 이듬해 2월 그는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가카 빅엿’은 당시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나꼼수’가 만든 캐롤송 ‘쫄면 안 돼’ 노래 가사의 일부였다.
-재임용 탈락 때 ‘가카 빅엿’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사실 저에 대한 찍어내기는 그보다 3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터졌을 때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출발점이었다.”
신영철 당시 대법관이 2008년 서울 중앙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기 배당을 하는가 하면 재판을 빨리 끝내라고 판사들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이 2009년에 밝혀졌다.
-당시 서울지법 판사였던 서 변호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과 판사회의에서 신영철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 때문인가.
“징계 요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법원 게시판에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은 20명이나 됐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의견 개진을 하는 정도였다면 저는 글만 올린 게 아니라 판사회의 개최를 주도적으로 요구하고, 법원 사무분담에 관한 법원장의 권한 축소 등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선동자이자 주동자급이었다. 게다가 법원행정처에서 신영철 재판관 문제를 미봉하기 위해 무슨 제도개선 티에프를 만든다면서 나보고 일선 판사 대표로 참석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거부했다. 상황을 모면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그 정도 선에서 수용하고 마는데 저는 저항했으니 그때부터 내쫓으려고 작심했던 것 같다.”
-찍혔다는 기미를 느낀 것은 언제인가.
“2010년 초에 서울 북부지방법원으로 인사 이동이 있어 갔더니 법원장(고 박삼봉)이 처음부터 ‘서 판사는 신영철 대법관 사건 때 나선 것 때문에 요주의 인물이니까 조심하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그 뒤에 제가 재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 예를 들어 비폭력 대화를 공부하고 연습해서 재판에 적용해 보고 이를 확산시키려고 하면 그런 것을 왜 하느냐고 막았다.”
2012년 2월 17일 재임용 탈락으로 법원을 떠나는 서기호 판사가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법원노조와 시민들이 열어준 퇴임식에서 그를 지지하는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 힘 회원들이 선물한 '국민법복'을 입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2년 2월 17일 재임용 탈락으로 법원을 떠나는 서기호 판사가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법원노조와 시민들이 열어준 퇴임식에서 그를 지지하는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 힘 회원들이 선물한 '국민법복'을 입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1년 판사 첫 언론인터뷰 이어
페이스북 등 통해 ‘표현 자유’ 길 터
비폭력대화법 재판 적용 등 실험
“탄핵돼야 할 사람을 차관급 대우해” 판사 재임용 탈락은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서기호가 법원을 떠나던 2012년 2월17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는 북부지법 직원들과 시민들이 연 ‘국민 퇴임식’이 열렸다. 그의 구명을 바라는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 회원들은 이날 서기호에게 자신들이 만든 ‘국민법복’과 ‘국민법관’ 임명장을 전달했다.
-재임용 탈락은 개인적으로는 고난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판사 등 법조인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는 측면이다.
“검찰도 마찬가지지만 법원 수뇌부는 개별 법관의 표현의 자유에 매우 인색하다. 법원이 통일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저는 판사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사회적 이슈나 쟁점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활동도 그런 차원이었다. 2011년 12월 쯤엔가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난 뒤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이건 팩트에 가깝고, 저도 많이 반성이 됐다, 앞으로 저렇게 해서는 안 되고, 공개재판이니 녹음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현직 판사가 그런 인터뷰를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법원 내부가 시끄러웠겠다.
“당시까지만 해도 공보관이 아닌 판사가 스스로 외부 인터뷰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여기던 때다. 며칠 뒤 법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법원의 공식 입장과 다른 것을 인터뷰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당시 차한성 행정처장이 ‘부러진 화살은 허구다, 실제 재판을 그렇게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찍힐 줄 알면서도 그랬나.
“사실을 얘기하는 거니까 설마 찍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런 나의 행동은 책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웃음) 책을 읽다보니 폭이 넓어지고, 용기와 지혜가 좀 생겼다. 남들이 하는 대로 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었다.”
-지금 판사나 검사들의 표현의 자유가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 지금은 판사들이 자유롭게 실명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인터뷰도 하고 있다. 검사들도 과거에는 허가를 받아서 언론 인터뷰를 했지만, 지금은 신고만 하면 된다.”
서기호는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 제주 지방법원 예비판사로 법원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뒤 인천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을 거쳐 2008년부터 서울지법 민사단독 판사로 일했다. 2009년 신영철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는 서울지법 단독판사 대표 2명 중 한명으로, 문제 제기에 앞장섰다.
-법원의 행정권력에 대한 통제 즉, 법원 민주화 문제도 서 변호사가 제기했던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최근 제안된 사법 개혁안이 대법원에서 많이 후퇴하는 등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법원장 일인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을 사법행정회의라는 합의제 기구에 이양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행정회의에는 외부인사가 절반 들어가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처에 현직 판사가 상근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사법발전 방안이 현직 판사들의 반대로 대법원에서 대폭 수정됐다. 이름만 행정처에서 사무처로 바꿀 뿐이지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래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단장 김수정)이 마련한 안대로 가야 한다.”
-사법행정 권력을 휘둘러 재판에 개입하는 등의 사법농단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법원이 뼈를 깎는 자성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징계에 회부된 사람 중 이민걸, 이규진, 박상언, 정다주, 김민수 등 최소 5명은 관여 정도가 심해 징계가 아니라 탄핵 대상이다. 그런데도 6개월 정직과 감봉 처분에 그쳤다. 또, 2명은 아예 불문에 부쳤다. 법원 스스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직을 받은 사람은 그 기간이 끝나면 일선 판사로 복귀가 가능하다. 그들은 고등부장이기에 관용차 지급 등 차관급 대우를 계속 받게 된다. 기가 막힌 일이다.”
1970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서기호는 3남1녀 중 셋째다. 그는 네살 때부터 2년 간 부산의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았다. 아이들이 없어 적적했던 작은 어머니가 데려다 키웠지만, 어린 그에게는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됐다. 목포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뒤 1988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1학년 2학기에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들어간 가톨릭학생회 활동에 푹 빠졌다. 2학년 때는 동아리 대표, 3학년 때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4학년 때는 전국 조직을 만들었다. 1991년 여름 경희대에서 열린 범민족대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의 검문에 걸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기도 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1995년 복학했을 때는 “사회운동을 계속할 자신이 없어”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2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법원 민주화를 위해서는 우선 행정처에 상근하는 판사부터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2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법원 민주화를 위해서는 우선 행정처에 상근하는 판사부터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재심해 이긴 뒤, 스스로 사표 내고파”
-서 변호사야말로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문건으로 속속 나오고 있는데 구제받을 길은 없나.
“현행법상으로 재심은 안 된다. 재심이 가능하려면 제 재판의 재판장이 직무와 관련된 범죄를 저질렀어야 하는데 그런 혐의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가능한데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는 설령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재심에서 이기더라도 판사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승소하더라도 바로 사직서를 낼 것이다. 여러 활동을 해보니까 판사로 재판하는 것도 좋지만, 법원 밖에서도 할 게 너무 많더라.”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정의당 비례대표로 4년 간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는데 다시 정치할 생각도 있나?
“정치도 법원 밖 활동의 한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4년 간 정치를 해보니까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문영역이더라. 준비가 된 사람이 해야 하고, (정치에)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
서기호는 가정에서도 아들 두명이 사춘기를 지날 때 “불화한 적이 없”었다. 비폭력대화의 힘이었다. 최근에는 명상에도 입문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동안 ‘싸움닭’ 또는 ‘튀는 판사’라는 험담에 시달렸다. “사건 처리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존경받는 판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을 짓밟은 자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아무 실체도 없는 '이상한' 재판... "이 판결은 무효"

18.12.28 20:30l최종 업데이트 18.12.28 20:37l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참석했다.
▲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참석했다.
ⓒ 권우성
 
제주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희생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내년 4.3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제주4.3 70주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99년 제주4.3특별법('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19년 만인 지난해 12월 희생자 국가 보상금 지급, 군사재판 무효,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4.3명예훼손 처벌 등을 포함한 전면 개정안('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한 뒤 추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아래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인 정연순 변호사를 비롯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수단체인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을 맡고 있는 부상일 변호사 등 진보-보수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 모두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군사재판 무효, 명예훼손 처벌 등 주요 쟁점에선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쟁점1] 군사재판 무효와 재심 절차 간소화 '투트랙' 제안

제주4.3 당시 군사재판 희생자는 25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4.3 수형인 명단 외에는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사자들은 다음달 17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사실상 무죄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나머지 수형인들이나 유족들이 일일이 재심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4.3 당시 군사재판을 아예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박주민 의원은 "공소기각은 공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검찰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국가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진상 규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부상일 변호사는 군사재판 무효화 법안이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부 변호사는 "4.3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의미 있겠지만 법원 판결을 입법적 조치로 무효로 한 전례가 없는데 선례를 남길 수 있어 법률가로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연순 대표는 "군사재판 수형자나 사형 당한 사람이 2500명이 넘는데 모두 공소기각에 따라 재심을 청구하면 사법부도 큰 부담이 되고, 연로한 분들이 살아 있는 동안 국가의 실질적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재판을 다하라는 건은 그분들과 유족에 요구할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권분립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반역죄나 국가보안법은 재판기록이 다 보관돼 언제든 재심이 가능하지만 이분들은 영장도 없고 판결문도 없는데 수형기록만 가지고 범죄자로 남기는 게 삼권분립 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도 "실체가 없는 법원 판결을 존중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형식적이고 실체 없는 군사재판은 무효로 하고, 그렇지 않은 재판은 재심 사유를 확대하고 재심 기간을 줄여주고 재심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등 재심 절차를 줄이는 '투트랙'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쟁점2] 희생자 보상금 1조 8천억 원? "예산 문제는 장벽 아냐"

희생자 국가보상금도 특별법 개정안 쟁점 가운데 하나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난 9월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해 "보상금 지급 대상이 1만4천여 명에 이르고, 비용도 1조 8천억 원으로 추산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필요하면 비용을 들여야지, 예산 문제가 특별법에 장벽이 돼선 안 된다"면서 "소요 예상 예산이 한 해에 다 지출되는 것도 아니어서 생각보다 큰 부담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부상일 변호사도 "예산 문제는 한 번에 지급할지 나눠서 지급할지에 따라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예산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거짓말이지만 어떻게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순 대표는 "99년 법안에서는 빠졌지만 보상은 희생자에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구현하자는 취지"라면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바로 돈이 지급되는 건 아니고 시기와 방법은 법안 통과 이후 논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쟁점3] 집단적 명예훼손 처벌 조항 "4.3 같은 사태 재발방지 차원"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가운데는 4.3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하거나 희생자, 유가족, 관련 단체를 비방,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부상일 변호사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더 건전하기 때문"이라면서 "집단적 명예훼손을 처벌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민사소송이나 형법 같은 법률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추가로 특별조항을 둘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반면 정연순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채택한 4.3 진상보고서에 나온 사실을 왜곡하거나 희생자에게 인간적으로 해선 안 되는 말로 폄훼하는 걸 상징적으로라도 특별법에 규정해서 교육적, 예방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면서 "개개의 범죄가 아닌 큰 역사적 사건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표현의 자유 지적도 타당하지만 아동 포르노나 독일의 나치 옹호처럼 사상의 자유 시장에 넣지 못하는 표현 행위도 있다"면서 "4.3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해선 일반적 표현 행위와는 달리 특별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의원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걱정되면 이 조항은 살리되 '명예훼손할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구를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이 약속했는데..." 정부여당 엇박자에 쓴소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법 개정이 해를 넘긴 데 대해 정부여당 책임론도 나왔다. 박진우 범국민위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면 정부와 당에서 노력해야 하는데 당·정·청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 정부가 행안위에 와서 돈 없다고 거부하는데 당에서 뭐하나"라면서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야당 지도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연순 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개정에 동의하는데 명예훼손 처벌이나 배·보상 문제, 군사재판 무효화 문제 등이 거리끼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군사재판은 재심 판결이 나오면 탄력을 받을 것이고 배·보상 문제도 법안에서 천명만 해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서 통과 못 시킬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많은 성과에도 특별법이 통과 안 돼 아쉬운 한해였지만 쉽사리 낙담하기보다 꾸준히 해보자는 게 지난 4.3 70년을 관통했던 수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었다"면서 "다만 생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분들을 진정으로 위로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며 내년 4.3 이전에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를 당부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4.3동백꽃 배지를 계속 달고 다니면서 마음은 있는데 보여드린 게 부족했다"면서 "내년 4.3 이전에는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  제주 4.3 평화공원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 서울KYC
 

정리해고 10년 만에 공장으로 복귀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29일 광화문광장서 ‘2차 범국민추모대회’ 뒤 청와대로 행진 예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1990년 일부 개정 이후 28년 만이다.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7일과 28일 각각 산안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에서 먼저 “이번 산안법 개정은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 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며, 지난 30년의 과제에 물꼬를 튼 성과”이자 “고 김용균 노동자 유족들이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며 분노의 눈물로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찾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청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처벌이 강화된 것은 개선점”이라면서도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고,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어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계를 짚었다. 기업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적인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며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하면 형사 처벌키로 한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대책위도 입장문에서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 앞에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하는데 매우 미흡했으며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처벌 강화, 도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는 한편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직업병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법 개정 이외에도 정부와 법원의 엄정한 법적용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는 또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가릴 것 없이 다단계 하청으로 쪼개고 떠넘긴 고용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고인의 유서와 같은 메시지로 남은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상시지속업무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및 인력충원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중지와 안전실비 개선 등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에 모든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곤 “오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차 범국민추모제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 그 내용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산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원청의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기업에 대한 가중처벌도 도입됐다. 위험성과 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유해·위험업무에 대해 도급을 금지했지만 적용받는 업무는 제한적이다. 도금이나 수은, 납, 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유해작업을 할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위반하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원·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원청 사업자가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가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 원청 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인 경우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위반했을 때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선 원·하청 사업주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지며, 법인 대표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처음 산재 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할 경우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처벌)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하지 못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성명과 시민대책위의 입장 전문.
30년 과제에 물꼬 튼 산안법 개정과 민주노총의 과제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
지난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 논의만 하다 번번이 폐기됐던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20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구의역 김 군의 참혹한 죽음 이후 2년 7개월 만이며, 고 김용균 노동자 유족들이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며 분노의 눈물로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찾은 결과다.
이번 산안법 개정은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다. 지난 30년의 과제에 물꼬를 튼 성과다.
하지만 많은 과제 역시 남겼다.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인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나 이번 태안화력 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업무는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다.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다.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는 가중처벌은 도입됐으나,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 실효성 확보는 제한적이다.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하면 형사 처벌키로 한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
분명한 개선점도 있다. 무엇보다 원청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처벌도 강화된다. 원․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은 원청이 전부 책임지고, 원청이 지정․제공하는 장소인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책임을 지게 돼 앞으로 태안화력 사고와 같은 경우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년 6백명이 죽어 나가는 건설현장의 발주처 안전책임과 타워 크레인 등 건설기계 원청책임도 강화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메탄올 중독 청년 실명 등 현장의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돼 화학물질 독성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게 되고, 기업 영업비밀 사전 심사가 강화된다. 특수고용노동자, 배달 노동자, 프랜차이즈 지점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가 일부 도입되고, 위험성 평가에 노동자 참여가 법으로 보장된 점 역시 긍정적이다.
구체 법 내용과는 별도로 이번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 무능과 보수 야당이 당리당략에 몰두한 행태는 지적받고 규탄 받아 마땅하다. 목숨을 잃고 다치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문제 원인을 제공하거나 조장하는 집단의 의견을 묻고 따른 행위는 보수야당의 근거가 어디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매년 노동자가 2천4백명씩 죽어 나가는 현실에 참회는커녕 끝까지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낸 경총, 건설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는 생명보다 금전가치를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사악한 본성과 함께 그들이 왜 적폐세력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법 개정이 김용균 노동자 사망 문제 반복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해왔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없었다.
남겨진 과제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은 고 김용균 노동자 범국민 추모제를 비롯한 진상규명 투쟁에 집중하면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완전한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불굴의 의지로 투쟁할 것이다.
2018년 12월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8년만의 산안법 개정, 그러나 여전히 김용균은 하청노동자입니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합니다.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개정이다.특히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 앞에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 낸 결과다. 관심 갖고 지켜보며 여‧야 의원들에게 의견을 보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하는데 매우 미흡했으며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 처벌 강화, 도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본질적인 한계는 분명하다. 이 법의 처리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다 사망한 2016년 구의역 김군과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이 하는 일은 여전히 도급으로 남아있게 된다.
한편,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직업병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법개정 이외에도 정부와 법원의 엄정한 법적용 의지가 필수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기존에 해왔던 대로 “봐주기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이나 “눈가림식 안전점검” 관행을 전면 혁신하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검찰과 법원이 전관예우나 재벌대기업의 로비에 놀아나면서,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산재·직업병 예방에 역행한 사업주들에게, 사실상 면죄부에 가까운 가벼운 처벌로 일관해온 잘못된 사법 관행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의 진정성 있는 성찰과 산안법 적용상의 혁신을 엄중 촉구한다.
24세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앞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태안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약속하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과정에서 법안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계속 후퇴하고, 유가족들은 더 후퇴할까 마음 졸이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상황에 분노한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2월 1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유가족 긴급요구와 5대 기본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태안화력 1~8호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당장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들이 원하는 산안법 전부개정안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2월 국회 처리,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설비 개선이다.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은 유가족이 모든 권한을 위임한 시민대책위가 특별근로감독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유가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태안화력 1~8호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즉각적으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작업중지 요구도 거부되었다.
우리는 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통과가 죽어가는 아들, 딸들을 단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했던 아버님, 어머님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상시지속업무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및 인력충원,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중지와 안전실비 개선 등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에 모든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이 말한 “국민들이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할만”한 진상조사는 불가능하다.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가릴 것 없이 다단계 하청으로 쪼개고 떠넘긴 고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고인의 유서와 같은 메시지로 남은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
아울러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에 관심을 가져준 국민들께 호소 드린다. 바로 내일(29일) 오후 5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차 범국민추모제에 함께 해주셔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2018. 12.28.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산안법 개정안 국회통과… 민주노총·시민대책위 “이제 정부가 답해야”

29일 광화문광장서 ‘2차 범국민추모대회’ 뒤 청와대로 행진 예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1990년 일부 개정 이후 28년 만이다.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7일과 28일 각각 산안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에서 먼저 “이번 산안법 개정은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 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며, 지난 30년의 과제에 물꼬를 튼 성과”이자 “고 김용균 노동자 유족들이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며 분노의 눈물로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찾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청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처벌이 강화된 것은 개선점”이라면서도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고,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어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계를 짚었다. 기업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적인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며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하면 형사 처벌키로 한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대책위도 입장문에서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 앞에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하는데 매우 미흡했으며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처벌 강화, 도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는 한편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직업병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법 개정 이외에도 정부와 법원의 엄정한 법적용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는 또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가릴 것 없이 다단계 하청으로 쪼개고 떠넘긴 고용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고인의 유서와 같은 메시지로 남은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상시지속업무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및 인력충원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중지와 안전실비 개선 등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에 모든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곤 “오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차 범국민추모제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 그 내용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산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원청의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기업에 대한 가중처벌도 도입됐다. 위험성과 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유해·위험업무에 대해 도급을 금지했지만 적용받는 업무는 제한적이다. 도금이나 수은, 납, 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유해작업을 할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위반하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원·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원청 사업자가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가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 원청 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인 경우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위반했을 때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선 원·하청 사업주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지며, 법인 대표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처음 산재 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할 경우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처벌)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하지 못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성명과 시민대책위의 입장 전문.
30년 과제에 물꼬 튼 산안법 개정과 민주노총의 과제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
지난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 논의만 하다 번번이 폐기됐던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20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구의역 김 군의 참혹한 죽음 이후 2년 7개월 만이며, 고 김용균 노동자 유족들이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며 분노의 눈물로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찾은 결과다.
이번 산안법 개정은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다. 지난 30년의 과제에 물꼬를 튼 성과다.
하지만 많은 과제 역시 남겼다.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인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나 이번 태안화력 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업무는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다.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다.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는 가중처벌은 도입됐으나,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 실효성 확보는 제한적이다.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하면 형사 처벌키로 한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
분명한 개선점도 있다. 무엇보다 원청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처벌도 강화된다. 원․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은 원청이 전부 책임지고, 원청이 지정․제공하는 장소인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책임을 지게 돼 앞으로 태안화력 사고와 같은 경우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년 6백명이 죽어 나가는 건설현장의 발주처 안전책임과 타워 크레인 등 건설기계 원청책임도 강화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메탄올 중독 청년 실명 등 현장의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돼 화학물질 독성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게 되고, 기업 영업비밀 사전 심사가 강화된다. 특수고용노동자, 배달 노동자, 프랜차이즈 지점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가 일부 도입되고, 위험성 평가에 노동자 참여가 법으로 보장된 점 역시 긍정적이다.
구체 법 내용과는 별도로 이번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 무능과 보수 야당이 당리당략에 몰두한 행태는 지적받고 규탄 받아 마땅하다. 목숨을 잃고 다치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문제 원인을 제공하거나 조장하는 집단의 의견을 묻고 따른 행위는 보수야당의 근거가 어디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매년 노동자가 2천4백명씩 죽어 나가는 현실에 참회는커녕 끝까지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낸 경총, 건설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는 생명보다 금전가치를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사악한 본성과 함께 그들이 왜 적폐세력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법 개정이 김용균 노동자 사망 문제 반복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해왔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없었다.
남겨진 과제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은 고 김용균 노동자 범국민 추모제를 비롯한 진상규명 투쟁에 집중하면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완전한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불굴의 의지로 투쟁할 것이다.
2018년 12월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8년만의 산안법 개정, 그러나 여전히 김용균은 하청노동자입니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합니다.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개정이다.특히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 앞에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 낸 결과다. 관심 갖고 지켜보며 여‧야 의원들에게 의견을 보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하는데 매우 미흡했으며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 처벌 강화, 도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본질적인 한계는 분명하다. 이 법의 처리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다 사망한 2016년 구의역 김군과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이 하는 일은 여전히 도급으로 남아있게 된다.
한편,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직업병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법개정 이외에도 정부와 법원의 엄정한 법적용 의지가 필수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기존에 해왔던 대로 “봐주기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이나 “눈가림식 안전점검” 관행을 전면 혁신하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검찰과 법원이 전관예우나 재벌대기업의 로비에 놀아나면서,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산재·직업병 예방에 역행한 사업주들에게, 사실상 면죄부에 가까운 가벼운 처벌로 일관해온 잘못된 사법 관행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의 진정성 있는 성찰과 산안법 적용상의 혁신을 엄중 촉구한다.
24세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앞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태안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약속하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과정에서 법안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계속 후퇴하고, 유가족들은 더 후퇴할까 마음 졸이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상황에 분노한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2월 1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유가족 긴급요구와 5대 기본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태안화력 1~8호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당장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들이 원하는 산안법 전부개정안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2월 국회 처리,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설비 개선이다.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은 유가족이 모든 권한을 위임한 시민대책위가 특별근로감독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유가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태안화력 1~8호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즉각적으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작업중지 요구도 거부되었다.
우리는 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통과가 죽어가는 아들, 딸들을 단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했던 아버님, 어머님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상시지속업무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및 인력충원,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중지와 안전실비 개선 등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에 모든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이 말한 “국민들이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할만”한 진상조사는 불가능하다.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가릴 것 없이 다단계 하청으로 쪼개고 떠넘긴 고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고인의 유서와 같은 메시지로 남은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
아울러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더 이상 아들, 딸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유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에 관심을 가져준 국민들께 호소 드린다. 바로 내일(29일) 오후 5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차 범국민추모제에 함께 해주셔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2018. 12.28.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문 대통령, 장병 격려.화살머리고지 GP 방문

‘지키는 안보’에서 ‘평화 만드는 적극적 안보’ 강조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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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9  08: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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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경기도 연천 소재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 훈련병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대통령이 선물한 치킨 200마리와 피자 200판도 배식됐다. [사진제공 - 청와대]
연말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신병교육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남북 공동으로 도로를 내고 유해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화살머리고지 GP(감시초소)를 둘러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연천군 소재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훈련병 200여명과 점심을 함께 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병교육대 실내교육장에서 훈련병 20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추운 계절에 한국에서는 가장 추운 이 지역에서 신병훈련 받느라 고생들 많았다”며 “이제 수료하고 퇴소식을 한다는데 잘 이겨낸 것을 축하드린다”고 격려했다.
또한 “특히 5사단은 우리 안보의 최일선에 서 있다. 그 위치는 지금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며 “여러분이 굳건하게 안보를 지켜줄 때 남북관계도 더 발전할 수 있다. 강력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화라든지 평화라든지 이런 게 아주 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장병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지키는 평화'를 넘어선 평화를 만드는 '적극적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나아가 “과거에는 적의 침략을 막아서 우리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을 지키는, 그런 지키는 차원의 안보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 도모하며 우리가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키워가고, 그 평화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로 이렇게 이어지게 하는, 이런 달라지는 안보”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에서 서로 유해 발굴을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길을 내서 남북한 군인이 서로 악수하고,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유해 발굴에 들어가고, 이것은 정말로 남북 간에 어떤 평화 이쪽에 있어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라며 “그 상징적 역할을 5사단이 맡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지금 우리 사병들 급여도 아주 대폭 인상하고 있고, 군 복무 기간도 단축하고 있어서 여러분은 좀 혜택 본다”며 “이제는 좀 외출도, 외박도 위수지역도 벗어날 수 있게 하고, 또는 평일에 외출을 허용해서 하다못해 친구들, 동료들, 전우 간 회식도 PX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피자집에서 할 수 있게끔”하겠다고 약속하고 “휴대폰 사용도 한꺼번에 다 허용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점차 업무 외 시간에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사용시간 늘려갈 수 있도록”하겠다고 밝혔다.
  
▲ 화살머리고지 GP에 근무 중인 장병들과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 - 청와대]
  
▲ 화살머리고지 GP 벙커에 전시된 한국전쟁 유품들. [사진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을 둘러보며 근무환경을 살펴본 뒤 기념촬영을 하고 방탄조끼와 방상외피를 착용하고 화살머리고지 GP로 이동, ‘화살머리고지 전적 기념비’에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GP 내부 벙커를 둘러보고 남북공동유해발굴준비 결과를 청취한뒤 GP 고가초소에 올라 일대를 살펴보고 전유광 제5보병사단장으로부터 작전지역 지형 설명을 청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DMZ, GOP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최전방 GP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일대에 있는 화살머리고지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의 남서쪽 3km 지점에 화살 머리처럼 남쪽으로 돌출된 해발 281m의 고지로, 휴전 협정 직전인 1953년 여름, 중공군은 국군이 확보 중인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고 이에 국군은 두 차례의 방어전투를 치르면서 고지를 사수했던 ‘화살머리고지 전투’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남북 군사책임자들이 서명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하기 위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한반도의 정중앙을 잇는 연결도로가 만들어졌고 지난 11월 22일 남북 군인이 악수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남북은 땅이 녹는 4월부터 유해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 송년 만찬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대결의 역사에서 평화, 협력의 시대로 대전환하는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평창올림픽, 3번의 남북회담, 북미회담, 남북철도 착공식, 화살머리고지까지 작년의 꿈같던 구상들이 실현됐다”고 성과들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