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4일 일요일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한목소리로 “윤석열은 퇴진하라”

 

촛불행동,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개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8/1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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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는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거리 행진을 하는 시민들.  © 리무진 통신원

 

촛불행동은 13일 오후 6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약 4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촛불행동은 지난 6일 윤석열 퇴진 첫 촛불집회 이후 퇴진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에 따르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생경제연구소, 민주시민기독연대,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촛불완성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퇴진 운동에 뜻을 밝혔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김건희 씨가 논문을 복사한 것은 개인의 문제일지 모르지만, 국민대와 교육부가 이를 두둔하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국민의 김건희 씨 논문 재검토에 대해 비판했다. 

 

▲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현수막.  © 김영란 기자

 

▲ 시민들이 대형 현수막 '윤석열 퇴진'을 펼치고 있다.   © 리무진 통신원

 

이어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조정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의 발언이 있었다.

 

조정주 사무처장은 “김순호 씨는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녹화공작 피해자였지만 보안대와 경찰의 프락치가 되어 동지들을 팔아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제 김순호 씨는 경찰국장이 되어 경찰을 윤석열 정부의 손아귀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라면서 “김순호 씨, 당신 말고 프락치로 활동하다 프락치 활동을 공로로 인정받아 안기부나 경찰에 채용돼서 당신처럼 출세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주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는 경찰을 다시 옛날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과거 경찰폭력의 피해자들인 우리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김순호 씨는 경찰 장악 음모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순호 씨의 경력이 경찰 장악 음모의 최고 적임자가 된 셈이다. 옛 동지들 가슴에 대못 박지 마시고 당장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 김영란 기자

 

촛불 시민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박예슬 서울의 소리 아나운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 안보, 국가 재난 상황 등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을 알고는 있는가.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못 한다면 내려오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김건희 씨 논문 표절 46%가 말이 되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손실보전금 사각지대연합’에서 활동하는 시민은 모든 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을 주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시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자유발언을 한 강순원 씨는 “하도 분통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께 큰절을 한 것은 앞으로 연대를 굳건히 하자는 의미”라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 부당하고 독단독선의 문제를 끄집어내야 한다. 쉬지 말고 끈질기게 열심히 투쟁하면 우리의 투쟁 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 김영란 기자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일주일간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활동한 국민주권연대 통일선봉대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을 했다. 시민들은 손뼉을 치고 선전물을 흔들며 뜨겁게 호응했다. 

 

또한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은 「통일을 이루자」 노래 공연을 했다.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은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 박근혜 탄핵 촛불을 든 이모, 삼촌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박근혜와 같은 대통령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이모, 삼촌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모이고 있다. 우리도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 오늘 8.15 행사에 참여한 뒤에 이 자리에 왔다. 전쟁광 윤석열이 있으면 평화도 없다.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직장인 노래패 ‘다시 부를 노래’는 「다시 광화문에서」 노래 공연으로 촛불시민들에게 투쟁 의지를 불어넣었다.

 

▲ '이게 나라냐2'. '윤석열은 퇴진하라'.  © 김영란 기자


집회 후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선전물을 들고 청계광장을 출발해 종각, 안국동, 광화문을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정리 집회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퇴진하라’라는 우리의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우리의 구호는 ‘윤석열을 몰아내자’라고 바뀔 것이다. 촛불시민이 대세이고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17일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 맞아 그동안 진행해온 윤석열 퇴진 범국민선언 결과와 퇴진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윤석열 퇴진 범국민선언에 약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 파이낸스센터 계단의 자리가 부족해 계단 위의 광장에 앉은 시민들 모습.  © 김영란 기자

 

▲ 국민주권연대 통일선봉대의「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  © 김영란 기자

 

▲ 「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에 흥겨워 하는 시민.  © 김영란 기자

 

▲ 율동 공연에 박수치며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의 「통일을 이루자」 노래 공연.  © 김영란 기자

 

▲ 청소년들의 노래 공연에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용산 100일’…출퇴근·빵집쇼핑·집무실 집회금지가 남긴 것

 등록 :2022-08-15 05:00

수정 :2022-08-15 07:22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 시점
‘출근 못한 대통령’ 논란…취재진·참모진 거리 가까워져
주말 쇼핑 등 탈권위 의도에 돌발행동·시민불편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어젖힌 ‘용산 시대’도 벌써 100일이다. 탈제왕적 소통 행보를 약속하며 시작된 ‘용산 시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됐을까.


대통령의 출퇴근…한 건물 쓰는 참모들 “스스럼없이 만나” 장점 있지만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새 정부의 상징이자 용산 시대의 주요 장면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1일, 취임식 다음 날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100일간 총 35회의 출근길 문답을 했다. 건물을 오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본 횟수는 이보다 더 많았으니,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 참모진 업무시설을 한 공간에 모아둔 일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부인할 수 없다. 출근길 대통령의 발언, 걸음걸이와 표정, 제스처 등을 보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일은 취재진에게도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탓에 대통령이나 참모진을 보기 어려워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닌 ‘춘추관 출입기자’이라고 불리던 때와 비교하면, 대통령의 출·퇴근 여부, 참모진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졌다.

대통령실의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청와대 근무 경험도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사무실이 한 건물에 모여있다 보니 오가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며 “스스럼없이 사무실을 오가며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훨씬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논란을 부르면서 되레 지지율을 끌어내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머리발언을 하고 기자 질문을 받는 식으로 수정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모습이다. 보완한 출근길 문답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을지는 대통령실에도, 출입기자들에게도 남겨진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용산구 한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용산구 한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소통행보? 시민 불편 가중? 엇갈린 시선들


‘용산 시대’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실이 주요하게 꼽은 또 다른 변화는 ‘실천을 통한 시민 소통 행보’다. 용산 시대 초반, 윤 대통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통령실 인근 식당을 찾아 시민들과 어울리는 ‘깜짝’ 만남 행보를 보여줬다. 퇴근길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처럼 평범한 일상 속의 대통령,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오히려 시민 불편을 가중했다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참모진도 몰랐던 주말 백화점 구두 쇼핑이나 빵집 방문은 ‘과잉 경호’ ‘교통 혼잡 초래’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반발에 부닥쳤다. 대통령의 권한과 경호 범위, 방식 등이 나라마다 다른 상황에서 ‘탈권위’만을 부각하기 위해 돌발적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시민 불편을 불러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상황 또한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수도권 집중 호우 상황에서 ‘자택 지시’를 내렸던 윤 대통령은 ‘출근하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달 말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이사하기 전까진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오갈 때마다 일부 교통 통제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호 시스템과 서울의 복잡한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윤 대통령이 ‘돌발적 소통 행보’ 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통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에서 참여 주민 및 어린이들과함께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에서 참여 주민 및 어린이들과함께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잔디마당에서 열린 경제인·영화인 행사…‘집무실 앞 집회’는 적극 막아


15일 광복절을 준비하는 대통령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올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용산 대통령실 건물 바로 앞에 펼쳐진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정부 공식 기념식이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을 “시민 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약속 가운데 하나였다. 잔디마당은 지난 5월25일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들에게 처음 개방한 뒤, 6월12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 초청 만찬, 19일 인근 지역주민과 어린이, 소상공인들을 초청한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 행사 등이 열렸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녹지원을 개방해 이런 행사들은 심심치 않게 진행해왔다.


오히려 용산 시대를 열면서 집무실 앞 집회의 자유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하 시위 분석문건)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보단 집회의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한 일이나, 법원이 집회 허용 판단을 줄이어 내놓는데도 집회 관련 소송비용을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면 윤 대통령에게 과연 용산을 ‘시민 광장’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다.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청와대를 나와 용산 시대를 열었다고 소통의 질과 방법이 나아졌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자주 식사하고 소통하면서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유네스코 3관왕' 제주, 관광으로부터 보호해야…

 [함께 사는 길] 제주도 쉼이 필요해 ③

김정효 제주민예총 전 이사장  |  기사입력 2022.08.14. 22:05:01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2016년 150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에도 제주도로 향하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2021년 12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제주를 찾았다. 일상의 지친 삶을 내려놓고 휴식과 위안을 받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는 어떨까. 불행히도 각종 지표들은 제주도에 적신호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매년 늘어나는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용량을 초과해 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며 교통난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수많은 숲과 목장이 골프장과 관광시절로 사라져갔고, 지금도 '관광'이란 이름으로 제주 곳곳에 무차별 삽질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쉼이 필요하다. 개발의 삽질을 멈추고 제주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여행이 제주를 삼키는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여행과 제주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관광으로부터 관광을 보호해야 

제주에서 흔하게 보는 문장 중의 하나가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다. 시내버스 광고를 비롯해 제주를 홍보하는 거의 모든 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라 하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을 이르는 말로 전 세계에서 이 모두를 충족하는 곳이 제주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식생의 보고, 화산학의 교과서, 전설의 보고, 오름의 왕국, 1만8천 신들의 고향 등 제주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식어는 많다. 

그렇다면 제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기에 가치가 높은 것일까? 제주의 가치를 단순화시켜 말하면 '한 곳에서 2000m에 육박하는 높은 산과 드넓은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청정한 환경은 덤이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 제주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유산 보호구역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가치가 뛰어나기에 세계유산이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유네스코에서도 제주도의 더 많은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지 않았던가.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의 인식, '한라산이 곧 제주도요, 제주도가 한라산'임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제주 사람들이 제주의 상징 한라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던 독일의 지리학자 지그프리드 겐테(Siegfroied Genthe)가 1901년 한라산을 오를 때의 이야기이다. 신축년 제주민중항쟁 직후라 서양인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임을 고려하여 그는 소개장과 여행 도중 신분보장을 위한 통행증까지 소지했지만, 당시 이재호 제주목사는 그의 한라산 등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유는 한라산을 신성시하는 제주 사람들의 믿음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인데,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함과 안정을 누군가가 깨뜨리는 날이면 산신령이 악천후와 흉작, 역병 등으로 반드시 이 섬을 응징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와서 산신령을 괴롭히는 이방인에 대하여 항의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신(神)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러한 존경의 마음이 이제껏 한라산에서의 수많은 개발계획을 막아내는 힘으로 작용했다. 한라산 개발계획의 시작은 1965년이다. 성판악에서 사라오름 부근까지 8㎞에 대해서는 차도를 내 관광도로로 이용하고, 여기서부터 백록담까지 나머지 6㎞에 대해서는 3m 폭의 등산로를 개설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어 1968년에는 성판악을 기점으로 사라악 - 왕관릉 - 백록담 - 영실을 잇는 10.6㎞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사업계획이 제출되는가 하면 이와는 별도로 성판악에 500평의 부대 건물과 60평의 유기장, 사라악에 200평의 부대 건물과 휴게소, 왕관릉에 150평의 휴게소, 백록담에 1000평의 호텔, 오백나한에 300평의 유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나온다. 

이후 잊을만하면 '산악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한라산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등장하는데,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문화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와 도민들이 막아냈다. 1966년 한라산을 문교부에서 부랴부랴 천연보호구역으로 가지정했던 것도 개발행위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였을 정도다.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아낌없이 주는 존재이기에 흔히들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한라산 계곡의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고, 과거에는 땔감, 심지어 집을 짓거나 배를 만드는 목재도 한라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이용했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록담까지 소와 말을 풀어 방목하기도 했다. 해서 제주 사람들의 일생을 '한라산에서 태어나 다시 한라산으로 돌아간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관광이 곧 정복이 되어버린 시대 

하지만 근래 들어 한라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관광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정복의 대상,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SNS에 올릴 사진 촬영을 위해 한라산을 오르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탈법도 많아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는가 하면 사라오름 산정호수에서 수영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까지 나온다. 등산(登山)이 아닌 입산(入山)이라 하여 산에 든다는 의미를 강조했던 옛사람들의 정신세계가 그리운 대목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비단 한라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제주 여행의 일대 전환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올레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걷기를 통한 사색은 사라지고 전 코스 완주에 매달리는 올레꾼들이 많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기념품으로 제작한 '간세' 인형이 있다. '간세'는 게으름을 피우는 행위 또는 일하기 싫어함을 말하는 제주어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다는 간세인형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 도보로 산책하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단체로 또는 둘이서 하는 것은 이름뿐인 산책이 되고, 오히려 피크닉에 속하는 것"이라 말했던 스티븐슨의 경고를 귀담을 필요가 있다. 

▲ 돌매화나무. ⓒ강정효
▲ 고사리삼. ⓒ강정효

제주에 사람이 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제주 여행에 있어 자연경관만이 아닌 그곳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담과 해녀, 감귤, 조랑말 등 제주를 상징하는 자원들 하나하나가 과거에는 척박한 삶의 현장이거나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전역에서 보이는 돌담은 과거 척박한 땅을 일구며 발생한 돌을 쌓아 올린 것으로, 경계의 기능과 함께 바람을 막거나 소와 말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해녀들은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단한 작업을 이어간다. 감귤의 경우 과원(果園)의 인부는 봄에 달린 열매의 숫자를 가을 수확기에 제출해야만 했다. 두세 차례 태풍이 지나며 낙과 피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목마장의 목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말이 한라산에서 얼어 죽었을 경우 그 가죽을 바쳐 증명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만 했다.

오늘날 제주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3의 아픔을 알아야 한다. 1948년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인 3만 명 내외가 희생된 근현대사 최대의 비극이다. 성산일출봉, 정방폭포, 천제연폭포, 송악산, 함덕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 등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거니와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옛 정드르비행장)이나 제주 앞바다도 학살터였다. 이처럼 제주는 발길 내딛는 곳곳마다 민중의 한이 함께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잔인한 아름다움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꽃으로 동백과 수선화가 있다. 동백은 4.3의 아픔을 상징하는 꽃이고,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의 표현을 빌어 '해탈 신선의 꽃'으로 소개된다. 추사는 들판에서 자라고 있는 수선화를 통해 절해고도에서 유배인의 신분인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문제는 추사의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수선화가 곳곳에 여기저기 널려있다. 밭고랑 사이에 더욱 무성한데 이곳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고 보리갈이 할 적에 모두 뽑아 없앤다.'라고. 추사에게는 신선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농부의 입장에서는 잡초일 따름이다.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야 

최근 제주는 적정수용력을 초과한 관광객들과 관광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각종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으로부터 관광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의 관광을 위해 현재의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로 미래세대의 관광 욕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관광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의 개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예컨대 1960년대 계획대로 백록담 분화구 안에 호텔을 짓고, 사라오름과 영실기암에 숙박시설, 그리고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도로포장을 냈다면 오늘날의 한라산은 어떻게 됐을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100여 년 전 멸종한 한라산의 사슴도 기억해야 한다. 백록담 바위틈 돌매화나무나 선흘 곶자왈의 제주고사리삼을 보라. 규모가 아닌, 작음으로써 그 가치를 증명하는 사례다. 제주다움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관광개발은 없다.

훗날 여러분이 다시 찾고 싶은 제주가 온전히 이어지길 바란다면 제주의 가치를 지키는 길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제주는 그만큼 소중한 곳이니까. 

올해 집값 오를 거라고? 결국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

 금리 무시하고 집값 상승 공언한 보수·경제 언론들의 말바꾸기

22.08.14 15:52l최종 업데이트 22.08.14 15:52l
지난 7월 29일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
▲  지난 7월 29일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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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보수·경제 언론들은 '금리'를 탓하면서 탈출구를 찾기 바빠 보인다.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 원인이라 지목했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경제 언론들은 멈추지 않는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으로 탓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주택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을 전망하는 기사도 잇따라 내놨다.
 
"대통령 선거와 금융 환경 변화 등 적지 않은 변수 속에서도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을 강조하는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아주경제>의 2022년 주택 시장 전망 기사의 첫 문장이다. 올해 초까지 보수·경제 언론들이 쏟아낸 주택시장 전망 기사들의 주요 내용 역시 이 문장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전문가로 기사에 등장해, 주택가격 상승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큰사진보기지난해 12월 15일자 동아일보 보도.
▲  지난해 12월 15일자 동아일보 보도.
ⓒ 동아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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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2월 30일 <한국경제>는 부동산 전문가 121명을 자체 설문한 조사를 통해 올해 집값 상승을 점쳤다. 응답자의 55.4%가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신규 주택 공급 부족(70.1%)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설문에 응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동산업자(건설사, 시행사)들이었다.

2022년 '집값 상승' 호언 장담했던 언론사들 <매일경제>도 지난 2021년 12월 14일자 보도에서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을 인용하면서 올해 집값 상승을 점쳤다. 주택협회 등 주택사업자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주택산업연구원은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연구원으로 몸 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보도를 보면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 가격 변동에 가장 큰 요인으로 '주택 공급'을 꼽았다. 금리나 경제성장률은 '주택공급'에 비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했다.


<중앙일보>는 올해 1월 2일 '역대급 공급했다더니 서울 20만가구 부족… 주택수급 8년 전으로 추락'이라는 제목을 단 분석 기사를 냈다. <중앙>은 2021년 서울 주택보급률이 전년에 비해 1%p 가량 떨어진 것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를 주택 가격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주택 수요가 늘어난 근거로 '일반가구 수 급증'을 꼽았다. 이 신문은 '일반가구'들을 모두 '매매 수요층'으로 봤다. 가구별로 거주 유형이나 소득 수준도 다르고 내 집 마련 계획 시기도 천차만별인데, <중앙>은 이런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 1인 가구들도 모두 '매매 수요'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매일경제> 등 경제지들도 <중앙>과 유사한 논리로 공급 부족 탓에 집값이 오른다고 강조했다. 공급 부족 기사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부동산학 전공 교수들과 시중은행 컨설턴트 등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도 '집값 상승론'을 반복했다. 올해 초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금리가 집값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조용히 묻혀버렸다.

하지만 금리와 정책, 대내외 변수, 물가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등한시하면서 '공급 부족'만 외치던 이들의 목소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달에 비해 0.04% 하락했고, 7월에는 –0.07%로 낙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지난 6월 0.13%에서 7월 0.03%로 축소되고 있고, 서울 강북 지역에는 지난 7월 0.01% 하락했다.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다보니 실수요층이 대출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리가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금리는 집값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집값 떨어지자, 자취 감춘 '공급부족론'

보수·경제 언론들이 내놓는 부동산 기사도 180도 달라졌다. 금리를 큰 변수로 보지 않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하던 연초와 달리 지금은 부동산 시장 침체 이유로 금리 상승을 들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을 당시 '부동산 침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8년만에 기준금리 2.25%… "부동산 침체 길어진다"<조선비즈>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 가속화 우려<한국경제>
[한은 빅스텝] 역대 최대폭 기준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 '꽁꽁'<중앙일보>
"대출 금리 감당 못해"…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도 역대 최저<매일경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던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올해도 주택 가격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부채질하던 한 대학 겸임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수요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자 상환을 유예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보수 언론이 제기해온 '공급 부족론'의 허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집값이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이 문제라는 보수·경제지들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들 언론의 주장은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값비싼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게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전례는 없었고, 공급 부족이라는 말도 허상이었다"라고 말헀다.

김 국장은 이어 "언론사 기사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의 관점이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 의견을 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적당히 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15광복, 미국이 시켜줬나? 우리 힘으로 이뤄냈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8.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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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절에 드는 의문 (5)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날의 해방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덕택에 주어진 선물일까? 아니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싸워 얻어낸 전취물일까? 전자를 ‘타력 해방론’, 후자를 ‘자력 해방론’이라 부른다.

    이남 사회는 타력 해방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이북은 자력 해방론이 절대적인 상식이다.

    물론 자력 해방이라고 해도 우리 민족 자체의 힘만으로 일제를 물리쳤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 파쇼국가와 연합군 사이의 ‘판갈이’ 전쟁이었기 때문에 당시 최강의 힘을 가진 국가도 단독으로 파쇼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연합군(미국, 소련, 영국 등)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독일에 함락된 프랑스나 일본의 식민지가 된 중국이 자력으로 해방했다는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프랑스나 중국과는 달리 자력 해방론에 소극적일까?

    우리 사회가 유독 자력 해방을 믿지 않는 이유는 조선인민혁명군(김일성 빨치산부대)의 항일무장투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920년대 번창하던 항일독립군은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들해졌고, 오로지 조선인민혁명군만이 끝까지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이남 사회는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연히 자력 해방을 주장할 근거가 사라지고 없다.

    타력 해방론이 대세를 이룬 또 다른 이유는 미군정에 빌붙은 친일파 때문이다. 일제에 타협했거나 투쟁을 회피했던 세력들은 ‘어차피 해방은 미국이 시켜줬으니 독립운동 따윈 필요치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과거 친일 행적을 합리화하는 수단과 논리로 활용했다.

    이들은 8.15광복이 연합국의 승리가 가져온 선물임을 강조하면서, 항일독립군이 일제와 벌인 전투와 투쟁의 성과를 상쇄시키려 했고, 그럼으로써 일제에 저항하지 않았던 자신들과 항일독립운동가들을 동일 선상에 놓으려 했다.

    해방의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해방 이후 새조국 건설을 자체의 힘으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를 해방시켰다면 새조국 건설도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미군정에 의해 친일파 척결이 중단되고, 미군정의 발표에 따라 38선 이남에만 단독선거가 실시되는 것을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반대했겠지만, 타력 해방론이 팽배한 이남의 현실에서 감히 미군정에 저항하지 못했다. 더구나 당시만 해도 3년 후에는 미군이 나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처럼 자력이냐, 타력이냐는 해방된 조국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문제로 작동했다.

    그렇다고 근거도 없이 자력 해방론을 주장할 수는 없다. 자력 해방론의 기준은 일제와의 전쟁에서 당당한 주체로 참여해서 승리에 공헌했느냐? 특히 한반도에서 일제를 몰아내는 전투를 하고, 일제 통치기구를 분쇄했는가? 여부에 달렸다.

    우리의 광복은 과연 자력 해방의 기준에 부합하는가?

    광복이 오기까지 우리 민족은 쉬지 않고 일제와 싸웠다. 해방의 그날은 우연히 주어진 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피땀 어린 저항에 연합국의 승리가 더해져 이룩한 결실이었다.

    3.1독립만세 이후 결성된 항일독립군의 봉오동전투(1920년), 청산리전투(1920년), 1930년대 들어 조선인민혁명군의 무송현성전투(1936년), 보천보전투(1937년), 간삼봉전투(1937년), 륙과송전투(1939년) 등 항일무장투쟁을 이어갔다.

    특히 1945년 8월 9일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조선인민혁명군은 조국해방을 위한 총공격이 개시했다. 8월 9일 경흥요새 돌파전투, 훈흉 해방전투를 비롯해 웅기 해방작전, 나진지구 해방작전, 창진지구 해방작전 등 국내 진공 작전은 반일 전민항쟁의 불길과 함께 타올랐다.

    당시 소련군과 조선인민혁명군이 한반도에 진격하자, 미군도 이에 질세라 한반도 진출을 계획했다.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일본은 8월 15일 항복을 선언했다.

    만일 소련과 조선인민혁명군의 진격이 없었다면 ‘조선사수론’(조선을 끝까지 식민지로 남겨 두려는 일제의 종전협상 카드)을 주장했던 일본이 과연 한반도에서 철군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