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여가부 폐지·미래가족부 신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보나 의심” 한동훈 무혐의, 한겨레 “윤석열 제식구 챙기기 코드인사 재연 신호탄” 중앙 “검찰 한동훈 괴롭히기 추진 배후 밝혀라” 조선 “검언유착 날조극”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을 5월10일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루고, 현 정부조직 체계대로 내각을 구성하기로 했다. 존폐 기로에 섰던 여성가족부는 일단 장관을 임명하고 당분간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8일 아침신문들은 이를 두고 각각 여가부 존치 여부에 대해 전망했다.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대다수의 신문이 여가부 폐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 4월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5면 기사 ‘여가부 운명 새장관 누구냐가 가늠자’에서 “인수위는 그동안 윤석열 당선자의 대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 이행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개편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제 지명될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여가부 재편의 방안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서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여가부 폐지 문제는 국내 반대가 클 뿐 아니라 며칠 전 115개 국제여성단체들이 성명을 낸 데서 보듯 국제적 이슈로까지 번진 상황”이라며 “여가부가 그동안 해온 정책은 부족하면 부족했지 폐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2면 사진 갈무리.
이어 “여가부 폐지는 대표적으로 국민들을 젠더문제로 ‘갈라치기’하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번 발표가 ‘시간 벌기’용으로만 비치지 않으려면, 우선 여가부 폐지에 대해 ‘성평등 정책 강화’ 방향에서 원점부터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여가부, 폐지 초읽기냐 극적 생존이냐’에서 “정부 초기에 여가부가 사실상 부처의 존폐만을 논의하는 ‘식물 부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여가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법률과 예산에 정해진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여가부도 장관 임명…인구·가족 전문가로’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기존의 여가부 장관 우선 고려 사항인 성평등 분야가 아닌 ‘인구·가족 정책 전문가’를 발탁하는 방침을 세웠다”며 “새로운 부처 명칭 또한 여성이라는 낱말을 빼는 대신 ‘미래’ ‘인구’ ‘가족’이 강조될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칼럼에서는 이를 두고 “여성의 권익을 뺀 자리에 저출산과 인구를 장착한 발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은 조선칼럼 ‘저출산 해결하겠다고 여성권익 포기하나’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저출한·인구 정책을 중심으로 한 미래가족부 신설을 구상하는 것은 새 정부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는 해석과 의심을 낳게 한다”며 “구조적 성차별이 사라졌다는 어떤 자료나 통계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여가부의 소명이 다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8일 칼럼 갈무리.
아울러 “대통령 인수위는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들이 ‘팔을 자르는 한이 있어도’ 이재명 후보로 막판 결집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며 “성폭력 무고죄 강화 공약을 내건 윤 후보가 당선된 다음 날, 여성들의 호신용품 구매가 급증했다는 해프닝은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양성 평등 문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 가야 할 과제인데도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인식 아래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조직 개편 속도 조절이 행여나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 표가 떨어져나갈 것을 우려한 선거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 또한 오산”이라며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조직 개편은 시작부터 불통 정권이라는 오명을 남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8일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가부 존폐 여부도 지방선거 전에 여야가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이대남’ 지지율이 떨어지자 갑자기 여가부 폐지를 꺼내들었고, 표를 얻기 위해 젠더 갈등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최소한 10년은 갈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여야 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합의를 당부했다.
한동훈 무혐의에 정반대로 입장 나뉜 진보·보수 언론
이밖에도 8일 아침신문들은 채널A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으로 2년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온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에 주목했다. 무혐의 판결을 두고 진보·보수 언론의 입장은 정반대로 나뉘어졌다. 진보 언론은 ‘윤석열 제 식구 챙기기 인사’가 한 검사장을 중심으로 재연될 것을 우려했고, 보수 언론은 ‘검찰의 한동훈 괴롭히기 날조극 의혹’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10면 기사 ‘검찰 윤석열 코드인사 재연 신호탄?’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이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또는 수원지검장에 발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한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자신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한 ‘제 식구 챙기기’ 인사가 한 검사장을 중심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오피니언면 아침 햇밭 기사 ‘대통령 오른팔이 검찰 요직에, 그게 정상인가’에서는 박용현 논설위원이 “이제 한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중용은 검사로서의 능력 등 일반적 인사 기준을 근거로 한 설명으로는 도저히 해소될 수 없는 원천적 의구심을 낳게 됐다”며 “자기 사람을 통한 검찰 장악 속에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은 정멸하지 않겠냐”고 했다.
▲ 한겨레 8일 아침 햇밭 갈무리.
이어 “윤 당선자의 측근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할 경우 그것은 누가 봐도 ‘대통령-검찰 친정체제’다. 이들은 요직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개인으로선 억울하달지 모르나, 모두 윤 당선자가 초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한동훈 무혐의, 여권 전방위 수사…檢 줄서기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리는 별개로 하더라도, 권력 교체기에 검찰과 경찰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진 것은 검언유착 사건과 동일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최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위해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8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도 이재명 민주당 고문 부인의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10여 곳을 11시간 압수수색했다”며 “대선 기간 난무한 고소·고발에서 당선인 측의 사건은 빼고 수사한다면 공정성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처음부터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뻔한 사건이었다”며 “친정권인 서울중앙지검장들이 무혐의 결정을 뭉갰고, 박범계 법무장관도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무혐의 결정을 막으려 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권력 수사로 눈 밖에 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채널A 사건을 이용했다”며 “정권과 사기꾼, 친정권 방송 등이 공모한 날조극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8일 사설 갈무리.
마찬가지로 중앙일보는 ‘검찰의 한동훈 괴롭히기 추진 배후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제는 집권 세력과 MBC의 ‘권언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숙제를 검찰이 떠안게 됐다”며 “차제에 검찰은 ‘채널A 사건’이 문재인 정부 비리 의혹을 감추고 권력 실세들을 보호하기 위한 친여 세력들의 조직적 기획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 중앙일보 8일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조국 수사 등으로 ‘눈엣가시’ 같던 윤 총장 체제를 흔들기 위해 한 검사장의 정당한 직무수행에 ‘없는 죄’를 뒤짚어씌우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박범계 법무장관이 무혐의 처분에 “(항고한다니) 아직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두고 “기가 찰 노릇”이라며 “수사과정에서 자행된 반법치 행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2면 기사 ‘한동훈 무혐의에…檢 내부 “중앙지검장 등 요직 복귀할 듯”’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중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현 정부에선 한 검사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한직을 전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새 정부에선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한 검찰 간부의 말을 전했다.
반면 사설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사설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다음 달 취임한다.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하든지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과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기 쉬운 환경을 갖게 된 셈”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8일 사설 갈무리.
이어 “검찰이 신뢰를 잃은 건 권력을 가진 쪽과 갖지 않은 쪽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검사가 스스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한 이유는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을 시정하라는 것이었다”며 “검찰의 기소독점 시대가 끝나고, 수사 범위도 축소된 만큼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각각 견제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2022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3일차인 6일, 미 해군 진해함대 지원부대가 있는 진해를 방문했다.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2022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3일차인 6일, 미 해군 진해함대 지원부대가 있는 진해를 방문했다. 진해를 비롯한 경남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은 세균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미군기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투쟁을 가열차게 벌이고 있다.
행진 시작 전 진해미군세균부대추방 진해운동본부 이종대 집행위원장은 “투쟁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며 “미군 방위사업체 바텔의 채용공고에 진해가 포함되고, 주피터에서 센토로 세균실험계획이 넘어가면서 미군세균실험 문제가 부산, 진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고 진해 미군세균실험실폐쇄 투쟁의 취지를 밝혔다.
진해미군기지 앞에 도착해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전쟁기지반대! 주권회복! 2022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경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재하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벚꽃이 만발한 진해 동네를 행진하며 시민들을 만났고, 진해미군기지 앞에 도착해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전쟁기지반대! 주권회복! 2022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경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2 자주평화원정단의 김재하 단장은 “더 이상 미국의 지배, 미국의 군화 발에 치여 살아갈 수 없다”며 “앞으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전 민중과 함께 지속적으로 본격적으로 해 나갈 것을 결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조형래 본부장은 “평화는 전쟁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전쟁하려는 세력을 몰아 냄으로써 지켜진다”라며 “민주노총 강령에 있듯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자주평화원정단은 사드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대시민 피켓팅을 진행하였다.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마지막 발언으로 진보당 경남도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우리 땅에서 미군은 종이컵 한 컵만 부어도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잃는 위험한 세균무기를 실험하고 있다며 경남에서, 진해에서 가장 앞서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원정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올해 반미투쟁을 결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한 후 사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천으로 이동했다.
자주평화원정단은 사드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대시민 피켓팅을 진행하였다. 이후 저녁에는 김천시민대책위원회와 앞으로의 사드투쟁, 전국적 미군기지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저녁에는 김천시민대책위원회와 앞으로의 사드투쟁, 전국적 미군기지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사드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박정태 공동위원장은 “암환자가 거의 없고 인구가 100명 정도인 마을인데, 2년 전부터 암환자가 9명이나 발생하더니 최근에 5명이 돌아가시고 4명은 투병 중인 상황”이라고 밝히며 주민의 생명에 이렇게 위험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를 반드시 뽑아내는 투쟁에 함께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박성민 활동가는 “개인이 집을 사도 계약서를 남기는데 이 사드는 나라 간의 거래임에도 제대로된 문서 하나 없이 배치된 사드로 불법이다”라며 “당연히 진행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자주평화원정단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드 투쟁을 끝까지 이어나가고 있는 김천대책위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사진제공 - 자주평화원정대]
7일(목) 자주평화원정단은 성주로 이동하여 사드 반입 저지 행동을 함께하며 성주의 소성리 주민 분들과의 연대투쟁을 진행하고, 대구지역의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보고 투쟁할 계획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우크라이나의 선전과 러시아의 고전으로 세계는 신냉전(New Cold War)의 초입에 들어섰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군사 대결 및 경제 제재에 나섰으며,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과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국의 에너지 및 군사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 뉴햄프셔대 교수는 전쟁의 승패는 단순한 군사력의 우위가(힘의 균형) 아니라 병사들의 전투 의지, 국민들의지지 정도, 외부 동맹국의 지원 등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힘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간과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적 '힘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채, 즉 우크라이나의 저항 의지를 과소평가 하고, 지난해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미국의 퇴각으로 잘못 판단한 결과 결정적 궁지에 몰린 반면, 미국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현재의 우월한 입지를 과신해 푸틴 제거나 중국에 대한 포위 강화 등 무모한 시도에 나선다면, 세계는 자칫 핵전쟁의 참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역시 객관적 '힘의 상관관계'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통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레어 교수의 이러한 평가와 전망은 미국의 진보 매체 톰디스패치(https://tomdispatch.com/) 4월 3일 자에 "'힘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 중국의 상황 오판, 그러나 미국이 자제해야 하는 이유(Understanding "The Correlation of Forces" : Why Russia Fumbled in Ukraine, China Lost Its Way, and America Should Exercise Restraint)"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편집자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 상황을 예견하고 분석할 때 '힘의 균형(balance of forces)'이란 말을 흔히 사용한다. 양측의 탱크, 전투기, 군함, 미사일의 보유 현황,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 동원 및 배치 상황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만일 전투 자산이 적의 두 배이고, 양측 지휘관의 능력이 비슷하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대부분의 서방 분석가들은 이러한 계산에 기초해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군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군이 병력 숫자나 전투 장비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앞으로 수 년 간, 군사 이론가들은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군의 충격적 실패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군사 방정식, '힘의 상관관계(correlation of forces)'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힘의 상관관계'는 원래 옛 소련에서 탄생하고 발전된 개념으로 (병사들의 사기 등) 전투의 비물질적인 요소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힘의 균형'과 차이가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어떤 군대가 병력, 무기 측면에서 열세라 하더라도 병사들의 사기가 높고,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으며, 주요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힘의 상관관계'에 의한 분석을 했더라면, 우크라이나가 열세일 것이라는 당초 러시아나 서방 분석가들의 예상과는 다른, 러시아 쪽이 훨씬 불리하다는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의 실제 전개 상황은 '힘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그랬다면 엄청난 오판과 이에 따른 비극을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힘의 상관관계
힘의 상관관계란 개념은 군사 및 전략적 사고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의 에필로그에서 1812년 러시아를 침공했던 나폴레옹의 패배는 카리스마 있는 러시아 군사 지도자의 우월한 지도력 때문이 아니라 조국을 침략한 적을 물리치려는 일반 병사들의 강력한 전투 의지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생각은 나중에 러시아 볼셰비키들의 군사 독트린에 흡수됐다. 볼셰비키는 전쟁을 결정하는 데 있어 병력과 무기뿐만 아니라 양측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정도, 일반 국민의 지지 정도를 면밀히 계산했다. 예를 들어 1917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후, 트로츠키가 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한 '혁명전쟁' 수행을 주장한 데 대해 혁명지도자 레닌은 힘의 상관관계가 불리하다며 독일과의 전쟁 지속에 반대했다. 레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각적인 혁명전쟁을 벌이자는 주장의 핵심은 아름답고 장엄하며 선함에 대한 인류의 소망에 부응해 궐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회주의 혁명이 막 시작된 현 단계, 계급의 힘과 물질적 요소들의 객관적 힘의 상관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레닌 시대의 볼셰비키들에게 힘의 상관관계는 물질적 요소와(양측의 병력과 무기의 규모) 정신적 요소(계급의식의 정도 등) 모두에 대한 평가에 바탕을 둔 '과학적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1918년 레닌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가련한 러시아 농민은 즉각 중요한 혁명전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객관적 힘의 상관관계를 무시하는 것은 치명적 실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1918년 3월 막대한 영토를 포기하면서까지 독일과 단독 강화를 체결하고 1차 대전에서 발을 뺐다.
이후 스탈린 독재 하의 소련 공산당에서 힘의 상관관계는 당의 중요한 신조 중 하나가 되었고, 이들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길 것으로 확신했다. 흐류쇼프와 브레즈네프가 이끌었던 1960년대와 70년대, 소련 지도자들은 세계 자본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에 접어든 반면 사회주의 진영은 '제3세계' 혁명 정부의 가세로 결국 세계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러한 소련의 낙관주의는 1970년대 말까지 이어졌는데, 마침 이때부터 제3세계의 사회주의 물결은 퇴조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프가니스탄 공산정부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저항이었다. 소련이 지원하는 카불의 인민민주당 정부가 이슬람 저항세력(무자헤딘)의 도전을 받자 소련은 아프간을 침공해 점령했다. 이후 10년간 소련은 점점 더 많은 병력과 무기를 투입했으나 끝내 무자헤딘 격퇴에 실패했다. 결국은 소련군은 패배한 채 1989년 아프간에서 철수했고, 2년 후 소련 자체도 붕괴했다.
소련이 끝없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군사 개입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전략가들은 소련 지도자들이 힘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증거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소련의 취약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아프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공 전사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대주면서 친소련 정부를 공격하도록 지원했다. 이른바 레이건 독트린이다. 중앙정보국(CIA)이 구축한 비밀 통로를 통해 엄청난 양의 무기가 무자헤딘과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 등에게 제공됐다. 이러한 비밀공작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소련 지도부에게는 커다란 골칫거리가 됐다.
이미 1985년 당시 국무장관 조지 슐츠가 자랑했듯이, 소련 지도부는 미국의 베트남전쟁 패배로 "세계적 힘의 상관관계가 소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게 됐지만 이후 아프간 등에서의 미국의 비밀공작으로 "이제 '힘의 상관관계'는 다시 미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실제로 소련의 아프간전쟁 패배는 힘의 상관관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였다. 소련 병사들을 훨씬 능가하는 무자헤딘의 전투 의지, 전쟁에 대한 소련 및 아프간 국민의 낮은 지지, 그리고 CIA에 의해 제공된 막대한 외부 지원 등의 요소를 간과한 탓이다.
그러나 교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역시 아랍 출신의 지원병들을 무장시키고, 이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지휘 아래 국제 지하드 조직, 즉 알카에다를 결성하도록 허용한 것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9.11테러를 감행했고, 이는 자그마치 20여년에 이르는 '테러와의 전쟁'을 초래했다. 미국은 지난 해 8월 대테러전쟁을 종료했으나 테러 위협은 제거하지 못했으며, 수 조 달러의 전쟁 자금을 탕진했고 군대는 약화됐다. 미국 지도자들 역시 2001년 자신의 아프간전쟁을 시작하면서 소련의 패배를 초래한 요인들을 무시함으로써 32년 후 똑같은 운명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철군하는 과정에서 자살폭탄테러로 전사한 미군의 관을 미국 해병대원들이 수송기 안으로 운구한 뒤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푸틴의 우크라이나 오판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된 푸틴의 오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것들이 얘기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번 침공과 관련된 힘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점, 특히 이러한 실수의 원인은 푸틴이 지난 해 미군 아프간 철수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 특히 공화당 내 네오콘 분파와 마찬가지로 푸틴과 측근들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아프간 철수를 미국이 약해졌다는, 특히 서방 동맹이 해체되고 있다는 결정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미국의 힘이 전면적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나토 동맹국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됐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 대외정책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다"고 러시아 국회의장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말했고 다른 고위 지도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푸틴과 핵심 측근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할 수 있다고 믿게 됐는데, 이것이야말로 세계적 상황에 대한 근본적 오판이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군 고위 지휘관들은 아프간에서 발을 빼길 원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훨씬 더 중요한 과제에 미국의 힘을 집중시키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봉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아시아 및 유럽과의 군사동맹을 재활성화 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2021년 5월 발표된 '국가 안보 전략 지침'에서 확인된다. 보고서는 "앞으로 미국은 수 천 명의 인명과 수 조 달러의 자금을 낭비한 '영구 전쟁'을 해서는 안 되며,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미국은 "적을 억지하고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며...(이를 위해) 인도태평양과 유럽 지역에서 미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오판의 결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측근들이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취약하고 분열된 서방이 아니라 새로운 활기를 얻은 미국-나토 동맹이 단호한 의지로 우크라이나에 핵심 무기를 공급하는 한편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병력이 폴란드를 비롯해 러시아에 인접한 '최전선 국가'들에 배치되면서 러시아의 장기적 안보는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러시아의 지정학적 계산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독일이 이제까지의 평화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나토 방침에 전면 동참하는 한편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푸틴의 최대 오판은 러시아 군과 우크라이나 군의 전투 능력 평가에 있었다. 푸틴과 측근들은 자신들이 보낸 군대가 과거 (나치 군대를 물리친) 소련의 적군과 같은 막강 병력이라고 확실히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2022년의 러시아 군은 그보다 훨씬 약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침공하는 러시아 병사들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하거나, 아니면 저항하는 시늉만 하다가 곧바로 항복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점이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가. 침공 직전 푸틴의 연설에는 바로 이러한 (잘못된, 그러나 확고한) 믿음이 드러나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사실상 러시아인과 같은 한 민족이며 진군하는 러시아 군을 "해방군"으로 환영할 것이라는 믿음.
무엇보다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보내진 러시아 병사들이, 단 며칠 분의 식량과 연료와 탄약만을 지급받았을 뿐이며, 따라서 장기간의 전투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이들 병사들의 사기가 매우 낮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반면 자신의 가족과 조국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들은 길고 느려터진 보급 탓에 사기가 떨어진 적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우리는 또한 러시아의 고위 정보 관리들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의 정치, 군사 상황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보고함으로써 푸틴으로 하여금 단 며칠의 전투만으로 적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침공 이후 푸틴은 세르게이 베세다(KGB의 후신인 FSB의 대외 정보 담당 책임자)를 비롯해 정보 관리 몇 명을 체포하도록 했다. 체포 이유는 국고 횡령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해외로 망명한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크친은 이들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과 관련해 신뢰할 수 없고, 불완전하며, 부분적으로 날조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잘못된 상황 평가
역사적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외부의 적과의 관계에서 힘의 상관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쟁 당시 중국은 북베트남에 상당한 정도의 군사 지원을 하면서도 미국이 반격의 필요성을 느낄 만큼 적대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마찬가지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무력의 의한 통일 시도는 자제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우월한 미국과의 전면 전쟁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중국 지도부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나 침공 이후 양 측이 치열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중국 지도부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틀림없이 자국의 전투 능력에 관해 중국 측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가 러시아의 침공,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이라는 일련의 사태 전개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서방 측 정보기관이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거 배치되고 있으며 이는 침공의 전조라는 결론을 내렸듯이 중국 정보기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푸틴의 전면 침공 조짐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은 이는 단순한 선전 목적일 뿐이라는 모스크바 측의 주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그 결과 미국과 기타 서방 국가들이 침공 직후 자국민을 해외로 대피시킨 데 반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내에 있던 자국민 수 천 명을 탈출시키지 못했다. 나아가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사소한 치안 유지 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중국 정부는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및 유럽의 격렬한 반발을 너무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고위 지도부 내의 정책 토의 내용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아마도 이들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군 아프간 철수의 의미를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중국은 미국이 세계적 관여에서 퇴각하고 있다고 본 것 같다. 예를 들어 관영 환구시보(Global Times)는 2021년 8월 "만일 미국이 아프간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중국과 같은 강대국과의 경쟁에서 어찌 이길 수 있다고 하겠는가?"라면서 "탈레반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아프간을 장악한 것은 미국이 지배적 강국 간의 대결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오판-러시아 침공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비 강화는 중국의 판단이 틀렸음을 보여준다-으로 말미암아 중국 지도부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베이징에 대해 러시아에 물자 지원을 하지 말 것과 서방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러시아의 중국 은행 이용을 허용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면서 어색한 처지에 몰렸다. 지난 3월 18일 시진핑 주석과의 영상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만일 중국이 러시아에 물자 지원을 할 경우 엄중한 결과가 뒤따를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도 여기에는 러시아 기업이나 기관들을 위해 일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됐을 것이다. 바이든이 중국 지도자에게 그러한 최후통첩을 날려도 괜찮다고 느꼈다는 것은 이제 워싱턴이 위험스러울 정도의 정치적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자신감의 원천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무력해졌다는 데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 1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라 그랑주 빌라'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하라
실제로 오늘날 세계적 힘의 상관관계는 미국에 유리해졌다. 그러나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이러한 상황 변화를 우리 모두는 우려해야만 한다. 주요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반발해, 또는 중국의 부상을 우려해 미국 주위로 결집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주요 적대국들의 미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분할 점령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앞으로 러시아의 위상은 분명히 축소될 것이다. 석유 수입에만 의존하는, 침공 이전에도 이미 취약했던 러시아는 서방 세계와 단절된 채 영원한 후진성 속에 저주받게 될 운명이다.
이미 러시아는 축소됐고, 이 무너져가는 나라를 주요 파트너로 삼아 그토록 높은 기대를 걸었던 중국도 같은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더 큰 모험에 나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예컨대 러시아의 "정권 교체" 또는 중국에 대한 포위 강화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3월 26일 푸틴에 대해 "이 자를 권좌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바이든의 발언은 그러한 미래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이후 백악관은 "푸틴이 이웃 나라에 힘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발언 의미를 정정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최근 들어 국방부 관리들이 대만은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국의 핵심 국익 수호에 핵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공공연히, 여러 차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고 대만을 독립국가로 공식 인정하며 미국의 군사적 보호망 속에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수 개 월 동안 이러한 움직임의 독실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다. 아직도 미국이 지구의 유일한 초강대국이라고 꿈꾸고 있는 워싱턴의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적들을 쳐부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과잉 팽창(overreach)-미국의 능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험과 이에 따른 새로운 재앙-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진정한 위험이다.
러시아에 대한 정권 교체 시도는(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하고 있는 많은 외국 정부들로 하여금 미국에 등을 돌리게 할 것이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대만을 갑작스럽게 미국의 군사적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미국도 중국도 원치 않는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힘의 상관관계는 미국에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까딱 잘못했다간 이런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의 세 "강대국"들이 각각 그들이 직면한 힘의 상관관계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러시아의 고위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한 강대국의 과잉 팽창이 초래할 그 무시무시한 결과에 대해 마땅히 우려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74)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평가받는다. '자유무역협정(FTA)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대표적인 통상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외교통상부 등에서 차관이나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그러한 평가들을 뒷받침한다.
특히 한 후보자의 고위공직 이력이 보수-진보정부에 모두 걸쳐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수정부인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과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주미대사, 진보정부인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장관급),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에 발탁됐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는 민간기관이긴 하지만 경제5단체인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지냈다.
한 후보자는 이렇게 보수-진보정부를 넘나들며 고위직에 중용됐다. 중용된 이유로는 경제정책에 대한 실력과 철저한 자기관리, 성실함 등이 거론되지만, 일부에서는 "출세한 기회주의 관료"(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적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유독 문재인 정부에서의 공직이력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21년 3월부터 민간기업인 에쓰오일(S-Oil) 사외이사를 지낸 정도다. 4개 정부에 걸쳐 고위공직에 올랐던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용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1년에 펴낸 <문재인의 운명>(북팔)에 그 실마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2주기 직후인 지난 2011년 6월에 <문재인의 운명>을 펴냈다. 그가 회고록 성격의 책을 펴내기로 결심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가 역사에 반면교사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에서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증언을 남기기는 필요하다"라는 생각에서였다.
<문재인의 운명>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관한 문 대통령의 증언이 포함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로 이어지며 이명박 정부를 위기로 몰아간 사안이었다.
이 책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 3월 29일 한미정상(노무현-부시)간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관련 발언의 전문을 소개했다. 발언의 핵심 요지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더해서 미국의 사료금지조치의 이행상황이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정도, 국내법상의 수입위생조건의 기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폭과 시기를 결정하고,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가들의 개방 정도와 시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하고(5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SRM(특정유해물질)이 포함된 척추뼈와 등뼈가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이 중단됐다(8월, 10월). 이와 함께 일본과 홍콩은 각각 20개월령 미만(뼈 포함)의 쇠고기와 30개월령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며 12월까지 수입 개방을 확대하지 않았고, 수입 개방 확대를 위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노무현 정부 임기 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확대를 추진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증언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개방파 관료들은 끊임없이 참여정부 임기 내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개방 폭을 확대해 보려고 추진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물론 청와대 내 정무분야 참모들은 반대였다"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2007년 4월~2008년 2월)에 발탁되기에 앞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2006년 8월~2007년 3월) 겸 대통령 한미자유무역협정 특보를 역임한 바 있다.
한덕수·김종훈, 대통령이 결론 냈는데도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에게 '재검토' 요구
당시 노 대통령은 2007년 12월 24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논의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조치를 1단계와 2단계로 나누고, 1단계에서는 30개월 미만에 국한해서 OIE 기준을 수용하고, 2단계에서는 미국 측이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공표하면 OIE 기준을 완전 수용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최종 내린 결론은 이렇다.
-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제한 해제는 광우병에 관한 국민의식, 주변국들의 협상, 동향 등을 감안하여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 - 30개월 미만 뼈 있는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것만 해도 큰 양보이므로 미 측이 이를 수용하겠다고 하면 그 문제에 대해서만 협의를 진행할 것. - 30개월 이상의 수입허용은 현 단계에서는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할 것. - 쇠고기문제를 국내 FTA 비준 전에 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함. 그럴 경우 FTA 비준 동의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미국의 조기 비준도 보장 못함. (<문재인의 운명), 371쪽)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개방파 관료들"이라고 지칭한 한덕수 총리와 김종훈 본부장은 대통령의 최종 결론이자 노무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렇게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후에도 한덕수 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문제를 다시 한번 재검토할 것을 나와 정책실장에게 요청해왔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성경륭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1월 21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정무관계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결론은 지난 2007년 12월 24일 노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 회의에서 내린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두 번에 걸쳐 청와대를 방문해 노 대통령을 만났다. 이명박 당선자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도와줄 것'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임기 중에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를 먼저 풀면 국회의 FTA 비준에 엄청난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 FTA 비준을 먼저 하고 쇠고기 협상은 뒤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고, 쇠고기 협상은 미국 측의 FTA 비준 통과와 맞교환하는 식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명박 당선인도 그 자리에서는 그와 같은 노 대통령의 말에 공감을 표한 바 있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쇠고기 파동은 이미 참여정부 말부터 개방파 관료들이 추진하려던 것이었다"라며 "그리고 그 추진에 앞장섰던 한덕수 전 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오랫동안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우연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한덕수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2009년 3월~2012년 2월)에 발탁됐다. 전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인사가 주미대사에 중용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김종훈 전 본부장은 통상교섭본부장(2007년 8월~2011년 12월)에서 유임됐고, 이후 새누리당에 입당해 19대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서 미국 쪽에 기울어졌던 행보와 함께 한 후보자가 지난 2009년 5월 노 대통령의 서거 당시 조문하지 않은 것도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받지 못한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23일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5월 29일까지 7일간 국민장이 치러졌다. 당시 한 후보자는 59명의 장의위원회 고문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조문은 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 한 후보자는 주미대사로서 미국에 있었지만, 장례가 7일장이었다는 점과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라는 고인과의 인연을 생각할 때 아예 오지 않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 총리 불가론'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는 김기만 전 청와대 춘추관장(전 문재인 대선후보 언론특보, 전 <동아일보> 기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노 대통령 장례식이 7일 동안 진행됐는데 한 후보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노무현 정부 총리를 지낸 분이 이명박 대통령 눈치를 보고 노 대통령을 문상하지 않은 것은 용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분(한 후보자)이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으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 불참했으니 인륜을 크게 거슬렀다"라며 "이분의 삶의 궤적과 가치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가정폭력이 부부싸움이고, 불법촬영물이 국산야동이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이관될 뿐 폐지는 아니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성평등 관점없는 업무이관 반대한다! 성평등 관점없이 여성폭력 해결없다!”
7일 오후 2시 서울 통의동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지키겠다는 윤 당선자와 인수위에 경고하기 위해 여성들이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집회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사이버성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를 일선에서 만나고 있는 전국의 현장 단체 535곳이 모여 공동행동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깊다.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성차별임을 몸소 겪은 이들이다. 인수위 앞에서 색색의 단체 깃발을 펄럭이며 현장 단체와의 만남을 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현장의 열기는 봄볕보다 뜨거웠다. 유튜브 생중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주최 측 추산 온·오프라인 1천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하기 좋은 날씨”라는 발언에 그동안 홀로 삭혀왔을 분노가 함성으로 터져나왔다. “오늘은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심판 받을 것”이란 발언에 가장 큰 환호가 쏟아졌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정부 조직개편 논의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겠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유보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이들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여가부 장관을 꼭두각시 세워두면 뭐하나”라며 “달라진 건 없다”고 지적했다. 도경은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활동가는 “자신의 행보에 용이하고자 정부 조직개편을 지방선거에 이용한다”라고 비판했다. 최현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활동가는 “주워담기 민망해도 기회 줄 때 정권교체용 공약을 철회하라”고 꼬집었다.
“법무부로 업무 이관? 사법제도 바깥 여성 폭력 많아”
여가부 업무를 법무부·복지부 등 각 부처로 이관한다는 인수위 측 논의 방향에 참가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의 경우 법무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큰데, 사법제도 안에 포섭되지 않는 여성 폭력 피해자가 많다는 취지다.
성매매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한 활동가는 대독을 통해 “현행법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검색하면 성매매 합법화란 연관 검색어가 뜬다. 현장에서 곧 성매매특별법이 폐지되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성매매를 성착취로 보고 탈성매매를 지원한다. 여가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착취를 착취’라고 우리도 목소리 낼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뜨락의 허순임 시설장은 “가정폭력방지법은 피해자 인권보호가 아닌 가정 보호가 목적”이라며 “신고해도 99%가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2019년 기준 가해자 구속률은 4만여 건 중 단 1%인 5백여 건이다. 법무부 피해자 지원 시스템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도경은 활동가는 “폭행·협박만 성폭력이라는 현행법에서 강간 피해자는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증명하며 2차 폭력에 시달린다. 데이트폭력은 범죄 행위에 따라 개별 죄목으로 다뤄져 친밀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법조항을 유지해 사실상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짚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무화 활동가는 “(법무부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해선)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고소해 사건화돼야 하고, 가해자가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으면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며 “사법제도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게 여가부”라고 강조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장애여성, 이주여성 등은 피해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주최 측은 인수위 측에 집회가 끝난 뒤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 방지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면담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