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일 토요일

어린이다움, 어른 말 잘 듣거나 값싼 노동력이거나

 등록 :2021-07-03 17:47수정 :2021-07-03 17:53


[토요판]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⑩ 어린이를 평가하는 이중잣대

아이를 ‘부족한 인간’으로 얕보지만
‘성장 중’인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어른들 편리한 대로 행동하기 요구

윌리엄 호가스,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 1742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내셔널 갤러리.
윌리엄 호가스,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 1742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내셔널 갤러리.

13살에 데뷔한 가수 보아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소개했던 일화다. 데뷔 당시 인터뷰에서 리포터가 “티브이(TV)에 나오면 13살다운 생활은 잘 못 할 것 같다”고 질문하자 13살 보아는 “아쉽다”면서도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한마리 토끼라도 잡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이상 야무진 대답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게 바로 문제였다. ‘뭔 애가 말을 저렇게 하냐’, ‘애늙은이 같다’는 악성 댓글이 무수하게 달린 것이다. 33살의 보아는 과거의 영상을 보며 “욕을 많이 먹었다. 저 이후로 내 입으로 ‘두마리 토끼’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상처받았을 어린 시절의 내게 약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악플 테러 이후 그녀는 ‘보아답게’가 아닌 ‘어린이답게’ 행동해야 했다는 얘기다.


‘어린이답게’란 무엇일까? 어른이 정한 테두리에 있으라는 말이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어수룩할 정도의 순진함을 기대하는데, 그 기대의 테두리를 넘어서면 당장 ‘어린이스럽지 않다’는 판결이 내려진다. 대체로 어른은 어린이를 독립 개체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 눈에 비친 어린이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미숙한 존재이고, 어른의 소유물이며, 과도기의 인간일 뿐이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도 책 <어린이, 세번째 사람>에서 다음과 같이 짚었다. “어린이는 아직 성장을 완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율성과 독자적 정체성을 부정당하면서 ‘나중에’ 말하라거나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를 받는다. 크면 다 해주겠다는 말,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린이의 힘을 유예시키고 창조적 도전을 저지하려는 순간에 만능 칼처럼 사용된다.” 이런 상황이니 ‘어린이답게’라는 말은 ‘부족한 인간’답게 행동하라는 말과 다름없지 않을까.


상류층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
몸 압박하는 어른 옷 그대로 입혀
‘얌전히 있으라’고 한 관습 보여줘

아이의 몸을 ‘규율’한 코르셋과 슈트

새삼 놀라운 것은 ‘부족한 인간’이라며 어린이들을 얕보았던 어른들이, 정작 어린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때는 어른이나 다름없게 대했다는 점이다. ‘성장 중의 인간’인 어린이는 모든 것이 어른 중심으로 맞춰진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신이 편리한 대로 어린이들을 대해왔다. 가슴엔 순수한 동심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행동은 어른처럼 하기를 어린이에게 요구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아동기’라는 개념도 탄생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의 책 <아동의 탄생>에 따르면 사회적 제도로서의 아동기는 18세기에야 비로소 발전했다. 즉 핵가족과 근대 학교 교육이 확립되기 전, 아동기는 생애주기에서 성인 기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당시 아이들의 복장은 그것을 명확히 입증해준다. 이 시절 아이들은 같은 신분의 성인 남성과 성인 여성처럼 옷을 입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1697~1764)의 1742년 작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에서 ‘아동복’ 개념이 없던 시절의 어린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 아이들은 영국 왕 조지 2세의 전담 약사였던 대니얼 그레이엄의 네 자녀다. 가운데 두 딸은 당시 만 9살의 헨리에타 캐서린과 만 5살의 애나 마리아. 하지만 두 아이는 마치 성인 여성처럼 고래 뼈로 만든 딱딱한 코르셋을 입고 부풀린 치마 아래 뾰족한 구두를 신고 있다. 소년도 마찬가지다. 오른쪽에 버드 오르간(bird organ)을 가지고 놀고 있는 만 7살의 리처드 로버트는 조끼를 받친 꽉 끼는 슈트를 입고 스타킹을 신고 있다. 심지어 왼쪽에 황금빛 새 장식이 있는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기마저도 뻣뻣한 옷을 입고 있다. 아이들은 과연 이 차림으로 편하게 몸을 움직이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을까? 아니, 옷은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규율관 역할을 했다. 아이들에게 옷은 ‘얌전히 있으라’고 경고하는 어른의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에 따라 어른 옷을 입은 채 성장한 어린이들은 여러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옷이 몸을 압박해서 음식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여아의 경우 코르셋 마찰로 피부에 상처를 입기도 했으며, 심한 경우 갈비뼈와 척추가 변형되었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른 옷을 아이에게 입히는 관습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왜냐하면 이 불편한 옷은 육체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사회적 신분과 계급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은 당대 영국 상류층이 아이들을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증표로 삼은 흔적인 셈이다.


‘버찌를 든 소년’ 가난한 주인공
설탕 도둑질 탄로나 세상 등졌지만
어머니는 아들 목맨 밧줄 팔 생각만

착취와 매질도 허용된 ‘작은 어른’

그렇다면 빈곤계층 아이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작은 어른’으로 여겨졌다. 어른처럼 한명의 인간으로 존중받았다는 게 아니라, 어른처럼 노동해야 했다는 의미다. 가난한 집 아이의 삶은 성인 노동자로 성장하기 위한 ‘도제살이’나 다름없었고, 아이도 스스로를 도제 단계를 거치게 될 미래의 어른으로 보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노동 착취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1918년 소비에트 가족헌장은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아예 입양금지 조항을 만들기도 했다. 러시아 농민들이 아이를 입양 형식으로 데려와서 노동력으로 가혹하게 부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산업혁명 시대 공장의 노동자로 취직한 아이들의 상황은 더 비참했다. 자본가들은 값싼 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아동의 고용을 더욱 선호했고, 그 착취의 현장에서 학대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시 아이들은 심한 경우 하루 최대 19시간을 일해야 했지만, 식사 시간을 포함해 단 1시간만 쉴 수 있었다. 지각을 하면 일당이 4분의 1로 줄었으며, 매질도 견뎌내야 했다.


에두아르 마네, &lt;버찌를 든 소년&gt;, 1858년께, 캔버스에 유채, 포르투갈 굴벤키안 미술관.
에두아르 마네, <버찌를 든 소년>, 1858년께, 캔버스에 유채, 포르투갈 굴벤키안 미술관.

프랑스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그림 <버찌를 든 소년>에 등장하는 알렉상드르도 밥벌이에 나선 아이였다. 그림 속 알렉상드르는 체리 한 다발을 받아들고 돌담에 기대어 해맑게 미소 짓고 있지만, 실제 알렉상드르의 생활은 고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알렉상드르는 자신의 입을 덜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아이였다. 마침 마네의 화실이 집 근처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알렉상드르는 마네의 일을 도우며 돈을 벌게 되었다. <버찌를 든 소년>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붓을 씻거나 심부름을 하던 알렉상드르는,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부르주아였던 마네의 화실에 넘쳐나던 설탕과 음료수를 맛보고 싶은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이를 몰래 훔친 것이다. 도둑질은 금세 탄로 났고, 마네에게 모질게 야단을 맞은 알렉상드르는 그만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네의 화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죄의식에 시달리며 주검을 끌어내려야 했던 마네는 경찰의 심문을 받은 후 알렉상드르의 가족에게 그 소식을 전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예상과 너무도 달랐다. 알렉상드르의 어머니는 슬퍼하기보다는, 아이가 목을 매는 데 사용한 밧줄을 손안에 넣는 데 혈안이었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돈이 되는’ 이 밧줄을 여러개로 자른 다음, 이웃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목을 매단 밧줄은 행운을 가져온다’는 미신이 당시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상드르의 어머니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알렉상드르를 특별히 미워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당시 빈곤계층 아이들은 가정에서 그 정도의 위치였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상당수 어린이가 성인이 되기 전 목숨을 잃었고, 부모는 이를 가슴 아파했지만 곧 다른 자식을 갖게 되면서 쉽게 잊곤 했다. ‘일종의 익명 상태’, 이것이 바로 당시 어린이가 맞닥뜨리는 현실이었다. 피터 스턴스의 책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에는 어른들이 주도하는 사회 속에서 어린이들의 지위가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 촘촘히 기록돼 있다. 생산력이 떨어지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식량부족을 이유로 살해되거나 죽도록 방치됐고, 원거리 교역이나 대륙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노예로 팔려 나갔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소년병으로 분쟁지역에 동원되기도 했다. 성인(成人)이란 낱말부터가 ‘사람이 된다’는 의미이니 역으로 생각하면 성인이 되기 전 어린이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오죽했을까.


아이를 왕처럼 키우는 지금은?

물론 요즘 어린이는 옛날 어린이의 처지와 같지 않다. 누군가 ‘어린이를 사람답게 대접하라’고 말한다면, 많은 이들이 코웃음 칠 것이다. 요새 아이들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르장머리가 없을 정도인데, 무슨 어이없는 말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당장 호가스, 마네의 그림 속 아이들과 요즘 아이들의 상황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현대의 아이들은 신체 발달에 맞춘 ‘아동복’을 입고 자라며, 만약 어른이 아이에게 힘든 노동을 시키면 바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왕처럼 키운다’는 우리 사회에는 희한하게도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이 넘쳐난다. ‘잼민이’, ‘급식충’이라는 단어는 어린이를 업신여기는 전형적 표현이고, 초보자 혹은 입문자를 일컫는 ‘주린이’, ‘캠린이’ 등 ‘○린이’라는 표현은 어린이란 본래 어설프며 서투른, 덜된 존재라는 속뜻을 담고 있다. 심지어는 어린이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노키즈존’도 곳곳에 존재한다. 수심 깊은 수영장처럼 안전을 위해서 아이의 출입을 막는 게 아니라, 단지 어른들의 ‘기분권’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출입을 통제한다. ‘노키즈존’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이미 ‘키즈(어린이)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는 폭력적 시선이 읽힌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어린이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13살 보아는 비난받았는데, 또 ‘어린이스럽다’는 이유로 어린이는 문전박대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어른들은 옛날과 달라서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지’라고 하면 과연 그 말이 신빙성 있을까? 어쩌면 어른처럼 ‘되바라지지’ 않으면서도 어른처럼 ‘착하게 단정히 있는’ 아이들만 존중하겠다는 뜻은 아닐까.


작가 박선영은 책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책임(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리스폰시빌리티’(Responsibility)가 응답(response)과 능력(ability)의 결합으로 이뤄진 합성어라는 사실은 절묘하다. 육아서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반응하는’(responsive)인 이유이기도 하다.” 박선영의 말처럼, 어른들은 아이에게 반응해야 한다. 단, 어른 중심의 잣대를 버리고, 아이의 관점에서 말이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우주이지만, 아직 어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면, 이제 어른들이 먼저 ‘응답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관용과 기다림을 자양분 삼아 괜찮은 어른으로 차츰차츰 자라날, 그런 ‘작은 인간’들의 목소리에.
▶ 이유리 작가. <화가의 출세작> <화가의 마지막 그림> 등 예술 분야의 책을 썼고,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한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을 묶어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을 냈다. 이번엔 그림을 매개로 인간 사회에 작동하는 다양한 층위의 권력관계를 드러내고, 여기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3주에 한번 다룬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1990.html?_fr=mt1#csidx6986bf5010236cb80bcea357244098c 

중산층으로 살다 한 발 헛디뎌 고시촌으로 돌아온 어느 중년의 이야기

 [6411 사회극장 ④] 고시원에 사는 중년 남성들

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노회찬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협력 운영하고 소셜 디자이너 '두잉'이 진행하는 '6411 사회극장'입니다.


'사회극'은 집단이 공유하는 문제를 탐색하는 작업입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기초해 역할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인식의 개선과 확산 때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합니다. 심리상담 전문가가 이 과정을 함께합니다.


'6411 사회극장'을 준비한 우리는 '사회극'을 통해 올 한해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조명하려 합니다. 이를 기록으로 남겨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 합니다.


 

어쩌면 당사자들의 시선 속에 그들의 삶을 개선할 소중한 단서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번째 기록은 고시원에 사는 중년 남성들과 함께한 사회극입니다. 


중년이 돼 돌아온 고시촌...1.5평 방에 공용 부엌도 없어


 

장주영(가명, 60)씨는 2년 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으로 돌아왔다. 그는 20대 때 5년 동안 이곳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일방향 통행길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윗동네에는 옛 고시원들이 남아있다. 사는 사람은 바뀌었다. 전국 고시원 평균 월세는 33만 4000원(2018년 국토교통부 실태조사), 사법시험이 폐지 된 뒤 이곳엔 그 평균 월세조차 감당할 수 없는 40~60대 독거 중년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주영 씨는 보증금 없이 월세 15만 원인 1.5평짜리 방을 잡았다. 이불을 깔려면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야 했다. 공용부엌도 없었다. 화기는 절대 금지였다. 밥은커녕 라면도 끓여먹을 수 없었다. 40년 전엔 고시원에서 계란프라이와 소시지도 줬는데 다 사라졌다. 10여명이 사는 한 층에 화장실 하나, 샤워기 한 대, 세탁기 한 대가 다였다. 에어컨은 복도에만 있었다. 여름엔 다들 방문을 열고 살았다.


 

대학동 고시촌으로 돌아온 뒤 6개월 동안 그는 고시원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아팠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당뇨 탓에 식사조절을 해야 했지만 엄두도 못 냈다. 한끼에 3500원 정도 하는 식당에서 사먹거나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 '해피인'에서 공짜 점심을 먹었다. 점심과 함께 받은 빵은 저녁을 위해 남겨뒀다.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쳤다. 중산층에서 한발 헛디디니 허방이었다. 시작은 부인과 갈등이었다. 함께 학원을 운영했다. 재산은 모두 부인 명의였다. 그는 맨몸으로 집을 나왔다. 그 6개월 동안 그는 자살을 생각했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고 부인이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도 받을 수 없었다. "창피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가 고시촌으로 돌아오기 전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해피인'에서 자꾸 찾아왔다. 이들을 도와 마을 전시회를 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보니 사는 재미가 살아났다. 2년 전엔 '해피인'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이 20~30명이었는데 그새 100명으로 늘었다. 아는 얼굴도 있었다. 40년 전 고시공부를 하던 '형님'은 70대가 된 지금도 고시원에 살았다. 사람들이 보였다.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여기 아니면 더 갈 곳이 없다는 건 같았다. 혼자 살며 대체로 몸이 아프다는 점도 비슷했다. '수급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노인도 청년도 아닌 이들은 복지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난 4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윗동네에 '참 소중한...' 센터를 열었다. 공용부엌이 없는 고시원 거주자들이 이곳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탁구도 쳤다. '참 소중한...' 센터 이영우 신부 등과 함께 주영 씨는 '소행모(작은 행복을 모으는 모임)'를 꾸렸다. 윗동네 주민 20여 명이 참여한 자조모임이다. 함께 나무 상자를 만들고 꽃을 심어 꽃길을 만들었다. 사진 강의도 같이 들었다. 연말엔 사진전도 열 계획이다. 대학동 기록을 남기려고 소식지 만들려고 한다.


▲ 서울 시내의 한 고시원. ⓒ연합뉴스

"갈 곳 없어 왔지만 이곳이 제2의 고향"
 


지난 6월 24일 주영 씨는 '참 소중한...' 센터에서 열린 '6411 사회극장'에 참여했다. 그를 포함해 윗동네 주민 8명이 모였다. 참여자들은 자신과 이웃의 모습을 담은 가상의 주인공을 상상해 즉흥극을 만든다. 그 즉흥극 안에 기쁨과 슬픔, 바람을 담는다. 이 '상상 놀이'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최대헌 '심리상담 청자다방' 대표, 오진아 '소셜디자이너 두잉'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주영 씨는 홍길동이란 인물에 자기 삶을 담았다.


 

"제 이름은 홍길동이에요. 고시촌이 만들어질 초창기에 이 동네에 살았어요. 몇 년 전에 인생의 쓴 맛을 보고 돌아왔어요. 오갈 데가 없었어요.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저는 이곳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해요."

참가자들은 각각 주인공을 떠올렸다.
 


"제 이름은 이도령. 12년 전에 이곳에 왔어요. 저는 몸이 굉장히 안 좋아요."


 

"제 이름은 갑돌. 나이는 60대 초반이에요. 고시 공부하러 들어왔다 여기 눌러 앉게 됐어요. 고시원 일 봐주고 잡일도 하면서 살았는데 노후가 걱정이에요."


 

"김호탕이라 불러주세요. 나이는 50대 초반이라고 하죠. 이름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오래 전에 사시를 준비했는데 1차 붙고 2차 떨어지고를 반복했어요. 돈 떨어지면 지방 내려가 돈 벌어 다시 돌아오는 생활을 거의 10년 한 거 같아요. 나이가 드니 아예 이곳을 떠나 지방으로 가야할지 고민 중이에요."


"순돌이에요. 40대 중반이고요. 사장이 임금을 안주고 날랐어요. 돈이 없어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어요."


"막우입니다. 50대 초반이고요. 여기 온 지 3년 됐어요. 30대까지 잘 나갔어요. 40대에 학원을 차렸는데 무리하게 확장하다 접게 됐어요. 학원 강사로 일했는데 나이가 드니 버티기 힘들더라고요. 그 뒤에 보험, 부동산 중개업 일도 했어요. 경제적 문제가 풀리지 않아 주거비가 저렴한 이곳에 왔어요."


 

"최 씨라고 불러주세요. 40대 중반이고요. 고향이 신림동이에요. 사업했는데 동업자가 돈을 갖고 날라 쫄딱 망했어요."


 

"60대 후반입니다. 이름은 이선비고요. 다니던 회사가 부도 나버렸어요. 다른 데선 방을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버스 타고 이리저리 다니다 여기 내렸어요. 방값이 정말 싸더라고요.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려고요. 동네 사람들하고 소통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어요."


 

사회자는 참여자들에게 누구 얘기를 더 듣고 싶은지 물었다. 다들 주영 씨를 가리켰다. 주영 씨의 홍길동이 오늘 사회극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의 쓴맛, 그건 죽을 맛이었어요.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였죠. 여기 다시 온 날, 그날 기억이 없어요. 날씨가 어땠는지 그런 걸 기억할 정신적 여유가 없었어요. 아들 둘과 아내가 있는데 관계가 깨졌어요. 형이 한 분 계시고요." 


홍길동은 어느새 주영 씨 자신이 됐다.


 

사회자는 주영 씨에게 아이들과 아내, 형,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 자신의 역할을 맡을 참여자를 뽑아보라고 했다. 무대에 주영 씨를 포함해 6명이 섰다. 사회자는 주영 씨에게 "이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어떻게 서 있을 거 같냐"고 물었다. 주영 씨는 자기를 이해하는 작은 아들 역할을 맡은 이를 자기를 바라보도록 세웠다. 주영 씨와 사이가 틀어진 큰 아들은 반쯤 뒤돌아 세웠다. 아내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형님은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 같아요?"(사회자)


 

"보고 싶지 않아."(아내), "건강하기만 하세요"(큰아들), "나중에 제가 모실게요"(작은 아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니까 나아질 거야."(형님)


 

사회자는 그에게 이 모습을 보니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착잡한데 이제 덤덤하기도 해요. 팔자려니 생각해요. 그런데 제 팔자를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저기 서 있는 옛날의 나는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할 거 같아요?"(사회자)


 

"참 가슴이 아프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살아가는 모습이 괜찮아 보여. 잘 될 거야."


 

사회자는 주영 씨에게 혼자 방에 있는 상상을 해보라고 했다.


 

"1~2년 뒤에 내가 원하는 모습은?"(사회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살고 싶어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일하는 게 즐거워요. 그 순간만큼은 제 존재감을 느껴요"


 

▲ 6월 24일 '참 소중한...' 센터에서 열린 6411 사회극장 네 번째 시간. ⓒ프레시안(최용락)

"건강, 취업 등 문제 복합적...종합지원센터 만들어줬으면"


 

즉흥극의 상황이 바뀌었다. 참여자들은 주민센터, 주거복지센터,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의 역할을 맡았다. 그들에게 대학동 독거 중년 남성 대표로 홍길동 곧 주영 씨가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다.
 


"공유부엌, 공유작업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 주민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건강문제, 취업문제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이 동네 75%는 1인가구인데 그분들은 목소리를 잘 못내요. 위쪽 동네가 쪽방촌이 돼 동네 질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인식을 좀 바꿨으면 해요. 여기를 좀 더 발전시키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회극장이 끝날 때쯤 참여자들은 포스트잇에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지 써서 붙였다.
 


'교통(일방통행이고 길이 좁다)', '소음', '공동생활 에티켓(야간에 세탁하지 않기 등)', '독거 가구끼리 교류', '종합지원센터'….


 

홍길동의 큰 아들 역할을 맡았던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상의 삶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홍길동이 저희 아버지랑 비슷한 상황인 거 같아요. 제가 아버지를 완전히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저랑 아버지 사이엔 벽이 있어요. 홍길동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돌아섰다고 그게 진심은 아니라는 걸요."


 

'참 소중한...' 센터 앞에는 자조모임 '소행모'에서 꽃을 심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다. 그 나무 상자에 주영 씨가 심은 금잔화는 곧 만개할 테다. 한번 자라면 확 퍼져 그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2.1평 이하 공간에서 한 달 137만 원으로 사는 고시원 거주자


 

- 한국도시연구소, <서울시 고시원 실태조사>


 

고시원의 주거 환경은 어떨까. 고시원에는 어떤 사람이 살까.


 

지난해 4월 서울시 연구 용역을 받아 한국도시연구소가 작성한 <서울시 고시원 거처상태 및 거주 가구 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대략적인 답이 나와 있다. 연구진은 서울 5807개 고시원, 15만 5379가구 중 661개소 2102개 가구를 표본으로 추출해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시원 거주 10가구 중 5가구는 2.1평 이하 공간에 산다. 월 평균 가구소득은 137만 1000원이다.


고시원 주거환경...좁고, 환기 안 되고 소음, 악취도 


고시원 가구의 주거 전용면적은 7제곱미터 미만이 53.2%로 가장 많다. 7~10제곱미터 넓이 공간에 사는 가구 비율은 29%, 10제곱미터(3평) 이상 거주 가구 비율은 17.8%다. 10명 중 5명이 두 평 이하, 8명이 세 평 이하 공간에 사는 셈이다.


 

고시원 생활환경을 묻는 5점 척도 주관적 인식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도 비좁음(3.1)이다. 그 뒤는 채광(3.42), 소음(3.53), 환기·악취(3.87) 등 순이다.


 

'창문이 없거나 작아 빛이 잘 들지 않고 환기가 되지 않으며, 얇은 벽 탓에 옆 방 소리가 들리는 좁은 방'이라는 고시원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그려지는 결과다.


 

고시원 거주자들이 이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5시간이다. 가구주의 연령대가 높고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이 시간은 길어진다. 100만 원 미만 가구는 하루 중 14.8시간, 60세 이상 가구는 하루 중 15.5시간을 고시원에서 보낸다.


 

고시원 거주자...소득 낮고, 남성, 30대 미만이 높은 비율


 

고시원 거주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7만 1000원, 평균 월세는 33만 5000원이다. 소득의 25% 정도를 월세로 쓰고 있는 셈이다. 

소득 분포를 보면, 고시원 거주 가구 중 37.2%가 100만 원 미만을 번다. 이밖에 100~200만 원 36.6%, 200~300만 원 18.1%, 300만 원 이상 5.7% 등이다. 고시원 거주자의 근무형태는 임시 일용 노동자 34.1%, 상용 노동자 16.8%, 자영업자 3.2% 순으로 나타났다. 거주자 중 44.7%는 무직이라고 답했다.
 


고시원 거주자의 성별은 남성이 76.6%로 여성(23.4%)보다 많다. 연령대로 보면 30대 미만이 2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60세 이상 19.8%, 50~59세 19.6%, 40~49세 15.9%, 30~39세 14.7% 등이었다.


가족과 연락이 단절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가구도 꽤 됐다. 고시원 거주 가구 중 가족, 친척과 연락을 끊고 산다고 답한 비율은 20.8%다. 20.9%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의 질환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계속 살겠다 83.1%, 절반은 경제적 이유...주거복지, 사회복지 절실


 

고시원 거주 가구 중 83.1%는 고시원에서 '계속 살겠다'고 답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경제적 이유를 댔다. 주거비가 저렴해서 30.3%, 임차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서 22.9% 등이다. 통근통학에 좋은 위치라서 계속 고시원에 살겠다고 답한 사람은 22.9%였다.


 

고시원 거주자들은 자신이 바라는 주거복지로 공공임대주택 20.7%, 월세 보조 10.4%, 전세자금 대출 5.9% 등을 꼽았다. 고시원 거주자들이 바라는 사회복지는 소득보조 48.2%, 일자리 지원 32.3%, 의료 지원 16.5% 순으로 나타났다. 


최용락 기자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11611006895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노동자 8천명 도심 기습집회 강행한 이유

 [현장] 7.3전국노동자대회, 서울 여의도 대신 종로 일대서 진행... 경찰, 집회 주최자 수사

21.07.03 18:28l최종 업데이트 21.07.03 19:33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은 집회 개시 1시간 전인 3일 오후 1시까지도 이어졌다. 경찰도 이날 오전 7시부터 경찰버스 500여 대를 동원해 차벽을 세우며 여의도 일대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충돌을 우려해 급히 장소를 변경했고, 서울 여의도 일대에 모인 기자들과 노동자들도 부랴부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급히 종로3가역으로 이동했다.

비밀작전을 방불케 했지만, 연락을 받고 종로3가역에 모인 8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13시 50분이 되자 민주노총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종로3가역 2번 출구 앞에 모인 뒤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그리곤 종로3가에서 종로2가로 약 300m 가량을 행진한 뒤 14시께 탑골공원 앞에 자리를 잡았다. 7.3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도로는 완전히 차단됐고, 반대 차선 역시 본집회가 진행되자 경찰에 의해 통제됐다.

본집회가 시작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8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들은 개의치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집회를 이어나갔다. 경찰은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근거로 해산명령을 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경찰 사이에 대치가 이어지긴 했지만 우려했던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은 탑골공원 앞에서 45분 동안 본집회를 진행한 뒤 다시 몸을 틀어 종로5가 광장시장 방향으로 행진했다. 그리곤 청계천 배오개다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한 뒤 15시 45분께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애초에 민주노총은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시청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저지로 배오개다리에서 노동자대회가 종료됐다.

민주노총 "이대로 죽을 수 없어서 모인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유성호
 
민주노총의 집회를 두고 정치권을 비롯해 현장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도 강하게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을 제외하곤 동조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현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울시민 신정철(50대)씨도 그중 하나다. 신씨는 탑골공원 문 앞에서 노동자대회를 유심히 지켜본 뒤 "심정적으로 노동자들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도로를 막고 밀착해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794명 늘어 누적 15만 9342명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누구도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 사회의 공존을 위해 민주노총의 집회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유통산업발전법 전면 개정과 대형마트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유통산업발전법 전면 개정과 대형마트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를, 장소까지 바꿔가며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대로 죽을 수 없어서, 이대로 무너질 수 없어서 이렇게 다들 어려움을 뚫고 모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지켰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올 필요가 없었을 거다. 하지만 대통령이 노동자 생명 지킨다는 약속 포함해 이 정부가 어떤 약속 하나라도 제대로 지킨 게 있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대재해 근본대책 만들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어 양 위원장은 "하반기 총파업 투쟁도 제대로 준비해 노동자의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 잡자"라고 말했다. 11월 총파업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산재사망 방지 대책 마련 ▲비정규직 철폐·차별 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가지 요구사항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경찰 "서울청 특별수사본부 편성, 집회 주최자 수사 착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자, 경찰이 코로나19 방역조치에 위배 된다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자, 경찰이 코로나19 방역조치에 위배 된다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서 경찰이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서 경찰이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경찰청은 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집회 및 행진을 강행해 국민 불편을 초래한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 52명 규모의 서울청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도심 집회와 10인 이상 장외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서울시도 주최 측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213개 부대를 동원해 서울 여의도 및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고 한강 다리 등에서 임시 검문소 59곳을 운영하며 등 강도높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전날인 2일 민주노총 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집회 자제를 당부했던 김부겸 국무총리는 같은 날 담화문을 통해 "지금 수도권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확산되는 코로나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만약 집회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한 바 있다.

태그:#민주노총, #김부겸, #종로, #여의도, #노동자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