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4일 금요일

초고층건물 속 평양, 10년 새 어떻게 바뀌었나

<2018년 8월 평양취재>평양은 건설중...'과학으로 비약, 교육으로 미래 담보'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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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4  12: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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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9박 10일동안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아리스포츠컵 15살 미만 국제축구대회' 참가를 위해 평양에 다녀왔다.
선수단과 기자단, 참관단 모두 합해 147명의 대표단은 남북교류협력 역사상 처음으로 서해 육로, 평양개성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지난 10년간 가볼 수 없었던 평양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동안 간간히 전해지기도 했지만 초고층 건물 숲과 깨끗하게 정리된 도로, 전에 없던 택시와 교통체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결 여유있어 보이는 시민들의 모습속에 평양의 지난 10년이 비껴 있었다.
유례없이 무더웠던 올 여름. '공화국창건 70돌'을 앞두고 한낮 더위를 피해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연습에 분주한 와중에 들려온 9월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환영하는 평양시민들과 슬쩍 여름나기도 함께 해 보았다.
2018년 8월 평양에서의 열흘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평양으로 가는 길, 서울로 가는 길...평양개성고속도로를 달리다
②초고층건물 속 평양, 10년 새 어떻게 바뀌었나 
③2018 평양의 여름나기
④한발 더 들어가 본 평양의 이모저모

  
▲ 미래과학자거리 야경. 김정은 시대 평양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개성, 원산에서 평양으로 진입하는 중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남과 북의 여성이 한반도가 그려진 지구의를 떠받들고 있는 높이 30미터, 너비 61.5미터의 웅장한 탑을 지나 평양 시내에 들어서면 10여년 전 느림보 공사 중이던 고층 아파트가 진한 주황색과 푸른색으로 칠을 한채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동강을 향해 조금만 더 나아가면 오른쪽으로 곧게 뻗은 통일거리 양 옆으로도 고층 아파트가 쭉 늘어서 있다. 그렇지만 여기까진 맛보기에 불과하다.
형형색색 초고층 건물, 평양은 건설중
충성의다리를 건너 대동강을 넘으면 접어들게 되는 평천구역. 기존 평양지도에 평천강안거리라고 쓰여 있는 이곳이 '김정은 시대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미래과학자거리'이다.
지난 2014년 5월 인근 중구역에 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들을 위한 살림집 건설을 지도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확장 건설을 지시한 이후 2015년 11월에 준공했다. 나선형으로 휘감으며 올라가는 듯한 53층의 아파트는 '북의 기상'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어 있다.
북한 매체의 소개에 따르면, 미래과학자거리의 총 부지 면적은 38만9,500여㎡, 연 건축 면적 87만6,750여㎡의 단지에 2,584세대의 주택 19개 호동, 상업시설 17개 호동 153단위, 공공건물 11개, 하부시설 43개가 들어섰다. 살림집 16개 호동, 공공건물 5개가 개건·보수되었으며, 1,540여m에 달하는 대동강변 호안공사가 진행됐다. 주택단지 건설에만 시멘트 30만 3,700여 톤이 사용되었고 공사 금액으로는 북한 원화로 99억5,940여 만원이 투입되었다.
광화문광장(면적 1만8,840㎡)의 약 20배에 해당하는 부지에 새 시대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건설했지만 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 미래과학자거리 전경.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종합봉사선 무지개호에서 바라 본 대동교. 다리를 둘러싼 불장식(네온사인) 뒤로 양각도호텔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16년 4월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추진하는 전시성 사업이며 북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양 북동쪽 대성구역 김일성종합대학이 있는 룡남동과 룡흥동을 끼고 금수산태양궁전까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의 2배가 넘는 방대한 공사를 벌여 '려명거리'를 조성한 것.
착공 1년만인 지난해 4월 준공식을 한 려명거리는 90여 정보(약 89만2,562㎡)의 부지에 4천여 세대, 44동의 초고층·고층·다층 주택과 탁아소, 유치원 등을 비록한 40여 동의 공공건물을 신축하고, 70여 동의 주택과 공공건물을 재건축했다. 에너지절약형의 녹색기술을 적용해 1년이라는 짦은 기간에 완공한 려명거리를 '인민의 이상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앞서 북은 지난 2012년 6월 만수대의사당 앞 네거리에서 김일성광장으로 통하는 창전거리 준공식을 진행하면서 김정은 시대 '평양의 번영기'를 구가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9월 평양시 외곽 룡성구역에 1,000세대 규모의 은하과학자거리를 준공하고 2014년 10월 룡성구역 북동쪽 은정구역 은정과학지구에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공사를 끝내면서 건설속도를 계속 높여왔다.
2018년 8월 평양 시내 미래과학자거리 뒷편으로 고층 건물 건설공사가 계속되고 있고 모란봉구역 개선문 뒷편으로도 타워크레인이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립교예극장의 둥근 돔을 개건하는 공사에 건설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김일성광장 주변에도 크고 작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다수 목격됐다.
올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공화국창건' 70주년을 위한 준비인 것으로 보이는 건물 도색 미화 작업은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만경대구역 등 평양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김일성광장 주변과 강건너 주체사상탑을 비추는 조명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미래과학자거리를 비롯한 고층 건물들에서 나오는 빛도 잠들지 않는 평양을 웅변했다. 대동강변을 달리는 차량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 빛은 평양의 야경을 돋보이게 했고 중구역과 동대원구역을 잇는 대동교에는 '불장식'(네온사인)이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무)궤도전차, 택시, 자전거... 평양은 달리고 있다.
  
▲ 미래과학자거리를 달리는 무궤도 전차. 최근 개발한 흰색 바탕에 빨간색 디자인을 가미한 '새형'의 무궤도전차는 올 가을 이후 평양시내를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을 한 것 없는 초고층 건물과 낮고 아담하거나 웅장한 건물들 사이로 '삼천리내강산', '내나라 제일좋아' 글귀가 써 있는 단층 버스와 2층 버스, 흰색·노란색·주황색 택시, 승합차와 짚차, 트럭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도심을 누비고 있었다.
평양 U-15 국제축구대회 참가단이 머물던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북측은 선도차량이 경광등을 울리며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지만 간간히 출퇴근길 시민들이 창문을 열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띠는 교통수단은 궤도전차와 무궤도전차. 그 중에서도 무궤도전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 보였다. 과학기술의전당에서 평양교원대학, 평양역에서 만경대 등 여러 노선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무)궤도전차가 평양시내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북측 관계자들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무궤도전차공장과 버스수리공장에서 개발한 '새형의 무궤도전차와 궤도전차'를 보고 '하늘의 별이라도 딴 듯 기분이 들뜬다'고 언급한 흰색 바탕에 빨간색 디자인이 가미된 새 전차에 대해 묻자 오는 9.9절 무렵 시내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내비쳤다.
열흘간 평양에 머무는 동안 인파가 밀리는 중구역 평양역과 평양제1백화점 등은 물론이고 평양시내를 다니면서 택시가 다니는 걸 언급하는 건 어느새 촌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타보진 못했지만 우리의 카드택시처럼 충전식 나래카드로 결제도 된다고 한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에도 시민들의 발이 되어 준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차체 사이에 총전식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 듯한 전기자전거를 타고 경사로를 힘들이지 않고 시원하게 쌩 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올해 초부터 평양시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 공공자전거 무인 대여 시스템 '려명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고 검은색 또는 붉은색으로 구분한 자전거 전용도로도 운영하고 있었다.
어디나 태양빛전지판, 손전화·카드결제는 일상
  
▲ 대동강수산물식당 건물 옥상에 즐비하게 서 있는 태양광 패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평양의 가정용 태양빛전지판은 창가에 가로 또는 세로 방향으로 부착되어 있거나 베란다 안쪽으로 기대 놓은 듯 세워진 것도 있고 베란다 바깥 벽에 설치대를 만들어 걸어 놓아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까지 참으로 '자유분방'(?)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집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물어보니 북측 관계자는 초고층·고층 아파트뿐만 아니라 3~4층의 낮은 살림집 어디에서도 태양빛전지판(태양광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자가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당신 집에도 설치했느냐"고 다시 묻자 "우리 집에는 국가에서 전기를 잘 공급해 주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희한한 답변을 한다. "국가가 전기를 무상으로 준다고 해서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은 건 애국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고 하자 머쓱한 듯 지적이 옳다며 태양빛전지판을 설치하겠다고 한다.
거리와 건축물의 가로등에는 영락없이 태양빛전지판이 달려 있고, 새로 지은 건물의 옥상에도 예외없이 태양빛전지판을 설치해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해 쓰고 있었다.
지난 14일 참관한 만경대구역 류원신발공장. 1988년 11월 세워진 첫 사출 운동화 공장으로 1만 평방미터의 규모이다.
공장 기사장은 지붕마다 설치한 1,200장의 '태양빛전지판'으로 공장에서 사용하는 300kW를 상회하는 월 40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류원신발공장에서 운영하는 컴퓨터통합생산체계 화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컴퓨터통합생산체계(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e, CIM)에 대해서는 생산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이 컴퓨터에 기초한 계획화(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관리(MES, Manufacturing Execute System) 및 자동조종체계(ACS, Automatic Control System)로 통합된 체계라고 설명한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기업자원계획화 △생산관리체계 △자동조종체계 메뉴가, 오른쪽 상단에는 △일정관리 △공정관리 △품질관리 △추적관리 △동력관리 메뉴가 있다. 동력관리 메뉴가 활성화된 가운데 오른쪽 화면 아래에는 년, 월, 일 단위로 국가전력망을 통해 들어오는 전력량과 공장에서 생산하는 태양빛 발전량이 따로 표기되고, 왼쪽 화면에는 6개로 나뉘어 관리되는 태양빛전지판의 출력과 전류 크기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손전화(휴대폰) 사용과 관련해서는 400만대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미 3~4살 유아때부터 손전화로 만화영화 '소년장수'를 보겠다고 떼를 써서 걱정하는 건 어디나 똑같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 관계자에게 기온을 물어보면 휴대폰을 찾아 곧 몇 도라고 알려주고 무언가 다른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조선백과사전' 앱을 열어 몰래 보고는 돌아서서 척척박사인양 대답을 내놓았다. 양산을 받쳐들고 뜨거운 거리를 걸으면서도 여성들은 휴대폰으로 쉴새없이 통화를 하고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니는 세 아이를 쫓아다니면서도 엄마는 휴대폰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학교(7~12살) 학생들까지는 학교에서 엄격하게 통제를 하기도 해서 사주지 않지만 초급중학교(13~15) 학생들부터는 손전화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풍부한 물산과 적극적인 판매, 여유로운 표정
  
▲ 대동강수산물식당 2층 가공품 판매점에 가득한 여러 수산물 가공식품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릉라도를 가로지르는 청류다리 남단 문수물놀이장 인근 대동강수산물식당은 지난달 말 영업을 시작한 이래 하루 1,000여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등 성업중이다.
1층에는 철갑상어와 룡정어(독일산 가죽잉어), 연어, 칠색송어를 비롯한 고급 어족과 조개, 자라 등이 있는 실내못(대형 수족관)이 여러 곳 있고 2, 3층에는 수산물 가공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가족식사실, 민족요리 식사실, 초밥식사실 등 여러 형식의 식당이 있다.
2층 수산품 가공품 매장에는 여러 냉동생선과 통조림, 훈제 등 가공식품, 일본산 양념류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략 북한 원화 100원에 1 USD로 환산해 결제하고 유로나 위안화도 받는다. 철갑상어는 냉동 kg당 650원, 통조림 305원, 훈제 730원이고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 잡았다는 철갑상어 알 캐비어는 50g에 5,000원.
이름이 낯선 룡정어(독일산 가죽잉어)는 냉동 kg당 240원, 통조림은 151원이다. 러시아대게 1마리당 8,000원, 가자미 kg당 157원, 서해 대합조개 kg당 200원, 낙지(오징어) kg당 169원, , 왕새우 kg당 865원, 칠색송어 kg당 324원, 대규모 양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메기는 냉동 kg에 54원에 팔리고 있었다.
마요네즈와 BBQ소스, 혼다시. 토마토 케첩 등 일본 글씨가 쓰여있는 양념류들도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었다.
판매도 적극적이다.
개선문 앞 모란봉기념품상점에서는 평양을 찾은 손님들이 우황청심환이나 곰혈(웅담) 등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제일 많이 찾는 기념품은 역시 술.
지난 16일 찾은 모란봉기념품상점에서는 손님이 주문한 수량대로 종이 박스에 완충재를 하나씩 끼워 가면서 술을 담고 테이프로 꼼꼼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병뚜껑과 병사이를 봉인해 달라고 하는데, 미리 준비한 고무재질의 소재로 야무지게 묶어주었다.
달러와 유로, 위안화 그 어떤 화폐를 내놓아도 판매원은 계산기로 환율 계산을 뚝딱 해치워 계산을 도왔다. 손님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느라 우왕좌왕하기도 하지만 여기선 손님도 기다릴 줄 안다.
점점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지고 포장과 계산이 늦어지면서 정신없는 상황이 되어도 매장 책임자는 단 한명의 손님도 결코 빈손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단호하게 종업원들에게 업무를 하나씩 지시해 상황을 수습해 나갔다. 그런데 사실 호텔에서 2~3달러에 파는 평양주 500ml 한병이 여기선 5달러이다. 그런데도 물건이 없어서 못판다.
나중에 북측 관계자에게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고 하자, 그는 "우리 사회주의가 몇 십년되면서 식의주 문제를 비롯해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을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다보니까 사람들이 안일에 빠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솔직히 일하지 않아도 사회주의에서는 살 수는 있지만 열심히 일하는 기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라진 구호...평양은 미화중
  
▲ 미래과학자거리 '최첨단을 돌파하라' 구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은 구호의 나라이고 과거 평양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구호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였다. 지금 그 구호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로 바뀌어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4.25문화회관 앞 사거리 등 평양시내 여러 곳에 건립되어 있는 '영생탑'의 기본 골조는 그대로 두고 글씨를 새긴 판을 일일이 교체하고 다시 써서 그렇게 고쳤다고 한다.
그런데 건물 외벽마다 붉은 글씨로 구호를 새기던 때와는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다. 새로 지어진 미래과학자거리 고층건물에 부착한 구호는 '과학중시', '인재중시', '과학기술강국화', '최첨단을 돌파하라'는 구호가 전부이고,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는 구호가 거리에서 자주 보였다.
'당중앙위원회 4월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자' 등 선전화를 출판할 정도로 집중하는 구호라고 하더라도 대로변 건물 외벽보다는 거리 구호판을 이용해 이동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수행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을 힘있게 벌리자!'는 등의 구호는 눈에 띄는 숫자도 적었지만, 기관의 성격과 요구에 맞추어서 밖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부 관계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
대립하고 투쟁하는 구호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미래를 개척하자는 각오와 자신감이 느껴졌다면 제대로 읽은 것일까.
  
▲ 려명거리 전경. [자료사진-통일뉴스]
  
▲ 종합봉사선 무지개호에서 본 주체사상탑. 뒤편 일심, 단결이라는 네온사인은 아파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양단고기집 앞 통일거리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양시 광복거리 자전거 대여소에 세워져 있는 '려명'자전거. 시내에 타고 다니는 사람이 제법 눈에 띄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미래과학자거리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왼쪽부터 미래과학자거리 선경식당 앞 가로등 태양빛전지판, 만수대창작사 가로등 태양빛전지판, 대동강수산물식당 앞 화단에 설치된 태양빛전지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태양빛 도로청소기. 전동자전거 앞에 청소 부분품이 달려있으며 뒷좌석에 가림막 형식으로 태양빛전지판이 설치되어있다. 작업속도는 6~7㎞/h이며 연속작업시간은 4시간. 통일거리에서 여러 대 실제 가동되고 있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동강체육기자재공장 정문 위로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있고 건물 3층 외벽에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정문 왼쪽엔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체육강국 건설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구호가 이채롭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류원신발공장 전시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나래전자결제카드로 물품 구매는 물론 시내 택시 요금 결제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류원신발공장 외벽의 '2018년 사회주의 경쟁도표'. 사출, 제화, 재단 등 직장별로 정치사업과 생산 및 생활문화, 전투동원준비 등을 구분해 월별 평가를 막대 도표로 그려넣었다. 옆에는 전월 기업 재정을 종업원에게 공시하는 '7월 기업소 재정공시'판. 총수입을 현물지표와 금액으로 각각 표시하고 원가와 국가기업이득금, 지방유지금, 기업소기금, 상금 및 장려금, 과학기술 도입 상금 등 항목별로 꼼꼼히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직장별로 현물지표 계획 수행률과 노동용량 계획 수행률을 따져 노동보수와 1인당 노동보수액까지 기입해 공개했다. 제화 직장이 35,139원으로 1위, 준비 직장이 14553원으로 7개 직장 중 최하위였다. 그 옆은 설비점검 검열 평가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류원신발공장 옥상의 태양빛전지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양교원대학 옥상의 태양빛전지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동강수산물식당 2층 가공식품 판매소. 마요네즈와 BBQ소스, 혼다시. 토마토 케첩 등 일본 글씨가 쓰여있는 양념류들도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수강안거리 능라동 아파트 채색 미화 작업이 되어 있고 층마다, 가정마다 태양빛전지가 눈에 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동강수산물식당 1층 수족관. 2미터 넘는 철갑상어가 헤엄치는 모습이 마냥 신기한 아이들. 엄마는 날다람쥐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들 챙기랴 손전화로 통화하랴 정신이 없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능라곱등어관에서 공연을 즐기는 평양시민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수물놀이장 내 미용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수물놀이장 내 이발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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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욱  | 등록:2018-08-24 17:00:55 | 최종:2018-08-24 17:10:3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북한 IT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한 벤처기업 OOInovation 김 호(49) 대표가 간첩 혐의로 수감됐다. 국가정보원이 김 씨를 시켜 김 씨가 접촉한 북한 김일성대 유명 공학자 박두호 씨를 빼오려다 김 씨가 거부하자, 김 씨를 박두호의 지령을 받는 간첩으로 몬 것이 분명하다. 혐의는 무슨 정보를 북측에 전달했다거나 북한 기술진 인건비 명목으로 달러를 건넸다는 정도이다. 사람을 부렸으면 마땅히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 한낱 중소 벤처기업가가 어디가서 무슨 비밀 정보를 빼내 북측에 전달했겠나? 주고받은 것으로 치면 우리가 감히 넘보기 힘든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빼 온 공로가 100배 1000배 더 크지 않나? -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
북한의 IT 수재들과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
OOInovation과 북측 IT 기술진이 함께 만든 안면인식기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갖다 내 놔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라 한다. 특허 출원도 여러 건 했다. 여러 언론 매체에도 그의 회사가 소개됐다. OOInovation의 남북 합작사업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부터 보자.
2014년 2월 <파이낸셜뉴스>는 OOInovation이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동문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는 모두 OOInovation이 제공한 보도자료지만, 회사 측은 확인된 사실에 기초해 자료를 만들었다 한다.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얼굴을 인식해 문이 열린다. 얼굴이 등록되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 자동문은 얼굴인식 솔루션 전문개발업체 OOInovation이 개발했다. 얼굴인식 기술을 자동문에 도입한 것. ... 기술의 정확도와 우수성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로부터 평가인증을 받았다. ... 이 시스템을 개발한 김 호 대표는 “기존 제품은 지문인식단말기처럼 가까이 다가서서 얼굴을 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제품은 인식의 정확도와 속도의 우수성으로 자연스럽게 걸어와도 문이 열리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3월 21일 자 <온라인 중앙일보> 기사.
『OOInovation이 자사의 얼굴인식 기술이 국내를 뛰어 넘어 해외에서 세계 유수의 얼굴인식 기술사들과의 경쟁에서 수주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 유수의 공항 보안관제용 얼굴인식에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채택된데 이어, 올해에는 더욱 큰 규모의 신 공항건설에 적용되는 신규계약을 연이어 맺은 것이다.
특히, 이번 신규 계약에서는 까다로운 얼굴인식 요구조건 하에서 일본의 NEC, 독일의 cognitec 등 세계 최고의 얼굴인식 업체들과의 공개 입찰 경쟁에서 수주가 확정된 것 ... 현재 입찰 진행 중인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신공항 등의 수주에도 좋은 경쟁요소가 될 전망이다.
OOInovation의 ‘인공지능 이미지인식 기술’은 2년여의 평가기간을 통해 2017년 3월 최종 발표된, 미국 NIST-National Institud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US Department of commerce- (미국 상무성,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산하에서 세계 최초로 실시한 ‘Face in video Evaluation’(영상에서의 실시간 얼굴인식 평가)에서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더불어 상위권의 평가테스트를 통과하였다. 미국정부 인증을 통과한 것은 국내 최초로서… 홍콩 온페이스와 공동으로 안면인식단말기를 개발해 미국 ADT, 일본 SECOM, YKK 등으로 수출을 준비 중에 있으며, 특히 2020년 동경올림픽에도 관련 위원회를 통해서 제안된 상태이다.』
OOInovation의 기술적 성과는 계속 이어졌고 <전자신문>과 <머니투데이> 등 여러 매체들이 그 성과를 보도했다.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얼굴인식을 주제로 한 세계무대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둬 주목받고 있다. 얼굴인식 인증 전문기업 OOInovation은 최근 NIST(미국표준기술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가 DNI(미국국가정보국, Dit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산하 IARPA(정보 고등 연구 계획청, Intellig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ctivity)과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얼굴인식상챌린지’(FRPC: Face Recognition Prize Challenge)에서 16개국 중 6위로 상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열린 얼굴인식상챌린지는 ...
OOInovation은 지난 10년 동안 얼굴인식개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15년부터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얼굴인식기술을 한 차원 도약시키기 위한 연구에도 힘써 왔다. 2012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KISA, 2015년 미국 상무성 NIST FIVE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 정도 기술력이면 세계적인 상품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십여 년간 고생고생해서 이 정도로 기업을 키웠다면, 우수 중소기업인상과 벤처기업가상을 먼저 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물론 제 아무리 탁월한 기업가라도 ‘개똥같은’ 국가보안법에 걸리지 말란 법은 없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그는 대북 접촉의 위험성을 늘 인지했고 조심했다. 그리고 늘 국정원 요원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요청에 의해 여러 차례 만나기도 했다.
▲‘김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조작 및 증거 날조 허위영장 청구 사건’ 변호인단의 장경욱 변호사가 8월 16일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3대 2티 수사관들에 대한 고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배훈식 기자)
남북화해에 토악질하는 적대와 적의의 사도들
그런 그가 왜 체포됐을까? 이 나라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고 희희락락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에… 그런데 어떤 자들에게는 이런 때가 바로 추악한 대북공작을 벌일 절호의 기회다. 대결과 질시, 반목과 적대를 생리로 사는 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남북 최고지도자가 부둥켜안고 파안대소하는 것을 보면 토악질을 하고, 남북화해와 단합, 평화니 통일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뒤돌아 가래침을 뱉는다. 그래서 이들은 늘 간첩(선)사건을 조작하거나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탈북시키는 등의 ‘북퐁 공작’을 벌여서라도 화해국면이 도래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 기획납치, 같은 해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태영호 가족 망명 등이 대표적인 북풍공작 사례들이다. 그렇게 저들은 북한에 대한 적의를 북돋우고 남북간 화해를 종북좌파들의 얼간이놀음 정도로 폄훼하면서 여론을 조작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어도 위와 같은 일을 하는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며, 이들은 어떻게든 남북화해의 기운을 파탄내기 위해 다양한 공작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OOInovation 사건이다.
저들이 어떻게 사건을 조작했는지는 김 호 대표가 변호사를 통해 밝힌 ‘간첩조작 음모 및 영장 위조에 대한 피의자 김호의 입장’(8월 15일 작성)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입장문’에 근거해 이번 사건을 재구성해 보자.
사업 파트너 김일성대 공학박사가 ‘지령자’?
김 대표는 2002년부터 통일부에 북한접촉 신고를 하고 북한 측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공개적으로 진행해 왔다. 영장에 제시된 반국가단체 구성원 박두호 및 중국 중개인 양성일은 김 대표가 2007년부터 통일부에 정식으로 접촉신고를 한 접촉대상으로, 이들과 공개적으로 만나 북한 IT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펼쳐 왔다.
국정원은 북한의 프로그램 개발책임자인 박두호가 ‘반국가단체 구성원’(북한 국적자)로서, 김 대표에게 ‘지령’을 내리는 공작원이라고 규정했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에도 그렇게 기록돼 있다 한다.
도대체 박두호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북한을 대표하는 유능한 이학박사로 현재 김일성대학 정보기술연구소 소장이다. 북한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소개됐으며, 2013년 구글(google)의 에릭 슈미츠 회장이 사업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난 북한의 IT 기술과 사업 문제를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2017년 2월 착공한 김일성종합대 첨단기술개발원 건설과 이후의 사업 추진의 책임을 맡고 있으며, 김 호 대표의 제안에 따라서 이 개발원 건물 8-9층에,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해 세계적인 인공지능 센터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이렇듯 박두호 소장과 김 호 대표는 장차 남북의 IT 기술과 인력이 결합해 세계 시장을 석권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된 사업계획안을 올 7월 IBK기업은행에 공식 접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서 9월 베이징에서 박 소장을 만날 예정이었다 한다. 국정원과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이처럼 두 사람의 인연이 곧 찬란한 결실을 맺을 찰나에 김 대표를 잡아간 것이다.
북 IT 인재 탈북 공작·친북단체 와해 프락치 역할 종용
왜 그랬을까? 우선 국가정보원이라는 조직은 남북 간 IT 협력 사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집단이 아니다. 저들은 어떻게든 북한에 악살을 먹이고 궁지에 몰아 궁극적으로는 궤멸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세력이다. 그것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애국’으로 여긴다. 국정원 내 그런 조직이 있다.
국정원은 김 대표의 IT 사업을 북한 내파 공작에 활용하려 했다. 앞에서 밝혔듯이 국정원 요원들은 김 대표에게 수시로 만남을 청했고 사업 초기에는 만남이 잦았다 한다. 처음에는 그저 김 대표가 만나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려 달라 했을 것이다. 그러다 김 대표가 만나는 이가 북한을 대표하는 공학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탈북시키는 공작을 꾸몄을 것이다.
“2014년까지 저를 감시해온 이 실장, 권 이사, 최 이사, 난 그들의 얼굴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자신들과의 관계를 비밀로 할 것을 협박하며 누설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 체결을 2014년 여름에 강요 체결하였습니다. 이 실장은 심지어 박두호 탈북공작을 저에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은 김 대표를 북한 김일성대학의 유명 공학자 탈북을 위한 공작원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물론 이를 거절했다. 그는 “그럴 능력도 없는 저는 일만 하게 해 달라고 은자의 심정으로 피해갔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범민련, 통진당을 간첩이 암약하는 조직으로 규정하고 김 대표에게 옛 인맥에 대한 접근을 요구했다 한다. “죽으면 죽었지 그럴 수 없었던 저는 더욱 그들과 멀리하고 살아왔습니다. 당시 전후로 해서 이석기 사건과 유우성사건 등이 발생한 것으로 봐서 이들은 이러한 조작사건에도 깊숙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국정원은 김 호 대표를 북한 고위 인사 탈북 공작원으로, 국내 친북단체 및 진보정당 와해 공작의 프락치로 활용하려 했고, 김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그를 국가보안법을 어긴 간첩행위자로 몰았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사법부엔 여전히 극우반북 세력 ‘똬리’ 
더 놀라운 것은 국정원 및 국정원과 한통속인 경찰청 보안수사대의 행태가 아니라 - 이들은 늘 이랬으니까 - 영장실질심사를 한 판사의 행동이다. 그 역시 남북화해 시대와 전혀 다른 딴 세상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김 대표는 그 판사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영장실질 심사를 진행하던 판사는 또한 영장실질 심사 심문에서 북한을 아예 적으로 규정하고 심문하였습니다. 2018년 대한민국 법원에서 ‘북한을 이롭게’가 아니라 적을 이롭게 한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적”이 개발한 “적의 기술”, “적에게 송금” 등을 운운하며 국적이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당시 판사의 입에서 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정말 온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습니다.”
이 판사는 김 대표의 20년 전 학생운동 경력을 들춰 “피의자는 과거 북한의 대남적화혁명노선 NLPDR을 추종 이적단체 한총련 대의원 겸 서총련 투쟁국장으로서… 범죄 경력…” 운운하며 그가 도주할 우려가 있으니 구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다. 20여 년 전 학생운동을 하다 처벌된 경력이 ‘북한의 지령’을 받을만한 사람으로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나?
이 판사 역시 반북적대 이데올로기에 빙의됐음이 분명하다. 마치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써 주는 대로 판결하는 ‘개판사’들을 보는 듯하다. 그만의 잘못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정권의 개 노릇하며 승승장구, 대법원장.법무장관.검찰총장.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을 해 먹고 앉아 있는 자들이 어디 하나 둘인가? ‘촛불혁명정부’를 자칭하는 문재인 정부가 제 힘을 못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경찰과 검찰, 정보당국과 사법부까지 권력 내부에는 여전히 정신병자급 극우반북 세력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이 실장, 권 이사의 이메일과 주고받은 연락처 등이 공개되고 조사하면 저와 같은 공개 증언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이 북한 공민 박두호에 대한 유인 탈북공작을 음모했던 세력과 지금 저를 박두호의 지령을 받는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영장을 조작하는 세력, 이들은 간첩을 잡는 조직이 아니라 간첩을 조작하는 세력입니다. 선량하고 무고한 남북의 민간인을 간첩과 공작원으로 조작하는 아주 흉악무도한 세력입니다.”
남북 IT 협업을 바라지 않는 미국
김 호 대표 구속의 신호탄을 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라디오방송인 NPR이 5월 17일 ‘확산방지 연구 제임스마틴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안면인식기술을 팔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그것이다. 북한이 유령 기업을 통해 다수 국가들의 사법당국을 위한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개인이나 기업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NPR은 퓨쳐테크그룹이라는 회사가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터키와 다른 나라의 사법당국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나라에서 평화통일을 갈구하는 이들이 겪는 온갖 크고 작은 불행 뒤에는 반드시 미국이 있다. 이는 철칙이고 진리다! 남북의 화해와 단합, 평화통일을 바라지 않는 국정원 등 이 나라 국수주의 조직의 힘과 이념의 원천은 바로 미 군산복합체 자본가 세력이다. 전쟁과 테러, 전복과 살육을 부추기며 자본을 불리는 자들이 세계 최고의 화약고이며 최대의 무기시장인 한반도에 화해와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는 것을 바랄 리 없다.
철통 같은 봉쇄와 압박 속에서도 미국의 심장부를 겨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 낸 북한과,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빨리 경제성장을 이룩한 남한이 힘을 합치는 날이 오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또 OOInovation의 노력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이 세계 IT 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남북관계가 급진전돼 유엔을 앞세워 벌이는 대북 제재의 틀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뭔가 수를 내야 했을 것이다. 제재를 무시하고 얼마간의 달러를 북한에 보낸 OOInovation은 대북 제재의 마법을 되살릴 제물로 쓰기에 충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미 OOInovation이 중국에서 진행하는 대북 사업에 대해서도 소상히 파악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언제고 필요할 때 이 회사를 걸고 넘어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김 대표가 북한의 김일성대 정보기술연구소 박두호 소장의 탈북 공작 을 거부한 이상, 그에게서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은 간첩 누명을 씌우는 것뿐이다.
서총련 투쟁국장 출신인 김 호 대표에게 ‘간첩(질)’ 혐의를 씌울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를 80년대 운동권 정권이라고 매도하기도 수월해진다. 그가 청와대에 가 있는 운동권 선배와 한 두 번 접촉했다는 사실만 슬쩍슬쩍 흘려도, 하이에나같은 무리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청와대 동향을 파악했다’며 악을 쓸 테니.
그런데 그리 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누가 봐도 조작 사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회 각계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고, 급기야 4대 종단 종교인 모임인 종교인협의회 성직자들까지 나서 김 대표 구속 철회와 국가보안법 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며칠 뒤에는 각계 주요 인사들을 망라한 대책위원회가 발족할 예정이다.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은 8월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의 석방을 촉구했다.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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