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가덕도 신공항은 하굿둑 건설 만큼 낙동강 훼손”


조홍섭 2014. 12. 16
조회수 2169 추천수 0
인터뷰: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
낙동강 하구 10년째 조류 조사…큰고니 등 280종 34만 마리 도래
러시아서 5년째 같은 장소 찾은 민물도요 ‘M4’ 등 “자연 경이” 실감
 
nak0.JPG» 10년째 낙동강하구의 조류조사를 해 온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

‘새로 생긴 모래톱’이란 뜻의 신자도에 어선이 멈췄다. 1980년대 말 생겨난 이 모래톱은 바다 풍랑으로부터 낙동강을 보호하려는 듯 두 팔을 벌려 낙동강 하구를 감싸 안은 형태였다. 작은 민물도요 무리가 해변에서 파도와 숨바꼭질을 하며 먹이를 찾았다.
 
수달과 고라니의 발자국이 찍힌 고운 모래밭을 지나자 띠와 통보리사초가 빽빽한 너른 초원이 펼쳐졌다. 바다 건너 해안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단지가 없었다면 몽골 초원에 온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nak1-1.jpg» 낙동강 하구의 가장 바깥쪽에 최근 생긴 모래톱인 신자도 전경. 멀리 을숙도대교가 보인다.
 
“푸드덕!” 갑자기 발밑에서 커다란 새가 날아올랐다. 1~2분 사이 무려 10마리가 인적을 놀라게 했다. 꿩인가?
 
“쇠부엉이입니다.” 박중록(55·부산 대명여고 교사)씨가 말했다. “이렇게 많은 수가 보인 것은 처음”이라는 그는 “기자가 왔다고 다 모였나 보다”며 웃었다. “관통도로가 들어서기 전엔 을숙도에 많았다”고 덧붙였다.

nak0-1.jpg» 낙동강하구 모래톱 배치도. 신자도 밖 모래톱이 진우도이고 그 옆이 신공항 예정지인 가덕도이다.

13일 박 교사와 그의 단짝 김시환(49)씨가 낙동강 하구에서 벌이는 조류 조사 현장에 동참했다. 마침 한파가 몰아닥쳐 모래톱으로 나가자 칼바람이 불었다. 이렇게 추운 날 조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엔 낙동강 하구를 5개 팀이 구역을 나눠 일제히 조사합니다. 벌써 10년째 하는 일입니다.” 그사이 강물 위에 떠 있는 오리는 모두 같은 종류로 알았던 아마추어들이 500쪽 가까운 <낙동강 하구 조류조사 보고서>를 낼 정도로 든든한 낙동강 하구 지킴이로 변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에서 자원활동가로 일하는 박씨는 그 중심에 서 있다.

nak2.JPG» 박중록씨와 그의 조사 단짝 김시환씨(오른쪽).
 
신호대교 아래에 펼쳐진 넓은 갯벌에 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청둥오리와 홍머리오리 사이로 큰고니가 긴 목을 물속에 뻗어 새섬매자기 뿌리를 훑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nak5.jpg» 밀물 때의 명지 갯벌. 앞에 보이는 모래톱이 대마등이다.
 
“배가 고픈가 봐요. 사람들이 있는데도 방파제 가까이 접근하는 걸 보니.” 이곳에서 많게는 4천마리가 겨울을 나는 큰고니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전체 개체수의 60%가 낙동강 하구를 찾는다.

nak3.JPG» 명지갯벌의 방파제 쪽으로 먹이를 먹기 위해 접근한 큰고니.
 
그런데 이곳의 먹이가 부족하다 보니 11~12월 하굿둑 남쪽에 머물던 큰고니 떼는 1~2월쯤 다른 곳으로 먹이를 찾아 떠나간다.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알아낸 사실이다.
  
큰고니들이 머리를 날개 밑에 감추고 휴식에 들어가자 멸종위기종 1급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나타났다. 주걱 부리로 갯벌을 휘저으며 먹이를 찾더니 소득이 없는지 곧 휴식에 들어갔다.

nak4.jpg» 명지갯벌에 나타난 노랑부리저어새.
 
조사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 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종 1급’의 조류 12종 가운데 크낙새를 뺀 11종을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했다. 대부분이 보호종인 맹금류도 이날 관찰한 흰꼬리수리, 매, 물수리를 포함해 모두 23종이 이곳에 서식한다.
 
조사단이 지난 10년간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한 조류는 모두 280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총 조류 550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개체수는 연평균 34만마리가 넘는다. 박씨는 이곳을 “신이 내린 땅”이라고 말한다.
 
“겨울철에 100종 이상의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여기가 유일합니다. 직접 와 보면 왜 이곳을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라고 하는지 실감할 수 있지요. 그렇게 망가졌는데도 아직 새들이 오는 걸 보면 참 대단한 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nak6.jpg» 대마등 안쪽의 모습. 훼손되기 전 낙동강하구 전역에 이와 비슷한 전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nak7.jpg» 낙동강 하구의 해안을 따라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nak8.jpg» 진우도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해안 풍경.

nak8-1.jpg» 몰운대 언덕위를 깎고 들어선 고층아파트 단지. 낙동정맥이 바다와 만나는 능선이다. 
 
을숙도 근처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습지의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박씨가 조류 탐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하굿둑 위에서 망원경으로 오리 떼를 보았는데 그저 다 같은 줄 알았던 오리의 다양한 색깔과 형태가 경이로웠습니다.”
 
이후 매주 2번은 현장에 나왔고 방학이면 아예 낙동강에서 살았다. 국내외 자료를 뒤지며 혼자 공부를 했다.
 
조류 조사에 나선 계기는 논란 많았던 명지대교(을숙도대교) 건설 때였다. “낙동강 하구의 핵심인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있는 다리를 확장해 쓸 수도 있었는데 해안순환도로 개발을 위해 부산시는 건설을 강행했다고 그는 말했다.
 
2005년 다리 건설 허가가 나자 환경단체들은 공사중지 소송을 냈고 이때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축적해 놓은 조사 자료가 근거가 됐다. “소송에선 일본 전문가가 증인으로 섰습니다. 국내 전문가라는 분들은 개발사업을 위한 용역 자료를 많이 내놓았을 뿐 낙동강 하구를 보호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nak9.jpg» 을숙도대교 중간에서 내려다 본 을숙도 남쪽 끝. 다리가 습지 한가운데를 가로질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를 하다 박씨가 손가락으로 바다 건너 모래톱인 장자도를 가리켰다. 갈대밭 위를 낮게 비행하는 맹금류가 조그맣게 보였다. “잿빛개구리매입니다. 얼굴이 험상궂게 생겨 작은새한테는 공포지요.” 그는 이미 전문가였다. 2005년부터 이 조사단은 환경부의 겨울철새 동시센서스에 참여하고 있다.
 
대마등에는 너른 갈대밭과 함께 숲이 무성했다. 일행은 잠시 쉬기로 했다. 박씨는 바다를 바라보는 좋은 전경을 마다고 갈대숲 안을 고집했다. “숲 안쪽이 바람도 없고 포근합니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피할 수 없이 고층아파트 숲과 을숙도를 가로지른 다리를 봐야 한다. “그걸 보는 건 고통스럽습니다.”

nak10.jpg» 낙동강 하구 모래톱 어디서나 해안 아파트 숲을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낙동강의 자연이 망가지는 과정을 보호운동 과정에서 겪은 이들에게 이런 풍경은 고통이다.
 
게다가 낙동강 하구의 자연파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하구는 하굿둑 건설 때 못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박씨는 “그것이 현재 낙동강하구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하구둑 위 지역의 중요한 생태계인 염막둔치를 위협하는 엄궁대교 건설과 4대강 사업의 하나로 흑두루미 도래지를 위협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이런 개발사업으로 낙동강의 숨은 보석이 망가지면 안 된다고 믿는다.

nak11.jpg»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먹이를 찾는 민물도요 무리. 낙동강 하구에 가장 많이 도래하는 도요새이다.
 
‘M4’라는 표지를 다리에 단 민물도요도 그런 보석의 하나다. 일본에서 단 표지를 붙이고 2010년 가을부터 5년 동안 계속 관찰된 이 작은 새는 낙동강 하구에서 겨울을 난 뒤 일본을 거쳐 러시아까지 5천㎞가 넘는 비행을 하는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모래톱의 하나인 도요등에서 5번째 모습을 드러냈다.
 
다큐 영화 <위대한 비행>의 주인공이기도 한 큰뒷부리도요 ‘얄비’를 처음 발견한 것도 이 조사팀이었다. 2008년 4월20일 신호대교 아래서 처음 목격한 이래 같은 장소를 4번 찾아왔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낙동강 하구를 거쳐 알래스카로 가 번식한 뒤 다시 오스트레일리아로 논스톱 비행을 하는 가공할 여정을 거듭한 것이다.

nak12.jpg» 수천 킬로를 비행해 해마다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도요물떼새는 자연의 경이이자 힘이다.
 
박씨가 말했다. “우리가 버티는 힘은 이런 가슴 뛰는 자연의 신비에서 옵니다.” 
 
부산 낙동강 하구/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청와대 구입 ‘시계 몰카’ 가격, 성능 보니 ‘깜짝’

‘미행, 도청, 비밀 촬영에 사용되는 시계 몰카’ 왜 필요했을까?
임병도 | 2014-12-17 08:58:2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청와대에서 ‘시계형 몰래카메라’(시계 몰카)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4년 12월 16일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이 시계 몰카를 남성용과 여성용 각각 1대씩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흔히 몰래 카메라로 부르는 초소형 카메라는 스파이나 흥신소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무슨 불륜이나 뒷조사를 하는 곳도 아닌데 시계 몰카를 구입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의아함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시계 몰카가 어떤 성능을 가졌는지, 왜 청와대가 시계 몰카를 구입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최고 성능을 갖춘 최신식 시계 몰카’
이번에 청와대가 구입한 시계 몰카는 남성용 JW700과 여성용 JW3500 모델 두 종류입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시계 몰카는 현재 판매되는 제품 중에서는 최고 성능을 갖춘 최신식 시계 몰카입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JW700은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 '음성 녹음'이 모두 가능한 제품입니다. 초소형 렌즈가 숫자 6에 위치해 육안(맨눈)으로 봐서는 카메라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 제품은 기존 시계 몰카들이 배터리 교체가 어려워 시간 제한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배터리 교체가 가능해 시간에 제한 없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모리카드 슬롯이 있어서 메모리 교체가 가능하며, USB 등으로 데이터 전송 등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여성용 시계 몰카 JW3500은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에 MP3플레이어 기능까지 포함된 제품입니다. 여성용 시계 몰카는 여성이 착용할 경우, 누가 봐도 패션 손목시계로 볼 정도로 색상과 디자인이 뛰어난 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한 시계 몰카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두 제품 모두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작동도 쉽고 간편해, 몰래카메라로 사용하기 아주 최적의 제품이라는 부분입니다.

‘ 비싸게 구입한 청와대 시계 몰카’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취득원장’에 나온 시계 몰카 구입비는 총 53만8천원입니다.
남성용 시계 몰카 JW700 8GB짜리는 34만 원이었고, 여성용 JW3500 8GB는 19만8천 원이었습니다. 가격을 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는 약간 비싸게 구입한 편입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남성용 시계몰카 JW700 8GB짜리는 25만 원에서 29만 원대입니다.
기본형 8GB짜리 JW700 시계 몰카는 A 쇼핑몰에서는 29만 8천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B 쇼핑몰은 25만2천원이었습니다.
청와대가 A쇼핑몰보다는 4만 원, B 쇼핑몰보다는 약 9만 원 더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조달청으로 납품되느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가격 면에서는 확실히 비싸게 주고 구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시계 몰카가 필요했을까?’
청와대는 시계 몰카를 구입한 사실에 대해 처음에는 부속실에서 사용한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사용한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해명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현재 청와대는 2013년 2월 28일부터 3월 15일까지 15대의 디지털보이스레코더를 구입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보이스레코더도 있었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15대를 구입했다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설사 보이스레코더가 더 필요했다고 해도, 굳이 시계 몰카를 구입했느냐는 우리가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청와대가 탁자에 디지털보이스레코더를 놓고 사용하기 불편해서 시계 몰카를 구입했다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구입한 디지털보이스레코더에는 볼펜형도 있었습니다.
볼펜으로 사용하거나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그다지 녹음기처럼 보이지 않는 볼펜형 녹음기가 있는데, 굳이 시계 몰카를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행, 도청, 비밀 촬영에 사용되는 시계 몰카’
시계 몰카처럼 초소형 몰카는 대부분 대놓고 촬영을 하기 어렵거나 누군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때 사용됩니다.
시계 몰카를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올려놓은 샘플 동영상을 보면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며 촬영해도 전혀 눈치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연설기록비서관이 대통령의 말과 발언을 촬영한다고 사용한다고 하면 아마 시계 몰카 판매점도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모습과 말을 대통령 모르게 또는 함부로 촬영하는 자체가 이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계 몰카와 같은 초소형 카메라가 나온 이유는 은닉과 미행을 감추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최민희 의원은 “혹시 ‘정윤회 문건’에 나와 있는 VIP 눈 밖에 난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이런 것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가 무슨 심부름센터나 정보기관도 아니면서 누군가를 미행하고 몰래 촬영하기 위해서 시계 몰카를 구입했다면 분명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여성용 시계 몰카를 착용하고 다니면 됩니다. 패션용으로 아주 잘 나왔으니, 패션에 관심 있는 대통령도 충분히 착용할만한 디자인입니다.
자꾸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국민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항상 착용하고 다니다가 국민이 물어보면 USB로 연결, 청와대 홈페이지에 바로 올려주면 국민도 속이 시원해질 듯합니다.
‘시계 몰카’가 연설용, 인터뷰용이라고 하니, 아이엠피터도 이번 기회에 하나 구입해서 국회나 정치인 취재 다닐 때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청와대도 사용하는데, 저라고 사용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704 

탐색적 대화와 제재 협상의 ‘병진노선’

탐색적 대화와 제재 협상의 ‘병진노선’

강태호 2014. 12. 17
조회수 14 추천수 0
  기존의 대북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고 밝혔음에도 제네바 합의 미국쪽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차관보의 입장은 분명하다. “외교적 협상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준비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제재도 협상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하며, 북한의 도발행위는 협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 굳이 말한다면 북한의 핵 경제력 재건의 병진 노선에 대응해 “제재와 협상의 병진노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강조점은 이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루치는 현실주의적 협상론자다. 그는 “북한 핵무기를 ‘되돌릴 수 없게’ 파괴할 수는 결코 없다”고 말했다. 협상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전제조건 없이 조용한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건 두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을 지를 확인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도 그랬듯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남한을 향한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을 자제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말을 다시 사지 않겠다’는 식의 협상 무용론만 외치는 것은 북한 핵 위협이 강화되고 확산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갈루치 외에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관 등은 한목소리로 임기 2년여를 앞두고 이제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보는 탐색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까지도 가세했다. 그는 2014년 7월 “북한문제를 단순히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며 “이제는 북한에 대한 능동적 대화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할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과 ‘탐색적 대화’(exploratory discussions)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대북제재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리퍼트.jpg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10월24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부인인 로빈 리퍼트

 오바마의 대북 정책 라인의 정비 및 개편

 그런 점에서  탐색적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가 남은 2년을 끌어갈 한반도 정책의 진용을 개편한 것은 새로운 변화의 기대를 낳고 있다.
 우선 2014년 9월 1년이 넘도록 공석으로 비워두었던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산하 6자회담 특사에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관이 임명됐다. 6자회담 특사는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 자리를 겸하면서 6자회담 재개 시 차석대표를 맡는 자리다. 2013년 6월 이후 1년이 넘도록 이 자리를 공석으로 두자 ‘오바마에게 북한은 없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였다. 사일러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2012년 4월과 8월 디트라니와 함께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다.이어서 2014년 11월 6일엔 약 3년에 걸쳐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았던 글린 데이비스의 후임에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명됐다. 성 김 전 대사는 국무부 한국 과장과 6자회담 특사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이며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한국계 미국인 중 처음으로 주한대사에 재임했다. 그는 일본・한국 담당 국무 부차관보도 겸임하게 된다. 성 김 전 대사의 특별대표 취임으로 오바마 정권의 남은 임기 2년간의 대북정책 팀 태세가 정비됐다. 사일러는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된 성김 전 주한 미 대사와 함께 6자회담 재개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루게 됐다. 사일러 담당관의 후임에도 오랫동안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앨리슨 후커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성 김 대사의 후임으로 10월30일 부임한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부임 일성으로 내놓은 것 또한 북한 핵 문제였다. 올해 41살로 역대 주한 미국 대사 중 최연소로 부임한 리퍼트 대사는 2005년부터 외교안보 담당 보좌관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줄곧 외교안보 정책 입안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래퍼.jpg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

 탐색적 예비적 대화의 가능성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대북정책 진용의 개편과 함께 이뤄진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DNI)국장의 방북과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은 북한과 미국이 탐색적 예비적 대화의 문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11월 8일 북한을 방문해 억류 미국인들을 귀환시킨 클래퍼 국장은 11월 16일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특사로 선정된 건 북한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일원인 현직 정부 당국자를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은 자신을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억류 미국인 석방으로 미-북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북한의 이번 조처가 미-북 양국 간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 케네스 배를 비롯한 미국인 세명을 장기 억류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방북과 같은 '정치적 몸값'까지 요구하자 미국은 유엔 무대에서 ‘북한인권’ 이슈를 끄집어 내 맞대응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14년 9월 26일 뉴욕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주민의 인권과 민생 문제가 서로 연관돼 있는 한 묶음(twin set)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북한의 미국인 억류에 맞서 북한 인권을 정면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핵과 똑같은 비중을 두는 문제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클래퍼 방북은 인권 문제를 둘러싼 이런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대화를 만들어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미 전문가들의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2014년 11월 11일 미국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배경은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대한 반응이라는 측면 외에도 6자회담 재개 등 정치적 진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한다면 내년 초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미국이 북한이 호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의 핵 활동을 멈추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고 북한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조엘 위트 국무부 전 북한담당관은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위트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완화하거나 북한이 완화된 전제조건을 순순히 받아드릴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탐색적 대화가 시작된다해도 가야할 길은 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접근법-강한 외교와 강한 제재

 이제 북한 핵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 걸맞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게 조엘 위트의 생각이다. 갈루치 전 대표의 선임보좌관으로도 일한바 있는 조엘 위트는 앞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이명박 대통령과 공조해서 펴온 정책을 ‘약한 제재’와 ‘약한 외교’ 접근법이라고 특징짓고, 이것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음으로써, 그리고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할 때 제재로 대응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북한의 능력을 키웠을 뿐이고 그들의 행동은 점점 더 나빠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위트는 이제 ‘강한 제재와 강한 외교를 결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한 제재만으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량이나 원유 지원으로 문제를 푸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그건 통하지 않는다. 북한은 안보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과 직접 대면해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과 미국이 원하는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늑대.jpg
팔리 모왓의 <울지않는 늑대>


  늑대와 양치기 소년-북핵 문제를 보는 시각의 전환

  그러기 위해선 북핵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도 전환이 필요하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이솝우화에서 양들의 희생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때문이다. 그러나 늑대가 왔다는 양치기 소년의 마지막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피해는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몫이거나 양들의 죽음으로 나타난다. 양치기 소년만을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북한은 한때 핵이 있다고 말하는 양치기 소년으로 간주됐다. 한국과 미국 등 마을사람들은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솝우화처럼 양들은 생명의 위협 앞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양치기 소년의 마지막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핵 위기의 본질을 말해준다.
 또 다른 교훈은 이 우화가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팔리 모왓은 이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양과 늑대의 이분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현존하는 캐나다 최고의 작가이자 자연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가 쓴 <울지 않는 늑대>를 보면 야생의 늑대는 이솝우화처럼 기존의 괴기와 공포 가득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는 이 야생 늑대를 오랜 시간 ‘늑대의 눈’으로 관찰했다. 거기서 늑대는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인간의 잔혹한 사냥으로 인해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절멸해가고 있다. 이솝우화가 상징화 한 그래서 상식이 된 인간의 곡물과 가축을 갈취하는 야수로서의 늑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늑대가 포악하며 무자비한 킬러라는 것은 가공의 이미지다. 모왓은 그것이 우리가 던진 우리 스스로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늑대 이미지 뒤집어 보기

  이솝우화가 고착화시킨 늑대의 이미지를 뒤집어 제대로 보는 것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핵을 이솝 우화의 늑대로 보지 않고 현실의 야생의 늑대로 보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와 늑대의 이미지 둘다 뒤집어 보는게 필요하다. 현실은 거짓말 하는 양치기 소년과 착한 마을 사람들, 착한 양과 사악한 늑대의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와 제이슨 샤플린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정책고문은 지난 2005년 4월 부시 1기 행정부가 취했던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질문했다. 북한은 2005년 2월 핵 보유국임을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을 세 ‘악의 축’ 국가 중 하나로 규정한다면? (다른 두 나라는 이라크와 이란이다) △당신에 대해 선제 공격을 허용하는 예방전쟁 전략을 추진한다면? △이같은 전략을 사용하여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이라크를 침략하고 그 지도자를 몰아낸다면? △(유럽 우방국들의 노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핵 프로그램이 당신 보다 훨씬 못한 이란 -다른 ‘악의 축’ 국가- 을 포용하길 원하는 유럽 우방국들에 동참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답은 이렇다. “김정일은 무자비하고 비윤리적일지 모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그는 여느 지도자가 자신과 국가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해 할만한 그런 행동을 해왔다”.
 

  정권교체 대 핵 억지력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한 아시아 외교관의 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 쟁점은 미국이 그것을 주요 안보위협 -실제 그렇지만- 으로 부풀려 놓고 막상 그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는 데 있다.”  또 다른 외교관은 “강제적인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라면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 즉 모종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게 무슨 해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엄밀히 말하면 북핵 위기는 악의 축에 이어 폭정의 전초기지를 내세운 부시 2기의 정권 교체 전략 등으로 대변돼 온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과 북한의 생존전략으로서의 핵무기 보유, 핵억지력 확보가 충돌하고 대립해 온데서 악화한 것이다. 선한 양과 사악한 늑대의 이분법은 이솝 우화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아인혼 차관보가 오바마를 비판했듯이 2005년 당시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 회장은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의 도전을 정권 교체를 통해 해결하기를 선호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시의 비판자가 아니다. 그 역시 부시 1기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입안하는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20년의 핵협상을 최종적으로 종결짓는 마지막 협상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모아 <코리안 엔드게임>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엔드게임'이란 서양 장기 체스에서 말이 거의 죽어 단 몇 수 만에 승부를 가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를 말한다.
  2007년 북한 핵은 엔드게임 단계에 와 있었다. 큰 흐름에서 되돌아보면 남북은 2000년 두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과 함께 9·19 공동성명으로 민족적·국제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탈냉전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냈다. 남북, 그리고 주변 4강국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2007년 2.13과 10·3 합의로 1단계의 폐쇄를 거쳐 2단계 북핵 불능화에 합의하고, 동시에 남북이 2차 정상회담으로 10·4 남북 정상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한반도의 탈냉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지막 관문에 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종전 선언을 위한 4자(또는 3자) 정상회담은 비핵화 2단계인 불능화를 핵폐기 단계로 견인해내기 위한 정치적 합의이자 결단이었다.  2단계의 북핵 불능화는  3단계 핵폐기와 1단계 핵동결(폐쇄) 사이에서 그 경계가 모호한 시한부적인 불능화였다.그러기에 불완전했다. 폐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에 3단계의 핵 폐기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3단계 폐기로의 이행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미국의 결단 또는 보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지도자는 미-중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이 이를 정치적으로 보장하는 담보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반전을 통한 엔드게임은 가능한가

 1989년 미-소가 몰타에서 냉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이, 종전 선언의 본질은 한반도에서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미국이 이제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걸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것이었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 한반도 평화가 불가능하듯이 북-미, 남-북 간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 한반도 평화 없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비핵화는 가능할 수 없다. 그러나 적대관계 해소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종전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여는 관문이자, 북한이 핵폐기라는 입구에 들어서도록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같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부시 대통령이 불능화의 확실한 진전을 요구하며 핵 폐기 후 관계 정상화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종전 선언은 아예 실종되고 말았다.
  2008년 이후 진행된 불능화 이행 과정은 핵폐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한 위태로운 과정이었다. 결국 핵 프로그램 및 시설에 대한 신고를 둘러싼 논란과 그에 대한 검증 문제는 6자회담을 무력화시켰고, 2단계 북핵 불능화는 그 자체가 '불능화'되고 말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9년 3월, 서울에 온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특사를 임명한 것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핵 협상의 리셋 버튼을 누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6자회담은 재개되지 못했다. 보즈워스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9년 12월 단 한 번뿐이었다.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뒤이은 2차 핵실험, 그리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 대결과 갈등 속에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1차 핵위기 발발 20년을 맞은 2013년 봄 북한은 미국과의 전면 대결전을 선언하며 전쟁인지 평화인지의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지난 20년간 북-미가 합의한 것들을 이행하기 위한 결단을 요구한 것이었다. 북-미(더 정확하게는 남-북, 6자회담 참가국)는 이미 2007년 핵폐기의 3단계로 갈 수 있는 엔드게임 단계에 있었다. 북한의 이런 요구는 전쟁을 내건 협상이기에 위험한 도박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북한 역시 20년간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는 협상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협상은 없으며 이번이 지난 20년의 핵협상을 최종적으로 종결짓는 마지막 협상이라는 관점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탐색적 대화로서의 6자회담은 필요하며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그 마지막 기회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핵궤적 20년 심층분석과 전망
  <시리즈를 시작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것이 지난 94년 10월이었으니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던 모든 대북 핵정책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6자회담은 지난 6년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은 죽었다고 할 수도, 살아있다고 할 수도 없는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2015년을 코 앞에 두고 한반도는 다시 기로에 서 있다. 두가지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등 미증유의 전면적 대결 가능성이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지난 11월18일(현지시각)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틀 뒤인 11월 20일 성명을 통해 4차 핵실험을 경고하며 ‘전쟁억제력은 무제한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총회는 12월 18일이나 19일께 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때 안보리도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에 맞서 11월 23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미증유의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미국 한국 등을 겨냥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다른 흐름 또한 존재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월 10일 한미가 그동안 추진해온 북한의 변화를 위한 압박차원의 공조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한미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데 이어, 12월12일 성 김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고위당국자들과 이틀간에 걸쳐 협의를 마친 뒤 북핵관련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12월 17일)를 맞아 12월12일 발표된 외무성 명의의 장문의 보고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앞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과 미국은 내년 1월 싱가포르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한 두나라의 전현직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1.5 트랙(반관반민) 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고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큰 흐름은 유엔총회 결의가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권 문제보다는 북핵 문제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세번에 걸쳐 지난 20년 협상과 대결을 거듭해 온 북핵 위기의 궤적을 살펴보고 탐색적 대화를 통한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1. 지난 20년 대북 핵 정책은 실패
 2. 협상 무용론과 군비증강의 안보 딜레마를 넘어
 3. 탐색적 대화와 제재 협상의 ‘병진노선’
 

“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1>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정성희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4.12.16  19:53:27
트위터페이스북
올해도 저물고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일제 수난기의 무려 두 배. 이 장구한 세월을 남북갈등으로 허송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날,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삐라 대신 대화를! 인권공세 대신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 대신 남북경협 금강산관광을! 통일대박론 대신 6.15 10.4선언 실천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2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일뉴스 기획위원인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매일 12시, 1인 시위에 임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미니 인터뷰도 진행한다. 16일은 그 첫째 날로서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다. / 편집자 주


  
▲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첫째 날에 나선 이장희 상임대표. 이 상임대표는 "지금 한국은 100여 년 전의 대한제국보다 더 못한 상황"이라면서 "하도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정성희]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 이렇게 추운 날씨에 1인 시위까지...
이장희 교수 : 답답해서 나왔다.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올해도 며칠 안 남았는데,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지금 한국은 100여 년 전의 대한제국보다 더 못한 상황이다. 전쟁이냐 평화냐, 다시 이 땅에 분단고착화냐 아니냐 인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외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작전통제권 없는 통일한국을 주변국, 특히 중국이 협조할리 만무하다. 정부는 부인하겠지만, 지금 싸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한국에 설치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무기한 연기되는 속에서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은 너무나 암담하다. 그래서 국민의 한 사람, 시민운동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호소하고자 나왔다.
정부당국에게 제발 북 인권 얘기하기 전에 인적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5.25조치를 해제하여 남북경협을 활성화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신뢰프로세스 이전에 이미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부터 실천하고 9.19성명의 북 핵 해법에 기초해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이 해가 가기 전에 분단체제 극복의 교두보를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한다.
정성희 :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안 풀리는 주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장희 : 우리 정부당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에 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북한붕괴론, 흡수통일론에 입각해 있다. 이런 적대적 대북관을 갖고 있는 한 남북관계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적대적 대북인식을 혁명적으로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정성희 : 최근 정부 고위당국자인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남북 간 포괄적 협상으로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장희 : 현재 우리 정부당국이 상당히 다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권 2년이 다 가도록 남북문제에 전혀 진척이 없다. 신뢰프로세스 등 내놓은 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싸늘하다. 또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남북경협이 차단되어 우리 국민들의 피해가 2조 8천억 원이 넘었다.
이러니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국민들도 비판이 대단하다. 집권여당 내에서도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 5.24조치 고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제하라고 여당 중진들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정부가 못하면 남북 국회회담으로 할 테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도와주지 않고 있다.
  
▲ 이장희 상임대표의 지인들도 힘을 보탰다. [사진제공-정성희]
이렇게 국민들의 압박, 여당 내의 의견까지 나오니까 시대적 역사적 사명을 다 하지 못하는데 따른 초조감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국에 대북 강경정책을 주문했던 정부당국이 이제 남북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양해를 얻으려고 방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때가 늦었다고 본다. 남북 간에 너무나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이제 북한을 설득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하고 5.25조치를 해제하고 유엔의 제재 완화 성명을 내고 6.15, 10.4선언 실천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확 풀린다. 오늘 아침,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이 고 김정일 위원장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러 방북했다. 정부가 이를 허용한 것도 남북관계를 풀고 싶어서이지만, 이런 것만으로 되겠나. 이참에 우리 정부가 우리국민, 국제사회, 북한 모두 그야말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정성희 : 여당 내에도 뜻있는 분들이 있다면, 평화와 통일 관련 시민단체들이 여야를 모두 망라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이장희 : 그런 의향이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역사정의,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는 여와 야가 따로 있지 않다. 여당 내에도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이제 제발 종북 장난 그만 치고 남북관계 개선하고 동북아 평화협력 실현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여당 안의 아직도 극단적이고 강경한 사람들의 힘 때문에 묻히고 있는데,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되지 않겠나 싶다.
 

돈독오른 정부 '담배대란 막기위해 담배 대량 푼다'

돈독오른 정부 '담배대란 막기위해 담배 대량 푼다'
국민건강위해 흡연율 낮추려 담배세금 올린다더니..
정찬희 기자 
기사입력: 2014/12/17 [01:02]  최종편집: ⓒ 자주민보

'돈독오른 정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다!'

최근 청와대 특명(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폭로)으로 담배세금 폭탄이 2015년 1월1일자로 기정사실이 되면서 이제 담배한갑에 약5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될 예정이다.

             금연운동협 서홍관 회장 '담배세금 인상은 청와대 특명..' 폭탄발언

이때문에 수많은 애연가들은 담배 비축에 나섰고 정부는 '사재기 엄단'을 외치며 '담배세금 인상은 '스스로 중독을 끊을 수 없는 정부의 고육지책이자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기위한 방안'이라며 담배세금 폭탄을 합리화 했다.

▲ 아이러브스모킹 '담배세금 대폭인상은 명백한 서민증세' 반발     © 정찬희 기자

이에 대해 국내최대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www.ilovesmoking.co.kr 대표 운영자 이연익)과 애연가들은 '세수확보를 위한 정부의 혐연탄압' 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담배가 품귀현상을 빚자 정부는 16일 '담배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 며 담배물량을 대량 풀겠다고 선언했다. 그야말로 '돈이 목적 이었음'을 체면가식 다 버리고 스스로 폭로한 셈이 되었다.

애연가들과 아이러브스모킹은 "내년 대폭 오를 담배값에 주머니 걱정하는 흡연자 입장에서는 많이 살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속이 보여서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