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4일 화요일

인공증식 황새·따오기, 준비 안된 자연 복귀

인공증식 황새·따오기, 준비 안된 자연 복귀

조홍섭 2016. 10. 05
조회수 572 추천수 0
지난해 9월 예산 15마리 풀어놨는데
1년만에 감전사 등으로 3마리 죽어
 
절반은 방사지 주변 머물고
나머진 서해안 중심으로 남북 오가
 
먹이 많고 친환경농업 등 필요한데
지자체와 주민 아무런 대책 없어
 
정부당국 예산 지원 끊어
인공번식지 황새 번식조차 중단
 
검증된 서식지인 김해 봉하마을도
절대농지 해제 등 개발 움직임
 
171마리 있는 창녕복원센터 따오기도
내년 9월 방사 앞두고 같은 운명

na1.jpg» 지난해 9월3일 방사된 황새들이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평화롭게 날고 있다. 황새가 자연에 오롯이 복원되려면 정부와 지자체, 시민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황새공원

황새를 자연에 풀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내년 이맘때엔 따오기도 방사할 예정이다. 남획과 환경 파괴로 이 땅에서 사라진 이들을 사람이 사는 농촌에 복귀시키는 일은 국립공원 안에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를 방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복귀에 성공한다면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삶터를 만드는 셈이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8마리를 시작으로 5월31일 2마리, 7월18일 4마리 등 모두 15마리의 인공증식한 황새를 자연에 풀어놓았다. 

na2.jpg» 지난해 자연에 풀어놓은 민황이와 만황이가 5월 예산 인공둥지에서 번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암컷 민황이는 1일 감전사했다. 예산황새공원

지난 5월 방사한 황새 부부가 짝짓기해 새끼 2마리를 얻기도 했지만 사고가 잇따라 3마리를 잃었다. 1일 첫 자연번식에 성공한 암컷인 민황이가 방사지인 예산에서 전선에 걸려 감전사했다. 

비슷한 사고가 8월7일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중국으로 향하다 폭풍에 휩쓸려 오키나와 가까운 오키노에라부 섬에까지 밀려가 폐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na3.jpg» 위성추적 중인 방사 황새 13마리의 9월29일 위치. 예산을 중심으로 서해안을 남북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황새생태연구원.

방사한 황새의 등에는 소형 위성추적장치가 부착돼 있다. 그 기록을 보면 9월29일 현재 방사 지점인 예산에 6마리, 충남 당진·서산 4마리, 충남 태안 1마리, 경기 안성 1마리, 전북 임실 1마리 등이 있다. 방사지를 중심으로 다수가 머물고 있지만 어린 개체는 꽤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3월 중순엔 3년생 수컷 황새가 북한 황해남도 연백평야까지 가 열흘쯤 머물다 오기도 했다.
 
박시룡 교수(황새생태연구원장)는 “현재까지 방사한 황사의 절반가량만 예산에 머물고 나머지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전남에서 경남을 거쳐 일본 서식지로 이동하는 개체가 나타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황새 교류해야 멸종 피해
 
05391720_P_0.JPG»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8마리를 자연으로 풀어놓는 모습. 한국과 일본의 황새 집단이 살아남으려면 동북아 차원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황새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과 중국 동북부가 주된 서식지였고 벼 재배가 시작된 한반도와 일본으로 퍼져나갔다. 개체수가 적은 한반도와 일본 황새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동북아 황새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한반도 황새가 멸종하자 때를 같이해 일본 황새도 멸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에는 2005년 효고현 도요오카시에 처음 방사한 이래 약 90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2014년엔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 2세인 ‘봉순이’가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에 찾아오는 등 3마리의 어린 황새가 김해, 울산, 제주 등을 찾아 옛 교류의 물꼬를 트고 있다.
 
9월28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경남 창녕군에서 연 환경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황새 전문기자’ 마쓰다 사토시 <요미우리신문> 기자는 “방사한 황새 개체수가 늘면서 도요오카시를 넘어 후쿠이현의 에치젠시, 도쿄 근교인 지바현 노다시로 퍼졌다”며 “노다시는 주변 30개 읍·면·동이 함께 황새의 야생복귀를 추진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황새 복귀와 함께 농민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시민은 하천 정비나 홍수 대책을 세울 때도 생태를 배려한 공사를 하는 등 황새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방사 ‘봉순이’ 3년 전부터 찾아와

03912914_P_0.JPG» 나무로 만든 가짜 알을 품고 있는 황새생태연구원의 황새 부부.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부족해 자연 방사를 확대하지 못해 취한 불가피한 조처로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황새복원센터

이처럼 방사한 황새는 장거리 이동을 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황새와 공존할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박 교수는 “황새가 살려면 먹이 자원이 아주 풍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친환경농업 등 지자체와 주민이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황새의 번식 중단 사태는 그런 단적인 예다. 황새생태연구원이 4월부터 황새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수정란을 모두 가짜 알로 바꿔치기하고 있다. 연구원은 애초 첫 방사지인 예산을 ‘윗마을’로 삼고 여기서 퍼진 황새가 두 달 이상 머무는 곳을 다음 단계 황새 방사지로 정해 한반도의 적정 서식 규모인 50쌍으로 야생 황새를 늘려가자는 ‘황새 아랫마을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방사한 황새의 야생적응 상태를 4~5년간 본 뒤 결정하자”며 이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거부해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지원 없이 해당 지자체가 번식장을 짓고 주변 농지의 유기농 전환과 인공습지 조성, 관리인력 확충 등에 나서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박 교수는 “교원대 번식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4~5년이면 황새의 생식능력이 떨어지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자체장의 호응과 주민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na4.jpg»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전경.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지정리가 돼 있고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상태이다. 조홍섭 기자

정부가 지원은커녕 이미 황새가 도래할 여건을 갖춘 곳조차 흔들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들판은 3년 전부터 ‘봉순이’가 찾아오는 검증된 황새 서식지다. 장차 국내에서 방사한 황새가 자리잡을 유력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 해제 대상에 이곳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는 “9년 동안 친환경농업으로 흙과 습지가 살아나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황새가 오게 됐다”며 “이곳이 개발된다면 먹이터가 사라져 봉순이는 물론 화포천 습지를 찾는 수많은 철새가 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05199348_P_0.JPG» 화포천 습지에서 뱀장어를 사냥하는 봉순이의 모습. 도연 스님
 
중국에서 두 차례 두 쌍 들여와 증식
 
황새와 함께 동요에도 나오는 친근한 새인 따오기도 내년이면 자연에서 볼 수 있게 된다.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관찰된 한 마리를 끝으로 사라졌지만 중국에서 2008년과 2013년 1쌍씩 도입한 개체를 증식해 현재 경남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에서 171마리를 기르고 있다. 

올해 태어난 새끼만 77마리에 이르는 등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복원센터는 따오기 약 20마리를 야생적응 방사장으로 옮겨 논과 습지에서 먹이를 찾는 훈련을 한 뒤 내년 9월께 자연에 날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4일부터는 복원센터의 따오기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자연 방사를 앞두고 따오기가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관련 기사‘멸종 위기’ 따오기,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다).

512.jpg» 4일 일반에 처음 공개한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의 따오기들. 최상원 기자
 
그렇지만 풀어놓을 따오기가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오기 서식지는 미꾸라지 등 먹이가 풍부한 친환경농업을 하는 논습지가 있고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서식지 조성은 창녕군 안에도 충분치 않다. 김천일 창녕우포늪 생태관광협회장은 “우포늪 일대는 벼를 거둔 뒤 이모작으로 심는 양파와 마늘이 주 소득원인데 농약을 치지 않고 이들을 재배할 수가 없다”며 “생존이 달려 있는데 친환경농업을 강요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05262767_P_0.JPG» 따오기의 인공증식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들이 자연에 무사히 돌아가려면 먼저 갖춰야 할 일이 많다. 우포 따오기 복원 센터

풀어놓은 따오기가 우포를 벗어나 멀리 날아갈 때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연 방사한 따오기는 중국에서는 방사한 곳으로부터 10㎞ 안에 머물렀지만 일본에선 300㎞를 날아가기도 했다. 

김성진 따오기복원센터 박사는 “애초 창녕군 관내에서 서식한다는 가정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에 창녕군 밖으로 나간 따오기는 다시 수거해 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비의 일부만 지원할 뿐 중앙정부나 도가 따오기 복원에 손 놓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은 “따오기의 서식 여건이 적합한지 조사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자연 방사를 서두르면 안 된다”며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조류 전문가의 참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창녕/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지진 발발부터 원전 중단까지 204분이 걸린 사연


9월12일 오후 8시32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 시간 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에 이상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밤 11시56분부터 월성 원전 4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6년 10월 04일 화요일 제472호
9월12일 오후 8시32분,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27㎞ 떨어진 곳에 월성 원자력발전소 4기와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2기가 가동 중이었다.

지진 발생으로부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경주 지역 지진에 의한 원전 영향 없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한수원은 “구조물 계통 및 기기의 건전성을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였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밤 11시56분. 월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지진 발생 시점에서 3시간24분 뒤였다. 한수원은 “시설 안전에는 이상 없이 정상운전 상태임을 확인”(9월13일 보도자료)하였으나, “선제적인 조치”(9월14일 설명자료)로 월성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시사IN 조남진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원전 이상 무’ 선언이 나오고, 그로부터 두 시간여가 지나 원전을 껐다. 204분의 우여곡절 동안 실제로 벌어진 일은 무엇이었을까.

흔히 국내 원전은 규모 6.5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같은 규모 지진이라도 원전과의 거리나 지반의 특성 등에 따라 원전이 받는 충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원전은 지진의 규모가 아니라 충격이 원전에 도달했을 때 강도를 기준으로 내진 설계를 한다. 이를 최대지반가속도(PGA)라 하고, 단위로는 ‘g’를 쓴다. 월성 원전을 비롯해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0.2g(이 값을 규모 6.5 지진에 해당한다고 간주한다)에 이상 없이 견디는 능력을 목표로 설계되어 있다. 내진 설계 기준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9월12일 지진 당시 월성 원전에서 측정된 최대지반가속도는 0.0981g(1호기)와 0.0832g(2호기)였다. 내진 설계 기준 0.2g의 절반 이하여서 당장 치명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적었다. 한 시간도 못 되어 한수원이 ‘원전 이상 무’ 보도자료를 내놓은 이유다.

하지만 지진 상황에서 원전 운영자는 내진 설계 기준만 따지는 것은 아니다. 원전의 이상 여부와 관계없이, 그 값이 넘으면 일단 원전을 꺼야 하는 기준도 있다. 이것이 운전기준지진(OBE)이다. 월성 원전의 OBE는 0.1g다. 즉, 지진의 충격이 0.1g를 넘어가면, 내진 설계 범위 안쪽이라 해도 일단 원전을 끄도록 되어 있다.
지진 당시 월성 1호기 측정값인 0.0981g는 OBE(0.1g)보다도 낮다. 끄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까? 이 단계에서는 확정할 수 없었다. OBE는 자유장, 그러니까 실외 측정값을 기준으로 한다. 내진 설계가 된 원전 내부에서 지진의 충격을 재면 자유장 측정값보다 낮게 나오기 쉽다. 실제로 월성 원전 부지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측정한 값은 OBE를 초과하는 0.12g였다. 이 결과는 한수원 공식 데이터가 아니므로 당장 원전을 끌 근거로 쓸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응답스펙트럼 값 점검’이라고 불리는 추가 검증을 통해 0.1g를 넘겼는지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KINS 규제 지침 4.18은 이렇게 쓴다. “OBE(자유장 기록을 근거로 함) 초과를 결정하는 기준은 초과판정 기준 가속도 응답스펙트럼 값 점검이다.” 이후 응답스펙트럼 값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정지 기준선을 넘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수치는 위험 경고

그러므로 지진 발생 시점에서 원전 관리자가 정보를 취합해 내릴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은 이런 것이었다. 0.0981g라는 1호기 측정값과 0.12g라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데이터로 미루어보아, 운전 정지 기준선을 넘겼을 가능성은 꽤 높다. ‘아마도 정지 기준선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확인을 위해 계산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수원은 “지진에 의한 원전 영향 없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이 말을 ‘현재 원전 가동 상태에 이상 징후 없음’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거짓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진실도 아니다. 원전은 운전 정지가 요구되는 지진 충격이라는 ‘영향’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한수원은 그 가능성을 고려할 정보가 충분히 있었으므로 “영향 없어”라고 단언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보통 시민은 원전에 아무런 일도 없다는 의미로 “영향 없어”라는 말을 받아들였다가, 불과 두 시간 후에 나온 원전 가동 중단 소식을 접하고 “멀쩡하다더니 왜 갑자기 원전을 끄나”라며 혼란에 빠졌다. 한수원이 자초한 일이었다.

이틀 후 한수원이 내놓은 자료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한수원은 이런 말을 한다. “월성 1~4호기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안전운전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안전 최우선 원칙’과 ‘철저한 예방 점검’ 차원에서 절차서에 따라 수동으로 정지한 선제적인 조치입니다.” 이 문장은 ‘꼭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자세로 적극적·예방적 조치를 취했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은 미묘하게 다르다. 원전 가동 중단은 절차에 규정된 대로였으므로 한수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여지가 없었다. 응답스펙트럼 값 점검 결과 중단 기준선을 넘긴 것이 확인되었고, 이후 한수원은 “절차서에 따라” 가동 중단 프로세스를 밟았다. 이 절차 자체의 성격이 ‘선제적’이라고 논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규정된 절차에 따른 원전 중단을 두고 ‘선제적 조치’라고 부른 것은 아주 쉽게 오독을 유도했다.

국회에서는 한수원이 측정·계산값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응답스펙트럼 측정값이 원전 정지 기준값을 넘겼는데도 한수원이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민감한 수치를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아주 본질적인 문제 제기는 아니었다. 한수원은 지진의 충격이 “정지 기준인 지진분석값 0.1g를 초과”하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지 기준을 넘겼다는 사실은 ‘응답스펙트럼 측정값이 기준을 넘겼다’는 사실을 포괄하는 정보다.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민감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였다.
ⓒYTN 화면 갈무리
9월12일 지진이 일어나고 3시간24분 뒤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원전 4기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시켰다. 원전 가동 중단 소식을 전하는 방송 뉴스 장면.
그러나 이 장면에서 한수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한수원이었다. 9월22일 국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신용현 의원은 “(응답스펙트럼 측정값이 원전 정지 기준값을 초과하였으므로) 한수원이 밝힌 예방 점검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 거짓으로 밝혀졌다”라고 질타했다. 한수원이 원전 정지 결정을 선제적·예방적 조치인 양 홍보한 탓에, 마치 데이터를 은폐한 모양새로 몰리는 부메랑을 맞았다.

고삐 풀린 복잡성은 사고를 일으킬 토양 

일련의 혼란은 지진 이후 내내 한수원을 괴롭혔다. “즉시 원전을 정지했어야 하는데 3시간 넘게 늑장 대응을 했다”라는 의혹도 언론에 등장했다. 한수원은 여기서도 억울한 대목이 있다. 지진 직후 원전을 정지할 근거는 분명하지 않았다. 만약 월성 1호기 내부 측정값이 0.1g를 넘겼다면 곧바로 원전을 끌 근거가 있다. 하지만 0.0981g였으므로 응답스펙트럼 계산을 거쳐야 한다. KINS 규제 지침을 보면 데이터 처리와 계산에 4시간까지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과값을 확인하고 원전을 끄는 데까지 3시간24분이 걸렸다. 비상 상황에서 신속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규정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상 무 선언’에서 ‘원전 중단’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정보의 널뛰기를 연출했다.

지진부터 원전 가동 중단까지 204분의 우여곡절을 되짚어보면, 한수원이 중대한 규정 위반이나 치명적인 정보 은폐를 했다는 비판은 과도해 보인다. 절차는 규정을 벗어나지 않았고, 정보는 판단에 필요한 만큼은 공개되었다. 오히려 주목할 대목은 자기 신뢰를 손상시킬 정도로 안전을 과하게 단언하는 한수원 특유의 태도였다. 과거에도 원전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수원은 “안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라고 되풀이했다. 호언장담과 단호한 확신이 조건반사처럼 등장했다. 원전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불안감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다. 원전 관리자가 아무리 자신감을 과시해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원전을 잘 모르는 보통 시민이 막연히 느끼는 불안의 근거를 날카롭게 제시한 연구자가 미국 예일 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 찰스 페로다. 그는 최악의 원전 사고 중 하나인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 프로젝트를 지휘했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하여 위험 연구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를 썼다.

책에서 페로 교수는 ‘정상 사고(normal accident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긴밀하게 연계된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예상 못한 방식으로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상호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 물론 시스템은 경보와 사고 방지 절차를 추가해 대응한다. 하지만 추가된 사고 방어 체계가 다시 시스템의 복잡성을 높이고, 이는 다시 사고 위험을 높인다. 복잡하고 긴밀히 연계된 시스템에서는 속성상 사고 발생이 정상적이며 불가피하다. 페로 교수가 꼽는 ‘복잡하고 긴밀히 연계된 시스템’의 최고봉이 원전이다.
ⓒ연합뉴스
2013년 5월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지진 상황 대비 방사능방재 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복잡한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 능력 한계를 벗어나고, 고삐 풀린 복잡성은 그 자체로 사고를 일으킬 토양이 된다. 원전을 불안해하는 시민은, “핵심 문제는 복잡성 그 자체다”라는 페로 교수의 통찰을 의식적으로든 직관적으로든 이해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위험과 사고야말로 정상(normal)이 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책임자의 자신감과 확신은 지켜보는 시민의 근심을 덜어준다. 하지만 복잡하고 긴밀한 시스템의 책임자가 확신에 차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제 책임자의 확신은 그가 복잡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시스템의 숙명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신호가 된다. 책임자의 과신과 시민의 불신이 맞물려 상승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근본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가 더 신뢰를 줄 수 있지만, 복잡하고 긴밀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위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한다.

기상청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지진 다음 날인 9월13일 고윤화 기상청장은 “규모 6.5 이상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라고 브리핑했다.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 지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은 현대 과학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다. 한반도 지진 잠재력의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주제로,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원전과 닮았다. 확신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과신은 신뢰보다는 불신을 키웠다.

원전 관리자의 확신에 무작정 기대는 태도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대안으로 제안된 해법 중의 하나는, ‘진흥 프로세스’와 ‘안전 규제 프로세스’를 분리해서 서로가 서로를 껄끄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면 운영 책임자의 확신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가스 산업의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력 산업의 한국전력과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관계가 좋은 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모델을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장관급으로 독립해 2011년 10월 출범했다. 원래 구상대로라면 원자력 진흥 담당인 한수원과 안전 규제 담당인 원안위가 상호 견제하며 굴러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원안위 설치법에 깊숙이 관여한 한 야당 정책통의 설명은 이렇다. “이런 상호 견제 관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안전 규제 블록의 힘을 키워 진흥 쪽과 체급을 맞춰줘야 한다. 감리 산업과 같은 자체 산업을 쥐여주고 자체 전문가 집단을 키워서, 안전 규제 블록이 자기 이해관계를 따라 굴러가도록 만들어야 제대로 긴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원안위가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실 소속 차관급으로 격하되면서 일이 꼬였다.”

차관급으로 격하된 이후 원안위는, 한수원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대등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심지어 원안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인데, 국무총리는 당연직 원자력진흥위원장이다. 지진 이후 언론 대응이나 국회 업무보고의 풍경을 보면 안전 논의도 한수원이 주도하고 원안위는 한수원의 정보를 받아 전달하는 무력한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다. ‘진흥’과 ‘안전 규제’의 균형 모델은 아직 갈 길이 먼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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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백남기 부검영장 공개.. “유족 동의 없인 집행 불가”


네티즌 “본질 숨긴 채 법원이 부검 허락한 것처럼 플레이?…기막힌 정부”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故 백남기 농민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은 “전 과정에서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은 4일 대법원으로부터 입수한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문서 사본을 공개, “수사기관이 흘린 대로 간단한 조건만 갖추면 부검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주민 의원 측이 ‘go발뉴스’에 제공한 해당 문건에는 ‘부검 실시 이전 및 진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 및 방법과 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하여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 故 백남기 농민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부검영장)의 ‘집행방법 제한’ 부분의 사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제공>
  
▲ 법원이 1차로 청구된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일부를 기각하며 밝힌 사유 <박주민 의원실 제공>
하지만 앞서 해당 내용은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정도로만 알려진 바 있다.
박주민 의원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라는 단서가 추가(로 확인)된 것”이라며 “단순히 가족의 의견을 듣기만 하고 검‧경이 마음대로 부검의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검 실시 이전부터 가족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한대로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데 당사자들과 협의하면서 할 수 있나, 부검 시기와 장소를 다 협의하라는 건 아니다’, ‘부검 영장 집행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본질은 숨긴 채 마치 법원이 부검을 허락한 것처럼 플레이를 한거구나. 이러니 국민들 불신만 팽배할 뿐이지”, “결국 불법을 계속하고 있는 검경이라는 건데, 누구한테 고발해서 처벌해야 하냐?”,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 맞나요”, “이게 민주주의냐? 박정희, 전두환 때랑 뭐가 다르냐?”,
“국민이 보고 다 아는데도 이러는데 참 기가 막힌 정부다”, “가해자가 부검 신청하는 경우는 강도가 자기 잡겠다는거네”, “국가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신뢰할 수 없는 권력의 하류기관으로 전락한 검경.. 자존심을 회복한 날이 어서오길”, “제발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싶다”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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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장에 전화한 경찰, 현재 청와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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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투쟁본부 '부검 반대' '사망진단서 정정요구' 4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 권우성

지난해 11월 14일 농민 백남기씨가 쓰러졌을 때, 서울지방경찰청장 지시로 혜화경찰서장이 서울대병원장에게 연락해 백선하 신경외과장으로 하여금 수술을 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백남기씨 유가족이 지난 3월 대한민국과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이후, 경찰이 5월 재판부에 낸 답변서 내용이다. 백남기 투쟁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4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을 전하면서 "(외압을) 자백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장→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백선하 과장
경찰은 이 의견서에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백남기의 부상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당시 이 사건 대회 관련 지역 책임을 맡고 있던 (정용근) 혜화경찰서 경찰서장의 근무를 종료시키고 곧바로 원고 백남기가 후송된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어 원고 백남기 치료를 위해 다하게끔 조치하였다'라고 밝혔다. 

또한 '혜화경찰서장은 당시 주말 야간이어서 응급실에 인턴밖에 없던 상황에서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 요청하여 서울대 병원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가 급히 서울대병원으로 와서 백남기의 진료 및 수술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료와 관련해 비전문가인 경찰이 직접 백씨에 대한 의료행위에 개입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박석운 대표는 "백남기씨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의학과·신경외과 교수들 모두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백남기씨가 병원에 온 지 3시간 지난 뒤 등산복을 입고 나타난 백선하 과장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백남기씨가 숨을 거뒀을 때, 백선하 과장은 백씨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지침을 어기고 사인을 '병사'로 적었다.

박석운 대표는 "경찰은 백남기씨가 쓰러졌을 때 최선의 구호조치를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재판부에 문서를 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진상이 숨겨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압의) 핵심선은 서울지방경찰청장→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백선하 과장이다. (경찰은) 외압의 실체에 대해 자백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근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지난 1월부터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 당시 병원에서 혜화경찰서장이 (서울대병원장과 한 전화통화를 통해 백 과장으로 하여금) 무엇을 진료하게 했는지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외압) 의혹을 풀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부검영장 공개 요구,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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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장 면담하러 출발하는 백남기 유가족 4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고 백남기 농민 부인과 변호사가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출발해 병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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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투쟁본부 '부검 반대' '사망진단서 정정요구' 4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대리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사망진단서 정정 및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유족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가 서울대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 사본을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변호인단은 검찰과 경찰에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부검을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종로경찰서는 지난 29일 유가족과 투쟁본부에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대표를 선정해 협의 일시·장소를 10월 4일까지 경찰에 통보 해달라"고 전한 바 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부검영장의 공개가 조건부 영장의 유·무효 논란을 종식시키고, 유족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을 부검영장 집행 기관이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유가족은 또한 서울대병원 쪽에 사망진단서 정정을 요청했다. 고인의 아내 박순례씨는 이은정 서울대병원 행정처장을 만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보내는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서를 전달했다. 

박씨는 이은정 처장에게 "(요청서를) 꼭 전달해 달라. (외인사라는 게)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인데, ('병사'라고 적힌 남편의 사망진단서 때문에) 선후배와 동문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 시골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평화의 주춧돌 남북경협기업인들을 살려내라!”

“평화의 주춧돌 남북경협기업인들을 살려내라!”
편집국 
기사입력: 2016/10/05 [00:5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남북경협기업인들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집회'를 가졌다     ©편집국

10.4선언 9주년을 맞아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집회를 가졌다남북경협기업인들은 이날 남북경협은 죽었다는 의미로 모두가 검정색 옷과 검정색 모자를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유동호 남북경협비대위 위원장은 희망이 없어진 기업들이 하나둘 폐업하고 동료기업인의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마치 숨 막히는 죽음의 터널에서 오지 않는 구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절망감이 든다.”며 이제는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경협기업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해 거리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신양수 회장은 금강산 관광 중단 9년이다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며 일체의 남북관계는 중단되었다이제나저제나 관광이 재개될 날만 손꼽아 기다려온 우리로선 이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여태껏 버티고 기다려왔다그러나 이제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날 집회에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자녀들도 참석했다.     © 편집국

이날 집회에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자녀들도 참석했다금강산에서 사업을 하셨던 창희 식품 이창희 대표의 딸 이상영씨는 갑작스럽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부모님은 기약 없는 사업재개를 기다리며 점차 지쳐갔다며결국 그 기다림이 독이 되어 어머니는 돌아가시고어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가슴 아픈 가족사를 털어놓았다참가자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집회이후 참가자들은 청와대(청운동사무소)앞까지 행진해 정부를 향해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절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외면하지 말라!”며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호소했다이어 참가자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 농성장을 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남은 건 결사항전 뿐이다!”라며 100일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 청와대 행진후 다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100일농성 결의를 다지고 있다.     © 편집국

▲ 남북경협기업인들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남은 건 결사항전 뿐이다!”라며 100일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 편집국

남북경협기업은 금강산관광을 포함하여 1988년부터 2010년 5.24조치가 있기까지 북한 전역에서 각종 남북경제협력을 주도해왔던 1,269개의 기업을 말한다이들 기업은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정부정책에 의해 하루아침에 사업이 중단된 후 수십수백억을 투자한 기업도 정부로부터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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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정부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절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외면하지 말라!

남북경협기업인들(내륙투자임가공 및 일반교역금강산관광)은 비장하고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금강산 관광이 중단 된지 9년이며, 5.24조치로 인해 남북교류가 막힌 지 7년이다.

기나긴 9년의 시간동안 우리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투자한 돈과 자산을 날려버린 것은 기본이며 가정이 파탄 나고 질병으로 몸져눕는 기업인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북측에 있는 내 공장에 돌아갈 수 있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텨왔다그러나 2016년 개성공단 폐쇄는 그런 일말의 기대마저 처참히 무너지게 하고 말았다평화와 남북교류의 상징이었던 경협기업인들은 하루아침에 대북퍼주기를 했다며 주변의 냉대와 멸시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남북경협기업인은 한마디로살아 있되 살아 있지 못한걸어 다니는 시체 상태다!

남북경협기업인들은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서만 남북경협에 띄어든 것이 아니다남북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평화의 홀씨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지도 컸다정부도 이를 적극 권장했다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얼어붙자 모든 것이 변했다정부는 스스로 공언한 정경분리의 원칙을 져버리고 남북경협기업인들을 철저히 외면했다남북경협기업인들은 좌절감을 넘어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이루 말 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이후 부족하나마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아닌, 9년여를 참고 기다려온 수많은 남북경협기업인들의 박탈감은 더욱 크다.

정부는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절절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정부는 기업인들의 절박하고 시급한 생계지원을 통해 소중한 평화와 통일의 일꾼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농부는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종자를 먹어치우는 일이 없다전 세계 유일하게 대립하는 두 체제를 오가며 온몸으로 평화를 체험한’ 사람들이 바로 남북경협기업인들이다경협기업인들은 평화와 통일의 소중한 씨앗들이다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해 소중한 씨앗들을 보호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경협기업인들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 나설 것이다!
서로 간의 이해와 소통실질적인 교류만이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간 대화와 만남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남북경협기업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남북경협의 현장에 복귀해 더욱 열심히 일하며 평화와 통일의 전령사로서 활동할 각오가 되어있다.

정부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절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외면하지 말라!
정부는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라!

2016년 10월 4
남북경협기업인 및 행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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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농성돌입 결의문]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남은 건 결사항전 뿐이다!
정부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생존권을 즉각 보장하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9, 5.24조치로 남북경협과 교류가 막힌 지 7년이다남북경협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나긴 고통과 인고의 세월이었다피가 마르는 하루하루였다.

기나긴 9년여의 시간 동안 남북경협기업인들은 정신적인 공포와 물질적 궁핍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철저히 버림받았다는 깊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또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심신은 무너지고 그로 인해 질병으로 몸져눕는 기업인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조금만 더 참으면 언젠가는 북녘의 내 공장에 가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북녘의 내 직원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고 휴전선을 오고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하지만 개성공단 마저 폐쇄되고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보며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우리도 이제 좀 살아야겠다우리의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겠다.
정부는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남북경협기업인들은 정부 말만 믿고 성실히 일한 죄 밖에 없다정부가 책임져라!

우리는 이 시간부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성을 돌입함을 선포한다.
우리는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 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비가 오나 눈이오나 이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정부의 행동을 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다.

정부는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절절한 호소를 들어라!

하나정부는 이달 안으로 남북경협기업 생존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하나정부는 남북경협기업에게도 개성공단과 동일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하나남북경협기업의 생존은 평화와 통일의 실질적 준비다남북경협기업 생존권 즉각 보장하라!

2016년 10월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