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6일 토요일

‘법 집행자’ 윤석열의 어퍼컷과 단일화 결렬이 부른 것

등록 :2022-02-27 09:05수정 :2022-02-27 09:29 성한용 기자 사진 성한용 기자 구독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17 초박빙 선거 균열점은? 노무현 기적은 지지층 절박감 통해 박근혜 역전은 예상 넘는 결집 영향 올해 윤 막말·단일화 무산에 초박빙 절박함·후보 정체성에서 승부날 듯 23일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 들머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를 벌이는 가운데 인근에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당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3일 충남 당진시 당진어시장 들머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를 벌이는 가운데 인근에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당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번 대통령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에서 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비호감 지수가 이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역대급 불투명 선거’라고 합니다. 틀린 얘기입니다. 1987년 이후 모든 대통령 선거는 예측이 쉽지 않았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겨뤘던 1987년부터 그랬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가 겨뤘던 1992년에도 그랬습니다. 1997년 대선 전에 김대중 후보 당선을 자신 있게 예측했다거나, 2002년 대선 전에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100% 확신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두 사람의 당선 여부는 투표 당일까지도 불확실했습니다. 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대선 결과 흔든 사건들 보니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1위와 2위의 득표수 차가 가장 적었던 선거는 1963년 5대 대선이었습니다.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470만2640표, 민정당 윤보선 후보가 454만6614표로 15만6026표 차였습니다.득표율 차가 가장 적었던 선거는 1997년 15대 대선이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27%,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74%로 1.53%포인트 차였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48.91%,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46.58%로 2.33%포인트 차였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51.55%,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48.02%로 3.53%포인트 차였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했지요?과거의 역사는 필연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필연이 아닙니다. 모든 선거는 어쩌면 우연의 연속과 집적으로 결판이 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997년과 2002년 두차례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이회창 후보는 회고록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선거에서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 어설픈 정의나 도덕론은 쓸데없다. 이것이 정치의 현실이다.”“12월18일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느닷없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벼락을 맞은 것은 노 후보 쪽이었지만 놀라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나는 동대문 의류시장 골목을 돌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 일행 속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고 상인들도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우선 지지 철회가 투표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게다가 벼락이 떨어진 노 캠프에서는 수습을 위해 더 뛰겠지만, 벼락을 구경하는 이쪽은 이제 안심하고 주저앉을 우려도 있었다.”“정 후보의 지지 철회를 듣고 노 후보는 정 후보를 찾아갔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는데 이 장면이 노 후보의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지지 철회 당사자인 정몽준 후보도 뒷날 자서전에 비슷한 내용을 남겼습니다.“대변인에게 지지 철회를 발표하라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었다. 노 후보 측과도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그때 우리 집에까지 찾아온 노 후보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박대한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그랬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는 역풍을 불러왔습니다. 2002년 12월19일 투표 당일에 벌어진 무척 강렬한 몇 장면이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첫째, 신문 수거 사건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지 못하도록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이른 새벽 집집이 돌며 신문을 거둬들인 것입니다.둘째, 민주노동당 지지층 설득이었습니다.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자들에게 밤새도록 “이번만 노무현을 찍어달라”고 애걸한 것입니다.셋째, 민주당 지지자들의 급거 귀국이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나가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 소식을 듣고 투표 당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서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세 장면의 공통점은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의 애타는 절박감이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기적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었습니다.2012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결에서는 반대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절박감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절박감보다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펴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12월15~16일 무렵에는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제가 처음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앞서는 지지율의 역전, 이른바 ‘골든 크로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당일 투표율이 75%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을 때 승리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108만표 차이의 뼈아픈 패배였습니다. 2030세대가 결집했지만, 5060세대는 더 결집했습니다. 호남이 결집했지만, 영남은 더 결집했습니다. 우리 지지층이 유례없이 결집했지만, 상대 지지층은 더 무섭게 결집했습니다.” 역대급 초박빙, 누구 손 들어줄까? 자, 그래서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월24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는 윤석열 39%, 이재명 37%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40% 대 31%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격차가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첫째, 안철수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누리던 야권 단일 후보 효과가 사라진 것입니다.둘째, 윤석열 후보의 막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비주류 출신입니다. 거친 말과 행동을 해도 ‘본래 그런 사람’이라는 인상 때문에 별 영향이 없습니다.윤석열 후보는 다릅니다. 서울 법대, 검찰총장 출신 엘리트로 ‘공정한 법의 집행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박살 내겠다” “말아먹었다” “거덜 냈다” “나라 꼬라지” “족보 팔이” “약탈 집단” “무식한 삼류 바보” 등 시정잡배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놀란 중도층이 일부 이탈하는 것 같습니다.이번 대선의 막판 분수령은 양당 지지층의 절박감과 후보들의 정체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지층의 절박감은 후보나 정당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영역입니다.후보들의 정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재명은 이재명이고 윤석열은 윤석열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들이 후보 경쟁력을 중시하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입니다. 정권교체 당위성을 중시하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대선 막판 프레임 대전쟁 '국민통합이냐, 정권교체냐'

[2022년 대선 읽기] 안철수 결렬선언 후 정권심판론 상처, 이재명 상승 흐름 뚜렷 유승찬 정치 컨설턴트 | 기사입력 2022.02.26. 20:01:30 초접전이다. 이재명, 윤석열의 지지율이 1~2%p 차이로 좁혀졌다. 흐름은 이재명 상승세, 윤석열 하락세다. 지각변동은 안철수의 결렬 선언으로 시작됐다. 수세적 단일화 구도를 돌파하기 위한 안철수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과 결렬 선언까지의 일주일 동안 이른바 '묻지마 정권교체' 구도에 상처가 났다. 안철수는 적폐교대가 아닌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제 종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권교체냐 아니냐'로 진행돼 온 이번 대선구도가 야권 내부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강력한 정권교체 구도를 흔들기 위한 이재명의 전략적 카드는 '국민통합정부론'이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를 만들어야 대결의 시대를 넘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교체이며 이를 위해서는 심상정, 안철수가 주장해온 정치개혁 과제를 민주당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이재명의 '명동선언'은 야권 단일화 국면을 뒤흔들 프레임 전환의 서막이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법제화 등 다당제를 실현을 통한 연정의 제도화 의제들이 대거 포함됐다. 지난 25일 선관위 주최 2차 TV토론에서 이런 프레임 전환의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 정치분야 토론에서 정치개혁, 통합정부를 앞세운 윤석열 포위전략이 표면화된 것이다. 물론 심상정, 안철수가 민주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긴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은 두 후보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TV토론에서 이재명이 인사실패, '내로남불', 편가르기, 분열의 정치, 민생 실패, 무능과 오만 같은 단어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고 성찰했듯이 심상정, 안철수의 날카로운 비판을 전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민주당은 일요일에 의총을 열어 정치개혁 제도화를 위한 당론 채택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공학적 단일화를 넘어 국민통합정부 실현을 위한 실질적 정치개혁을 단행한다면 '국민통합이냐, 정권교체냐'로 전환된 프레임 전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선 직후 치러질 지방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대선거구 확대를 의결한다면 통합이라는 '가치 프레임의 폭포수'를 더욱 힘차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의 수도권 서북부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홈플러스 신도림점 앞에서 열린 "구로를 디지털 굳로(Good road)로, 윤석열과 함께"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모든 선거에서 가치가 정책을 이긴다. 정책이 아주 인기가 높을 때도 그렇다. 가치는 프레임 형성의 원천이며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대부분 무의식적 차원에서 작동한다. 정책은 프레임의 폭포수에 연결될 때 비로소 기억되고 확산된다. 이번 대선의 가치는 공정, 통합, 평화, 안전 같은 것이다. 공정의 가치는 양당 후보 부인들 문제와 결부되면서 무력화했다. 통합은 분열과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싶은 무의식과 연결되며, 평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의미를 강화했고, 안전은 코로나 재난으로 방역과 민생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다. 위기의 시대, 대전환의 시대에 국민통합의 가치는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다른 가치에 우선한다. 평화와 안전, 민생 문제도 국민통합을 통해서만 더 잘 극복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화 국면을 절묘하게 파고든 이재명의 국민통합정부론이 순식간에 강력한 프레임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재명이 정치적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좀더 큰 설득력을 갖게 됐다. 또 양당체제 극복과 다당제 실현은 이재명의 지론이기도 했다. 나아가 이재명의 국민통합론을 부각시킨 데는 이준석의 분열주의적 선거전략이 한몫했다. 이준석은 갈라치기 전략에 입각한 세대포위론으로 한때 재미를 좀 봤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극단적인 갈라치기 전략은 일시적으로 이대남을 포섭하는데 성공했지만, 20대 여성유권자들의 은밀한 결집이라는 반대급부로 이어졌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20대 여성들의 윤석열 비토현상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준석의 가장 큰 실책은 뭐니뭐니 해도 안철수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단일화 국면을 파탄낸 것이다. 이준석은 마치 낮에는 국민의힘 대표이고 밤에는 '펨코당' 대표인 것처럼 제1야당 대표에 걸맞지 않은 거칠고 천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번 정권교체 프레임에서 안철수가 차지하는 가치와 비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삼수생' 안철수의 내공은 이준석의 경박함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윤석열은 안철수의 제안을 무시했고, 기습적으로 결렬 선언을 하자 정권교체의 의미가 반감되면서 이재명의 국민통합 '인코스'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오만과 겸손의 사이클이 나타난다.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오만할 때 지지율이 떨어지고 겸손할 때 지지율이 올랐다. 국민통합론은 겸손의 가치를 내포한다. 나아가 국민통합론은 권력 독점이 아니라 권력 나누기이며, 무엇보다 공적 가치, 즉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환기시킨다. 물론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고, 초박빙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변수도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외교안보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오미크론 대유행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주 희박해 보이지만, 윤석열이 무릎을 꿇고 안철수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략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변화를 고려하되,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할 때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어렵게 만든 '국민통합'이라는 프레임의 폭포수 아래 정치개혁과 안보, 평화, 코로나 재난극복 등을 위한 효능감 있는 정책을 결합시켜내야 한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반성과 성찰의 태도는 언제나 중요하다. 정권교체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리고 이 프레임은 기득권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의지를 품고 있다. 이재명의 상승 흐름이 형성됐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재명의 전략적 집중이 중요하고 민주당의 실천의지는 필수적이다. 나아가 외부의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같은 조력도 필요하다.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국민통합이냐, 정권교체냐.' 초박빙 선거 판세 속에서 치러지는 막판 프레임 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TV조선 폐간” 이재명, TV조선 드라마로 경기도 홍보

기자명 김도연·조준혁 기자 입력 2022.02.27 06:00 댓글 4 경기도 도정 홍보 방송프로그램 살펴보니 SBS ‘모범택시’ TV조선 ‘어쩌다 가족’ 홍보 주·조연, 경기지역화폐로 식료품 결제 장면 방송홍보 실무자는 사표 후 이재명 캠프로 “도정 업무 수행한 것… 대선연결은 무리” 장면1. 지난해 5월29일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 마지막회 한 장면. 주인공 이제훈(김도기 역)이 한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선다. 휴대전화에서 ‘경기지역화폐’ 앱을 열고 ‘고양페이’를 확인한 뒤 지갑에서 ‘고양페이’가 적힌 카드를 내민다. “이걸로 결제해주세요.” 장면2. 지난해 4월18일 TV조선 예능 드라마 ‘어쩌다 가족’ 한 장면.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7100원입니다.” 카페 직원 대사와 동시에 화면은 계산대 옆 ‘경기지역화폐 와이페이 가맹점’이라고 적힌 문구를 클로즈업한다. 그러자 신원호(원호 역)는 “이걸로 해주세요”라며 용인 와이페이 카드를 꺼내 결제한다. ▲ 지난해 5월29일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 마지막회 한 장면. 주인공 이제훈(김도기 역)이 휴대전화에서 ‘경기지역화폐’ 앱을 열고 ‘고양페이’를 확인한 뒤 지갑에서 ‘고양페이’가 적힌 카드를 내미는 모습. 사진=모범택시 갈무리. ▲ 지난해 5월29일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 마지막회 한 장면. 주인공 이제훈(김도기 역)이 휴대전화에서 ‘경기지역화폐’ 앱을 열고 ‘고양페이’를 확인한 뒤 지갑에서 ‘고양페이’가 적힌 카드를 내미는 모습. 사진=모범택시 갈무리. ▲ 2021년 6월1일 경기도 문건. ‘경기지역화폐 활용’ 관련 도정 방송프로그램 홍보 결과 보고. ▲ 2021년 6월1일 경기도 문건. ‘경기지역화폐 활용’ 관련 도정 방송프로그램 홍보 결과 보고. 극 흐름에서 다소 벗어난 두 장면은 경기도가 경기지역화폐를 방송 프로그램으로 홍보한 사례다. 경기도는 “코로나19 경제 침체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행되는 경기지역화폐와 연계한 드라마를 통한 핵심 도정 전달”이 목적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경기도 문건을 보면, 두 사례 모두 소요 예산은 밝히지 않았다. SBS·TV조선 드라마에 ‘경기지역화폐’ SBS ‘모범택시’ 마지막회 시청률이 15.3%(닐슨코리아 기준)였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거둔 홍보 효과는 적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TV조선 ‘어쩌다 가족’ 시청률은 0~1%대로 부진했다.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경기도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문건(2019~2021년 경기도 홍보콘텐츠담당관 생산 문건)을 일부 수집·확인한 결과 경기도는 지상파·유튜브 방송 제작지원을 통해 △코로나19 방역·대응 △재난기본소득 △경기지역화폐 △청년기본소득 △기본소득 박람회 등을 홍보했다. ▲ 지난해 4월18일 TV조선 예능 드라마 ‘어쩌다 가족’ 한 장면. 신원호(원호 역)가 “이걸로 해주세요”라며 용인 와이페이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모습. 사진=어쩌다 가족 갈무리. ▲ 지난해 4월18일 TV조선 예능 드라마 ‘어쩌다 가족’ 한 장면. 신원호(원호 역)가 “이걸로 해주세요”라며 용인 와이페이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모습. 사진=어쩌다 가족 갈무리. ▲ 2021년 3월24일 경기도 문건. ‘경기지역화폐 활용’ 관련 도정 방송프로그램 홍보 계획. ▲ 2021년 3월24일 경기도 문건. ‘경기지역화폐 활용’ 관련 도정 방송프로그램 홍보 계획. 주로 경기도가 전국에 송출되는 지상파 방송사 교양·다큐·드라마 제작에 협찬하는 방식이었다. 이 시기 경기도지사로 활동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치적으로 삼고 있는 정책들이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오후 MBC 방송 연설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 국민 지역화폐를 통한 매출 지원 같은 경제 부스터샷을 통해 서민 경제를 확실히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지역화폐는 이재명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확보한 70여건의 경기도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계획 및 결과 보고 문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프로그램은 SBS ‘생방송 투데이’였다. 70여건(비공개 문건 포함)을 통해 실제 확인한 홍보 방송은 23건 남짓. 이 가운데 SBS ‘생방송 투데이’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9번 제작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모든 문건이 공개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최소 수치로 풀이된다. 이 방송 프로그램에선 경기도 드라이브 스루, G버스 방역 홍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기본소득 박람회 등이 소개됐다. 경기도가 이 방송에 한 편당 투입한 예산은 1815만 원(2020년 기준)이다. ▲ 경기도는 SBS ‘생방송 투데이’를 통해 경기도 드라이브 스루, G버스 방역 홍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기본소득 박람회 등을 소개했다. 경기도가 이 방송에 한 편당 투입한 예산은 1815만 원(2020년 기준)이다. 사진=생방송 투데이 갈무리. ▲ 경기도는 SBS ‘생방송 투데이’를 통해 경기도 드라이브 스루, G버스 방역 홍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기본소득 박람회 등을 소개했다. 경기도가 이 방송에 한 편당 투입한 예산은 1815만 원(2020년 기준)이다. 사진=생방송 투데이 갈무리. ▲ 2020년 4월22일 경기도 문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관련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결과 보고. ▲ 2020년 4월22일 경기도 문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관련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결과 보고. 생활 프로그램 편당 1815만원 예능 5500만원~7700만원 경기도는 지난해 3월과 6월 MBC ‘생방송 오늘아침’을 통해서도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경기지역화폐 등을 홍보했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나 ‘생생정보’도 도정 홍보 창구다. 통상 지상파 3사 생활 정보 프로그램은 지차체의 제작지원을 필요로 한다. 제작지원이나 협찬고지를 통한 지자체 방송 홍보 시장의 시세는 어떨까. 2019년 7월 경기도 문건(‘2019 주요도정 하반기 방송프로그램 홍보계획’)을 보면, KBS 2TV ‘생방송 아침이 좋다’는 편당 1815만 원이었다. MBC ‘오늘 아침·오늘 저녁’의 경우 편당 1430만 원, KBS 특집프로그램 ‘평화음악회’는 편당 1억 원,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편당 7700만 원, ‘동상이몽2’는 편당 7700만 원,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5500만 원이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2019년 하반기(7~12월) 이들 방송을 포함해 총 3억8435만 원을 도정 방송프로그램 홍보에 투입하겠다고 계획했다. ▲ 경기도 문건. 2019 주요도정 하반기 방송프로그램 홍보계획. ▲ 경기도 문건. 2019 주요도정 하반기 방송프로그램 홍보계획. ▲ 2020년 4월24일 경기도 문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관련 도정 인플루언서 방송프로그램 홍보계획. ▲ 2020년 4월24일 경기도 문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관련 도정 인플루언서 방송프로그램 홍보계획. 유튜브도 도정 홍보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0년 4월24일자 KBS 유튜브 ‘구라철’에 소요된 비용은 4840만 원이었다. 이 방송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홍보했다. 진행자 김구라씨는 “경기도민은 1362만 명이다.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잘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정치인들의 표를 위한 포퓰리즘인지, 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기지역화폐가 잘 사용되고 있는지 따져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이 방송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KBS의 간판 인플루언서 채널(최고 조회수 111만)”이라며 “도민과 소상공인에게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취지 및 사용 방법에 대해 상세히 전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방송에는 정하영 김포시장 찬조 출연했다. 5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도 지난해 3월 경기도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아 영상을 제작했다. 쯔양은 광명 새마을 시장을 찾아 경기지역화폐로 시장 음식을 구매하고 시식했다. 콘텐츠 설명란에는 “해당 영상은 경기도로부터 제작비를 지원 받은 공익 광고성 영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 지난 2020년 4월24일자 KBS 유튜브 ‘구라철’에 소요된 비용은 4840만 원이었다. 이 방송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홍보했다. 사진=유튜브 구라철 갈무리. ▲ 지난 2020년 4월24일자 KBS 유튜브 ‘구라철’에 소요된 비용은 4840만 원이었다. 이 방송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홍보했다. 사진=유튜브 구라철 갈무리. 경기도는 초청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도 제작 지원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김찬휘 위원이 강연자로 나서서 기본소득 필요성을 홍보했다. 같은 날 방영된 MBC ‘다큐프라임’도 경기도가 제작 지원에 나선 사례다. 이날 다큐프라임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다뤘고 경기도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소득 박람회’ 등을 홍보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경기도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5월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선 청년면접 수당이 소개됐다. 방송인 광희씨는 “취업이나 이직할 때 제일 중요한 것 하나가 면접”이라며 “옷 사고 교통비 내느라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SBS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 박선영씨는 “아이러니한 게 돈을 벌자고 (면접하는 건데)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지원하는 게 청년면접 수당이다. 이런 건 많은 분들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구라씨는 “아하, 이런 건 찾아 먹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진행자 대화 과정에 ‘경기도’가 언급되진 않았다. 경기도 청년면접 수당은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주는 데 목적이 있는 사업으로 이 후보는 지난 1월 공공부문 면접수당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선주자의 도정 홍보에 평가 엇갈려 드라마·예능에서 정부·지자체의 ‘정책 홍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 2016년 3300만 원을 들여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적극 홍보했다. 당시 정부는 “드라마·예능 등 인기 TV프로그램 간접광고(PPL)를 통해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 제고”라고 홍보 목적을 밝혔으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지상파 출신의 한 PD는 “서울이나 경기도의 제작 지원은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지자체 협찬이라기보다 정부 광고에 가까운 수준으로 집행 규모가 크다”며 “경기도 홍보가 이례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홍보 대상이 기본소득이나 지역화폐와 같이 매우 구체적인 정책이다 보니 눈에 더 띄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선 청년면접 수당이 소개됐다. 사진=아무튼 출근 갈무리. ▲ 지난해 5월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선 청년면접 수당이 소개됐다. 사진=아무튼 출근 갈무리. ▲ 2021년 4월22일 경기도 문건. ‘청년면접 수당’ 관련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계획. ▲ 2021년 4월22일 경기도 문건. ‘청년면접 수당’ 관련 도정 방송 프로그램 홍보 계획. 다만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정책 홍보비는 최근까지도 질타를 받아왔다. 대선을 위한 ‘혈세 낭비’ 아니냐는 것. 지난해 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캠프 박래용 대변인은 “경기도청이 기본소득 홍보에 쏟아부은 돈이 현재까지 광고횟수 808회, 총 33억 9400만 원”이라며 “대선 후보로 나선 지사의 일개 공약을 홍보하는데 경기도가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을 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가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11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청 광고비 집행액은 2016년 115억1600만 원, 2017년 148억8900만 원에서 이 후보가 지사 임기를 시작한 2018년에는 171억6500만 원, 2019년에는 181억9700만 원으로 상승했다. 2020년에는 172억9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억 원 감소했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25개 출자·출연기관은 2020년 광고비로 총 413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이 후보 지사 취임 전인 2017년 260억 원보다 1.6배 증가한 수치다. 도정 홍보 경기도 실무자 ‘이재명 캠프’로 경기도 홍보캠페인팀장으로 도정 방송 홍보 실무를 맡았던 A씨는 25일 “방송 홍보는 철저하게 언론진흥재단을 거쳐 진행됐다. 도정 정책에 국한한 홍보였다. 규정을 준수했으며 협찬고지를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홍보한 정책은 도민 알 권리 충족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주어진 예산에서 최대한 홍보하는 게 홍보 파트 책무”라며 “현행 법령과 규정 안에서 다양한 방송 장르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기제 계약직이었던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에 사표를 내고 현재 이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A씨는 도정 홍보 주요 창구로 ‘지상파 방송’을 활용한 데 대해 “홍보의 기본 방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 정책을 알리는 것”이라며 “드라마·예능 등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매체를 통해 도정을 홍보한 것은 우리의 분명한 성과”라고 밝혔다. A씨는 TV조선 드라마 홍보에 대해서는 “과거 경기지역화폐를 홍보했던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였고, 그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자신의 막말·욕설과 형 강제입원 의혹을 보도한 TV조선을 겨냥해 “민주공화국을 마비시키는 독극물 조작 언론을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경기도는 A씨 도정 활동과 이후 이재명 캠프 참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A씨는 자기 직무 수행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광고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A씨는 그만둔 뒤 캠프로 간 것”이라며 “도청 시절에는 팀장 직무를 법령과 예산에 근거해 수행했다. 이를 대선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