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와 ‘2018년 조미전쟁설’

[개벽예감278] 제8차 군수공업대회와 ‘2018년 조미전쟁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2/18 [12: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 
2.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열핵탄두 장착된다
3.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를 우려하는 펜타곤
4. 조선의 통일대전인가, 조선과 미국의 핵결전인가

1.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 

2017년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성대히 진행되었다.  
제1차 군수공업대회에서부터 제7차 군수공업대회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그 일곱 차례 군수공업대회들이 각각 언제 진행되었는지 외부에서는 알지 못한다. 이제껏 군수공업대회라는 말 자체가 외부에 알려진 바 없었다. 김일성 주석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로선을 제시하였던 때가 1962년 12월이었으므로, 군수공업대회는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룩될 때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말하는 국방공업이란 국방과학연구와 군수공업생산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조선 각지에 있는 국방과학연구기지들과 군수공장들이 그 실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한 차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군수공업대회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 발전이 이룩되었으므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된 것이고, 그 대회를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7년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의 한 장면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단 한 차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군수공업대회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조선에서 방영된 기록영화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2 조국수호의 전초선에 계시여'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느 군수공장 생산현장을 시찰하면서 기계 앞에서 공장일군들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조선의 국방공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 강화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번에 진행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몇 해 사이에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이룩된 획기적인 발전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각종 첨단무기들이 개발, 완성된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적대상물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각종 공격수단들과 우리 식의 위력한 저격무기, 땅크, 장갑차, 반땅크로케트 그리고 현대적인 함상무장장비들과 무인전투장비 등 첨단무기들과 전투기술기재들이 마련된 것은 인민군대의 싸움준비완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성과들”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지적 중에서 무인전투장비라는 말에 관심이 쏠린다. 전투장비의 무인화는 최첨단 현대군사과학기술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만들어진 무인전투장비들 가운데 무인타격기만 세상에 공개되었고, 다른 무인전투장비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이 어떤 무인전투장비들을 만들어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인타격기 이외에 무인정찰공격기, 무인잠수정, 무인전투함 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우리 조국은 남들이 수십년을 두고도 이루지 못할 군사적 기적들을 불과 1~2년 안에 이룩하며 세계적인 핵강국, 군사강국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하면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을 열거하였다. 
(1) 2016년 1월 6일에 수소탄기폭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2017년 9월 3일에 수소탄두기폭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수소탄두기폭시험을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시험’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기폭시험이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2) 2017년 3월 18일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3.18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지상분출시험이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3)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제1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제1차 시험발사를 ‘7.4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제1차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4) 2017년 7월 28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제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제2차 시험발사를 ‘7.28의 기적적 승리’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제2차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5)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시험발사를 ‘11월 29일의 위대한 대승리’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첨단무기들을 만들어내고, 국가핵무력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공업을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하였기 때문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를 실현하여 국가핵무력 완성과 우리 식의 위력한 주체무기들을 개발생산하기 위한 사업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지적하였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보도사진들 가운데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되는 4.25문화회관 내부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커다란 은백색 구면체처럼 생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핵탄두 표면에 마치 꼭지처럼 생긴 작은 물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3일 영국 에서 방영되어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진에 나타난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 조선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핵탄두다. 당시 조선은 그에게 핵탄두 3발을 보여주면서 '관찰학습'을 하도록 배려하였는데, 그 핵탄두의 직경은 약 60cm이고, 뇌관 64개가 장착되어 있었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열핵탄두 장착된다

영국 <BBC> 2017년 1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2월 12일 중국의 어떤 트위터 사용자 한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려놓은 사진 한 장이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되는 4.25문화회관 내부모습을 촬영한 보도사진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 보인다. 사진에 나타난 핵탄두는 커다란 농구공처럼 생긴 은백색 구면체인데, 표면에는 마치 꼭지처럼 생긴, 크기가 작은 은백색 물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튀어나왔다. <사진 2>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그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에게 조선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핵탄두이고, 당시 칸 박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경이 약 60cm이고 뇌관 64개가 장착된 바로 그 핵탄두이며, 그가 “완벽한 핵탄두, 파키스탄의 핵탄두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된 핵탄두”라고 평하였던 바로 그 핵탄두인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나라 사정이 제일 어려웠던 시기 우리 조국이 핵보유의 민족사적 대업을 이룩하고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전변된 것은 위대한 장군님의 강철의 담력과 불굴의 공격정신이 안아온 력사의 기적”이라고 지적하였다. 나라 사정이 제일 어려웠던 시기에 핵보유의 민족사적 대업을 이룩하였다는 말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핵탄두를 생산하였다는 뜻이다. 

나는 2016년 6월 20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 ‘핵탄생산 20년, 동방의 핵대국이 등장하다’에서 “이미 1990년에 시험용 핵기폭장치를 완성한 조선은 1996년부터 실전용 핵탄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산된 핵탄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살펴본 핵탄두와 다른 것이다. 은백색 구면체로 생김새는 똑같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 표면에는 꼭지처럼 생긴, 크기가 작은 은백색 물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1세대 핵탄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2세대 핵탄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은백색 구면체로 생긴 것은 <사진 2>에 나오는 핵탄두와 똑같지만, 이 핵탄두에는 표면에 꼭지처럼 생긴 물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1세대 핵탄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2세대 핵탄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이전 핵탄두들과 전혀 다른 열핵탄두들이 장착되었다. 시험발사에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약을 넣지 않으므로, 화성-15형에는 장약 없는 열핵탄두가 장착되었다. 이 열핵탄두는 조선이 2017년 9월 3일 기폭시험에서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열핵탄두다. 화성-15형에 장착된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안에 들어가는 열핵탄두는 화성-13에 장착된 단발재돌입체 안에 들어가는 핵탄두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핵탄두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20년 만에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열핵탄두를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 말하는 국가핵무력 완성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열핵탄두만 생산한다고 해서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열핵탄두를 지구 반대쪽으로 날려 보내는 강력한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생산해야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2017년 9월 3일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을 거둔 조선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총비행시간은 53분 49초였는데, 그 가운데서 1단 로켓 연소시간은 2분 8초였고, 2단 로켓 연소시간은 2분 41초였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수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면, 미국이 운용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Minuteman)-III의 연소시간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닛맨-III의 총비행시간은 약 30분인데, 그 가운데서 1단 로켓 연소시간은 1분 2초이고, 2단 로켓 연소시간은 1분 18초이고, 3단 로켓 연소시간은 약 1분이다.  

2단형으로 설계된 화성-15형의 총연소시간은 4분 49초이고, 3단형으로 설계된 미닛맨-III의 총연소시간은 약 3분 20초다. 다시 말하면, 화성-15형은 4분 49초 동안 상승비행하여 최고정점고도 4,475km에 도달하였고, 미닛맨-III은 약 3분 20초 동안 상승비행하여 정점고도 1,120km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화성-15형의 평균상승비행속도가 초속 11.5km이고, 미닛맨-III의 평균상승비행속도는 초속 5.6km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므로, 화성-15형은 미닛맨-III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준비장면이다. 9축18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린 화성-15형이 조립공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자료에 의하면, 화성-15형의 평균상승비행속도는 초속 11.5km이고, 미국의 미닛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평균상승비행속도는 초속 5.6km다. 화성-15형이 미닛맨-III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한 것이다. 화성-15형은 미국,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놀랍게도, 화성-15형은 미국,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이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말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였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2월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조선로동당의 위대한 령도가 있기에 우리의 국방공업, 자위적 국방력은 상상할 수 없이 비상한 속도로 강화되고 우리 공화국은 세계 최강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더욱 승리적으로 전진비약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2017년에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선 조선을 ‘세계 최강의 핵강국’으로 더 높이 올려세우기 위해 국가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천명한 것처럼,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할 때까지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이런 엄청난 현실을 외면한 채, 무턱대고 조선의 핵무력을 포기시키겠다는 ‘비핵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억설이 아닌가.   


3.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를 우려하는 펜타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2017년 12월 13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렸다. 그 공개서한이 관심을 모으게 된 까닭은 미국 육군 퇴역장성 28명, 미국 해군 퇴역장성 12명, 미국 공군 퇴역장성 11명, 미국 해병대 퇴역장성 7명을 비롯하여 퇴역장성 58명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군 퇴역장성 58명이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특이한 사건이다. 공개서한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1) 조선의 핵포기를 추구해온 미국의 대조선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이 택하고 있는 현재의 해결방법은 북조선의 핵기술 및 미사일기술 개발을 중지시키는 데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실패하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으로 서술하였지만, 조선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선포하였으므로, 미국의 대조선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는 과거완료형으로 서술해야 더 정확하다.   
(2) 대조선정책에서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군사적 선택방안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미국이 조선을 먼저 공격하면 조선의 보복공격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을 것이 그들의 우려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행동은 서울에 대한 즉각적인 대량보복을 촉발시켜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게 될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150,0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의 생명도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하였다. 
(3) 트럼프 대통령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조미전쟁위험을 피해야 하고, 조선의 핵동결 및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해법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제안이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북조선의 핵개발 및 미사일개발을 동결시키고,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공격적이고, 긴급한 외교노력을 개시하고 주도해야 한다.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바람직한 행동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특이한 공개서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군 퇴역장성 58명은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였고, 조미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그와 함께 재한미국인들도 위험에 빠지게 될 것으로 우려하였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오판과 뒤섞여 있는 것이다. 현역에서 물러난 퇴역장성들은 최신 군사정보를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판한 것으로 생각된다. 퇴역장성들의 오판은 접어두고, 미국 국방부가 우려하는 이른바 ‘2018년 조미전쟁설’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월 23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입각하자마자 미국 국방부에 있는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미국군 고위지휘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2018년 조미전쟁설'이 떠돌고 있고, 펜타곤은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은 중국 군부에게 한반도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그것이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이 문제를 다룰 상설회의체를 내오자고 중국 군부에게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미국군과 중국군은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을 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우발사태(contingency)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발사태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는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이 전혀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에 휘말려 총격전을 벌이면,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면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미국군 합참의장의 행동이 눈길을 끈다. <AP통신> 2017년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중순 베이징을 방문한 그는 팡펑후이(房峰輝)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만난 고위급 군사회담 중에 한반도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그것이 곧바로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다룰 상설회의체를 내오자고 제안하였고, 중국 군부와 합의하여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 열렸다고 한다. 이 군사회담에 관해서는 2017년 12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조용한 군사회담에서 펠트먼 평양방문까지’에서 상세히 논하였는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군 지휘부가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로 조미핵대결이 폭발하여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085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가 2017년 11월 13일 군사분계선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은 그 우발사태로부터 보름 뒤에 진행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발사태라는 것은, 조선인민군 비무장 탈영병 한 명이 군용차량을 몰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접근하더니, 차량을 버리고 남측으로 탈주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서자 조선인민군 경비병들의 집중사격을 받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는데, 한국군 장병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하여 사경을 헤매는 그를 끌어내 헬기편으로 후송한 사건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적측으로 탈주하는 탈영병을 사살하는 것은 군율이다. 이런 군율은 북측이나 남측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 탈영병이 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탈주하는 경우라도, 한국군 경비병들은 탈주장면을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집중사격으로 그를 사살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문제는, 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그런 우발사태가 쌍방의 무력충돌을 불러올 수 있고, 무력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아래와 같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7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탈영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탈주하였을 때, 한국군 지휘부는 2개 소대 병력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지역에 긴급증파하였고, 인근 전방사단 포병부대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련장로켓포를 조선인민군 제4경비초소를 향해 발사할 사격준비를 갖추고 비상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판문점에서 서울로 통하는 작전지대에 배치된 한국군 제6야전포병단은 3개 K-9 자주포대대와 2개 K-55 자주포대대로 편성되었는데, 1개 자주포대대마다 자주포가 18문씩 배치되었으므로, 5개 자주포대대는 총 90문의 자주포로 무장하였다. 또한 천무 다련장로켓포는 2015년 8월부터 한국군 제1군단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하였는데, 생산량이 제한되어 제1군단에 1개 대대밖에 배치하지 못했다. 1개 대대에 천무 27문이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당시 사격준비를 갖추고 비상대기하고 있었던 한국군 화력은 자주포 90문과 천무 다련장로켓포 27문이었다. 
그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 쌍방 경비병들이 판문점 일대에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다면, 판문점 인근에 있는 한국군 포병부대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제각기 포문을 열고 불을 뿜었을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지역에서 북측을 바라보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왼쪽이 매티스 장관이고, 오른쪽이 송영무 장관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판문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초소를 시찰하면서, 송영무 장관은 언덕 너머 북측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매티스 장관에게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에 21개 포병대대가 있다고 하면서, 저들의 엄청난 화력을 방어하는 것은 실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우발사태가 포격전으로 확대되는 경우,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한국군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펜타곤이 우발사태를 우려할 만도 하다.     ©

위의 보도기사에 나오는 한국군 소식통은 한국군 포병부대가 포사격으로 조선인민군 제4경비초소를 완전히 파괴할 것처럼 말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 2017년 10월 27일 보도에서 감춰진 진실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0월 27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초소를 시찰하였을 때, 송영무 장관은 언덕 너머 북측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매티스 장관에게 “저쪽에는 21개 대대가 있다. 내 견해로는 이처럼 많은 장거리포들에 맞서는 방어는 실행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영무 장관이 지적한대로, 판문점 인근 북측 지역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21개 포병대대의 화력은 얼마나 강할까?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와 자행포부대가 최전방에 배치되었는데, 12개 방사포대대와 9개 자행포대대가 배치되었다고 보면, 그 화력은 아래와 같이 엄청나다. 조선인민군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이루어졌는데, 방사포중대마다 방사포가 9문씩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12개 방사포대대는 총 324문의 방사포로 무장한 것이다. 또한 조선인민군 자행포대대는 2개 자행포중대로 이루어졌는데, 자행포중대마다 자행포가 9문씩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9개 자행포대대는 총 162문의 자행포로 무장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송영무 장관이 언급한, 판문점 일대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21개 포병대대는 방사포 324문과 자행포 162문으로 무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자주포 90문과 천무 다련장로켓포 27문으로 무장한 한국군 포병부대와 자행포 162문과 방사포 324문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화력격차는 너무 크다. 포격전이 벌어지는 경우,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단숨에 한국군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펜타곤이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할 만도 하다.   


4. 조선의 통일대전인가, 조선과 미국의 핵결전인가

조선외무성은 2017년 4월 6일에 발표한 ‘미국의 반공화국전쟁책동과 우리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우리의 통일대전은 외세에 의하여 강점된 령토를 되찾기 위한 정정당당한 국가자주권의 행사로 되며 어떤 경우에도 침략으로 매도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외무성이 비망록에서 통일대전의 정당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미국에게 우려를 안겨주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무력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면, 조선이 주저 없이 통일대전에 돌입하게 되리라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정기기고자인 대니얼 드레즈너(Daniel W. Drezner)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2017년 12월 14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지난 12월 초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을 만난 경험을 이렇게 서술하였다. 그의 서술에 따르면, 국가안보관리들은 미국이 조선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전쟁은 불가피한 귀결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며,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묘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으로 전개될 대사변을 우려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다.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으므로, 그들은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우려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은 자국의 핵무기가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조선이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자국 영토를 핵무기로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자기 핵탄을 자국 영토에 떨어뜨리는 나라는 없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화력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은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한국군을 이길 수 있다고 그들 스스로 믿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인민군은 통일대전에서 자기들이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쟁피해를 극소화하고 통일대전을 단숨에 결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들에서 여러 차례 거론하였던 ‘72시간 통일대전씨나리오’는 전쟁소설이 아니라 현실예상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6.25전쟁 정전 62주년에 즈음하여 2015년 7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5'의 개막식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군악대가 땅바닥에 깔아놓은 미국 국기를 발로 밟고 전승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전승곡을 연주하는 중에 군악대 성원 두 사람이 땅바닥에서 짓밝힌 미국 국기를 두 쪽으로 찢어버리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의 대미적개심이 얼마나 고조되었으며, 미국과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그들의 신념이 얼마나 강렬해졌는지를 극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조선이 우려하는 문제는 미국이 조선의 통일대전에 무력으로 개입할 가능성이다.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제압하고, 재한미국인 20여 만 명의 발을 묶어놓으면, 미국은 조선에게 항복하든지 아니면 조선과 전면전을 벌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조선의 통일대전에 무력으로 개입하여 조미전쟁이 벌어지면, 그 전쟁은 핵강국과 핵강국이 맞붙는 미증유의 핵결전으로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미국의 무력개입→조미핵결전으로 전개될 새로운 전쟁씨나리오를 거론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들어 미국 언론매체들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한 조미핵결전씨나리오를 몇 차례 기사화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핵무력에 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조선과의 핵전쟁에서 혹심한 피해를 입겠으나 최종승리는 미국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박이 결론’을 이구동성으로 전파하고 있다. 잘못된 가정과 잘못된 전제 위에서 내리는 그런 ‘판박이 결론’을 논박하려면, 이 글의 지면이 너무 모자라므로, 여기서는 그들이 예상한 조미핵결전 인명손실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2월 8일부에 실린 가상씨나리오에 따르면, 조미핵결전에서 조선의 핵공격으로 미국, 한국, 일본에서 근 2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7년 11월 22일부에 실린 가상씨나리오에 따르면, 조미핵결전에서 조선의 핵공격으로 미국인 8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조미핵결전에서 미국이 그처럼 참혹한 인명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조미핵결전이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처럼 참혹한 인명손실을 예상한 미국은 조선과 핵결전을 감히 벌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과 핵결전을 감히 벌이지 못하도록 억지한다는 점에서, 조선의 핵무력은 가장 확실한 대미핵억지력으로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으로 전개될 72시간 통일대전씨나리오가 실제상황에 가장 가까운 가상씨나리오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조미핵대결이 고도의 긴장상태에 들어선 최종국면에서 군사분계선 우발사태가 일어날 위험성을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심각한 우려는 펜타곤만이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대조선핵공포지수가 날로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악관은 날로 높아가는 핵공포지수를 보면서도 조선의 핵포기를 유도해보겠다는 억설만 계속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철군협상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조선의 핵무력 완성으로 너무 절박해진 국가안보파탄위험에서 벗어날 미국의 마지막 탈출구는 그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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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인터뷰] "분권형 개헌‧선거구제 개편, 2019년에도 가능"

"민주당-한국당, 권력구조‧선거구제 서로 양보해야"

2017.12.18 08:04:32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사사건건 다투던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한 목소리로 약속했다.

개헌의 내용과 방향은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각 당을 대표한 여야 대선후보들이 국가적 대사의 '시간표'에 합의한 의미는 적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2018년을 '개헌의 적기'로 꼽았다. 

집권 뒤 개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했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문 대통령은 당선 뒤에도 개헌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저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에서 일정을 헤아려 개헌을 논의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습니다."(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

약속을 뒤집은 쪽은 제1야당을 이끄는 홍준표 대표다. 그는 지난달 30일 "개헌을 지방선거에 붙여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헌 시기를 못 박을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때부터 상황이 변했다. 116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회 개헌특위 차원의 개헌안 마련(2월) → 국회 개헌안 발의(3월) → 국회 개헌 의결(5월) → 개헌 국민투표(6월)로 이어지는 '순조로운' 일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권력구조 변경과 짝을 이루는 선거구제 개편도 난항에 빠져들었다. 개헌특위와 함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활동 시한도 올해로 끝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현재로선 철통같다. 

오래전부터 분권형 개헌과 소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해온 유인태 전 의원을 만나봤다. 그는 "홍준표 대표의 태도로 봐선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한국당이 더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매듭을 단번에 풀 왕도가 없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이라는 원칙이 중요하다. 자유한국당 다수가 선호하는 분권형 개헌을 여권이 수용하고, 그 대신 한국당이 소선거구제에 대한 고집을 버리는 대타협이다. 

유 전 의원은 "선거구제 변경은 자유한국당이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수용하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 할 수 없다면, 2019년에 추진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그는 "국민통합"과 "다원화된 정당체제"를 들었다. 정파간 연정이 일상화되는 권력구조로 갈등 비용을 줄이고, 국회를 대타협의 장으로 바꾸려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선 두 가지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의회에 대한 불신 탓에 분권형 개헌에 미온적인 문 대통령의 변화, 그리고 리더십 없이 표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변화다. 아직, 개헌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한국당 의원 다수는 분권형 개헌 찬성한다" 

프레시안 : 예산 국회가 끝나고 개헌 이슈가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 온 입장에서 여야의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보나. 

유인태 :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동시에 하는 방안은 지금으로선 거의 어려워진 상황이다. 홍 대표가 그런 일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모든 당의 합의 속에서 가능한데, 제1야당이 지방선거 때 개헌을 국민투표 부치는 방안 자체를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홍준표 대표를 이해 할 수 없다. 올해 1월 상황을 보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통령 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자고 주장했다. 대선 때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개헌을 거부하는 후보라고 압박까지 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일들을 이렇게 새카맣게 잊어버려도 되나 싶다. 문 대통령이 개헌 공약을 안 지킬까봐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 대표가 이제와 개헌 국민투표를 거부한다? 말이 안 된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내년 6월 개헌은 어렵지만 개헌 이슈 자체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구심점 없이 표류해온 자유한국당은 개헌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의견수렴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당 다수의 의원들은 분권형 개헌에 찬성한다. 분권형 개헌안이 관철 될 수 있다면, 선거구제에서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홍 대표가 반대하는 이유로 개헌이 엮이면 지방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유인태 :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구심점 없이 좌충우돌 표류해왔다. 개헌 정국은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다. 개헌 정국에선 국민의당 39석보다 116석 자유한국당이 중요하다. 개헌안을 내년 3월까지 도출한다면, 국가적 중대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친박-비박 내분 탓에 10%대 초반인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하기 나름인 거다.

자유한국당의 방황과 표류가 개헌의 장애물이다. 이제 새 원내대표가 뽑혔으니 새로운 리더십으로 개헌에 대해 전향적으로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유한국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국회에 행정권을 맡기는 분권형 개헌에 국민들은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다수 의원들 사이의 인식 차가 존재한다는 얘기인데.

유인태 : 그렇다. 내부에서 시시비비가 많다. 예를 들어 김무성 의원도 2014년 당 대표 시절에 개헌 얘기를 꺼낸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무성 의원의 개헌안에 공감했다. 그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무성 개헌론'에 반대했다. 

그러던 박 전 대통령도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개헌에 관한 생각을 바꿨다. 작년 6월, 그러니까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도 개헌 준비를 결심했다. 이렇게 볼 때,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다수 의원들의 견해를 잘 수렴해서 전향적으로 임하면 국면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홍 대표의 태도로 봐선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조금 시간을 가지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할 수만 있다면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은 총선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 때 할 수 없다면, 2019년에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여야가 합의하는 개헌안 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플랜B가 거론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인태 : 그건 상당히 우려스럽다. 갈등만 유발할 것 같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면 자유한국당이 받겠나.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던지면 한국당은 더 반대할 것이다. 물론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여야 합의를 환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통령의 개헌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100석이 넘는 한국당의 반대로 인해서.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을 뺀 정당들이 합의안을 도출해 발의할 가능성은?

유인태 : 개헌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아무리 용을 써봐야 될 수가 없다. 설령 그렇게 처리가 된다면 날치기라고도 볼 수 있다. 현상 변경을 하려면 정파 간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권력구조를 뺀 개헌 추진이라면 어떤가.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기본권 신장 등 낮은 수위의 개헌을 생각하는 듯하다. 

유인태 : 기본권과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개헌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개헌안을 대통령이 발의하면 자유한국당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선거제도 바꾸려면 한국당과 협상해야" 

프레시안 : 대통령과 민주당 다수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권력구조 문제에서 분권형과는 다른 방향인데. 

유인태 : 대통령은 분권형 개헌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방분권, 감사원의 국회 이관,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조금 이관하는 정도에 관심을 두고 있지 권력구조 자체를 바꿀 의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 문 대통령 입장이 그렇다 보니 민주당 내 분권형 개헌론자들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에 소극적인 이유는 뭔가?

유인태 : 문 대통령은 의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 편이다. 4년간 국회에서 겪은 경험이 컸던 것 같다. 권한을 국회에 넘겨도 괜찮을까 하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 국회가 합의해오면 권력구조 문제도 수용하겠다고 했을 뿐,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민주당에 분권형 개헌에 신념이 있는 의원들도 있다. 본래 자유한국당 다수가 분권형 개헌을 선호하는데, 개헌과 세트가 되는 선거구제 문제에서 한국당의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이 필수다. 문 대통령도 국회가 합의하면 권력구조 문제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이 선호하는 분권형 개헌을 여권이 수용하고, 한국당은 선거구제 변경을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유인태 : 그렇다. 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던졌던 근본적인 고민은 국민통합을 이루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갈등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들은 사회적 대타협이 잘 된 나라들이다. 우리처럼 진영이 극도로 분열된 나라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 사회적 대타협을 하려면 분권형 개헌으로 정파 간 연정이 원활해져야 한다.  

선거구제도 마찬가지로 변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바뀌면 4당 체제 정도가 예상된다. 바른정당이 주장하는 소위 합리적 보수 블록도 생기고 정의당과 민주당 내 진보파 등 진보 블록도 안정적인 정당이 될 수 있다. 다원화된 우리사회를 반영하는 정당 체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세력도 자기 주장대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없다. 설령 1당이 되더라도 연정을 하게 되고 국회가 대타협의 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선거구제 변경은 자유한국당이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가장 이익을 누리는 당이 한국당이다.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확보하는 선거제도로 바꾸려면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수용하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력구조는 그대로 두고 선거구제만 바꾸자고 하면 될 리가 만무하다. 꿈을 깨야한다. 그만큼의 주고받기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이인영 의원이 최근 개헌을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통해 풀어가자는 제안을 했다. 

유인태 : 정치권이 합의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해야 한다. 국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분야는 여러 기본권에 관련된 것이지, 권력구조 문제는 어렵다. 주권자의 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서 수렴해야겠지만, 권력구조 문제를 공론화위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은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 아닌가 싶다. 정파 간에 분권형 개헌에 대타협을 먼저 하면 국민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평소 유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 없는 개헌은 반대한다고 했다. 권력구조와 선거구제가 서로 조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두면,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도 문제가 된다고 보나.  

유인태 : 선거구제를 이대로 둔 채 분권형 개헌은 위험하다. 영남(66석)은 호남(30석)보다 의석수가 두 배가 넘는다. 공업화 과정에서 인구 자체가 비대칭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주의가 완화됐다고는 해도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일본 자민당처럼 영남당 장기 집권 체제가 될 수 있다. 소선거구제에선 지금의 대통령제가 그나마 더 낫다. 선거구제를 바꾸지 않는 분권형 개헌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선거구제만 먼저 바꾼다면? 

유인태 : 그건 자유한국당이 받지 않는다. 사실 나는 선거구제만이라도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다당제는 내각제와, 대통령제는 양당제와 세트다. 결국 함께 가야한다. 

프레시안 :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은 사실상 어렵다. 앞서 2019년 개헌을 언급했는데, 지방선거 이후에도 개헌의 동력이 남아 있을까? 

유인태 : 할 수 있다면 총선 전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하고, 바뀐 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치르는 게 좋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 새로운 분권형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2022년부터 제7공화국이 된다. 2019년까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일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 협치 노력 아쉬워" 

프레시안 : 개헌이나 선거구제 문제도 그렇지만, 당장 정기국회는 물론이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개혁입법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유인태 : 대통령의 협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처음엔 당선 되자마자 야당도 방문하고 여야 원내대표도 청와대로 초청했다. 그 뒤로는 대통령이 의회에 협력을 구하는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본다. 아쉬운 대목이다. 

내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할 때는 야당 대표와 청와대 만찬, 오찬도 많이 했다. 각 당별로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까지 초청해서 식사를 같이 했다. 만찬을 하면 최고위원들까지 10여명을 부르기도 했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표류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대통령이 한국당 지도부를 초청해서 국회 관련 얘기도 듣고, 국민의당 지도부에도 그렇게 하면 어떤가. 홍준표 대표가 다른 당들과 같이 참석하는 게 싫다고 하면 따로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홍 대표가 한국당을 대표할만한 리더십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영수회담을 못할 이유도 없다.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만나면 대화를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온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의 태도로 봐선 여야 협치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이번에 당선된 김성태 원내대표도 대여 투쟁을 내걸었는데.   

유인태 : 자유한국당도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10%대 지지율이라도 유지해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상식적인 행태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중도보수를 다시 지지층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상식에 기반해 판단을 하기 바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노총에서 잔뼈가 굵었고, 중도, 합리적 보수를 하려고 했던 바른정당에서 복귀한 사람 아닌가. 기대는 해본다. 

프레시안 : 내년 지방선거 구도와 관련해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은 어떻게 보나.

유인태 : 지금 봐선 통합까지 가기는 어렵다. 잘해야 선거연대 정도 아닐까 싶다. 안철수 대표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 모든 계산을 자기 대권에 맞춘 것처럼 속이 너무 훤히 보였다.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를 제대로 된 개혁을 하기 위한 연대로 가야했는데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것으로 국민들 눈에 비쳐졌다. 이미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현상을 지지했던 젊은층은 다 떠나갔다. 지금 국민의당을 지탱하는 건 오히려 호남과 문 대통령을 대립하게 만든 박지원 전 대표 역할이 컸다. 

프레시안 :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어떻게 보나. 자유한국당 등은 정치보복이라고 한다.

유인태 : 적폐청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과거 국가기관의 드러난 문제조차도 그냥 넘어가면 촛불 들었던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뭐라고 하겠나. 지난 9년 동안 국정원이 개판을 친 것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이라고 할 수 있겠나? 정치보복은 먼지털기식 표적수사가 정치보복이다.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최경환 의원 문제도 국정원 특수활동비 조사를 하다 보니 드러난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고 보나.

유인태 : 국정원 문제나 사이버사령부 의혹을 보면 MB와 박근혜는 견원지간이었음에도 (MB 임기 말) 두 사람의 청와대 회동에서 대타협을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관을 동원한 국기문란 행위를 박근혜 정부가 바통 터치 한 것이다. 그 점을 이 정부에서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본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정연 기자 daramj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르포] 꽁꽁 얼어붙은 ‘염천교 수제화 거리’ 장인들의 ‘한숨’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7-12-18 10:02:44
수정 2017-12-18 1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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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교 수제화 거리 모습
염천교 수제화 거리 모습ⓒ민중의소리

옛 서울 고가도로인 '서울로 7017' 인근에 있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겨울바람에 옷 매무새를 만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바로 옆 가지런히 놓인 수제화에 눈길을 주는 손님들은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장인들은 가게를 지키며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던보이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렇다. 이곳은 1925년 일제시대 때 서울역 인근에 피혁창고가 만들어지면서 구두상인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공간이다. 광복 후에는 미군들의 군화를 수선해 팔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호황기 시절인 1970~1980년대 염천교 수제화가 국내 구두 시장을 주름잡았다. 주로 멋쟁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번쩍이는 신사화, 숙녀화 등 이른바 '살롱화'가 불티나게 팔렸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지역의 명물이 됐다.
어디에나 흥망성쇠의 역사는 있는 법, 1990년대 후반부터 대형 제화업체와 값싼 중국산 제품의 등장, 온라인 쇼핑 등으로 수제화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거리에는 약 50개의 구두 가게와 공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람 구경하기 힘들죠" 구두 가게 주인의 한숨
염천교 수제화 거리 가게에 댄스화가 진열된 모습
염천교 수제화 거리 가게에 댄스화가 진열된 모습ⓒ민중의소리
15일 오전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걸어 다니다 형형색색의 '댄스화'가 눈에 들어왔다. ㅂO 제화 사장인 전모(45)씨는 "매일 적자죠.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 사장은 뜨개질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고가공원 공사로 침체됐던 수제화 거리의 경기는 서울로의 개방 후에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는 가게 안에서 보이는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가리키며 "사람보다 자동차를 더 많이 봐요. 여기가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고가도로 공사 이후에도 가게 앞 도로인 칠패로가 온종일 정체를 빚으면서 주차를 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상인들은 이전에는 차를 대 놓고 신발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건의 하역작업이나 택배를 받기에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차가 없는 이른 새벽에야 간신히 차를 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제 거의 마지막이지" 장인들의 한숨
수제화를 만드는 공장의 모습
수제화를 만드는 공장의 모습ⓒ민중의소리
수제화 공장에서 장인들이 구두를 만드는 모습
수제화 공장에서 장인들이 구두를 만드는 모습ⓒ민중의소리
상인들의 한숨 섞인 사정을 들은 후 상점들 사이에 있는 지하에 으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곳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보니 가죽 냄새와 본드냄새가 섞인 냄새가 올라왔다. 이후 '탕 탕 탕' 일정한 박자에 맞춰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ㄷO제화의 구두 공장이었다.
"여기 있는 분들이 다 구두 장인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 듯한 구두 장인은 "다들 기술자지. 여기 30년 넘은 사람들이야"라고 소개했다. 5명의 구두 장인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자 마자 작업대로 돌아가 구두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신발 본을 내주는 사람인 패턴사, 재단사, 거기에 맞게 신발 앞 가죽을(가피)를 붙여주는 사람과, 발모양에 맞춰 바닥(저부) 작업으로 나뉘어 일한다.
바쁜 손놀림으로 구두를 만들던 장인들은 "요즘 누가 수제화를 만들려고 하겠어... 구두 만드는 거 배우는 사람은 없지"라고 말하며 못내 아쉬워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장인들도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일 자체가 도급제야. 하는 대로 먹는거지. 한 켤레 하면 얼마 먹고. 한달 월급제가 아니고. 요즘에는 일이 없으니까 오후 2~3시에 끝나. 하루 평균 20~30켤레씩 만들어."
"지금은 가면 갈수록 제조업들이 자꾸 죽는 거야.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 하나로면 온라인 쇼핑 다 하고 결제도 다 하고. 길거리 매장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죽지. 공장 같은 경우 거래처가 길거리 매장 쪽에 있다보니까 이 사람들이 장사가 안 되니까. 자동적으로 일의 양이 줄 수밖에 없지..."
작업하는 손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장인이 "손이 못 생겨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장인은 "왜? 금손이지"라고 받아쳤다. 장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수제화를 안 신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신은 사람은 없다"
수제화 만드는 장인이 구두의 하부 작업을 하는 모습.
수제화 만드는 장인이 구두의 하부 작업을 하는 모습.ⓒ민중의소리
온라인 쇼핑을 통해 판매가 되는 수제화의 모습
온라인 쇼핑을 통해 판매가 되는 수제화의 모습ⓒ민중의소리
수제화 거리의 한쪽에서는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허름한 간판들 사이로 갓 들어온 새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OO슈즈 김모(35)사장은 15년 동안 수제화 거리에서 장사해온 부모님을 이어받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꾸몄다. 가게의 사정도 전보다는 나아졌다. 기존의 도소매 거래가 아닌 인터넷 블로그에 구두 사진을 올리고, 고객들에게 인터넷 주문을 받고 있다.
그는 "수제화를 안 신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신은 사람은 없다"며 "한 번 사면 계속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피에서부터 외피까지 이태리산 가죽으로 만들어서 가격은 좀 나가지만, 메이커보다는 가격이 덜 나가고, 기성화보다는 발이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에겐 수제화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고, 그 밑천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차 어디다 댈 때 있습니까?" 상인들의 고충
염천교 수제화 거리 옆 칠패로 도로
염천교 수제화 거리 옆 칠패로 도로ⓒ민중의소리
하지만 수제화 거리 상인들에게는 고충이 있다. 바로 주차장 문제다. 서울역 염천교 상우회 회장인 권기호 ㅁO제화 대표는 "손님들이 차 어디다 댈 때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얘기를 못 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엔 식당에도 있는 주차공간이 없다, 전체적인 경기도 어려운데, 차까지 못 세우니까 더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기 서부역 주차장이 있는데 저기다 박아놓고 여기까지 올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가까운 곳도 올까 말까 한데 저 밑에까지 누가 주차해놓고 오겠냐"라고 하소연했다.
고가공원 개방 후 보행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는 예상을 빗나갔다. 권 대표는 "고가를 막아놓아서 차들이 앞으로 다니는 통에 차량 통행이 많아지다 보니까 손님들이 와서 신발 사가는 손님도 줄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고가도로로 가던 교통량까지 염천교 옆에 있는 칠패로로 다니다 보니 가게 앞에 잠시라도 차를 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고가도로가 없어진 후, 수제화 거리 상인들은 매출 감소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고 말했다.
수제화 거리 바로 길 건너에 있던 서소문공원도 공사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서소문 공원에 있던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두고 오던 손님들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상인들은 공사가 끝나면 주차장 문제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권 대표는 "올해 초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선정했지만, 정작 지원해주는 것은 없다. 서울시가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고, 수제화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장인들을 위해 수제화 거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곳에서 60년 가까이 가게를 했어요"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
수제화 거리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다. 이곳을 지키며 자신의 '업'이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아버지 때부터 가게를 시작해서 저까지 이어받고 있어요. 이곳에서 6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수제화 가게를 2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말하는 ㅅO제화 송모씨(45).
"여기 계신 분들은 내년 봄 되면 잘되겠지 생각하면서 버티고 계신 거예요. 제 생각에는 이 정도로 가면 올여름만 되면 가게들이 많이 빠져나갈 거 같아요" 점심을 먹지 않고 난로 곁에 앉아서 손님들 기다리는 송 사장. 먼지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신사화들도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도태되는 것 보면 집집마다 특성이 없는 거예요"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를 지키고 계신 분들은 이곳을 잃고 싶지 않은 거예요. 한평생 이곳에서 일한 사람들에겐 소중한 일터니까..."라고 수제화 거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여기 국민대 학생들도 콜라보(협업)를 하려고 하는데 초기 과정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 나아지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수제화 거리의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기대하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