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8일 화요일

환자는 의료진에 침 뱉고 폭행…친척에 “오지마” 경찰 신고도

[‘신종 코로나’ 확산]환자는 의료진에 침 뱉고 폭행…친척에 “오지마” 경찰 신고도

중국 현지 대혼란
진품 마스크 ‘10배 가격’ 폭리, 병원은 장비 부족 ‘아수라장’
SNS서 ‘쥐의 해’ 위기설까지
<b>시진핑, WHO 수장에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b>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이 28일 인민대회당에서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전염병은 마귀이며,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시진핑, WHO 수장에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이 28일 인민대회당에서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전염병은 마귀이며,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내 혼란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가짜 마스크, 가격 부풀리기 같은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우한에서는 의료진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다. 상호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친척이 방문하지 못하게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8일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랴오닝성 둥강시의 한 남성은 약국의 마스크 가격 부풀리기를 두고 언쟁을 하다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약국에서는 평소보다 3배 정도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팔고 있었다. 톈진에서는 12위안(약 2000원)짜리 N95 마스크를 128위안(약 2만1600원)에 판매하며 10배의 폭리를 취한 약국과 판매 직원이 적발됐다. 이 약국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자 마스크를 사재기해두고 고가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7일에는 저장성 이우시에서 유명 마스크 제조업체인 3M의 가짜 마스크를 제조해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 등으로 판매한 6명이 검거됐다. 이들이 만든 가짜 마스크 10만개는 이미 유통됐다. 우한을 비롯해 주요 지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되면서 친척들 간의 불신감까지 표출됐다. 춘제(중국 설) 전날인 24일 밤 베이징역 파출소는 난징(南京)에서 친척의 방문을 막아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베이징에 사는 친척에게 전염 우려가 있으니 오지 말라고 말렸지만 거절당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경찰은 역 대합실에서 대기하던 가족 3명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b>신종 코로나 환자 수용병원 긴급 건설</b>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긴급히 수용하기 위한 응급병원을 짓고 있다. 우한 |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환자 수용병원 긴급 건설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긴급히 수용하기 위한 응급병원을 짓고 있다. 우한 | AFP연합뉴스
후베이성 샹양(襄陽)시 거리에는 ‘새해 인사는 남을 해치는 것이고,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은 죽음을 보내는 것’이라고 쓴 붉은 현수막이 걸렸다. ‘집 안에 우한에서 온 사람이 있으니 왕래를 삼가자’는 현수막을 집 앞에 내건 사진도 소셜미디어 시나 웨이보에 올라와 있다.
우한에서는 의료진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우한의 한 환자가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했다가 간호사가 체온 측정을 요구하자 간호사를 폭행한 것이다. 또 다른 환자는 신종 코로나로 확진받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의료진을 향해 침을 뱉었다. 우한 시내 병원들은 의료진과 장비 부족 등으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의료진은 플라스틱을 오려서 고글로 만들어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한은 지난 23일 시 전체가 봉쇄된 뒤 거리와 도로, 상가 등이 텅텅 빈 ‘유령도시’가 됐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자년(庚子年) 위기설’ ‘쥐의 해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1900년 8국 연합군의 중국 침공, 1960년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대기근에 이어 2020년 경자년 신종 코로나가 퍼져 수천명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1996년 대만해협 미사일 위기, 2003년 원촨 대지진 등 ‘쥐의 해’마다 어려움이 닥쳤다고 주장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아십니까?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아십니까?
김용택 | 2020-01-28 09:54:27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아직 눈도 떠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이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양영길시인의 <애기 돌무덤 앞에서> 중 일부다. 제주특별자치도 조천읍 북촌리… 별나게 파랗게 보이는 함덕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새 건축물이 마치 손님처럼 앉아 있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이다. 그 앞마당을 걸어 나오면 ‘너븐숭이 4·3위령성지라는 돌비석이 있고 그 앞에 흩어진 돌무더기 위에 애기들 장남감이 하나 둘 흩어져 있었다. 마치 무덤 속에 애기들의 울음을 그치게라도 하려는 듯…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 돌무더기가 애기들을 묻어놓은 무덤이라는 것을 누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미군정시대 군정경찰과 서북청년단들이 한 짓이라니…
“<한라산>은 내 비명이자 통곡이다/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백두산에서/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무등산에서/ 그리고 피어린 한반도의 산하 곳곳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모든 혁명전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시인 이산하는 제주 4·3사건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 되던 1987년 녹두서평에 장편 서사시 ‘한라산’(  한라산.hwp 을 싣는다.) 한라산을 읽지 않고 제주를 말하지 말라. 한의 땅, 통곡의 땅 제주는 폭동이 항쟁으로 바뀌고 조천읍 북촌리에 4·3 기념관이 들어섰지만 이산하가 절규한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악할 수 있나”는 여전히 그대로요, 숫자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희생자들의 이름만 너븐숭이 4·3 기념관 속에 갇혀 있다.
권력과 폭력은 어떻게 다른가? 칼이나 총은 폭력의 도구다. 같은 칼이라도 주부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쥐고 있다면 요리를 하는 도구지만 강도가 쥐고 휘두르면 폭력도구다. 같은 총이라도 경찰이 강도를 잡기 위해 차고 있으면 국민을 보호하는 무기이지만 폭도가 쥐고 휘두르는 총은 살인도구다. 국가의 손에 들려진 총. 그 총은 적어도 1947년 3월 1일부터 한국정쟁이 끝난 1954년 9월 21일까지는 폭력의 도구, 학살의 도구였다. 대한민국 제1공화국, 대한민국 육군, 대한민국 해병대, 제주 경찰, 국방경비대, 미합중국 육군, 미합중국 공군, 서북청년단으로 구성된 토벌대에 의해 제주 도민의 10분의 1… 젖먹이 어린이들까지 가리지 않고 무참하게 학살한 폭력의 도구였다.
아무리 감추고 덮으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 제주 4·3항쟁, 발발 7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라고는 해마다 4월 3일이 되면 정부요인이 찾아와 기념식 하나로 끝이다. 노무현정부 이전만 하더라도 4·3은 빨갱이들이 저지른 폭동이요, 4·3사건이었다. 당시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만 5천∼3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토벌대에 의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희생자 중에 토벌대에 의한 희생이 78.1%(1만 955명), 무장대에 의한 희생 12.6%(1천764명), 가해자 구분 불명 9%로, 전체희생자 가운데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어린아이들의 시신이 임시 생매장한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너븐숭이 애기 돌무덤이다.
전 국민이 헌법을 읽어 주권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앞당기자고 전국을 다니다 마지막으로 찾아 간 제주. “제주에 왔는데 4·3 기념관은 꼭 가봐야지요.”라는 일행의 간곡한 요구로 바쁜 일정을 쪼개 찾아간 곳. 우리 국민들 중에 제주를 다녀가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없을 정도지만 4·3위령지를 다녀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지금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학여행지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제주. 수학여행을 다녀 온 학생들 붙잡고 4·3항쟁에 대해, 정방폭포나 4·3 너븐숭이 애기무덤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43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고려시대 목호의 난과 함께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이며, 여순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경산 코발트탄광 학살사건, 거창 양민 학살사건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 제1공화국 시기에 민간인이 억울하게 학살되거나 희생된 대표적인 사건이 제주 4·3항쟁이다. 지금도 여순을 비롯한 참사를 ‘사건’이나 ‘폭동’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4·3항쟁도 노무현대통령 전까지는 제주폭동, 4·3반란사건으로 불리어 졌다. 제주도민의 10분의 1이나 되는 3만여 명이 학살당한 죽음의 땅, 제주는 방언이 사라져 버렸을 정도로 외면당하며 살아왔던 제주는 학살의 땅, 통곡의 땅 분노의 땅이었다. 다만 그 분노의 땅 통곡의 땅이 관광지로 바뀌고 기념관 하나 들어 섰을 뿐…
너븐숭이 4·3위령지라는 안내표지석이 없으면 누가 이곳이 말도 배우기 전 젖먹이 애기들이 숨져간 애기들의 주검이 묻힌 곳이라고 누가 알 수 있을까? 등산길에 등산객이 만들어놓은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 같은 돌무지가 여기저기 곳곳에 보인다. 다르다면 그 돌무더기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애기들의 장난감이 마치 칭얼대는 애기들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몇 개가 던져 저 있다. 엄마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20여기의 애기무덤 중에 8기는 북촌대학살 때 희생된 애기라는 말만 구전되어 올뿐 정확한 사실조차 알 수 없는 그것도 흙이 아닌 돌에 묻혀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목이 메게 한다. 누가 올려 놓았을까? 미쳐 엄마의 젖을 빨기도 전에 숨져 간 애기에게 누가 올려 놓았는지 모르지만 우유 몇 통과 동전 몇 개가 찾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미군은 즉시 철수 하라!”, “망국 단독선거 절대반대!”, “이승만 매국도당을 타도하자!”, “조국통일 만세!”, “투옥 중인 애국인사 석방하라!” 당시 제주도 3.1절 기념행사에서 나온 구호들이다.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실시하겠다던 3·8이북의 소군정하의 북한과 단독정부를 수립하겠다며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소작제도를 강행하려는 이승만 정부 중 35년간 왜놈들의 종살이를 하던 국민들은 어느 쪽을 지지했을까? 여순항쟁, 4·3비극의 이면에는 단정수립과 남북분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과 이승만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을 비판하면 벌떼처럼 덤벼들어 그들을 비호하는 친일세력이 누군가? 서북청년단이 학살의 공범자들이 나라의 주권을 쥐고 정의를 요리하고 있다. 이름도 짓기 전 애기들, 노약자, 임산부를 무차별 학살한 학살자들은 왜 아직도 혈맹이요 국부인가? 제주와 여순을 외면하고 정의를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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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리드하는 한국 보수, 어쩌다 이 지경 됐나

20.01.29 07:12l최종 업데이트 20.01.29 07:12l


 3일 오후 서울 숭례문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우리공화당원들이 서울시청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  서울 숭례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우리공화당원들이 서울시청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10.3
ⓒ 권우성
 
촛불혁명은 보수진영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극단적 보수세력인 극우의 급부상을 낳았다. 국회에서도 그렇고 거리와 광장에서도 그렇다.

2020년 1월 21일 현재, 보수 정당의 의석은 자유한국당 108석, 새로운보수당 8석, 우리공화당 2석, 전진당 1석이다. 2석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에 공식적으로 극우정당이 출현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은 정치노선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안철수 정치노선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응답자 45.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성향이 분명하지 않다.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안철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국가주의적 시각'으로 규정한 뒤 "이제는 정부가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보수적 신자유주의 사고를 드러내면서도, 자유한국당·새보수당의 보수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일 오전에는 보수통합 참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의 뜻을 구하겠다"고 다시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정치성향을 명확히 하지 않는 바른미래당을 빼면, 보수세력의 확실한 의석은 120석 정도다. 이들 중 상위 3개 정당의 분립은 보수진영 정치성향의 분포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 자유한국당이 중앙에 있다면, 새보수당은 약간 왼쪽, 우리공화당은 멀찍한 오른쪽에 있다.

이렇듯 국회에서는 중간 성향을 보이는 한국당이 보수를 주도하고 있지만, 거리나 광장으로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를 보면, 전광훈 목사나 우리공화당 같은 극우세력이 보수를 이끌고 있다. 특히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가 서울역 일대에서 여는 토요일 집회에서는 한국당이나 새보수당 류의 주장이 발붙일 틈이 전혀 없다. 국회 밖에서는 극우가 사실상 보수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회와 거리의 불균형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전에는 보수 정권과 보수 단체의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제도권의 보수진영과 제도권 밖의 보수진영이 확연히 다르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시민혁명과 의회 총선의 시차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 4·19 혁명 때는 3개월 뒤인 7월 29일 5대 총선이 있었고, 1987년 6월항쟁 때는 10개월 뒤인 이듬해 4월 26일 13대 총선이 있었다. 사회 전체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는 시민혁명으로부터 1년 이내에 총선이 있었고 그 결과로 제도권 안팎의 간극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에, 지금과 같은 커다란 격차가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2016년 촛불혁명의 경우 발생 시점으로부터 3년 반이나 지난 2020년 4월에 21대 총선이 열린다. 이로 인해 국민 전체는 물론이고 보수진영의 수요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구도가 3년 반이나 존치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정당이 촛불혁명은 물론이고 '애프터'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우 세력이 제도권 밖에서 신속히 영역을 넓혀 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작년 8월 1일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가 경복궁 건너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수상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관계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보수 진영 분위기를 대표하는 듯 보인 것도 극우가 갖는 최근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극우가 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들고 나와 제도권 밖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잡는 속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약해진 그룹이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상징되는 올드라이트(구우익),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자유주의연대 등으로 상징되는 뉴라이트(신우익)다.

우익의 분화와 뉴라이트 진영의 선택

최근 뉴라이트 진영에서 묵직한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작년 7월 10일자로 공식 발행된 <반일 종족주의>의 출간이 그것이다. 이영훈 교수 등이 쓴 이 책은 촛불 이후의 사회개혁에 제동을 걸고 자유시장주의 내지는 신자유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신채호의 '민족' 개념을 김일성주의와 연결시키는 이영훈 전 교수
▲  신채호의 "민족" 개념을 김일성주의와 연결하는 이영훈 전 교수
ⓒ 이승만 TV 유튜브 캡처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일반 국민들보다는 극우 진영을 좀 더 많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책의 서술 방식에서 드러난다. 위안부나 강제징용과 관련해 시대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도 않는 이런 책을, 주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낙성대경제연구소와 이승만학당 구성원들이 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책을 쓰는 학자들이 잘 아는 문구가 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전시 선전' 편에 나오는 "대중의 수용 능력은 매우 한정돼 있고, 이해력은 적으나 그 대신 망각력은 크다",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냉정한 숙고보다는 차라리 감정적인 느낌으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한다"는 등의 구절이다.

<반일 종족주의> 내용이 황당하고 선동적이라서 일반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힘들 거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이영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담긴 선동의 언어에 가장 잘 반응할 만한 집단은 극우세력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광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곧잘 등장하는 주의·주장이나 용어들이 이 책에 자주 나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느 정도는 극우세력를 겨냥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극우 진영의 수요에 맞추는 한편, 보수진영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뉴라이트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뉴라이트가 자신들의 논리로 극우를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극우의 구미에 맞는 말을 해주면서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심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보수통합을 놓고 씨름했던 박근혜 탄핵 문제에 대한 이영훈의 언급에서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영훈은 "여성 대통령을 벗기고 묶고 목을 치고 시체를 운구하는 퍼포먼스가 백주의 광장에서 자행되었습니다"라고 한 뒤 "대통령을 배반하고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개인적 원한에 이끌린 소인배들이었습니다", "법관들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서 안 될 짓을 했습니다"라며 박근혜 탄핵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태도는 보수진영 내에서 정치성향을 세분하는 잣대다. 이영훈의 언급은 극우에 어필하고자 자신의 표면적 정치성향을 조절하는 일부 뉴라이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을 찬성했던 유승민도 지난 19일 경북 구미의 새보수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맞다"는 앞뒤 안 맞는 태도를 보였다. 보수진영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거리와 광장을 장악한 극우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박근혜에 대한 동정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면에서, 정치권의 유승민이나 제도권 밖의 이영훈이나 맥이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다.

검찰개혁은 일단락됐지만, 일련의 개혁이 향후 정국을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개혁 때처럼 집회를 통한 개혁 대 보수의 세 대결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극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보수를 대표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사회의 개혁적 흐름에 맞서 세 대결을 시도하는 보수 진영. 그 속에서 더욱 더 커져가는 극우. 종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뉴라이트 및 올드라이트. 이들 전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들의 미래에 대한 조망을 시도해 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평화철도, 남북철도 연결 위한 대북제재 해제 촉구 1인 시위 돌입

평화철도, 남북철도 연결 위한 대북제재 해제 촉구 1인 시위 돌입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1/29 [07: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사)평화철도가 남북철도 연결이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 : 평화철도 페이스북)     © 편집국

()평화철도가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철도 연결이 가로막혀 있다며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평화철도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을 향해 남북철도연결 방해하는 대북제재 해제하라고 촉구하며 1인 시위 돌입을 선포했다.

()평화철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평화철도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협력을 위한 어떠한 계획이라도 미국과 협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하며 미국은 최근 들어 한국 정부에 대해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가 하 면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강박하는 등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한국민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철도는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녘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인도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남녘 동포들의 북녘 땅 관광길마저 가로막는 제동 장치가 되고 있다며 대북제재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1인시위를 진행 중인 권영길 (사)평화철도 이사장. (사진 : 평화철도 페이스북)     © 편집국

▲ 1인시위를 진행 중인 권영길 (사)평화철도 이사장. (사진 : 평화철도 페이스북)     ©편집국

()평화철도는 남과 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것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겨레의 숙원 이자섬 아닌 섬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한반도 경제의 활로라며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우리의 자주적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철도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철회될 때까지 매주 화요일 미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평화철도(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는 한 사람이 만 원씩백만 명의 모금을 통해 평화침목을 기증하는 통일철길 연결운동을 펼치고 있다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역에서 남북 평화철도 연결을 위한 서명 및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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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남북철도 연결 가로막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돌입하며

평화의 새 시대로 곧장 달려나갈 것 같던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대치상태에 가로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지난 일 년 여간 남북관계는 신뢰의 토대가 튼튼해지기는커녕 불신의 장벽만 높아졌고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는커녕 갈등과 대결의 낡은 시대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랜 침묵을 깨고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 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밝히면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사단법인 평화철도는 비록 때늦은 결단이지만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바람직한 결정으로 환영하는 바이다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주한미국대사인 해리 해리슨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가 발표된 직후 외신기자들 앞에서 남북협력을 위한 어떠한 계획이라도 미국과 협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망발을 늘어놓았다이에 대해 청와대가 즉각 남북 협력에 관련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우리 국민 들 속에서는 해리슨 대사의 발언을 두고 식민지 총독이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한국 정부에 대해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가 하 면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강박하는 등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한국민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그 중에서도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녘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인도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남녘 동포들의 북녘 땅 관광길마저 가로막는 제동 장치가 되고 있다대북제재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것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겨레의 숙원 이자섬 아닌 섬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한반도 경제의 활로이다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우리의 자주적 권한이다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가로막는 대북제재를 즉각 철회해야 하며한국 정부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창립된 사단법인 평화철도는 미국의 부당한 대북제재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오늘부터 매주 화요일 이곳 미 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에 돌입한다우리의 일인시위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철회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남북철도연결 방해하는 대북제재 해제하라!

2020년 1월 28
사단법인 평화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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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선거 가른 건 타이완 청년의 ‘망국감’

  •  타이완·양첸하오 (프리랜서 기자)
  •  호수 645
  •  승인 2020.01.28 11:58

타이완 총통 선거 결과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민진당은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차지했다. 홍콩 시위와 중국의 위협을 지켜본 젊은 층이 투표에 적극 나선 결과다.
ⓒ양첸하오 제공총통 선거 전날인 1월10일 한 남성이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타이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타이완이 될 수 있다. 내일 꼭 한 명 한 명 이끌어 집에 돌아가 투표하라! 홍콩인 올림.’
제15대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월10일 오후 타이베이 총통부 앞 사거리는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선거 집회가 한창이었다. 번잡한 와중에도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손 피켓을 본 타이완 시민들은 “홍콩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갔다. 이 남성 역시 “타이완도 파이팅! 내일 꼭 투표하세요”라고 일일이 화답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밤 11시께, 타이베이 버스터미널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타이완 중남부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매진되어 다음 날 오후 3시30분에야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공항 역시 투표를 하기 위해 귀향한 인파로 북적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첸여우징 씨(30)도 그중 한 명이었다. 가오슝 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진학 이후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거주 중이었다. 11시간 넘는 비행 목적은 단 하나, 투표였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첸여우징 씨에게 홍콩은 ‘남 일’이 아니었다. “친중 세력인 국민당을 막아야 한다. 여론조사로는 차이잉원 현 총통 지지율이 20~30% 앞서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AP Photo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1월11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완 가오슝은 한국의 ‘광주’ 같은 의미를 갖는 지역이다(가오슝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피신한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권위주의 통치에 정면으로 맞섰던 도시다). 그러나 2018년 11월24일 가오슝의 지방선거에서는 20년 만에 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승리했다. 집권세력 민진당은 참패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이 큰 이 도시에서 당선된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이 승리를 발판으로 이번 총통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만 해도 2020년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가 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런 와중에서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익명의 홍콩인이 타이완에 보낸 당부가 시민들을 격동케 했다. 그의 피켓 시위 다음 날인 1월11일 선거 투표율은 74.9%로 2016년에 비해 8.6%포인트 올랐다. 총통 선거(대선) 개표 결과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총통은 817만 표(57.1%)로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552만 표(38.6%)에 불과했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도 민진당은 강세를 보였다. 61석을 얻으며 총 113석 중 과반을 차지했고, 정치 신인 다수가 국민당 강세 지역에서 당선되며 의미를 더했다.
선거를 앞둔 정당들은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듯, 총통 후보가 입법위원 후보들과 유세를 함께 다니곤 한다. 하지만 한궈위 총통 후보는 겨우 1년 사이에 입법위원 후보자들이 기피하는 인물이 되었다. 친중파인 한궈위 시장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었다. 2019년 5월 가오슝 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의가 대표적이다. 가오민린 민진당 시의원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려고 하는 한궈위 시장에게 어떤 방식으로 협력이 추진되는지 물었다. 한 시장은 “제가 타이완을 사랑하는 마음은 당신보다 적지 않다”라고 답하는 등 질문을 피해갔다.
ⓒEPA1월11일 한궈위 후보(가운데)가 선거 패배를 시인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러다 타이완이 망한다”

동문서답은 시정질의 때마다 반복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아예 시정질의 운영방식을 바꿔버렸다. 과거에는 등록 절차만으로도 질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등록자 중 추첨을 거쳐 ‘당첨’된 의원만 시장에게 질의할 수 있다. 가오민린 시의원은 “질의권을 박탈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질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직후 한궈위 시장 지지자들에게 수없이 시달리기도 했다. “사무실로 협박 전화가 걸려오거나 SNS를 통해 ‘당신을 죽이겠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궈위 시장 저격수’는 시장 지지자들의 폭언에 기죽지 않았다. 가오민린 시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궈위 시장은 지각, 조퇴, 결근을 일삼았다. 2019년 9월에는 일본에서 온 학자들과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오늘은 제가 지각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 손님을 25분이나 기다렸다”라고 언론에 이야기한 게 화근이었다. 보도를 접한 일본 학자들은 한궈위 시장 측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마음대로 바꿨다고 SNS에 폭로했다. ‘타이완의 국제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한궈위 시장의 능력과 자질도 입길에 올랐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견고해 보이던 한궈위 시장의 지지율은 홍콩에서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시위가 거듭될수록 주저앉았다. 타이완 시민들은 홍콩 경찰의 무력진압에 큰 충격을 받았다. 차이잉원 총통은 동요하는 민심을 붙잡기 위해 여러 차례 홍콩 시위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타이완은 일국양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홍콩을 응원하는 동시에 타이완 국민을 향한 ‘공약’이 담긴 메시지였다. 한궈위 시장은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이 홍콩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시사IN> 제626호 ‘타이완 총통 선거 변수로 떠오른 홍콩’ 기사 참조).
총통 선거를 열흘 정도 앞둔 지난해 12월29일 토론회는 ‘결정타’였다. 장기화되고 있는 홍콩 시위에 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홍콩 시위 여파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타이완에 매우 중대했다. “베이징 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타이완의 주권, 존엄, 민주와 자유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 후보는 기자를 질타하는 방식으로 답했다. “당신의 질문이 타이완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다. 당신이 가진 이데올로기가 스스로를 묶고 있다. 나는 타이완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우리는 모두 타이완에서 죽고 묻힌다. 우리가 이 국가를 수호하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정작 어떤 방법으로 국가를 수호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회피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는 ‘망국감(亡國感)’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말이었다. 홍콩 시위와 중국의 위협을 지켜본 젊은 층이 특히 ‘망국감’에 공감했다. 이들에게 한궈위 후보는 필사적으로 당선을 막아야 하는 대상이다. 한 30대 유권자는 “한궈위 후보 같은 사람이 타이완을 대변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고 부끄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차이잉원 총통의 앞길

국민당 내부에서도 한궈위 후보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국민당 원로인 자오서우보 전 행정원(내각) 비서장은 한궈위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작 선거팀은 당내 원로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오서우보 비서관은 한궈위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자오서우보 비서관은 총통 선거 패배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가오슝 시장에 당선되면서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불과 몇 개월 사이 총통 출마선언을 했다. 그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겠지만, 중도층은 약속을 가볍게 뒤집는 사람에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불투명한 행보를 보이면서 차이잉원 총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궈위 후보가 중도층 지지율을 깎아먹는 동안 민진당은 쇄신을 거듭했다. 특히 망국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힘썼다.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중국과의 무역협정 반대를 위한 국회 점거시위)’을 이끌었던 린페이판을 당 부비서장으로 영입해 정책 및 선거전략 결정권을 주었다. 또 차이잉원 총통은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쑤전창 전 주석을 행정원장(총리)으로 임명하며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여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행정원 공식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해 실시간으로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 정책 설명을 이어갔다. 차이잉원 총통은 개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스럼없이 질의응답을 나누기도 했다. 콜라스 요타카 행정원 대변인은 “개혁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면 여론의 불만을 초래한다는 걸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배웠다.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역대 최고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의 앞길은 꽤 험난할 예정이다. 민진당 당선은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은 결과다. 타이완 정치계와 학계는 중국 정부의 강압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이완 정치 분야 전문가인 천팡위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방문학자는 “중국은 점점 더 타이완의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협상이나 담판도 불가능해진다. 민진당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좁아지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멍즈청 타이완 성공대학교(國立成功大學)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보다 타이완 내부 정치에 더 방점을 찍었다. “차이잉원 총통의 이번 승리는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 관계에 크게 힘입었다. 하지만 타이완 내부 경제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언제든 한궈위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다.”
한편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한궈위 후보는 가오슝 시장직으로 돌아가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가오슝 시민단체연합이 시장 탄핵 절차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민소환제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르면 5~6월쯤 한 시장의 파면을 다투는 찬반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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