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9일 금요일

2008년 빼곤 보수 전패했던 고양갑, 심상정 5선 가능할까

 


[22대 총선 맛보기②] '12년 안방'의 표심 변화, 민주당 후보 경쟁 치열, 국힘 차출론 꿈틀
23.09.29 17:44l최종 업데이트 23.09.29 17:44l
6개월 후면 22대 총선입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심상정 의원의 지역사무소 간판.
▲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심상정 의원의 지역사무소 간판.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경기 고양갑. 선거구로 획정된 2000년 이후 18대 총선만 빼고 모두 보수 정당 후보들이 패배한 지역이다. 16대 곽치영(새천년민주당)·유시민(개혁국민정당), 17대 유시민(열린우리당), 18대 손범규(한나라당) 당선 후 2012년 19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 의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진보정치의 '대표선수'다. 진보정당 소속 유일한 4선 국회의원이자 19대·20대 대선주자다. 그만큼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 중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는 '진보 초강세 지역'인 고양갑과 좋은 궁합을 보였다. 하지만 22대 총선은 다르다. 심 의원의 '5선 달성'이 위태롭다는 얘기가 돈다.

당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기준 5% 안팎을 못 벗어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을 향한 지역민심이 변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때 덕양구(고양갑은 덕양구 북부 일대) 소속 정의당 소속 시의원들이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그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정의당이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3명의 시의원을 배출했던 것과 다른 결과다. 

여기에 '대선주자 심상정'에 대한 지역민의 피로도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전체 정국을 가로지르는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보다 지역현안에 천착하는 국회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정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경기 고양갑을 찾았다. 

심상정 지지했던 이들, 변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7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7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심상정 의원 지역 사무소가 위치한 덕양구 화정동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여전히 심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화정동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박지수(29)씨는 "심 의원이 한번 더 국회의원이 돼 다시 대통령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정역 인근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60)씨도 "민주당 후보보다는 심 의원이 더 낫다. 더 많은 커리어와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마음을 바꾼 지지자들도 있었다. 고양시청 앞 세탁소를 운영해온 이아무개(60)씨는 19·20·21대 총선과 20대 대선에서 모두 심 의원에게 투표한 지지자였다. 그런데도 '다음 총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상정을 향한 마음은 이미 많이 떠났어요. 생계가 걸려 있다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민주당 한심하죠.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뽑아야 할 것 같아요. 국민의힘이 설쳐대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

그는 지역 현안 중 하나인 고양시청 이전 논란을 '변심'의 이유로 꼽았다. 고양시청 이전 논란은 지역에서 해묵은 숙제이자 당면한 지역 현안이다. 시청 청사를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 돼 있는 만큼 청사 이전 소문이 돌 때면 부동산 가격까지 들썩이곤 했다. 게다가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지난 1월 주교동 현 청사 옆 새 청사를 짓기로 결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던 것을 뒤집었다. 돌연 새 청사를 백석동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 이 때문에 덕양구민들은 몇 차례 궐기대회까지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심 의원의 '부재'를 느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여기(고양시청 인근) 있는 자영업자들은 시청이 이사가면 다 죽는 거예요. 손님 대부분이 시청 직원들이라서요. 그런데 심 의원님은 특이하게 한창 (시청 이전이) 문제가 됐을 때 인천 전세사기 현장으로 가더라고요."

주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양아무개(39)씨도 비슷했다. 그는 19·20대 총선에서 심 의원에게 표를 던졌지만 21대 총선 때는 다른 선택을 했다고 했다. 그는 "고양시청 이전 문제뿐만이 아니다"며 "(심 의원이) 3선을 하는 동안 (지역에서) 어떤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고인 물'이란 인식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표심 변화는 20·21대 총선 득표율 비교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심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준 후보와 야권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52.97%란 압도적 득표율로 손범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16.17%p 차로 꺾었다. 하지만 4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득표율 39.38%로 이경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6.64%p 차이로 이겼다. 

이는 민주·진보계열 정당에 우호적이면서도 이왕이면 심 의원을 지지했던 지역민 중 일부가 태도를 바꾼 결과로 추정된다. 참고로 20대 총선 때 민주당 박준 후보의 득표율은 8.74%, 21대 총선 때 민주당 문명순 후보의 득표율은 27.36%였다. 

심 의원은 아직 총선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저의) 출마는 당의 전략과 함께 가야 한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 안팎에선 그의 출마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심 의원이 고양시청 이전이나 신규 소각장 추진 등 지역 현안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서 지역 밀착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신발끈 고쳐매는 민주당 후보들, '심상정 교체론' 앞세워
 
지난 14일 문명순 후보가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심상정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지난 14일 문명순 후보가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심상정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변화 속에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후보들은 '심상정 교체론'을 들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심 의원과 맞붙었던 문명순 민주당 고양갑 지역위원장의 전략은 '현장 행보'다. <오마이뉴스>가 지역을 찾은 14일 오전 8시, 그는 화정역 역사 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문 위원장은 지지자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매일 이곳에서 지지자들과 만난다. 내년 총선 때 심상정이 아닌 문명순을 선택하겠다는 응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양갑은 일반적인 험지와 성격이 다르다. (민주당 후보는) 4년간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도 (심 의원에 막혀서) 시험장에 입장도 못한다"며 "그런데 심 의원은 자기 정치만 해 왔다. 지역이 이렇게 피폐해지도록 무엇을 했냐"고 지적했다. 또 "중앙당에서 돌린 여론조사에서는 제가 벌써 심 의원을 2배 앞서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왼쪽부터 이재준 전 고양시장,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왼쪽부터 이재준 전 고양시장,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이재준 전 고양시장 역시 "(심 의원은)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지역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지역사람들과 함께 해온 내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열린민주당(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비례정당) 대변인을 지낸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도 고양갑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후보 중 하나다. 그는 최근 고양시 화정동에 자신의 촬영 스튜디오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심 의원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진보 정치를 위해 열심히 해 온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이제는 다음 세대들이 진보 개혁 정치를 구현해낼 때"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 신현영 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그가 근무했던 명지병원 소재지가 고양시 덕양구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마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어진 소임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힘' 강조하는 국힘... 관건은 인물 경쟁력?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권순영 국민의힘 고양갑 당협위원장.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권순영 국민의힘 고양갑 당협위원장.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반면,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지역현안 해결능력'을 강조하면서 고양갑을 노리고 있다. 

권순영 국민의힘 고양갑 당협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8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한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을 언급했다. 그는 "가장 큰 지역현안 중 하나는 교통불편"이라며 "그런데 국회 국토위 소속인 심 의원은 이러한 지역의 숙원사업을 왜 해결 못하냐는 성토가 지역에서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희룡 차출설'은 일축했다. 여권 일각에선 일산·평촌·산본·분당 등 노후 신도시 정비 지원 특별법인 '1기 신도시 특별법' 성과 등을 앞세워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험지'인 고양갑에 차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심 의원은 지난 6월 국토위 전체회의 때 원 장관에게 고양갑 출마여부를 묻기도 했다. 원 장관은 이 때 "심 의원과의 대결이면 영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권 당협위원장은 "(원 장관이) 고양갑 출마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1기 신도시 특별법과 관련해 이미 (고양갑이 아닌) 경기도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원 장관이) 출마를 하더라도 서울 종로 같은 정치 1번지나 1기 신도시가 위치한 고양시 병이나 정일 것"이라고 점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물 경쟁력'을 22대 고양갑 총선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심상정 위기론'과 관련 "각 당에서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이 심 의원에 비해 약하다는 것. 그는 이에 따라 야권 성향 표심이 분열될 수 있고, 어부지리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희룡 장관이 실제 등판한다면 "팽팽한 접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그:#심상정, #원희룡, #더불어민주당, #고양갑, #정의당

시민단체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반도 평화 목소리 전달한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9/30 [10:54]

▲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지난 7월 27일 임진각에서 연 기자회견 모습.  © 평화행동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아래 평화행동)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대표부에 ‘한반도 전쟁 반대 평화 실현 서명’(아래 서명)을 전달한다.

 

평화행동 대표단은 유엔에서 군축 및 국제 안보 관련한 의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1위원회가 열리는 시기에 뉴욕을 방문하고 있으며, 구테흐스 총장에게 30일 (아래 미국 현지 시각)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평화행동 대표단은 서명 전달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대행진’을 유엔 본부 인근 함마슐드 광장에서 개최한다.

 

대행진 참가자들은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중단!” 등의 구호를 한국어와 영어로 외친다. 대표단을 비롯해 미국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한인 동포 단체, 종교계, 미국 평화단체, 국제 평화단체들이 대행진에 참여한다.

 

평화행동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인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서명을 진행했으며, 약 20만 명의 사람이 참여했다. 

 

서명에는 ‘▲적대를 멈추고 남북·북미 관계를 개선하자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자 ▲제재와 군사 위협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하자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하고 한반도·아시아 평화공존 실현하자▲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하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 평화행동

 

평화행동은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이다. 불안한 휴전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다시 유례없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강 대 강 대치의 악순환 속에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현 정세를 걱정했다. 

 

평화행동은 “대표단은 유엔 대표부에 한반도 전쟁 위기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무력 충돌 예방과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평화행동 대표단은 미국 국무부와 상·하원 의원 면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목소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평화행동 대표단은 미국 백악관 앞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동을 진행한다. 오는 10월 8일 오후 3시 ‘한반도 평화 집회’가 열린다.

 

한편 750여 개의 국내단체, 7대 종단, 80여 개의 국제단체가 평화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불가능 ‘2051년 폐로계획’ 추진하며 오염수 방류 강행한 이유

 


노후원전까지 재가동 성공, 친원전 정책 부활했지만...눈엣가시처럼 남겨진 후쿠시마 상처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2월 14일 전경. 2021. 2. 22. ⓒ사진 = AP

일본은 오는 2051년까지 후쿠시마 사고원전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부터 134만t에 이르는 오염수 해양방류를 강행한 이유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30년간 수백 배의 바닷물로 희석하여 방류한다는 입장이다.

‘2051년까지 폐로 계획’은 당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녹아내린 핵연료와 주변 구조물이 뒤섞인 ‘데브리’를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염수는 바닷물·지하수·빗물·냉각수 등이 데브리에 닿아 생성되기 때문에, 데브리 제거 또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오염수 추가 생성도 막기 어렵다. 미야노 히로시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장은 지난 19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51년까지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오염수 생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에 방한했던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도 “일본 학회에서도 100년 혹은 3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19년 9월에 운전을 종료한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조차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한 것도 아닌데 폐로까지 60년 계획을 세웠다. 이대로라면, 오염수 방류와 폐로가 30년 안에 끝날지, 50~100년 동안 이루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도 매일 90t 이상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는 점만 고려해도, 일본의 계획은 그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로 탱크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 외에 실익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류를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였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난 9월 2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인류사적 재난을 겪었음에도 일본이 다시 ‘친원전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는 점 등을 짚으며, 오염수 해양방류가 일종의 “제례”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1(후쿠시마 원전사고)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례를 치러야 하는데, 폐로는 너무 먼 미래”라고 덧붙였다. 또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등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비해 선례를 만들어 처리하면 안전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① 부활하는 일본 원전산업
40년 넘은 노후원전도 재가동
원전제로였던 일본, 10여기 가동
오염수 방류...“제례의식 같아”


노후원전 다카하마원전 가동을 알리는 간사이전력 보도자료. ⓒ간사이전력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오염수 해양방류만 서두르는 게 아니다. 이와 함께 ‘원전산업의 부활’을 서둘렀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일본은 2014년에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8월 주식회사 규슈전력(九州電力)이 가고시마현에 있는 가와우치 원전(川内原発)을 재가동하면서 일본의 ‘원전제로 시대’는 23개월 만에 끝났다. ‘마이니치신문’이 2015년 8월 12일 사설로 “가와우치 원전 재가동을 원전 회귀의 발판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이후 다른 원전들도 하나둘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50년 가까이 된 노후원전까지 재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주식회사 간사이전력(関西電力)에 따르면, 다카하마 발전소(高浜発電所) 1호기는 올해 9월 23일 오전 9시30분부터 운전을 개시했다. 일본 혼슈 중부 후쿠이현(福井縣)에 위치한 다카하마원전 1호기는 1974년 11월에 완공된 대표적인 노후원전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겪은 후 “발전용 원전의 가동 기간은 40년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원자력규제법을 개정했다. 이는 후쿠시마 참사를 교훈 삼아 세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슬쩍 “한차례 20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끼워 넣더니, 올해에는 아예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법안을 마련하고, 실제 4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을 재가동한 것이다. 일본은 원전 수명 연장 인가 기관도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경제산업성으로 바꿨다. 다시 안전보다 경제를 우선하겠다는 의도다.

2022년 3월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취합한 일본의 가동 원전 수가 10기였다는 점, 일본이 올해 9월부터 재가동한 노후원전 등을 고려하면, 이제 일본에서 가동하는 원전은 11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원전제로’까지 도달했던 일본이 과거의 ‘원전 신화’로 회귀하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일본 원전업계 고용도 올해 들어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오염수 탱크와 사고원전이 상흔처럼 남은 후쿠시마는 가장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이 그토록 자랑했던 “원자력 안전 신화”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 언론이 쏟아낸 비평 또한 “정부는 그간 일본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였다.

그래서 일본이 취한 행보는 재난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지우는 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0여 년 동안 매해 후쿠시마를 찾아 다큐사진을 찍은 정주하 사진작가는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6월 (사)마당이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 ⓒIOC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현실을 부정하는 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아베 총리는 당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중의원 본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오염수 문제가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염수 발생 문제는 전혀 해소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매일 수백t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었고, 세계 최대 얼음벽을 설치한 뒤에도 매일 90t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수습되지 않은 후쿠시마 문제를 해결된 것처럼 치부하려는 아베 총리의 기행도 이어졌다. 2019년 6월에는 아무런 방호장비 없이 정장 차림으로 후쿠시마 사고원전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서서 “드디어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평상복만 입고 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아사히신문은 “아마도 허세”라고 촌평하며 “아베 총리의 점검은 6분 만에 끝났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에도 후쿠시마 문제를 지우려는 일본의 노력은 계속됐다. 마치 후쿠시마 위험이 완전히 상쇄된 것처럼, 올림픽 선수단 식탁에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됐다. 후쿠시마 성화봉송과 후쿠시마에서의 일부 경기를 계획하며 '부흥'의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한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 그해 4월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원전 부지에 쌓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표했다. 원전 폐로 계획에 맞춰 오염수도 방류하여 처리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가장 큰 반발이 예상되는 어민들에게는 “풍문”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며 달랬다.

그런데 현재의 과학기술 한계와 계속 생성되는 오염수 문제를 생각하면 이는 장담하기 힘든 계획이다. 30년 안에 방류가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원전 부활’을 위한 상징의식으로 보이는 이유다. 오태규 객원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문명사적 충격이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원전을 전부 폐로 하겠다고 했고, 일본 역시 그랬다. 이게 아베 정권에 들어서면서 슬금슬금 바뀌었다. 원자력 이권 세력의 힘이 세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를 처리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일본 국민에게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다는 그런 신화를 많이 심어줬었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후쿠시마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원전의 부활은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오염수 방류를 통해) 이 (심리적·사회적) 압력을 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② 내년 오염수보다 더 큰 게 온다
26번 연기된 재처리시설 완공
방사성물질 배출 규모 “‘라 아그’의 15배”
“오염수 방류, 선례로 안전판 마련”


일본이 이번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이유를 추정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로카쇼무라 핵연료재처리 시설이다. 일본은 내년 2024년 9월까지 이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주요 공정과 위험성 ⓒCNIC


원자력발전으로 사용이 끝난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재사용이 가능한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핵물질을 꺼내 다시 연료로 가공하는 공정을 “핵연료재처리”라고 부른다. 일본이 내년까지 아오모리현에 완공하겠다는 것은 이 공정을 수행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아오모리현청에 따르면 아오모리현 카미키타군에 들어서는 이 시설의 규모는 재처리공장과 우라늄 농축공장만 합쳐서 730만 평방미터에 이르고, 추가로 규모를 알 수 없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관리센터와 저준위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 그리고 MOX 연료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당초 이 시설은 1993년 착공해 1997년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26번이나 완공이 미루어졌다. 지역주민과의 분쟁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 아오모리현청 설명)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이 재처리시설에서 기존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연료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게 기체나 액체 형태로 대기와 바다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CNIC는 그 양이 “원전 1기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을 하루 만에 배출”하는 정도이며 “프랑스 라 아그 재처리시설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 CNIC 비평)

핵연료재처리시설의 악명은 익히 프랑스 라 아그 재처리시설과 ‘살아있는 체르노빌’이라 불리는 영국 셀라필드 재처리시설로 잘 알려져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역시 완공되면 방사성물질 배출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할 때 꺼내는 설명과 동일하다. 오염수 논란은 재처리 시설 논란의 예고편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공식 제기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2021년 4월 경향신문 기고 글에서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은 2023년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 가동을 염두에 두고 삼중수소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려는 의도”라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하며 매년 약 9700조베크렐(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또 매년 50조Bq의 탄소14와 500억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오태규 객원연구원도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등을 언급하며 “(오염수 방류를 통해) 선례를 만들어서 처리해 주면 앞으로 안전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방사성폐기물 투기 문제는 ‘우리도 줄일 테니 함께 줄이자’는 식의 접근법이 아니라 ‘너희도 버리니 우리도 버린다’는 식의 접근법으로 투기 허용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관련해서도, 일본은 다른 나라 방사성액체폐기물 총량을 언급하며 오염수 해양투기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정부여당 관계자와 일부 언론도 이 같은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갖고 와서 오염수 방류를 옹호한 바 있다. 일본의 행보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의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친원전국가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있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 외

① 일본 오염수 방류 지지한 미국, 허드슨강 원전 냉각수 방류는 금지
② ‘비공개’ 국책연구기관 오염수 대응책 살펴보니...할 수 있는 일 많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내년 예산안에 대한 한덕수·추경호 발언, 다 틀렸습니다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  입력 2023.09.30 06:05
  •  

  •  댓글 0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세수결손이 59조 원에 이른다. 들어와야할 세금이 59조 원이나 덜 걷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채발행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수가 감소되었는데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 어떻게 세수결손을 메울수 있을까?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추경없이 세수결손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언론들도 세수결손에 따라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고 견뎌야” 한다는 한덕수 총리의 말을 전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한덕수 총리의 말을 부정한다.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억지로 허리띠를 졸라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즉, 불용을 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용을 활용하는 한편, 내국세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줄어드는 지방 교부세 및 교부금 23조 원을 줄인다고 한다. 그럼 한덕수 총리말이 맞을까 아니면 기획재정부 말이 맞을까? 안타깝게도 둘 다 틀렸다. 그것도 심각하게 틀렸다.

    일단, 한덕수 총리의 발언은 내용적으로도 틀렸지만, 형식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가정살림은 수입이 줄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입이 늘면 지출을 확대하곤 한다. 그러나 국가재정의 원칙은 가정살림과 정반대다. 내수가 좋지않아 세수입이 줄면, 내수를 부양하고자 지출을 확대하는 게 원칙이다. 반대로 경기과열로 세수입이 늘면, 오히려 지출을 축소해야 해야 한다. 경기조정이 정부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

    형식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의 예산지출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이미 확정했다. 근대국가의 시작은 국민의 대표가 정한 예산사업에 정부가 지출하는 것이다. 정부가 임의대로 허리띠를 줄여가면서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전근대 국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만약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면 감액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한덕수 총리 말을 부정한다. 억지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불용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관련기사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국가재정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적은?]

    기획재정부는 억지로 지출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정부에 주는 교부세, 교부금 23조 원은 줄일 것이라고 한다. 지방교부세 등 23조 원 삭감으로 정부는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세수가 줄어도 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을 수 있는 마법은 세수결손의 40%를 지방정부에 떠 넘기는 방법이다. 기재부가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는 지방교부세가 내국세 규모에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국세에 연동되어 자동으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올해 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지방정부에 23조 원을 덜 주면 안 된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세수결손을 반영하는 시점은 올해가 아니라 내후년이 되는 것이 옳다. 내국세가 예산보다 줄어들거나 증가하면 지방정부에 주어야 할 지방교부세 금액을 정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올해 지방정부는 이미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주겠다고 약속한 금액에 맞춰 지출계획을 세우고 이미 집행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경제상황에 따라 적자재정, 흑자재정을 넘나들면서 국채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중앙정부가 주기로 약속한 교부세액만큼 지출사업을 편성하고 이미 집행중이다. 한참 지출을 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약속한 돈을 주지 못한다고 하면 지방정부는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 지방정부는 돈이 모자르다는 이유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균형재정 원칙에 맞지 않다. 지방정부의 지방채는 마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처럼 특정 사업의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지방채를 발행한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올해 발생한 세수결손은 올해 인식하지 않고 내후년(2025년)에 인식할 수 있게끔 지난 2014년 지방교부세법이 개정되었다. 내국세 감소를 지방정부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재정 평탄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내국세 감소와 증가에 따라 찬물, 뜨거운물 수도꼭지를 급격하게 변동시키는 것은 재정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 이에 올해 내국세 감소분은 2025년도에 반영하는 것이 입법취지에도 맞고 재정운용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올해 발생한 세수결손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23조 원을 떠넘기면서 국채 추가발행을 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25년도가 아니라 올해 세수부족분을 지방에 떠넘겨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야”한다는 한덕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을 비판없이 전한다. 그리고 23조 원의 교부세 등을 지방에 떠넘기는 것으로 국채발행을 피하고자한다는 기재부의 입장을 비판없이 전한다.

    ▲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언론은 한덕수 총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회가 정한 세출 규모를 행정부가 마음대로 줄일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또한, “만약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국회에 감액 추경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세수결손을 23조 원 지방정부에 올해 떠넘기겠다는 기획재정부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세수결손 반영 시점을 이미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고 올해 반영해야 하는지, 지방교부세법에 따란 2025년도 반영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말을 할리가 없다. 왜냐면 높은 분의 명령을 수행하고자 추가국채발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을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더라도 단순히 추가 국채발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높은 분의 의지만을 받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 ‘지표’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관련기사 더보기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2024년 예산안, 과연 건전재정일까?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대한민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서민을 위한 감세는 없다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국가재정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적은?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2022년, 역대 최대 적자는 어느 정부 책임인가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국가부채 2326조 원, 오보입니다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예산을 보면 정책이 보인다

    
  •  

    '윤석열식' 외교의 초라한 성과…북한도 압수수색이 되나요?

     

    [박세열 칼럼]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9.30. 04:00:47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의 만남을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건 '가치 외교'의 계산서를 생각한다. 미국은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을 "악마의 거래"(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왕따의 구걸(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난을 먹고 사는 게 김정은이다. 비난이 거세질수록 김정은은 푸틴과 한 '악마의 거래'는 더 돋보이고 변방의 김정은은 세계 무대에서 계속 호명된다. 북한이 가진 달콤한 '지정학적 이점'을 시진핑과 푸틴에게 전시하고 어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건 "힘에 의한 평화"다. 김정은은 이런 발언도 먹고 산다. 한국이 '힘'을 강조할 때마다 북한 역시 '힘'을 강조하고 핵무장을 강화하며 미사일을 쏴댄다. 

    세상은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는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바라는대로 돌아가는 것일 수 있다.

    이제 계산서를 받아 보자. 

     


    대선을 14개월 앞둔 미국은 이제 본격적인 권력 교체기에 돌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바이든 시즌 1'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차례다. 윤석열 정부가 해 온 '가치 외교'는 성과를 냈는가? 북한은 핵 포기에 다가서고 있는가?

    북한과 러시아가 '악마의 거래'를 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혹은 취한 액션은, 안타깝게도 없다.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언론도 아니고 외신(AP통신)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다른 국제 제재를 위반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규정했을 뿐이다. '윤리적 우위'를 강조했을 뿐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차단할 뾰족한 방법은 현재로서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테면, 우린 북한에 대한 제재는 가능하나,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북한 핵,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껏 이어진 수많은 대북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엔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핵추진잠수함' 개발 의지를 노골화했다. 윤 대통령은 또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공조를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없다. 검찰을 앞세워 북한을 압수수색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제 사회와 '우려'를 공유하는 건 이미 충분히 되고 있는 일들이다. 

    이 교착상태를 즐기는 건 김정은이다. 북한이 탄약 소모품과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과 정찰위성 등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시나리오는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적'과 '아군'의 선명성이 도드라지자 재빠르게 북한은 양분된 세계의 반대 진영에 온 몸을 던져 올라 탔다. 한미의 '가치외교'가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구 없는 제재'의 함정에 빠진 모양새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자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 틈바구니에서 김정은은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반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내년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실질적 임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미국 내 분위기는 바이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일 "민주당이 바이든에 대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암울한 전망을 내 놓았다. 요컨대 미국 유권자의 73%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와 바이든 직무 수행 지지율이 42%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민주당이 바이든을 밀어붙이기도, 그에게 후보직을 내려놓으라고 하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공동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더니, 트럼프가 52% 바이든이 42%를 기록해 트럼프가 오차범위 밖(10%포인트)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분열을 지켜보며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수식하는 화려한 미사여구들 틈바구니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때가 왔다. 

    첫째, 우리가 '더 강한 힘'을 원할수록 똑같이 '더 강한 힘'을 원하는 북한에 대항하는 국내 보수 진영의 마지막 보루는 '핵무장'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사실상 핵공유"가 최대의 성과인데, 그마저도 "사실상 핵공유가 아니다"라고 못박은 미국 관료들에 의해 부정당했다. 

    둘째, 경제적 차원.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약 25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소법(IRA)과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에서 한국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은 무역 정책을 수립할 때 동맹국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미국에 진심인 한국을 홀대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국 상무부는 22일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공개하며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향후 중국에서 확대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능력을 5% 미만으로 묶어두기로 확정했다. 한국 정부가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진 건 사실상 없다. 

    셋째, 미국의 외교 정책에 적극 동조한 결과는?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을 더 깊숙히 담그기로 했지만, 정작 최근 미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환대를 받지 못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62%가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하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러시아와 관계 파탄을 담보로 '설거지'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 하다.

    넷째, 국내 정치의 경우. 외교적 파워는 국내 유권자의 지지 속에서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친일 논란'에 휩싸이며 중도층의 '국가 정체성'을 건드려버렸다. 결과는 허약한 지지율 토대 위 위태한 외교 정책이다. 국가를 이루는 건 국민이고, 국민이 가진 '정체성 문제'가 때때로 경제적 이익을 압도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한미일 공조'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강제 징용 피해 보상을 포기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묵인했지만, 이 리스크를 상쇄할 '반대 급부'는 제대로 챙긴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일본과 군사 훈련이나, 미국의 '확산 억제'는 일본과 미국이 더 좋아할 일이다. 오히려 중국의 양안 문제에 개입하는 듯한 제스처로 관리해야 할 리스크만 계속 확장되고 있다. '친일 논란'을 감수하고 국내 정치를 포기한 대가가 겨우 이 정도였던가? 

    사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외교 안보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능 문제 처럼 수사를 통해 '전문가'가 될 기회도 없었다. 모든 외교 기획의 '브레인'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태효 차장의 '외교 구상'에 윤석열 대통령이 완전히 빨려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건 선출직인 윤 대통령이지, 일개 참모인 김태효 차장이 아니다. 지금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을 잃고 있다. 대미, 대일 관계에서 '실리'보다 '이념'을 앞세웠고 한미일 공조(동맹이 아닌)라는 가역적인(불가역적이지 않은) '상징 자본'을 획득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유형의 실리보다 무형의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 군사력은 고도화되고, '북중러 공조'는 실질적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 대체 윤석열 정부의 외교로 우리가 얻은 것은 대체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정치하듯 국제 정치를 한다. 하지만 국내 정치엔 선거라는 공정한 심판 기준이 있고, '지지율'과 '득표'라는 보상이 있을 수 있지만, 국제 정치에선 그런 게 없다. 심판이 없는 무대에선 실리가 가장 중요시된다. 윤 대통령이 핸들링하는 한국 정치의 여야 관계처럼, 출구 없는 교착상태는 남과 북 사이에서도 고착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출구 없는 터널 속에서 '나만 옳으면 돼'라며 고집을 피운다. 대체 세계 정세라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사람은 불안하지만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만 외치고 있다. 어쩌면 한참 가다 뒤를 돌아봤을 땐 아무도 없을 수 있다. 

    둘로 쪼개진 세계, 명징한 이분법에 몸 담은 자의 역설. 어쩌면 세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북한이 바라는 바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윤석열식 외교'에 대한 성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차량에 올라 열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