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5일 토요일
언론현업단체의 자율규제기구는 어디쯤 왔을까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초안 공개…기존 규제 기구와 통합 주장에 "‘하지 말자’는 이야기"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12.25 09:31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 규제 법안의 대체재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초안이 공개됐다.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의 기구를 만들어 언론사 제재 및 이용자 분쟁 처리를 맡겨야 한다고 내용으로 피해자 구제와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다. 제재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포털 사업자 참여는 자율기구를 추진하는 언론현업단제의 숙제로 제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한 언론현업단체들은 대안적 성격으로 ‘통합 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제안하고 관련 연구위원회를 구성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김민정 한국외대 교수·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황용석 건국대 교수·심석태 세명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위원회는 2개월간 논의를 거쳐 통합 자율규제기구 초안을 마련했으며 24일 공개했다. 연구위원회는 31일 언론 현업단체에 최종 설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조직도 가안
자율규제기구는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된다. 언론중재법상 ‘언론’으로 규정된 신문사·방송사·인터넷신문사가 참여 대상이고, 언론사는 소정의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자율규제기구의 이사회는 자율규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조직구조·예산 분야에 대한 결정권만 갖게 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최고 의결기관인 ‘자율규제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자율조정실’로 구성된다. 자율규제위원회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며 자율규제 규약과 운영 규정을 결정한다. 또한 자율규제위원회는 언론사 제재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율조정실은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용자 불만·피해가 접수될 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담당하는 자율조정인은 최소 5인에서 최대 7인으로 구성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언론진흥기금 등 공적 재원, 언론사 분담금 등으로 운영된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제재 유형 가안
자율규제기구는 규약을 위반한 언론사에 정정·노출중단·사과 등 ‘시정결정’과 권고·주의·경고 등의 ‘제재’ 권한을 행사한다. 자율규제기구는 제재가 누적된 언론사를 제명할 수 있다. 언론사는 ‘제재금 부과’에 한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자율규제기구는 언론보도 피해자를 위해 ‘피해구제 조치’를 마련한다.
자율조정인은 분쟁 민원이 접수되면 언론사와 협의해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피해구제 조치를 결정한다. 피해구제 방법은 반론·정정·추후보도·사과·위자료·노출중단 등이 있다. 피해자가 사건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맡기면 자율규제기구는 사건 처리를 종료한다.
자율규제기구 연구위는 “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모든 제재 결과는 공개하고 언론인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문제가 된 언론사의 지면·온라인에 제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포털에서 제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위원회는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언론상과 협력 체계 구축 ▲공적 기금 지원 관련 인센티브 제공 ▲정부광고 배정 관련 인센티브 부여 ▲포털 등 외부 기업과 협력 체계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업무 중복 문제 개선’을 제도 개선 방향으로 꼽았다. 강형철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공정성 조항 심의는 위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기존 규제기구와 통합
연구위의 초안과 관련해 언론현업단체는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유인책과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제재에 대한 적절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신문윤리위원회 제재는 실효성이 전혀 없지만, 네이버·카카오 제휴평가위원회 제재는 난리가 난다”며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 제재를 아프게 받아들이기 위해선 포털과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중재위, 방통심의위, 신문윤리위 등 기존 규제기구와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연구위 판단을 달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규제체계를 통폐합해야 한다”면서 “자율규제기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결정을 법적 의무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형철 교수는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면)실행은 늦어질 것이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하지 말자’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기구를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교수는 “포털을 포섭하는 문제는 언론 현업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중재위, 방통심의위 업무 중복 문제는 조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일부 업무에 대한 위임·위탁 MOU를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참여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상황대로 가면 강한 타율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율규제기구를 논의한 것이다. 먼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버도 자율규제기구에 들어와야"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사뿐 아니라 유튜버 등도 자율규제기구 대상에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론 활동을 하거나 매체력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율규제기구의 바운더리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영섭 교수는 “유튜브 등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다”면서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율조정인 숫자가 부족해 언론 관련 문제를 모두 처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신문윤리위가 매년 처리하는 안건은 2800건에 달한다”며 “자율조정인 5인~7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이 어느 정도겠는가.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석태 교수는 “언론중재위 등 여러 기구가 병립하고 있는데 모든 분쟁이 (자율규제기구로) 폭주한다고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상식적으로 자율규제기구가 모든 것을 심의할 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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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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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한 스푼] 언론의 ‘집단적 독백’ 극복하려면
기자명 김수지 월간 신문과방송 기자
입력 2021.12.25 15:26
댓글 1
‘집단적 독백’이란 게 있다. 유아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인데, 말 그대로 각자 자기 얘기만 내뱉을 뿐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난 6살이야”라는 한 아이 말에 아이들은 “나는 엄마가 정말 좋아”라는 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로 응대한다.
이런 현상은 유아의 사고가 타인의 관점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화를 타인과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마음을 해소하는 용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유아기적 특징은 성인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단톡방이라든지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에서도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발달심리학 용어를 꺼낸 이유는, 이 용어가 지금 우리 언론 모습을 잘 설명하는 단어이기도 해서다. 집단적 독백의 가장 큰 특징이 ‘자신의 정신구조를 반복해 사용하려는 경향’인데, 이는 우리 언론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정파성’ 같은 것 말이다. 정치 환경이 어떻든, 실제 사실 정보가 어떻든, 언론은 맥락 정보를 무시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프레임에 맞춰 보도를 쏟아낸다.
물론 이념적 지향을 가지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그 이념적 지향에 맞춰 팩트를 취사선택하고, 별 것 없는 말을 크게 부풀리고, 때론 잘못된 정보까지 전달하는 건 문제다. 절대 바뀌지 않을 프레임과 자기 완결적인 이념에 기반한 보도는 현실 정보를 무시하고, 프레임과 맞지 않은 진실은 외면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이다. 사회 여론을 형성하는 집단인 언론이 집단적 독백을 반복하면 우리 사회도 집단적 독백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집단적 독백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타인의 관점에 무감하고 청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역시 우리 언론의 오랜 특징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 언론에 독자는 고려 대상이 아녔다. 신문 지면과 방송에 정보를 죽 늘어놓기만 해도 알아서 찾아와 정보를 소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굳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하지 않고도 포털과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뉴스레터 ‘뉴닉’과 같이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쉬운 뉴스’가 널리 읽히는가 하면, 독자 취향과 관심 전문 분야를 고려한 매체들이 크게 늘었다.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쏟아낸 정보는 앞으로 점점 더 외면받을 테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 보도가 쏟아지는 이때 ‘집단적 독백’이란 언론의 유아적 퇴행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언론은 독자와 청자를 생각지 않고 자신의 정신 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보도를 쏟아낼 수 있다. 사회구성원의 정치 피로도를 생각지 않고, 자신이 편드는 정당의 의견을 그대로 전하거나 네거티브 공방에 뛰어드는 보도 말이다. 대선과 관련한 유튜브 등의 허위 정보를 어뷰징으로 전달하는 것 또한 독자를 조금만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기사 유형이지만, 실제로 그러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여러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사회의 타협과 성숙한 판단을 끌어내는 게 언론 역할이건만 아직 우리 언론은 유아기의 발달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판단이 요구되는 민주주의의 꽃,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이 정치의 계절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우리 언론이 성숙한 대화의 장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코로나 확진으로 2021년을 마무리합니다
암환자인 남편에 이어 나와 딸도... 바깥 공기가 그립다
21.12.25 18:48l최종 업데이트 21.12.25 18:48l장순심(baram117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6천, 7천 명을 넘나들고 있다(12월 23일 00시 기준 6919명). 그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남편의 항암으로 집과 근처 마트나 공원 산책 정도가 우리 행동반경의 전부였고 직장도 자차로 출퇴근을 해서 마음을 놓았었다.
코로나 생활 2년을 지나며 숫자가 올라도 몇 천 명의 그 어려운 경우의 수에 우리가 속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뉴스의 불안감만큼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남편의 발병 이전인 6백, 7백 명대를 오갈 때 더 신경 썼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방심이 화를 불러온 것일까. 남편의 항암 9회 차를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우리 가족은 모두 2차까지 접종했고 3차 접종을 예약해 놓은 중이었다. 그런데 암환자인 남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어 남은 가족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에서는 변이 바이러스인지 델타인지 오미크론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코로나 양성이라는 문자만 도착했다.
항암 치료 받던 남편의 확진... 서둘러 선별검사소로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체크, 감기약과 소독제 등이 들어 있다.
▲ 건강관리세트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체크, 감기약과 소독제 등이 들어 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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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후 퇴원할 때마다 열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으로 연락해서 입원하든지 조치하라고 안내를 받았었다. 매번 퇴원할 때마다 받는 안내여서 열이 오르는 것은 특별히 주의 깊게 관찰했고 미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었다. 8회 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다음 주말부터 잠깐 산책을 나갔다 온 남편이 심상치 않았다. 평소 감기 증상에도 열이 높이 올랐지만, 이번 열은 좀 달랐다. 가족 모두 항암 치료의 부작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치료를 받는 병원에도 연락을 취했다. 내원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2주에 한 번씩 있는 병원살이도 지겨워하는 사람이라 해열제를 먹어도 되는지 물었고 집에서 견뎌 보겠다고 했다. 약을 먹으면 땀을 쭉 흘린 후에 열이 잠깐 떨어졌고 다시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주말을 끼고 3일을 고생하고 더는 집에서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환자도 지켜보는 사람도 지칠 지점에 신기하게도 열이 더는 오르지 않았다. 가족 모두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의 열이 내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은 새로운 시작을 가져왔다. 새벽 6시, 남편이 코로나 양성이라는 문자가 도착했고 가족들 모두 일제히 기상했다. 그제야 고열의 원인이 이해가 되었다. 코로나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각자의 증상을 진단했고 딸과 내게 있는 약간의 기침과 코막힘 증상이 코로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 밀려왔다.
환자에 대한 걱정이 마무리되고 9회 차 항암치료를 위해, 끝을 보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것이었다. 새로운 국면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멈춰야 했고 당연히 가족들 모두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미 남편의 고열을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지켜보았기에 남편을 격리할 수 있는 방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항암 중이라 챙겨야 하는 약도 많았고 먹는 것도 여전히 힘들어해서 가족과 격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남편의 확진과 동시에 당연히 출근은 정지였다. 7시도 안 된 이른 시각이라 학년 담당 부장과 교감 선생님에게 조심스럽게 문자로 알렸다. 일단 알겠다는 무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확진 소식을 전해 들은 담당 교사는 백번 양보해도 양성이면 큰일이라고 했다.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의 파장에 대해 빠르게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양성이 나오더라도 사정이라도 해서 음성으로 돌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학교에서 맡은 아이들과 같은 교무실에 있는 교사들, 마주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의 엄청난 문제와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양성 판정이 나온다면 등등의 문제들을 의논했다고 했고 빈자리를 해결할 후속 조치까지 긴박하게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거기에 학기말 생기부를 마감해야 하는 때였다. 안 그래도 모두가 바쁜 정신없는 때에 모든 것이 정지되어야 하는 상황까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검사 시작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대기 숫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서둘렀지만 확진자의 가족은 선별 검사소에서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방향을 돌려 선별 검사소에서 30~40분여를 기다린 끝에 검사를 완료했다. 결과는 남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음날 새벽에나 도착할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하니 머리 따로 몸 따로 붕 떠있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를 100번 하기로 마음 먹었다
2021년은 코로나와 함께 집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 방역물품 2021년은 코로나와 함께 집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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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나와 딸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결과를 새벽에 알리자마자 일찍 회의가 소집되었다고 했다. 출근했던 날 마주친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등교 중지였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카톡과 문자에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학급 아이들에게도 등교하지 말고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을 단톡방을 통해 공지했다.
조심스럽게 선생님이 확진이냐고 물어오는 학생도 있었다. 아빠 직장에서 밀접 접촉자라면 퇴근해야 한다고 하며. 그렇다고 답하는데 까닭 모를 수치심이 몰려왔다.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도 있었다. 본인과 남편, 다른 자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학교에서 코로나 상황이 발생하면 나 역시 전문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모두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출근하거나 등교할 수 있다는 말을 차마 못 했다. 동생 학교로 전화를 걸어 확실한 답을 받아 보시라고 했더니 짜증과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암 환자가 있어 외식도, 외출도, 모임도 갖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도 누군가로부터 옮겨졌을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볼 기회도 없이 코로나 확진은 온전히 내 책임이 되어버렸다. 직장을 오가는 나로 인한 것일 수도, 어쩌다 산책하는 남편이나 엄마를 대신해 장보기를 책임지는 딸일 수도 있었겠지만, 면역력이 약한 남편에게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코로나 확진이 부끄러울 일인가, 불쾌한 한숨과 모든 원망의 목소리를 오롯이 감당해야 할 일인가 싶었다. 속이 상했다. 그럼에도 여럿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수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에 죄송하다고 했다. e알리미로 가정통신문이 발송되었고 학교로 걸려오는 수많은 민원에 학교가 온통 난리라고 담당교사는 말했다.
다시 죄송하다고 했다. 화끈하게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은 너끈히 하자고 생각했다. 쉽게 뱉을 말은 아니지만 아낄 말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수고의 마음을 풀 수 있다면.
아이들의 코로나 검사와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전화와 톡으로 아이들에게 부탁하듯 검사받기를 주문했고 다행히 아이들은 잘 따라주었다. 교사들의 검사와 결과가 확인되는 과정도 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있지만 없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처럼 지켜만 보고 있을 뿐,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단톡방에서 나가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결과는 모두가 음성이었다. 음성이 나오고 나서야 모두들 웃음 표시를 주고받으며 여유를 갖는 모습이었고 그중 한둘은 나의 안부를 따로 물어오기도 했다.
보건소 담당자, 역학 조사관과 담당 의료인의 차례로 전화가 왔다. 누군지 모르는 관계자들의 전화도 둘째 날까지는 계속 이어졌다. 확진자가 많아도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소리를 키워 놓고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받았다. 물론 학교에서도 무시로 전화가 걸려왔고, 학급 아이들과도 단톡방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재택 격리다. 2021년은 코로나와 함께 집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2022년의 시작도 마찬가지고. 남편의 항암 치료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순서대로 도착한 구호 물품과 건강관리 물품으로 연말의 식사를 챙기면 될 것이고 그도 부족하면 내키지는 않지만 배달앱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격리 기간 중 딸의 생일도 있어 조촐하지만 우리만의 축하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열체크와 산소포화도 등도 생활치료센터 앱을 통해 착실히 보고할 것이고. 그런 와중에도 생기부 마감을 위해 업무도 계속될 것 같다.
이틀이 지나니 집이 좁다는 것을, 아니 더 비워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삼일이 지나니 먹기만 하면 체기가 왔다. 끼니는 습관처럼 챙기는 데 움직임은 없으니 소화에 문제가 있었다. 바깥공기도 그리웠다. 집에 오면 바람이 들어올 틈이 없이 문을 닫는 것이 일이었는데 지금은 환기도 환기지만 수시로 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는다. 찬 공기가 나를 바깥으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분리수거할 것들과 쓰레기도 쌓이고 있다. 쓰레기는 격리 해제가 되고 나서 소독을 하고 내어 놓아야 한다고 보건소에서 알려주는 방역 수칙에 적혀 있었다. 겨울이라서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딸은 방역 위반 사례 등 관련 기사를 수시로 가족 톡방에 올려놓았다.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자신과 가족을 관리하고 있다.
누군가가 고맙게도 죄송할 일도 죄송할 것도 없다고, 그런 말 하지 말고 몸 관리만 잘 하라며 위로를 건넸다.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럼에도 삼사십 번쯤은 저절로 죄송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래저래 속상하고 죄송한 해를 코로나와 함께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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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 확진, #항암, #부끄러움, #확진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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