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7일 금요일

김정은 위원장은 왜 트럼프 대통령 손을 뿌리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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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북미 대화 시기와 조건은 북한이 선택할 것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거듭 제안했다.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는 친근한 어조에도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사일 발사와 침묵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대북 제재 완화 의사까지 밝히며 북한의 대화 전제조건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김 위원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 이은 네 번째 정상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당장은 우선순위에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고려

김정은 위원장의 거부 뒤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변수가 얽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에 수만 명의 정예 병력을 파병하며 사실상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경우 북러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착수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터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0.1.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0.1.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퇴역 핵잠수함의 원자로·증기터빈·냉각 시스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부품인 원자로 세트를 손에 넣었더라도 러시아 기술 지원 없이는 잠수함 장착·가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성공은 북한에 있어서 대미 핵억제력의 완성을 의미하며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빅 카드가 된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러시아 관계 유지는 미국 대화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 뒤에 이뤄진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급파도 트럼프 제의에 대한 푸틴 입장을 타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과 10월 부다페스트 회담 취소 사태를 보며 미러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낮게 봤을 것이다. 설령 트럼프와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하노이 회담 때처럼 네오콘 강경파에 의해 백지화될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작용했음 직하다.

북한의 경제 상황 호전도 북미 대화 시급성 떨어뜨려

흥미로운 것은 푸틴 대통령의 역설적 태도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국의 메시지를 전달할 테니 말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유럽화’를 포기한 푸틴은 아시아 동진정책을 모색 중이며, 이를 위해 한반도 안정을 선결과제로 본다. 북미 대화 재개가 한국-러시아 경제협력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경제 교류 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변수도 김정은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경주 APEC에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둘러 트럼프를 만나면 북중 관계에 미묘한 난기류가 생길 소지가 있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시진핑-트럼프 회동 결과를 지켜보는 게 전략적으로 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김정은-트럼프 만남은 시진핑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다.

북한의 최근 경제 호전도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배경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북한이 식량 자급을 이루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전한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는 과거에 비해 안정된 경제 기반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국내 사정의 변화는 북미 대화는 물론이고 남북대화의 시급성을 떨어뜨린다.

지금 더 급한 건 트럼프 아닌가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7%로 집권 2기 최저치를 찍었고, 부정 평가는 63%로 취임 후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 68%가 국가 상황을, 72%가 경제 상황을 좋지 않다고 답했다. 관세 전쟁으로 민생이 피폐해지면서 미국 여론은 트럼프에게 싸늘해지고 있다.

11월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34세 민주사회주의자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뉴욕 최초 무슬림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이 됐다.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보육 확대 등 획기적 민생 공약으로 승리한 이 사건은 미국 민심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대로 가면 2026년 가을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역대급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빅딜'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주력하는 이유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만한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발표 시점(통상 10월 초)을 고려해 그 전에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 수교 같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제 수상이 발표되면 그 여세를 몰아 불리한 중간선거 판세를 역전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북미 수교·대북제재 해제,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조약 체결이라는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물론 동북아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과거 북미 대화에 매달리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여유롭게 러·중과 손잡고 시간을 끌며 핵억제력 완성이라는 전략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반면 트럼프는 지지율 급락과 내년 중간선거 패배 위기 속에서 북한과의 극적 합의 카드가 절실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 관계 ‘피스 메이커’ 역할 해야

북미 대화 재개는 일차적으로 북미 수교라는 트럼프의 ‘마지막 카드’에 달렸다. 그러나 그 카드가 나오기 전까지 북한은 러시아 기술 지원으로 핵잠수함 건조를 가속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며 경제를 회복할 것이다. 경주 APEC에서의 일방적 구애가 보여주듯이 지금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 쪽은 트럼프이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꿀 트럼프-김정은 회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미중 관계의 추이, 러시아의 동진 전략, 트럼프의 중간선거 계산 등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모두 계산하며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6일 국회 예결위에서 내년 3월 김정은-트럼프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대에 불과하며 정확한 타이밍은 미지수다. 분명한 건 북미 대화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구도가 아니다. 북한이 시기와 조건을 선택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재명-트럼프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은 남북 군비경쟁을 촉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의 ‘페이스 메이커’를 넘어 남북 관계의 ‘피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파탄 난 남북 관계에서 극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북미 해빙이 이뤄져도 한반도 평화체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최대 난관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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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정일권 부장검사, 배 가르겠다고 말해"...눈물의 법정 폭로

[대장동 정진상 공판] 남 변호사, 검찰 압박 상세하게 공개...정 부장검사 "치유에 비유한 것" 반박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는 자신에게 '배를 가르겠다'고 말한 검사가 정일권 부장검사라고 증언했다.

    이진관 재판장 : "증인은 기존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어서 물어본다. ('배를 가르겠다'라고 발언 한 검사가) '선임검사', '높은 검사'라고 했다. 누군지에 대해서 진술을 안 하고 다음에 수사받을 때는 한다는 식으로 했다. 말해봐라. 단순한 증언이 아니고, 기존 진술과 달라서 질문을 하는 거다."

    남욱 : "정일권 부장검사다. 2022년 9월 당시 정일권 부장검사가 첫날 수사 끝나고 (자정 무렵) 불렀다. 애들 사진... (울먹이며) 죄송하다. 애들 사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할 거 아니냐', '여기 계속 있을 거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를 도려낼 수 있다, 내려가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일 담당 검사랑 이야기를 해봐라'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배를 가른다'는 표현에 대해 "제가 많은 죄를 지어서, 우리가 하는 수사에 협조하면 봐주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걸 까서 예컨대 저에게 돈 받은 사람을 모두 범죄수익은닉으로 기소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 친구들은 대한민국에서 멀쩡히 회사 다니고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저랑 돈거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된다면 그들의 인생을 제가 책임질 수 없다"며 "밤중에 불러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심리적으로 버틸 수 없더라"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의 발언 이후 정일권 부장검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때 남욱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배를 가른다고 말한 적은 없다. 수사하는 과정이 의사가 치료하는 과정과 같기 때문에 환부만 신속하게 도려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픈 사람이 아프지 않다고 하면 의사 입장에서는 어디가 아픈지 모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개복 수술도 해야되고, 아니면 알약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여러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도록, 신속하게 환부를 도려낼 수 있도록 설명해 달라는 그런 취지였다. 배를 가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애들 사진을 왜 보여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포렌식 자료 중에 사진이 있었고,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도의적, 인도적 차원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일권 부장검사는 2022년 여름부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부장검사로서 대장동 수사를 주도했고, 지난해 6월 공판5부장검사로 승진했다. 현재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남욱, 눈물의 작심 발언... 왜?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당초 검찰은 남 변호사를 상대로 한 재주신문을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공판 시작과 동시에 "준비한 건 많지만 몇 개만 물어보고 나머지 신문은 생략한다"라고 했다.

    검사 : "공모지침서 작성에 관여했나?"
    남욱 : "관여한 적은 없지만, 관여된 걸로 (1심에서) 판단됐다."

    검사 : "사업수지와 예산수지 산정에 관여했나?"
    남욱 : "전혀 관여한 게 없지만 판결문에서는 저도 상의를 한 것으로 판단됐다."

    검사 : "공모지침서나 사업계획서, 예산 및 수지 산정을 증인이 알고 있던 게 있다면 증인은 자료를 보거나 들어서 알게 된 것이지, 당시에 경험한 사실은 아니라는 거냐?"
    남욱 : "검사님 말이 맞다. 다만 초기 정영학 회계사와 검사가 저와 상의했다고 그렇게 조사가 이뤄져서 저도 공범자로 기소가 됐다. 정영학 조서가 인정이 돼서 저도 유죄가 된 거다."

    남 변호사는 "추가로 말하겠다"면서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초기 수사에서 정영학이 회유됐고, 자료도 허위로 만들어졌다.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들었다. 이런 내용은 형사소송법 규정 등을 이유로 증거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초기 진술이 인정돼 배임이 인정된 것으로 판결문에 나왔다. 제가 알기로 수사한 검사들이 공수처에 고발됐지만, 그 이후로 진행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 변호사는 검찰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심경도 설명했다. "수사가 끝이 없다. 기억도 없는 말을 수사관이 '그런 것 같다'고 하니, 나중에 와서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수사 과정에서 그렇게 진술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진상 측 : "그런 심정이라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남욱 : "가급적 검찰에, 이재명, 정진상 수사에 가급적 협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진상 측 : "증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 생각한다고 말하며 검사에 맞춰서 진술했나?"
    남욱 : "그런 면이 있다."

    정진상 측 : "진술조서 보면 끝에 '이해한다', '생각한다' 이렇게 끝난다."
    남욱 : "제가 경험한 게 아니라서 타협점을 찾은 거다."

    정진상 측 : "유동규가 보석 조건 없이 석방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남욱 : "만감이 교차했다. 어쨌든 유동규로 시작된 일인데 먼저 나갔다. 저희는 나가네, 못나가네 설왕설래 있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정진상 측 : "그래서 증인 어떻게 했나?"
    남욱 : "당시 수사하시는 분들 방향에 특별히 어긋나는 발언을 진술하진 않았다."

    이진관 재판장은 남 변호사에게 "이 사건 관련해서 증인의 진술도 우리 사건 쟁점"이라면서 "판결문을 보고 하고픈 이야기를 서면으로 내주면 다 읽어보겠다. 양이 많아도 좋다. 저희 재판부에 접수를 하면 읽어보겠다"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며 "시간이 걸려도 다 제출하겠다"라고 뜻을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정 전 실장 측 요청을 받아들여 핵심 증인들의 구치소 출정과 접견 기록이 확보했다. 증언을 잇달아 번복한 남욱 변호사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의 기록을 확보해 검찰 조사나 접견이 진술 번복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다음 공판 11월 21일이다. 증인은 대장동 비리 사건의 장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남욱#검찰#이재명#유동규#정일권

추경호 구속영장이 기각되든 말든, 전혀 상관이 없는 이유

[박세열 칼럼] 국힘은 추경호가 구속되길 바라는 게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


내란의 밤, 여당 원내대표 추경호의 행보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어떤 상황이고 어떤 증상을 앓고 있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내란특검이 추경호에 대해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금 그는 구속 갈림길에 서 있게 됐지만 추경호가 구속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별로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사법 체계는 '어리석음'과 '무능함'까지 엄벌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란의 밤 추경호의 행보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무능력함과 무기력함, 참담한 수준의 어리석음을 이미 상징하고 있다.

의원총회를 국회가 아닌 당사에서 연다는 얘기는 과문한지 모르겠으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원내대표실은 국회 본청에 있고, 의원총회는 국회의원들의 활동 공간인 국회에서 열린다. 그런데 추경호는 11시 3분에 국회로, 11시 9분에 당사로, 다시 11시 33분에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또 다시 12시 3분에 당사로 의원총회 장소를 바꿨다. 두 번이나 의원총회를 국회 밖인 당사에서 열겠다고 공지했는데, 경찰이 막아 의원들의 국회 진입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의원들을 의정활동 공간이 아닌 국회 밖으로 한데 모으려 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작 추경호 본인은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 있었다. 본회의장까지 2분 거리에 있었음에도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심지어 18명의 의원들을 이끌고 본회의장에 있는 당대표 한동훈을 본회의장에서 나오라고 요구했다. 추경호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인 한덕수와 통화했고, 정무수석 홍철호와 통화했다. 이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통화하면서 '표결 불참'을 당부하는 취지의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추경호 측의 반응은 이렇다. "윤 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건 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끊었다", "계엄을 왜 했느냐 따져 물을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추경호 변호인 측, 동아일보 6일자 보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행동 지침도 내릴 수 없었던 무능한 원내대표다'라는 게 추경호의 변호 요지다. 조희대 법원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추경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비상계엄이 위법한 지 몰랐다는 박성재의 손을 들어줄 때처럼, '무능함'과 '어리석음'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는 논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추경호와 윤석열의 통화 내용은 둘이 입을 닫으면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고, 추경호가 계엄 직전인 11월 29일 윤석열과 만찬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그들이 밝히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추경호 측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개의와 의결이 가능했다"고 강변한다. '내란의 밤'에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야당의 의석수'에 나라를 맡겼다는 자기 고백이다. '본회의장에 모여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라'는 당 대표의 지시를, 정작 금뱃지를 단 헌법기관들은 대놓고 거부했다. 총 든 군인들이 국회로 몰려드는 그 밤에, 그들은 알 길 없는 계엄의 속사정이나 가늠하면서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방치했다.

그 중 몇이나 윤석열의 쿠데타 구상에 충실히 따르려 했는지, 우린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계엄은 잘못했지만 탄핵은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외치지만 내가 당선된 것과는 무관하며, '윤어게인'은 있을 수 없지만, 그걸 외치는 사람들의 표는 탐내는, 저런 사람들이 정말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란 말인가?

만약 추경호가 구속된다면 그가 윤석열 친위 쿠데타의 장기말이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란을 모의하고, 계엄 해제 표결을 적극 방어했다는 정황들이 부각될 것이고, 추경호에 동조했던 의원들의 혐의들도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내란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사례를 따라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대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우린 새 보수정당의 탄생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연쇄 파장을 '조희대 법원'이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을 석방하고 박성재 법무장관의 영장을 기각했던, 지금까지 법원의 행보들을 보면 그렇다.

그럼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만약 추경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동력을 회복했다는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내란 특검을 공격하고, 채상병 특검을 공격하고, 김건희 특검을 공격할 것이다. 마치 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졌다는 것처럼. 법정에서 자신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또다시 면회하고, 장외로 뛰쳐나가 이재명 정권을 끝장내자고 목 놓아 외칠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보수 언론은 '특검 수사가 엉터리였다는 게 입증됐다'며 대대적으로 역공을 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일들은 국민의힘이 '내란의 늪'에 더 깊숙히 빠져들도록 만들 것이다. '우린 내란 세력이 아니다'라는 헛된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내란 정당' 딱지를 뗄 수 없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구속이 되든, 불구속이 되든 어쨌든 추경호는 특검에 의해 기소될 것이고, 윤석열의 불법 계엄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국회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법원은 규범을 마련해 줄 것으로 믿는다.

추경호가 구속되든 말든, 영부인의 각종 비리를 감싸기 급급했던 여당, 만취해 군인들과 술 먹었다는 걸 자랑스레 말하는 대통령에 쩔쩔 매는 여당, 그런 대통령 밑에서 이리저리 허수아비처럼 끌려다니던 지리멸렬한 모습이 그날 생중계 된, 그리고 특검이 밝혀낸 '내란의 밤' 국민의힘의 모습이었다. 전한길 같은 극우 유튜버에 휘둘리는 정당, 당대표가 내란 우두머리혐의로 수감된 윤석열 면회를 가고, 최고위원은 허섭한 논리의 혐중 음모론을 제기하는 그런 정당. 정치브로커 명태균에게 휘둘리고, 사이비 종교 신천지, 통일교에 휘둘리는 정당, 그래놓고도 반성도 없는 정당이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한들 유권자들이 믿어줄 수 있을까?

추경호는 '국민의힘'이라는 블랙코미디의 조연 배우일 뿐이다. 불법 무도한 계엄 앞에서 본회의장 표결에 불참하고도 뻔뻔하게 "야당만으로도 계엄 해제가 가능"했다느니, "표결 거부권도 의원의 권한"이라느니, 기껏 '처벌'을 피하고자 변명하고 있는 걸 "당당함"으로 포장할수록 모순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고, 중도층 유권자들은 더욱 국민의힘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인정받고 취해있을 바에야, 국민의힘은 차라리 추경호가 구속되는 걸 바라는 게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일 수 있다. 홍준표의 말처럼,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게 나라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일 것이다. 법원은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심판하기 어렵지만, 유권자는 그 모습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추경호가 구속되건 말건, 국민의힘이 해산되건 말건, 크게 상관 없는 이유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무작위 배당’은 허울뿐? 내란 사건, 이미 정해진 재판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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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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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1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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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과중' 등 이유로 재판부 특정 가능성
유일하게 확인 가능한 로그기록 비공개
"법원장, 내란사건 지귀연에 내리 꽂았나"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 뉴시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내란 사건이 지귀연(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에게 무작위 배당됐다는 사법부의 주장에 금이 간다. 맨 처음 재판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처음 지정배당이었다가 나중에 무작위 배당으로 바뀐 게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특정 재판부 안에서만 배당할 가능성이 생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서면질의와 20일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 윤석열 내란사건이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김 전 장관이 지귀연 재판부로 배당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달 27일 해당 사건을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판단했다. 무작위 배당이 아닌, 지정을 통해 담당 판사를 배당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적시처리 사건으로 접수됐던 김 전 장관 사건은 갑자기 일반사건으로 바뀌었고, 이후 경제·식품·보건 분야 전문인 지귀연 재판부에 배당됐다.

문제는 이런 경우,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무작위 배당을 돌릴 재판부 수를 줄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다. 외형상 무작위로 배당하면서 그 과정에 개입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후 1월 31일, 윤석열 재판도 ‘관련 사건’으로 묶여 지 판사에게 배당됐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양승태는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관심이 많은 사건”이라며 김광태 당시 부장판사에게 “해당 사건을 서울고법 행정6부에 배당해달라” 요구했다. 이는 양승태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됐다.

이후 법원은 사건 배당 결과와 사유 등을 ‘로그기록’에 적시하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로그기록 등 이번 내란사건 배당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내란사건을 일반사건으로 분류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은 신속하게 재판하기 위해 배당하기 것인데 지귀연 이토록 사건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을 하는 배당권자는 법원장으로 돼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지귀연 재판부에 꽂은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처음 김 전 장관 ‘적시처리 필요 사건’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두고도 자가당착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내란사건 재판부 도입 주장에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한다’며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지난 10월 30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법원행정처를 향해 “수차례 법원행정처장은 무작위 배당이니까 공정하다, 공정성 담보 취지로 무작위 배당을 강변하셨다”며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위헌 논거도 ‘무작위성을 깬다, 침해한다’였는데 지금 보니까 오히려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지정만 하면 입맛에 맞는 판사에게 배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