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모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 인연으로 해마다 오월이면 5.18 묘역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사적지 답사와 해설을 소명처럼 여기며 지내고 있다. '오월을 위해 태어난' 윤상원 열사의 불꽃 같은 삶을 스승으로 삼고 있어서다.
학교엔 김평용 희생자도 있다. 5.18 당시 고등학교 2학년으로, 5월 24일 귀갓길에 계엄군의 총에 학살된 후 암매장당한 뒤 가까스로 시신이 수습됐다. 김평용 희생자와 같이 당시 학살당한 사망자 중 광주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은, 지금까지 모두 16개 학교의 18명으로 집계됐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부터 5.18 당시 학살당한 학생들에 대한 추모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5.18을 비롯해 현대사에 무관심한 요즘 세대에게 역사의식과 공감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는 한창 '일베'가 준동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던 때였다.교정에 윤상원 열사의 흉상이 세워진 건 오래 전이지만, 김평용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의 벽이 설치된 건 시교육청의 지원 덕분이다. 그곳에서 5.18 작은 음악회 등 추모 행사를 열면서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젠 윤상원 열사처럼 김평용 '선배'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다.
시교육청의 지원과 지속적인 교육의 힘이다. 한 분은 열사로, 다른 한 분은 희생자로 불리긴 하지만, 그들의 희생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굳이 아이들은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현재 묘역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에서는 모두 '민주유공자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있다.
기억할 의무
5.18 추모 주간인 지금, 당시 희생된 학생 희생자들을 주제로 계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친김에 다른 학교의 희생자도 두루 소개하기로 했다. 당시 계엄군에 의해 고립된 광주에서 내 학교, 네 학교 따졌을 리 없다. 세월이 흘러 해당 학교의 후배가 선배를 기리기 위한 것일 뿐,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건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의무다.
18명의 희생자 중 어느 분부터 소개해야 하나 멈칫하게 된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순서를 정하는 것조차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름의 가나다순이 좋을까. 사망 당시의 나이순으로 소개할까. 그도 아니면 사망 당시의 날짜를 기준으로 삼을까.
그들의 희생을 통해 열흘간의 항쟁 기간을 살펴볼 수 있다면, 사망일 순이 계기 수업에 가장 적절할 듯싶다. 굳이 수업 내용을 여기에 남기는 건, 1980년 당시 그들과 지금의 또래 아이들을 대조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교사로서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참고로, 희생자 이름 뒤 괄호 안에 그들이 잠든 묘소의 번호를 적어둔다. 앞의 숫자는 국립 5.18 민주 묘지 내 묘역의 번호이고, 뒤의 숫자는 해당 묘역 내 묘의 번호다. 나중 그곳에 가시거든, 묘비 옆 교복 차림의 앳된 얼굴들 앞에서 발길을 잠시 멈춰주십사는 부탁에서다.
당시 중3이었던 박기현(1-8)님은 5월 20일 계엄군의 폭행으로 희생됐다. 작고 날랜 몸집에 시위대의 연락책이었으리라는 억측만으로 무자비한 구타를 당했고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그의 묘비에는 '못다 핀 젊음이 묘지 앞 민들레로 피어나길' 바라는 애틋한 모정이 새겨져 있다.
같은 나이였던 김완봉(1-18)님과 박창권(1-32)님, 고3이었던 전영진(1-51)님, 고2였던 이성귀(2-20)님과 김기운(4-95)님 등 다섯 분은 21일 오후 금남로에서 희생됐다. 애국가를 발포 명령 삼아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그때다. 그들 중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도 있지만, 어머니와 친구가 걱정돼 거리에 나왔다가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다.
박창권님은 열여섯 나이에 '비상계엄 철폐' 구호를 외쳤고, 전영진님은 전날 계엄군에 폭행당한 뒤 가족 몰래 시위대에 합류해 '독재 타도'를 외치다 총에 맞아 숨졌다. 전영진님은 5.18 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석무 선생의 제자이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신임 당대표의 같은 반 친구였다. 그의 묘 앞에는 스승과 친구가 가져다 놓은 꽃이 놓여 있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금희 님, 박기현 님, 김완봉 님, 박창권 님, 전영진 님의 묘.
1, 2묘역에 오순도순 모여 잠든 다른 분들과는 달리 김기운님의 묘는 4묘역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리 없지만, 공교롭게도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 열사들의 묘 옆자리다. 찾는 이 없는 그들과 나란히 어깨동무한 채 위로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고1이었던 양창근(1-38)님은 5월 22일 옛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항쟁 마지막 날 도청에서 총에 맞아 숨진 문재학(2-34)님의 친구로, 그가 끝내 도청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는 어머니의 애끓는 만류를 뿌리치며 이렇게 울부짖었다. 문재학님은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머니, 창근이가 총에 맞아 죽어서 바닥에 드러누워 있어요. 관에도 담을 수 없는 지경인데, 어찌 모르는 척 그냥 놔두고 가겠습니까."
두 달 뒤 첫 출근을 앞두고 있던 고3 박현숙(2-3)님과, 같은 나이의 시민군이었던 황호걸(2-13)님은 계엄군의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회자되는 주남 마을 버스 총격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다. 시신을 수습할 나무 관을 구하기 위해 화순을 향해 가다 화를 입었다. 둘을 포함해 당시의 피해자는 모두 33명으로, 22구의 주검은 아직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다.
두 분의 집은 상급 학교 진학을 꿈조차 못 꿀 정도로 가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등상을 놓치지 않았던 박현숙님은 상업계고를 선택했고, 황호걸님은 그마저도 어려워 광주일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배움을 이어나갔다. 이웃의 고통에 나몰라라 하지 못했던 이유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방광범 님, 김부열 님, 김평용 님, 전재수 님, 김명숙 님의 묘.
당시 중1이었던 방광범(2-18)님은 5월 24일 동네 친구들과 저수지에서 멱감고 놀다가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다. 유효 사거리라면 어른인지 아이인지 식별이 가능했을 테지만, 피에 굶주린 야수들에겐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묘비 옆 영정 사진 속 교복을 입은 그의 얼굴은 유난히도 앳되다.
같은 날 숨진 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2-22)님은, 지금 소개하고 있는 학생 희생자 중 가장 어리다.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다 고무신이 벗겨져 주우러 돌아서는 순간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열흘 전 그의 생일 때 어머니로부터 고무신을 선물 받았는데, 오래 신으라고 너무 큰 걸 사준 게 화근이 된 셈이다.
그의 부모는 어린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평생 자책했다. 아버지는 그때 시끄럽다며 집 밖에 나가서 놀라고 다그치지만 않았어도 총에 맞지 않았을 거라고 한탄했다. 최근 그의 사진이 발견되어 묘비 옆에 새겨졌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그의 얼굴에 총을 겨눴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
고3이었던 김부열(2-29)님은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든 시민군이었다. 그는 5월 24일 계엄군이 도시 외곽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추격하다 총에 맞아 쓰러졌다. 야산에 버려진 그의 시신은 목과 팔 등이 잘리고 난도질당한 상태로 수습되었다. 사타구니에 있는 점으로 신원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는 '폭도'로 낙인찍혀 유가족에 지급되던 위로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
중3이었던 김명숙(2-28)님은 항쟁 마지막 날인 27일 친구에게 책을 빌리러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딸의 황망한 죽음을 애통해할 겨를도 없이, 그의 부모는 성마른 이웃들이 찧어대는 입방아에 내내 시달렸다. 딸의 목숨값인 보상금이 도리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삶을 옥죈 셈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종필 님, 박성용 님, 문재학 님의 묘. 항쟁 마지막 날 도청을 지키다 총에 맞아 숨진 분들로, 묘비 앞에 "도청의 최후를 지킨 15인의 전사들" 팻말이 별도로 놓여있다.
문재학님과 함께 도청에서 삶을 마감한 안종필(2-41)님과 박성용(2-37)님은, 모두 친구들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끝내 도청을 떠나질 못했다. 고1이었던 문재학님과 안종필님은 같은 학교 동급생이었고, 박성용님은 대학 진학을 앞둔 고3이었다.
이들이 살아 있다면
그들은 총을 드는 대신 항쟁 마지막 날까지 시신을 닦고 관에 안치하거나 부상자들을 옮기고 돌보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것이 친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라 여기며 스스로 위안 삼았다. 이들은 모두 27일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들의 묘비 앞에 '도청의 최후를 지킨 15인의 전사들'이라는 영예로운 팻말이 놓인 이유다.
존칭을 생략하고 열여덟 분의 이름을 다시 떠올려본다. 박기현, 김완봉, 박금희, 박창권, 전영진, 이성귀, 김기운, 양창근, 박현숙, 황호걸, 방광범, 전재수, 김평용, 김부열, 김명숙, 문재학, 안종필, 그리고 박성용. 교사로서도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아이들이 5.18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면? 이는 아이들에게 묻기 전에 교사를 비롯한 기성세대 자신에게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다. 저들이 살아 있다면, 지금 여야의 주류 정치인들과 동년배다. 저들의 숭고한 희생에 지금 권력을 틀어쥔 '또래'들은 과연 보답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났으나, 남북-북미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불러낼만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긴장을 완화하는 실용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늘 저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이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전략과 접근법을 다듬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면서, 이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성김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이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공동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며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를 토대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성김 특별대표 임명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할 것이며 이미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유인책’ 제공 없이 ‘일단 대화에 나오라’고 북한 측에 공을 넘긴 셈이다.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에 이어 소인수회담이 열렸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 등 분야에서 남북 협력을 추진해 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미가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후 삭제한다고 알린 내용이다. 성김 특별대표 임명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 긴장 완화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나 약속’이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전제조건을 고집한 것도 좋은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나는 최근에 행해졌던 걸 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찾고 있는 모든 걸 주고 싶지 않다”면서 “국제적으로 적법하게 인정받는 것이나 그가 전혀 진지하지 않은데 진지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한미동맹 관련, 문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은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42년 만에 ‘미사일주권’이 회복되고,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발사체 개발을 가로막았던 족쇄가 풀린 셈이다.
이어 “당면과제인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역량을 결합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협력은 전세계에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의 종식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을 공급하겠다며, “한국군과 미군 모두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적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내년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해 수십억명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삼성과 SK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을 비롯한 첨단 제조업 분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같은 과거 남북-북미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 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북미)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하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성명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개선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명시했다. 북한 문제, 공동 안보와 번영, 공통 가치, 규칙 기반 질서 등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견제’ 동참을 희망하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문구들도 눈에 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남중국해에서 항해 및 비행의 자유” 등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랄프 퍼켓 예비역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2시(한국시각 22일 오전 3시)부터 단독-소인수-확대 회담 형식으로 170분간 만났다. 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면담했고, 한국전 참전용사인 랄프 퍼켓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 회담에서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다”고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 2021.5.21.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동맹은 70여년 전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 공동의 희생으로 뭉쳐진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평화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및 양국 국민들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였다.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은 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꾸준히 진화하였다.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이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기후변화 위협에 이르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로 인해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철통같은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다.
한국과 미국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및 세계 질서의 핵심축이자, 양국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도록 하는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대에 발맞춰나가겠다는 결의를 함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기 위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맞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였다. 우리는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 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우리는 또한 새로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공동 대응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버, 우주 등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연합방위태세를 향상시키고 동맹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하였다.
양측은 전 세계적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핵 안보, 안전조치가 보장된 원자력 기술 사용과 관련된 제반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동맹의 핵심적 징표임을 재확인하였다. 미국은 비확산 노력을 증진하는데 있어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평가하였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하였다. 우리는 또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는 또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하였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초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하고, 양국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역동적인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 주도 지역 구조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였다. 우리는 법 집행, 사이버 안보, 공중보건, 녹색 회복 증진과 관련한 역내 공조를 확대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한국, 미국 및 동남아 지역 국민 간 더욱 심화된 인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한편, 아세안 내 연계성 증진과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또한 메콩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 에너지 안보 및 책임 있는 수자원 관리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또한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
우리는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을 결연히 규탄하고, 폭력의 즉각적 중단, 구금자 석방 및 민주주의로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계속 압박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미얀마로의 무기판매를 금지하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하였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현 시대의 위협과 도전과제로 인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우리는 기후, 글로벌 보건,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주 및 개발, 우리의 인적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4월 22일 기후 정상회의 주최를 통해 글로벌 기후 목표를 상향시키고자 한 미국의 리더십을 환영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5월 30일~31일 P4G 서울 정상회의를 주최함으로써 포용적이고 국제적인 녹색 회복 및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하였다. 미국은 상향된 국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였고, 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에도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NDC를 10월 초순경에 발표하고 상향된 최종 NDC를 COP26까지 발표한다는 계획을 환영하였다. 우리는 2030 NDC 및 장기전략 등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데 있어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해양, 산림 등 천연 탄소흡수원을 보존·강화하며, 양국의 장기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분야에서 무엇보다 필수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석탄발전 신규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위기 대응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은 저감되지 않은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모든 형태의 신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여타 국제 논의 계기에 협력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50년 이내 글로벌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및 2020년대 내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 달성을 위해 국제 공적 금융지원을 이에 부합시켜나갈 것이다. 한국은 파리협정 하 신규 post-2025 동원 목표를 위한 기후재원 공여 관련 미국 및 여타국들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한국과 미국은 그간 코로나19 대유행과 오랜 글로벌 보건 도전과제에 있어 핵심적인 동맹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심 의료물자를 다급히 필요로 했던 당시에 한국이 이를 기부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과학 ·기술 협력, 생산 및 관련 재료의 글로벌 확대 등 중점 부문을 포함한 국제 백신 협력을 통해 전염병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각국의 강점을 발휘하여 국제적 이익을 위해 엄격한 규제 당국 또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평가를 받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받은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증가를 적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동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전염병 대유행을 종식하고 향후의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코백스(COVAX)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과의 조율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데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파트너십 이행 목적으로 과학자, 전문가 및 양국 정부 공무원으로 구성된 고위급 전문가 그룹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발족할 것이다. 양국은 코백스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며, 한국은 금년 40억불을 기여한 미국의 대담한 결정을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그리고 한미 양국이 코로나 대응을 함께 선도함에 비추어, 한국은 코백스 AMC에 대한 기여 약속을 금년 중 상당 수준 상향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잠재적 보건 위기에 대한 조기의 효과적인 예방・진단・대응을 통한 팬데믹 방지 능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증진하며,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세계보건기구를 강화하고 개혁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또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전염병 대유행 준비태세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하고, 모든 국가들이 전염병 예방・진단・대응 역량을 구축해 나가도록 함께 그리고 다자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한국은 글로벌보건안보구상 선도그룹(GHSA Steering Committee) 및 행동계획워킹그룹(Action Package Working Groups)에 대한 관여를 확대하고, GHSA 목표를 지지하고 협력국간 격차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2021-2025년 기간 동안 2억불 신규 공약을 약속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지속 가능하며 촉매 역할을 할 새로운 보건 안보 파이낸싱 메커니즘 창설을 위해 유사입장국들과 협력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 최대 무역・투자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이며,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등 강력한 경제적 유대는 굳건한 기반이 되고 있다. 양 정상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불공정 무역 관행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결의를 표명하였다.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Open-RAN 기술을 활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하여,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우리는 상호 투자 증대 촉진 및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자동차용 레거시 반도체 칩의 글로벌 공급을 확대하고, 양국 내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차세대 배터리, 수소에너지, 탄소포집·저장(CCS)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Open-RAN 기술, 양자기술, 바이오 기술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 우주 탐사, 과학, 항공 연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 서명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비확산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을 보장하는 가운데,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간 개발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환영한다. 우리는 미국국제개발처와 한국국제협력단 간 보다 긴밀한 협력 촉진을 위해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또한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들로부터 미국으로의 이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은 2021~2024년간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와의 개발 협력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2.2억불로 증가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내 국가들과 디지털·녹색 협력 등 협력을 확대한다는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환영하였다.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우정은 양국 간 활발한 인적 유대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1955년 이후 170만 명 이상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교육기관에 입학하였다. 200만 명 이상의 한국 시민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에 근무 또는 거주하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1만 명 이상의 한미 양국 시민들이 후원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우리는 제1기 한미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의 상대국 방문이 60주년을 맞이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는 한미 양국 국민들 간 오랜 유대의 깊이와 힘을 보여준다. 한미 간 폭넓은 교환 프로그램은 양국 공동의 목표 달성을 촉진한다. 우리는 환경 등 핵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 환경 지도자들 간 쌍방향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나아가, 우리는 한미 양국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제적 회복력의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전문가 간 교류 확대를 지원하고 여성의 역량을 증진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국내외에서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기로 하였다. 우리 민주국가들의 힘은 여성들의 최대 참여에 기반한다. 우리는 가정폭력과 온라인 착취 등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학대를 종식시키고, 양국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한 모범 사례들을 교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부패 척결, 표현・종교・신념의 자유 보장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끝으로,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도서국 공동체에 대한 폭력 규탄에 동참하고,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이 존엄성 있고 존중 받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기로 약속한다.
국제적 난제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미국 및 세계가 직면한 저해 요인들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간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이 국제적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중대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인식한다. 우리의 동맹은 호혜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변함없는 국력의 원천이 되어 왔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향후 수십 년 동안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방한 초청하였다.
1994년생 김재순 씨는 지적장애가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다 2018년 2월부터 광주광역시의 한 폐기물재활용처리업체에서 일했다. 일이 힘들어 1년여만에 퇴사했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3개월 뒤에 같은 회사에 재입사했다. 그리고 10개월 뒤인 지난해 5월 22일 그는 폐합성수지 분쇄 작업을 하다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현장에는 파쇄기 덮개도, 작업 발판도, 기계를 멈출 비상 리모컨도 없었다. 2인 1조가 원칙인 고위험군 작업임에도 그는 헬멧도 쓰지 못한 채 홀로 일했다.
중대 재해의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자의 77.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5인 미만이 40.2%, 5인 이상 50인 미만이 37.6%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을 3년 미루기로 했다. 장애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2024년까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유예기간 이후에도 40.2%의 장애인 노동자는 여전히 방치된다는 얘기다.
김 씨가 숨진 사업장에서는 2014년에도 폐목재 파쇄기에서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벌이 가벼운데 안전에 돈을 쓸 사업주가 있을까? 6년 만에 똑같은 사고를 낸 사업주는 법정에 서기 전까지 작업자의 부주의를 탓했다.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기업의 안일함을 멈추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을 법망에서 밀어내고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故 김재순 씨의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한 발언자가 "장애인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여겨지는 사회"이라는 표현을 썼다. 끔찍한 김 군의 사건에서, 숱한 죽음을 바탕으로 만들었을 그 허술한 법에서, 그리고 모인 사람들의 절망적인 얼굴에서 '지나치다 싶었던' 그 말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21일 故 김재순 씨의 1주기 추모식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경계성 지적장애를 가진 김재순 씨는 폐합성수지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려다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1994년생으로 그의 나이 27살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일이 힘들어 퇴사한 김재순 씨는 결국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해 다시 조선우드에 재취업해야 했다. 그 후 불과 10개월만에 사고를 당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노동 현실이 김 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 추모제는 빗속에서 치러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참가자들은 장애인 노동자 노동환경 전수조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하모니음악단의 카혼 연주. ⓒ프레시안(최형락)
▲ 중대재해의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77.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검찰은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협의로 기소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달 28일에는 결심공판이 열린다. 김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살인기업주 박상종'을 법정 구속해 달라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장애인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은 점점 열악한 곳으로 내몰린다. ⓒ프레시안(최형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