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방위비 압박에 굴복한다면 나라도 아니다

[한반도 브리핑] 한미동맹, 지속 가능한가
2019.11.14 08:37:38




하노이회담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되면서 남북관계도 거의 단절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고, 북한이 미국에게 자신의 선제적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제시하는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연말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탄핵과 대선 국면에 들어선 트럼프 정부는 북미 협상의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한국에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약 6조 원을 요구하는 등 동맹의 새로운 셈법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한국 정부의 외교통일 분야 전체 예산이 5조 1000억이었고 여성가족부 예산이 1조 700억 원 수준이었다. 

상징적으로 보자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위한 예산의 3배 이상을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의 미군 소요 플러스 50% 공식에 따르면 한국은 70조를 부담해야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새로운 동맹 셈법은 단순히 비용의 문제를 넘어서 기존의 한미동맹 혹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의 기대를 철저하게 붕괴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가 미국 오바마 정부와 추진한 전략동맹의 기초는 안보와 경제 및 가치의 선순환적 관계였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민주주의의 전범도 아니고 자유무역 등 기존 국제규범의 수호자도 아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확대할 때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무역전쟁을 진행하는 것처럼 안보와 경제를 연계시키지만, 동맹의 안보적 기여를 이유로 동맹에게 경제적 특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시각에서 동맹은 미국 민중을 착취하며 공짜 안보를 누려왔으며 이제는 그에 대한 보상 혹은 부채를 갚아야 할 의무를 질뿐이다. 동맹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나 유예처럼 강압을 자제하는 부정적 혹은 소극적인 것이다.  
 
동맹 딜레마로 보자면,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셈법은 주한미군의 철수라는 방기를 위협하면서 미군을 '용병'으로 쓰라는 요구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여 미중 경쟁에 연루될 위험을 감수하며 (냉전시기의 베트남 파병과 비교하면) 자비를 쓰는 미국의 '용병'으로 참여하라는 요구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화웨이 사용 금지의 압박은 한국의 미래 경제발전에 대한 통제이고, 유엔사 강화는 한국의 미래 주권에 대한 잠재적 개입이자 훼손이다.  
 
일본의 식민지 역사 사죄 거부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일체 언급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의 공동이익을 강조하고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는 것 역시 일본의 식민통치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적 정체성(과거)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민주주의의 현재)을 부정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 발전권(미래)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이러한 압박의 근거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것이고 공유하는 가치의 근본은 민주주의인데,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미국의 민주주의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가치의 공유가 갈등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음을 웅변한다. 적어도 선출된 권력이 (비록 미국 선거인단 제도의 특수성 때문에 표의 왜곡이 심하더라도) 민의를 대변하다고 보면, 기존의 글로벌리즘과 대립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민주주의의 요구가 기존 동맹의 문법을 거부함을 의미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과의 동맹이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나 국익을 결정하는 주권적 권리에 우선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국익을 미국 자신의 (아무리 왜곡되었더라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듯이 한국의 국익도 한국이 결정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두 나라의 민주주의 혹은 민중이 군부나 워싱턴-서울의 엘리트 네트워크를 우회해서 진정으로 민주주의 가치의 공유가 경제적, 안보적 이익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본적도 사실 없다. 예를 들어, 사드배치와 지소미아 등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한국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공개적, 민주적 논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진행된 것이었다.  
 
오바마 임기 말기 대법관 임명 시도를 공화당 의회가 거부한 사례를 기준으로 보자면, 한미 양국의 동맹 관리자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우회 혹은 훼손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나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한국을 보호해주지는 못하면서, 더 나아가 한미 FTA 재개정이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무차별적인 관세부과의 무역전쟁을 실시하면서, 동맹의 새로운 셈법을 압박해서는 기존의 한미 전략동맹은 물론 한미관계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압박에 굴복한다면 나라도 아니다. 동맹을 위한 나라는 없다.

"지금 딱 한 사람 설득하라면... 윤석열이다"

19.11.14 07:18l최종 업데이트 19.11.14 08:08l
사진: 이희훈(lhh)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이후, 검찰 개혁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달 검찰개혁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검찰개혁 연쇄 인터뷰를 통해 검찰개혁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다루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검찰개혁의 이론과 경험을 갖춘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를 만났다.[편집자말]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
ⓒ 이희훈
 
"군부도 개혁했는데, 검찰을 못하겠습니까."

순간 기자의 말문이 막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두고 검찰개혁을 불안해 하는, 검찰공화국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목소리에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그는 1993년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원 시절부터 법원과 검찰개혁에 관심이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활동으로 문제의식을 벼려왔고, 노무현 정부에선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과 대통령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 기획추진단 간사로 일하며 사법개혁의 실무를 맡았다. 또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쓴 뒤 2015년 <문제는 검찰이다>를, 최근에는 <정의의 미래 "공정">을 발간하는 등 꾸준히 검찰개혁을 고민해 왔다.

다시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어느 때보다 그의 이론과 경험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11일 오후 인하대 로스쿨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차분하게 진단하고, 확고하게 낙관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어려울 수 있고,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가 예측불가능하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적이 없다, 검찰개혁은 반드시 돼야 하고, 될 것이라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가능한 빨리 (검찰개혁의) 성과를 보는 게 국민과 정치권, 더 나아가 검찰에도 좋다"며 "그래야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딱 한 사람을 설득하라면 누구를 꼽겠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김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죠"라고 답했다. 그는 법무부와 검찰이 싸우는 구조가 아니라 같이 검찰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위험한 진화... "조국 수사, 가혹하고 집요"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
ⓒ 이희훈

- 변호사 시절부터 검찰개혁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법개혁의 실무자로, 이후에는 연구자로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시기별로 검찰개혁의 포인트가 달랐을 것 같은데.
"군부독재시절 검찰은 '정치권력의 하수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검찰이 12·12 반란사건 수사 때 전두환·노태우 불기소 결정 등을 내리면서 '정치를 같이 하는구나'라고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검찰은 정치권력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끝이 노 전 대통령 수사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은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행정부를 장악, 국가 공권력 전체를 사적기구로 만들어 사적이익에 동원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의 검찰은 좀 달라졌다. 이제는 정치권력을 좌우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보면, (검찰이)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결국엔 가혹하고 집요한 수사를 통한 장관지명자 비토(veto, 반대)로 비친다. 장관이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검찰의 힘을 보여줬다. 굉장히 위험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거로 선출된 권력(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라는 점에서 선출된 권력이라는 뜻 - 기자 주)을 좌우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서초동(검찰개혁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군부쿠데타를 막으니 검찰의 위협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여든 야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용납하기 어려웠던 거다. 그게 오해라면 오해인 대로, 사실이면 사실인 대로 빨리 해소돼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기이기 때문이다."

- 조국 전 장관 수사가 가혹하고 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그렇게 봤나.
"실시간으로 수사가 (언론보도로) 중계된다든가, 아주 많은 사람이 동원돼 신상털기식으로 수사한다든가 하는 점에서. 수사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수사방법은 항상 시대의 제약을 받는다. 지금은 인권친화적 시대다. 관행 때문에 그렇다, 봐줄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반인권적이고 잔혹한, 집요한 수사를 정당화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 부분의 개혁 요구도 폭발했는데, 인권친화적 수사는 사실 제도개혁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제도개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대통령이 챙겼고, 조 전 장관도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석열 총장도 이견이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안을 냈다. 다만 결국 장관이 리더십을 갖고 해야 하는데...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안들이 나와 있어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잘 정리만 하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거다."

-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을 되짚어보자면?
"검찰개혁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과 제도 문제가 있다. 제도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무부의 탈검찰화다. 법무부 탈검찰화의 경우 많이 시행됐다. 다만 법무부를 전문화하고 법무부가 검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검찰을 잘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제대로 됐느냐. 그게 잘 됐다면 수사방법의 개선이 (이미) 잘됐을 텐데... 다른 법무행정 부분도 시간을 끌어서 성과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제도개혁의 핵심은 역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제도)으로 간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문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선 2018년 6월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중요하다. 앞으로 변화는 조금 있겠지만, 큰 틀에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당장) 이보다 더 많이 개혁하는 건, 즉 검찰 직접수사를 줄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좀더 기다려봐야 하는 문제다. 공수처도 좀더 논의해서,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

다만 공수처는 반부패의 문제다. 대검 중수부가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하다보니 정치권력 의도에 따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그걸 극복하려고 특검을 도입했는데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출범할 수 있고 (활동기한도) 한시적이라 공수처안이 나왔다. 근데 만들어놓고 보니 검찰의 권한을 분리하는 역할이 부각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안에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었다. 당시엔 검찰개혁이 (사회 의제로) 공식화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요과제가 됐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 게 타당하다."

-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것에 불과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 수사대상은 제한적이다. 부패범죄나 권한 남용 문제 등만 다루기 때문에 방대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패스트트랙안도 검사 25명 정도로 공수처를 구성한다고 돼 있다. 조금 큰 규모의 특검이라 권한 남용 위험 등은 없어 보인다. 또 검찰총장처럼 공수처장도 행정부 구성원이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해도 사법부 독립이 보장된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도 보장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국회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하게 했다는 점이다.  공수처장을 국회로 불러서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게 하면 수사에 영향을 끼친다.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하지만,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총장은 아니다. 공수처장도 마찬가지로 수사를 담당한다. 또 최근 우리 국회 상황을 보면 정파적이고 개인의 이해관계에 빠진 경우가 많아서 위험하다."

- 국회의원 개인의 이해관계라는 것은 가령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법 위반 수사 등을 뜻하나.
"그것도 있고, (다른) 수사와 재판 대상자들이 많다. 자기 문제로 (수사기관장과) 질의응답하며 수사를 좌우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좀 조심해야겠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 어쨌든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는 등 검찰개혁의 현실화가 가까워진 분위기였는데 조국 전 장관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개혁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이유였다.
"수사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검찰은) 범죄가 있으면 수사하는 게 의무다. 다만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하냐는 다른 문제인데, (조국 전 장관 수사는) 방법론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개혁에 반대한 것은 아니지 않나. 개별적으로야 반대할 수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이번 문제는) 수사형태로 드러났고."

"시간은 개혁 편 아니지만... 빨리 해야 검찰도 좋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
ⓒ 이희훈

- 이번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지 않을까.
"지금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하긴 어렵다. 이전보다 (검찰)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의지가 높아지긴 했다. 둘째, 문무일 총장 때까진 (검찰 내부에서) 개혁에 저항하는 숫자가 줄고, 그들의 움직임이 없던 걸로 보였다. 또 국민들의 검찰개혁 이해수준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대통령과 제가 쓴 책이 없었지만 지금은 있잖아요? 농담이고(웃음). 이 세 가지가 큰데...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 같진 않다. 시간이 그걸 허용하지도 않을 거다. 시간은 개혁을 하려는 쪽 편이 아니다. 또 개혁 반대 세력은 시간을 끄는 쪽으로 움직일 거다. 그래서 국민들이 답답해서 거리로 나와 강하게 주장한 것 아닐까.

좀더 길게 보면, 검찰개혁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돼야 하고, 해결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적이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하나회 문제나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 때 IMF 외환위기와 남북정상회담 등을 리더십으로 돌파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여러 가지 사법개혁을 해냈고 지방분권도 어느 정도 이뤄냈다. 국민들이 잘 해왔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그걸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다 성공시킬 수 있다. 이 정부 아래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어려울 수 있지만."

- 임기 반 바퀴를 돈 상황이라...
"그래도 한 번 과제로 올라온 건 (해결)된다. 검찰개혁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문제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했다. 다음 정부면 충분히 결실을 볼 거다. 물론 이 정부에서, 가능한 빨리 성과를 보는 게 제일 좋다. 국민한테, 정치권 전체에 좋고 검찰에도 좋다. 검찰이 불신과 개혁의 대상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을 키운 것 아닌가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한다는 검찰개혁의 기본 기조와 달랐다는 얘기다.
"개혁에 크게 영향이 있었을까? 적폐수사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정부 출범 1년 만에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만들었다. 좀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빨라봤자 5~6개월 앞당기는 것이었을 텐데, 그렇게 했어도 (지금처럼)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안 되니까... 다만 지금 많이 (개혁안으로) 나오는 수사방법의 개선은 적폐수사와 관계 없이 할 수 있었다. 별건수사 금지라든가 밤샘조사 금지 등은 (진작)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실기한 측면도 있다. 그게 됐으면 조국 전 장관 수사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됐을까. 이 부분은 아쉽지만, 수사방법과 법무행정 개혁은 다른 문제다."

- 검찰이 형사사법절차에서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법률가로서 일정부분 역할을 해왔는데, 수사권을 조정하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 등은 사법통제를 약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는 얘기인데, 그럼 검찰은 잘못하지 않았는가? 무죄율 등 데이터를 보면 비슷하다. 버닝썬 사태에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했다? 그럼 검찰은 다 잘했나? 아니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그런 사건들이 더 했다. 대검 중수부 사건 중에 왜곡된 것 하나하나 따져가며 얘기해야 할까? 사례를 갖고 와서 얘기하면 끝이 없다. 정책결정은 오로지 데이터와 증거, 확실한 논리를 갖고 해야 한다. 또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

- 그럼 현재의 패스트트랙 안은 지금껏 품어온 문제의식이 잘 반영됐다고 보는 편인가.
"네. 일단 해서 결과를 내고, 조금씩 손을 보는 식으로...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검찰이 최근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꾸린 것은 어떻게 보는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수부를 줄이기로 했는데 특수부 사람들이 (세월호 특별수사단으로) 간다는 것 아닌가. 모순이다. 특수부는 선거, 금융, 부패수사 등을 해온 곳인데 세월호를 거기서 한다는 점도 잘 이해가지 않는다. 특수부를 살리려고 그렇게 선택한 거죠. 또 세월호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그걸 검찰이 꼭 해야 하느냐도 의문이다."

-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검찰이 직접 움직였고, 시민들은 '검찰공화국'을 더 실감하게 됐다. 결국 검찰이 너무 비대해졌는데, 검찰개혁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럴 리야 있겠나. 개혁이야 충분히 가능하다. 군부도 개혁했는데, 검찰을 못하겠나."

"군부도 개혁했다, 검찰도 충분히 가능"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
ⓒ 이희훈

- 검찰개혁을 위해서 딱 한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손잡고 같이 하는 모습을 보이면 갈등수준이 확 낮아지지 않을까? 지금은 어쨌든 둘이 싸우는 구조다."

- 무엇을 설득하고 싶은 건가.
"같이 검찰개혁하자고. 큰 틀은 패스트트랙으로 갔고, 작은 개혁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불안해한다. 왜 그럴까? 그 불안감을 없애주고, 검찰개혁을 위해 행정부 전체가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호흡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대통령의 생각도 잘 받들게 되고, 국회도 함부로 관여하기 어려워진다."

- 다음 법무부 장관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은 검찰개혁이 리더십 없는 상태로 떠다니고 있다. 리더십을 회복해 핵심과제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타협하며 진행해야 한다. 확고한 개혁 의지를 가지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 중요한 개혁과제를 선정하고 그걸 통과시킬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은 누가 누구를 압박하고 장악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서로 갈등만 더 높아진다. 현재도 많이 높은 상태인데.

또 검찰개혁이 중요하지만,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정농단 후 국가가 제대로 서는 상황이다. 검찰개혁도 큰 틀에선 사회개혁, 정치개혁의 일부다. 지금 사태가 공정의 문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듯 검찰개혁도 여러 문제가 걸려있다. 다른 개혁과 함께 해야 사회 전반 수준이 높아지고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어렵다."

- 혹시 (청와대로부터 법무부 장관 제의) 전화 안 받았나.
"하하(크게 웃음)."

“평화협정체결, 6가지 중대현안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

[한호석 대담] “평화협정체결, 6가지 중대현안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1/14 [05: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미국 현지에서 한호석 통일연구소 소장과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대담을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편집자 주]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를 개괄적으로 돌아보고 이후 전망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한호석 통일연구소 소장과 만나 진행한 대담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1. 2018년과 다르게 2019년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이 오히려 악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한호석] 2019년 2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CBS 대담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을 엄청난 경제 거인(tremendous economic behemoth)으로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번영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가 될 기회다. (중략) 북은 러시아, 중국, 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얼마나 좋은 위치인가. 부동산업자인 내가 봐도, 정말 좋은 위치다. 그들은 경제 강국이 될 기회를 가지고 있다”

2019년 2월 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에 “북은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 아래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종류의 로켓을 쏠 것이다. 경제 로켓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북미관계에서 생각하는 강조점이 경제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19년 1월 31일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면,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남 및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에 대한 투자, 북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한 최상의 경제지원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비건이 말한 “최상의 경제지원”이라는 말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그 말의 뜻을 연결하면 일맥상통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자기들이 최상의 경제지원을 하면 그 경제지원으로 북이 경제 부흥을 일으켜서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에요. 언론에서 별로 다루지 않은 것인데 굉장히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왜냐하면 그들이(미국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취하려고 하는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경제지원입니다. ‘북에 대한 경제지원’, 이것을 내세우고 있는 거죠. 그러면 북에 대한 경제지원이 무조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요.

거기에는 반드시 조건이 붙는데 그 조건은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했을 때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고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1차로 열렸을 때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경제지원 문제가 들어있지 않아요.

새로운 북미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조항이 들어 있지 북에 대한 경제지원이라는 조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합의사항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에 대한 경제지원을 매우 중요한 비핵화의 연결고리로 끌어다가 붙이고 있는 거죠.

이것은 관심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 북미정상회담을 보는 시각이 이처럼 다르다고 하는 사실을 우리들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말에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렸는데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시한 방안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미국은 경제제재를 풀고 경제지원을 하겠다.”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해야 경제지원을 한다는 이것 때문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됐었는데 지난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비건 대표를 통해서 새로운 형식의 제안을 했습니다.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면, 미국은 북의 석탄 수출과 섬유 수출을 금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유보한다.”

스톡홀름에서의 제안이 상당히 바뀌었지요.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면, 경제제재 일부를 유보해주겠다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제지원을 미국으로부터 받겠다는 게 아니에요.

북이 북미정상회담, 다시 말해서 넓은 의미에서 북미협상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세 가지 사항 중에 가장 중요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사항을 외면하고 무슨 경제지원으로 경제 강국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협상이 진전되고 있지 않고 지금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지요.


2. 북은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계산법’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호석] 트럼프 행정부는 왜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북이 미국에 제시한 평화협정체결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없는 겁니다.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철군 문제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지금까지 적대적인 나라들, 혹은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나라들과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여러 가지 국제협정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을 종합해 보면 평화협정에는 반드시 철군 문제가 들어가 있어요.

철군 문제를 배제한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철군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다시 말해서 주한 미국군을 철수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한 미국군을 미국이 철수하겠다는 정치적인 의사는 여러 차례 과거에도 표현돼 있었어요.

실질적으로 감축하기도 했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 1970년대 말에 철군론이 워싱턴에서 제기되었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철군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비록 그것이 시행되지 못했지만 그런 역사적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닉슨 전 대통령 시절 전투부대 7사단과 2사단 중의 7사단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철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철수문제, 혹은 철군문제라는 것은 그렇게 새로운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판도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될 문제고 특별한 일도 아니에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 백악관 보좌관들, 연방의회, 언론매체들, 군수산업자본 및 금융자본이 철군 문제가 포함되는 북미평화협정체결을 반대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트럼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트럼프는 철군반대세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평화협정체결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힘든 상태에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주한 미국군 감축을 시작할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을 찾아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한 미국군 감축을 위한 뚜렷한 명분이 있으면 감축을 시작하는 것이죠. 그 감축의 끝은 완전철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에 필요한 감축 명분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명분을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명분은 남과 북이 군사분야합의를 전면적으로 실행하고, 단계적 군비감축을 합의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군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한 미국군이 단순히 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주둔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이 군대를 한반도에 주둔시키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고 있는데 그건 거짓말입니다. 철수 명분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거짓말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없어요. 군사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일본에 주둔시켜야 하지요.

오키나와와 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군대의 막강한 전력으로도 얼마든지 중국을 견제할 수가 있고, 하고 있어요. 한반도에 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며 오히려 미국에 불리한 것입니다. (미군은) 우리민족에게는 반드시 내 보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주한 미국군 감축을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할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을 우리민족끼리, 다시 말해서 남과 북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미 작년 9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합의한 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면서 단계적 남북군비감축을 하자고 두 번째 합의하면 됩니다.

두 번째 명분은 주한 미국군 주둔비 협상입니다.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문제로 이것은 철군문제와 직결돼 있어요.

만일 주둔비 협상에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의 전액 부담요구를 거부해서 협상이 중단돼 버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의 뚜렷한 명분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정부가 주한 미국군 주둔비를 부담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협상이 깨지고 트럼프는 그것을 명분으로 주한 미국군 감축을 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계적 철군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단계적 철군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단계적 군비감축을 먼저 하자 이거에요. 그것이 더 확실한 것이며, 중요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11월 6일 놀라운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상에서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연간 47억 달러(5조4천억 원)를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재 분담금(1조389억 원)의 5배를 내라는 겁니다. 47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주한 미국군 주둔비 전액을 부담하라는 소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액 부담요구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전액부담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요. 국방부 차원, 각료들 수준이 아니에요.

원래 기록에 보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각료들을 모아 놓고 ‘한국에 50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하라’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각료들이 깜짝 놀랐어요. 각료들이 너무 놀라서 ‘그건 아닙니다’고 하니 깎아서 약 50억 달러로 줄인 겁니다.

(이걸) 내라는 거에요. 못 내죠. 어떻게 냅니까. 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 됩니다. 아니 이 땅의 수많은 민중이 지금 민생 파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국민의 혈세를 거둬서 50억 달러를 미국에 상납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가 학비가 없어서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고, 이 땅의 수많은 아이가 보육비, 양육비가 없어서 지방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뭐 50억 달러를 내라고? 이거는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왜 그런 말이 안 되는 허튼소리를 꺼내 놓느냐.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한 미국군을 감축하기 위한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 꺼내 놓은 거로 생각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 협상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고 하면서 주한 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지난 2월 27일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에 여러 가지 보도들을 쏟아냈는데 그중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국군 감축 문제를 북미정상회담에서 거론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였다’고 한 것입니다.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려이지만 평화체제 수립을 원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겁니다. 청와대도 정보 분석을 하니까 알 겁니다. 아니까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려하지 말고 나는 주도적으로 평화체제 수립해 나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북군사합의를 작년에 했으면 올해는 한 걸음 더 진전해서 단계적 군비감축을 준비해야 해요. 철군에 대한 공포를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민족도 살고 미국에도 이익입니다.

전액 부담요구는 단호히 거절하고 남과 북이 단계적 군비감축을 합의하면 문제는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3.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북미관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는가요?

[한호석] 미국이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올해 말까지 시한을 넘겨서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북은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북이 택할 새로운 길이란, 내 생각에는 북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북미협상 기간에 그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취했던 중대한 조치를 변경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북에서 여러 차례 신형 화력 타격수단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발사훈련을 단행한 것을 주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길에 대한 예고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낡은 계산법에 계속 매달리다가 시한을 넘겼을 때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북은 이미 행동으로 보여주었어요.

전술 미사일 발사훈련, 400m 방사포 발사훈련, 600m 핵 방사포 발사훈련,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일련의 군사적 행동이었습니다.

미국도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새로운 길이란 무슨 뜻인지 알고 있겠죠. 대단히 곤혹스러운 지경에 백악관이 처해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바라지 않는 겁니다. 그런 대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백악관도 원하지 않고 우리도 원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야죠.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답할 차례가 됐습니다.

▲ 미국 현지에서 한호석 통일연구소 소장과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대담을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4. 북미관계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으로 전진해온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재임과 미국의 전망을 예측해 보았을 때 북과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속에서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평양에 직접 가서 회담한다던가.

[한호석]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시급한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연말 시한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 2020년 11월 초 진행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재선되느냐 못되냐 하는 이 두 가지가 그의 정치적 생명을 결정할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사이에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어요. 어느 쪽도 우세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거죠. 대선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아있고,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돌발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의 방향을 1년 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너무 늦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73년 1월 20일 제2기 닉슨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같은 해 5월 19일에 미국의 특별검사가 닉슨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이게 언제 끝났냐? 닉슨 전 대통령이 텔레비전방송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힌 1974년 8월 8일입니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약 1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이를 보더라도 최소한 1년이 이상이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탄핵 혐의도 미약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어 조 바이든의 아들이 운영하던 우크라이나 현지 기업에서 부정비리를 저질렀는지 조사하라고 요구한 것이 탄핵 혐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빠져나오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완전히 몰락하게 되겠지요. 민주당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대선 판세를 탄핵 공세로 뒤집어보려는 엄청난 모험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또 미국 경제가 ‘트럼프 효과’에 의해 파탄 위기를 면하고 버텨주고 있는 것은 트럼프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요인이죠.

미국의 부유층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트럼프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요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국군 6천명을 감축하고, 평양에서 가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면 북미 핵대결은 재개되지 않을 것입니다. 북미협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될 것이며 진전될 것입니다.

6천 명 감축과 평양방문,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원하는 노벨평화상도 어쩌면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가 2020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6천 명을 감축하고 평양을 방문하는 이 역사적인 길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최선의 행동이죠.

5. 평양을 방문할 거라고 보십니까?

[한호석]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월 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요청했습니다.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합시다’, 아직 트럼프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나는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에 아마 마지막 결정을 내리고 마러라고 휴양지에 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6. 한반도 정세가 어려운 속에서 남측의 개혁진보 진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호석]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평화협정체결’을 촉구하는 운동을 대중적 차원에서 범국민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잖아요. 개혁진보 진영 뿐만 아니라 이 땅의 평화를 갈망하는 남녀노소, 각계각층 민중들이 ‘평화협정체결’촉구 운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평화협정체결촉구 범국민운동’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평화실현’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쓰는데 그러한 모호한 개념이 아닌 ‘평화협정체결’이라는 명백한 투쟁목표가 제시돼야 합니다. 그래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킬 수가 있습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긴급히 제기되는 ‘평화협정체결’ 운동에 힘을 모으고, 그런 움직임들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특히 여섯 가지 중대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평화협정체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대현안)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국군 주둔비로 뜯어가려는 50억 달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엔의 이름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유엔’사령부를 해체시킬 수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핵전쟁돌격대’로 주둔하는 미국 군대를 우리 땅에서 철거시킬 수가 있습니다. 뚜렷한 명분과 뚜렷한 목표를 우리들이 ‘평화협정체결’로 쟁취할 수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8천만 겨레를 위협하는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시킬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정전협정 체제에서 불안정하게 유지돼 오고 있는 한반도 전쟁위험을 ‘평화협정체결’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종국적으로 8천만 겨레가 함께 사는 위대한 자주통일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섯 가지를 ‘평화협정체결’이라는 결정적인 사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득하고 해설하고 알려서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는 ‘평화협정체제’촉구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7. 마지막으로 자주시보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한호석] 자주시보에 매주 월요일마다 ‘개벽예감’이라는 글을 써오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주시보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새벽별 같은 존재다’

새벽별은 어둠 속에서부터 빛납니다. 새벽별은 밝은 아침이 올 것이라는 새로운 조짐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새벽별이 있기 때문에 밝은 아침을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분단과 예속의 어둠 속에서 새벽별 같은 자주시보를 우리 독자들이 아끼고 사랑합시다. 저도 아끼고 사랑합니다. 새로운 아침이 올 때까지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한호석 소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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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다면 일본이 재판에 나와야지”

13일 일본 상대 첫 ‘위안부’ 재판 열려..일본 불출석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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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3  2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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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8호 법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시작했다. 길원옥,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와 변호인단이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현명하신 재판장님, 일본이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판사 앞에 엎드려 울먹였다. 이 광경을 본 방청객과 일부 청경은 눈물을 흘렸다. 일본 국가를 상대로 한 역사적인 첫 재판정의 모습이었다.
13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8호 법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시작했다. 길원옥,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가 원고로 참석했다.
이날 재판정에 원고로 나온 이용수 할머니는 유동석 부장판사가 발언 기회를 주자, 엎드려 울먹이며 “현명하신 재판장님, 일본이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한다. 일본은 죄가 있다.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다”며 “30년 동안 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을 외쳤다. 90살이 넘도록 죽음을 다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희를 살려달라. 죄가 없는 우리가 왜 대사관 앞에서 외쳐야 하느냐”며 “진실규명, 법적배상을 위해 일본 정부가 당당하다면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 살피고 살펴달라.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는 나이가 어려서 끌려갔다. 왜 위안부가 되어야 했느냐. 강제로 끌려갔다”며 “왜 일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느냐. 아베가 나와야 한다. 우리는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불출석, 재판부, “국가면제이론 설득 방법 마련하라”
이날 재판에 일본 정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 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헤이그송달협약) 13조에 따라 소송 서류 등을 받지 않은 연장선이다. ‘피촉탁국은 이를 이행하는 것이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국가주권면제’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번 재판이 ‘국가주권면제’가 쟁점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유동석 판사는 일본 정부의 불참 사실을 확인하며, “지금이라도 일본국에서 소송에 참여해 적법성을 적극 주장한다면 재판부가 고려하여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을 향해 “국가면제이론에 관해 설득할 만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국가주권면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이다. 재판부가 ‘국가주권면제’를 인정하면 재판은 기각된다.
이에 변호인단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주권면제 예외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 전망이다. 국내외 국제법 전문가를 법정에 세워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 첫 재판에 참석한 이옥선,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가(왼쪽부터) 첫 변론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상희 변호사는 “관습법은 절대불변의 법리가 아니다. 관습법은 각 국가들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이다. 수용을 통해 관습법이 되는 것”이라며 “20세기 이후에 전 인류적으로 중대한 범죄는 나치의 만행이고 일본군‘위안부’이다. 기존 관습법을 갖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판청구권을 막는다면, 그건 헌법 가치 질서에 반한다. 우리나라 법원이 피해자 인권에 점점 다가가는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류광옥 변호사도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는 불법행위는 국가주권면제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제인권법학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전문가를 모셔 증언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28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일본을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외교부와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에 따른 소장 송달 절차 등으로 3년 만에 재판이 열렸으며, 다음 기일은 2020년 2월 5일이다.

<특별기고> “말을 듣고 마음을 읽어야”

박한식 미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 - 북미관계 독법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11/14 [01:27]

▲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 


<특별기고> “말을 듣고 마음을 읽어야”


독립국가 꿈에 부푼 쿠르드족의 예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사로잡은 관심사 중 하나는‘테러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등으로 실천되었다. 하지만 그런 전쟁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IS(이슬람국가)라는 더욱 강력한 테러조직을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했을 뿐이다. 미국은 고민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 쿠르드족이 IS와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미국은 반색을 하고서 쿠르드족에게 손을 내밀었다. 쿠르드족도 미국의 손을 잡았다. 미국이 도와준다면 쿠르드족의 오랜 염원인 독립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혼신의 힘을 다해 IS와 싸웠다. 쿠르드족의 노인과 여성까지 참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독립국가 건설의 꿈 때문이었다. 미국은 쿠르드족의 분전으로 IS를 정복할 수 있었다. 쿠르드족의 전사자는 11,000여 명에 달했지만 미국의 전사자는 100명 미만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제 미국이 쿠르드족에 보답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독립국가 꿈에 부푼 쿠르드족은 미국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미국은 쿠르드족을 외면했다. 미국은 IS 정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외면으로 터키가 쿠르드족을 침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IS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터키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다. 터키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쿠르드족과 함께 싸운 미군을 철수시켰을 뿐이다.

쿠르드족의 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쿠르드족이 미국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말을 믿고서 참전했지만 미국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곤경에 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에서도 배신은 일어난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세계에서는 배신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다.
팔머스톤은 1848년 3월 1일 영국 하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영국에게는 영원한 동맹국도, 영원한 적대국도 없다. 오직 영국의 국가이익만이 영원하게 지속되며, 바로 그러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영국의 의무다.”

국제정치의 속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한 주장으로 널리 인용되는 구절이다. 우리의 상식으로 판단할 때 미국의 행위는 배신처럼 보이지만, 팔머스톤의 주장에 따를 때 미국의 행위는 국제정치적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국제정치적 행위자가 상대국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경우 국가의 재앙을 초래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스인포메이션(MI)과 디스인포메이션(DI)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객관적 근거도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에‘미스인포메이션’(Misinformation, 이하MI)과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이하 DI)이 녹아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 MI와 DI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의도의 여부’다.

MI는 의도하지 않게 정보를 곡해한 것을 말하고, DI는 명시적인 의도를 갖고서 정보를 곡해한 것을 말한다. MI의 사례로는 거짓 소문, 편견 등을 꼽을 수 있고, DI의 사례로는 거짓말, 선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주장이 있다고 해보자. “북은 가난하기 때문에 모두 굶어 죽을 것이다. 따라서 북은 곧 붕괴할 것이다.” 북이 가난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두 굶어 죽는다.’로 해석한 것은 MI에 해당한다. 북이 가난하기는 하지만 모두 굶어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은 곧 붕괴할 것이다.’라고 해석한 것은 DI에 해당한다. 북을 악마시하는 명시적 의도를 가지고서 정보를 곡해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할 때 MI와 DI를 좋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말에는 항시 MI와 DI가 녹아 있으며, 따라서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해방 직후 자주 들었던 노랫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조선아 조선아, 소련 놈에게 속지 말고, 미국 놈 믿지 말고, 조선은 조심해라. 일본 놈 일어선다.”지금 이 노랫말을 회고해도 국제정치 세계에서 말의 위험성을 통찰한 경구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작년에 한국에서 『선을 넘어 생각한다-남과 북을 갈라놓은 12가지 편견에 관하여』를 출간했다. 책의 제목에서‘선’은 우리의 사유를 제약하는 북에 대한 각종 편견을 의미한다. 나는 그런 편견을 넘어서야만 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이 열린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북에 대한 편견은 수없이 많다. 내가 책에서 다룬 몇몇 편견을 예시하면 ‘북은 곧 붕괴한다,’‘북은 미치광이 혼자서 지배하는 나라다,’‘선군정치는 군부독재를 의미한다,’‘북에는 인권이 없다,’‘대북지원이 핵개발을 도왔다,’‘통일은 곧 손해다.’등등을 꼽을 수 있다.

북에 대한 편견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여론의 풍토’(climate of opinion)에도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다. 특히 세계 언론의 통신사를 장악한 미국의‘선전외교’(public diplomacy)를 통해서 북에 대한 악마 이미지가 끊임없이 송출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언론의 권위를 맹신하면서 북에 대한 악마 이미지를 물과 공기처럼 매순간 소비하면서 산다.

그러면 그런 편견에 입각해서 입안된 대북정책을 시행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는가? 단언컨대 한반도의 재앙 이외의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쿠르드족의 사례가 그런 귀결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MI와 DI가 혼재된 말로부터 오도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는‘말을 듣고 마음을 읽어야’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싶다. 나의 해법을 들은 독자는 곧바로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읽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 또한 이미 충분히 축적되었다. 그런 연구에 따르면 반복되는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그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을 합리적으로 추론해야 한다. 마음은 곧 행동의 동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음을 추론하는 것이 곧 학문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있다.


말을 듣고서 마음을 읽어야

‘말을 듣고서 마음을 읽어야’라는 명제(proposition)에 따라 북미 간의 북핵문제를 간략하게 분석해 보자. 북의 말을 들어보면 비핵화를 하겠다고 그런다. 비핵화는 곧 김일성주석의 유훈이라고도 말한다. 북한에서 김일성주석의 유훈은 거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면 북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우리는 북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이전에 북핵 30여 년의 역사에서 북이 보여준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내가 관찰한 북의 행동패턴을 나의 학문적 식견에 따라 해석할 경우 다음과 같은 북의 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본다.

김일성주석은 일본 식민지를 체험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탄 피폭을 당한 일본이 한순간에 항복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한국전쟁 때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을 당하면서 핵무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김일성주석은 북이 독립국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유훈도 남겼다. 북의 독자적 생존을 이념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주체사상을 창안하기도 했다. 김정일위원장은 김일성주석의 유훈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거의 완성했다. 북의 정치체제를 유지할수 있는 군사적 기초가 거의 완성된 것이다.

김정은위원장은 바로 그 기초 위에서 북의 경제발전을 추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북이 걸어온 역사를 보면 인류 역사에서 출몰했던 수많은 국가의 발전경로와 다르지 않다. 모든 국가는 창업 후 국가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고, 군사적 기초를 마련하고, 경제발전을 도모하면서 생존하는 경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은 여타 국가와 다를 바 없는 ‘보통국가’ 내지 ‘정상국가’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을 악마로 선전하면서 경제제재를 정당화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강요한다. 또한 매년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북을 비상사태로 몰아넣는다. 북은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동안 미국의 핵폭격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다. 북이 직면한 상황이 이러하건대 도대체 어떻게 북이 스스로 비핵화를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북한은 자국의 안전을 확신할 수 있는 북미 간의 조치가 선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은 북에게 이른바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요구한다. 북이 CVID를 이행할 경우 북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북은 경제적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미국이 도울 경우 북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북이 CVID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북 인민의 인권 해방을 위해서 북을 레짐체인지시켜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이런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미국의 말로부터 오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북핵문제 30여 년의 역사를 냉정하게 검토하면 미국이 북미간의 합의를 반복적으로 와해시키는 패턴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제네바 합의는 아들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와해시켰고, 2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킨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발표 직후 미국이 와해시켰으며, 3차 북핵 위기를 해소시키는 듯했던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는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와해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의 행동패턴으로 부터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미국은 지금도 북한과 만나서 북핵문제를 해결하자고 그런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관찰한 미국 의회의 북에 대한 강고한 편견, 북의 악마 이미지를 맹신하는 미국의 지배적 여론,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특히 이러한 일련의 난관을 정치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트럼프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주도의 북핵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 이유

하지만 나는 미국의 마음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는 현실적 이유에 더욱 주목한다. 미국은 북이라는 핵 국가가 악마로 존재해 주어야만 첫째, 천문학적 금액의 무기를 한국에 끝없이 판매할 수 있고, 둘째, 북을 핑계로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으며, 셋째, 북의 위협을 일본 재무장의 명분으로 삼아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정치를 지배하는 군산복합체와 딥스테이트가 북을 수단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천문학적 이익을 꾸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과 미국의 마음에 주목할 경우 앞으로 북미 간의 북핵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무한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측은 남과 북이고, 가장 이익을 많이 챙기는 측은 미국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반드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타파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남과 북은 각자의 활력을 고갈시키면서 쇠락의 길을 끝없이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연루된 악순환이 고리를 타파하는 방법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는 것뿐이다. 남북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악순환을 지배하는 안보 패러다임을 평화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안보 패러다임의 요체는 북을 악마로 간주하고, 무력을 동원해서 북을 상시적으로 견제하고, 유사시 북을 완전히 궤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평화 패러다임은 무력을 수단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파국은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나의 말이 MI나 DI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한국전쟁 때 트루먼이 3차 세계대전을 우려해서 맥아더를 해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북진을 감행한 맥아더는 중국의 참전으로 수세에 몰리자 만주에 핵폭탄을 투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스탈린은 3차 세계대전 발발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만주 핵폭격을 좌시할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스탈린과 모택동은 1950년 2월 중소 우호동맹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한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북도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북은 중국과 피로 맺은 동맹국이다. 그런데도 한국과 미국에서는 북 중 관계의 특수성을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2011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연구원이 북 중 관계정보를 한국에 제공함으로써 두 명이 해직되고 사형선고를 받기까지 한 사건을 목격하고서도 그런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배짱의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가를!


제3정부 매개로 연방제 통일국가 형성

남과 북은 각자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제하는 대신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그 여정에서 남북은 각자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동질성을 꾸준히 진작시키면서 변증법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변증법적 통일의 요체는 남북이 각자의 내적 모순을 극복하면서 제3정부를 매개로 연방제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것이다. 나는 남북 분단 70여 년의 고난의 대가를 남북 평화적 통일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본다.

그뿐 아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인 우리반도에서 평화적 통일을 성취한 지혜는 중동과 같은 지역의 만성적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처방책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꾸준히 진척될 경우 남북의 고난의 역사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가 또한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한식/ 미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


* 박한식 박사는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 국제관계학 명예교수이자 세계문제연구소(GLOBIS)를 설립한 초대 소장이다. 부모가 이민을 가 중국 만주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중국, 한국,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사, 아메리칸 대학교 석사를 거쳐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 이 기고는 <씨알의 소리> 2019, 11/12월 송년호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