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일요일

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 추진한다는 한동훈... “부동산 기대감 자극한 총선용 공약”

 


[윤석열 당선 2주년, 초라한 경제 성적표④] 지역 균형발전 무시한 ‘서울 메가시티’...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김포검단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김포-서울 통합 GTX-D 노선안 환영 시민대회'에 참석해 전달받은 김포-서울 통합 염원 메시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4.02.03. ⓒ뉴시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총선을 앞두고 김포에 이어 구리, 고양을 방문한 한 비대위원장은 “동료 시민들이 원하면 (서울 편입을)할 수 있다”고 했다. 사라진 듯 보였던 ‘서울 메가시티’ 공약을 다시 한번 꺼내 든 것이다. 

또 의정부를 찾은 한 위원장은 “현실을 반영한 행정구역 재편이 필요하다”며 경기 분도를 적극적 추진한다고도 했다. 경기도 북부지역을 떼어내는 분도를 서울 편입과 병행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동시에 꺼내든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양립불가능하다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한동훈


지난 11일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광장을 찾은 한 비대위원장은 시민간담회를 열고 “(서울 편입을)고양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김포도 한다. 하지만 의정부는 분도를 원한다”면서 “우리의 답은 이거다. 원샷법을 통해서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이른바 ‘원샷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추진 시점은 총선 이후인 5월 말 구성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로 제시했다. ‘서울 편입론’과 ‘분도’를 원한다면 선거에서 여당을 뽑아 달라는 의도다.

하지만 경기 일부지역의 서울 편입을 골자로 한 ‘편입론’과 경기도에서 북부지역을 떼어내 경기북도를 만드는 ‘분도론’은 양립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김포와 고양, 구리 등 경기 북부의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키면, 경기 북부지역이 크게 축소돼 분도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 분도론의 핵심은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의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10개 지역을 ‘경기북도’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남아 있는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21개 지방자치단체가 ‘경기남도’가 되는 식이다. 경기남도는 1,003만명, 경기북도는 354만명 규모의 도시가 된다.

이 같은 경기 분도론이 제기된 건 경기 북부 지역의 낙후된 여건 때문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면적만 놓고 보면 경기도 전체의 41%에 달한다. 하지만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여서 군사시설보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지정 등의 규제로 인해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개발이 뒤처져 있다.

분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기 북부 지역을 분도하면 독자적 예산기관들이 북부에 생기면서 주민들이 행정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의견도 적극 반영돼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규모 도정사업도 시행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철호 국민의힘 경기 김포을당협위원장이 지난 9월 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포 지역에 내 건 현수막. ⓒ홍철호 페이스북

문제는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 경기북도의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경기 북부지역 중 서울 편입이 언급된 곳은 고양(107만명), 의정부(46만명), 남양주(73만명), 구리(18만명), 김포(48만명) 등이다. 실제 이들 지역이 서울로 편입될 경우 경기북도 인구는 354만명에서 62만명 수준까지 줄어든다. 사실상 경기 북부지역을 분도할 의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을 병행해 추진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공약의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이 경기도를 7번이나 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번이나 와서 총선 후에는 대부분 사라질 그런 ‘빌 공’자 공약 내지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서울시 메가 편입은 양립하기 어렵다. 경기도를 한편에서는 쪼그라트리고, 한편에서는 나누고자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 국토 균형발전에 따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에 동의한다면 주민투표부터 빨리 실천에 옮겨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분도는 김 도지사는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비용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총선 전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결정하게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모든 것이 어그러진 이유는 메가서울을 추진하면서 경기 분도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 ‘갈라치기’라며 공격해왔던 여당의 급발진”이라며 “경기북도에서 김포, 구리, 고양, 의정부를 떼어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인데,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과연 이런 형태의 분도를 원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언급된 지역들이 실제 편입될 경우 서울시가 이들 지역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 아직 낙후된 지역이 존재하는 데, 굳이 경기 지역을 편입해 개발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일례로 5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김포의 경우 서울 편입 현실화하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가량 늘어난다. 김포시는 주민들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잇는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조6,200억원 규모다. 2021년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검토사업에 포함됐다.

현재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서울시와 경기도를 잇는 광역철도로 구분돼 국비와 지방비 분담비율이 7대 3(서울 1.5, 김포 1.5)이다. 하지만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 도심 내 설치되는 도시철도로 바뀌면서 국비 지원을 50%밖에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불거지자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구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 역시 출퇴근 시간대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다가 서울시의 한정된 재원을 낙후된 서울 외곽 지역에 투입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시민들도 경기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는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 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포·과천·고양·부천·성남·안양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5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반대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외곽지역일수록 반대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서울 내에서도 외곽지역으로 분류되는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등의 경우 반대 여론이 71%에 달했다.

고양을 찾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지역 균형발전 역행하는 한동훈표 ‘서울 메가시티’


‘서울 메가시티’ 공약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메가시티로의 인구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지방 소멸 우려로 이어진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메가시티는 도시집적지역의 거주자가 1천만명이 넘는 도시를 말한다. 여기서 도시집적지역이란 인공건조물과 주거지역, 인구밀도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가리킨다. 즉 메가시티는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이미 인구 2,500만명에 달하는 메가시티다. 국내 전체 인구가 5,175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서울 메가시티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수도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규모를 더 키우려 한다는 점이다. 인구와 면적이 늘어날수록 서울로의 인구 집중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서울을 확대하기보다 타 지역과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더 커진 서울은 지방 인구를 더 빠른 속도로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비수도권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지, 절대 서울을 더 키울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지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메가시티는 한국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한다. 메가시티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과도하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경기 지역을 서울 편입을 통해 서울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리해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서울 메가시티에 대응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메가시티’가 추진돼 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0년 추진된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2년 4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해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2023년 2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해체해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올해 1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출범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 충남 등 충청권 4개 도시가 참여한 합동추진단은 지자체간 업무 협력체계를 마련해 기존의 행정협의회의 한계를 넘어선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구리·하남 등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국토 균형발전 문제가 제기되자,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뉴시티특위)를 만들고 수도권 중심의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당대표가 사퇴한 이후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뉴시티특위’의 이름을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을 위한 TF’로 바꾸고 메가시티 담론 대상을 서울 수도권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포 서울 편입' 관련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뉴스1

“‘서울 메가시티’ 이유 모르겠다... 총선 끝나면 사라질 공약”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 병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텃밭이 된 경기 민심을 돌리기 위한 ‘총선용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로 편입되길 원하는 지역에 가선 ‘서울 편입’을 분도를 원하는 지역에선 ‘분도’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 의석수가 60개인 경기의 민심은 2012년 이전까지 민주당이 다소 우세를 보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급격히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2012년 민주당 29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20석이던 민심은 2016년 민주당 40석, 새누리당 19석을 기록했다. 그리고 직전 선거인 2020년엔 민주당 51석, 국힘 7석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총선을 다섯 달 가량 앞둔 지난해 11월 김기현 전 국힘 당대표가 ‘김포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 같은 경기 민심을 흔들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시 당내에서조차 ‘총선용 공약’이라는 반발이 나왔고, 결국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관련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후 당권을 잡은 한 비대위원장이 다시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 들며, 다시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서울 편입 특별법을 발의한 김포, 하남, 구리뿐만 아니라 광명, 과천 등에서 “동료 시민 원하면 모두 서울이 될 수 있다”며 인접 도시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공학적으로 서울을 더 키우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소만 서울시로 바꾸는 정책일 뿐”이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서울이 되면 땅값과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줘 표를 얻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김포나 고양, 구리 등은 이미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생활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로 편입해 서울을 더 키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솔직히 총선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닐까 싶다. 과거 서울이나 경기도에 뉴타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뉴타운은 서울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달리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정비 사업이다.  200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 개발사업’을 수도권 선거의 승부수로 내걸었다. 광역 단위 재개발로 수많은 서울 시민에게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준 것이다. 그 결과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 도봉, 노원을 비롯해 수도권 81석이 보수 정당 지역구가 됐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이후 사업 지구가 남발되면서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서울시는 2012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600여곳의 정비사업 구역 중 300여곳을 해제하고, 전면 철거형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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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용진 맞상대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에 '강간통념 활용' 조언?


'여성' 가점인데 성범죄자에 조언, 아동성착취 집유 판결문으로 블로그 홍보까지

서어리 기자/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3.18. 08:47:33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서 맞붙게 된 조수진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와 관련해 블로그에 쓴 글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가 하면,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며 해당 판결문과 주요 사건 내용을 동 블로그에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사기관 신고를 체념하게 하는 요인인 '강간통념'을 적극 활용하도록 조언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조수진의 국민참여 형사법정'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성범죄 재판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는 글에서 성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강간통념'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조 변호사는 "강간통념이란 여성이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말한다"며 "성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기에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참(국민참여재판)이 일부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위험한 생각'이라며 강간통념이 잘못된 인식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자신이 피의자의 입장이고 배심원의 판결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며 강간통념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갈무리

대표적인 강간통념이 '여성이 남성과 단 둘이 술을 마신 것은 성폭행의 여지를 준 것이다' '성폭력은 노출 옷 때문에 일어난다'는 식의 사고다. (☞관련기사 : 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여성·법조계에서는 강간통념을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설령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검찰에 송치되거나 검찰 수사 이후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른 종류의 사건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도 강간통념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관련기사 : [여성신문] "'비동의강간죄' 새로운 것 아냐… 재판서 이미 '동의 여부' 판단 중") 

조 변호사 스스로 인정하듯 강간통념은 점점 우리 사회에서 '위험한 생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인권 변호사 단체인 민변의 사무총장까지 지냈던 조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활동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그릇된 성 인식을 오히려 강화한 셈이다. 

조 변호사는 이와 함께 "성범죄 혐의로 공소장을 받았다면 7일 내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을 원한다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기간만 잘 지키고 특별히 배제할 사유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국참 진행이 가능해진다"며 "국참으로 무죄가 난 것은 약 10.9%의 비율이라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성범죄의 무죄율은 20.1%로 확인이 됐다고 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낮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일한 기간 동안 전체 형사재판의 무죄율은 3% 미만이었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매우 높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열어두고 보아야 하는 만큼 유의깊게 기억해 두셔야 할 수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법원행정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참은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에서는 유죄를 선고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성범죄에 한해서는 무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일부 논문에서는 배심원들이 '사회일반에 통용되는 강간 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반 형사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이유가 바로 '강간 통념', '피해자다움'이라는 관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또 '아청법 집행유예 선고사례' 제하 이 블로그 글에서, 10세 여성 아동에게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사례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D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친구를 하자고 글을 남겼다. 이후 만 10세의 여아 Q양이 연락을 해 왔고 이를 상대로 착취물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Q양에게 생활 관리라고 하면서 가슴과 음부를 노출한 사진을 보내라고 한 후에 신상정보를 파악했다. 자신이 모든 정보와 신체가 노출된 사진이 있으니 복종하라고 말을 했고, Q양은 겁을 먹어 나체로 춤을 추는 영상을 촬영해 전송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거쳐 성적인 행위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이뿐만 아니라 Q양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해 학대 행위까지 일삼은 것"이라고 해당 사례를 설명했다.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갈무리

조 변호사는 "저희가 확인한 결과 Q양을 상대로 주고받은 대화 내역과 제작한 영상 등의 증거 자료가 이미 확실하게 데이터로 입증된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착취물의 제작 및 협박, 학대 등의 행위로 경합 관계에 있어, 상당히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감형에 필요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결국 D는 무사히 감형받아 5년의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글에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n번방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몇 해 전에 세상을 놀라게 한 N번방 사건 이후로 일련의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사 당국은 엄벌에 처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단순 가담 혹은 경미한 수준이라 하여도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며 "N번방 사건 이후로 모든 규정의 형벌이 상향 조정됐다. 게다가 상습범이라면 1/2까지 가중 처벌되므로, 자신이 아주 작은 실수라도 해당이 된다면 신속하게 관련 형사사건을 많이 해결한 변호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17일 밤 블로그에서'아청법 집행유예 선고사례' 게시물을 삭제했다. 논란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변 회원인 A 변호사는 조 변호사의 블로그 홍보 글에 대해 "배심원들의 통념이라는 것이 피해자 여성의 감수성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 같다"며 "피해자중심주의 접근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있었는데 그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로 나선 데 대해 "성범죄 사건 등을 수임하려 블로그에 홍보 글을 쓰거나 하는 것은 흔한 일이긴 하지만, (통상)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사건 수임도 조심하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수 년 간 다수 성범죄 사건 변호를 맡은 바 있는 B 변호사는 "글의 취지가 '강간 통념을 이용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무죄를 받자'는 것으로 읽히는 면이 있다"며 "'강간통념'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불필요한 표현으로 보이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법조 경력 10년차 안팎의 C 변호사도 "글의 맥락상,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 글을 읽으면 '이런 통념을 이용해 나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강간통념'이라는) 이런 말이 있는지 처음 들었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실제로 n번방 사건 이후로 모든 형벌이 상향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성범죄 처벌은 그 사건 이전부터 강화되는 추세였다"고 부연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전략 경선에서 '여성·신인 가점'을 받았다. 경선 득표의 25%가 가산된다. 반면 조 변호사와 대결을 펼치는 박용진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산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 강북을 민주당 총선후보 전략경선은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 비율로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로 이뤄진다.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미련의 언어,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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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봄’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마지막 기회였다. 그 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조선)-미국(이하 조미) 정상회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주요 의제였다. 그러나 그 협상은 결국 실패했다. 따라서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졌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미련의 언어가 되었다.

2018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의 위치와 정의

4.27 판문점 선언, 비핵화를 평화체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배치

4.27 판문점 선언은 3번째 항목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3항의 네번째 절에 위치한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 비핵화는 평화체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존재한다. 비핵화보다 평화가 더 상위의 개념이고 상위의 목표이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비핵화 절차는 “핵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복무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선의 일방적인 핵무기 포기(혹은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선 조미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 합의

6월 12일 조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아래와 같은 문장이 핵심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이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

조미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선 조미관계 후 한반도 평화를 의미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형성된 조미 신뢰가 비핵화를 추동한다고 했으니 비핵화는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다. 이를 정리하면 “새로운 조미관계 -> 한반도 평화 ->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

9.19 평양공동선언, 한반도 비핵화를 정의

9월 19일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은 5번째 항목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여기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정의되어 있다.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그것이다.

세 합의문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위치는 다음과 같다.

1>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의미한다.

2> 한반도 비핵화는 조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의 뒤에 위치한다. 즉 조미관계 정상화가 되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실패 후 한미 동맹의 대조선 적대행위 재개

2019년 2월 하노이 조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회담이었다. 조선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은 민생 관련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조선의 영변 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조선제재 해제는 조미 관계 정상화에도, 한반도 평화에도, 비핵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의제 선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요구를 들고나왔다. 즉 ‘영변 + @‘를 제시한 것이다. 조선은 이를 부당한 요구이며 신뢰 파기 행위로 간주했다. 결국 하노이 회담은 결렬되었다. 미국의 ‘영변 + @‘ 요구가 회담을 파탄냈다.

그 후 2019년 3월과 8월 한미군사연습이 재개되었다. 특히 8월 한미군사연습은 ‘북한안정화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안정화작전’은 북의 영토를 점령하고, 잔당을 소탕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회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이는 명백한 정치적, 군사적 적대 행위였다.

날려버린 한반도 비핵화의 골든 타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마지막 기회였던 2018년의 시도는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세 가지 점 때문에 2018년은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였다.

첫째, 2018년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골든 타임’이었다. 핵무기 보유는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를 거쳐 현실화된다. 1> 핵무기 개발 성공 2> 핵무기 다양화 3> 핵무기 운반 수단인 미사일 보유 4> 미사일의 다양화 5>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이 그것이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1단계에서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기회를 방치했다. 클린턴 정부는 ‘3.3.3 붕괴설’(조선은 3일, 3개월 늦어도 3년 안에 망한다는 미국의 사고)을 믿고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2단계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 역시 미국은 방치했다. 오바마의 정부는 ‘전략적 인내’(조선이 붕괴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는 미국의 사고) 정책을 추진하느라 9.19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조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조선과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할 때 조선의 핵보유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국면이었다. 조선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4단계로 넘어가면 비핵화 협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협상의 문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5단계로 넘어가면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선이 수많은 핵탄두와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을 상당량 보유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2018년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조선은 2020년 정면돌파전을 선택한 후 4단계와 5단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둘째, 조선은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게 협상에 임했다. 이는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남북 회담에서 논의한 데서 확인된다. 조선의 핵개발은 미국 적대정책의 산물이므로, “철두철미” 조선과 미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조선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되고 합의문에 담겼다.

또한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선조치를 취한 데서도 확인된다. 조선은 싱가포르 조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2018년 5월 24일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했다. 그 전까지 북은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조선과 미국의 동시 행동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2018년의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는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조선의 유연한 협상 태도는 유지되었다. 미국의 핵전문가 헤커 박사도 당시 언급했던 것처럼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민생 관련 대조선 제재를 해제하는 것과 동급이 아니었다. 영변은 조선 핵시설의 90% 이상이 모인 지역이다.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면 조선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조선이 ‘핵무기 추가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당시 조선은 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손해보는 협상을 감내하려 했던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에도 조선의 유연한 행보는 계속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5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제인 대통령을 만나 회담 국면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 후 조미 실무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했다. 2019년에 이미 회담이 결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핵무력 증강 정책을 재개한 것은 2020년 이후였다.

셋째, 2018년과 2019년 과정을 통해 조미 사이의 신뢰는 완전하게 파괴되었다. 특히 조선은 미국이 선 비핵화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결론,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결론 그래서 미국과의 대화는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 간 모든 협상의 기본은 신뢰이다. 특히 조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것처럼 조미 신뢰구축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한다(promote). 신뢰의 상실은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조선과 미국처럼 적대관계에 있는 두 국가 관계에서 추동력이 사라지면 협상은 불가능하다.

마지막 협상의 기회가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는 철지난 레코드판이 되었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 역시 비핵화 무용론 역설

30년이 넘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서 리비아 모델, 우크라이나 모델 등 다양한 사례들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성공한 비핵화 사례는 없다. 핵을 포기한 국가들은 치명적인 국가 이익 손실을 겪어야 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추구했던 사례는 리비아 모델이었다. 리비아는 미국이 강하게 비핵화를 요구하자 관계 개선과 경제 지원을 약속받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지원도, 관계 개선도 추진하지 않았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결국 붕괴했다. 그 이후 조선은 ‘선 조미관계 개선, 후 비핵화’를 일관하게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 모델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서 종종 거론되어 왔다. 소련 해체 이후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와 비핵화를 합의했다. ‘부다페스트 협정’으로 알려져있는 이 합의는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다시피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으로 내세웠고,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국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조선을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이 세 나라를 대상으로 신냉전 대결을 펼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조선에게 비핵화는 ‘투항’, ‘굴복’, ‘망국’의 언어로 각인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역시 비핵화 무용론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현실을 망각한 미련의 언어

1990년대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대화와 협상, 평화로 가는 상징의 언어였다. 조미 관계에서건, 남북 관계에서건 모든 대화와 협상, 평화적 국면은 한반도 비핵화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우리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희망의 언어였다. 비핵화의 진전은 한반도 적대체제, 분단체제, 정전체제를 극복하는 노력을 상징하는 언어였다.

그래서 비핵화가 물 건너간, 철지난 레코드판이 되어버린 현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도 비핵화 협상이 가능해야 남북미 대화와 평화의 과정이 복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미련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미련을 갖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하루빨리 미련을 털고 변화된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끝났다는 현실을 인정했을 때 변화된 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비핵화라는 미련의 언어를 버려야 새로운 희망의 언어를 창조하거나 발견할 수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총선 3주 앞, 조선일보 “대통령실이 정권 심판론 자초”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종섭 즉각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 촉구에도 대통령실 ‘침묵’

야당은 사당화 논란…“‘박용진 절대 안 된다’가 공천 원칙인가”

‘정정보도 청구 알림’ 딱지 네이버 정책 변경에 사설로 맞선 언론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3.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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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론 악화로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자 ‘도피 출국’ 논란이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보수신문도 이와 발맞춰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과 계속되는 독선적 결단을 비판하는 칼럼·사설을 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게 피로감 드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수도권 출마자들 아우성에도… 말 없는 대통령”

신문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한 위원장 발언을 실은 데 이어 4면에 <輿 출마자들 아우성에도… 말 없는 대통령>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서 우려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총선이 3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원인을 제공해 ‘정권 심판론’ 확산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침묵을 지킬 뿐 인사 조치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대사는 17일 KBS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별도 사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상무 수석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발언이 부적절했지만 기자들과의 비공식 식사 자리”라며 “본인이 사과한 상황이라 현재로선 인사 조치까지 해야 하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식 ‘1인 결단’ 시스템이 근본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8일 논설실장 칼럼 <“부르면 귀국” 아니라 “당장 귀국”이 답이다>에서 “문제의 본질은 왜 야권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민감한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서둘러 해외로 내보내려 한 건지, 일선 부처의 1급 실장 인사를 놓고도 한두 달씩 검증을 하는 판에 출금 여부조차 알아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혹시라도 기소되면 외교적 망신의 뒷감당은 어찌하려 했는지 하는 점”이라고 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요소들이 하나둘이 아닌 것”이라며 “결국 ‘나는 옳다’는 신념에 찬 ‘1인’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근본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그저 정해진 결정의 집행자나 들러리 역할밖엔 못 하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회칼 테러’ 운운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하라> 사설에서 이종섭·황상무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요구를 놓고 “만시지탄이다. 총선과 무관하게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들”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황상무 수석)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며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프로세스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중략)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 할 정부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커지는 민주당의 ‘박용진 찍어내기’ 비판… “이중 삼중 족쇄”

야당의 악재는 박용진 의원의 공천 배제다.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의 자리에 차점자인 박 의원이 공천되지 않고 조수진 변호사와 양자 경선을 하게 됐다. 박 의원은 ‘하위 10%’로 인한 30% 감산 룰이 적용되고 조 변호사는 ‘여성 정치 신인’으로 25% 가산을 받는다.

▲ 18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박 의원이 ‘족쇄’를 차고 있다는 평가다. 한겨레는 18일 1면에 <끝이 없는 ‘박용진 찍어내기’>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2위를 한 박 의원을 공천하지 않고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강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경선 방식까지 채택하면서 박 의원은 이중·삼중의 족쇄 속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비이재명계 박용진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심야 최고위 회의 끝에 16일 새벽 해당 선거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해 전략 경선을 하기로 의결했다”며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에서 경선 부정이 확인된 손훈모 예비후보가 낙마하고, 차점자인 이재명 대표 특보인 김문수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은 것과 다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도 4면에 <공천 막판까지 ‘비명 찍어내기’ 논란… 박용진, ‘강북을’ 놓고 조수진과 경선> 기사를 내고 “대표는 박용진 의원이 그렇게 두렵나. 민주당을 기어이 완벽한 이재명의 당으로 만드는 게 이번 총선의 목표인가”라고 한 김상희 의원의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 글을 인용했다.

▲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18일 사설 <‘박용진 절대 안 된다’가 이재명의 공천 원칙인가>에서 “민주당은 당내 ‘차점자 승계’ 요구를 거부하고 전략공천지역 결정에 이어 친명 후보에게 유리한 전당원투표를 도입했는데, 이는 대선 경선 등에서 이재명 대표에 맞섰던 박 의원을 배제하는 것과 다름없”며 “공천 막판까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서울 강북을 후보 선출에 전당원투표를 적용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청년 전략공천지역인 서울 서대문갑(전국 권리당원 70%+서대문갑 권리당원 30%) 방식과 같다지만, 당시에도 지역 유권자 및 본선 경쟁력과 관계없는 방식이란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서대문갑 3인 경선 중 한 후보가 중도탈락하면서 4위였던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후보가 합류해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공천장을 받았다. 서울 강북을 경선 방식도 특정인 배제를 위해 개딸의 입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사당’이란 의구심에 힘만 실어준 꼴”이라고 했다.

네이버 정책 변경에 동아일보 “월권이자 오만한 발상”

정정보도가 청구된 언론사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알림을 띄우고, 해당 언론사에 ‘댓글창 일시 폐쇄’를 요청하기로 한 네이버 정책을 놓고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가 비판 사설을 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정정보도 청구시 검색 결과에도 문구 표기 △반론보도와 추후보도 청구페이지 접근성 강화 및 절차 간소화 △정정보도 청구시 언론에 해당 기사 댓글창 일시 폐쇄 적극 요청 △기사별 내국인 외국인 비율 공개 △1인당 기사별 작성 가능한 답글 수 10개 제한 △선거법 위반 댓글 반복 작성자에 대한 댓글 작성중단 조치 등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 정정보도 청구 기사에 ‘댓글창 일시폐쇄’ 요청한다]

▲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정정보도 ‘온라인 청구’ 받아 ‘딱지’ 붙인다는 네이버의 월권>에서 “뉴스 제목에 이런 식으로 딱지를 붙이면 독자는 정확하고 올바른 기사까지 오류가 있거나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며 “나아가 네이버는 해당 기사의 댓글 창까지 닫도록 언론사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뉴스 유통업자에 불과한 네이버가 보도의 신뢰성과 개별 언론의 여론 형성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건 월권이자 오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네이버의 새 정책이 적용되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이해 당사자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오는 즉시 간단한 온라인 신청만으로 기사에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며 “보도를 부인할 근거가 전혀 없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엔 조정을 신청하지 못해도 이 딱지는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 등이 기사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비판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애당초 검색 결과만 서비스하면 되는 포털이 인링크로 사이트 내에서 기사를 유통하고, 뉴스 편집권까지 휘두르다 보니 그에 뒤따르는 논란이 두려운 것”이라며 “네이버가 뉴스로 트래픽을 올리는 일을 그만두고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제를 전면 도입한다면 정정보도 청구에 얽매일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1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정치권 압박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18일 사설 <기사에 ‘정정보도’ 딱지 달겠다는 네이버, 악용 우려된다>에서 “네이버의 개편 방안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정부의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흐름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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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가짜뉴스 논란이 있는 보도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일 경우, 포털 사업자가 해당 기사에 ‘심의 중’임을 표시하거나 삭제·차단 등의 선제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산 바 있다”며 “네이버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SNU 팩트체크’ 서비스를 돌연 중단한 일도 있었는데, 그 배경에 이 서비스를 ‘좌편향’이라고 공격해온 여당의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악용’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절차를 간소화하고 댓글까지 차단하면 너도나도 가짜뉴스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것”이라며 “더구나 총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에 재갈을 물리려고 할 것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안 해도, 또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아도 그만이라고 한다.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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