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4일 토요일
다른 나라 이해 만큼만 북을 이해한다면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232. 북녘 식생활에 대한 편견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06/14 [11:1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국내 최대 유기농협동조합 한살림의 감자, 감자에는 영양분이 많아 땅의 사과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이다. 최근 자연의학자와 민간의학자들 사이에서는 감자에 풍부한 항암성분이 있어 이를 널리 항암치료에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런 감자를 북에서 음식은 물론 감자요구르트, 감자단물(주스) 등 여러가지 식품으로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 자주민보, 편집국
5월 하순에 써서 발표한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229편(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282)이 북의 모내기예술동원이었는데, 얼마 후 한국에서 “우리소리”를 열성스레 선전하는 사람이 쓴 책에서 꽹과리나 징 소리를 곤충들이 너무너무 싫어해 들으면 죽어버리기에 옛날 조상들이 밭에서 농악을 울렸다는 주장을 보았다. 농약보다 효과가 더 나은지는 필자가 직접 실험해보지 못해 모른다만, 그런 주장을 통해 어떤 고장의 어떤 현상을 대하든지 그 존재하는 이유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스레 되새기게 되었다.
조선에서 중앙통신이 5월 말 중앙급, 도급예술단체들이 모내기선동에서 활약한다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일이 잘 돼간다는 정보들을 퍼뜨리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농민들이 배를 곯으면서 모내기를 한다느니, 지원자들이 와서 돕더라도 공수를 따져서 가을에 갚아야 하기에 농민들이 반기지만은 하지 않는다느니 따위 이른바 “소식통”의 입을 빈 출처불명의 기사들이 떠돌아다닌다. 또한 어느 국제기구는 근자에 조선에서 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 사람들이 상당기간 달걀과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음이 밝혀졌다면서 조선사람들의 단백질섭취부족을 걱정했다.
서양인들의 비슷한 걱정은 역사가 제법 오래다. 100여 년 전에 조선에 왔던 영국 외교관 윌리엄 리차드 칼스(1848~ 1929)가 저서 《조선풍물지(Life in Korea Macmillan, 1898)》에서 조선인들의 단백질섭취부족을 걱정해주는 바람에 한국 전문가 신복룡 교수는 어찌나 감동을 먹었던지 《신복룡 교수의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보기》(도서출판 풀빛 2002년 1월 초판 1쇄, 도합 255쪽)에 “단백질 섭취량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제목의 절까지 설치하여 특별히 소개했다.
신 교수에 의하면 옛날의 로마인도 몽골인도 현대의 미국인도 단백질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나 그 자신의 발명이나 발견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역사를 세심히 훑어보면 성립되지 못하는 주장이다. 몽골인만 놓고 보더라도 민족이 형성돼서부터 지금까지 800년 정도의 세월에 거대한 땅을 차지했던 시기보다 별 볼일 없이 지난 시기가 훨씬 더 길다. 그런데 그동안 음식습관이 크게 바뀌었다는 근거는 없으니까 지위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되겠는가? 단백질 섭취량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형이상학적 결론이라고 해야겠다.
언젠가 몽골족 청년과 한족 처녀의 결말 맺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적 있다. 둘은 베이징 모 대학의 동창생으로서 서로 좋아했는데 어느 해 설을 맞으면서 청년의 부모가 내몽골에서 미래의 사돈집에 양을 두 마리 보내왔다. 20년 쯤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양고기요리는 품종이 드물었거니와 먹을 기회도 드물었고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더구나 적었다. 선물을 받고 어쩔 바를 모르는 처녀와 그 부모 앞에서 청년이 양을 잡았는데 양의 심장을 손으로 쥐어서 죽이는 바람에 부모들이 그만 질겁해서 혼인을 결사반대했다는 것이다. 그 글을 보고 문화차이의 충격과 오해가 낳은 비극임을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어떻게 심장을 손으로 쥐어서 죽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몽골생활경험이 있는 한국인이 쓴 책을 통해 몽골족들이 양을 잡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양을 잡는 방법을 보면 그야말로 신기에 가깝다.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물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양의 앞다리를 두 손으로 잡아 땅 위에 눕힌다. 이때 양이 약간 버둥거리지만 땅에 눕혀지면 반항을 멈춘다. 양의 앞가슴을 잘 드는 주머니칼이나 장도로 5cm쯤 찢고 그 틈새로 손을 들이민다. 양은 처음 가죽을 찢을 때 약간 요동치면서 음메 소리를 내지만 금방 조용해진다. 손을 서서히 들이밀어 심장 부근에 도달할 때까지도 양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손으로 심장동맥을 갑자기 움켜 쥐여 양이 즉사하게 만든다. 필자는 '순한 양'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몽골인이 양을 잡는 걸 보고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죽어가면서도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고 사지만 잠깐 버둥거리다 만다. 시간은 고작 5~6분이 걸릴 뿐이다.
양이 죽으면 잘 드는 주머니칼로 앞가슴 가죽을 가슴팍에서 사타구니까지 갈라 땅 위에 쫙 펼쳐 놓는다. 이 양가죽은 밑에 까는 깔개로 사용한다. 배를 가르고는 내장을 꺼내 큰 그릇에 담는다. 흘러나온 피는 다른 그릇에 옮겨 담는다. 그리고는 머리, 갈비, 다리, 엉덩이, 가슴팍, 어깨 부분을 따로 잘라버리면 작업 끝이다. 많이 걸려도 30분을 넘지 않는다.
피는 한 방울도 땅에 흘리지 않는다. 피를 식량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이나 다른 짐승으로부터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배고픈 야생 맹수나 독수리 등 맹금류가 피냄새를 맡으면 사나워져 사람들을 해친다는 것이다. 또 피냄새는 다른 냄새보다 멀리 퍼져 나가므로 전장에서는 적에게 쉽게 노출돼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신현덕의 몽골풍속기》, 신현덕 지음, 혜안 1999년 7월 초판 1쇄, 도합 295쪽)
보다시피 몽골인들이 양을 잡는 방법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헌데 요즘 서유럽의 슈퍼마켓과 상점들에서는 생선도 사람들이 칼질해 죽이지 못하도록 전기로 죽여서 판다던데 서유럽인들이 몽골인들의 양잡이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난다.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하지만 방법은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할까? 또 우리 민족의 조상들은 몽골인들의 식생활을 어떤 태도로 대했을까 궁금해난다. 정치와 군사관계에 대한 사료들은 꽤나 잘 알려졌으나 식생활은 너무나도 자료가 적다. 고려 장수 조충과 김취려가 몽골장수 합진과 만난 벌린 잔치에서 몽골 풍속대로 날카로운 칼끝에 고기를 꿰어서 손님과 주인이 서로 받아먹는데 칼끝이 왔다갔다하니까 고려군에서 원래 용기가 있다고 하던 자들도 어느 정도 난색이 없지 않았으나, 조충과 김취려는 몸을 일으켜 그것을 받아먹는데 아주 능숙했고, 따라서 합진 등이 대단히 만족히 생각했다는 이야기나 식생활과 관계된다고 할까. 고려시기 많은 방면에서 원의 영향을 받았으니까 왕실이나 양반들 사이에서는 몽골식 음식이 제법 유행되었을 법도 한데, 지금 몽골과 연계를 맺을 음식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신선로는 특례라고 할까) 어딘가 이상하다. 유교를 국교로 삼던 이조시대에 의도적으로 말살했다고 보기도 어려울 텐데...
몽골인들의 의식주를 상세히 소개한 신현덕 씨는 몽골인들이 비계가 많은 고기를 선호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 기온이 낮은 겨울을 이겨내려면 높은 칼로리의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과 몽골인은 겨울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런 식습관은 오래 된 전통이다.
몽골인은 우리로 치면 먹을 수 없을 정도의 비계 덩어리를 가장 좋은 고기로 친다. 비계가 없으면 질이 형편 없는 나쁜 고기로 생각해 시장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다. '하르 마흐'라고 불리는 순 살코기는 말려 저장했다가 여름에 먹는 비상식량 정도로 사용될 뿐이다.“(위의 책 73쪽)
한국 정객들과 경제인들이 몽골을 방문했다가 주인이 정성껏 내놓은 “가장 좋은 고기”를 거부하고 라면을 끓여먹은 현상을 비판하고, 어느 고장을 방문하면 그 고장의 음식을 먹어야 된다고 주장한 저자는 뒤이어 이렇게 썼다.
“몽골의 음식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철학과 기후, 전통 등이 반영돼 있다. 회교지역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교지역은 대부분 덥고 습한 지역이어서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가 쉽게 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 돼지고기를 가능하면 먹지 말라고 권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몽골에서도 건조하고 추운 기후를 견디기 위해서 기름기가 많은 고기가 최고의 것으로 대우를 받을 뿐이다.“(위의 책 74쪽)
회교- 이슬람교도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필자가 이슬람교자료들에서 본 내용과 너무 달라서 강한 의문이 들지만, 몽골인들의 선호하는 고기부류는 사실에 부합되고 그 이유에 대한 해석도 이치에 닿는다. 그런데 몽골공화국에서는 비계가 없는 고기가 잘 팔리지도 않고, 순 살코기는 여름에 먹는 비상식량 정도로 쓰인다는데, 중국의 내몽골자치구에서는 달리 출구를 찾는다 한다. 베이징에 몽골족식당들이 늘어난 뒤 필자는 내몽골에서 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내지에서 팔리는 양고기들은 내몽골사람들이 아예 먹지도 않는 고기들이고, 내몽골사람들이 먹는 고기들은 베이징에 가져오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에서는 값이 나가지 않을 양들을 양몰이꾼이 닷새정도 몰며 걸어서 새벽에 베이징시내로 들어오면 곧 도살되어(이런 대량도살은 몽골식이 아닐 것이다) 시내의 식당들에 나뉘어지는 게 유통구조라고 한다. 생산자들은 자기들이 먹지 않는 양을 좋은 값에 팔게 되고, 소비자들은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생신한 양고기를 먹게 되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노릇이 아닐까 싶다. 다민족국가에서 각자의 수요를 적당히 만족시키는 사례라고 할까? 이런 경우 어떤 고기를 먹는 게 더 좋다고 단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겠다.
동물보호를 운운하면서 채식을 열렬히 선전하는 기사와 댓글들도 굉장히 많은 한국에서 조선사람들이 고기와 달걀을 별로 먹지 못한다는 기사들이 나오면 거기에 동조하여 조선이 형편없다고 매도하는 글들이 난무하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북을 깔보기 전에 몇 가지 문제를 사고해보는 게 나쁘지 않겠다.
조선사람들의 단백질섭취부족을 걱정하는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이 하루에 한 컵씩 우유를 먹으면 지구의 온난화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고 아우성치는 모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쇠고기식용은 아무런 쟁의도 일으키지 않는데 개고기식용을 결사반대하는 사람들이 서양에서부터 동양으로까지 늘어난다는 모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선사람들이 개고기(조선에서는 “단고기”라고 부른다)로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외부에서 그런 섭취방식에 찬사를 보낼 것인가? 반대해야 할 것인가?
“세계화”, “다원화”구호가 인기를 끌면서부터 한국에서 바깥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왔다. 그런 노력들이 낳은 글, 책, 사진, 영상들도 많다. 아쉽다면 아직까지도 북에 대해서는 비뚤어진 시각이 낳은 비뚤어진 결론들이 너무나도 많다. 누군가 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하면 그 동기부터 의심하는 욕설이 난무하는 게 남의 현실이다. 최근 사례로는 “재미동포 아줌마”의 여행기가 찬사와 욕설을 함께 불러온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남사람들이 남들을 이해하려는 만큼만 이북을 이해하면 통일문화가 빨리 만들어지지 않을까고 기대해본다. 또한 북의 신제품이 세계적으로 팔리도록 남의 인재들이 손잡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해본다.
아래에 5월 2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감자를 리용한 건강음료들”을 그대로 인용한다.
“조선의 경공업과학분원 식료연구소에서 감자를 가지고 만든 여러가지 음료들이 건강증진과 생활향상에 효과적으로 리용되고있다.
그중에는 감자신젖, 감자요구르트, 감자칼피스, 감자단물 등도 있다.
최근 년간 이 음료들은 천연기능성음료로서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음료들에는 솔라닌, 폴리페놀을 비롯한 기능성성분들이 들어있어 항산화,로화방지,면역강화,혈압낮춤,항염증치료에서 효과적이다.
감자홍차, 감자록차는 뇌로화방지 ,강심, 혈당낮춤, 기침과 가래없애기 등의 작용을 한다.
이미 전에 과학자들은 사색과 탐구를 기울여 감자음료원료들의 배합비률을 찾아내고 음료들에 대한 제조공정과 방법을 확립하였다.
주목받는 것은 종전방법과 달리 감자가루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즙액을 발효시켜 원가를 줄이면서도 시간당 더 많은 가공품들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박사 김태규는 앞으로 이미 개발한 여러가지 기능성음료들의 수준을 나노급으로 높이며 세계적인 인기제품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감자가 별로 나지 않는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까짓 감자”하고 비웃을 수도 있겠다만, 필자가 위에서 편 논리를 주의깊게 본 이들은 그런 경솔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김정일시대부터 감자생산을 적극 권장하고 감자음식들을 개발해온 조선이 새로운 건강음료들을 개발해내고 질을 높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세계적인 인기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밑에는 그만큼 생산량을 높인 전망이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전날 들쭉술이 맛있다면서 수출을 바라던 사람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가 마실 것도 모자라다면서 거절한 것과는 판판 다르다. 그런데 《자주민보》의 이창기 기자가 최근 지적했다시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조선의 제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이런 문제야말로 국제적인 판매경험이 풍부한 이남인재들이 풀어나갈 자격이 당당하다. 필자가 거듭 주장해왔다시피 북의 개발, 남의 판매가 제품의 질을 높이고 판로를 개척하는데 제일 유리하다. 통일 후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도 바로 고부가치제품들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4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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