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92] 약관과 묘령

대통령의 하해(?)와 같은 은덕(?)으로 갑자기 2년이 젊어졌다. 우리나라엔 나이가 여러 개 있었다. 집에서 세는 나이·호적 나이·호적 만 나이 등등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우리네 나이였다. 특히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호적에 늦게 등재한 경우가 많아서 동생과 같이 학교에 다닌 친구도 많다. 아무튼 젊어진 것은 좋은 일이다.
예전에 씨름 해설하던 분이 젊은 선수가 나오면 무조건 “약관의 나이에 저렇게 기술이 좋을 수가 있는가”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약관’은 남자 나이 스무 살을 이른다. 아무 나이나 다 약관이 아니다. 관을 씌워 주고 자(字)를 지어 주는 때가 바로 약관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름이 ‘개똥이·소똥이’ 등이 많았다. 그래서 자를 부르면 유치했던 이름을 감출 수 있고 부르기에도 좋았다.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묘령의 중년 여인’이라는 표현을 들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이르는 말이다. 중년의 여인이 스무 살이라는 것인지, 스무 살짜리가 중년처럼 늙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다. 스무 살은 꽃다운 나이로 방년(芳年)이라고도 한다. 나이를 이르는 말들이 참으로 많은데 잘못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