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일 월요일

지카 바이러스가 뭔가요?






WHO에 따르면 최근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가 남북 아메리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400만 명이 감염 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질병 관리 본부의 관계자는 특히 임산부의 경우 몇몇 나라들을 방문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알아보기로 합니다.


1. 지카 바이러스가 뭔가요?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뎅기열이나 황색 열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47년 우간다의 Zika 숲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흔한 바이러스이나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는 작년 5월 브라질에서 발생하기 전까지는 발견된 적이 없었습니다. 

적도가 지나가는 지역인 중앙아메리카와 브라질에는 수백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까지도 이 병에 감염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아 확산이 빠른 편입니다. 

일반 사람은 대부분의 바이러스처럼 감염이 되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산모의 경우에는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감염된 산모의 태아에서 소두증(microcephaly)이 유발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 시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엄청난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풍진과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2. 바이러스는 어떻게 전파되나요?

대부분의 경우 모기(특히 숲 모기)에 의해 전파됩니다. 이 모기들은 물웅덩이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곳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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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전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집트 숲모기의 유충
(출처- AP)

모기 말고도 수혈에 의해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성 접촉에 의해서 전파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정자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3. 지카 바이러스는 어떻게 소두증을 일으키고 신생아의 뇌를 파괴하나요?

솔직히 말씀 드려서 잘 모릅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년 10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얼굴이 아니라 머리입니다. 머리가 작은 것을 의미하며 뇌 발달에 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적도가 가까운 브라질의 북쪽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두증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브라질의 한 해 신생아 숫자는 3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소두증을 가진 신생아가 150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그 숫자가 4,000명까지 늘었다고 하니,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주요 원인이 아닐 수는 있지만 정황상 의심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소두증과 소두증의 경계에 있는 신생아들을 모두 소두증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소두증은 염색체 이상을 비롯한 유전적 원인, 산모가 임신 중 방사선, 술, 수은 등에 노출되었을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신생아나 에이즈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 매독, 톡소프라즈마에 감염되었을 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소두증이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소두증 보다 더 특이하고 위험하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모가 지카 바이러스에 걸린 경우, 신생아의 머리 크기는 정상이어도 아기의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아직 원인을 모르니 더 큰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산모가 저영양 상태에 있거나 당뇨를 갖고 있어도 신생아가 소두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4. 소두증이 무엇인가요?

소두증은 말 그대로 머리가 정상보다 작은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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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머리둘레 크기가 평균에서 2 표준편차를 뺀 수치보다 더 작거나 성장차트의 백분위에서 3 보다 작을 때를 말합니다(Fenton, Olsen, CDC, or WHO growth curve). 

15% 정도는 머리만 작을 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의 경우 임신 중 혹은 어렸을 때 뇌의 성장이 멈춰 발달 장애나 지적 능력 부족 혹은 듣는 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증상은 뇌손상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안타깝게도 소두증에 대한 치료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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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yse Kelly da Silva가 소두증에 걸린 딸 Maria Giovanna를 안고 있는 모습 
(출처- AP)


5. 임산부들은 어떤 나라를 피해야 하나요?

중남미 카리브 해 주위를 피하시고, 태국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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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가는 나라로는 태국이 있습니다. 
임산부는 브라질 올림픽에 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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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카 바이러스의 증상엔 뭐가 있나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발진을 동반한 갑작스런 발열이 있으며, 관절통, 결막염, 근육통, 두통 등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보통 3~7일 정도 경미하게 진행되며 감염된 사람 중 20% 정도에서만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최대 잠복기(감염에서 증상이 나올 때 까지 기간)는 2주입니다(참고로 대부분 바이러스가 2주입니다. 메르스도 에볼라도 그렇습니다). 잠복기 중에는 모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 될 수 있으니 아무튼 모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중증 합병증은 드물고 사망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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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홍반성 구진성 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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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결막염


7.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진단은 환자의 혈청에서 RT-PCR 검사(감염증 유전자 검사의 일종. 여기서 RT는 역전사를 의미)로 지카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여 확진합니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 연구원에서 확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휴식 및 수분을 섭취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만, 아직까지 지카 바이러스는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습니다.


8. 임산부가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있는 지역에 방문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있으면 의사의 면담을 받고 진단 검사를 해야 합니다. 물론 위험 지역을 방문한 모든 산모는 태아에게 소두증이 발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꼭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임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 지역에 방문 했을 경우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임신의 50% 정도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입니다.


9. 임신 이전에 위험 지역을 방문했고, 현재 임신 중입니다. 위험한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 오래 있지 못하며, 감염된 적이 있다고 해도 회복 되는 중에 항체가 생겨서 오히려 안심할 수 있습니다. 임신 전에 감염이 되었고 한국에 와서 임신이 되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자카 바이러스는 성접촉에 의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나 감염력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영국에선 유행지역에서 돌아온 남성의 경우, 무증상이라도 28일간 콘돔을 사용하고 감염 증상이 있거나 확진을 받은 경우에는 완치 후에도 6개월간 콘돔을 쓰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오버한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곧 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 산부인과 의사로서 임산부들이 어떻게 해야 할 지 한 번 더 말씀해 주세요.

임산부의 경우 최근 2개월 이내 환자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여행을 할 경우 태아의 상태와 예방법에 대해서 상담을 해야 합니다. 주로 모기에 의해 전염이 되므로 모기를 조심하시고, 모기기피제를 사용하셔도 됩니다(모기 기피제는 임신 중 사용이 가능합니다).

귀국 후에는 여행 전 상담 받은 의료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고, 2주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 기관에 말씀을 하셔야 됩니다.


모기 기피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



개방된 장소에서 모기향을 피우는 건 효과가 별로 없다.
모기는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을 마친 사람을 더 좋아하므로 운동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자. 
임산부는 체온이 높고 대사량이 많아 일반인보다 모기에 더 잘 노출된다. 
모기는 어두운 색에 더 반응하기 때문에 야간 활동 시 가능한 밝은 옷을 입자.
모기들은 위에서 언급한 사람 옆에 몰려드니, 그 옆에 있는 게 모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 Reference
질병관리본부 매뉴얼



raksumi

"원전 더 지으면 안 돼요, 다 죽는다니까요"


16.02.01 20:46l최종 업데이트 16.02.01 20:47l




지난해 8월 21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열린 갑상선암 공동소송 2차 재판에 희끗희끗한 눈썹의 외국인이 원고 측 증인으로 나왔다.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 과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버스비(71) 박사였다.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는 1997년 유럽의회 내 환경보호그룹의 주도로 설치된 단체다. 각국 원자력업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와 달리 독립적인 활동을 펼친다. 지난 2003년에는 '저선량 전리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낮은 수준의 방사선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고 2010년에는 학계가 소홀히 다뤘던 인체 내부피폭 문제에 주목하는 등 ICRP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유럽 방사선 권위자, 한국 법정에 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피폭량 계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준치 이하의 피폭도 암 발생의 원인이 됩니다."

버스비 박사는 이날 5시간 여에 걸친 증언을 통해 '원전과 인근 주민의 암 발생은 관련이 없다'는 한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ECRR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세계 곳곳의 원전 건강피해 관련 소송에서 30여 차례 증언한 경험이 있는 그는 먼저 ICRP가 정한 피폭량 계산 기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설명했다. 

'방사능 에너지의 크기'를 '인체의 질량'으로 나누어 평균값을 구하는 ICRP의 단순 대입방식은 외부 피폭에만 적용 가능하며, 방사성 물질이 몸속에 들어가 세포 수준에서 피폭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전 주변에서 발생하는 피폭의 대부분은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해 인체 내에 흡입돼 일으키는 내부 피폭인데, 특정 방사성물질이 세포에 흡착되면 본래 에너지의 1만 배 이상으로 피폭을 일으킨다. 이 경우 한수원이 측정한 피폭량에 1만 배 이상을 곱해야 실제 피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버스비 박사의 주장이다. ICRP의 계산법으로 국내 원전 주변 지역의 암 발병률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피폭량 측정값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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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연구결과 원전과 갑상선암은 관련이 없다'며 홍보하고 있는 한수원.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전이 주민들의 거주지역과 아주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 한수원 블로그
ⓒ 이문예

버스비 박사는 기준치 이하의 피폭, 즉 저선량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암 발병에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했다. 고선량 방사능은 세포 자체나 유전자를 파괴하지만, 저선량 방사능은 세포 유전자를 암세포로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약리학에서는 높은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도 소량을 사용하면 오히려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호메시스(Hormesis)'라고 한다. 여기서 유래한 말로 '방사선 호메시스(Radiation hormesis)'라는 용어가 있는데, 소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생명체의 생리 활동을 촉진해서 암 발생률을 낮추거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김종순(64) 가톨릭의대 방사선과 초빙교수는 "저선량 방사능의 경우 암과 관계가 없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독을 소량 먹으면 몸에 좋은 경우가 있듯이 저선량 방사선의 경우 오히려 암 발생을 줄이는 경향성을 갖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실험을 해보니 저선량에서도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차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직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티 디 러키 미국 미주리대 교수가 주장한 이 이론은 국내 원전찬성론자들이 자주 인용하지만, 일관된 결과가 없어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남녀 갑상선암 발병률 높아

한수원은 원전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문제 제기에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에 책임이 없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원전 지역 주민 545명의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버스비 박사의 증언과 함께 서울대 안윤옥 연구팀의 보고서 및 후속보고서를 중요한 증거로 내세워 이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진행하고 안윤옥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는 원전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진행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코호트 연구(전향적 추적조사)다. 

1989년 전남 영광원전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의 아내가 뇌 없는 아기(무뇌아)를 두 번이나 유산한 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정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영광, 고리, 월성, 울진 등 전국 4개 원전지역 주민과 대조지역 주민 등 총 3만6176명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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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 월성본부 앞에 원전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지난해 6월 수명 연장이 결정돼 현재 재가동되고 있다. ⓒ 이문예
ⓒ 이문예

보고서는 원전 5km 이내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전에서 30km 이상 떨어진 대조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에 비해 2.5배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정작 결론부에서는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성과 원전 사이에 인과적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는 찾을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남성의 경우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갑상선암 외에 다른 암의 증가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15명의 전문가들이 보고서 재검토 및 재조사에 들어갔다. 백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원 보고서의 자료를 다시 분석한 후속 보고서에서는 이 지역 여성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대조지역에 비해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보고서와 달리 남성 갑상선암도 대조 지역에 비해 3.3배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후속 연구에 참여한 주영수 한림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남성 암 환자의 경우 비교 대상 표본의 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남성 갑상선암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하기보다 '경계성 수준의 유의성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표본 수(암 환자 수)가 적은 것을 원인으로 보는데, 앞으로 관찰기간이 오래되고 암환자가 많이 확보되면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김종순 가톨릭의대 방사선과 초빙교수는 "원전 주변이나 서울이나 방사선량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니까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조사할 가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후속 보고서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전국 128개 지역에 환경방사선감지기를 설치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원전 주변 지역과 수도권의 방사선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은 토양이 오염됐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토양이 오염되면 이렇게 암이 산발적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남녀차이도 없다"라며 "우리나라는 (갑상선암이) 서울과 원전 주변 지역을 포함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다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다른 원인으로 '초음파 검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후속보고서는) 원자력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보고서에서도 검진으로 환자 발견이 늘어났을 가능성에 대해 검토가 이뤄졌고, 주변지역에서 대조지역에 비해 더 많은 검진이 이뤄졌거나 의료이용률이 높다는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국 원전 지역 주민대상 세밀한 추적조사 필요

지난 2014년 법원은 '균도소송'(관련기사: '원전 옆 살았더니 온 가족이 암과 장애')에서 역학조사 결과를 인용,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책임의 일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있다고 판단했다. 

원전 근처(원전으로부터 5km 이내)에 거주하는 것이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제시된다. 원전으로부터 직접 누출된 방사선에 주민들이 피폭됐거나, 방사능에 오염된 해조류를 과다 섭취하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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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앞바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미역, 다시마 건조대 뒤로 원전이 보인다. ⓒ 이문예
ⓒ 이문예

주영수 교수는 먼저 원전으로부터의 방사능 누출 가설에 대해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누출이 없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아직 근거를 못 찾아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근거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 많은 것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가설에 대해서는 "해조류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짧지만 지역 주민들의 경우 생으로 섭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민의 건강 염려가 과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두 번째 가설을 설명하려면 해조류와 다른 오염 물질들은 왜 방사능에 오염이 됐는지부터 증명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아직 증거를 찾아내고 오염 과정을 입증할만한 조사는 진행된 것이 없다.

주 교수는 "국가가 암 등록 자료와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매년 전국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관찰하면 원전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분야에서 꾸준하고 상세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랐다. 안윤옥 교수팀의 역학조사 보고서도 "코호트 규모가 작고 추적기간이 짧아 통계적 검정력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코호트를 확대해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후속연구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원전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우 가까운 거리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첫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원전 1호기가 1977년 가동을 시작한 지 40여 년이 되도록 건강권 관련 연구가 이뤄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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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반핵운동가들이 고리원전이 보이는 해안가 곳곳에 붙인 반핵 스티커. ⓒ 이문예
ⓒ 이문예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변영철 변호사는 암에 걸려 목소리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을 만나면서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균도소송과 주민공동소송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주길 희망했다.

"원전은 더 이상 지으면 안 되고, 있는 원전도 폐기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암 걸려 다 죽는다니까요. 우리 모두가 전기를 쓰고 있으면서 원전 주변에 안 산다고 이렇게 (무관심)하면 안 되죠. 한수원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원전은 꾸준히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주민들은 암에 걸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 김정은 돕고 싶나?


[특별기획 : 코리아, 제2의 핵시대를 묻는다(4)] 김무성의 '무대포' 사드 배치 발언
'무대포'다운 발언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월 1일 최근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즉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핵은 국가의 안보와 국방에 직결되고 우리의 생사가 걸려있는 치명적인 사안인 만큼 국제적 이해관계는 부차적 문제로 누구의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중국 눈치 보지 말고 사드 배치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정치인, 특히 집권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책임성'(accountability)을 망각한 무대포식 발언이다. 본인은 이러한 발언을 통해 '안보에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겠지만, '묻지마식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태롭게 할 '트로이의 목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검토' 발언 이후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와 군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집권 여당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사드의 정치화'는 불가피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일부 언론은 야당의 입장이 뭐냐고 다그칠 것이고, 이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 입장을 밝히면 '종북주의'와 '친중 사대주의'로 몰아가려고 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 속에 내포된 사드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는 마치 사드가 없어서 한국의 안보가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대북 억제의 힘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강력하고도 압도적인 한미동맹의 보복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사드는 북핵을 막는데 별로 실효성도 없고,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단거리 미사일 등 사드 회피 수단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김 대표는 또한 사드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단세포적 이해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갖고 있는 쪽이 방어력까지 강해지면, 그 방어용 무기는 어떠한 공격용 무기보다 강한 것이 된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이 1972년 탄도미사일 방어(ABM) 조약을 체결했고, 40년 동안 이 조약을 '전략적 안정과 세계 평화의 초석'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무대포 정신의 백미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자'는 것이다. 화끈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김 대표의 '책임성' 결핍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발언을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주가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국익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중국의 입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직접 나서 사드를 챙길 정도로 국가적 문제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밖에 없다. 양국 내 민족주의 감정이 충돌해 한중 관계의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이미 노란불이 켜진 한국 경제가 빨간불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사드 배치는 전략적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약'이 될 수도 없다. 

또 주목할 것이 있다. 사드 배치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사드를 회피할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갖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반면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는 일대 파란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북핵에 대한 국제공조의 균열을 키워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사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우려가 합리적인 것인가의 여부이다. '눈치' 운운하면서 감정적으로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한결같은' 공식 입장은 "모든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입장이 '기우'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 이유를 설명해주면 된다. 그런데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드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이 넘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왔다. 왜 그럴까? 미국의 '이중 게임' 속에 그 답이 담겨 있다. 

미국은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다. 어떨 때는 사드가 중국과 무관하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입으로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도 중국의 안보 우려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한다. 사드는 '지역 MD'의 핵심적인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사드 역시 중국 견제용과 무관치 않다.

결론적으로 사드 배치론을 들고나온 김무성 대표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그리고 실제로 이게 이뤄지면 김 대표 개인적으로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내 반대파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수록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대다수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가짜 안보 프레임'에 장단을 맞춰져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 사드를 비롯한 MD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MD 본색 : 은밀하게 위험하게>를 참고해 주십시오.  

북, “수소탄 핵대국보다 몇십 . 몇백배 위력

“미국 공생공존법 배워야할 것” 강조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2/02 [08: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이정섭 기자

조선은 '수소탄' 핵실험의 폭발력이 작았다는 점을 이유로 '실패'로 규정한 외부의 평가에 대해 1일 "핵폭발 능력을 임의로 조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일 조선의오늘을 인용 정일철 '남조선문제연구사'가 ‘조선의 오늘' 기자와 나눈 대담에서 "수소탄이 폭발하면 몇십 Mt(TNT 화약 백만 t에 해당)의 폭발력이 발생하는데 조선에서 시험한 수소탄은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인 몇 kt의 폭발력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것이 실패의 근거라고 강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정인철 연구원은 "만약 우리 령토(영토)가 미국이나 기타 나라들처럼 땅덩어리가 넓다면 얼마든지 지금껏 핵 대국들이 실시해온 수소탄 시험보다 몇십, 몇백 배나 위력한 수소탄을 터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은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당장 걷어치우고 수소탄까지 보유한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인 조선과 공존,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6일 단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3차 핵실험(위력)은 7.9㏏, 지진파 규모는 4.9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위력이) 6.0㏏, 지진파는 4.8로 더 작게 나왔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수소탄' 폭발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4차 핵실험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이 의식화 되었습니다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이 의식화 되었습니다
김욱 | 2016-02-02 08:56:5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부산지하철 미화원 노동자들이 바뀌기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그 전에도 노동조합이 있기는 했지만 미화원 노조의 활동이 본격화 되기 시작한 건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서비스지부로 편입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의 변화엔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 상황을 돌파하면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지부의 출범은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비정규직사업에 힘입은 바가 컸다. 미화원 노조 자체의 투쟁력이나 조직력은 아직 탄탄하지 못했다.
정규직 노조와 함께 한다는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용역업체의 견제도 심했다. 서비스지부의 투쟁에 대한 사측(용역업체)의 압박이 점점 세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미화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 그 때문에 조합원 가입자 수가 서비스지부 출범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없지 않았다. 서비스지부가 단련되었다. 미화원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 개선되면서 조합의 필요성을 조합원들 스스로 깨닫게 되었고 여러 투쟁을 겪으면서 서비스지부에 맞는 운영과 투쟁 방식도 터득했다.
서비스지부가 처음으로 자신들의 힘을 실감한 것은 선거였다. 부산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노조라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위원장을 뽑는데 자신들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위원장 선거는 보통 100표 내의 차이로 결정되는데 서비스지부 조합원은 300명이 넘었다. 표를 얻기 위해 고개 숙이는 정규직 노조위원장 후보들을 보고서야 자신들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서비스지부가 그냥 노조에 곁불이나 쬐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간의 단련과 자각이 힘을 발휘하면서 서비스지부는 지난 투쟁에서 몇차례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중에서 출퇴근 차비 확보 투쟁에서의 승리는 조합원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쾌거였다.
지난해까지 미화원들은 지하철에 출퇴근하면서 차비를 내고 다녔다. 만약 차비를 내지 않고 출퇴근하다 발각되면 일반인처럼 3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돈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였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돈을 내고 다니는 것에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서러움마저 느꼈다. 지난 12월 서비스지부의 출퇴근 차비 확보 투쟁이 전국적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이 문제는 즉각 해결되었다.
이제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예전의 그 조합원들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투쟁을 통해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것과 그 힘을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7년 동안 이어져온 사측의 탄압에도 단련되었다.
한마디로 ‘의식화’된 것이다. 주어진대로 생각하고 시키는대로 따르면 그대로지만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자신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의식화된 미화원 노동자들은 이제 거칠 것이 없다. 힘이 없는 게 아니었다. 힘이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힘을 쓰면 된다.
▲부산과 대구를 제외하고 다른 지하철은 정부 권고대로 미화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주고 있다. 최저임금 시급은 6천 원대이고 시중노임단가는 8천 원대다.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은 최저임금만을 받는다. 그 이상 절대 넘지 않는다. 고로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건 최저임금위원회다.
이게 얼마나 모욕적인 상황인가? 부산지하철 사측은 미화원들의 적정임금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이다. 이건 부산지하철 미화원들은 최저임금을 받아도 당연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최저임금은 법적 하한선이지 적정임금이 아닌데 말이다.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은 서울, 인천, 광주가 시중노임단가를 받는데 자신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이유를 안다. 그건 노사의 문제를 벗어난 정치의 문제다. 부산지하철만을 상대해선 결코 풀릴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부산시 민원실에 들어서는 서비스지부 조합원
자신들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의식화된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에게 이제 넘어서지 못할 벽은 없다. 지부장은 부산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조합원들은 시내 곳곳에서 일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50대 이상의 아주머니가 대부분인 서비스지부 조합원이 부산 곳곳에서 만드는 일인시위 모습은 부산시민에겐 낯선 풍경이다. 눈길을 돌리게 하는 그 낯선 풍경이 또 다른 의식화의 씨를 심어주게 될 수 있다.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의 의식화는 그래서 그 어떤 의식화보다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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