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2일 중국 심양에서 남북해외 연석회의와 관련한 실무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선 북측이 제안한 연석회의, 6.15민족공동위원회가 합의한 광복 71돌 민족공동행사와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및 각계층 통일회합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보도문을 채택, 발표했다.
이번 회의엔 남측에서 조성우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 4명, 북측에서 김완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 부위원장 등 5명, 해외측에서 손형근 연석회의 해외측준비위 부위원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보도문에서 “올해 광복 71돌을 계기로 진행하기로 했던 연석회의를 가지지 못했지만, 연석회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출로를 열어나가는 합리적 방도이며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큰 제안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반도에서 대결과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통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석회의 준비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남측에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따라 전민족적인 공동준비기구를 구성해나가기로” 했으며 “연석회의 성사를 비롯해 통일회합과 접촉을 전면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을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적극 협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6.15남측위는 “현재와 같은 민간교류 전면 중단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남북관계 위기를 격화시킨다는 점에서, 정부의 거듭된 불허에 굴하지 않고 남북해외의 만남을 통해 민간교류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회의에 참석한 동기를 밝혔다. 아울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통일회합과 공동행사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보도문
<6.15남측위원회 연석회의추진기획단>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및 <해외측 준비위원회> 사이의 실무회의가 8월 11~12일까지 중국 심양에서 진행되었다.
회의에서는 북측이 제안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과 그 최고 형식인 연석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한 당면 활동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하였으며, 광복 71돌 민족공동행사와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및 각계층 통일회합 문제 등에 대해서도 토의하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올해 광복 71돌을 계기로 진행하기로 하였던 연석회의를 가지지 못하였지만, 연석회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출로를 열어나가는 합리적 방도이며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큰 제안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
회의에서는 당면하여 한반도에서 대결과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통일을 위한 민족의 단합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석회의 준비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나가기로 하였으며, 향후 남측에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따라 전민족적인 공동준비기구를 구성해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연석회의 성사를 위한 활동을 실정에 맞게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남 북 해외 대표단은 연석회의 개최와 함께 광복절 민족공동행사,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등이 남측 당국의 불허로 이번 광복절에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였으며, 남 북 해외의 접촉과 왕래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 해외는 앞으로 더 긴밀히 연계, 협의하면서 연석회의 성사를 비롯하여 통일회합과 접촉을 전면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을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적극 협의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연석회의 추진기획단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조국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남 북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해외측준비위원회
사드 배치를 두고 논쟁이 점점 과열돼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6명이 사드 문제로 중국과 토론하고자 지난 8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중하겠다고 하자 보수언론은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까지 나서서 이들의 매국 행위로 맹폭을 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면서 그동안 SNS에서 자기 입장을 자유롭게 표명해온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사드 문제 등에 어떤 입장일지 궁금해 지난 10일 그의 사무실에서 사드 문제와 함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더민주 의원 6명의 방중을 매국 행위로 규정한 것에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비판은 매우 부적절하고 어이없는 일”이라면서 “한 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의원외교 차원에서 막아보려고 작은 노력을 하겠다는 것을 정부에서 오히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풀려서 이적행위라도 되는 양 매도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주장은 70년대 유신정권식 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매국 행위로 주장한다는 견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하다고 하는 거다. 우리가 힘으로 중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쪽과 합리적인 대화로 잘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내정치에서 얻어지는 작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서 국가 간의 관계를 두고두고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 이영광 기자
인터뷰 전날인 9일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친박인 이정현 의원이 뽑혔고 최고위원도 친박계가 차지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위한 변화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끝까지 지든 이기든 자기들 식으로 가겠다는 고집을 내보인 게 아닌지 저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협치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에 대해선 “평생 노력해서 지켜오신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시다가 세상을 뜨셨는데 지금 상황이 더 나빠져 있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큰 어른이 지금 안 계신 게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다음은 김홍걸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새누리, 초선 방중 비판, 사드사태 책임 전가…무책임한 태도”
- 지난 8일 더 민주당의 초선의원 6명이 방중한 걸 두고 논란이 되고 있어요.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6명을 사춘기 청소년 같다고 비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고 주장 했는데.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비판은 매우 부적절하고 어이없는 일이에요. 일단 그분들이 중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개인 자격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입장도 전하고 한 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의원외교 차원에서 막아보려고 작은 노력을 하겠다는 것뿐인데 그것을 정부에서 오히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풀려서 이것이 이적행위라도 되는 양 매도해요. 그러나 얼마 전까지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던 중국이 갑자기 적성국가로 변한 것도 아닌데 매국노나 이적행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요.
또,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70년대 유신정권식 사고고 헌법상으로도 국회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주요사항을 동의받도록 돼 있는 것은 그것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의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는 걸 한 번에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는 태도죠.
대통령이 그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논란이 많을 걸 안타까워한다면 처음부터 야당과 국민께 공개하고 그동안을 상황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시키는 대로 들으라는 것은 독재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정부여당이 일을 키운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은 언론에도 크게 홍보하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던 것인데 오히려 정부여당 측에서 이것을 크게 부풀려 놓고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고 또 대중 관계를 자기들이 나서서 악화하는 걸 막을 능력이나 상황이 안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해보라고 얘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당국자의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게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하다고 하는 거예요. 국제관계가 굉장히 미묘한 것이고 중국의 태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힘으로 중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쪽과 합리적인 대화로 잘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내정치에서 얻어지는 작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서 국가 간의 관계를 두고두고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 성주도 방문하셨잖아요. 성주 분위기는 어떤가요?
“제가 성주에 가서 분위기를 보니 사실 그전에 보도를 보고 가기는 했지만,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곳에 좁은데 현수막이 2000개나 달려 있었는데 다 사드 배치 반대 내용이죠. 그리고 군민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에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지식을 쌓으시고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주셨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확실히 이번에 오판 한 거죠. 시골에 사는 분들이라고 과거처럼 공중파 또는 보수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를 안 해주면 정보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그저 나라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순순히 따라올 것으로 과소평가했다가 그분들이 저렇게 싸움을 이끌어 나가시니 정부도 상당히 놀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가 7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략적 모호성, 국제관계에서 쓰는 것…반사이익만 노리다 제2새누리 될라”
-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더민주는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있어요. 이에 김 전 위원장께서는 “당당하게 정책과 노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셨어요. 하지만 김종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수권정당이 되는 데 도움 안된다고 하는데.
“전략적 모호성이란 말을 이런 상황에서 쓴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상황이 불분명할 때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때 쓰는 것이죠. 하지만 정당은 언제든지 주요 현안에 대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투쟁을 하면 안 된다고 해요. 지난 총선의 좋은 성적은 저희가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잘못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얻어진 것이 많아요. 그런데 그것을 마치 저희가 잘해서 된 것으로 착각하고 부자 몸 사린다는 하는 식은 굉장히 어리석은 판단이죠. 오히려 조건부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국민을 위해 싸우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분들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김 대표는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성주 방문이나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것을 두고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글쎄요. 그분들이 말하는 소위 우클릭을 해서 새누리당과 비슷한 정당이 될 바에는 차라리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게 낫죠. 제가 그분께 하고 싶은 말씀은 저희가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그분이 도로 새누리당 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에요.”
- 사드 문제만 놓고 보면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시해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번에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 그 부분은 분명히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다수 당원과 의원들의 뜻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옳은 것이죠.”
- 더민주 지지자들이 원하는 건 선명성을 가진 강한 야당이에요. 더민주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바뀔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더민주를 보면 당 대표 바뀐다고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인데.
“이번에 전당대회에서 지금 나와 계신 후보들이 제가 보기에는 잘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 당원들이 바라왔던 선명한 야당 그리고 선진화된 당 운영 또 일반 지지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정당운영에 있어서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또 그런 변화가 있어야만 저희가 정권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 어제(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로 뽑혔는데.
“남의 당이라 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동안 그분이 지나친 막말, 그리고 이번에 KBS 보도에 개입하는 방송법 위반 의혹까지 받고 있는데 그런 분이 대표로 뽑히고 최고 위원도 소위 친박이라는 사람들로 대부분 뽑힌 것으로 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분들이 내년 대선을 위한 변화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끝까지 지든 이기든 자기들 식으로 가겠다는 고집을 내보인 게 아닌지 저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협치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야권지지자들은 이정현 의원이 대표가 되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요.
“글쎄요. 그쪽 사정으로 보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저희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얼마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서 수권정당으로 인정 받느냐는 게 더 중요하지 대선에서 상대편이 못하는 것에 대한 반사이익만을 노려서는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의 7주기가 다가오잖아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더욱 김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께서 사실 평생 노력해서 지켜오신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시다가 세상을 뜨셨는데 지금 상황이 더 나빠져 있어서 저도 답답하게 생각하고 그것이 제가 정치에 뛰어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돌아가신 어른 같이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큰 어른이 지금 안 계신 게 아쉬워요.”
“DJ 정신은 대의 추구…눈앞 이익 연연해 분열하면 계승자 아냐”
- 김 대통령은 생전에 야권의 통합을 주장하셨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야권이 분열되었어요.
“그분은 평생 사리사욕이나 사적인 감정을 뛰어넘어서 대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과거 70~80년대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그분이 정치적 라이벌이고 그분을 도우면 나중에 적수를 돕는 게 되는 것으로 아셨지만, 독재정권과 싸워야 한다는 대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을 도왔습니다.
그런 것처럼 돌아가시기 전에 야권이 하나로 뭉쳐서 수구 보수 기득권 정권에 맞서서 정권교체를 하라고 유지를 남기고 가셨는데 눈앞의 작은 정치적 이익에 연연해서 야권을 분열시키려고 한다거나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반하는 행동을 한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 6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광장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의 밤 콘서트가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으셨어요.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파탄 났어요.
“그분이 평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셨고 6‧15정상회담을 이뤄내셨죠. 그분이 주장하셨던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준다고 보수세력은 공격했지만, 그분은 냉정한 현실주의자이고 합리주의자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합리적인 정책을 꾸준히 인내심 있게 계속 따랐다면 지금 결과가 달랐을 텐데 그동안 남북 간의 대화를 포기하고 반대의 길로만 간 결과가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봐야겠죠.”
- 김 전 위원장께서 기억하시는 아버지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요?
“그분은 일반 가장처럼 집안일을 일일이 챙기시지는 못하셨지만, 저희 자식들에게 바른 삶을 살도록 좋은 교훈을 많이 주셨고 그분이 과거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어느 누구도 그분이 군사정권과 타협해서 목숨을 살리고 저희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일이 되도록 바란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 김 전 대통령과 기억에 남는 일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그분은 감옥에 두 번 가셨어요, 남들은 감옥에 가는 걸 인생 최악의 경험이라고 하는 데 그분은 그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왜냐면 밖에서는 바빠서 하지 못한 독서와 공부를 감옥에서 하셔서 실력을 키우는 좋은 기회로 삼으셨기 때문이죠.
76년 처음 감옥에 가셨을 때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었는데 감옥 생활을 2년 하신 후에는 서울대 병원에 계셔서 면회를 가면 영어 참고서를 놓고 제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실 만큼 영어 실력이 향상되어 나중에는 감옥에서 배운 영어로 미국에 가서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실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이 늘어나셨습니다.”
- 어느 때가 가장 그리우세요?
“그분이 살아계셨을 때 이루신 업적이 후세 정치인들에 의해서 훼손당하는 일이 생길 때 그분 생각이 자꾸 나게 되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GO발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홍걸입니다.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분이 지키시려 했던 민주주의와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이번에 정계에 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따라서 무엇이 되는 것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서 제가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는 정치가 바뀌고 우리나라에 정부가 바뀌어서 여러분들이 지금 답답해하시는 것들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데 힘이 될 수 있도록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지금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8월 7일 경남 함양군 지리산 함양시장을 방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조 임금들의 얼굴은 궁궐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민가의 생활을 암행 시찰한 것으로 알려진 숙종이 얼굴을 내놓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왕조 최초로 임금의 이미지가 궐 밖에까지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고종 때였다. 고종은 임금을 그린 초상화인 어진 외에도 신문물인 사진이나 서양식 유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대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제군주정이었던 시대, 위엄을 지닌 임금의 이미지를 널리 유포해 권위를 세우고 우러름을 받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미지를 정치에 도입한 최초의 임금이었음에도 고종은 특히 사진을 통해 표현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관해 깊이 이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사진을 보면 고종이 복장과 배경에 신경써서 괜찮은 ‘그림’을 만들려고 했던 점이 엿보인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 이후에도 카메라를 통해 황실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 보이려 했던 것은 바뀌지 않았다. 신문물이 한 발 앞서 들어온 일본이나 서구 열강의 군주들에 비하면 늦은 셈이지만, 함부로 어진을 볼 수 없게 해 왕조의 위엄을 세우려 했던 선대보다는 이미지의 정치를 잘 예측했던 셈이다.
현대에 이르면 정치인들은 늘상 카메라 앵글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민생을 탐방한다는 이유로 수염도 깎지 않고 수수한 차림새로 시장이나 노동현장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들르는 행보는 으레 거쳐가는 필수 경로나 다름없게 됐다. 남는 것은 사진과 이미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전국의 민생현장을 돌아다닐 때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히말라야 도보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SNS에 올라올 때, 두 정치인의 얼굴엔 깎지 않은 수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당직에서 물러나 ‘야인’ 또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미지가 언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재래시장, 독도, 탄광 곳곳 SNS게재…“순식간에 만표 왔다갔다 한다”
김무성 전 대표가 민생투어를 시작하기 전 김 전 대표 의원실에서는 기자들에게 공지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민생투어의 일정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고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불필요한 혼잡이 있을 수 있으니 김 전 대표의 방문일정을 사전공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김 전 대표가 돌아다닌 행적을 홍보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SNS 등을 통해 김 전 대표가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가 빠르게 공유됐다. 김 대표가 팽목항에서 수심 깊은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던 사진과 지리산 자락의 함양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손을 잡는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7월 25일 독도를 방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도경비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염을 기른 상태로 부탄 총리를 접견하고, 네팔 현지음식을 손으로 먹는 모습이 SNS는 물론이고 이를 인용한 언론의 보도에 등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전의 수염은 사라졌지만 독도와 백령도를 방문하는 등 김 전 대표와 비슷한 민심 탐방 행보가 이어졌다. 10년 전인 2006년 민생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이미지 정치를 잘 활용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당시 탄광에서 수염난 얼굴에 땀과 검댕이로 뒤범벅이 됐던 손 전 대표의 이미지는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앞두고 각 대선주자마다 전열을 꾸리고 행보를 넓혀가는 시점에서 ‘민생’이라는 키워드의 이미지 정치가 전초전 격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득표와 당선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단지 선거국면에서만이 아니라 당내활동이나 의정활동 중에도, 당직이나 공직에서 물러나 정해진 소속이 없는 시기에도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산돼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 중에는 ‘무플보다는 악플’이란 말처럼 욕 먹는 기사라도 올라오는 걸 더 좋아한다는 쪽도 많은데, 지역구에서만이라도 어디든 가서 사진 한 장 남기는 식으로 눈도장 찍고 (기사에) 한 줄이라도 더 나오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의 표에 신경써야 하는 국회의원을 넘어 전국 단위의 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대선주자의 입장에서는 선거까지 남은 일정에 맞춰 그때그때 정치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은 정치인과 주변 참모들을 고심케 하는 과제다. 목소리와 발음, 패션과 옷의 색깔, 신체언어 등 조금이나마 유권자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여론동향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던 한 당직자는 “토론이나 연설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나갈 때마다 트위터나 각종 사이트, 뉴스 댓글까지 훑어보며 어느 시점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일일이 분석했다”며 “상대 후보에게서 보이는 반응까지 고려해 계속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일이 잘 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몇 만표가 왔다갔다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증할 정보 없는 중고차 시장과 같아
내년의 대선에 대비해 수면 아래서 시기를 재고 있는 ‘잠룡’들이 등장할 타이밍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어떤 이미지로 인상을 남기느냐의 문제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생’을 앞세운 대선주자들이 여러 현장을 방문하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쇼맨십’ 또는 ‘퍼포먼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흔한 공식이 됐다. 보여주기식,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권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 손을 잡지만 진지한 고민과 대안 모색은 부족하다는 것이 비판의 배경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대선주자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잘 다듬어서 보여주는 이미지에 비해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시민들이 반복되는 구도의 이미지 대신 현실적인 내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만큼이나 이미지 정치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는 역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한 전통시장에서 방앗간 상인과 대화하며 “국산 고춧가루가 귀하다”고 한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세상 물정에 밝지 않은’ 이미지를 지닌 대통령인지라 일각에서 “고춧가루 값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간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동안 책을 읽으며 정국을 구상했다고 했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휴가를 책과 보고서를 읽으며 보냈다고 SNS에 올렸다. 책을 읽고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그나마 정치인의 이미지에 맞는 콘텐츠를 갖추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휴가 때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향후 정책 수립에 참고하는 것처럼 빈약한 정치적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는 현 정치권에서는 이미지 정치에 걸맞은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길에 오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경동주식회사의 황조본갱에서 근로직 직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용 없이 꾸며진 이미지만 넘쳐나는 정치의 문제는 하루이틀 된 사안이 아니지만 현대 정치에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자체는 꼭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이미지와 정책을 칼로 자른 듯이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정책적 함의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이미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득세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상을 읽고 시민들이 어떤 정치적 욕구를 품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병진 교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사회의 욕망이 투영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기도 하다”며 “이미지를 뒷받침할 내용이 없는 정치인들은 쉽게 한계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유권자가 그들을 검증하면서 대선주자들 간의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치밀한 검증은 이미지 정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인 동시에 보다 적합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지 정치가 만연한 정치판일수록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정책 지향과 실현 능력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데 있다.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를 소비자로, 각각의 정치인들을 생산·판매자로 비유하면 정치 역시 시장과 비슷한 거래가 오고가는 영역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팔리는 것이 정치인의 이미지인지 정책과 능력인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 소비자로서의 유권자들에겐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외에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의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이다. 과거 대형 사고가 난 적이 있는지, 부품들이 작동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매자가 알리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정보 비대칭 상태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레몬 시장’에서는 실제로 구입해 보고 나서야 진짜 품질을 알 수 있는 재화가 거래된다. 유권자들은 투표 후 당선자를 뽑고 난 뒤에야 당선자가 직책에 맞는 정치인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결국 해당 시장에는 저질의 불량품만이 나돌아다니게 된다.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보다 나은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품질로 차별성을 알릴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치라는 시장이 레몬 시장이면서 독과점 시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대체재가 있는 중고차 시장과는 달리 정치에는 대체할 시장이 없다. 한국 정치가 맘에 안 든다고 미국 가서 투표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수의 대선주자군 외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대안 후보를 세우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할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저마다 다른 시민들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민주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밝히고 있는 정견과 강령에 따라 민의를 모아야 하지만 국내 정치상황은 정당구조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미지 정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정치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유권자들이 관객의 역할이라면 각 정당이 여러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며 그 정당의 대표주자가 지휘자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정당 내부의 다양한 파트들이 불협화음을 피하고 조화로운 연주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그 정당의 흥행과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특정 정치인 위주의 이미지 정치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인 정당을 바라보며 연주를 지휘하지 않고 돌아서서 관객을 똑바로 마주보고 정치하는 꼴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당연히 연주는 엉망이 되고 지휘자는 신뢰를 받지 못하며 관객들은 불만이 높아진다. 하지만 지휘자와 관객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불만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오케스트라도 서너 개 있지만 사정은 똑같다. 오케스트라를 고를 선택권은 있지만 불협화음이 내는 불쾌한 연주를 피할 도리는 없는 셈이다.
시민들 ‘쇼맨십’에 거부감 보이기도
나아가 소수의 대표 정치인에 좌우되는 이미지 정치는 사실상 민주주의라기보다 귀족정치에 가깝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소수의 귀족적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정치력을 보증해주는 대상으로서 표를 바치는 유권자들만 필요할 뿐 유권자들에게서 선택을 받은 뒤에 져야 할 책임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박 대표는 “내년 대선을 대비하는 국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정치적 특권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소수의 정치인들 위주로 대선을 치르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 이후 지금의 문제가 반복되거나 더 큰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프러시아식 정장을 하고 찍은 사진.
결국 이미지 정치의 반대말인 정책 정치나 어젠다 정치가 자리잡으려면 우선 각 정당들이 보다 정치적 구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같은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제일 힘 있는 한 사람 지시가 그대로 당 전체에 퍼지는 오더 정치를 완전히 막진 못하더라도 어느 자리에 누가 앉느냐와는 상관 없이 당이 본연의 틀 정도는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전대만 했다하면 휘청휘청하는 모습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도 소속 당을 향해 “당론이 정해지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면 토론이라도 화끈하게 벌어져야 하는데 서로 눈치만 보며 조용히 있는 당에서 어떤 활력이 나오겠느냐”며 쓴소리를 냈다.
고종이 선대 임금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유포한 데에는 본인의 의지도 작용했지만 일본을 비롯한 각국 열강의 압박이 더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러일전쟁 승리 이후 조선의 내정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한 일본의 요구로 일본 덴노의 이미지를 유포하던 방식과 비슷하게 고종의 이미지가 민간에 퍼져나간 것이다. 고종의 초상을 통해 근대 초기의 시각문화를 분석한 <이미지와 권력>의 저자인 권행가 덕성여대 연구교수는 저서에서 “조선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의 황제는 일본의 천황 사진 아래, 훨씬 작은 크기와 장식으로 배치되었다”며 “고종은 이미지 재현의 주체가 되려 했으나 일본에 의해 선전용 이미지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식민지로 넘어갈 위기의 국내 상황을 자신의 권위적 이미지로 가리려 한 고종의 행보는 결국 망국이란 결과를 낳았다. 정치인의 이미지에 가려 시민들의 여론은 반영되지 않는 현대 한국의 정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생겨선 안 되는 모임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들이었다 빨리 없어져야 할 슬픔의 집 더 이상 회원이 늘면 안 되는 단체였다" - 송경동, ‘가는 길 험난하여도-유가협 30주년을 기억하며’ 중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오후 5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남수 회장을 비롯하여 유가협 회원 50여명과 유가협 후원회장인 청화 스님을 비롯하여 축하객 3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협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춤패 마구잽이의 여는 공연에 이어 청화 스님의 여는 말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해동 목사의 축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의 축시와 노래패 우리나라의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어 유가협 30년의 세월을 기록한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식이 진행되었다.
▲ 유가협 후원회장 청화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어렵사리 행사에 참석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89세).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청화 스님은 여는 말씀을 통해 최근 무더운 날씨로 나이 많은 유가협 회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더운 여름은 가고 만다. 아무도 붙잡지 않기 때문이다. 슬픔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고이는 물이다. 그 물이 30년간 고였다. 아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 고인 물이 유가협 회원들의 마음이다. 오늘 기념식을 통해 그 물의 깊이를 헤아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백기완 소장은 오늘 행사가 30년의 노고를 헤아리는 시간으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한숨만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유가협이 앞장서서 (최근 설치고 있는) 유신독재잔당 끝장내는 만인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박근혜 재집권음모를 끝장내고 정치꾼들 기회주의자들을 몽땅 쓸어버리는 일에 유가협이 앞장서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사를 한 이해동 목사는 “세상에는 올곧은 삶과 그릇된 삶이 있으며, 이러한 삶을 가르는 기준은 민족과 민주이다”라고 말한 뒤, “일제강점기 때는 그 기준이 민족이어서 죽음으로서 독립을 쟁취하려고 했던 올곧은 삶이 있었으며, 지금은 민족과 민주가 기준이 되어서 죽음으로써 그 올곧은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올곧은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자식으로 둔 분들이 바로 유가협 회원들이다. 또한 유가협 회원들은 숭고한 죽음을 선택한 자식들을 가슴에 묻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죽은 자식들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뜻이다. 우리의 역사는 이런 숭고한 죽음과 그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어 올곧은 역사가 되어 왔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연대사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고 한광호 열사의 이복형 국석호씨 그리고 세월호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나와 최근 투쟁상황을 전하며 힘들 때 마다 유가협 회원들의 찾아와 주어 많은 힘이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연대사를 전해 주었다.
특히 홍영미 씨의 발언 중 “유가협은 30년 동안 싸워왔지만 저희는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30년은 더 열심히 싸울 것이다”고 말하였으며, 이어 백도라지 씨의 발언 중에 홍영미 씨의 앞선 발언을 언급하며 “저는 이제 9개월 밖에 안됐고, 나이도 젊어서 50년은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서로 눈물로 격려하는 장면이 연출되자 참석한 축하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 두 작가로 부터 책을 헌정 받는 유가협 장남수회장과 정정원 부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유가협 30년의 기록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축시낭송과 축하공연이 이어진 후 진행된 출판기념식에서는 저자인 송기역 씨와 정윤영 씨가 나와 3년간의 기록과정을 설명하면서 송기역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회장이었던 배은심 여사가 ‘이것이 우리의 눈물이라네’라며 자료를 넘겨주던 사연을 소개하면서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윤영 씨는 “항상 거리의 투사로만 알고 있다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수면제를 복용하셔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순서에 따라 두 작가로부터 책을 헌정받은 장남수 회장은 돈 한푼 받지 않고 어려운 작업을 해준 두 작가와 책을 발행한 도서출판 ‘썰물과 밀물’ 김범종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우리 회원들은 내형제 내 자식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다. 정보기관의 감시와 이웃들에게 배척당할 때 오갈 곳이 없어 방황하다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도 유가협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30년 동안 (우리를) 격려해주신 원로 어르신들과 같이 투쟁해온 동지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 발언하는 장남수 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행사 대미를 장식한 참석자 전체 기념촬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행사 끝머리에는 유가협 후원회 김지혜 씨가 나와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드리는 편지글 낭독과 다큐창작소에서 유가협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작한 영상 ‘기억해요’ 상영, 노래하는 노동자 박준 씨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모든 식순을 마치고 먼저 유가협 회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개별소개와 기념촬영을 하였으며, 이어 축하객들도 무대로 올라와 기념촬영을 한 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 그래도 내 자식 잃고 남의 자식 살리려고 뛰어다닌 세월동안 우리한테 너무도 많은 자식들이 생겨버렸지 다 내 자식 가족이 되었어 우리가 저 많은 아들딸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거야 ......... - 유가협 창립 30주년 영상 ‘기억해요’ 나래이션 중에서
기억교실(10개 교실, 1개 교무실)은 희생 학생들의 부모와 뭇 시민들이 새로운 교육의 지표로 기리고자 했던 '교육과 추모의 현장'이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먼저 떠난 아이들의 후배들만큼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기억교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억과 약속의 길' 순례에 나섰던 시민들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 또한 교사 두 명과 네 명의 아이들은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이들이 수습될 때까지 만이라도 기억교실 이전을 미뤄달라고 요청을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46명이 생전에 선생님과 꿈을 나누며 키워가던 교실은 이제 더이상 그들의 공간이 아니다.
기억교실 유품 정리 마지막 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교실에서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416기억교실 이전을 앞두고 아들 고 전찬호군과 고 정동수군의 유품과 추모물품을 보존상자에 옮기고 있다.
"내 딸 예은이를 못 본 지 844일째. 이제 너와 친구들이 공부하고 뛰어 놀고 웃고 또 웃으며 꿈을 키워나가던 이곳, 이 자리 비워줘야만 하는구나. 미안해, 예은아. 정말 미안해."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오늘 찬호 의자에서 엄마 아빠가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구나. 엄마아빠가 찬호와 친구들에게 미안해. 찬호의 자리와 학교와 교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 진정한 안전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킬게. 사랑한다, 찬호. 우리 집 막내. 귀염둥이…" -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희생 학생들의 유품 정리 마지막 날인 13일. 2학년 3반, 4반, 5반, 7반, 10반과 교무실 유품을 정리하는 날이다. 이날 오후 2학년 7반 교실에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나란히 들어섰다.
두 아빠는 약속이나 한 듯 1분단 맨 마지막 줄 짝꿍인 동수와 찬호 의자에 앉아 시민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을 읽었다. 두 아이의 책상 위에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방명록, '꽃미남 사랑해'라고 만든 폼아트 이름표, 세월호 리본과 팔찌, 양초, 국화 등이 놓여 있었다.
전 위원장은 아들 찬호에게 보내는 마지막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 분과장은 충혈된 눈을 붉히며 자리를 피했다. 동수와 찬호 그리고 2분단 맨 뒤 이준우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단원고까지 한 반에서 생활한 단짝 불알친구였다.
한 명 두 명 교실에 들어선 엄마들은 자녀의 책상 앞에 다가서자 털썩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들은 자식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거나, 방명록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을 글을 남겼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2학년 7반 교실은 2년 전 그날처럼 또다시 오열로 가득 찼다.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2학년 7반 부모님들이 마지막으로 다 모여 아이들 교실에 앉아 보기 위해 모두에게 연락을 드렸다"며 "결국 우리는 쫓겨 가는 것이지만 교실을 이전한 후 다시 싸울 것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자"며 다독였다.
오씨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2학년 7반이다"라며 "유품 정리 후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기 전 단체사진을 찍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우리도 단체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들은 작렬하는 8월의 태양 아래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단체사진을 찍었다.
같은 시간 2학년 3반에서는 '예은 엄마' 박은희씨와 할머니가 예은이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경근 위원장의 쌍둥이 딸인 예은이가 짧은 고교 시절을 보냈던 책상 위에는 사진과 인형, 십자가와 국화꽃, 볼펜과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예은이의 유품을 보존상자에 하나씩 옮겨 놓으며 "예은아, 미안해. 할머니가 미안해"라는 말을 끝없이 되뇌며 눈물을 쏟았다. 박은희씨는 텅 빈 책상에 앉아 속울음을 삼키느라 쉼 없이 어깨가 흔들렸다.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하는 학교에 왜 다녔을까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라며 "힘없어서 구해주지도 못했고, 힘없어서 쫓겨나고… 언젠가 만났을 때 아이들에게 엄마아빠들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라고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현 정권에서 진상규명 못하면 대선에서 정권교체 통해 할 것"
▲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416기억교실 이전을 앞두고 아들 고 전찬호군과 고 정동수군의 책상에 앉아 방명록을 보고 있다.
전명선 위원장은 "참사 이후에 참교육과 안전교육, 학교의 학습관 등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가 얘기했음에도 기억교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게 여전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교실 이전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가족협의회와 교육청, 지자체 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의 장을 만들어 참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안산교육청과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 등은 기억교실을 영구히 보존하지 못하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기억교실의 이전을 요구한 이들은 말로만 안전교육을 되풀이 할 뿐 진정한 교육의 길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을 언젠가 발견하고 역사 앞에서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세월호 현안 관련 합의와 관련 "국회의장이 합의에 참석해 사인한 것은 없다. 또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과 특별법 개정과 특검은 언급이 안됐다"며 "무엇을 협의한다는 주어조차 명시 안 된 합의에 대해 국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416안산시민연대는 1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여야 간에 다시 모여 추가 합의를 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합의 내용은 '특조위의 실질적인 조사활동 1년 6개월 보장, 인양 후 6개월간의 정밀 선체조사 보장, 조사활동에 필수적인 인력과 예산 지원' 등이며, 또한 8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사학연금공단이 대관료까지 미리 받고 청문회 계약을 취소한 것도 정부의 입김 때문일 것"이라며 "특조위 위원들이 조사관과 함께 준비하는 마당에 세월호 청문회는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를 역행하며 왕조처럼 군림하는 정권이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현 정권에서 설사 진상규명이 안 되더라도 다음 대선이나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엄마아빠들이 절대 흩어지지 않고 힘을 다시 모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16가족협의회와 자원봉사자들은 오는 15~18일 책상·의자·교탁 등을 포장한 후 19일 추모행사인 '기억과 약속의 밤'을 진행한다. 이어 20~21일에는 유품, 기록물, 책상 등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한다.
희생 학생들과 교사들의 유품은 2018년 9월 영구 추모관인 '(가칭)416안전교육시설'이 준공되면 그곳으로 옮겨진다. 추모관은 단원고 교정 옆 도로부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2학년 교무실 유품 정리 "다시는 이런 참사 일어나지 말아야"
▲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교사들의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2학년 교무실 앞에 유품을 정리할 보존상자가 놓여 있다.
이날 오전에는 제자들을 지키다 함께 희생된 단원고 2학년 교무실 유품 정리도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는 모두 10명이다. 이 중 고창석, 양승진 교사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교무실 입구에는 교사들의 유품을 정리할 보존상자가 놓였다. 교무실 게시판에는 '4월중 행사'가 또렷이 적혀있고 그 아래에 매직으로 쓴 '4월 15일~18일 수학여행'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전 9시 30분께 시작된 유품 정리는 교사들의 부모와 형제가 직접 했다.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책같이 무게가 있는 유품은 별도로 정리할 테니 가벼운 유품을 중심으로 보존상자에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2학년 2반 담임을 맡았던 고 전수영 교사의 어머니 최숙란씨와 아버지 전제구씨는 딸의 유품을 하나씩 챙겼다. 책상 위에 있던 수능기출문제집 등 참고서는 상자에서 꺼내 다시 책꽂이에 꽂았다. 상자 안에는 추모 메시지, 방명록, 서류 뭉치, 조화, 이름표, 수첩, 필기류, 솔방울 등이 가지런히 정리됐다. 그리고 어머니는 생전의 딸이 사용했던 작은 칠판을 닦고 또 닦았다.
전 교사는 2013년 임용고시에 합격해 단원고 교사로 재직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한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을 때 "학생들과 통화를 위해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며 끊은 것이 딸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이윽고 어머니에게 "아이들 구명조끼 입혔어. 미안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34일 만에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전 교사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였다.
최숙란씨는 지난 4월 딸의 이야기를 담은 <4월이구나, 수영아>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월호 희생교사 유가족의 심정을 담은 첫 책이다. 또한 엄마의 이름으로 겪은 그날 그 아침과 아이들, 수영이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아직 모든 곳에 존재하는 딸, '수영이'에 관한 이야기다.
최씨는 "이 책(<4월이구나, 수영아>)을 낸 것도 딸을 기억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쓴 거예요. 혹시나 먼 훗날 딸과의 추억을 잊어버릴까 봐"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그 곁에서 아버지는 교무실 복도만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어제 꿈에 딸이 나타났어요. 간식을 만들어 딸에게 먹여주는 꿈…(울음) 수영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그리워 견디기 힘들어요. 가슴이 답답한 게 터질 것 같았는데 그걸 억누르고 오늘 딸을 다시 찾았어요. 천사 같은 내 딸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이곳을…
아이들 교실과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틈나는 대로 수영이 자리나 교실을 보고 갔어요. 마지막 정리를 하니까 너무 슬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과 마지막 함께 한 선생님들 마음 되새기겠다"
▲ 13일 오전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교사들의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고 남윤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와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가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한 후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품을 정리한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2학년 6반 담임)의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와 어머니 송경옥씨는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교무실을 떠날 아들에게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남 교수는 "마지막으로 아들 유품을 정리하는데 무슨 말이 또 있겠냐"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선생님이 계시다"며 짧게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교사'들도 교무실을 찾았다. 이들 교사들은 '찾아가는 전국 진실마중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난 8일 목포에서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을 진행하다 12일 안산에 도착했다.
정태연 교사(안양공고)는 "보통 돌아가시면 좋은 데 가시라고 하는데, 지금은 실상 쫓겨나는 거다. 선배, 동료 교사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착잡한데, 제일 안타까운 건 (기억교실 보존과 관련해) 재학생들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이라며 "단원고 선생님들이 부모 같은 마음이었기에 두려웠지만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 마음을 항상 되새기며 아이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선생님들을 만나 뵙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