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2일 화요일

[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20.12.23 06:00 수정 : 2020.12.23 08:05


불확실의 세계 

[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헌재의 공권력 감시, 법원은 빠져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 초래
“법원과 헌재, 합리적 인정 필요”
 

입법·사법 경계 가르기 어려워져
1988년 설계된 사법제도 손봐야
 

아버지는 어떻게 정해질까. 낳아주는 어머니는 확실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민법은 어머니의 배우자가 아버지라고 정했다.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면 어떨까. 이 아이는 내 자식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이 과정을 인지(認知)라고 부른다. 혼인 외 자녀 출생신고는 보통 어머니가 하지만 아버지가 해도 상관없는데 이때는 인지신고까지 함께 된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이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증명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두 명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잠적하는 일이 늘었다. 어머니 인적사항을 모르니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출생신고가 안 되니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갔다. 아동수당도 못 받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출생기록이 없으니 버려지고, 불법으로 입양되고, 인신매매 대상이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2015년 국회가 ‘사랑이법’을 만들었다. 아이 어머니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아버지가 가정법원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게 해줬다. 이 무렵 한국인 남성 A씨는 중국인 여성 B씨와 딸을 낳았다. 결혼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B씨는 중국에서 여권을 갱신해주지 않아 유부녀가 아니라는 증명도 받지 못했다. 출생신고를 못하던 A씨는 사랑이법 소식을 듣고 가정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법원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고 돼 있는데, B씨의 신원이 확실했다. 항소심도 신청을 기각했다. 국회가 만든 법이 그렇다는 이유였다.

그러던 지난 6월 대법원이 A씨 신청을 받아줬다.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판결만 헌법재판에서 제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법을 해석한 것일까, 아니면 법을 만든 것일까.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의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법을 집행하고, 법원이 법을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국가에서 삼권의 경계는 계속 흐려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행정의 역할이 거대화, 전문화하면서 정부 시행령이 의회 법률을 대체한다. 이런 상황을 의회도 받아들여 중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현상을 작고 느린 의회가 따라잡기 버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원 역할이 급격히 커졌다. 법원 자신도 사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정한다. 요즘 대법원은 “법관의 법형성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의 불행사로 인하여 ‘법의 공백’이 발생하였을 때에 사회 현실과 법질서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노력으로서 마땅히 사법권에 포함된다”고 보충의견에서 밝히고 있다.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가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헌법재판은 입법·행정·사법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일이다. 다양한 헌법재판 중에서도 핵심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이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리는 절차와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살피는 절차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 감시에서 법원을 제외했다. 외국에서는 재판 결과를 헌법재판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1988년 헌재법을 만든 의회의 선택, 즉 정치적 결단이다. 법원의 재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대법원이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는 헌법재판소가 관여하지 못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개소해 헌법재판을 해보니 입법과 사법이 생각보다 쉽게 나뉘지 않았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헌재와 법원 사이에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이에 헌재가 법원의 해석에 일부 관여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무시했다. “헌재가 법률을 통제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재판을 통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회도 법원도 규범을 만든다 

법률을 통제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문에 위헌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일부에서 말한다. 그게 맞다면 ‘제1호 내지 제4호’라는 조문을 놓고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헌재 결정(93헌가1)을 거부해야 한다. 헌법재판은 조문(條文)이 아니라 규범(規範)을 심판하는 일이다. 조문은 형식이고 규범은 내용이다. 1980년대 법원은 사죄광고 명령을 자주 내렸다. 근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중략)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민법 제764조다. ‘적당한 처분’으로 법원이 사죄광고를 만들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헌재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제764조가 법원에 광범위한 권한을 줬다면서 없애거나, 사죄광고를 규범으로 보고 그것만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후자를 헌재가 택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헌재 출범 직후인 1991년 일이다. 이후로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며 무시했다.

이렇게 법원 자신은 입법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헌재에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헌법재판에 공백이 생겼다. 의회 단계부터 위헌인 법률을 법원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헌재가 위헌 무효로 만들 수 있지만,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법률이 법원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되면 방법이 없었다. 가령 법원은 노동자의 파업을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왔다.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파업의 본질적 속성은 업무방해인데도 이를 처벌했다.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업무방해죄가 법원의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된 셈이다. 헌재는 이 문제에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면서도 “법원이 쟁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2010년 적고 말아야 했다. 더구나 위헌이 의심되는 판결이 드물지 않았다. 법원이 위헌 판단에 서툴다는 뜻이고, 재판이 위헌 상황을 해소하기는커녕 불러온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법제도 재건축 검토할 시점 

헌재가 일정한 판결을 규범으로 인정하고 위헌성을 확인하는 방식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유리할 때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법원이 말하는 이유는 “법원의 해석이 아닌 의회의 입법을 향한 것일 때는 받아들인다”이다. 이렇게 되니 3심제도 아니고 5심제도 아닌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 판결에서 규범을 찾아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 헌재가 직접 무효를 선언하기보다 국회에 보내 개정토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이에 대해 “법률 개정 결과에 따라 정작 헌법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구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런 반론에 대해 “엄밀하게 말하면 위헌법률심판은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절차가 아니다. 헌재가 규범에 위헌을 선고한 결과 개인 권리가 보호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라는 재반론이 있다. 더구나 판결에서 추출한 규범의 경우 무효만 가능한 헌재가 정밀하게 다루기 어려운 만큼, 국회가 없앨 것은 없애고 채울 것은 채우는 방식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한 인권침해를 막으려 만든 제도가 헌법재판이다. 헌법재판 대상에서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재판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고, 이에 헌재가 법체계를 흔들며 해결했다.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됐지만,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까지 생겼다. 잘못된 재판만큼이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재판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법원 판사들은 “소송하고 항소하고 상고하고도 다른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적절한 시점에서 소송을 끝내고 생활로 돌아가는 게 나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적용되면 위헌” 소송이 시작되면서 재판이 끝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을 거친 원로 법조인들은 “법원과 헌재가 시민을 위해 서로를 합리적으로 인정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한다. 1988년 설계한 사법제도를 재건축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불확실의 세계에 살 수밖에 없다. 헌법에 없는 5심제가 시작됐다.


<시리즈 끝>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30600005&code=940301#csidx9dfe39eec35aae8b4de7c2f841a7761 


24일부터 5인 이상 식당 모임 전국적으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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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체포, 구타, 망명... 벨라루스는 "변화를 원한다"

 루카셴카 부정선거에 시민들 격분... 빅토르 최 노래 '변.화'와 함께 싸우는 시민들

20.12.23 08:02l최종 업데이트 20.12.23 08:02l


"변화를 원한다 / 변화를! 우리의 가슴이 요구한다 / 변화를! 우리의 눈동자가 요구한다 / 우리의 웃음과 우리의 눈물속에서 / 우리의 고동치는 혈관 맥박속에서 / 변화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어느 아파트단지. 밤 9시면 어김없이 구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스타 빅토르 최(Viktor Tsoi)의 '변화'(Перемен)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초나 플래시로 밖을 비추고, 노래가 끝나면 모두 '벨라루스 만세'를 외친다. 비단 주택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빅토르 최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빅토르 최의 노래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과 민심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지난 8월 9일 대선 결과, 루카셴카 대통령은 80% 득표율로 여섯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격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의 폭력진압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정기집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집회와 파업이 무려 20주 동안 지속되고 있다.

왜 분노하는가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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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하는 민스크에는 새롭게 '변화 광장'도 생겼다.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다렌카가 거주하던 체르뱌코바 거리를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외에도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납치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르이 자하란카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도 눈에 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26년간의 악명 높은 공포정치로 인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국민의 반발과 소통을 막기 위해 선거 직후 며칠간 인터넷 전면차단과 함께 20여 개 뉴스 사이트 폐쇄 등 강경조치를 취했다.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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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심은 그를 떠났다. 그의 전통적 지지세력이었던 노인세대와 국영기업 노동자들도 등을 돌리며 총파업에 나섰다. 외교관·경찰도 줄줄이 사직서를 내고 인근 폴란드로 망명하고 있다. '양심상 더 이상의 거짓말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사퇴하는 국영방송 앵커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벨라루스 국영 TV & 라디오 방송인 BT의 직원 수천 명도 '정부의 사전 검열 금지'를 외치며 파업에 참가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기자들을 '수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벨라루스의 모든 TV방송국은 국영이다. 올 하반기 반정부 집회는 1991년 벨라루스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대규모다.


필자는 지난 한 달간 10여 명의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취재했다. 그 결과, 현재 이 집회는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국가폭력 및 26년간 독재정권이 자행해온 인권유린에 대한 분노였다.

"적정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을 감옥에..."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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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대표적 인권단체 VIASNA의 11월 보고서에 의하면,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총 3만 명이 넘는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 야권성향 언론인들이 체포·구류됐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이들이 심각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반정부집회가 시작된 이래 총 10명의 시민이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한 경찰 및 전경, 내무부 산하 특별부대요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 집회 관련 시민 기소는 총 900건에 이른다.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정부가 적정 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들을 감옥에 수감하는 무리수를 쓰는 가운데, 심지어 누울 자리도 없어 서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독일 타게샤우방송은 '코로나19 상황과 의사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집회에 참가한 180여 명의 의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응급센터의 한 의사는 "응급실에 실려온 시민들의 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영기업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자 벌금형과 해고로 보복했다. 현지인들은 지인들의 체포, 기소, 폭력 피해 사례를 매일 듣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시민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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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시민 조직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하르(27)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확진자로 넘쳐나고 의료진이 (장갑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지원체계를 조직했다"는 설명이다.

펀딩을 통해 병원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식당은 음식을, 호텔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상황을 완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의 부재에 회의를 느끼고 시민의 조직화에 더 주력했다. 선거캠페인이 시작된 후 정확한 투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 플랫폼이 도입됐다.

아울러 선거조작 후 8월 9~11일 사이 국가폭력이 격해지자 시민들은 '바이 헬프(By Help) 같은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국가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의료비 지원, 소송비지원, 해고 및 경찰 등의 자발적 퇴직으로 인한 생계비 지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바이 헬프 공식 페이스북 https://bit.ly/2XShcfz , 페이팔 https://bit.ly/byhelp_paypal ). 

국제사회도 루카셴카 정권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현재까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간 등 500건 이상의 고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치는 아직 증언에 나서지 못한 이들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기획하고 조직한 고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런 반인류범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두고 "술중독자, 마약중독자, 창녀들이나 참여하는 행사"라는 막말로 비난해왔다. 또한 그는 국민을 '순종적인 양' '멍청한 소떼' 등으로 비유하고, '여성은 정치를 하지 말고 부엌일을 해야 한다' 등 여성 비하발언을 일삼아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고수해왔다. 특히 벨라루스 여성들은 경찰에게 비폭력을 호소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흰 옷과 꽃을 들고 시위와 행진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전경의 방패에 꽃을 꽂거나 이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민스크 시내 전체를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는 리투아니아 및 폴란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 시위대 검거를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 시내를 점령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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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부정선거의 역사 그리고 정황들

왜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불법부정선거라고 믿을까. 사실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논란은 그 역사가 길다. 1996년 이래 벨라루스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대선결과도 그중 한 지류일 뿐이다. 루카셴카가 처음 집권한 1994년 대선이 유일한 공정선거였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됐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그 배경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1996년 개헌을 통해 초헌법적인 대통령 권력을 장악했고, 2004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독일매체 '도이체벨레' 보도에 의하면 그는 집권 한 달만에 언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울러 국회해체 및 개헌을 거쳐 식물국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반정부 성향 야당 의원은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현재 모든 110명 의원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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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검찰·사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루카셴카 대통령은 그간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정적에 아주 냉혹했다. 빅타르 한차르 중앙선거위원장 등 다수의 정적은 독약 테러를 당하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현재 망명중인 유르이 하라우스키(42)는 지난해 9월 독일매체 '도이체벨레'에 1999년 암살단(SOBR) 근무 당시 3명의 정적 납치와 살해사건을 자세히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2006년, 2010년 대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심각했다.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역시 정부의 폭력진압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시민의 저항은 그다음해 4월 11일 1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민스크지하철폭탄사건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약화되고, 위기에 몰린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루카셴카 정권은 2010년 대선에서는 경제위기로 외환융자가 다급해지자 야권 인사들도 경선에 참가하는 게 허용됐다. 하지만 루카셴카는 투표 결과 전망이 어두워지자 야권후보들을 2~5년형에 처했다. 

올 8월 대선에서는 유력한 야권 후보 3명의 후보등록 자체가 불허됐다. 인기 블로거 샤르헤이 트시하노우스키는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수감됐고, 전직 외교관이자 사업가인 발레르이 트삽칼라는 기소를 당해 7월 망명길에 올랐다. 또한 거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벨라루스 자회사, 벨가스프롬방크 (BelGazpromBank) 은행을 운영한 빅타르 바바르카도 대선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아들과 함께 6월부터 수감돼 있다.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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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감된 블로거의 배우자인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대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빅타르 바바르카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뮤지션 마르야 칼레스니카바와 함께 발레르이 트삽칼라의 배우자이자 IT업계의 비지니스개발매니저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를 도와 '여성 트리오' 대선캠프를 꾸리게된다.

부정선거의 구체적인 증거도 다수 존재한다. '유럽들소'(주브르, Zubr), '목소리'(골로스, Golos), '정직한 사람들'(The honest people) 등 사회적 플랫폼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웹사이트로 운영되는 주브르는 대선 중 벌어진 불법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았는데 총 1403개 투표소에서 6532건의 신고사례가 있었다. 공인된 선거감시인의 투표소 입장 거부는 817건, 유권자 투표소 입장거부는 705건, 불투명한 개표 카운팅 167건 등이었다. 골로스 플랫폼은 사전등록한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 이미지를 제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합계를 공식 정부자료와 비교했는데, 야권후보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의 득표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조작의심을 받는 정부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민스크의 299개 투표소에는 아무도 야권 후보 트시하노우스카야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보고서는 약 1/3의 투표소에서 투표결과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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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카셴카 대통령과 '맞장'을 뜬 야권대표 여성 트리오의 리더십은 변화를 갈망하던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비폭력 저항을 지향해 온 다수 여성 시민들의 집회 참여와 연대방식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각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의 인권단체 '뉴 유러피언즈(New Europeans)'는 11월 12일 '벨라루스 여성들'에게 '올해의 뉴 유러피언상'을 수여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2월 16일 벨라루스 야권 세력이 임시 구성한 시민위원회(Coordination Council)의 지도자들에게 올해의 '사하로프인권상'을 수여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벨라루스 시민들 다수는 공정한 선거와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외치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승자라고 믿는다. 그는 살해협박을 받은 뒤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데, 벨라루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고 민주화운동 지지를 호소하며 유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 출신 마르야 칼레스니카바는 선거후에도 집회 현장을 찾으며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왔다. 그는 9월 복면마스크를 한 요원들에 의해 거리에서 납치된 후 출국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자신의 여권을 찢으며 이를 거부했다. 현재 구속 중인 그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선동죄'로 기소돼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유럽과 북미 29개국 국회의원 270명은 그와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루카셴카에게 보낸 바 있다. 벨라루스엔 현재 총 146명의 정치범이 있다. 

유럽연합은 10월 2일 부정선거 및 야권탄압에 연루된 벨라루스 관계자들에 대해 입국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루카셴카를 비롯해 59명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고, 29명과 7개 기관 추가가 추진 중이다. 특히 벨라루스와는 16~18세기 같은 연방에 속했던 폴란드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야권을 대표하는 시민위원회의 지도자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무료 의료지원과 경찰의 정치적 망명도 지원하고 있다.

바르샤바에 망명 중인 22세의 유력한 야권 언론인 스테판 푸틸로도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약 200만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뉴스채널 '네흐타 라이브(НЕХТА Live)'를 운영하며 민주화운동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루카셴카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Lukašenka. Criminal records)를 통해 한 달 100달러에 불과한 은퇴연금과 경제난으로 민생 고통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통령 자신은 초호화 궁궐같은 관저를 18채나 대관한다는 사실 등 그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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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루카셴카의 유일한 동맹은 러시아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EFSD)을 비롯, 정치적 동맹(State Union)및 군사동맹(CSTO)도 맺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국가의 공식 공용어도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정부 부채 60%(102억 달러)의 채권자이기도 하고, 루카셴카에게 15억 달러의 긴급융자를 약속한 바 있다.

벨라루스 상황에 푸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카셴카는 서방의 압박 증가로 러시아의 지원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은 향후 정세에 따라 루카셴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있지만,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고 싶어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반해 루카셴카는 옐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1996년 러시아내 권력까지 탐내며 연방조약(State Union)을 체결하지만, 2000년 푸틴의 등극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꾀하며 러시아의 자국 내 군사기지 설치 요구를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돈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벨라루스의 독립도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유럽 '유로마이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친유럽 또는 반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독재타도 그리고 투명·공정 선거를 통해 국민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자 하는 자기존중 의지의 발현이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이미 이 점을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
 
▲ 전쟁을 방불케하는 벨라루스 민스크의 국가폭력
ⓒ radiosvab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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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사하로프상을 수상하면서 유럽과 전 세계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벨라루스 시민들과 "지금"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앞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해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벨라루스 시민의 변화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독자적으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리를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르느냐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대선 며칠 전 루카셴카는 정치범 석방을 요청한 서방의 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일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그는 2015년 모든 정치범을 석방했고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조치 역시 곧 풀렸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긴밀한 연대를 통해 개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민주시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 민주화운동 당시 국제연대가 절실했던 한국 사회, 우리가 이들의 손을 함께 잡아줄 수는 없을까. 벨라루스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라며 4개월 넘게 호소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벨라루스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사진 및 동영상의 사용은 현지 취재원들에 위임받았습니다.

 

이재강 부지사, 개성공단 재개 범국민운동 예고

 

전문가들과 온라인 토론서 ‘민관 협력’ 강조

  • 기자명 위정량 통신원 
  •  
  •  입력 2020.12.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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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김진향, 아래 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 김진향 지원재단 이사장,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 경희대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회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기조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의 승인이나 대북제재 틀 속에 갇혀서는 불가능하다”며 “재개 선언부터 하고 제재를 넘어 국제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는 것으로 평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난 40여 일간 임진각 현장집무실 추진, 삼보일배 등을 진행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각계각층 많은 분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인만큼 이제는 민관이 다함께 손을 잡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정관계·시민단체·종교계·학계 등 각계계층이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구체적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려 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는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지난 15일 통일대교에서 진행한 삼보일배를 완주한 후 ‘민관 협력기구 설립을 통한 범국민운동 전개’ 구상을 밝힌데 이어 다시 한 번 민관협력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날 참석자들 역시 그간 경기도의 노력에 공감과 성원을 표하며 새로운 대안마련과 남북 간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를 이끌어 내야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 창의적 해법’을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재개 자체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담보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북측의 원부자재로 만든 제품을 북측에 공급하는 방식의 과도기적 운영방법을 도입하는 등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전문가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는 “대북제재 수단으로서 개성공단 중단이 아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등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로 들어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개성공단 기능을 의료 관련 클러스터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코로나19 등 인류 전체 위기에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산업 체제를 가동하는 것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개성공단이 주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이 분명한 만큼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당장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고 재개를 위한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인원 최소화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했으며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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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위수탁계약서가 노예계약서가 된 이유

 마트산업노조 “정부,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22 17:24:13
수정 2020-12-22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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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마트산업노조 제공 




 
코로나19 위기로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물량도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부담을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이 떠안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자의 권리만 명시된 위수탁계약서로, 배송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온라인배송노동자 착취하는 대형마트 규탄! 노예계약인 위수탁계약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수암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은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중량물로 인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온라인주문도 폭증하고 있다. 주문이 폭증하면 마트가 배송노동자들과 협의하여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충분치 않아 그 부담이 그대로 배송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건당 배송물량도 늘어나 더욱더 무거운 물량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1~2시간 이상 추가로 일하고 있고, 일부 배송노동자들은 쉬기로 한 날까지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온라인배송 차량에 배송해야 할 물량이 가득 찼다. 이 중에는 딸기·귤 등 25개 상자 또는 컨테이너 5개 분량을 한 집에 배달해야 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주문 받아서 배송을 해야 해도, 건당 수수료는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늘어난 물량 때문에 9시30분에서 10시쯤 출근해서 오후 10시쯤 퇴근하거나 그보다 더 늦은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마트산업노조 제공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마트산업노조 제공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이같이 업무를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 이유는 ‘불공정한 위수탁계약’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측은 “위수탁계약서에는 사용자의 권리만 있고 노동자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라며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배송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정해진 휴일이나 근무일을 대형마트가 마음대로 바꿔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제공한 각 운송사의 위수탁계약서를 보면 “단체행동, 파업 등으로 인하여 ‘위임인의 업무 지장이 심각하게 초래되는 경우”, “불법노동조합 설립 또는 노동조합에 산발적으로 가입하였거나 단체행동을 할 징후 및 단체 행동을 하였을 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까지 계약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마트산업노조 제공

이에 노조 측은 대형마트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대상으로, 마트 직원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주문이 나오지 않자, 대형마트는 반강제적으로 무급으로 쉬게 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온라인주문이 다시 늘어나자, 예정되어 있던 휴일을 없애는가 하면 갑자기 근무일수를 늘려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노동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지만 사용자는 마음대로 어겨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또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대형마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교섭에 나서라고 하고 있지만, 운송사는 여전히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 운송사가 교섭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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