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5일 목요일

[단독] 공수처, ‘보복기소’ 사건 수사 본격화…피해자 유우성 조사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07:04

유우성 간첩조작 방치 징계에
‘외환법 위반’ 공소권 남용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찰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오는 17일 오후 2시 고소인 유씨를 불러 첫 조사를 진행한다. 유씨는 이날 공수처에 나와 검찰의 보복 기소 경위와 고소 이유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근 공수처는 유씨가 낸 고소장에 따라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 보복 기소 수사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검사들을 입건했다.


검찰은 2014년 유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국가정보원이 위조한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위를 방치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뒤, 검찰은 유씨에 대해 다른 혐의로 추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4년 전(2010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 것이다. 유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016년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며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다며 공소기각 판결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든 유씨는 2014년 자신을 기소했던 담당 검사와 지휘 라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당시 담당검사), 당시 결재선에 있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 대상이다.


공수처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다. 유씨를 추가 기소한 시점(2014년)으로 보면 직권남용 혐의 공소시효(7년)가 도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기각 판결 등에 반발해 검찰이 상고한 행위를 포괄해서 공소권 남용으로 보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 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5일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공소제기를 한 뒤 공소 유지를 위한 활동을 검사들이 계속했다면 대법원 판결 시점을 범죄 행위 종료 시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공소기각 사례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검사의 상고 등을 독립적인 직권남용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관련기사 : 유우성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대법 “검찰 공소권 남용 첫 인정 사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5135.html

▶관련기사 : [단독] 검찰 9년째 사과 없다…‘유우성 보복기소’ 사건 공수처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525.html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언론사들의 대형 '오보', 진실은 이렇다

 [조성식의 통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수사·기소 분리 대란'의 숨은 진실

22.05.06 05:51l최종 업데이트 22.05.06 05:54l


산티아고 노인은 먼 바다에 나가 이틀간 고생한 끝에 길이 5.5m, 무게 700㎏에 달하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면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의 습격을 받는다. 노인은 사투를 벌이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한없이 뜯겨나갔다. 결국 항구에 돌아왔을 때 청새치는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3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된 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개정안이 형체만 남은 청새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원안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패자이고, 국민의힘이 승자라는 건 아니다. '노인'을 패배자라고 여기지 않듯이.

'검찰개혁 완성판'이라는 수사‧기소 분리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과 허점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이 이를 '검수완박법 통과'라며 마치 검찰 수사권이 박탈당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대형 오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박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데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것도 아니고 일부 축소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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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통과'는 대형 오보

미래의 일이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된다 해도 '검수완박'은 아니다. 이른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과 경찰 및 공수처 공무원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검찰에 남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안은 국회의장 중재안의 결함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검찰이 행사하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설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관련 조항은 일정한 기간에만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일몰법(日沒法)이다. 그런데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즉 중수청 설치가 늦어지더라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직접수사권을 자동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바꿔 말하면, 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으면 최소한 부패‧경제 분야의 수사권은 검찰이 계속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부패 및 경제 범죄는 검찰 특수수사의 핵심 영역으로 범위도 넓다. 부패 범죄에는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 등이, 경제 범죄에는 사기 횡령 배임 금융증권 마약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한 법학자는 "이른바 돈 되는 수사는 다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먼저 중재안을 받아들이고도 천연덕스럽게 합의를 깬 국민의힘의 태도에 비춰 중수청 설치의 첫 단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개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수청 설치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특위 구성과 입법 및 시행이 단계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논란거리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령'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등'을 '중'으로 바꾸었으나 본회의에 상정된 최종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확정된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완수사권 유지와 별건수사 금지 두 가지다. 보완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권과 더불어 2대 쟁점이었다. 수사‧기소 분리 반대론의 주된 논거이기도 했다.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개정안 취지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수사에 미흡한 점이 많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 항변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현행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 다항과 부딪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동일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권 남용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별건수사 금지 조항은 이렇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부당하게'와 같은 추상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요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모호하다.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진술임에도 자발적인 것처럼 꾸미고 약점을 잡힌 피의자도 그에 동조하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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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당하지 못한 검찰

검찰청법 개정안 골자는 네 가지다. ▲검찰 주요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으로 제한하고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직접수사 부서 직제 및 인원을 국회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2022년 12월 말까지 선거 범죄 수사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 자체 운용에 따른 한계가 있는 데다 소속이 바뀌지 않는 한 수사 검사 입김이 기소 검사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업무를 나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부 산하기관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선출권력의 결정에 그렇게까지 반기를 드는 것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반대는 할 수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사항전 태세는 공무원의 도리가 아닌 듯싶다. 권한 줄인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국가기관이 검찰 말고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칫 권력기관 이미지만 부각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한다.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게 된 만큼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중재안을 덥석 받으면서 최대 '전과'로 내세웠던 점이기도 하다. 보완수사 대상을 '동일한 범죄'로 제한한 것에 반발하는데,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면 된다.

현행 형소법은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감독할 권한을 잔뜩 보장해놓았다. 먼저 영장 청구나 공소제기와 관련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197조 2항). 위법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수사권 남용이 의심스러우면 사건기록을 건네받아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197조 3항). 경찰 자체 수사 종결에 따른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245조 8항).

검찰 요구에 경찰은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검사는 임용권자에게 징계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발상의 대전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수사는 원래 경찰이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된 업무는 기소와 공소유지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도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한다.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사실일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도 그런 점에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닌 듯싶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한몫한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들부터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법적으로 보완하면서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업에 충실하면 국민에게 이롭다.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비슷하다. 데스크가 직접 기사까지 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견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데스크는 기자의 기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업무에 전념하는 게 맞다. 문제가 있으면 기자에게 다시 취재해서 쓰라고 하면 된다. 기자는 기사를 내기 위해 데스크의 보완 지시를 따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영장을 받아내거나 기소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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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직접수사는 축소되지만 수사권 자체는 시퍼렇게 살아 있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기관의 지위를 누린다. 검찰 수사권을 상징하는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건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인 영장청구권(체포‧구속‧압수‧수색)을 전혀 손대지 못한 점도 그렇다. 민주당 원안은 검사가 오로지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게 했으나 이 또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향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전관특혜의 젖줄'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실질적인 수사기관으로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일본 제도를 참고하되 경찰권 비대화를 견제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다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성과가 없지는 않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개정안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선진형 형사사법체계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대여론이 만만찮은 환경에서 이 정도로나마 바꾼 것은 성취로 볼 만하다.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패한 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랴부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함으로써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한 데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 성과와 한계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국민에게 이로운 개혁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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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까지 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뒤집음으로써 정당정치의 대의를 부정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공화당이나 전두환 시대의 민정당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심 잘 방어했다고 여기면서 정략적으로 피켓을 드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두 당 모두 지지층 결집이라는 성과를 얻었는지 몰라도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비춰보면 정치적 득실 계산은 사소한 일인지 모른다. 본질도 아니고.

<노인과 바다> 후반부에 나오는 노인과 소년의 대화다.

"난 놈들(상어떼)한테 졌단다."
"그놈한테는 지지 않았어요. 잡아온 물고기한테는 말이에요."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진 건 그 뒤야."

 

간첩조작사건 담당 검사가 공직기강? '뜨악했다'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5.06 0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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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5일 발표된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실 인사에 검사 출신이 전진배치되면서 우려가 모인다. 특히 공직기강비서관에 이른바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내정된 데 대한 비판이 높다.

    6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대통령실 인선 발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인사라는 평가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의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관련 징계 이력을 제목에 쓴 신문은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2기획관(정책조정·인사)’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참모 19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인사에선 검찰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은 각각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맡는다. 대통령실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인 총무비서관에는 검찰 일반직인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인선됐다”고 설명했다.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대로 대통령 권한 축소를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민정수석실 기능을 담당하는 비서관직 두 자리가 ‘검찰 후배’들에게 돌아갔다는 분석도 전했다. “공안통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2012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주진우 법률비서관 내정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필적하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예산을 관장하는 총무비서관 관련해선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에게 곳간 열쇠를 맡겼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 이력이 논란이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증거 위조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2015년 대법원에 의해 유씨 무죄가 확정됐다. 이 내정자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공소유지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징계 1개월에 그쳐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사안이다.

    경향신문은 “유씨 사건은 검찰 공소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증거조작이 드러나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유씨를 2014년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한겨레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분이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뜨악했다”며 “본인 자체가 흠이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어떻게 공직기강을 잡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문 정부 공공기관 인사 두고 “엇박자”

    공공기관장을 둘러싼 현 여권과 차기 여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여러 면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이 적다고 보도했다. 1면 기사는 ‘尹, 올해 임명 가능한 공공기관 14곳뿐’이란 제목으로 “새 정부가 올해 안에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전체 130곳 가운데 10.8%인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공공기관장 60% 이상이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새 정부 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이어진 기사(尹정부 ‘원전·부동산 정상화’…文 임명 기관장과 엇박자 우려)는 원전, 부동산 관련해 ‘정상화’라 주장하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과제 전면에 내세운 원전 진흥과 부동산 정책 정상화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과 손발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철학이 다른 사람들 사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2030 ‘윤심’ 해석 이어져…조선일보는 ‘젠더갈등’ 부각

    이날 여러 신문에 등장한 키워드 중 ‘2030’이 있다. 한국일보 기사(‘공정’ 기대 무너졌나… ‘尹 대선 일등공신’ 2030이 흔들린다)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는 기간임에도 2030세대 사이에서 윤 당선인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의 소통 부족, 새 정부 초대 내각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부모 찬스’ 논란, 2030 맞춤형 공약 파기 등 때문에 윤 당선인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뒤늦게 ‘집토끼 붙들기' 총력전에 나섰다”고 했다. 표심 이탈 움직임의 원인으로는 집무실 이전, ’부모 찬스‘ 논란 내각 인사, 여성가족부폐지나 병사월급 인상 등 공약에 대한 재검토 등을 꼽았다.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5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 즉시 인상 등 일부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잇따라 입장문을 내놓고 나섰다. 경향신문 기사(2030 남성 반발에 “여가부 폐지·병사 봉급 200만원 추진”)는 “2030세대 남성 중심으로 공약이 후퇴했다며 반발 여론이 나타나자 부랴부랴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을 비롯한 여러면에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1면 ‘곪아터진 젠더갈등, 국민 67% 심각’ 기사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대선 직후 공동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786명)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위선적 이중성, '공무원 고용세습'은 괜찮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복무 중 희생된 군인과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 뭐가 다른가"



    몇 해 전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고 정부와 언론이 맹비난을 가했다. 1980년대 서울대 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전향했다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때 하 의원은 '고용세습원천방지법을 발의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여기에 '글로벌 Top 5' 자동자회사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체결한 13곳의 회사 이름이 나와 있다.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 요구했던 하태경

    하 의원은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재직 중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당사 취업을 희망할 경우 인사원칙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우선 채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비난했다. 

    13곳 중 하나인 현대종합금속의 단체협약은 "회사는 감원자 및 정년퇴직자, 상병으로 퇴직한 자의 부양가족을 사원모집 시 우선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 

    하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건넨 자료를 근거로 "13곳의 노조가 단체협약 내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으며, 13곳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9군데로 가장 많았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기회 제공"을 주장하며, "민주노총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를 요구했었다. 

    당시 하 의원 같은 우익 정치세력은 민간기업들이 노사 자율로 합의한 '고용세습'에 광분하면서,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나 회사 발전을 위해 애쓴 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이 공정한 기회를 망가트린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서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치세력이 희한하게도 윤석열 정권의 등장을 앞두고 '고용세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집어넣었다.

    "고용주로서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는 미명 하에 "군무원 경력경쟁 채용 시 유가족 채용 추진, 공무직 근로자 채용시 유가족 취업 관련 우대조항 반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필자는 "고용주가 자신을 위해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의 가족을 우대하여 채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직 발전을 위한 노동자의 자발적 기여와 헌신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 민간기업들에 본을 보여야 할 국가가 나서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했던 이의 가족에게 우선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거나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에 대한 '우선채용'을 자신들이 장악한 국가기구가 하면 정당한 일로 여기고, 민간기업이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 자율로 하면 '고용세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가해를 가하는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위선적 이중성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의 국가  

    군무원에 대한 '고용세습'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인수위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범적 고용주(a model employer)"라는 노사관계학 용어를 거론했다. '모범적 고용주'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한민국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의 고용주인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그 모범을 따르게 되고, 그 결과로 국민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모범적 고용주' 이론의 골자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준수하고,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기본적 노동기준을 준수하고, 법에 보장된 주 40시간을 지키고,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정책과 사업이 모범적 고용주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고용세습' 논란의 근본 이유 

    '고용세습' 단체협약이 문제가 되었을 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조항만 있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필자는 노조 입장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 느꼈다. 

    마흔 여개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사회복지 수준이 '상위 Top 5'가 아니라 '하위 Top 5'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상위 Top 5' 기업에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노동자의 가족에게 '우선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세습' 논란은 한국 노동운동의 주력부대인 현대자동차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이는 현대자동차노조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고졸 학력의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고용세습' 논란은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은 커녕 대학교 졸업장도 없는 '공돌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공장에 갈아 넣은 댓가로 연봉 1억을 받는 게 배 아팠던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 전쟁에 다름아니었다. 

    한국에 'Top5'는 얼마나 있나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현대자동차는 지난 30여년 동안 거의 매년 파업을 하고 엄청난 임금인상을 쟁취했지만 노조 때문에 망할거라는 저주를 뚫고 '글로벌 Top5'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도 '글로벌 Top10'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다른 영역은 어떤가? 예를 들면, 법률의 편파적 적용으로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등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을 배출한 서울대학교는 지금 '글로벌 Top5'가 되었는가? 

    현대자동차 고졸 노동자들의 1억 연봉과 '고용세습'을 비난하는데 앞장섰던 그 많은 지식인들이 속한 대학과 연구소 중에 '글로벌 Top10'이 하나라도 있는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노동계급에 대한 대우 

    박정희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산업전사(industrial soldiers)'라는 표현에 익숙할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전사, 즉 군인으로 취급되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을 통해 하나의 '사회계급(a social class)'으로서 민주화에도 기여했다. 

    산업화를 성취하고 민주화를 성공시킨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은 보편적 사회복지를 쟁취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보편적 복지 노선을 거부하고 잔여적 복지 노선을 강제해왔는데, 이를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지배 엘리트의 정치적 헌신과 경제적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될 수 있다.

    보편적 사회복지라는 출구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의 조직노동(organised labour)은 기업복지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그 결과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임금 수준은 물론 복지 수준도 차이가 나는 반동적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조직노동의 즉자적(卽自的) 요구에 편승한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시키면서 '사적 기업복지 체제(private corporate welfare regime)'를 강화시켜 온 것이 대한민국 복지의 역사다.

    군인보다 더 많이 죽어간 노동자 

    대한민국 정부의 통계로 하루 8명이 일하다 죽는다. 일년이면 3천명에 달하는데, 여기에 70년을 곱하면 21만명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산업재해사망 통계는 현실의 10%라는 게 정설이다. 일 때문에 아프거나 다치는 노동자 수는 정부 공식 통계로 일년에 10만명을 넘는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역시 대폭 축소된 수치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지난 70년 동안 복무 중 죽거나 다친 군인 수는 근무 중 죽거나 다친 노동자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 채용'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도 '우선채용' 기회를 보장하는 게 순리다. 

    '고용세습'과 '우선채용'은 다르다 

    노사가 자율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고용세습' 조항이 아니라 '우선채용' 조항을 담고 있다. 사실 '고용세습'은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이 저지르는 작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되었다는 한동훈 부부가 자기 딸인 알렉스 한(Alex Han)에게 제공하고 있는 '부모 찬스'야 말로 세련된 수법의 '고용세습'에 다름아니다. 경북대학병원 의사인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딸과 아들을 의사로 만들려 들여온 여러가지 공들이 '고용세습'이다.

    당사자는 물론 부인과 자식들까지 온 식구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인 한국외국어대총장 출신 김인철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공익을 갉아먹는 법기술자들의 집단인 로펌 김앤장에서 고액을 챙긴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조국 일가를 캔 형사적 노력의 절반만 들이면 '고용세습'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이 '고용세습'이 아니듯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도 '고용세습'이 아니다.

    “대결을 부추겨 동맹을 강화한다”

     

  • 기자명 장창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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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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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3) 안보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안보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대결 부추기기

    선거시기 논란이 되었던 ‘대북 선제타격’은 윤석열 정부의 공식정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5월 3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선제타격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자위권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과 결심을 통해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식어를 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용하려 할 경우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판단할 만큼 확실한 정보자산이 없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이 윤석열 정부에 없다. 사용징후를 판단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데프콘은 격상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셋째, 미국은 자칫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한국의 선제공격을 용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북 선제공격 발언을 지속하는 이유이다. 명분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최근 ‘선제타격’을 연상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주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 한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는 외면하고, ‘선제타격’으로 해석될 만한 메시지만 주목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결적 상황을 원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을 바란다. 북한을 자극하여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대결적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인수위 발표 국정과제에서 북한 비핵화(국정과제 93), 북한인권재단 출범(국정과제 95)을 강조한데서도 엿보인다. 북한 비핵화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신호이다. 대화의 조건은 사라지고 대결의 조건이 형성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 남북관계(국정과제 94)이다. 그들의 대북정책 리스트엔 ‘대화’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맹 강화하기

    5월 3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보고서는 교묘하게 서술되어 있다. 킬체인 등과 같은 군사체계 구축에서 한미동맹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국정과제 보고서에 명시된 킬체인, 다층방어체계, 압도적 대량응징보복(국정과제 104)은 한미동맹 없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교묘한 수법은 서론에 해당되는 “시대적 소명” 대목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이익블록화’라는 낯선 단어를 표현한데서도 확인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진짜 목표인 ‘동맹 우선주의’를 은폐시킨다. 구글링에서 검색 결과조차 나오지 않는 ‘이익블록화’라는 신생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국정과제 96)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해 말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민주주의는 미국을 선택하고, 중·러를 배제시키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하면 ‘동아시아 외교’는 실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교’는 속임수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 국가’일 뿐이다.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국제규범에 기반한 한러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만 남는다.

    대결 부추기기 정책은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동맹 강화는 정세를 더욱 격화시킨다. 그것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 정례 연습을 강화하고, 연대급 이상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것(국정과제 105)을 보고서에 담았다.

    대결과 동맹 확장하기

    윤석열 당선인은 푸틴 대신 젤렌스키와 전화통화를 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는 우리 국방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미국은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 정부에게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이 러시아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이미 중국 혐오 발언을 한 바 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듯이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대결 부추기기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명백한 조짐이 있다. 한미 사이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1단계 전략기획지침(SPG), 2단계 전략기획지시(SPD)가 이미 합의되었다. 마지막 작전계획 수립 단계만이 남았다. 물론 명분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지난 해 12월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하자마자 미국 내에서 “새로운 한미 작계에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도로 보아 올 해 안에 한미 작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의도하는 바대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바대로 새로운 작전계획에서 대중국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은 중국으로도 확장되는 것이다.

    대결의 확장은 동맹의 확장을 초래한다. 한미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화(국정과제 96)는 중국과 러시아 포위 봉쇄망 구축이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국정과제 104)은 사드 추가 배치 혹은 도입을 시사한다.

    동맹의 확장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국정과제 105)하겠다는 방침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한일 동맹론자인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 및 NSC 사무처장으로 내정했다. 김태효는 이명박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서 ‘악역’을 노골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처할 것이다.

    위험한 시대의 위험한 정부

    신냉전적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을 한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대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군사적 수단이 선택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신냉전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우리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마저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어떤 고려도, 신중함도 없이 동맹 우선주의를 선택했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가 등장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