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53] ‘머저리’의 남북 의미 차이

북한에서는 ‘굶주려서 죽는 사람, 장사를 못하거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머저리’라 한다(신준식 ‘뉴포커스’). 우리는 어린 시절에 ‘머저리’라는 욕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남한과 북한의 언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새삼 놀랐다.
남한에서는 ‘머저리’라는 말을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북한에서는 이 말이 ‘경제력이 없는 사람, 굶어 죽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언어의 이질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어원을 살펴 본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맞는데, 남북이 갈라지고 서로의 말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 애석한 일이다.
우리나라(남한)에서는 ‘죽마고우’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송아지 동무’라고 한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이하 이 책에서 인용함). 카드는 ‘주패’, 캐리어는 ‘손짐’, 사인은 ‘수표’, 불꽃놀이는 ‘축포야회’, 다단계는 ‘다계단’, 정리하다는 ‘총화짓다’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수도 없다. 이러다가 한 세대만 더 지나면 통역이 필요할 지경이다. 오호, 통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