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박원순 시장의 '최초', 소외된 장애인 품는 첫 희망될까


입력 : 2019.11.17 09:03 수정 : 2019.11.17 09:43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1월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열린 ‘장애인 활동 지원 희망약속 서명식’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1월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열린 ‘장애인 활동 지원 희망약속 서명식’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시행하면서 붙게 되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최초, 대한민국 최초로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을 위한 5개년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2019년부터 박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3년까지다. 예상되는 비용은 총 604억원이다. 박 시장은 이 예산을 순차적으로 들여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비장애인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은 지금껏 계속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최초’라는 단어가 붙게 된 것일까. “지금껏 장애인에 대한 각종 복지정책이 있었지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비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 전체 장애인 중 10.8%
중증중복뇌병변장애란 쉽게 말해 여러 장애가 복합적으로 중복된 장애를 가진 것을 말한다. 장애가 하나만 있어도 힘들다. 그런데 중증중복장애인들은 여러 장애를 한꺼번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뇌병변장애인은 뇌성마비나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일상생활 및 동작에 심한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언어나 지적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비롯해 손발을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장애가 수반된다. 한마디로 장애인 중에서도 삶을 온전히 누리기가 가장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만을 위한 정책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들거나 시행된 적이 없다.
“장애아 부모들끼리 이런 이야기도 해요. 중복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생활하기 편한 장애인시설을 만들어놓으면, 다른 장애아이들은 얼마나 더 편하게 시설을 이용하겠냐고요. 우리 아이들을 기준으로 장애인시설을 만들면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죠. 우리 아이들이 가장 최악의 장애를 갖고 있으니까요.”(뇌병변 1급 장애인 ㄱ씨의 엄마 ㄴ씨)
그러나 중증중복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매번 장애인 정책 수립이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소외돼 왔다.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의 수가 여타 장애인의 수보다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돈을 들여 정책을 만들어도 수혜자가 적으니 소위 말하는 ‘돈 들인 티’가 날 리가 없다. 법은 넓은 범위를 포섭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제외해왔다.
<주간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서울시 뇌병변장애인 중장기 지원계획 수립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장애인 수는 39만1753명으로, 이 가운데 뇌병변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10.8%인 4만2287명에 불과하다. 고령에 따른 뇌병변장애인(65세 이상)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장애인의 숫자는 고령으로 인한 뇌병변장애인을 제외하면 더 적어진다. 2017년 말 기준 0세부터 19세 사이 서울시 거주 뇌병변장애인은 2041명, 20세부터 49세까지 뇌병변장애인은 5526명이 전부다.
이 보고서는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한 273쪽 분량의 연구자료다. 보고서는 이들이 소외된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법적·제도적 정비와 장애인 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생활안정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뇌병변장애인은 장애인 정책에서 이중적 소외를 받아왔다. 뇌병변장애의 세부 장애 유형에 해당하는 뇌성마비장애인의 경우 지적장애를 동반하거나, 통상적인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14년 5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발달장애 범주를 지적·자폐성 장애로 한정하면서 관련 제도 및 서비스의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604억원이라는 예산(5년간 순차적으로 배정)을 들여 뇌병변장애인 지원 마스터플랜을 지난 9월 발표했다. 그동안 장애인 정책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로 밀려 있던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가장 먼저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만을 위한 돌봄센터(종합복지관)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그나마 학교에 다닐 때는 낮시간에 갈 곳이 있었지만 졸업과 동시에 갈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0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 인권침해 및 장애차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0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 인권침해 및 장애차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부모연대
뇌병변장애인 전용 복지관 8곳 설립
성인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장애인복지관은 서울시 내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 2018년 1월 말 기준 서울시에는 48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있지만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은 노원구의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과 강서구의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이 전부다. 모든 종류의 장애인들을 수용하는 종합장애인복지관이 서울시 내 30곳이 있지만 뇌병변장애인들은 사실상 이곳을 이용할 수 없다. 가래흡인(석션) 등의 의료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섭식지원 인력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복지관은 이에 대처할 인력이 없다.
또 대형 휠체어가 회전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간간이 누워 있을 침대가 있어야 하는 등 여타 장애인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 수용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장애인복지관은 처음부터 중증뇌병변장애인의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소 격한 행동을 하는 장애인들과 한곳에 머물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뇌병변장애인들 스스로 종합복지관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 전체 뇌병변장애인 4만2287명 가운데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9641명(22.8%)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2646명(78.2%)은 복지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낮시간 동안 돌봄을 하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역시 서울 시내에 121개 소가 있지만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은 단 6곳뿐이고 이용자는 74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뇌병변장애인의 주간보호시설 이용률은 4.8%에 그친다. 결국 장애인복지시설 및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소수의 뇌병변장애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에 머무는 가족들을 위해 2023년까지 서울 시내 8곳에 114억원(예상)을 들여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종합복지관 ‘비전센터(가칭)’를 건립할 계획이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갈 곳 없는 성인 중증중복장애인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영역을 일부나마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복지관 형태나 위치, 중증뇌병변장애인 1인당 간호사 수 등 세부적인 계획은 뇌병변장애인 가족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은 화장실의 크기나 휠체어가 공간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등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많아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설계해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각종 TF회의를 중증뇌병변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 또는 가족들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을 가족들에게 직접 물어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온 정책이 ‘기저귀 구입비 지원 대상 연령 확대’다. 그동안 만 5세부터 만 34세까지만 지원해왔던 대·소변흡수용품(기저귀) 구입비 지원을 2023년까지 64세로 순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은 평생 기저귀를 차고 용변을 해결한다. 구입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중증중복장애인 가정은 통상 한 달에 적게는 5만~10만원, 많게는 20만원 이상을 기저귀 구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까지 현재 월 5만원 한도로 구입비용의 50%를 보전해주던 일회용품 구입 지원비를 7만원으로 늘리고, 만 64세까지 대상연령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성장기에 있는 중증뇌병변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의 보조기기 교체비용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증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모든 아동·청소년들은 키와 몸무게가 여타 비장애인들처럼 늘어난다. 그런데 이들의 신체를 지지하는 보조기기는 아동·청소년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많은 중증뇌병변장애 가족들이 적절한 시기에 보조기기를 교체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각 가정당 보조기기 연평균 지출비용은 1314만원으로, 장애인 보조기구를 제때 교체하지 못하는 가정의 74.7%가 ‘교체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조기구를 맞춰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보조기기는 임대사업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임대로 이용하고 있지만 수요가 높은 특정 보조기기는 대기기간만 평균 2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8세 이하 뇌병변장애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보조기기 구입비 지원을 늘려, 더 많은 뇌병변장애 아동·청소년이 보조기구를 쉽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2023년까지 만 18세 미만 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휠체어, 자세보조용구 등 맞춤형 보조기기 제작 및 수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으로 확대 가능할 것인가
물론 이 모든 계획을 모두 해나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의지만으로 불가능한 영역도 존재한다. 재화는 한정돼 있고, 그 재화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한 해 예산은 약 35조원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 지원계획에 5년간 소요되는 예산 총액은 60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977만6000여 서울시민의 0.4%밖에 되지 않는 중증뇌병변장애인만을 위해 이 같은 예산을 지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보건복지위 소속 상임위원과 서울시 의원 중 일부가 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서울시 정책예산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의 민원처리를 위해 또다시 중증뇌병변장애인 정책을 ‘나중으로’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기존에 계획한 목표는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회 의원 및 보건복지위 상임위원 모두 장애인 영역에 대한 예산배정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고, 서울시 역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중증뇌병변장애인 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뇌병변장애아의 부모라고 밝힌 그는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서울시의 중증뇌병변장애인 계획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우리 딸이 혼자서 밥을 못 먹는다 해서 외면받지 않고, 혼자서 못 걷는다 해서 홀로 방에 갇혀 있지 않고, 건강하지 못하다 해서 거부당하지 않는, 당당한 존재로 함께할 수 있는 서울시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다음은 전국으로의 확대다. 아직까지 서울시와 같은 형태의 중증뇌병변장애인 지원책을 내놓는 시·도는 없다. 서울시의 지원책도 2023년까지 모두 추진된다고 해도 일부 지역 중증뇌병변장애인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다(서울 시내 8개 구에만 비전센터 설치). 때문에 2023년 이후도 중요하다. 아무리 소수라도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나중에…’라며 밀리면 곤란하다.

“나 젊었을 때는!” 꼰대 향기 물씬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노동관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9-11-17 10:05:02
수정 2019-11-17 1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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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라는 게임 회사 창업자이자 2017년 9월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끈 장병규 위원장이 최근 『중앙일보』 및 『조선일보』와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요지는 “현 정부의 기업 정책이 형편없다”는 쓴소리였다.
1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제목은 ‘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 지키나-고양이 목에 방울 단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었고, 9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 제목은 ‘친기업·반기업 아닌 문정부는 無기업’이었다.  
정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어도 정부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비판은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런데 비판 내용이 실로 한심해서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장 위원장의 비판은 주 52시간제에 집중됐다. 그런데 장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뺏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와, 이런 꼰대를 보겠나?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면허시스템 정비 및 안전교육 강화, 이륜차 정비자격증제도 도입, 표준공임단가 등 정비 시스템 정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및 ILO 핵심협약안 준, 산재적용제외신청 제도 폐지 및 산재보장성 강화, 보험료 현실화를 요구했다.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면허시스템 정비 및 안전교육 강화, 이륜차 정비자격증제도 도입, 표준공임단가 등 정비 시스템 정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및 ILO 핵심협약안 준, 산재적용제외신청 제도 폐지 및 산재보장성 강화, 보험료 현실화를 요구했다.ⓒ뉴스1
꼰대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나 젊었을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짓의 전범(典範)을 먼저 소개한다. 요즘 자유한국당 근처에서 기웃거리며 보수 경제학의 맏형을 자처하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2017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꼰대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이다. 매우 긴 글인데 지면 사정상 3분의 1로 발췌했다.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할 때 한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초등학교부터 오뉴월 태양 아래 학교 갔다 오자마자 책가방 팽개치고 밭으로 가서 김을 매고…, 저녁이면 쇠먹이를 거두려고 강가로 가고, 겨울이면 땔감을 마련하려고 산으로 갔던 그런 분들을 쳐다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라.  
대기업이 착취를 한다고요?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갔던, 그래서 국제미아가 되었던 당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를 물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나는 부모 모두 무학으로 농부의 아들이고, 그 것도 땅 한 평 없던 소작농의 아들로 자랐다. 중학교 때까지 등잔과 호롱불로 공부했다. 나는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내 생활비를 마련하며 다녔고, 때로는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면서 다녔다. 
그렇게 야근하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삼겹살인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 왔기에, 무책임한 노조가 망가뜨리는 회사를 보아왔기에, 우리보다 잘 사는 것으로 알았던 많은 나라들이 꼬꾸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잘 사는 사회인지 보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처럼 아프다고 못하고 힐링해야 한다고 응석을 부리지 못한다.
어떤가?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지 않나? 꼰대 능력을 토익(TOEIC)처럼 테스트한다면 이병태 교수는 900점을 훌쩍 넘길 실력자임이 분명하다. 
“나는 어렸을 때 불우했어요”라는 심리 
도대체 이들은 왜 “나 어렸을 때는 말이야” 이러면서 꼰대짓을 할까?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우한 어린 시절 효과(Hard-knock life effect)라고 부른다. 2015년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소개된 스탠퍼드 대학교 테일러 필립스(Taylor Phillips) 경영학과 교수의 실험을 살펴보자.  
필립스는 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그들에게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를 묻는 취지의 다섯 문장을 제시했다.  
①:내 인생은 어려움으로 가득 찼어요(My life has been full of hardships).
②:나는 수많은 고난을 겪었어요(There have been many struggles I have suffered).
③:내 인생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어요(My life has had many obstacles).
④:내 인생은 매우 쉬웠어요(My life has been easy). 
⑤:내 인생에는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있었어요(I have had many difficulties in life that I could not overcome). 
응답자는 각 문장에 1~7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다. 예를 들어 “내 인생은 어려움으로 가득 찼어요”라는 문장에 완전히 동의하면 7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 1점을 주는 식이다. 단 ④번 문장은 다른 문장들과 반대로 “내 인생은 매우 쉬웠어요”였기 때문에, 집계할 때 이 문항에 대한 점수만 거꾸로 계산했다. 이 말은 다섯 항목 모두 점수가 높을수록 응답자가 스스로의 삶을 고단했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집계 결과 백인들의 고난 수치는 중간쯤인 3.8점이 나왔다. 백인들은 자기의 삶을 평범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새로운 백인들에게 똑같은 다섯 문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점수를 매기기 전에 한 문단을 소리 내서 읽도록 지시했다. 그들이 읽은 문단의 내용은 이랬다.
“최근 반세기 동안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이 매우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백인들이 여러 면에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거, 의료, 구직, 학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고 조사됐습니다.”
이 한 문단을 읽은 백인들에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섯 문장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들의 고단함 숫자는 4.4점으로 집계됐다. 첫 팀의 평균 3.8점보다 수치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어요?”라고 평범하게 물으면 그냥 솔직하게 대답을 한다. 그런데 “백인이 모든 면에서 흑인보다 훨씬 유리해”라는 문장을 읽으면, 백인들은 ‘사람들이 우리 백인들의 기득권을 공격하려 하는구나’라는 위협을 느낀다.
이때부터 백인들은 자기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를 과장하기 시작한다. “비록 내가 백인이고, 지금 꽤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집도 한 채 보유하고 있지만 그건 절대 백인의 기득권 덕분이 아니다. 다 내가 고생한 덕분이지”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렵게 살았냐면!”이라는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왜 그들은 꼰대짓을 할까? 
이 연구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자. 이병태 교수의 꼰대짓은 이 연구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왜냐하면 이 교수가 “나 어렸을 때에는!”을 읊은 시기가 2017년 7월, 즉 정권교체가 막 이뤄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이후 평생 기득권을 누리며 잘 살았는데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적폐청산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러면 당연히 자신의 기득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려웠냐면” 이런 꼰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자료사진)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장병규 위원장도 비슷할 것이다. 자본가로 살면서 초과노동 착취로 잘 살아왔는데, 주 52시간제로 그 기득권이 위험해졌다. 그러니 “나 젊었을 때에는 주 100시간씩 일했어”라는 꼰대 소리가 등장한다. 결국 이런 꼰대짓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항이라는 이야기다.
말이 나온 김에 장병규 위원장한테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지금 선진국의 노동 시간이 어떨 것 같은가? 프랑스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35시간, 최대 44시간이다. 독일은 주 5일 노동을 기준으로 40시간 노동에 연장 노동 8시간이 가능하다. 영국도 주 48시간 제도를 채택했다.
미국은 사무직에 한해 주 40시간을 넘겨 자유롭게 연장 노동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연봉 13만 4004달러(약 1억 6000만 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 장병규 씨. 당신 회사에서 노동자들에게 연봉 1억 6000만 원씩은 당연히 주고 그런 말을 하는 거겠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가 2018년 전경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 52시간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크루그먼은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이 아직도 주 52시간을 일한다고요?”라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가 있었다. 당시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은 ‘선진국인데 주 52시간요?…韓 근로시간에 깜놀한 크루그먼’이었다.
장병규 씨, 크루그먼이 반(反)기업적 경제학자라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이 4차산업혁명에 관심이 없어서 저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고집할 수는 있는데, 그게 유일한 진리인 줄 알고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에 대고 꼰대 소리를 하는 건 좀 많이 곤란하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이 속도가 너무 빨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선진적 논의가 진행되는 판에 한국의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노동시간 감축은커녕 “나 젊었을 때에는 주 100시간씩 일했어”라는 꼰대 소리나 하고 있다. 이런 젠장! 4차산업혁명위원장 생각이 2차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그게 될 일이었겠나?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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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1/16 [11:4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규탄대회’가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주최로 16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렸다.미군주둔비 6조 강요하는 '날강도 트럼프'를 잡는 상징의식.     © 박한균 기자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일주일을 앞둔 16일 미국 규탄대회가 열렸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남인사마당을 출발해 종로를 지나 미대사관으로 행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지소미아 연장 미국은 간섭말라', '구속대학생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했다. '한푼도 안줄거니까 집에 가라 그냥'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주한미군주둔비 단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대학생들이 방위비 분담금 6조 요구하는 미국을 규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엄미경 전국민주노동조합(민노총) 부위원장.     © 박한균 기자

▲ 정어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이 미군주둔비 6조 요구하는 '날강도' 트럼프를 잡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 박한균 기자

“혈세 강탈 방위비 분담금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동맹이냐 날강도냐 돈 없으면 집에 가라”
“온 국민이 반대한다 인상 요구 중단하라”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은 간섭 말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강요!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규탄대회’가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주최로 16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렸다.

사회자는 “오늘 집회는 민중당,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청년대학생 등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로 미국을 규탄하며 행진하는 자리이다”라며 “오는 18일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3차 협상이 진행되기에 오늘의 행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 퍼주는 동맹 관계 이제는 끝장내자”라고 이날 행진의 의의를 밝혔다.

“따르릉따르릉 전화 왔어요~ 6조로 올려달라 전화 왔어요~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안 돼요~ 돈 없으면 집에 가라 미군 놈들아~“

이어 참가자들은 남인사마당을 출발해 종각을 지나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따르릉, 아빠의 청춘, 젊은 그대 등을 개사한 노래를 불렀으며, 미군 주둔비 6조 요구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피켓에 적고 미국을 규탄했다.

한 시민은 “국민 혈세 구걸 말고 돈 없으면 방 빼”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빈민운동을 하는 아현동에 사는 한 시민은 “이 뻔뻔한 미국놈들아 니들이 돈 맡겨놨냐? 니들은 동맹이라 말하지만, 우리는 니들을 날강도라 말한다. 사드 갖고 냉큼 꺼져라!”라고 외치면서 집에서 쉬어야 할 토요일에 열 받아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마치고 규탄대회를 정리하는 발언에서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한반도 평화 시대를 대비한 동맹 재편을 위한 협상이다. 그러나 지소미아 협정은 우리 국민이 사지 않고, 입지 않고, 가지 않으면서 얻어낸 결과이기에 우리 노동자들은 결코 지소미아 종료는 없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직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믿는 일본, 조선식민지 역사를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은 그 일본과 군사협정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둔비 인상에 항의하며 미 대사관저 담을 넘었던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정어진 학생은 “네 명의 학생을 석방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미국의 날강도 짓에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치소 안의 대학생들은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당당했다”면서 “지금도 한국으로부터 뜯어낸 돈이 남아돌아서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으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느니 날강도 짓을 하는 미국! 우리는 저들에게 단 한 푼도 줄 수 없을뿐더러 이런 동맹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혼쭐이 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18일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 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관련 3차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국방연구원에 온다. 이에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8시 전국 각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투쟁을 위해 모이는 만큼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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