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5일 토요일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 팩트체크가 불성실한 보도인 이유

 

  •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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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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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새 정부의 첫 번째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핵심은 감세다. 법인세·재산세·종부세를 감세한다고 한다. 또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요건도 현행 10억원 주식 보유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상향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세 감세다. 세수 감소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책이 발표되니 언론에선 팩트체크를 한다. 가장 간단한 팩트체크는 한국 법인세율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다. 문제는 팩트체크 내용이 사실상 틀린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국회예산정책처를 인용해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OECD 평균 21.5%에 비해 높다고 했다. 미국(21%)이나 일본(23.2%)는 물론이고 독일(15.8%)보다 높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한다.

    ▲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6월17일자 기사
    ▲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6월17일자 기사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 팩트체크는 틀렸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부담정도를 비교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율만 비교하면 안 된다. 한국은 중앙정부에 25% 내고 지방정부에 2.5%를 납부하니 총 27.5%다. 반면 독일은 중앙정부에 15.8% 내고 지방정부에 14.1%를 납부하니 총 29.9%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까지 포함해야 한다. 

    [관련기사 : 한국은 진짜 미국보다 세율이 높을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명목세율은 법형식적으로 규정된 세율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 내는 세금은 명목세율이 아니다. 각종 공제, 비과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인 실효세율을 비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효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일관된 기준은 없다. 연구에 따라서 한국 실효세율은 높게도 또는 낮게도 나온다. 다만 OECD 실효세율 자료를 인용하면 한국의 실효세율 25.9%는 일본, 독일, 프랑스보다는 낮지만 미국, 영국, 이탈리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의 실제 부담 정도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법인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험 부담을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재원으로 사회보험 정책을 펼치나 기업이 직접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의 경제적 실질은 비슷하다. 그래서 월드뱅크 자료를 통해 기업의 법인세와 부담금을 합친 기업의 총부담 비율을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즉미국의 법인세 부담은 한국보다 적지만,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지출이 많아 기업의 총부담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36.6%다. 한국은 각종 부담금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법인세를 많이 걷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기업의 법인세 세율, 특히 명목세율, 그것도 중앙정부에 부담하는 법인세 명목세율만 국제 비교를 하고 팩트체크라고 하는 것은 불성실하다. 특히 많은 언론이 인용한 국회 예산정책처 중앙정부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표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지방정부까지 포함된 명목세율 비교표가 나온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인용된 지방정부까지 포함된 표를 인용하지 않은 것도 성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다른 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것과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것에는 논리적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 법인세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총부담금 비교. 자료=이상민
    ▲ 법인세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총부담금 비교. 자료=이상민

     

    진짜 본질적인 문제는 법인세율 보도의 핵심은 국제 비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 법인세를 감세하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발생한다. 장점은 기업의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세수가 준다는 것이다. 이 장점과 단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법인세 보도의 핵심이어야 한다. 

    일단 정부는 세수 감소라는 단점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해 법인세수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정책 도입 시에는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뇌피셜’만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법인세율을 낮췄을 때,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가 증가한다는 실증연구는 사실상 없다. 

    둘째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실증연구는 무수히 많다. 다만 결론은 다르다. 투자증대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지만, 투자증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어느 하나의 연구를 인용하는 것보다 이런 연구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메타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 해야 하는 것처럼, 연구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럴 때 언론은 어느 한두 연구만 취사선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이준구 교수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결론이 압도적으로 많고, 조세가 투자행위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이론적 측면에서 평가는 거의 컨센서스에 가깝다. 시카고대학의 굴즈비(A. Goolsbee) 교수를 인용해 법인세 인하 효과를 정리하면 투자 촉진 효과는 적지만 (세수 감소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정책이다. 

    결국 법인세 인하를 다루고자 한다면 법인세 인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상정하고 그 장점(기업 이익의 증가)의 의미와 단점(세수감소)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법인세 부담 국제 비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국제 비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세와 각종 부담금을 총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부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실효세율 비교 자료며, 이보다 제한적인 것은 명목세율 비교다. 특히 중앙정부만의 명목세율 비교는 오히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의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나쁜 정보다. 좀 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기사를 기대해 본다. 

    미국에 의한 전쟁을 반대한다

     김용환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6/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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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환 통신원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은 25일 오후 3시 용산 미군기지 1번 게이트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하는 미국 규탄 대학생 문화제를 개최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발언과 노래 공연, 상징의식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윤석열 선제타격, 원점 타격 망언을 규탄했다.

     

    ▲ 노래동아리 `그노래'의 노래 공연.  © 김용환 통신원

     

    ▲ 대진연 노래단 "빛나는 청춘"의 노래 공연.  © 김용환 통신원

     

    김나인 대진연 회원은 “매년 한미연합훈련이 우리나라 땅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 얘기하면서 거의 1년 내내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평화를 위한 약속을 먼저 어겨놓고는 뻔뻔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미연합훈련은 8월에 또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을 성토했다. 

     

    김주현 대진연 회원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를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참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충북 영동군에 있는 노근리 마을에서 쌍굴다리를 지나는 민간인들을 처참하게 학살했다. 이후 미국은 노근리 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라면서 “사람을 죽여놓고 유감이라고 말하며 미안하단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동맹 국가인가. 이런 과거의 아픔을 안고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않은 채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는 건 두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안산하 대진연 회원은 “한미일 삼각동맹은 오로지 미국의 이익에 따른다는 것이 문제다. 삼각동맹 시도를 분쇄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진연 회원들은 녹사평역을 거쳐 전쟁기념관 앞까지 행진하고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 행진을 하는 대학생들.  © 김용환 통신원

    논의도 없이... 윤석열정부 노동정책 끼워넣기는 국민 '기망'

     [주장]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안, 과로 유발하고 공짜노동 증가시킬 우려 있어

    22.06.25 19:51l최종 업데이트 22.06.25 19:51l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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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주요 언론이 이를 다루면서 근로시간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가 주목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방안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근로시간 52시간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 ▲연장근로를 한 후 이를 수당으로 받지 않고 저축계좌에 넣었다가 미래에 휴가로 쓰는 근로시간저축방안 등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때부터 언급되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황당한 것은 이전까지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이 하나 새롭게 추가된 것인데 바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에서 한 달로 연장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일주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를 한 달로 정산하게 되면 12시간×4주, 즉 48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연장근로로 쓸 수 있게 된다. 적어도 한 주에 88시간을 몰아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일터와 노동자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기에 주요 언론들은 고용노동부 발표 이후 앞 다퉈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논의 없는 정책 끼워넣기 발표는 '기망' 이번 고용노동부의 공식 발표는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형적인 정책 끼워 넣기이다.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가 모두 나쁘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시차출근제처럼 노동자의 일-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또한 정부 말대로 다양한 근로시간제도가 있으므로 필요하면 노사합의를 거쳐 추진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이번 발표에 포함된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주에서 한 달로 확대하는 안은 가벼운 정책이 아님에도 그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다가 불쑥 다른 것들과 함께 끼워 넣어 발표한 것은 국민을 기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모두 토론이 필요하지만 주 최대 88시간 또는 주 92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는 특히 많은 검토가 필요한데,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은근슬쩍 정책 끼워넣기는 오랜 만에 목격한 것인데, 실은 보수정권 때마다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 때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불과 5년 전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대타협 합의결과를 일부분만 왜곡, 해석하여 저성과자 퇴출과 공공기관 성과급제를 도입하려고 했다가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하나,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노사합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역시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다. 노사합의를 하려면 노동조합 가입 대상의 과반수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거나 근로자 대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4.5%에 불과하고 근로자대표제도는 아예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는 노사합의를 통해 스스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85.5%의 기업들은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렇게 될 경우 애꿎은 노동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자대표 제도부터 입법화하고 차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과로 유발과 노동권 침해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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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하여 발표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의 쟁점을 살펴보면, 첫째 '과로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근로시간저축계좌 활용,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 스타트업 연장근로시간 상한 폐지 등 이 모든 제도의 공통점은 짧은 기간에 몰아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정해 놓은 것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특정한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심지어 유럽 국가들은 주 단위 근로시간 이외에 1일 동안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도 정해 놓고 있으며 일과 일 사이에 11시간 휴식시간을 준수하도록 설계해 놓았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노동자의 몸은 특정 주에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면 손상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목숨까지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과로에 대한 방지 없이 근로시간만 유연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둘째, 정부의 설계대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가 도입되면 실소득이 줄어들고 '공짜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체계는 크게 기본급과 복리후생성 수당 그리고 연장근로수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부터 기본급을 늘리기보다 연장근로수당을 통해 더 많이 일하면 임금 총액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설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의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일할 경우 그때마다 발생하게 되는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근로시간저축계좌에 넣어두는 휴가마저 제 때 쓰지 못한다면 일은 일대로 몰아서 하고, 실소득은 줄어들며 휴가는 제대로 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우리나라 노동자의 40%가량은 연차휴가를 필요한 때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스타트업 등 IT업계 노동자의 경우 근로시간 상한 제도를 폐지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아예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노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 등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하여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는 있으나 사용자의 요청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부가 근로시간 상한 예외를 적용시키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사용자의 입장만 대변하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고소득 전문직의 연장근무수당 폐지도 누가 얼마나 벌어야 전문직 고소득자인지가 모호하여 결국 현장의 갈등만 불러올 것이다.

    기업 편의가 아니라 노동자 위한 정책 만들어야

    그렇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부족하고 과로와 실소득의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하나는 기업의 편의를 과도하게 배려했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의 결과로 보인다.

    원래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4일제와 같은 총근로시간의 감소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는 대신 그 안에서 활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노사의 양보를 전제로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의 논의 방향은 기업의 오랜 숙원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어려 차례 했고, '120시간 노동'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번 근로시간 유연화 계획은 대통령의 이러한 철학을 너무 살뜰하게 챙긴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발표 이후 정작 대통령은 정부의 최종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아마도 발표 이후 성난 민심을 살핀 행동일 것이다. 부디 대통령께서는 본인 말대로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니 과거를 되풀이 하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정책을 챙기는 관료들도 대통령만 쳐다보지 말고, 한 푼 두 푼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를 생각하면서 정도(正道)의 행정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흥준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이름없는 여인 이정순, 31년만에 해방되다"

     

    평화의 사도 이정순 카타리나 추모비 제막식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2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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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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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25일 오후 연세대 앞 철길 아래에서 31년전 1991년 5월 18일 분신, 투신으로 민주화와 통일의 역사를 한걸음 앞으로 밀고 간 이정순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일 오후 연세대 앞 철길 아래에서 31년전 1991년 5월 18일 분신, 투신으로 민주화와 통일의 역사를 한걸음 앞으로 밀고 간 이정순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1년 전 이름없는 한 여인이 불꽃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이땅 민주화와 통일의 역사를 한걸음 앞으로 밀고갔다.

    당시 39살의 그녀는 1991년 5월 18일 오전 11시 30분경 강경대 학생의 노제행렬이 지나가는 연세대학교 앞 철길에서 분신과 투신으로 부정한 독재권력의 퇴진과 갈라진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자신의 뜻을 밝혔다.

    '백골단'으로 불리던 사복경찰에 의해 명지대생 강경대가 폭행, 사망당한 1991년 4월 이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신의 죽음으로 투쟁이 이어지던 때였다. 

    '공안통치 종식, 노태우 퇴진, 백골단 해체'를 외친 그녀의 항거에 대해 언론은 '4남매의 자녀를 둔 30대 여인의 죽음'으로 제목을 달아 보도했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혼과 정신병력 운운하며 의로운 주검에 난도질을 가했다.

    31여년이 지난 2022년 6월 25일 오후 연세대 앞 철길(정문을 마주보고 오른쪽 인도 방향) 아래에 그녀의 이름을 '평화의 사도 이정순 카타리나 열사'라고 새겨넣은 190cm 높이의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추모비에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독립운동가 아버지와 여순항쟁 피해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1952년) 독실한 가톨릭 신앙생활과 독학, 틈틈히 시와 글로 한반도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염원했던 고인의 삶이 적혀있다.

    이정순 열사. [사진제공-유가족]
    이정순 열사. [사진제공-유가족]

    추모비의 다른 한 면에는 고인이 남긴 유작시 중 한편을 골라 새겼다.

    "듣는 이 없어 몇자 적어본다
    꼭 꼭 닫아버린 문
    어이해 열릴거나
    답답한 캄캄 속
    어느 때나 비출거나
    별도 빛이련만
    달도 빛이련만
    해도 빛이련만
    등불도 빛이련만
    내 빛은 어느 빛이련가
    나즈막한 소리는
    어디서 어느곳에서
    바람결에 들리듯
    이렇듯 알리듯 스며
    젖어들고
    안타까운 가슴은
    눈망울에 구슬이 맺히도록
    서려오고
    일으키는 빛은 어느 곳에서
    비추나
    빛은 알지 못함이어리"
    (유고시집 '내 빛은 어느 빛이련가' 중에서)

    이정순 열사 동생 이옥자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똑똑한 언니를 독립군으로 키웠다고 기억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정순 열사 동생 이옥자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똑똑한 언니를 독립군으로 키웠다고 기억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비를 제작한 오종선 조각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비를 제작한 오종선 조각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비를 제작한 오종선 조각가는 "바람불어도 다시는 꺼지지 않을 불꽃을 형상한 빨간 무늬를 넣었다. 지나가는 연세대생들이 이정순 열사를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열사의 동생 이옥자씨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언니에게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내 몸을 초개와 같이 던져야 한다', '나라가 없으면 가족도 없다', '미국과 일본은 한편이다. 믿어선 안된다', '양식이 없어도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독립군으로 키웠다"고 추억했다.

    어려서부터 예쁘고 야물고 똑똑하고 무술도 잘했던 언니는 죽음을 건 투쟁을 결행하기 전 명지대생 강경대와 전남대생 박승희의 죽음을 접하고는 가톨릭 교리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듯 "수많은 열사들은 나라를 위해 죽은 것이니 자살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는 기억도 떠올렸다.

    또 미리 죽음을 각오한 듯 "무슨 일이 있어도 너무 놀라지 말라"고 했다며, 수많은 언론이 이정순 열사의 죽음 이후 '이혼녀', '정신병자'라며 모욕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9일 이화여대 앞 대현문화공원에 김종태 열사 42주기를 맞아 '오월걸상' 제막을 도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6월 말까지 임기가 끝나기 전 이정순 열사 추모비 건립까지 마무리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열사들의 죽음은 예수께서 우리의 죄를 대속(代贖)한 것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경대 열사의 부친 강민조씨는 "경대의 장례행렬이 지나가던 그날 철길 위에서 불이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름도 모르는 30대 주부가 자식들을 놔두고 갔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경대의 추모제때마다 이정순 열사의 뜻을 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우 신부와 함세웅 신부가 집전한 가톨릭 추모비사에서 교인들은 "이정순 카타리나 열사는 '통일할 나라 대한민국, 축복의 나라 통일의 나라 대한민국'을 꿈꾸며 기도했고,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며 그 꿈을 온 몸으로 우리에게 전했다. 사실 그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했지만 열사로 인해 더욱 절절하게 와닿는 꿈이 되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열사의 장녀 공문정씨(왼쪽)와 윤순녀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열사의 장녀 공문정씨(왼쪽)와 윤순녀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91년 5월 18일 당시 강경대 열사 노제에 참석했던 연세대앞에서 가톨릭 신자로서 부름을 받아 이정순 열사의 빈소를 지키며 장례 일정을 함께 한 윤순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회장은 이날 추모비 제막식에 대해 "이름없는 여인 이정순 카타리나가 오늘 해방되는 날이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이날 이정순 열사 추모비 제막식은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91년열사투쟁30주년기념사업회 등이 나서 준비했다.

    가수 이광석씨가 이정순 열사의 시에 곡을 붙인 추모곡 '내 한 몸 바쳐지리라'를 헌정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가수 이광석씨가 이정순 열사의 시에 곡을 붙인 추모곡 '내 한 몸 바쳐지리라'를 헌정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이정순 열사는 1952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독립운동가인 아버지와 여순사건 피해자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순천에서 버스안내양과 가발공장, 1970년 상경후 한독실업 노동자로 생활하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다 1973년 결혼해 슬하에 1남3녀를 두었다.

    1989년 합의 이혼 후 서울에서 포장마차, 식당일을 하다 1991년 5월 18일 오전 11시 30분 강경대 열사의 노제가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던 중 연세대 정문 앞 철교위에서 분신후 투신했다.

    1991년 5월 21일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안장되었다가 2014년 4월 26일 이천 민주화기념공원 민주묘역으로 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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