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3일 토요일

미국 “북, 핵무기 공격시 정권 종말” 핵태세 보고서

북한(조선) 무려 62번 등장… “MD 역량 강화, 저강도 핵무기 증산 계획”
▲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과 패트릭 샤나한 국방부 부장관, 댄 브루리엣 에너지부 부장관이 2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2018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 VOA 홈페이지]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각) ‘2018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면서 북한(조선)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의 하나로 꼽았다. 그래서 북이 핵 공격이나 확산에 나선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8년 만에 발표한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북한(조선)을 큰 비중을 둬 다루곤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북은 이전 보고서에 비해 무려 15배 넘게 언급됐다. 2010년 보고서엔 4번밖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62번이나 등장한 것. 또 북의 위협과 대응전략을 다루는 별도의 목차도 만들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목차로 구성된 특정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조선), 이란뿐이다. 또 올해는 처음으로 보고서의 한국어 요약본까지 제작, 공개했다고 한다.
미 정부는 보고서에서 대북 억제전략으로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북의 핵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어떤 시나리오도 없다”고도 했다.
미 정부는 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나 관련 기술, 부품, 자문을 어떤 국가나 비국가 활동세력에 전달한다면 모든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이 김정은 정권과 핵심 군사, 지휘 체계 역량을 지키기 위해 견고하고 깊은 지하시설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목표물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래식과 핵 역량을 계속 갖춰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또 보고서에서 “북의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방어적, 공격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북이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것을 제한하고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의 미사일 군사력이 증가하고 이동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미사일 방어역량 역시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의 미사일을 발사 전부터 약화시킬 수 있는 조기경보체계와 요격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북의 미사일 위협이 계속 증가하면 이런 방어역량을 강화할 것이란 계획도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에 중국, 러시아와의 군비확산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조선)이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큰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조선) 미사일을 요격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요격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했다. 루드 차관은 “미국은 이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역량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보고서엔 대북 전략뿐 아니라 북의 현재 위협수위를 평가하는 부분도 담겼다.
북이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에게 핵무기 공격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 북한(조선) 당국자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고, 북이 몇 달 안에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북의 핵 역량과 함께 생화학, 재래식 무기역량을 거론하며 “북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긴급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북의 불법 핵 프로그램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제거돼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로 이어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북의 핵, 미사일 위협 증가에 따른 확산 우려도 언급했다. 특히 북한(조선)이 핵무기 역량을 갖추려고 하는 것을 “국제사회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가장 임박하고 끔찍한 확산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어 북이 다른 무기 확산 세력들에 핵무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북에게서 직간접적으로 핵 위협을 받은 국가들이 핵보유 압박을 느낄 가능성도 문제로 꼽았다.
러시아와 중국에 관해선 두 나라의 핵무기 현대화에 대응해 “미국도 억제용 저강도 핵무기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강도 핵무기란 일반적으로 강도가 약한 핵무기를 가리킨다. VOA는 “기존 핵무기는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간주하고 도발을 가할 수 있다는 이론에 기초한 것”이라며 “기존 핵무기보다 저강도 핵무기를 갖추는 편이 억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저강도 핵무기는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미국의 핵무기 선택 범위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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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국가대표…여자 아이스하키 4인의 ‘올림픽 스토리’

등록 :2018-02-04 09:49수정 :2018-02-04 10:16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특별한 국가대표들’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은 모두 144명이다. 이들 중 귀화를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전 종목에서 모두 15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선 박캐럴라인(박은정·29·왼쪽부터)과 희수 그리핀(30), 임대넬(임진경·25) 3명이 특별귀화 방식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사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은 모두 144명이다. 이들 중 귀화를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전 종목에서 모두 15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선 박캐럴라인(박은정·29·왼쪽부터)과 희수 그리핀(30), 임대넬(임진경·25) 3명이 특별귀화 방식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사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개막을 앞둔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은, 현재까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해 단일팀을 꾸렸기 때문인데, 사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단일팀이 전부가 아니다. 어느 대표팀의 어느 선수든 한두가지 사연쯤 없을까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엔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조금 특별한 선수들’이 많다. ‘남북 단일팀 뉴스’에 묻힌 4명의 선수 이야기를 전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은 모두 144명이다. 이들 중 귀화를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전 종목에서 모두 15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선 박캐럴라인(박은정·29·왼쪽부터)과 희수 그리핀(30), 임대넬(임진경·25) 3명이 특별귀화 방식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 간 박윤정(마리사 브랜트·26)은 ‘국적 회복’을 거쳐 다시 한국인이 됐다. 남북한 단일팀 구성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선수들이 됐다. 단일팀 구성과 무관하게 남쪽 선수단이 구성되는 과정에서도 사연이 많았다. ‘조금은 특별한 시간’을 거쳐 대표팀에 합류한 네 선수를 만났다. 이들과의 인터뷰 약속을 1월 초에 미리 잡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남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월12일 이후, 여자 대표팀은 선수촌 안으로 숨어버렸다. 꼭꼭 숨어 훈련하던 그들이 내일(4일) 평가전을 시작으로 다시 공개 무대로 나선다. ‘이야기’ 많은 올림픽에서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게 평창은…꿈같은 일이 벌어지는 중이에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특별하다. 대표팀은 여성들로 이뤄진 국내 유일의 아이스하키팀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엔 아직 ‘상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없다. 국가대표를 소집할 때만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구성된다. 대학팀도 실업팀도 없다 보니 ‘밥벌이’로 아이스하키를 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고등학생(2001년생)부터 30대 초반까지 선수들 나이 폭도 넓다.
애초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올림픽 출전은 먼 훗날에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올림픽 개최국의 아이스하키 자동출전권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부터 폐지됐다. 최근 2~3년 새 실력이 늘었다지만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2018년 1월 현재 22위다. 8개 팀이 겨루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 자력으로 진출하기엔 갈 길이 멀었다. 그러다 2014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개최국 출전권을 부활시키면서 올림픽에서 뛸 기회를 잡았다. 출전권을 주는 대신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조건을 내걸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대표팀의 경기력을 올림픽 본선 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라는 요구였다.
박캐럴라인
합류 제안에 다니던 회사 사표
의학대학원은 무기한 휴학하고
대표팀 합류하려 어깨 수술도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파”
임대넬
캐나다 대학팀 공격수로 뛰다
페북 메시지로 제안받고 합류
캐럴라인을 협회에 소개하기도
평창은 인생 최고의 순간 될 것”
희수 그리핀
한국인 어머니 이름으로 귀화
“어머니·할머니 나라의 국가대표
골까지 넣는다면…꿈같은 일
한국서 지도자도 하고 싶어”
박윤정
생후 4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
동생은 미국 대표팀으로 평창행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평창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가능성이 있는 국내 선수를 발굴해 캐나다 등 ‘아이스하키 선진국’으로 내보내고, 반대로 아이스하키 선진국의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세라 머리 현 여자 대표팀 감독이 영입됐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 ‘아이스하키 본토’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박캐럴라인(박은정·29)과 임대넬(임진경·25), 희수 그리핀(30)과 박윤정(마리사 브랜트·26)은 이 과정을 통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이스하키와 평창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이들에게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먼 나라였을지도 모른다.
‘특별하게’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더 특별해졌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해 ‘남북 단일팀’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단일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대표팀을 가까이서 보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달 12일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대표팀은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이후 머리 감독의 인터뷰 외엔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통일부를 통해 공개되는 ‘훈훈한’ 훈련 사진이 전부다.
그런 까닭에 네 선수와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평창올림픽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처음으로 참가하는 올림픽이다(물론 남자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쩌면 당분간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설렘과 기대와 긴장 속에 있을 선수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국적을 언제 얻었나요?
박캐럴라인(캐럴라인) “2015년 3월에 얻었어요. 대표팀 훈련은 2013년 7월부터 함께 했고요.”
임대넬(대넬) “작년 1월에요. 2013년 7월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대학교를 졸업하느라 국적 취득이 미뤄졌어요.”
희수 그리핀(희수) “2015년 7월부터 대표팀 친선경기가 있을 때면 합류하곤 했어요. 지난해 4월에 국적을 받았어요.”
박윤정(윤정) “저는 3명과는 좀 달라요. 전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됐거든요. 그래서 귀화가 아닌 국적 회복 절차를 밟았어요. 2016년 9월에 승인됐어요.”
박캐럴라인과 임대넬은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두 선수의 부모는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희수 그리핀은 어머니가 한국인 이민자다. 이들이 말하는 귀화란 국적법상의 특별귀화를 말한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하거나 부모가 한국인이어야 하지만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의 경우엔 특별귀화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페북 메시지로 시작된 평창 프로젝트
이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과정은 그대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역사’가 될 만하다. 그 역사의 시작은 ‘미약’했다.
대넬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김정민 홍보팀장한테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어요. 올림픽에 대비해 전력을 키우려고 한국계 선수를 찾는 중인데, 대표팀에 합류할 생각이 있냐고 묻더군요.”
―처음엔 긴가민가했겠네요?
대넬 “진짜일까 싶어서 한국에 있는 외삼촌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 외삼촌이 직접 김 팀장을 만났어요. 장난이 아니었던 거죠. 협회가 진지하게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정민 홍보팀장은 “무식한 방식”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우선 캐나다 대학에 소속된 팀들을 찾고 선수들 명단 중에 한국계 성씨일 가능성이 있는 김(Kim)이나 이(Lee), 박(Park) 등을 찾았죠. 캐나다 온타리오 디비전에 소속된 ‘로리에 골든 호크스’(Laurier Golden Hawks)에 임(Im)씨 성을 쓰는 선수가 있길래 사진을 보니 아시안이었어요.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을 하고 메시지를 보냈죠.”
협회는 임대넬의 삼촌을 통해 미국 프린스턴대 아이스하키팀에서 4년간 공격수로 뛰었던 박캐럴라인도 소개받았다. 박캐럴라인은 다시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한국계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협회에 전했다. 김 팀장은 희수 그리핀에게 메일을 보냈다.
임대넬이나 박캐럴라인이 대표팀에 합류했던 당시(2013~2014년)엔 대표팀 내 기존 선수들과 이들의 실력 차가 컸다. 임대넬은 캐나다 온타리오 디비전 챔피언팀의 현역 선수였다. 김 팀장은 “대넬이나 캐럴라인의 개인기가 월등했다”고 말했다.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아이스하키팀 누리집에 실린 임대넬의 프로필과 그의 활약으로 경기에 이겼다는 기사. 누리집 갈무리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아이스하키팀 누리집에 실린 임대넬의 프로필과 그의 활약으로 경기에 이겼다는 기사. 누리집 갈무리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아이스하키팀 누리집에 실린 임대넬의 프로필과 그의 활약으로 경기에 이겼다는 기사. 누리집 갈무리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아이스하키팀 누리집에 실린 임대넬의 프로필과 그의 활약으로 경기에 이겼다는 기사. 누리집 갈무리
―당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캐럴라인 “특히 아버지가 많이 기뻐하셨어요.”
대넬 “‘영광스러운 기회를 잡게 됐다’며 모두들 기뻐했어요. 한국에 온 첫해(2013년)엔 오랜만에 어머니도 한국에 오셔서 당시 서울에 있던 오빠랑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그때도 지금도 부모님 나라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해요.”
희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그래도 한국은 낯선 나라였을 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희수 “언어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아쉽게도 제가 한국말을 거의 못하거든요. 다행히도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감독이나 코치도 외국인이라 팀 내에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궁금해요.
대넬 “조수지 선수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래서 팀 내에서 통역 역할을 해요.”
희수 “제게는 이진규(그레이스 리) 선수가 큰 도움이 돼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 역시 두 나라 말을 다 잘하거든요.”
―한국어 실력이 궁금하네요.
윤정 “저희 넷 중엔 제 한국어 실력이 가장 처질 거예요. 국적을 받으려면 인터뷰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국어 공부를 하게 되는데, 전 그런 과정마저 없었기 때문에….”
대넬 “제가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아직도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다는 게. 인터뷰할 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한국어를 좀 더 공부할걸 하는 후회도 되고. 그래서 국적 얻은 후에도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캐럴라인 “점수로 매긴다면 절반 이상은 될 거예요. 말하기는 여전히 좀 어눌하지만 듣는 건 거의 다 되거든요. 상대방이 한국어로 말하면 저는 그걸 듣고 영어로 말하고 있죠. 동료들 대부분이 영어를 조금씩 하니까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희수 “여전히 한국어로 말하는 건 거의 못해요.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할 것 같아요.”
동생과 함께라면…
박윤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레베카 베이커 코치가 다리를 놓았다. 베이커 코치의 남편이 미국 미네소타 대학팀의 코치였는데 그 팀엔 박윤정의 동생인 해나 브랜트가 있었다.
박윤정에게 한살 터울인 동생 해나는 특별하다. 1992년 한국에서 태어난 박윤정은 생후 4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네소타주 배드네이스하이츠시에 살던 그레그-로빈 부부는 결혼 후 12년 동안 아이가 없자 한국인 아기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레그 브랜트의 여동생 또한 한국에서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살고 있었다.
윤정을 데려오기 2주 전 그레그 부부는 해나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윤정이 도착하고 6개월 뒤 해나가 태어났다. 자매는 어릴 적 피겨스케이팅을 함께 했었다. 그러다 5살 해나가 피겨가 싫다며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2년 뒤 언니 윤정(미국명 마리사 브랜트)도 동생을 따라 스틱을 들었다. 윤정은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해나와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윤정과 해나의 부모는 주말에 열리는 한국 학교나 한국 문화 캠프에 자매를 보내기도 했는데, 태권도나 전통무용을 좋아하던 해나와 달리 윤정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부모에게 먼저 말을 꺼낸 이도 윤정이었다. 동생 해나는 와의 인터뷰에서 “언니는 자신이 한국에서 온 입양아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한 이곳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장에서 나란히 선 박윤정(마리사 브랜트)-해나 브랜트 자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지난해 1월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장에서 나란히 선 박윤정(마리사 브랜트)-해나 브랜트 자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2015년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국에 온 적이 없나요?
윤정 “예. 입양을 간 뒤 한국에 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이지만 한국에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합류 제안을 가족들에게 전했을 때 동생은 무슨 얘길 하던가요?
윤정 “‘아주 좋은 기회가 왔다’며 좋아했어요. 해나가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게 대표팀 합류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예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해나는 지난달 2일 발표한 평창올림픽 미국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랭킹 1위인 미국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5연패를 노리는 캐나다와 함께 이번 대회 우승 후보다. 미국은 상위 그룹인 A조, 한국은 하위 그룹인 B조에 속해 있다. 1승이 목표인 한국 대표팀과 1등이 목표인 미국 대표팀의 맞대결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한국 대표팀한테 거듭 일어나야만 가능하다.
―언니는 수비수, 동생은 공격수인데 맞대결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윤정 “쉽지 않을 거예요.”
―미국에 계신 부모님은 이번에 한국에 오세요?
윤정 “물론이에요. 저랑 해나가 모두 올림픽에 나가는데 당연하죠.”
―국적 회복할 때 낳아준 부모님을 찾기 위해서 이름을 박윤정으로 바꿨다고 들었어요. 어느 인터뷰에선 “박윤정이란 이름이 내가 아는 모든 것”이라고도 했던데요. 그동안 좀 알아낸 것들이 있나요?
윤정 “훈련하느라 시간을 내기 힘들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기도 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부모님을 찾으려고) 노력한 건 없어요.”
―올림픽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윤정 “평창올림픽이요? 해나와 함께 한국 여행도 하면서 즐겨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아이스하키만 할 수 있다면…
희수 그리핀의 미국 이름은 랜디 희수 그리핀(Randi Heesoo Griffin)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 그는 유니폼에 랜디 대신 희수라고 쓰기 시작했다. 희수는 그의 어머니 이름이다. 어머니는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첫 경기를 기억하나요?
희수 “물론이죠.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어요. 어머니의 나라이자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나라를 대표하며 좋아하는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이스하키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에 하나거든요. 2010년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소속팀이 없었어요 그게 가장 아쉬웠는데 다시 아이스하키를 하게 됐잖아요. 다시 선택해야 한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할 거예요.”
―언제부터 아이스하키를 했어요?
희수 “6살 때부터요. 클럽팀을 거쳐 2006년에 하버드에 입학했고, 4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어요. 동생도 하키 선수로 브라운대학에 갔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인기 스포츠잖아요. 대학 졸업 뒤 프로팀에 갈 순 없었어요?
희수 “여자 아이스하키도 프로리그가 있기는 한데, 남자 아이스하키처럼 규모가 크진 않아요. 많은 돈을 받지도 못하죠. 프로 리그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기도 해요.”
―대표팀 합류 제안을 받고 “적응하기 힘들까봐 걱정했었다”던데, 실제 와보니 어땠어요?
희수 “한국에 가 본 적도 없고 한국어도 할 줄 모르니까 걱정됐죠. 무엇보다 졸업한 뒤엔 아이스하키를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공백 기간이 5년 가까이 됐으니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죠. 실제로 와서 하려니까 스케이팅이 잘 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현재 듀크대학에서 진화인류학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던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희수 “사실 하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일이 있다면 대학원 공부는 접을 수도 있어요. 미국아이스하키협회에서 받은 지도자자격증도 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A그룹(4부 리그)에서 우승한 뒤 목에 건 금메달을 확인하는 선수들. 오른쪽부터 희수 그리핀, 박윤정, 정시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A그룹(4부 리그)에서 우승한 뒤 목에 건 금메달을 확인하는 선수들. 오른쪽부터 희수 그리핀, 박윤정, 정시윤. 연합뉴스
희수 그리핀처럼 박캐럴라인도 현재 하던 공부를 잠시 미룬 상태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될 생각이었다. 2013년 7월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겠냐?”는 김정민 홍보팀장의 메일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아이스하키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가 아니잖아요. 여자 아이스하키는 더 그런데, 대표팀 합류를 망설이진 않았나요?
캐럴라인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아이스하키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였고, 부모님도 모두 제 선택을 지지해주시고 기뻐하셨거든요.”
―도대체 그 아이스하키의 매력이란 게 어떤 거예요?
윤정 희수 대넬 “스피드요.”
―그게 전부예요?
캐럴라인 “좋은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들이 많아요. 우선 기본적으로 스케이트를 잘 타야 해요. ‘눈과 손의 협동감각 운동 능력’(hand-eye coordination)도 좋아야 하고, 두뇌 회전도 좋아야 하고, 체력도 갖춰야 해요. 팀 스포츠니까 동료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죠. 이런 요소들이 잘 조합돼야 좋은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거든요. 이런 능력들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이에요.”
박캐럴라인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고 다니던 병원을 그만뒀다. 대표팀 합류(2013년 7월) 뒤엔 미국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에 들어갔다. 2014년엔 어깨 수술을 했다.
―대학원은 지금 휴학 상태인 거죠? 공부와 아이스하키를 함께 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캐럴라인 “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에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았거든요. 의학대학원에 가고 싶은데 아이스하키 선수로 올림픽도 나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둘 다 포기할 수 없었어요.”
―대학원 공부를 미루고 있는 게 걱정되진 않아요?
캐럴라인 학부 때도 공부하면서 운동했으니까 둘 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둘 다 포기하지 않아요.
―어깨 수술은 왜 한 거예요?
캐럴라인 “학부 때 경기를 하다 다친 어깨가 자주 빠졌거든요. 일상생활 하는 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하키를 하려면 수술을 해야 했어요. 한국 국적을 받고 올림픽에 나가려고 (수술을) 했죠.”
―대표팀 합류 전후로 인생이 파란만장해졌네요?
캐럴라인 “예정에 없던 수술을 하고, 올림픽 나가려고 대학원도 휴학하고, 동계아시안게임에도 나갔는데, 이제 며칠 뒤면 올림픽에서 뛸 테니 인생의 많은 부분이 휘익 바뀐 셈이죠.”
나에게 평창이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98년에 창단했다. 1999년 강원 겨울아시안게임 유치 당시엔 ‘개최국은 전 종목에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주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과 동호회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그 과정을 소재로 만든 영화 <국가대표2>를 보면, 아이스하키 대표팀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북한이탈) 주인공의 퍽을 뺏으려다 빙판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반시계 방향으로 경기를 펼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좌우 방향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아이스하키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급히 만든 팀의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강원 겨울아시안게임에서 57골을 내주고 2골을 넣으며 3전 전패. 2003년 일본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에서는 80골을 내주고 1골을 넣었다. 역시 3패.
2017년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붙은 남한의 희수 그리핀과 북한의 려성희. 둘은 이번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서 같이 뛴다. 연합뉴스
2017년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붙은 남한의 희수 그리핀과 북한의 려성희. 둘은 이번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서 같이 뛴다. 연합뉴스
그러던 대표팀이 지난해 2월에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전 승리를 거두며 3승을 올렸다. 두 달 뒤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A그룹(4부 리그)에선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디비전2 A그룹 잔류가 목표였던 팀이었다. 이제 대표팀은 다음주 금요일(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에서 ‘올림픽 첫 승’을 꿈꾼다.
―평창올림픽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캐럴라인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한국에 오실 예정이거든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선택과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희수 “어머니와 할머니의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가는 거잖아요. 꿈같은 일이에요.”
윤정 “비록 다른 팀이지만 동생과 같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영광이에요. 저희 자매에겐 완벽한 올림픽이에요.”
대넬 “6살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래,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거예요.”
―한국 대표팀은 1승이 목표라던데, 그 이상도 기대하고 있나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희수 “다들 강도 높은 훈련을 버텨냈거든요. 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론 강릉에서 열렸던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어시스트만 했고 골이 없었거든요. 올림픽에서 꼭 골을 넣고 싶어요.”
대넬 “올림픽에서 골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네요.”
윤정 “전 수비수인데다 슈팅 능력이 그닥 좋지 않아서… 경기 앞두고 해나랑 ‘너를 위해 골을 넣을게’라는 문자를 주고받거든요. 그게 올림픽에서 실현되면 기쁠 것 같네요.”
―한국 팬들에게 아이스하키는 여전히 생소한 스포츠예요. 재밌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희수 “아이스하키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격렬한 스포츠거든요. 몸싸움이나 순발력이 필요한 스케이팅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재밌을 거예요.”
대넬 “아이싱(전방으로 쳐낸 퍽이 어느 선수에게도 닿지 않은 채 상대팀 골라인을 넘어가는 경우 주어지는 페널티)이나 오프사이드 같은 기본적인 규칙 몇 가지만 알아도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가까이에서 본 세라 머리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요?
대넬 “선수가 감독을 평가할 순 없어요. 노코멘트 할래요.”
―본인들 외에 주목할 만한 대표팀 선수를 꼽아본다면?
윤정 “글쎄요. 한두 명만 꼽긴 쉽지 않은데….”
대넬 “전 주전 골리 신소정 선수요. 늘 노력하는 선수거든요.”
희수 “전 수비수 엄수연 선수랑, 공격수 한수진 선수요. 영리하고 센스가 좋아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게 평창올림픽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넬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던 2013년과 비교하면 여자 대표팀은 정말 엄청난 성장을 이뤘어요. 이런 속도로 성장하고 노력하고 지원한다면 3~4년 뒤엔 또 달라져 있을걸요. 마지막이 아닐 것 같은데요?”
희수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면 예선 통과 못 할 것도 없을 텐데요? 중국과 일본도 했는데 한국이라고 왜 못 하겠어요?”
2015년 2월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세라 머리 당시 대표팀 코치와 박캐럴라인 당시 플레잉코치. 김봉규 <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2015년 2월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세라 머리 당시 대표팀 코치와 박캐럴라인 당시 플레잉코치. 김봉규 <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아이스하키와 대표팀을 향한 열정으로 충만한 이들에게 남북 단일팀으로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소감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하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상대편이던 북한 선수들과 같은 팀으로 만난 기분이 어떤가요?” 따위의 ‘상투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단일팀 관련한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지만 통일부나 문체부는 “정부 차원에서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남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안했다는 지난 1월12일, 대표팀은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날 공항에서 골리 신소정과 주장 박종아, 부주장 조수지 선수가 “선수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말한 게 단일팀으로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감이었다. 그날 이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진천선수촌 안에서 비공개로 훈련 중이다. 1월25일엔 북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의도치 않게 베일에 싸이게 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4일 저녁 7시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다. 단일팀이 만들어진 뒤 치르는 첫 경기이자 올림픽을 앞두고 여는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이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올림픽 방해, 한반도 전략무기 배치 미국반대! 2018 첫 반미집회

올림픽 방해, 한반도 전략무기 배치 미국반대! 2018 첫 반미집회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02/03 [21: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한파가 몰아친 3일 오후 서울, 부산, 대구, 춘천, 광주 등에서 '평화올림픽 방해,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반대'의 내용으로 집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다시 한파가 매섭게 몰아친 3일 오후 주요 도시의 미군기지와 시내에서 2018년 첫 ‘반미집회’가 열렸다.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춘천에서 ‘평화올림픽 방해,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반대’와 각 지역별 요구가 결합된 반미의 함성이 한파를 뚫고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 용산미군기지 4번 게이트 앞에서 집회를 한 참가자들이 6번 게이트까지 행진을 했다. 피켓 사이사이로 용산미군기지의 담벼락과 철조망이 보인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 -민족공조로 주한미군을 내보내자!

서울 용산미군기지 4번 게이트(기지 문) 앞에서는 ‘평화 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반대와 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요구하는 시민행동’이 열렸다. 

시민행동은 2시부터 용산 미군기지 10개의 게이트 앞에서 피켓팅 및 소규모 집회를 여는 작전명 ‘용산 미군기지 봉쇄작전’, 본집회, 6번 게이트까지 풍물을 앞세운 행진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 용산주민모임의 최명희씨는 연설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이 용산, 우리 주민들이 앞장서서 미군기지를 온전하게 되찾겠다."고 밝혔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본 집회는 먼저 ‘용산기지 온전히 되찾기 용산주민모임’의 최명희씨 연설로 시작되었다.
최명희씨는 “용산에 6년 째 살고 있다. 1주일에 한번 1달에 1번 용산 미군기지 3,4번 게이트 앞에서 집회와 풍물한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오염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벤젠 672배 초과, PPH는 기준치 7~800백배가 넘어서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부 일부에 불과하다, 기지 전반에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탄저균 실험도 불법적으로 시행되었다. 주한미군은 서울의 한복판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제 이들의 민낯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우리는 미군기지 문제를 용산주민들 먼저 나서서 해결하겠다. 많은 관심과 함께 투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성 서울 민권연대 대표는 평창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반대의 내용으로 연설했다. 
한성 대표는 “우리는 군사전문가가 아니어도 <B2>, <B-52>, <칼빈슨호>가 무엇인지 다 안다. 미국은 남북대화를 지지한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바란다고 이야기했지만 괌에 B2, B-52를 전진 배치했고, 칼빈슨호를 출항시켰다. 이런 것은 모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하려는 우리 민족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의도이다. 트럼프 행정부 새로운 대북제재를 했으며, 국정연설에서 탈북자를 끌어들여 북에 대한 규탄했다. 트럼프는 ‘우리민족끼리’를 훼방하려고 하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가장 대중적인 반미반전 투쟁을 전개하자.”고 호소했다.

▲ 용산미군기 지 온전한 반환! 집회 참가자가 든 손피켓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하인철 학생은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발언을 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온 겨레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핵항공모함 3척을 배치하고, 올림픽 이후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한다고 했다. 미국은 북의 변화한 전략적 지위에 대해서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북의 핵무기 위협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와이에서 벌어졌던 북 미사일 오보경보 사태가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의 실제를 인정하지 않고 제재를 하려고 한다. 제재와 무시로는 북을 통제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대북제재와 한미군사훈련을 북을 자극만 할 뿐이다. 대화를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  

윤기진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가 마지막 연설을 했다.
윤기진 공동대표는 “국민들은 평창이 잘되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예매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방해하는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3척을 배치, 전략폭격기, 특수부대, 코피작전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보수세력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은 단일기 걸지말라, 단일팀 하지 말라고 난리를 펴고 있다. 심지어 송영무 장관은 북을 지도에서 제거하겠다는 망발을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단일팀 구성으로 2007년 10월 4일 이후, 10년 만에 우리 민족에게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우리 민족에게 좋은 것은 미국에게 공포로 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공존, 공영에겐 미국에겐 공포로 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의 힘으로 남북을 갈라놓고 지배하려는 미국을 이 땅에서 영원히 지워버리자. 민족공조로 주한미군을 내보내자”고 절절하게 호소하였다. 

▲ 윤기진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는 "민족공조로 주한미군을 내보내자!"고 연설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3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대학생 노래패 '노래악단 씽'이 통일노래를 부르면서 참가자들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3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시민행동 참가자들이 풍물패가 앞장서서 행진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본 집회를 마치고 풍물패를 앞세우고 행진을 한 집회 참가자들은 6번 게이트 앞에서 미군기지를 향해 풍물소리, 부부젤라, 싸이렌과 미군은 이 땅에서 당장 나가라고 함성을 외친 뒤 집회를 마쳤다. 


▲ 3일 오후 4시 부산항 8부두 앞에서 '평화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반대와 부산남구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시민행동'이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부산 미군전용부두 8부두 앞 - 세균실험실 폐쇄에 힘을 모으자!

부산에서는 3일 오후4시 부산항 8부두(미군전용부두) 앞에서 <평화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배치 반대와 부산남구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시민행동>이 진행되었다.

시민행동 집회에는 국민주권연대 부산지역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부경연합, 민중당 부산시당 노동자통일선봉대, 민중당 남구지역위원회,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주민모임 등의 회원들이 참가하였다.

▲ 이성우 범민련 부경연합 부의장은 "평화올림픽을 미국은 핵항공모함 3척 배치를 비롯해서 전략무기들로 훼방을 놓고 있다."고 규탄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먼저 범민련 부경연합 이성우 부의장은 “집에 사랑하는 연인이 방문했는데 골목 곳곳에 불량배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야 되겠냐, 평화 올림픽에 항공모함 3척의 배치를 비롯해 각종의 전략무기들로 훼방을 놓고 있는 미국을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 

이어 민중당 부산시당 노동자통일선봉대 대장 최승환씨는 “위험천만한 세균실험실이 도심에 들어와 있다, 또한 이곳 남구 백운포 미 해국작전사령부에는 미국의 핵 잠수함, 항공모함이 수시로 드나든다. 민중당과 지역의 여러 동지들이 힘을 합쳐 세군실험실, 미 핵전력 입항 기지 모두 몰아내는 싸움을 함께 하자”고 호소하며 오는 3월 17일 백운포 기지 앞에서 민증당 결의대회에 함께 하자고 연설했다.  

▲ 최승환 민중당 노동자통일선봉대 대장은 "미군 세균실험실과 미 핵전력 입항기지 폐쇄에 다함께 힘을 모으자."는 연설을 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국민주권연대 부산본부 김인규 대표 투쟁선포문 낭독했다.
김인규 대표는 투쟁선포문을 통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평화 올림픽을 미국이 갖은 수를 다해 재를 뿌리고 훼방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계 민심은 반미로 확고히 돌아서고 있다며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평화올림픽 성사하고 올해 반미투쟁을 더 뜨겁게 일으키자.”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 풍물패 대동놀이가 진행되었다. 
대동놀이는 전쟁연습, 핵전략자산, 세균실험실이라고 적힌 피켓을 집회 참가자들이 짓밟으며 함께 길놀이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 부산 8부두 앞에서 진행된 시민행동 참가자들이 미군의 핵전략자산을 밟으며 풍물놀이를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대구 캠프워커 후문 앞 - 역진불가한 한반도 평화 만들자!

▲ 대구의 캠프워커 후문에서 '평화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반대 대구시민행동'이 오전 11시에 열렸다.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대구에서는 캠프워커 후문 앞에서 3일 오전 11시 <평화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반대 대구시민행동>이 진행되었다. 

시민행동은 1인 시위와 연설로 진행되었다. 

▲ 국민주권연대 대구본부 조석원씨는 "평창을 넘어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다시 열어 돌이킬 수 없는 역진불가한 한반도 평화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대구주권연대 소속 조석원씨는 연설을 통해 “평창올림픽에 악재가 많이 있었다. 러시아팀 , NFL주요선수 불참 등으로 국민들이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강원 동계체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1월 1일부터 날아온 남북평화의 훈풍, 단일팀 구성으로 온 세계인이 평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너무나 다행이다. 그러나 미국은 레이건 항모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이른바 '코피작전' 등으로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 국민 모두다 전쟁보다 당연히 평화를 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엔헌장에서도 불법인 예방타격을 운운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해치는 심각한 도발이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넘어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다시 열어 돌이킬 수 없는 역진불가한 한반도 평화를 만들자. 그리고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미국추종과 미국의 평화 파탄행동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분쇄”해야 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 춘천 명동거리- 한반도 평화통일 방해 트럼프를 반대한다!

▲ 3일 오후 6시 춘천 명동거리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반전평화 토크버스킹'이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춘천의 명동 거리에서 ‘반전평화 토크버스킹’이 6시부터 열렸다. 
‘반전평화 토크버스킹’은 양희원, 김원목 학생의 ‘이젠 나가주세요’ 노래 공연을 시작으로 해서 ‘트럼프는 들어라 시민필리버스터’, ‘전쟁반대 N행시 백일장’, ‘트럼프 망언 BEST3’, ‘통일의 꽃을 피워요’ 통일 노래 공연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시민 필리버스터에서는 세 명의 학생들이 나와 ‘한반도에서 전쟁 훈련을 하고, 계속해서 전쟁 무기를 반입하는 미국’을 규탄하는 내용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방해 하는 트럼프’를 규탄하는 연설이 있었다. 
이어 ‘남북단일팀 환영! 평화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내용의 발언이 이어졌다.

▲ 3일 춘천 명동거리에서 열린 '반전평화 토크버스킹'은 트럼프의 망언 베스트 3, 시민필리버스터 등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반전평화 토크버스킹’은 2018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열어 나가고, 남북의 화해와 단합의 과정에 찬물을 끼얹는 미국을 반대하는 춘천시민들과 대학생들이 모여 열렸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한파경보가 내린 날씨 속에서도 평창올림픽을 넘어 평화통일의 올림픽이 되기를 염원하며 구호를 외치고, 발언과 공연을 진행했다. 



▲ 3일 오후 3시 서울 미 용산기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평창올림픽 방해하는 미국을 반대한다!'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3일 서울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를 반대하는 피켓을 든 참가자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미군은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책임져라!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해 직접 시민들이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시민조사단'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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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변엔 정말 '서지현들'이 없었나요?

18.02.03 20:18l최종 업데이트 18.02.03 20:18l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JTBC 화면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한 여성 검사가 출연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SNS에서 수없이 공유됐다. 다음 날 온라인 뉴스란에도 그녀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는 글도 읽어보지 않았다.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필자는 이런 사건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마주했다. 상담소에서 만나는 수많은 피해 생존자들, 그리고 그녀들이 당한 고통을 곁에서 지켜본 나에겐 그저 공기처럼 둥둥 떠다니다 어느 순간 그 실체를 드러낸 단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가 모였다. '어, 이 흐름은 뭐지' 싶던 그 순간,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전국 동시다발 긴급 기자회견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급하게 잡힌 기자회견. 몇 사람이 업무를 나눠 당일에 쓸 플래카드를 맡기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단체 실무자들에겐 일상적인 업무.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 온 너무나 익숙한 일상.  

그다음부터였다. '뭔가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구나' 확신하게 된 것은. 

다른 유관단체에서 먼저 연대발언을 하겠다고 요청해왔다. 매번 연대단체 발언을 부탁할 때마다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던 단체의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여성폭력 이슈라고 하면 으레 여성단체들만이 모이던 것과 달리, 지역 내 진보단체에서도 연대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이건 무슨 일일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이 남겨져 있었기에 지금까지 항상 부차적으로 다루어지거나 여성'만'의 문제로 다루어지던 여성폭력 문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는 걸까.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녀가 남긴 긴 글을 쭈욱 읽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었고, 다시 글을 읽기를 반복했다.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얼마나 다행이야..."

그녀의 글의 마지막 단락에 쓰인 이 구절에선 숨이 막혀오듯 답답해졌다. 그녀가 82년생 김지영씨를 떠올리며 '<72년생 박지현>을 써야했나' 이야기하는 부분에선 한 가지 기억이 더듬더듬 올라왔다.

2017년 여름,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다. 그날의 주제는 차별 경험 드러내기. 그런데 10대 중 후반의 여·남 청소년들의 반응은 달랐다. 

너무나 빠르고 쉽게 자신의 차별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 청소녀(청소년이라는 지칭이 남성을 상정하고 있어 이렇게 표현하고자 함)들과 다르게 남성 청소년들은 오래도록 말할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마무리하던 중 간담회를 지켜보던 30대 초반의 남성이 이렇게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02년 김지영은 적어도 다르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그녀와 후배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되묻고 싶었다. 갑자기 울컥한 마음도 들었다.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저들의 삶이 80년대생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어떻게 해야 설명해야 하는 거냐'고, 왠지 그를 향해 항변하고 싶었다. 물론, 좋은 분위기를 깨는 '프로 불편러'가 되기 싫었던 나는 침묵했다. 

내가 만난 '서지현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게 한 누리꾼이 보낸 꽃바구니가 1월 31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현관 안내탁자에 놓여 있다.
▲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게 한 누리꾼이 보낸 꽃바구니가 1월 31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현관 안내탁자에 놓여 있다.
ⓒ 경남도민일보

서지현 검사가 남긴 글,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며 보았을 게다. 물론 여성들이 쏟아내는 고백을 귀기울여 듣지 않고, 눈여겨 보지 않은 그 누군가에겐 충격일 수도 있겠다. "아직도 이런 일이, 저렇게 '똑똑하고 야무진' 검사에게도 일어나다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글 속에서 그녀가 놓여있던 상황 하나하나는 내가 만났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에게 울며 하던 이야기들과 똑 닮아 있었다. '내가 그때 그 자리에 갔을까' '왜 그때 문제제기 하지 못했을까'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원망하던 그녀의 모습은 내가 만났던 그녀들, 바로 그녀들이었다. 

"왜 어제랑 같은 옷이야? 뭐 남자친구랑 뜨거운 밤이라도 보냈어?"
"어, 오늘 좀 예민하네. 뭐 '그 날'이야?" 


이런 말을 아침 인사처럼 건네 들었던 그녀들.

"요즘 인사 시즌인데 나 곧 인사과로 갈 거야. 자기소개서 들고 와봐. 내가 봐줄게." 

정규직이 되는 게 꿈이었던, 계약직 직원이던 그녀를 따로 불러 추행한 그와 수없이 존재하는 '그들'. 

하지만 성희롱,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피해 당사자가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성폭력은 결국 힘의 차이, 권력의 차이에서 발행한다) 가해자를 향해 문제제기를 하는 건 한국 사회처럼 집단과 위계를 중시하는 곳에서 쉽지 않다. 이건 때론 생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선생님, 왜 그 자리에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요?" 

그녀들은 부당하게 자신을 대한 이들에게 향해야 할 화살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돌려놓은 채 내내 괴로워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그녀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그 현장을 목격했거나 혹은 함께 생활해왔던 이들의 반응이었다. 

피해 생존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한다.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한 그 순간부터 피해 생존자들은 '말'할 공간을 잃었고, 가해자들은 '말'할 공간을 적극적으로 넓혀갔다. 

"뭘 이런 사소한 일 가지고 저렇게 유난스럽게 굴어?" 
"그때 그럼 거부를 했어야지.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니야?" 
"둘이 사귀어 놓고 이제 와서 저러는 거 아니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일상을 나누었던, 그래서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가볍게 던지는 말들은 그녀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녀들은 그들로부터 고립되어 갔다. 

"선생님, 저는 적어도 그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진 않더라도 비난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그들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보면서 저는 더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녀들이 말했다.  

서지현 검사의 경우, 용기 있는 고백 이후 많은 이들이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검찰 내에서는 그녀의 성품과 업무 능력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2차 가해다. 

서지현 검사의 고백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내가 그녀다'라며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녀들이 당했던 피해 경험이 다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위계적인 조직 문화, 남성들이 대다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검찰에서 이런 문제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먼저 그곳에 머무는 여성들에게 "당신, 지금 괜찮은가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을까. 

그 연대가, 한 사람만을 향하지 않기를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2월 1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용기 낸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며 성역 업슨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2월 1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용기 낸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며 성역 업슨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 윤성효

2월 1일, 오전 11시 검찰청 앞 검찰 내 성폭력 규탄 기자회견에는 필자가 활동한 이래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눈에 띄게 많은 남성들이 기자회견을 함께 했다.  

기자회견 현장 주변에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기자회견문을 나눠주고, 실무를 보며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위치에 서 있던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복잡해졌다. 

3일에 한 번 여성들이 데이트폭력으로 죽어가고 있다. 아내 폭력, 여성혐오 범죄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이 죽음의 고리를 끊는 데 함께 하자고 호소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2009년 3월, 우리 곁을 떠난 고 장자연. 그녀의 이름도 내내 떠올랐다. 20대 여성 연예인 지망생이 남기고 간 편지 속 이야기들은 잔인했고 끔찍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 우리의 분노와 움직임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작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 사건 1주기 기자회견. 다음 날 진행되는 5.18 행사를 준비하던, 다른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그들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왜 우리의 옆에 함께 서지 않았을까. 

물론 지난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이 말할 공간을 얻었고, 서로 연대했다. 그 결과로 소라넷 폐지와 낙태죄 폐지 20만 명 서명 등의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냈다. 이 또한 지금 서지현 검사를 향한 지지와 연대의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 이전에 나왔던 수많은 증언 피해 생존자들, #OO_내_성폭력 운동을 잊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지현 검사를 향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연대는 너무나 반갑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 지지와 연대가 단 한 사람만을 향하진 않길 바란다. 우리 스스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발 딛고 일하는 그 자리에서 성찰할 수 있길 바란다. 

분명, '나 또한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로 살아가며 말할 공간, 말할 힘조차 없는 '그녀들'이 있을 것이다(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여성단체 활동가이기 때문에 원고를 의뢰받고,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을 쉽게 얻었다. 내 위치에 부여된 힘이 있음을 고백한다).

강 건너에 붙은 불을 '어떡해' 하며 발을 동동 굴리고, '우리가 화재 대비를 못했다, 안전 대책이 부족했다'는 식의 분석을 쏟아내는 건 어찌 보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바로 내 앞에서 불이 났을 때, 도망가지 않고 동료를 덮치는 불을 마주하고, 함께 그 불을 끄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관자에서 목격자로, 목격자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당사자로 우리는 이제 피하지 않고 질문해야 한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예민하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는지, '좋은 분위기 깬다'며 비난하지 않았는지, 그 '좋은 분위기'는 대체 누굴 위한 것이며, 누구를 소외시키고 있는지, 어쩌면 우리 모두 공범은 아니었는지 물어야 한다. 이게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미리내씨는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