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일 금요일

이태원 유가족 "참을 만큼 참았다, 총선 때 온몸으로 심판"

 


[인터뷰]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윤 정부에 호소 끝, 진상규명 초조한가"
24.02.02 18:16l최종 업데이트 24.02.02 18:16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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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62)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시위 참여 요청에 불응하고, 1주기 추모제 때 윤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이 위원장은 "더 이상 윤 정부엔 애원하고 호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단식, 삭발,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목숨을 내놓는 것 빼곤 다 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낙선운동을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와 달리 가족들이 직접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이 정부가 '살인 방조' 집단이라는 것을 알리면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측이 4월 총선에 대한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다.

"지금까지 참고 또 참았다, 총선에서 심판할 것"
 
▲ 이태원 유가족 "참을 만큼 참았다, 총선 때 온몸으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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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0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잔인하다. 큰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는 그동안 정말 자제해왔다. 우리가 언제 작은 몸싸움이라도 낸 적 있나. 유가족들 중에도 '윤 대통령 탄핵하자, 끌어내자'는 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제가 억누르고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촛불행동' 같은 데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이 와도 우린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끝이라고 봤다. 뭔가를 끌어내기 위해선 참아야 한다고 봤다. 우리가 할 것은 애원하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봤다. 그렇게 1년 넘게 호소만 한 이유가 바로 이 특별법이었다. 인간이라면 이 정도로 사정하면 한번은 돌아볼 줄 알았다. 아니었다."

-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부권 행사 소식을 듣고 "우리를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참사 초기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일이 오래 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100명 넘는 국민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었는데 이게 예삿일인가. 당연히 국가가 알아서 설명도 하고 조사도 하고 발표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국정조사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게 어느새 유가족들이 무릎 꿇고 제발 국정조사 좀 열어달라고 울고불고 있었다. 바짓가랑이 붙잡으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맞나 싶었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가족들이 5만 명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오체투지를 해 만든 게 특별법이다. 더 이상 할 것도 없다. 목숨을 내놓는 것 외에는. 이제 우리는 이 정부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 더 이상 이 정부에 애원하고 호소하지 않겠다."

- 이 정부 내 단체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니다. 특별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 다시 입법 과정을 거치려면 그 방법뿐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진짜 제대로 된 싸움을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다. 이 정부가 얼마나 포악하고 야비했는지 몸으로 알리겠다. 몇 명 안 되는 유가족들이 뭘 할 수 있냐고 가볍게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식 잃은 부모가 얼마나 무서운지 못 느껴서 그렇다."

-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총선에서 여당이 지대한 타격을 받을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보 하나하나의 낙선 운동을 한다기보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대했는지, 이 정부가 왜 살인 방조 집단인지, 우리의 목소리로 직접 알린다면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이 되지 않겠나."

"정부 피해자 지원 대책 발표, 유가족 공격하라는 신호"
 
큰사진보기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1월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 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15,900배 철야행동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1월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 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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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한 대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놨는데.

"바로 그 점에서 우리가 격분했다. 우리는 진상 규명만 얘기했지 배·보상 얘기는 한 적이 없다. 마치 우리가 돈을 원하는 것처럼 정부가 프레임을 짠 것이다. 이건 (여권) 지지층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번에 정부가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조사로 국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벌써 '혈세 낭비하지 말라'며 가족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년 전 세월호 때와 똑같은 수법이다. 우리를 악마화시켜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그 틈을 타 빠져나가려고 한다. 더 이상 이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남겨야 한다.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 발표 전 정부 측에서 사전 설명이 없었나.

"전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정부 발표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대책이라면서 피해자는 제쳐두고 언론사 카메라에만 대고 발표했다."

- 그럼 발표 후에라도 정부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나.

"전혀. 정말 뻔뻔하지 않나. 이 정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평생 검사만 했고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윤 대통령은 공감력이 전무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참사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손 한번 잡아준 적 있나. 단 한 번도 없다. 카메라만 보고 얘기했을 뿐이다.

나는 대통령이면 국민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현장에 나타나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정치 아닌가. 실무적인 행정이야 아래 각료들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정치를 안 하고 있다. 불행한 시대다. 대통령이라면 가식으로라도 제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거부권 정부, 무엇이 초조한가... 핵심은 마약수사대 행적"
 
큰사진보기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1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 거부권에 반대하며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1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 거부권에 반대하며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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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때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방해는 극심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2014년) 자체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국가가 10년 전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무리수다. 나는 이 정부가 초조해 보인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얼마나 초조하고 여유가 없으면 유가족들이 1주기 때 대통령을 초청했는데도 오질 않겠나."
 
- 무엇을 초조해한다는 건가.


"진상 규명을. 이번에 대통령이 특별법을 거부한 것은 조사 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놓은 피해자 지원책이 사실상 특조위 부분만 빼고 특별법에 다 들어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우리와 비공개로 만났을 때 '특조위만 빼면 지금이라도 바로 특별법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거기에 우리가 '안 된다, 진상 규명이 본질이다'라고 하면 매번 무산됐다. 그리고 그 뒤에 용산이 있었다. 독립된 조사 기구는 절대 안 되고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초조함이 느껴졌다. 결국 칼끝이 정부로 향할 거라는 걸 아는 것이다. 심지어 참사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각료 단 한 명도 우리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 정부는 거부권을 쓰면서 이미 검·경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겨우 2주 전에 기소된 것 하나만 봐도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지 알 수 있다. 당초 수사팀에서 김 청장에 대한 기소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은 1년 동안이나 뭉개고 있다가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떠밀려 억지로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에 불기소 의견까지 냈는데, 향후 재판이 열린다 해도 김 청장 죄를 제대로 추궁할까? 국정조사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조사 기간 45일 중 절반을 날렸었다.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도 0명이다. 참사 직후 속죄한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은 이제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진상 규명이 됐다는 건지 정말 한번 묻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보나.

"핵심은 경찰 마약수사대 50여 명이 이태원 현장에서 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얼 했느냐다. 골든 타임이었던 그때 실제 경찰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직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경찰 신분을 숨기고 사복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던 50명 넘는 수사대가 현장에 있었다. 그들이 정말 그 심각한 상황을 몰랐을까? 그들 중 정말 아무도 상부에 보고를 안 했을까? 했다면 상부는 무슨 지시를 내렸을까? 혹시 마약 수사 실적을 위해 방치한 건 아닐까? 조치가 늦어 참사를 키운 건 아닐까?

우리가 이 정부를 살인 방조 집단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정부가 억울하다면 따져보자. 그게 상식 아닌가. 왜 애초에 거부하나. 너무나 많은 목격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몰라 두려운 것은 아닌가. 하다못해 50명 넘는 마약수사대 경찰 중 단 한 명이라도 입이 열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건 아닌가."

[관련 기사]
"피해지원" 정부 일방 발표에 이태원 유가족 "한줌의 진정성도 없다" https://omn.kr/279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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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윤석열대통령#거부권#특조위#특별법

'김건희가 간첩에게 속았다'는 건 더 무시무시한 일 아닌가?


[박세열 칼럼] 위기에 빠진 영부인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2.03. 05:02:06 최종수정 2024.02.03. 05:04:08


연일 자살골을 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스캔들을 대하는 국민의힘 이야기다.

국회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재영 자칭 목사"가 "북한 이적 영상물들을 송출하여 지난해 1월 중단된 <통일TV>에 부사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리고 통일TV가 국가보안법상 찬양·선전죄(제7조 1항)와 이적표현물 반포죄(제7조 제5항)에 해당하는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 자의 신뢰할 수 없는 일방적 주장과 몰카 사기취재 영상을 공익제보인양 그대로 국민에 전달한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은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북한 방송을 그대로 들여와 소개한 <통일TV>처럼 '북한 방송 개방'은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하며 추진했던 사안이란 점이다. 그해 7월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언론‧출판‧방송 등의 단계적 개방" 방안을 업무보고했고, 그해 10월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단기간 내 남북 상호 개방이 어려운 현실 감안해 우리가 먼저 북한 방송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TV>도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 등에 방영된 영상을 합법적으로 들여와 소개하는 형태로 방송을 제작했다. <통일TV>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면, 북한 방송 개방을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는 뭐가 되는 걸까. 

여하간 최재영 목사에 대한 국민의힘의 '간첩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한발 더 나간다. 그는 최재영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은 바 있고 북한을 옹호하는 책, 발언, 글을 끊임없이 써온 사람"이라며 "전형적인 종북 인사"라고 했다. 태 의원은 또 "최재영은 4년 전 21대 총선 기간 저를 낙선시키라는 김정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저를 낙선시키는 운동을 벌였던 정연진 'Action One Korea' 대표와 함께 친북·종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각종 군사적 도발로 전쟁 위기론을 만들어 보려는 김정은의 대남 총선 전략이 이제는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공작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과 태영호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영부인이 '간첩'의 공작에 당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떻게 국가보안법을 어긴 자가, 간첩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자가 대한민국의 영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단 말인가. 간첩은 어떻게 대통령실 경호를 뚫고 영상 촬영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차고 들어가 영부인이 '간첩에게 금품 받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었을까.

이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장인수 기자는 김건희 영부인이 머물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어느 나라 첩보기관이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도청기를 설치하고 도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첩 의혹'을 받는 사람이 착용한 몰카 손목시계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반입됐는데, 이런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기엔 너무 엄중하다. 김건희 영부인이 '간첩에게 당했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안보 태세를 깎아내리는 형국이다. 영부인과 대통령경호처, 국정원을 모두 '바보'로 만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김영란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혐의'보다 북한의 공작에 당한 '바보'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 판단했을까?

 

최재영 목사가 북한 정권과 깊숙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김건희 영부인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989년 민주당 부대변인이던 김부겸은 지역주민이라 속이고 접근한 북한 공작원 이선실이 "생활이 어려울 것이니 돈이 생길 때까지 빌려주겠다"며 준 500만 원을 받았다. 이듬해 이선실이 "나는 평생을 김일성주석과 통일사업을 함께 해온 사람"이라며 신분을 밝히자 돈 400만 원을 돌려줬으나 100만 원을 못 돌려줘 국가보안법 위반(불고지, 금품수수, 회합, 통신)으로 구속됐다. 이 사례에 따르면 김건희 영부인은 '불고지, 금품수수, 회합, 통신'의 종합 선물세트다. 설사 김건희 영부인이 최재영 목사의 정체를 모르고 받았더라도 지금은 그 정체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전히 수수한 '금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박성중 의원과 태영호 의원은 대체 뭘 주장하고 싶어서 김건희 영부인을 이런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일까.

'최재영 목사 간첩설'과 함께, 김건희 영부인이 '피해자'라는 주장도 여권의 '김건희 스캔들' 출구전략의 하나인 모양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도 수원정 지역구에 출마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덫을 놓은 책임이 덫에 빠진 짐승한테 있는지 아니면 덫을 놓은 사냥꾼에게 있는지 하는 것은 한번 국민 여러분도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윤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는 사기 몰카 취재에 당한 피해자다. 왜 피해자보고 사과하라고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올수록 매우 불편한 내용이란 점을 무릅쓰고라도 <서울의소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재영 목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울의소리>와 본인이 미리 준비한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건네고 김건희 영부인은 "이걸 자꾸 왜 사오느냐"고 하면서도 선물을 거절하지 않는다. 최재영 목사에 따르면 김건희 영부인에게 10여차례 면담 요청을 했지만, 딱 두 번, 명품 선물을 준비해 미리 고가 상품의 사진을 보내 확인받았을 때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상은 더 있다고 한다. <서울의소리>는 "국가의 국격'과 관련된 문제"라며 차마 공개하지 못한 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재영 목사는 만남 당시를 회상하며 "(영부인의) '애티튜드' 및 '의전 프로토콜'은 고사하고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된 것 같았다"고 주장했고 "대북 문제, 남북 문제를 진영에 관계 없이 조언을 하고자 김건희 여사를 만난 것인데 그 자리에서 인사청탁을 받으며 마치 자신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인 것처럼 발언하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만약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영부인의 '애티튜드'가 담긴 영상이 추가로 공개된다면 '김건희 피해자론'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물론 이런 방식의 취재 보도 행태를 옹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피해자다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위 '친윤' 그룹의 '김건희 스캔들' 대응 방법들에 '정무적 감각'이 완전히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재영 목사가 진짜 간첩으로 밝혀진다면, 그 간첩을 만나 '금품을 수수'한 영부인에 대해서는 뭘 어떻게 설명하겠다는 건가? 정공법을 피하고 본질을 뒤집으려 시도할수록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추가 의문이 줄줄이 달려 나오는 해명을 '대응'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김건희 스캔들' 프레임에 걸어들어가는 여권 인사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갈무리.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격론 끝 이재명에 선거제 입장 결정 권한 위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일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도부는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택지를 두고 격론이 벌였지만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도시락 오찬을 겸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에서는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허심탄회하게 소통이 있었고,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이 대표에게 구체적인 선택지를 주지 않는 채 포괄적 형태로 위임했고, 답변 시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입장을 정하면 의원총회 추인 절차는 필요 없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까지도 다 열려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제도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을 하나로 좁히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한 최고위 회의는 비공개를 포함해 4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선거제와 관련한 당의 향로를 당원들에게 맡기는 ‘전 당원 투표’가 요구됐지만, 반대 의견 역시 팽팽했다. 전 당원 투표를 실행하게 되면 일정 착수에 소요 시간이 있는 만큼, 주말 내 지도부 입장 결정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을 통해 반기를 들었다. 고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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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

 

[신년인터뷰]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2024년 연초 한반도를 강타한 북측의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북측의 근본적인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의견이 둘로 갈라지고 남측 정부는 정확한 입장을 못내고 있으며, 통일운동 진영도 당황해 하고 있다. ‘쿠오바디스 한반도’인 것이다.

북측의 의도와 향후 통일운동의 방향을 듣고자 대표적인 재미 정세분석가 한호석 소장을 찾았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산다”는 그의 소신처럼 칠순을 한 해 앞둔 그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고하듯 그가 25년 넘게 이끈 ‘통일학연구소’도 ‘정세연구소’로 개칭했다.

한 소장은 이번 북측의 시정연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꼽았다. 북측이 남쪽 국경선을 그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즉 이 같은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 뿌리가 시정연설에 나타난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정세관에 기인한다고 한 소장은 짚었다.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데, 이럴 경우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진다는 것.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와 관련 그 조짐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특히, 한 소장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의 원인으로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에는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대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가 맞선 형국이 된 것이다.

아울러, 한 소장은 북측이 조국통일3대원칙 폐지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등 그동안 남북이 맺은 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로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출구 없이 ‘강대강’으로 치솟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대처 방안으로 한 소장은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을 촉구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1월 20일(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으며, 미비한 점의 보강을 위해 이후 이메일을 통해 한차례 서면 문답을 가졌다. 본 인터뷰 녹취록은 보다 정확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문맥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 편집자 주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한 소장은 최근 북측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나타난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한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 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때문”

□ 이계환 기자 :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에서 뵙습니다.

■ 한호석 소장 : 서울에서 만난 지 1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통일운동 인사들과 통일뉴스 독자들을 위해 근황을 전해주시죠.

■ 며칠 전 생일을 맞아 제 나이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삽니다. 1981년 7월 유학생으로 뉴욕에 도착한 저는 5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스물아홉 나던 1984년 6월에 거의 끝나가던 박사과정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청년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다른 길에 한눈 팔지 않고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미국에서 제가 모시고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임창영 박사님, 홍동근 목사, 선우학원 박사, 문동환 목사를 비롯한 대선배님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우리 후배들에게 유업을 넘겨주시고 먼저 떠나셨으니, 저로서는 노년기에 기력이 쇠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국내에 한호석 소장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북측에서 지난해 말 전원회의와 올해 1월 중순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대남 정책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하고 또 해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장님을 직접 만나 북측의 변화된 대남 정책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이번에 북측 8기 9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많겠지만 크게 보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로 보겠다’, 그다음에 ‘남측을 주적으로 규정하겠다’, 그리고 ‘대남 사업과 관련 대남 기구를 정리하겠다’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남 노선의 근본적 변화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북측이 그간 80년 남북관계사를 지워버리는 듯, 이렇게 대남 정책을 확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요?

■ 2024년 1월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한 정세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남관계가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하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만이 아니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정세관입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적대관계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에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된 정세인식에 기초해 적대적 두 국가론이 성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측은 오랜 기간 남측 역대 정권들을 “동족이고, 동포라는 관점에서 대범한 포옹력과 꾸준한 인내력,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며... 조국통일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논하기도 하였”으나 남측 역대 정권들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대결광증이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졌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권들 중에서 남북관계를 가장 많이 개선하였다고 하는 문재인 정권마저도 북측 정권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하려는 대북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되레 더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부대를 2017년 12월 1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해놓고 2018년 1월 10일 첫 신년사에서 “한반도에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을 은밀히 준비하면서, 그 무슨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했고, 남북정상회담장에 나가 김정은 총비서와 악수를 했으니, 그처럼 뻔뻔스러운 행동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추종하기 때문에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귀결된 근본원인이 한국 역대 정권들의 대미 추종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70년 동안 6.25전쟁의 교전이 잠정적으로 중지된 정전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오늘의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윤석열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참수작전 준비를 문재인 정권보다 더욱 본격화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해서 북측도 윤석열 대통령과 남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죠.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는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유발한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 북측이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민족해방민주주의’ 노선의 폐기였는데, 당시 이를 두고 남측에서 북측의 ‘남조선 혁명론 폐기’, ‘적화통일 폐기’ 나아가 ‘두 개 조선 인정’, ‘조국통일 포기, 평화공존 모색’이라는 평가가 난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북측의 대남노선 변화가 당시 당규약 개정과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요?

■ 2021년 1월 초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문장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용어는 삭제되었지만, 남측 사회의 자주적 발전은 민족해방혁명과 일맥상통하고, 남측 사회의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민주주의혁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표현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전경.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되었으며,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또한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한다는 문장이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조국통일의 3대 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이라는 명시적 표현 대신에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표현만 바뀌었지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그러므로 2021년 1월 당규약 개정에서는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는 김정은 총비서의 제8차 당대회 개회사 인사말에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측 동포들에게 보내는 인사를 생략하고, 북측 인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만 인사를 보낸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조짐은 김여정 부부장의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의 《대한민국》 표기”

□ 그렇다면 북측에서 이러한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계기나 또는 그럴 만한 조짐이 있었는가요?

■ 정책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북측의 대남 정책은 언제 변화되었는가? 변화의 시점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변화의 조짐은 나타났어요. 2023년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는데, 거기서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어요.

□ 맞아요. 기억이 납니다.

■ 그땐 몰랐어요. ‘대한민국’ 국호를 왜 갑자기 썼는지 알 수 없었지요.

□ 당시 대한민국 국호에 부호를 붙였어요.

■ 이중꺽쇠괄호(《》)이지요.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어요. 대한민국 국호에 이중꺽쇠괄호를 한 것은, 북에서는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중꺽쇠괄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대남 담화에서는 인용부호를 붙여서 국호를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었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이중꺽쇠괄호마저 없어졌어요.

□ 그러니까 지난 연말 전원회의 이전에 없어졌다는 말이지요.

■ 그렇지요. 2023년 12월 17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 없이 대한민국 국호를 썼는데, 당시에는 저는 이런 변화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이렇게 보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 대남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를 붙인 대한민국 국호를 쓰기 전에 이미 북측 내부에서 대남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 그렇게 봐야겠군요.

■ 저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호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대남정책 변화 징후가 그의 대남 담화에서 처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남정책은 북측 최고영도자가 직접 지도합니다. 그러므로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중요한 계기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여정 부부장이 총비서의 전권을 받아서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는 것이군요.

■ 2023년 9월 26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했는데, 그 연설에서 대남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가 또 나타났지요.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대미 관계와 대외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했는데 대남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맞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북측은 총화보고 등을 하면 먼저 국내 문제를 보고하고 이어 대남 문제 그리고 대미 문제 순으로 언급하지요.

■ 그렇죠. 이제까지 그런 순서로 언급하였는데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대남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당시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대남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였지요. 2023년 12월 27일, 그러니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둘째 날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고, 적대국가인 대한민국을 평정하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 점령, 편입하겠다고 했지요.

■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편입’이라는 말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편입’이란 말을 처음 썼고 ‘수복’이라는 말도 처음 썼어요.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이라는 4개 단어를 모두 썼습니다. 작년에는 ‘평정’이라는 단어만 썼습니다.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북측이 추진해온 평화통일이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화통일 정책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언급했어요. 그런데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그 문제를 더 명시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 그러한 평화통일 포기를 두고서 남측에서는 그러면 북측이 무력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 우리가 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남측에서는 북측이 그 동안 평화통일을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북측에서 평화통일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남측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그간 통일운동을 해온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

■ 북측에서는 오래전부터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어요. 평화통일과 무력통일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는데, 그 동안 무력통일 정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에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북측은 평화통일 정책과 무력통일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왔고, 실제로는 무력통일 정책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자료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중대 발언은 최근에 이르러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전에도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군사 부문을 시찰하면서 또 남북관계가 긴장 상태에 빠졌을 때 인민군 장병들에게 ‘조국통일대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요. 통일대전이라는 말과 무력통일이라는 말은 동의어입니다. 같은 뜻이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무력통일이라는 용어를 썼고, 김정은 총비서는 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썼어요.

그런데 지금 사정은 전혀 달라요. 통일대전을 하려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점령, 편입하려는 거예요. 조국통일대전과 대한민국 점령, 편입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조국통일대전은 북측 영토인 남반부를 무력으로 ‘해방’하고, 전민족회의를 소집하고, 거기서 남, 북, 해외 대표자들이 통일의 절차, 방법, 일정을 합의해서 연방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이에요. 이게 통일대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인민군이 남측을 무력으로 ‘해방’했을 때, 통일을 지향하는 남측의 진보정치세력이 적극 호응을 해줘야 해요. 그래야 전민족회의가 성립되지요.

□ 그렇죠. 남쪽에도 주체가 있어야 하니까요.

■ 그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전에 북측에서 말한 조국통일대전은 연방제 통일을 폐기한 것이 아니었어요. 만일 그들이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하면, 남측의 종미우익세력이 제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측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들, 진보세력들이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해서 북측 지역정부와 손잡고 연방국가를 건설한다는 게 북측의 시나리오였으므로, 연방제 통일과 통일대전은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나리오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근본적이고 급격한 정책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 지금 남측의 통일운동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요.

■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 편입한다는 말은 남측의 진보세력이 ‘해방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어요. 그것은 북측이 ‘점령지역’에서 군정을 실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원래 ‘해방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지역정부가 수립되지만, 점령지역에서는 군정이 실시되는 법이지요. 군정이라고 해도, 남측의 진보세력이 참여하는 민정부서가 군정 내부에 설치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북측에서 왜 이런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일어났느냐 하면,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 남측에 없기 때문이죠. ‘없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데,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남측에 있기는 있는데 힘이 미약해서 그들이 집권할 수 없고, 설령 어떤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집권하더라도 미국과 종미우익세력에 의해 전복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남측의 진보당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만한 대중적 지지기반과 정치역량을 갖지 못했어요. 대중들 속에서 진보당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요. 진보당의 집권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것은 연방제 통일이 실현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 현실적으로 남측의 정치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봐야죠. 일부에서는 10년, 20년 가도 장담을 못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북측이 그런 식으로 남쪽에 대한 상황을 일단 다 파악했다는 것이네요.

■ 북측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의 상대가 남측에 없는데 어떻게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데, 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지 이것도 이해가 잘 안 되잖아요. 지난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두 적대국가로 규정하지 말고 그냥 ‘남반부’ 혹은 ‘남조선’이라고 해도, 북측이 남측을 점령할 수 있을 텐데, 왜 남측을 굳이 적대국가로 규정해놓고 점령하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시정연설에서 핵심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검토하고,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헌법적으로 확정하겠다는 것이에요. 국경선을 확정하기 위한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는 머지않아 열릴 겁니다. 헌법을 개정해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려는 것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다른 나라 헌법의 영토 조항이 어떻게 돼 있는지 검토했다고 했어요. 북측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 남측의 학자나 전문가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에 대한 규정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남 노선의 전환 의지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서해 해상 국경선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북측의 서해 국경선은 남측의 ‘북방한계선’과 겹치기 때문이죠. ‘북방한계선’은 미국이 6.25전쟁 직후에 북측의 대남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남측의 대북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상당 기간 외부에 발표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므로 국제법적 근거를 전혀 갖지 못합니다. 북측으로서는 그런 ‘북방한계선’을 지킬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요.

그러므로 북측 시각에서 보면, ‘북방한계선’을 무력으로 고수하려는 남측의 행동은 북측의 서해 국경선을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북방한계선’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이나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월선행동과 국경선을 넘어가는 영토침범행동은 완전히, 법적으로 다른 거예요.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면, 침범을 당한 나라는 자위권 차원에서 무조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영토침범에 대응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상 합법적인 행동입니다.

□ 북측에서 시정연설이 나오자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한반도의 현 상황이 1950년 6.25전쟁 이래 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지금 그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둘로 갈라졌어요. 한쪽은 남북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전쟁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남북관계에서 국지적 무력충돌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전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연평도 포격전처럼 몇 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무력충돌을 벌인 것이어서 금방 끝났지만, 앞으로 일어날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 향후 한반도 상황을 예고하듯이 연초에 서해에서 남북 사이에 포사격이 있었지요?

■ 남측이 ‘북방한계선’을 고수하고 있는 서해 5도 수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화약고’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어요. 북측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남측이 고수하는 ‘북방한계선’은 북측 영토를 1~2km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남측이 북측에 전쟁을 도발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죠.

□ 그렇다면 남측 정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응을 준비해야 할 텐데요.

■ 윤석열 정부는 대응할 수 없게 돼버렸어요. 윤석열 정부가 ‘북방한계선’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윤석열 정부는 북측에서 전쟁도발로 간주하게 될 매우 위험한 길을 따라 그냥 가는 수밖에 없어요. 상황은 아주 심각합니다.

□ 그렇다면 남북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이네요.

■ 그렇죠.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급속히 확전될 가능성은 100%입니다.

□ 지금 남북 사이에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잖아요. 핫라인도 없고.

■ 남북통신연락선이 전부 끊어졌으니까 확전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도 없어요. 그래서 올해의 군사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 북쪽의 동향이 그렇다면, 남쪽에서는 정부나 아니면 민간이나 전쟁을 막아야겠지요. 지금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기본 인식은 다 돼 있는 거니까요. 남쪽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민간이라도 그런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 시기를 놓쳤어요. 윤석열 정부는 전쟁위험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그간 남북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는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 때문”

□ 대담이 무겁게 흘렀네요. 이번에 북측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폐지한다, 그런 다음에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철거한다고 했어요.

조국통일3대원칙이나 3대헌장기념탑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것을 폐지하거나 철거하는 것은 북쪽 입장을 다 바꾸는 것인데, ‘유훈통치’도 그만두는 것이고...

■ 핵심적인 내용은 ‘선대 수령들의 조국통일유훈을 더 이상 관철하지 않는다’는 것에요. ‘더 이상 관철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 충분히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북측에서는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가요?

무거운 내용의 대담 분위기에서 가끔 벗어나 한 소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 다른 뜻은 없어요. 문자 그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북측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실현될 수 없게 되었다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지난 시기에 남북이 합의했던 모든 합의를 무효화시킨 것이에요.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 민족제일주의’를 강조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어요. 제가 가끔 범민련 남측본부의 민족학교에 가서 민족 문제에 대해 강의합니다. 김남식 선생이나 정수일 선생의 민족론에 입각해 강의를 하지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국가 10대 상징물 등을 만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민족 문제를 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 시정연설을 보고는 ‘이제 달리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민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이해는 ‘주체의 민족관’에 집약돼 있습니다. 주체의 민족관은 주체사상의 구성부분입니다. ‘주체의 민족관’에 의하면, 민족을 형성하는 징표는 핏줄, 언어, 문화, 지역의 공통성으로 해명됩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전부 갖추어야 민족의 실체가 완성되는 것인데, 우리는 5천 년 역사 속에서 핏줄의 공통성, 언어의 공통성, 문화의 공통성, 지역의 공통성을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형성해오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돼 왔어요. 그러므로 북측에서 말하는 ‘주체의 민족관’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남북관계가 두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되었다고 해서 단일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닙니다.

□ 두 국가로 분리되었지만, 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이 땅에 두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해서 민족이 둘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고대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존립했었지만, 당시 아직 형성단계에 있었던 우리 민족이 셋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 후 약 2,000년 동안 민족성이 점차적으로 공고해지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된 우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두 민족으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 이번 일을 두고 일부에서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 얘기를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서양에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서양에서 말하는 민족국가(nation)라는 개념은 완전히 다르죠. 민족이라는 말은 서양말로 직역할 수가 없어요. 기록을 보면, 지난 시기 동독 측에서 도이췰란드 민족은 두 개의 민족으로 갈라졌다고 했어요.

□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 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한 개념을 우리쪽에서 번역하면서 ‘민족’이라는 말로 번역했기 때문에, 혼동이 생겼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갈라졌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사회주의 민족국가와 자본주의 민족국가로 갈라졌다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히틀러를 우두머리로 한 파시스트세력은 ‘내셔널 쏘시얼리즘(National Socialism)’을 주장했고, 이것을 우리쪽에서 ‘민족사회주의’라고 잘못 번역했는데, 민족국가사회주의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내셔널 쏘시얼리즘’이라는 말을 줄여서 나찌즘(Nazism)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서양에서는 ‘민족’을 강조하면 나찌즘을 연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도이췰란드의 민족국가주의자들은 아리아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인종우월주의와 아리아인의 ‘세계사적 사명’을 떠들어대면서 국내적으로는 악랄한 파쑈통치를 자행했고, 대외적으로는 극악한 침략전쟁에 광분했습니다. 반나찌투쟁을 벌였던 동독의 사회주의세력은 히틀러의 민족국가주의를 철저히 배격했습니다. 그래서 동독에서는 도이췰란드가 두 개의 민족국가로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분리되었다는 뜻이 아니었죠.

주목되는 것은, 요즈음 북측에서 ‘대한민국 족속’이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동족의식이 거세당했다’고 지적했어요. 동족의식이 거세당하면 동족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 다음에는, 우리가 같은 민족이지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국가로 나눠졌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서, 하나의 민족인데 대한민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민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둘로 갈라진 게 아니고, 두 국가가 성립되면서 민족성이 둘로 갈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된 것”

□ 그렇다면 민족 문제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 있고, 통일은 민족이 합쳐지는 문제니까 통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 글쎄요. 민족이라는 존재가 둘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고 해서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되었어요. 만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하고, 수복하고, 편입, 귀속시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사라지는 것이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그리고 그것을 보위하는 군대와 경찰이 없어지는 거예요. 만일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로 편입되면, 대한민국 영토에서 사는 국민들은 공화국 공민으로 편입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는 것은 민족 문제라고 볼 수 없어요. 따라서 민족 문제와 국가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제는 “동족이라는 개념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도 쓰지 말고, 동족의식으로 오도될 수 있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을 동족이라고 오인할 수 있는 개념을 폐기한다는 뜻이죠.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지금까지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 한 민족이니까 당연히 우리는 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통일의 당위성, 통일의 근거는 동족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었는데, 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통일을 실현하려던 지난 시기에 쓰던 낡은 개념들은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평화통일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 근거가 되는 동족의식을 강조할 필요도 없어진 거죠.

남측의 역대 정부들은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어요. 북측을 마치 다른 나라처럼 대했죠. ‘우리는 한 민족이고 한 국가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않았어요. 그들은 남과 북의 민족성을 외면하고 이민족과의 동맹, 한미동맹에 집착했습니다.

□ 일반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왜 통일해야 하냐’ 하고 물으면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답하는데, 정부는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보적인 학자들조차 ‘탈민족’을 주장했지요.

■ 남측에서는 북측을 ‘북한’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북부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자기 나라의 일부인데도 마치 북측을 다른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순을 범했어요. 남측에서는 북측을 다른 나라처럼 대했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대북관을 국민들에게 주입해 왔어요.

그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동족의식을 강조해 왔고 그에 기초한 조국통일의 당위성과 통일국가 건설의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해 왔어요. 그런데 남측 정부는 조국통일운동을 탄압해 왔고, 이제는 북측에서도 통일정책이 폐기되었어요. 그러면 남측의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이제 누구를 상대로 통일운동을 해야 하나요? 통일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 참 난감하네요.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꾸다

■ 그동안 조국통일운동에 헌신해 왔던 활동가들과 진보적 대중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진로문제를 숙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남측과 해외의 진보세력은 자주·민주·통일 3대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왔는데, 지금은 제3강령인 통일 강령이 폐기됐어요. 2대 강령만 남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민족자주 강령과 민주주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그래서 그런가요. 남측의 통일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조용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 ‘민족’, ‘화해’ 그리고 ‘6.15’ 등의 단어가 들어간 명칭에 변화를 주거나, 단체의 지위와 역할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 앞에서 북측이 조만간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하면, 서해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시대에 ‘반전 평화’는 가치 있는 담론 중 하나이고,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극도의 전쟁위험이 이 땅에 조성된 근본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연습과 전략핵자산이 동원되는 미국의 핵전쟁연습에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핵협의 그룹’을 만들어놓고 핵전쟁계획을 오는 6월까지 완성하고, 오는 8월에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에 사상 처음 합동핵전쟁연습을 감행하겠다고 얼마 전에 합의했어요.

병리학적 비유로 말하면, ‘핵협의 그룹’ 결성과 핵전쟁연습은 질병의 증세라고 볼 수 있는데, 질병의 증세만 제거하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질병의 근원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렇게 뉴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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