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3일 일요일

결혼 안 했지만, 더는 명절에 도망다니지 않습니다

19.02.04 11:39l최종 업데이트 19.02.04 11:39l





'정상가족'이 기준인 한국의 명절 문화에서 비혼은 '천덕꾸러기'거나 '낯선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비혼 인구가 날이 갈 수록 증가하고, '정상가족'의 틀이 조금씩 깨지면서 새로운 명절문화를 원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프로비혼러'들에게 다른 명절의 가능성을 들어봤습니다.[편집자말]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눈치 보지 않고 명절 연휴를 보낸다. '결혼이 늦어져서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야 하는' 나이가 지났기 때문이다.
▲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눈치 보지 않고 명절 연휴를 보낸다. "결혼이 늦어져서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야 하는" 나이가 지났기 때문이다.
ⓒ unsplash

"아빠, 이번 추석엔 집에 못 가. 출장 가야 해."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회사에서 새로 맡게 된 과제가 미국의 어느 대학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이었다. 과제 진행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에 가봐야 했는데, 당시 회사에서 다른 일도 맡고 있어 평일 해외 출장을 쉽게 허락받을 수 없었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있었다. 내 명절을 희생하기로 했다. 연휴에는 다들 잠시 일을 멈추니, 그 기간에 잠시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회사에 말했다. 사실, 명절 내내 어른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출장을 핑계로 그 자리를 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당시 친척 어른들에게 나는 서른을 넘긴 '노처녀(!)'였다. 고향에 내려가면 친가와 외가의 친척들에게 어떤 말을 듣게 될지 뻔히 짐작됐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도 구했으니 남자도 데려와야지."
"결혼은 안 할 거야?"
"더 늙어서 애 낳으면 키우기도 힘들다니까!"
"네가 계속 그러고 있으면, 셋째는 언제 (시집) 가냐?"


명절을 피하는 방법  
고향의 일몰 나의 고향은 일몰이 끝내주게 멋진 서해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 고향의 일몰 나의 고향은 일몰이 끝내주게 멋진 서해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 이창희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 집 4남매의 큰딸인데, 둘째 여동생이 먼저 결혼을 했다. 당시 주변 어른들이 하도 내 걱정을 하셔서 마음이 불편했다. 큰딸이라 느낄 수밖에 없던 부담이 짜증으로 쌓였던 시기였나 보다. 부모님은 내가 느끼는 부담을 인정하고 별말씀을 안 했는데, 1년에 두 번 만나는 친척들의 걱정을 듣다 보면 화부터 치솟아 오르곤 했다. 만나서 싸우는 것보다 피하기로 결정했다. 연휴 출장을 결정한 이유였다.

"언제 가는데?"
"연휴 시작하는 주말에 출발해야 해. 돌아와도 집에 갈 시간은 없을 거야."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전화기 너머의 아빠 목소리에서 걱정과 불만이 느껴졌다. 먼 길을 떠나는 딸이 걱정스럽지만 하필 명절에 집에 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게 불만이셨을 테다. 완고한 원칙주의자인 아빠 성격에 혼자 여행을 가는 거면 혼을 내서라도 불러들였겠지만, 회사 일이라니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화를 속으로 삭이신 거다.

어쨌거나 나의 첫 번째 명절 탈출은 회사의 도움으로 그렇게 시작됐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눈치 보지 않고 명절 연휴를 보낸다. '결혼이 늦어져서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야 하는' 나이가 지났기 때문이다. 도리어 집에서 빈둥거리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결혼 안 한 시누이'로 신분이 전환됐다. 세월이 지나 4남매 중 막내 남동생까지 결혼하면서부터다. 이제 명절이면 고향 집은 그 유명한 '시월드'가 된다.

"애들이 이제 출발했대."
"그래? 늦겠네. 엄마, 음식은 조금만 하자. 애들 오기 전에 끝내자고."
"알았어. 그래도, 일찍 와서 같이하면 좀 좋니."
"됐어. 많이 할 것도 아니면서. 시어머니 노릇 좀 해보려고?"
"그런가? 하하하."


지난 추석이었나 보다. 엄마가 전화를 끊으며 투덜거리신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들네 가족이 이제야 출발했다는 모양이다. 인천에서 고향인 서산까지 내려와야 하는 길이라 막히는 것이 뻔한데도 서운하신가 보다. 우리는 서로가 '홀로 남은 시어머니'와 '결혼 안 한 시누이' 노릇을 할 거냐며 한바탕 웃었다. 사실, 나야 '시누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가족이 된 '며느리'에겐 우리 집이 익숙한 곳은 아닐 테니, 서로가 조금은 조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 선택이 마음에 든다
 
엄마와 일본 온천여행  설연휴를 틈타 엄마와 함께 일본의 온천에 갔었다. 근사한 료칸에서 대접을 받고 있으려니 엄마도 마음이 놓이셨나보다.
▲ 엄마와 일본 온천여행  설연휴를 틈타 엄마와 함께 일본의 온천에 갔었다. 근사한 료칸에서 대접을 받고 있으려니 엄마도 마음이 놓이셨나보다.
ⓒ 이창희


몇 년 전에 아빠가 먼저 떠나신 후, 우리 가족의 명절은 훨씬 단출해졌다. 아빠가 계실 때는 친척들도 어른을 중심으로 모여들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이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받아들이려 하지만 아빠가 보셨으면 안타까워하시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쓸쓸하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멀어지는 거리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예전 같으면 연휴 동안 집을 비우기 위한 구실이 필요했다면, 요즘엔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어느 설날엔 엄마와 함께 온천에 다녀왔고, 추석 연휴를 끼고 일주일 동안 라오스 여행을 하기도 했다. 이제 나에게 연휴는 더 이상 불편한 시간이 아니다. 나의 가족들은 내가 마흔다섯의 비혼임을 인정해줬다. 내가 원하는 것들로 명절 연휴 일정을 채워 넣어도 나의 그런 선택을 존중해준다. 내가 명절 때 맡아야 하는 일이 있는데 자리를 비우면, 가족 중 누군가 그것을 기꺼이 대신 맡아준다. 나도 그들의 일을 대신해야 할 때가 온다면, 기꺼이 맡아 줄 준비가 돼 있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자유'는 그동안 우리 가족 모두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 믿는다. 부모님은 당신들이 살아왔던 방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부모님이 세상에 내보낸 네 명의 아이들은 덕분에 자신의 방식대로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어른이 됐다. 내가 가족의 골칫거리인 '노처녀'로 머물지 않을 수 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른들이 얘기하던 '평범한 삶'에 속하지 못했다. 이십 대에 결혼하지 못했고, 삼십 대에 아이를 낳지도, 학부모가 되지도 못했다. 마흔이 된 주변 친구들이 아이들의 대학 입시로 걱정할 때, 나는 그런 걱정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40대 비혼인 나의 삶은 실패작일 것이다. 누군가는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독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난 회사에서도 매일 버티는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내가, 정확히는 나의 자유가 마음에 든다.

"설 연휴에 어디 간다며."

지난주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묻는다. 난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이 59년 만에 왕좌를 차지하는 것을 보겠다며 UAE행 비행기를 예약해둔 차였다(결국, 대한민국이 8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여행은 하루 전에 급하게 취소했다). 엄마는 이제 철없는 큰딸이 어디를 가든 크게 걱정하지 않으신다. 가족의 믿음은 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문이고 든든한 배경이다. 또한, 그들의 믿음이 있기에 나는 삶을 더 잘 살고 싶다.

인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중년을 넘어가면서 나이 듦과 병약해짐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나는 지금의 내가 맘에 든다. 늙은 엄마의 걱정거리이거나 우리 집 며느리의 '못된 시누이'가 되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모든 것은 내 선택의 결과물이니 말이다.

‘장충기 문자’보다 부끄러운 ‘박수환 문자’

자녀취업·명품·의약품까지 받으며 로비스트 한 마디에 기사삭제까지
추락한 언론인의 민낯 보여준 뉴스타파 연속보도…언론계가 응답해야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9년 02월 04일 월요일
‘장충기 문자’보다 부끄럽다. 그만큼 심각하다. 적나라하다. 장충기는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핵심인사였지만 박수환은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던 일개 로비스트였다. 최근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파일 속에는 삼성 앞에서 비굴하고 초라했던 언론인들이 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녀취업·명품·의약품까지 건네받으며 기사거래는 기본에, 로비스트 한 마디에 기사삭제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15년 6월 이학영 당시 한국경제 편집국장이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딸이 한국GM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GM 인턴 합격자 발표 날이 2015년 6월11일이었는데 이 국장의 딸 이력서가 GM에 들어간 날은 6월16일 이후였다. 문자에는 ‘선 채용 후 면접’이란 표현도 있었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송의달 당시 조선일보 산업부장 딸 역시 한국GM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GM측이 송 부장 딸의 이력서를 박수환에게 요청한 시점 역시 원서 마감이 9일이나 지난 뒤였다. 당시 송의달 부장은 박수환을 통해 딸의 인턴근무 희망시기까지 지정해 한국GM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채용청탁의혹을 부정했지만 증거는 명확해 보인다.
기자들이 직접 박수환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박수환은 기사 청탁 대가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에게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징역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로 현재 또 다른 건으로 수감 중이다. 박수환은 조선일보 주필 외에도 다른 간부들에게 각종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된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장은 파리바게트 등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제빵업체 SPC그룹으로부터 미국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 부장 부녀의 항공권을 SPC그룹이 대신 구매해 박수환에게 전해줬다는 것. 왕복 티켓 비용은 최소 300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항공권 구입 관련 문자들이 오가기 전인 2015년 4월, 조선일보에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홍보 기사가 실렸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기사가 나가기 전 SPC그룹 상무와 박수환 사이에 여러 문자가 오갔는데, 여기 보면 조선일보 측이 기사를 싣기 힘들다고 했는데 박수환 부탁을 받은 송 부장이 기사 강행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기사에 대한 대가성으로 미국 왕복 항공권이 오고갔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2014년 2월 당시 해외연수를 앞두고 있던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 역시 박수환에게 금품을 받았다. 이후 박 부장은 박수환씨가 한 전시회의 소개 기사를 부탁하자 “내일 좋은 시간에 올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강경희 조선일보 전 사회부장 역시 박수환에게 명품을 선물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강 부장은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더 심각하다. 그는 박수환을 통해 의사 처방 없이는 구입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수환은 2013년 3월11일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에게 “사장실로 직접 보내드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문자를 보냈고 김 사장은 “헉, 이거 민망한데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박수환은 “전문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는 못 구합니다. 선수끼리는 기밀성이 최우선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해당 의약품은 박수환의 홍보고객사였던 동아제약이 제조·판매하는 약이었는데 김 사장이 전문의약품을 받고 보름 뒤 동아일보는 ‘국내 1위에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변신 하겠다’는 제목으로 동아제약 홍보 기사를 실었다. 김재호 사장측은 “제약회사의 약을 부적절하게 받은 바 없고 문자 내용 또한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해명보다 증거가 명확해 보인다. 
로비스트 박수환에게 조선일보는 언론사라기보다 영업수단이었다
무엇보다 ‘1등 신문’을 자처해온 조선일보의 기사거래 정황은 낯이 뜨거울 정도다. 조선일보는 기자칼럼 지면을 이용해 박씨를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월 “크라운 베이커리와 군산 이성당의 차이점”이란 제목의 김영수 당시 조선경제i 대표 기명칼럼에선 파리바게트를 언급하며 정부의 프랜차이즈 빵집 규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수환은 회사 메일을 이용해 김영수 대표에게 칼럼 원고를 보냈고, 3주 뒤 김 대표는 SPC에 유리한 칼럼을 조선일보 지면에 실었다. SPC는 박수환의 고객사였다.
2014년 7월 조선일보에 게재된 김영수 대표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제목의 칼럼은 CJ 등 대기업 총수 구속으로 경제가 불황이니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는데, 역시 이 칼럼 뒤에도 박수환과 칼럼의 수혜자인 CJ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문자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기업청탁원고를 ‘독자의견’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실린 “한국형 전투기, 빨리 날 수 있게 해야”란 제목의 기고는 양아무개 전 국방대학 교수가 썼지만 기고의 배후엔 GE(제너럴일렉트릭사)가 있었다. 게재 5일 전 조아무개 GE 전무는 박수환에게 기고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냈고 박수환은 이를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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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박수환이 요구하면 기사를 빼주거나 수정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송희영 주필과 박수환이 주고받은 문자의 한 대목은 이러했다.
“대우 빼라 했음다”(송희영)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박수환) 
“사회면 톱을 일단 2단 크기로 줄였음다”(송희영) 
뉴스타파는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사를 빼도록 조선일보를 움직였고, 신문지면에서도 기사 크기를 축소하도록 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라며 “실제로 이 문자가 오고 간 다음날 조선일보에는 문자내용과 똑같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사가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박수환에게 조선일보는 언론사라기보다 고객사를 위한 영업수단이었다. 
▲ 2016년 8월22일, 구속되기 전 박수환씨(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016년 8월22일, 구속되기 전 박수환씨(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명백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위반, 기성언론은 無보도 수준으로 일관
우리는 일반적으로 언론이 각종 부정청탁을 비롯해 사회 부조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언론사 간부들이 부정청탁을 받으며 지면을 대가로 금품을 받고 있는 반 저널리즘적인 행태가 이번 ‘박수환 문자’로 드러났다. 언론계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지면에서 보도한 신문사는 뉴스타파가 보도를 시작한 1월28일부터 2월2일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온라인에서는 주요일간지 중 한겨레만 인용 보도했다.  
특히 최근 손석희 JTBC대표이사 관련 보도량을 생각해보면 ‘박수환 문자’와 관련해 無보도에 가까운 보도량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손 사장 관련 의혹 보도가 설령 ‘관음증’ 비판을 받더라도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게 필요한 도덕성 검증차원에서 공익성이 있다고 본다면,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의약품을 제공받은 명확한 정황증거가 있는 동아일보 대표이사의 사건은 왜 많은 기자들이 검증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앞서 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은 2016년 9월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도입 당시 언론인이 법적용 대상에 포함되자 신문사 경영과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언론사들이다. 한국신문협회는 2016년 10대뉴스로 김영란법 도입을 거론하며 이 법을 “신문규제법안”으로 꼽았다. 돌이켜보면 이 법은 ‘기사거래규제법안’이었고, ‘뇌물과 향응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었던 셈이다. 이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의 기성언론이 ‘박수환 문자’를 보도하지 않는 이유는 짐작가능하다. 박수환이 주고 받은 문자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남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입장에 있는 언론인들이 왜 공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자존심을 모르는 걸까. 무디어진 윤리의식으로 좋은 게 좋다 식의 자기 독선에 빠져 애써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면서 받는 금품과 향응 속에 언론인 스스로 자기비하의 길을 걷고 있다.” (1989년 1월20일자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 가운데)
30년 전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한 슬픈 현실이다. 앞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수년 전 김영란법 도입 당시 “직업적 자존심만은 지키겠다는 각성이 이어질 때 김영란법은 성공할 수 있다”고 적었다. ‘박수환 문자’ 관련 보도량을 보면 많은 언론인들이 벌써 칼럼에 담겨있던 시대적 ‘절박함’을 잊어버린 것 같다.  
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하는 언론인들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2항 공정보도(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3항 품위유지(우리는 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조항을 위반했다. 
조선일보는 송희영 사태 이후 2017년 12월 노사 공동으로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만들었다.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단 ‘1등 신문’을 자부하는 조선일보부터 이번 보도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으로 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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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닥치자, 방 30개 빌려 노숙인에게 제공…미국 30대 여성

혹한 닥치자, 방 30개 빌려 노숙인에게 제공…미국 30대 여성

입력 : 2019.02.03 19:37:00 수정 : 2019.02.03 21:22:09

캔디스 페인이 지난달 31일 앰버 인 모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AP·연합뉴스
캔디스 페인이 지난달 31일 앰버 인 모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AP·연합뉴스
미국 시카코에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자 30개의 모텔방을 빌려 노숙인들에게 제공한 30대 여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결정한 일이에요.” 시카고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캔디스 페인(34)은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얼음 위에서 자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뭔가를 해야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앰버 인(Amber Inn)’ 모텔에 연락해서 30개의 방을 1실당 70달러(약 8만원)에 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당시 시카고의 기온은 영하 25~26도에 달했다. 페인은 신용카드로 객실 비용을 지불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노숙인들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곧바로 승합차와 SUV 등의 차량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이어 페인의 캐시앱(간편 송금 앱) 계좌에 기부금도 쏟아져 들어왔다. 
페인은 자원봉사자들과 노숙인들이 텐트를 치고 살고 있는 도시고속화도로 주변으로 갔다.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몇 년째 살고 있었다. 처음에 모텔에 머물게 된 노숙인들은 두 명의 임산부와 다섯 가족이었다. 페인은 세면 도구, 음식, 임신부용 비타민, 로션, 탈취제, 간식 등을 구입해 꾸러미로 만든 뒤 노숙인들에게 제공했다. 음식점들은 노숙인을 위한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도 했다. 페인은 지금까지 객실과 기타 비용으로 4700달러(약 526만원)를 썼다고 밝혔다.
페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앰버 인 모텔의 관리인 로빈 스미스는 “지역 사회 주민들이 모두 캔디스의 행동을 따르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서로를 불러모아 익명으로 방값을 지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숙인에게 제공되는 방은 30개에서 60개로 늘어났다. 노숙인들은 본래 기온이 다시 오르는 목요일(31일)까지만 머물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1만 달러(약 112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모이면서 100여명의 노숙인들이 일요일(3일)까지 걱정없이 지낼 수 있게 됐다.
지난주 시카고 지역 기온은 1985년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다. 혹한이 닥치자 노숙인들은 시민들이 기증한 휴대용 프로판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에는 가스통 하나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당국은 노숙인 텐트촌에 프로판 가스통 100여 개가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전량 압수했다. 이에 시 당국은 구세군 측에 노숙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가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페인의 용기가 노숙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페인은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라며 “이 일이 부자가 한 일로 들리겠지만 나는 남부에서 온 작은 흑인 여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모두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인은 “이번 일은 일시적인 해결책이었지만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며 시카고의 노숙인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모색하는 중이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페인에게 전화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주지사는 “이 일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큰 선행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는, 설이 없다

[포토스토리] 13년차 맞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
2019.02.03 22:26:43




삶은 오르막길이었다. 길은 거칠고 날씨는 궂었다. 해고자들은 거리에 눕고, 고공에 오르고, 밥을 끊어가며 싸웠다. 숱한 갈등과 회한과 우울과 무기력감에 시달렸고, 긴 세월 위에서 하나 둘 떠나는 동료의 등을 지켜봐야 했다. 부당함은 명백했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다.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복직을 기다린다. 복직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 복직은 그 이상의 의미다. "명예롭게 복직해서 명예롭게 퇴직하겠다". 정년을 맞은 해고자의 말이다.  

긴 세월이 앗아간 것은 셀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삶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고마운 사람들과 숱한 빚을 지고 갚았다. 잃은 것들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다.

참으로 긴 시간.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다.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늦었지만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석연찮던 판결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속속 노사 합의로 농성을 끝내는 요즘 이들도 오래 묵은 축하를 받고 싶다. 

2007년 4월 시작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싸움이 12년, 햇수로 13년차를 맞았다. 콜텍 해고자들은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10일 광화문의 천막을 콜텍 본사 앞으로 옮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후 '사법 농단'의 피해자이기도 한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천막을 들여다 봤다.  

 
▲ 싸우다보니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는 말한다.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30일 금속노조 집회에 참석한 김경봉 씨.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해부터 많은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노사 합의로 투쟁을 끝냈다. '최장기 투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콜트콜텍의 해고자들 역시 이제는 축하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콜트콜텍 사태가 길어진 배경에는 이른바 '사법 농단'도 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4일 구속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58년생 김경봉 씨 ⓒ프레시안(최형락)



▲ 임재춘 씨가 30일 열린 금속노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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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날 이른 아침 천막을 찾았다. 임재춘 씨의 첫 마디는 "너무 늦었다"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정년이 되기 전에 복직'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정년이 다 되도록 싸웠다는 말이기도 하고 복직해도 얼마 일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복직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명예롭게 퇴직하기 위해서'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프레시안(최형락)
 




▲ 30일 콜텍 본사 앞에서 열린 문화제. 바나나몽기스패너, 윙크차일드태퍼스 등이 공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콜텍 본사 앞 천막의 비닐에 물방울이 맺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그는 2008년 10월 양화대교 옆 송전탑에 올라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12년이 어떤 시간이었느냐는 물음에 김경봉 씨는 느끼고 생각한 바가 많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최형락 기자 ch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입사. 사진기자로 일한다. 취재 중 보고 겪는 많은 사건들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전시 <두 마을 이야기>(2015),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2011, 공저).
 

 

 

 

 
▲ 30여년 기타만 만들어온 임재춘 씨가 13년째 거리에 서 있다.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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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입사. 사진기자로 일한다. 취재 중 보고 겪는 많은 사건들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전시 <두 마을 이야기>(2015),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2011, 공저).

비건 미 특별대표, 4일 정의용 안보실장 면담

5일 판문점서 김혁철 북 대표와 ‘비핵화-상응조치’ 논의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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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4  0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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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 오후 한국을 방문했다. 남북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다가오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3일 밤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북미 후속 실무협상 등 현안에 관해 협의를 가졌으며, 향후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4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난다.   
5일 판문점에서는 북한 국무위원회 소속 김혁철 대표와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달 17~19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때 상견례를 겸한 첫 실무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실무회담 의제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관련 이행 로드맵을 짜고, ‘공동성명 초안’에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관건이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5월말에 폐기한 풍계리 핵실장에 대한 유관국 전문가 참관,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를 약속했다. 
북한은 또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인도적 지원 재개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이 꼽힌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관계 개선, 평화 구축 관련 조치들이다. 지난달 31일 비건 특별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상응조치 중 난제는 제재 완화 여부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 간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거론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와 직결된 문제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맞다”면서도 “‘당신이 모든 걸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제재 완화의 폭은 영변 핵시설 관련 조치의 수준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영변에는 연료봉공장-5mw 원자로-재처리시설로 이어지는 플루토늄 생산시설과 원심분리기 2,000개 이상으로 구성된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있다. 
2007년 북한은 ‘2.13합의’를 통해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down)하고, ‘10.3합의’를 통해 불능화(disablement)한 바 있다. 당시 영변에는 우라늄농축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영변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중심이고, 폐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 추가 송환이나 공동 발굴, 평양 보통강변에 전시 중인 미국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 반환을 약속할 수도 있다.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북한 친선예술단이 미국에서 공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