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러시아 방문 기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소련의 위대한 조국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이날 시 주석이 7~10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확인했다.
“이번 방문 기간 개최되는 양자회담에서는 러시아-중국 간 포괄적인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을 더 증진하기 위한 핵심 분야, 국제 및 지역 문제 중 긴급한 사안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또한 “두 정상이 많은 정부 간 및 부처 간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4일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과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러 관계 발전과 중요한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특히 “올해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승리(9.3), 소련의 대조국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5.9)”이라고 짚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아시아와 유럽의 2대 주요 전장으로서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승리하고 각자 민족존망과 인류의 미래 운명을 구하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르고 중대한 역사적 공헌을 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선열을 추모하며 올바른 2차 세계대전 역사관을 선양하고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와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하며 국제공평정의를 보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소련의 대조국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5월 9일 모스크바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이 ‘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지난달 26일 크렘린궁은 “‘대조국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8일 0시부터 11일 0시까지 휴전(ceasefire)을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모든 군사작전이 중단될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2015년에 이어 10년만이다.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3개부대로 편성된 명예위병대가 러시아군과 함께 모스크바 광장을 행진했다. 그해 9월에는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행사가 펼쳐졌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불참사 한 달, 주민들의 목소리 ②] 의성 점곡면, 임시주택 짓자며 자기 파밭 내놓은 이장... "우리두고 정치질하지 말라"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5.06. 08:30:57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69) 이장은 얼마 전 파밭의 파를 다 뽑았다. 임시주택 5동을 설치할 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내가 파를 납품하려고 넓게 일군 밭이었다.
박 이장도 집 두 채가 전소된 이재민이다. 하우스 5채, 사과나무 500주, 묘목값으로 낼 현금 1000만 원, 각종 농기계까지 모두 불에 탔다.
지난달 24일, 사촌 1리엔 제일 먼저 박 이장의 밭에 8평짜리 임시주택이 들어서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닦인 기반 위에 은색 철골 구조가 설치돼 있었다. 사촌1리 전소된 12채 중 집터가 여의치 않은 다섯 가구의 임시 거처였다 .
박 이장은 "5월 20일경 입주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밭을 집터로 내놓은 이유를 묻자, 그는 "주민들이 갈 데가 없고 누가 땅을 제공해 주지도 않고,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는데, 그럼 내가 해야지"라며 "주민이 마을에 있어야지"라고 답했다.
점곡면은 의성군에서도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 사촌1리는, 윗마을은 한 집을 제외한 9채가 전소해 사실상 마을 전체가 없어졌다. 사촌1리 윗마을은 초록색 이파리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검게 탄 소나무 숲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었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 이장이 지난 3월 경북 산불로 인한 마을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 이장은 파밭의 파를 다 뽑고 임시주택 5동의 터를 제공했다. 그 터에 임시주택이 건립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손가영)
시민 도움 손길에 "고마워 미치겠다"
임시주택이 이제야 건설되기 시작해, 의성군 이재민 330가구는 친척 집, 숙박시설, 체육관 등으로 아직 흩어져 있다. 점곡면 점곡체육회관에는 2~3평 들이 텐트 일곱 동이 남아있었다. 맞은 편엔 라면, 햇반 등의 식료품 박스가 십수 개 쌓여 있었다.
이날 홀로 텐트에서 쉬고 있던 주민 A 씨는 모두 농번기라 밭일을 나가거나 산불로 죽은 자두나무, 사과나무 가지를 베러 나갔다고 전했다.
A 씨는 인터뷰를 했던 10여 분 동안 울음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쉬고 다시 말하려 해도 곧 목이 잠겼고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지난 고생은) 말도 마이소"라며 "어떻게 말을 더 못 하겠어요"라고 했다.
밭일 도중 잠시 체육관에 들른 주민 B 씨도 지난 한 달 생활을 얘기하다 목이 메어 여러 번 말을 삼켰다. B 씨는 주변의 도움과 지원을 얘기할 때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나서 고맙단 말도 못 했다"며 울먹였다.
"소를 하고 있는데 십시일반으로 짚을 막 실어줘요. 멀리서 막 트럭으로 한두 개씩 짚을 싣고 오는 걸 보는데... 와서 위로하는데... 어후... 내가 베풀 땐 몰랐는데 받아보니까 막 진짜... 어후... 고마워서 미치겠더라고... 가슴 아프죠."
▲지난 4월 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 전소된 집이 철거된 모습. 검게 탄 소나무숲이 사촌1리를 감싸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최대 3600만 원' 주거 대책에 분노 쌓인 현장
가장 필요한 게 뭐냐는 말에 B 씨는 "집이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민들이 정부의 주거지원 대책에 가장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안전법상 전소된 가구에 2000만~3600만 원까지 주거비를 지급하는 규정이다.
"저도 건축을 하는데, 평당 최하가 500만 원이라 해도 30평 같으면 1억 5000만 원 아닙니까? 근데 최대가 3600만 원이라는데 그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요새는 신축하게 되면 내진설계를 한단 말입니다. 심하게는 비용이 2배 이상 차이 난단 말입니다. 이삼천 되는 걸로 뭘 할 수 있습니까?"
아직 지원대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B 씨는 "이미 (기존대로) 다 정해놨겠죠. 우리만 모를 뿐이죠"라고 씁쓸히 말했다. B 씨는 "집을 안 짓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희망도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농사 지원도 충분하진 않다. 당장 비료, 농약을 사야 하니 여유있는 농가는 저리 생활비 대출을 받지만, 1년 후 상환이라 빌리지 못하는 농가도 있다. 의성군은 일부 농기계에 한해 구매비 70%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긴급 신설했다. B 씨는 "농사를 해야 하니 급한대로 사긴 하지만, 자부담 30%가 부담스러운 집들은 또 못산다"며 "기계 대수도 충분치 않아 농사가 제대로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농기계 외 삽, 호미, 저울, 바구니, 공구 등은 제공되지 않아 모두 스스로 장만해야 한다. 피해 마을들에선 '중앙 행정기관이 전국의 중고 농기구들을 어떻게 조달해줄 순 없느냐'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B 씨는 국회와 정부 등을 두고 "너무 무관심하다"며 "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난리부르스를 하는데 (이재민들) 진짜 요만큼도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다. B 씨는 "그래도 우리 여기(체육관)는 호텔"이라며 "마을이 80%가 전소한 구계리 같은 동네는 마을회관에 여자방, 남자방 이렇게만 나뉘어서 다 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4월 25일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에서 포크레인이 전소된 집을 철거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지난 4월 25일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에 전소된 집들이 철거된 풍경. ⓒ프레시안(손가영)
여름 수해 걱정... 정치권 원망 가득 "사진 찍고 가면 끝이냐"
마을에선 산사태, 여름 장마, 홍수 등 추가 재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불이 난 산의 메마른 흙과 자갈이 산 아래로 계속 굴러 내려오는 광경은 마을에서도 자주 보였다.
사촌리에서 8km(킬로미터) 떨어진 구계리, 구계다리 인근에서 만난 주민 김아무개(60대) 씨는 홍수를 걱정했다. 김 씨는 "불난 나무들 벌목하죠? 비 오면 얘들이 개천을 타고 떠내려올 거다"라며 "이 다리 밑에 나무 3개만 걸치면 그냥 댐이 된다. 바로 물 넘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집이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 지붕을 썼기에, 김 씨는 "석면 누출이 이미 많이 돼서 걱정"이라고도 했다.
구계리도 포크레인으로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구계리는 전체 120여 가구 중 80여 가구가 전소됐다. 임시주택은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 이날 구계1리 마을회관에선 주민 4명이 대형 비닐봉지 스무여 개에다 옷, 치약, 샴푸, 수건 등을 일일이 배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아파트 부녀회, 지역 협회 등에서 보내온 택배들도 회관 앞 정자에 쌓여있었다.
김 씨는 구계리 또한 턱없이 부족한 공적 지원을 염려하고 있다며 마을에서 얘기되는 슬픈 농담을 전했다.
"그럼, 대책이 뭐냐? 첫째, 일찍 죽어야지. 둘째, 요양원 일찍 가야지."
구계리에선 대책 준비 초동모임이 꾸려졌다. 주민의 의사를 공유하고 수렴해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할 기구를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점곡면 일부 마을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박기 이장은 정부, 국회를 향해 "제발 정치(질만)하지 말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여기 내려온 국회의원들 아무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책임도 말하지 않았다"며 "사진만 찍고 가면 끝이에요?"고 질타했다. 박 이장은 "마을 재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말했다.
"법을 만들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은 하는데, 내 죽고 난 뒤에요? 제발 생색내기 하지 말고, 진정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 달라. 정치인들은 사진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내가 우리 주민들한테 '싸우는 건 내가 싸울게, 우리 정말 열심히 농사짓자'고 했다. 우리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주택 하나만큼은 돌아갈 수 있게 뭐라도 하고 싶다."
▲지난 3월 25일 당시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 일대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 ⓒ최기철(사촌1리 주민)
12·3 내란 사태와 탄핵 가결 이후 극우 파시즘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전후로는 우익 포퓰리즘에 관한 논의가 흥했다가, 이제는 극우 파시즘 이야기로 넘어간 듯하다. 전보다 사태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사회에서 정말로 극우 파시즘이 전면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민주공화정을 내놓고 부정하고 폭동, 난동을 일으키고 중국인을 위시한 외국인 및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것을 보면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특히 30세 이하 청년층 그중에서도 청년 남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 특히 대학교 ‘과잠’을 입고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과 포옹하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윤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며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 식당이 밀집한 골목에서 난동을 부리고 상인들에게 폭언을 내뱉는 등, 폭력적인 극우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주로 청년들로 이뤄진 윤석열 지지자들이 건대입구의 양꼬치 거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혐오 표현을 하며 직원들과 충돌했다. ⓒ유튜브 캡처
이들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며 난동을 부려서 극우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어서 극우인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말인즉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고 탄핵 및 파면에 반대하지 않으며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여론조사 통계상으로는 ‘비극우’로 분류되는 사람들 안에서도 극우주의의 맹아가 암약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난 3월 ‘친구의 단톡방에 가슴이 철렁한다’라는 글에 썼듯이, 심지어 ‘탄핵 찬성 측’, 조기대선 프레임에 대해 ‘정권교체’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안에도 극우주의의 맹아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과격함의 힘’이라고 부른다.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나 뚜렷한 이념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은,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다만 그 힘이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이나 선동이 가해지기만 하면 폭력적이고 극우적인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청년의 보수화’라는 명제에 대해 ‘청년의 과격화’라는 명제로 응수해왔다. 방금 말한 것처럼 약간의 자극만 가해지면 곧바로 공격성으로 ‘급발진’하는 과격함의 경향의 원인을, 나는 정치와는 무관한 영역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감수성의 빈곤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수성이란, 흔히 이해되는 것처럼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부터 쏟고, 계절이 바뀌고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따라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풍부하다 혹은 예민하다고 할 때의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말하는 감수성은 자신의 감정 상태의 변화, 신체가 경험하는 일체의 감응에 대한 성찰력을 가리킨다. 슬픈 영화든 기온이나 습도 변화든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해지는 자극에 대하여, 의식하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하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콜롬비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as)는 인간의 마음이란 ‘내부화된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생물체가 진화를 거치고 뇌를 발생시키면서 생물체의 운동이 바깥으로만 표출되지 않고 일부는 신체 내부로 접혀 들어간다. 예컨대 단세포생물은 일체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하는 데 반해 뇌가 있는 생물은 즉시 반응하는 대신 일부 자극은 무시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일말의 지체를 두고 반응한다. 이러한 지체, 간극으로부터 계산, 판단, 생각이 발생한다. 이 간극 안에 자극의 입력에서 반응의 출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회로가 생성된다. 이것이 곧 마음의 탄생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이 복잡한 회로를 거쳐 분석하고 계산하여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성장 과정에서 누적해온 경험에 비추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한다. 나는 이 회로가 단순한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빈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어린이를 웃기거나 울리기가 그토록 쉬운 이유가 어린이는 아직 이 회로를 성숙히 발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이 경험하는 불쾌한 감각과 그로 인한 기분 나쁜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악부터 쓰고 울음부터 터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취학 아동의 수준을 밑도는 빈곤한 감수성, 뇌내 회로의 단순함을 노정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갈수록 더 노골화되는 문해력과 어휘력의 저하 경향과 맞물려 전례 없는 퇴행을 야기하고 있다. 한 방송에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빈곤한 문해력으로 인한 맥락 파악의 무능력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특정 단어에만 반응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공격하고 제거하려는 파시즘적 폭력
자신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표상하는 특정 단어나 특정 이미지가 보이면 열불나고 뒤집어지는 사람들을 최근 몇 년간 많이 본 것 같다.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대표적이며 한 유튜브 방송 자막에서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썼다는 이유로 불거진 ‘논란’ 등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모르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하냐며 다짜고짜 화를 낸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참을성 없는 ‘급발진’은 현실에서의 폭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어느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이 숏컷 머리스타일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일면식도 없던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다소 거슬리게 하는 특정 단어나 이미지에 집착하여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차원적 인간이 한국사회 전면에 드러난 순간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커뮤니티 발 혐오적 ‘밈’들에 물들어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올바름 등 포용적, 진보적 의제들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반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그것을 아주 조금이라도 연상케 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면 곧바로 ‘긁혀’ 폭주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자극의 입력부터 출력까지의 회로의 거리가 0에 수렴한 아메바적 인간의 탄생이다. 지금 목격되는 ‘극우 파시즘’의 양상은 그 반감 및 불쾌감의 대상이 중국과 중국인으로 옮겨간 것의 결과며, 그 대상은 앞으로도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옮겨갈 수 있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정이론의 권위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자기 인정(self-recognition)의 관건이 자신의 심신 상태의 변화를 성찰하고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가지는 감정은 실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에서만, 그것을 어떻게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파악 가능한 무언가가 된다. 그 적절한 표현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 하면, 우리가 사회화 과정에서 남들과 소통하면서 습득한 언어의 지평에서다. 사람들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서로 공유하는 언어를 이용해 다양한 내면의 느낌들을 이해하도록 학습했기 때문에 서로의 심리상태를 상호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익숙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11 ⓒ뉴스1
무언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그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면 아직 그것을 언어화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학습해놓은 어휘의 지평으로부터 그 느낌에 근접한 언어를 찾아내든 조합을 해내든 하는 식으로 낯섦을 상쇄하여 그것을 명확히 표현하려 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성찰과 계산, 판단을 위시한 일정 수준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과 자기 인정은 서로를 전제한다. 주체가 자신의 욕구나 느낌을 표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다. 자기 인정은 타인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지평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타인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들이 잘 알아듣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어휘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공론장에서 점잖게 표현할 어휘와 수단을 찾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때로는 폭력을 수반하며)강렬하게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기 인정에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타인들과의 인정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인륜성의 토대를 위태롭게 만든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극심한 나르시시즘과 이기주의를 낳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일체의 자극에 대한 반응과 판단의 근거를 오직 자신의 기분에서만 찾게 된다. 세상을 대하는 모든 시각이 자기 자신에게로 좁혀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바로 눈앞에서 없애버리려고 달려든다.
오늘날의 정치적 국면에서 당장 극우적, 파시즘적 언동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처럼 반감을 느끼는 무언가에 대해 반사적으로 공격적인 반응부터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이 나날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연대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들이 집단으로 결집하여 내는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가치도 지향도 없고 다만 자신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뿐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며 교육학적, 감성학적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사진=국민의힘, KBS 방송화면 갈무리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3차례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후보와 경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수 일간지에서도 “기득권만 집착한다”(조선일보),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중앙일보), “나라 정상화 논의는 실종됐다”(동아일보)등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당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5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에게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단일화 놓고 국힘 내 갈등에 동아일보 “권력 투쟁에만 몰두”
요 종합일간지는 6일 1면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소개했다.
경향신문 <당 후보 코너 모는 국힘… 김문수 “방해 땐 조치”>
동아일보 <대선 4주앞, 김문수-黨지도부 단일화 충돌>
서울신문 <김문수·당 지도부 ‘단일화 충돌’>
세계일보 <김문수·국힘 지도부 ‘단일화’ 파열음>
조선일보 <국힘 ‘韓과 단일화’ 촉구에, 金 “후보 지원하라”>
중앙일보 <“후보 뜻 따라야” “빨리 단일화를” 김문수·당 충돌>
한겨레 <김문수 “일방적 단일화 유감”… 권영세 “11일까지 매듭을”>
▲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동아일보는 단일화 갈등이 봉합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 <黨 지도부, 한밤 金 찾아가 면담… 단일화 갈등 봉합은 미지수>에서 “단일화 시기를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큰 간극을 보인 가운데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긴급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사실상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5면 <김문수, 당무 우선권 꺼내 저항… 당 지도부, 파국 피하려 봉합>에서 “김문수 후보가 5일 당 지도부가 제시한 ‘조기 단일화’ 일정에 반발하며 ‘당무 우선권’이 대통령 후보인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 주류가 사실상 ‘후보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문수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를 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빨리 일정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신은 지난 2일 김 후보와 통화에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6일 중앙일보 사설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에서 “비전 경쟁 없이 지지율 숫자로만 단일화 승부를 가르는 정치공학으로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선을 앞둔 후보 단일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어느 정당에서나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곧바로 당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라며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의 처신도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정 운영 청사진이나 구체적 공약 제시도 없이 일단 단일화하자고 서두르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김·한 두 후보 사이의 삐걱대는 단일화 추진 양상은 이런 몰비전, 몰가치의 결과”라며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세력이 왜 다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D-4주’ 단일화와 사법 리스크에 묻힌 대선, 이게 정상인가> 사설을 내고 “반헌법적 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데도 어떻게 나라를 정상화하고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한 논의나 비전 대결은 실종됐다”며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민심의 외면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망각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는 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방식을 통해 한덕수 예비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모두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권자에겐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하기에 이를 위해선 보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보수 국민에게는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제안하고 싶은 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형식은 단일화하되 실질적으로는 이원화해서 두 사람의 장점을 결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제이되 내각책임제 같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 사람은 국가를 대표해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다른 한 사람은 국정을 책임지는 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6일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후보 주변은 단일화 신경전, 탈락자들은 외면, 열세 여권의 풍경> 사설에서 “지금 단일화 협상은 희생과 결단보다는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통합보다는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힘 대선 후보 선출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후보 단일화 기대감,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선거법 파기환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힘이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기득권만 집착한다면 이런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 “삼권분립 부정하는 태도”
더불어민주당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법리스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파기환송심 일정을 대선 뒤로 연기하라고 했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6일 한국경제 사설
이를 두고 한국경제는 사설 <“재판하면 탄핵하겠다”… 도 넘은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에서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 사건에 대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판결해야 한다는 ‘6·3·3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 운운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법원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언급은 정치적 공세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헌법상 기본 원리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조건인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라며 “국민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떳떳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 李 방관만 해서야> 사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2심 무죄 판결은 ‘정의’라고 했던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은 ‘법원의 대선 개입’, ‘사법 내란’이라고 몰아붙인다”며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로 이 후보는 대선에서 이겨도 정통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시비로 우리 사회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혼란을 야기한 이 후보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 다투기에 앞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도리다.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도 이 후보가 중단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재판 미루라며 탄핵 협박하는 민주당, 사법부도 통제하나>에서 “피고인 측이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원이 거부하면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후보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그 책임이 법원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재명 후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는 다른 신문과는 달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번 혼란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선거 개입 않겠다고 직접 밝혀야>에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사법부는 기존에 하던 재판도 멈추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법적으로 3개월 안에 하게 돼 있는 상고심 재판을 36일 만에 해치웠다”며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의 재상고심은 중단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6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대법원장 탄핵’ 속도조절 민주당, 모든 상황 대비해야>에서 “민주당은 최악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희대 대법원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 박탈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이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이번 일은 나중에라도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 책임 규명을 위한 조처가 탄핵 추진과는 별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선 시작과 끝은 ‘국민 주권 발현’, 사법부도 존중해야> 사설에서 “‘졸속 재판’ 시비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하고 키웠다”며 “대법원은 혼란의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파기환송심부터 불공정한 오해·시비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 요구? 세계 “압박 지나쳐” 경향 “고객은 피해자일 뿐”
SK텔레콤의 해킹 사태에 대한 가입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신규가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동아일보는 12면 <SKT, 대리점서만 신규가입 중단… “반쪽”> 보도에서 “일반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SK텔레콤으로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와 관련 세계일보는 사설 <SKT 해킹 책임 크지만, 위약금 면제 압박은 지나쳐>에서 “도가 지나치다”며 “위약금 면제는 때아닌 이통사 갈아타기를 증폭시키며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수조원대 손실을 입고, 회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최악의 유심 혼란, SKT ‘피해자 중심’ 대책 세워야> 사설에서 “회사는 위약금 면제가 거액의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가입자 이탈도 늘릴 수 있어 결정을 미루는 걸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회사 귀책 사유가 크고 고객은 피해자일 뿐이다. 소비자 편익 보호를 앞세우지 않는 대책은 사태 진정과 신뢰 회복까지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입자 민원·분노가 폭발하자 뒤늦게 유심 교체 방침을 내놓았지만, 물량 부족에 오픈런까지 유심 대란 사태를 불렀다. 이런 결과는 1위 이동통신사가 소비자 구제·신뢰보다 회사 손실 줄이기에 더 골몰한 탓은 아닌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