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 “다른 병원도 다 안 받는다 할 것” 집단휴진 탓 “당직의 없어 어렵다” 지역 대학병원 등 14곳 모두 거절 3시간여 만에 겨우 옮겼지만 결국… 의료진 부재, 진료거부 해당 안돼 중증 응급환자들 최우선 수용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충 시급
전국 대형병원에서 수련 받는 전공의들은 지난 8월21일부터 약 20일간 집단휴진을 벌였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8월26일 밤 11시23분. 부산에 사는 47살 ㄱ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음주운전이 적발돼 경찰과 임의동행하던 중 ‘잠시 볼일이 있다’며 집에 들른 ㄱ씨는 덜컥 살충제를 마시고 말았다. 경찰이 ㄱ씨를 가까운 종합병원에 데려갔지만 ‘약물중독은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119에 신고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ㄱ씨를 구급차에 실은 119구급대원과 소방청의 절박한 ‘병원 찾기’가 시작됐다.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며, 심폐소생술을 하며,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마스크)을 짜며, 부산·경남 지역 대학병원 6곳을 포함해 의료기관 14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당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휴진이 6일째 계속되던 때다. 결국 ㄱ씨는 이튿날 새벽 2시19분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오후 5시47분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3일 <한겨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과 부산시, 경기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긴박했던 그날 밤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북부소방서 감염전담구급대가 부산 ○○병원 앞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33분. 이 병원은 혈액 투석 등이 필요한 약물중독을 치료하기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부산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함께 지역 대형병원들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에프유’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거나 “당직 의사가 1명뿐이라 어렵다”는 것이었다. 에프유(F/U)란 재진 외래환자를 뜻한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으로, 전국의 대형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신규 환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버티던 때다.
밤 11시50분. “다 안 된다고 한다”는 구급대원의 절망 섞인 목소리에 119상황센터는 “어떤 이유로 다들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대 병원은 파업 중이죠?”(구급대원) “다 파업이죠.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119상황센터)
이튿날 0시25분. 환자는 의식이 ‘세미코마’(반혼수) 상태로 빠지고, 맥박과 호흡이 흐려졌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특별구급대가 추가로 출동했다. 대원들은 심정지를 일으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선생님, 진짜 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요”(119상황센터)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한 대학병원은 “(환자를) 권역응급센터로 밀고 들어가는 게 낫다. 이렇게 전화해봤자 다른 병원들도 다 안 받는다고 할 것 같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해 중증 응급환자를 받도록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응급의료센터인 동아대병원도 ㄱ씨를 받아주진 않았다. 부산시가 8월28일 작성한 ‘업무보고’ 문서를 보면, 당시 동아대병원 응급실엔 전문의 2명만이 일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파업으로 인력 부족 상태였고, 중환자 병상도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진료 거부를 한 것은 아니라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0시38분. 구급대원들의 노력으로 ㄱ씨는 호흡과 맥박을 회복했다. 여전히 받겠다는 병원은 없었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 수소문한 끝에 새벽 1시께 울산대병원이 수용 가능 의사를 밝혔다. 새벽 2시19분. ㄱ씨가 울산대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긴박했던 통화는 종료됐다. 신고 접수 3시간여 만이었다.
<8월26∼27일 부산 약물중독 환자 ㄱ씨 이송 지연 사건 재구성>
자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방청 ‘119 신고 녹취록’ 일부
―8월26일 밤 11시33분119 구급대원 도착, 상황센터와 함께 병원 수소문 시작.
―밤 11시50분
구급대원 : 다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합니까?119상황센터 :
어떻게 다 안 된다고 하세요?
○○○(부산 지역 대학병원)는 뭐라고 하시던가요?구급대원
: 신규환자 안 받는다고 입원도 안 된다고.
―밤 11시59분
119상황센터 : 선생님, 안녕하세요.
119상황센터이구요. 약물중독 환자 문의 좀 드릴려구요.
○○○병원(부산 지역 대학병원) : 우리가 볼 상황이 안 됩니다. 봐드리고 싶어도…. 우리도 당직이 한명씩 돌아가는데. 봐드리고 싶어도 볼 수가 없어요.
―8월27일 새벽 0시29분
구급대원 :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요. 아까는 말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세미코마'(반혼수)인데….
정춘숙 의원은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상황의 배경에 집단휴진 사태가 있었다며, 복지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환자를 외면한 14곳 가운데 6개 병원은 8월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약물중독 치료 급여 청구를 한 사실이 있다. 집단휴진 사태 직전까지도 약물중독 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인 만큼, 중증 응급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종합병원 응급실이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가려 받는 경향이 생기면서,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119 이송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수용하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173개 시민사회단체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의료 예산을 확대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삐뽀삐뽀 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에 공공의료 확충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우선,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보궐선거가 ‘명분 있는’ 보궐선거가 될 수 있다. ▶‘전투’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방책이다.
다음으로,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운동이 ‘가능한 것’만 채택한다면 그것이 어찌 운동이겠는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다. ▶통일전선적 관점에서 민주당은 견인(혹은, 비판)의 대상이다. 옳게 쓰여지는 전략이다.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그렇게 일치한다.
해서 이 글은 ‘외면할 수 없는’ 민주당의 현실과 ‘경직된’ 운동의 상상력 경계를 허물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최대한 끌어올려지는데 그 목적이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작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 당원투표를 실시했다. 내년(2021)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결정할 당헌 개정 전당원 투표였다. 결과는 ‘사실상’ 유효투표율 미달이라는 효력여부논쟁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상관없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측면에서는 매우 안타깝다.
첫째는, 지도부의 비겁한 결정이 대한민국 정치를 희화화했다.
누가 뭐래도 이번 투표는 지도부 자신들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 전가한 것이다. 비겁한 정치적 행위이다.
둘째는, 이번 이 결정-민주당의 당원투표 실시결정이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정치행위로 기록된다는 사실이다.
정당에 있어 당헌은 그 당에 있어 헌법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 헌법적 규율조항을 자당의 현실적 목적 땜에 내팽개쳐 졌다. 누가 보더라도 정당하지 못하다.
셋째는, 이번 민주당의 이 결정과 향후 결과가 제아무리 좋은 명분과 정치로 치장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 땜에, 그 욕망과 탐욕을 위해 국민들과 한 약속, 믿음과 신뢰를 헌신짝 대하듯 버렸으니, 민주당은 그 어떤 정치적 보상과 이득을 받더라도 자신들의 그 정치적 행위를 만회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들의 2년 뒤 목표, 대선에서 다시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최선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린 그 의미를 정확히 캐치해 내고, 민주당을 통일전선적 운동관점에서 민주당을 어떻게 견인할지와, 민주당이 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해내어야 한다.
통일전선운동 관점에서는 민주당을 대하는 진보진영의 시각과 관점은 일관돼있다. 진보진영의 최종 목표가 자주적 민주정부수립을 통한 통일정부 구성에 있다 했을 때 그 긴 여정에서 민주당은 ‘때론 비판, 때론 견인’하면서 가야 할 연대·연합의 대상이다.
이를 위한 ■ 첫째 인식은, 민주당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
당헌은 그 당의 헌법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적 불이익과 불편이 있더라도 이는 감내해내어야만 하는 그 당의 몫이다.
즉, 명분적으로는 후보를 내야 할 이유가 발생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는 이번 결정이 ‘전투’에서는 승리할지는 모르겠으나, ‘전쟁’에서는 지는 결정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문제를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냄으로써 지겠다는 것은 정치적 궤변에 다름아니다. 정치적 책임이 그렇게 성립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결정으로서의 정당성은 수용할 수 없다.
그러면 물어지는 것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본령적으로 보자면 정치는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는 주권적 행위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물질적 부보다 정치도덕적 행복이 더 중함을 알 수 있다.
당 창건 75돌에 행사에서 북은 이걸 명확히 증명해냈다.
아시다시피 제3차 고난의 행군 시기라 명명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북의 올해 한해였다. 혹독한 자연재해, 코로나-19발생으로 인한 ‘사실상’의 국경폐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제재국면 해소가 기대되었으나 이것마저도 무위로 돌아간 북, 고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함에도 북은 그들 자신들의 가장 큰 명절인 당 창건 기념일에서 온 인류가 국가란? 정치란? 지도자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되는지를 아주 '감동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그만큼 많은 것을 해냈다는 역설적인 의미표현)’ 한해였지만, 지도자는 인민이 고마워서 울었고, 인민은 그런 당과 국가지도자가 고마워 울고, 그렇게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어떤 단어로도, 백만 단어로도 설명해 낼 수 없는 감동 자체가 정치였다.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서로 믿고, 존중하는 것’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은 정치를 그렇게 보여줬다. 믿음과 신뢰.
아니더라도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명분도 없다. 설령 (후보를 내어야 할)수백만 가지가 있더라도 단 한 가지, ‘신뢰’의 문제에 금이 간다면, 수백만 가지의 근거를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집권여당 민주당이 해냈어야 정치적 책무였다. 책임지는 자세였다.
정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는 자세, 외에는 그 어떤 정치적 레토릭을 구사하든, 예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도덕적 후보를 내 책임을 달게 받겠다’는 둥 그런 것은 다 말장난이고, 정치적 욕심과 야망이 불러낸 참화이다, 그걸 인정하는 용기였다.
정말 ‘정치적 책임을 달게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그딴 말장난보다 당헌대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된다.
못하면서, 정치적 책임 운운하는 것은 '거짓'이다.
정치적 용기도 없고, 정치(政治)가 정치(正治)되지 않는다.
북과 남의 정치는 그렇게 다르다. 북은 이번 75돌 행사를 통해 정치가 ‘믿음의 정치’, ‘사랑의 정치’여야 됨을 보여줬고, 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통해 당장의 ‘작은’ 승리에 눈멀어 '이익의 정치', '정파의 정치'만 보여줬다.
배워야 한다. 체제와 이념이 다르다 하여 못 배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만 한단 말인가?
다름 아니다.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왜 당원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번 보궐선거에서 왜 후보를 내어야만 지가 수백 가지의 정치적 이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수백 가지의 이유가 단 한 가지를 넘어설 수 없다면 그 ‘없음’의 가치를 사수해내어야 했던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 믿음과 신뢰>를 넘어서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걸 해내지 못하였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2년 뒤 있을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과반에 육박하는 투표권이 있는 이번 보궐선거를 포기할 수 없었음이다.
조직도 점검해 봐야 하고, 부산은 모르겠으나 서울은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이 말뜻은 부산만 보궐선거하게 되었으면 아마도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민주당의 사고는 이렇게 1차원적이다. 너무나도 뻔히 보인다.) 이를 포기할 수 없어 전 당원투표를 통해 그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일부 당원들의 욕망과 탐욕도 한몫 했으리라. 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씩 꿰찰 수 있어 자당 내 실업률(?)도 낮아지는 이득 말이다.
등등 수백 가지의 이해관계와 요구가 그렇게 빼곡히 가득 차고도 넘친다.
현실적인 탐욕과 욕망이 그들 스스로가 만든 당헌을 그렇게 내팽겨치게 만들고, '잘못' 계산된 이해관계는 아무렇지 않게 부활했다.
■ 둘째 인식은, 이제 그들은-민주당은 어떻게 해서 그 잘못된 결정과 질서를 바로 잡을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와 맞닿는다.
분명 어렵겠지만, 정치의 본령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당헌대로 후보를 안 내는 것이 제일 좋았겠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부터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과 정말 큰 정치적 발상이 필요하다.
▶명분을 지키면서도 소탐대실하지 않는 지혜 ▶전투에 이기면서도 전략에 실패하지 않는 지혜
다른데 있지 않다. ‘반적폐세력연합후보’의 관점에서 접근해 이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을 연대·연합시켜 내는 것, 자신들이 갖고 있었던 그 ‘얄팍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민사회세력과 연대·연합해 내는 것, 그렇게 전략적 지혜는 발휘되어져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범시민후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통 큰 결단. 다른말로는 대의명분적으로는 범시민후보이나, ‘사실상은’ 자당후보가 되게 하는 그런 결단. 그걸 결정할 수 있는 민주당이어야 한다.
한 가지 더, 그것만-후보연합만이 아닌, 반적폐세력연합후보의 ‘공동자치정부’까지 구성해 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또한 100%의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려면 그렇게 져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그런 상상력을 기대해본다.
■ 셋째 인식은, 만약 민주당이 위 ‘첫째 인식은’과 ‘둘째 인식은’으로 견인되고 강제되지 않았을 때 진보진영은 반드시 독자후보를 내야 한다.
근거는 이렇다.
하나, 민주당 후보를 반적폐세력연합후보로 둔갑시키는 것은 통일전선운동론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
둘, 지금의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정치적 의미로는 국정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못한 만큼 무조건 ‘묻지마식’ 연대연합전술은 옳지 않다.
셋, 확보된 선거공간에서 진보진영도 독자후보를 내어야만 광폭적인 대중투쟁을 가져갈 수 있고, 다양한 선전·선동을 구사될 수 있어 과학적 운동방법론이 견지된다. 더해서 이후 정치적 독자세력화의 토대까지 구축할 수 있다.
그 ‘옳은’ 전략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누구든 간첩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제주에는 공권력의 고문과 폭력에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이 많다. 제주에 사는 조작간첩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그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해 현대사의 비극에 직면하고 이를 통해 파괴된 공동체와 인권의 회복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말]
강희철씨와 이장형씨의 소식을 듣고 재심을 결심한 강광보씨는 본격적으로 재심을 준비했다. 그의 재심 준비는 피해자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됐다.
강광보씨는 제주의 조작간첩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내어 만나고, 설득했다. 몇 년간 제주 지역을 돌아다니며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함께 진실을 찾자고 설득했다. 그가 그렇게 찾아낸 피해자들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제주시 일도이동에 위치한 오래된 다방, 양지다방이었다.
강광보씨가 어렵게 피해자들을 설득해 그 자리에 나오기는 했지만 이들은 의심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마주 앉아 있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떤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만남이라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이야기하겠지만 그들의 의심은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겪은 불신 때문이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간첩이라는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낯선 이에게 선뜻 자신이 간첩으로 조작된 억울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 몇 명이나 그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 있을까? 이미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오래전부터 여러 번 경험했던 이들로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꺼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희철, 강광보라는 같은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보증을 했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들을 육지에서 조작된 간첩과 같은 피해자로 생각하고 만났다. 제주 피해자들이 육지 피해자들과 달리 4.3, 밀항, 조총련과 같은 제주의 특수한 사정 속에서 생겨났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날 이후 제주 피해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육지 권력자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수많은 제주인들이 고통당해야만 했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 모인 조작간첩 피해자들은 모두 4명, 이들의 징역형을 합하면 모두 30년쯤 되었다. 이들은 곤을, 화북, 삼양 등 가까운 마을 사람들로 모두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보통 조작간첩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에서는 서로 인사를 주고 받고 '나는 이러이러한 일로 억울한 사람이다' 정도만을 듣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그 자리에서 당장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첫 만남에서는 마음을 다해 진실규명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고, 국가기록원이나 검찰로부터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을 신청해 받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 후에 어떤 점이 억울한지, 재심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증거나 증인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모인 분 중 한 분이던 김평강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열었다.
막상 재심을 하려면 육지나 일본 같은 곳에 사는 증인이나 증거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야 할 텐데 나이 든 자신들이 그런 일을 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김평강씨의 경우 불법체류로 일본에서 추방된 상태라 10년간 일본 재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김평강씨 사건이 대부분 일본의 교포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증인이나 증거를 찾으러 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증인과 증거를 찾는 일을 자신이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재심 재판을 하려면 재판 비용이 들어갈 텐데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자신들은 그러한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모인 김평강, 허간회는 70대 후반으로 직장이 없었고, 강광보는 70대 초반으로 버스 회사 주차장 야간경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자신의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러니 적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보통의 재판 비용을 생각하면 재심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단체를 만든 것이고, 억울한 피해자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체의 힘으로 하겠으니 염려 마시라 말씀드렸다. 한편으로 재판의 경우 억울한 점이 확인되면, 그래서 재심을 해야겠다고 판단되면, 일단 무료 변론해줄 변호사를 찾아보겠으니 그 점도 염려마시라 전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다. 자신들 사건을 맡았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을테니 부담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신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손을 먼저 놓지만 않으시면, 제가 먼저 선생님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조작 간첩에 대한 진실규명이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004년 12월 국정원 진실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했고 2006년 4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으로 위원회를 옮겨 2010년 12월까지 과거사 조사를 계속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된 뒤에도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피해를 밝혀내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지금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지금 여기에'에서 일하며 국가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들의 사법적 회복을 돕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이번 대선이 22개월의 긴 레이스를 마감했다. 4년 전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는 미국이 글로벌 리더를 자임하면서 정작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데 화가 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냉전 종식 이후 무분별한 세계 분쟁 개입과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미국 내 실업률 증가와 일자리 감소, 불법 이민자 문제, 대중국 무역적자 증가 등이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정부는 대선 공약들을 실행에 옮겼다. 세계 경찰 역할을 사임했고, 국제기구와 국제공조를 불신했으며 금전적 손익에 따라 동맹 관계를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 산업 활성화와 화석 에너지 수출 장려, 미국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 촉진, 국내 일자리와 신규 세수 창출의 경제적 선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최저 실업률과 경제 성장률 상승을 이끌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굳건해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 실패와 국내 경기침체,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까지 겹치면서 미 대선은 혼전을 거듭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누가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될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미중패권경쟁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치러지며 대선 결과에 따라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편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 후보가 동일하게 대중강경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접근법은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한반도 정책에 있어 북핵문제 접근법,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한국의 대외전략과 북핵 문제와 연동되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은 대외적으로 대중국 압박 전략과 선택적 개입주의를 견지하면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시 확립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군사력과 외교력을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 투입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비용과 책임을 나누면서 국제규범과 다자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인도· 태평양지역의 중요도는 변함이 없지만, 세부적인 전략은 변경될 가능성이 크며, 쿼드(QUAD)나 쿼드 플러스(QUAD+)의 개념이 사라질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바이든 후보의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해 증세와 재정 정책 확대가 경제 정책의 주요 기조가 될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해 정부 예산 7000억 달러(약 840조 원) 투입, 일자리 500만 개 창출, 최저 시급 15달러로 인상, 오바마 케어 계승 등을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들을 검토하고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미국 내 경제적 혼란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에 한반도 비핵화는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어나가는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핵감축을 전제로 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에 비해 체계적인 비핵화 과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는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활동을 30년 이상했으며,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했고, 부통령 자격으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등 한국 정치,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
외교에 능통한 바이든 후보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대북정책 추진 시 한국과의 협의를 중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좋은 신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협상에서 상향식(Bottom-up)방식을 선호하며, 전문가 의견 수렴과 원칙에 입각한 외교적 관여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함으로써 대북전략팀 구성과 대북정책 마련,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예상되는 난제는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나 빅딜을 논의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전략팀과의 실무협상에 다시 응할지 미지수다. 미국의 대북전략 기조나 태도에 따라 2017년 말과 같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나쁜 시나리오가 재연될 경우 어렵게 이루어낸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등이 무효화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동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예외 사항 발굴, 남북 철도 연결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로 끝난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2021년 1월 북한은 새로운 경제 계획을 공표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의 가치를 상기시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의 새로운 경제개발 계획의 시작과 더불어 남북한이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안보를 확고히 하고, 한국의 자주성을 확립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신북방·신남방으로 외교적, 경제적 외연을 확장하는 대외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여지를 줄임으로써 한국의 경제적, 외교적 자주성 확립으로 이어지는 주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은 동맹국을 갈취한 행위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동맹 강화하며 한국과 함께 설 것",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 간 긴밀한 소통,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인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가치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반중연대 동참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압박할 여지가 높다. 바이든 후보가 10월 29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Hope for Better Future)"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하고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에 믿음을 준 것에 대해 비판적 해석이 필요하다.
한미동맹 강화는 남북관계, 미북 비핵화 협상,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의 곤란한 입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한미동맹 비난, 상향식 또는 다자협력으로 진행될 더딘 비핵화 과정, 동맹국으로서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미중 양자택일 강요 상황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미·대북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반도 정세에 큰 도전이 될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한미동맹, 남북한 관계,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도 순조롭게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전략도 인도·태평양 전략, 5G 클린 패스(5G Clean Path),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전략은 동맹국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므로 동맹국에 대한 동참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 행정부가 진행한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파생된 미국에 대한 불신을 희석하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라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오파로카 공항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기술, 무역, 군사, 이념 등 모든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 홍콩 보안법 강행, 화웨이 제재 강화 등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가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가 예견한대로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함을 설득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미·중 대리전 양상이 한반도에서 전개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하향식(Top-down)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재선 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북한도 트럼프 행정부 2기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조기에 북미대화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도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존에 진행되어왔던 6자 회담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반추해보면 상향식(Bottom-up) 방식과 다자협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향식(Top-down) 방식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고, 재선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중국의 부상을 확실히 저지한 대통령, 북한 땅을 처음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헌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도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재건에 집중할 것이므로 해결이 쉽지 않은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중요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인 계획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일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과 의지가 없다, 혹은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이유다.
또한,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노딜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구체적인 실무협상을 통한 북한의 확실한 선(先) 핵폐기 계획이 도출되기 전까지 정상회담을 유보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입장에서도 북미대화의 판을 깨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하노이 노딜로 인한 부담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폄훼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로 볼 때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주한미군 축소도 다시 거론될 여지가 있다. 미중패권경쟁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하며 인도·태평양 전략, 5G 클린 패스 (5G Clean Path),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 정부의 동참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임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사안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익 우선, 미·중과 우호 관계 유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을 비난하는 국가에 전랑외교(戰狼外交)로 대응하면서 상대국에 거침없는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두둔해주지 않는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 전략의 쿼드 가담, 홍콩보안법 강행 반대, 코로나 팬데믹 책임론 거론으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에 함께 대응하지 않는다. 이는 거대한 풍랑에 맞서 배가 난파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지혜롭게 풍랑을 피하며 배를 지켜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국이 직면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다. 코로나 팬데믹, 국내 경제 악화, 세계 무역 환경 변화, 미중패권경쟁 심화와 미·중의 압박,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답보상태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와 기준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수호와 비핵화 추진, 신북방·신남방으로의 경제적, 외교적 외연 확장, 한미동맹 강화,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등을 기준으로 한국의 자주성 회복과 자강의 기회를 찾아 나가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현을 위해 DMZ 평화지대 조성과 개성공단 재개를 실현하여 불가역적인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질서 재편의 키를 쥐고 있는 강대국 미국의 대선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이다. 향후 4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각국이 직면할 국제정치 상황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을 비교해보면 한국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국에 더 확실히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 상황을 긴 시간적 프레임과 넓은 공간적 프레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한의 비핵화"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당면한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연한 대응을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한반도 전략의 장점을 살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에 마련된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전시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아 특별한 기억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진행중에 있다. 사진전 ‘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은 피란, 폭격, 학살이라는 주제를 통해 전쟁 지도부가 허락하지 않았던 전쟁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신재욱 상임활동가가 4층 전시실에서 전시 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2시에 진행된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4층 전시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층 전시실은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어떤 피란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살기 위해 떠난 사람들에게 국가가 ‘자유 피란민’이라 불렀던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만난 ‘자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를 물음 속에 길 위에서 만난 것은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의 현장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떤 피란의 종착지는 죽음이었다며 피란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폭격’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폭격, 마을과 사람을 겨누다’는 제목으로,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죽음은 ‘부수적 피해’가 아닌 ‘학살’임을 들어낸다. 전후방 가리지 않고 한반도 곳곳에 떨어진 폭격지도를 통해 왜 폭격이 ‘학살’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국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전시가 주목한 민간인 학살은 대전지역에서 발생했던 두 개의 학살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대전에서는 군인과 경찰들이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을 ‘산내 골령골’로 끌고 가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대전을 점령했던 인민군들은 퇴각을 하면서 대전형무소와 그 인근에서 보복학살을 하기도 했다.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이중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고, ‘불러보는 이름’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였다. ‘불러보는 이름’ 방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녹음해보는 특별한 전시실이다.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의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13번 조사실은 ‘어떤 무덤’이란 제목의 전시실이 되었다. 전시실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2번 조사실에 마련된 ‘불러보는 이름’ 전시실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여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를 기획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는 어떤 평화를 만들어 낼 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가의 공식 전쟁 기억이 구현된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군인, 영웅, 승리, 군인 중심의 기억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전쟁 피해자의 관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진행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이번 전시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국역사교사모임,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가 주관했다. 강성현(성공회대학교), 고진아(전국역사교사모임), 김득중(국사편찬위원회), 김민환(한신대학교), 박찬희(박찬희박물관연구소), 이임하(성공회대학교), 전갑생(성공회대학교)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