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열기가 뜨겁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충청권 압승과 홍준표 전 대표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의 치열한 대선 경쟁 그 어디에도 국가 최고 지도자다운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선룰이 어떻니, 역선택 방지니 하며 공정을 떠들지만 정작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철 지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가 하면 무료변론 여부를 밝히라며 막장드라마도 서슴없이 연출한다. 대통령 선거는 고사하고 동네 반장 선거만도 못한 낯 뜨거운 이전투구가 난무한다.
2.
한때 동네 통‧반장을 자체적으로 뽑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아파트자치회장을 선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장은 매달 반상회를 열고, 일선 행정기관의 업무수행을 보조한다. 당연히 동네에서 가장 신망 있는 사람이 반장에 선출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고등학교 학생주임 선생님인 동룡이 아버지가 반장이었다. 당시 반장 물망에 오른 후보자를 두고 뒷이야기도 하지만 대체로 덕담이 오간다. 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네일을 잘 봐달라는 격려와 당부가 담겨있다.
3.
지금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를 맞았다. 200년 만에 산업혁명이 다시 일어나고, 한 세기를 주름잡던 미국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조선)은 미국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20년 만에 세계 최대 교역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그림1).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생겨난 주식과 부동산 거품은 IMF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격변기에 치러지는 2022년 대선, 그러나 이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은 격변하는 시대 흐름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런 후보들이 더 큰 재앙일지 모른다.
▲ (그림1) 2000년 세계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었지만, 2020년 대부분 중국으로 바뀌었다. [자료 : UN Comtrade]
4.
대통령은 국가 최고 지도자다. 동네 반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런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세계사적 흐름을 통찰한 시대정신이 밝혀지고, 중장기 국정과제에 기초한 당면 시책의 실효성 여부가 공론의 장에 펼쳐져야 마땅하다. 예컨대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국익을 위한 선택은 무엇인지? 꽉 막힌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대유행으로 최악이 된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문제가 없다. 대선 후보들이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막장드라마나 즐기고, 술자리 잡담에나 등장하는 신변잡기를 논할 만큼 대한민국은 지금 한가하지 않다는 소리다.
5.
대선 후보라면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전국민적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것은 동네 반장이나 한 지역 국회의원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후보나 정당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유력 후보일수록 이를 회피하는 이유는 국민을 믿어 본 적 없는 기성 정치인들의 구시대 정치풍토 때문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전투구를 해도 결국 국민들은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할 것이라는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한심한 정치놀음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 대선판에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 몫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길 없다.
입양은 어떤 일인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면 양육이 포기된 아동을 원가정을 대신하여 새로운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중에서 최선책은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입양은 차선책으로 아동에게 양육 가정을 찾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즉 '입양삼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입양은 살아가는 일 자체이며, 입양인을 중심으로 이들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입양이 삶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항상 좋은 것만도,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닌,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이번 연재는 '입양삼자'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입양의 도전적 측면과 어려움, 그것을 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필요성 등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들이 입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내입양인, 해외입양인,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 입양부모, 양육미혼부모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입양에 대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나는 비밀 입양인이다. 나는 만1살에 입양이 됐다. 가난한 나의 친생부모는 나보다 2~3살 많은 누나를 부산으로 입양 보내고, 그 다음 날 나를 입양 보냈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시골의 노부부에게 비밀 입양됐다. 친구들의 부모에 비해 나이가 많은 것이 약간은 부끄럽기는 했지만 나는 입양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두 분은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나에게 보여줬고, 그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고,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13살 이전까지 나는 입양사실을 몰랐다. 부모님의 철저한 비밀 유지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에 갑자기 맞닥뜨린 입양사실은 나를 우울하고 어두운 중2병의 말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로 변하게 했고, 어른들이 건네는 모든 말에 의심을 품게 했다. 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입양이라고 하는 사실과 연결지어 의미부여 하게 됐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그 질문에, 내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했다, 나의 친어머니가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때 잠시 나를 보러 왔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기억해내고, 그 운동회의 모든 장면과 모든 참석자들의 얼굴을 기억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그런 혼란기를 거치면서 나는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스스로 포기하고 직업훈련소를 택했다. 나는 군대와도 같은 직업훈련소에서, 형들과 어른들의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험악한 환경에서 힘겨운 공장 노동을 하면서 얼마간 입양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공장 생활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다시 공부해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나는 입양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어느 날 어린 셋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러 멈추지 않았다. 감춰왔던 내 안의 입양과 관련된 고민들이 폭발했다. 나를 찾아야 했고 나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어머니으로부터 어렵게 알아낸 조각난 몇 가지 이야기로 내가 태어났다는 동네를 찾았고, 젖은 눈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도서관을 찾아 과거의 흑백사진을 보며 나의 친생부모의 험난했을 법한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노의 대상이었던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처음으로 안쓰럽다고 생각되었고,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2021년 여름 나는 내가 태어나고 1년을 살았던 그곳을 10년 만에 다시 찾았다. 10년 사이에 그 동네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고 젖은 눈으로 과거를 상상하며 헤매던 골목도, 허름한 집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새로운 길이 생겼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찾아 헤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추억의 흔적조차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 49년 전 'A'라는 사회적 존재인 태어났던 나는 1년을 그 존재로 살았고, 나머지 48년은 'B'라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출생기록의 왜곡이나 출생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출생기록의 보존과 유지는 소중하다. 보존하지 못한 출생기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출생기록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그 삶이 다할 때까지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모든 아동은 원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사회와 국가는 그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미혼부모의 아이들이 원가정에서 자라는 것에 대해 삐뚤어진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혼부모와 아동의 분리를 암묵적으로 조장하였다. 국가는 원가정에서 분리되어 보호받아야 하는 아동을 민간 기관의 임의적 처분에 맡겨두고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많은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보다는 원가정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원가정에서 아이가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원가정에서 양육이 포기되는 아동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것 또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의무를 실행하는 노력으로 2013년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을 통하여 아동을 입양보내기 위해서는 친생부모가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나와 같이 친생부모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일을 막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또 입양의 최종판단을 가정법원에 맡김으로써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입양업무는 입양기관이 하고 있다. 더 이상 민간입양기관이 입양업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입양기관은 입양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입양은 1950 ~ 60년대 우리나라에 복지라는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의 복지를 위한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1980년대에 연간 최대 9000명 가까이 해외입양을 보내면서 입양기관의 이익 산업이 됐다. 이제 입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둘째, 현재까지 입양기관은 아동을 입양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 입양 이후 입양인의 안전 문제는 소홀했다. 해외입양인이 해당국가의 국적을 제대로 취득했는지를 확인하지 않아 약 2만 명의 해외입양인이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일부는 한국으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2021년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나 화성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어도 입양기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입양을 보내는 기술자들이지 친생부모, 입양인, 입양부모를 세심히 살피는 입양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공적 책임하에서 공적기관이 입양업무를 직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2013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 진행된 모든 입양에 대한 과거사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사 정리의 최우선의 과제는 모든 입양인에게 자신의 기록에 대한 열람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입양인이 입양기관에 자신의 입양관련 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한된 자료만을 주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받기 어렵다. 각 입양기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입양기록은 모두 국가기관으로 이관돼야 하며, 국가 기관은 입양인의 요청이 있을 때 원본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이 기록은 입양인 본인의 것이지 입양기관이나 국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불법적인 입양관행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 실종아동을 부모가 없는 아이로 둔갑시켜 해외입양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 가족들에 의해서 강제로 입양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입양 후 입양인들이 잘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는 누군가를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의 오류를 조사하고, 그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과거사 정리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지금까지 방임하고 있었던 국가부터 나서서 반성하고 미래를 위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입양특례법을 개정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번 법안에는 나의 소망이 잘 담겨져서 "아동 최우선 이익의 원칙"이 잘 실현되었으면 한다. 2019년 중앙입양원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아동을 위한 행정이 아직은 어설프지만 이런 노력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법안이 개정되어 조만간 그 결과로 아동 최선의 이익이 우리사회에 빠르게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아동 최선의 이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의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 국제적인 차원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있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가입했지만,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엔 가입하지 못했다. 가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등 공적 기관에서 입양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이런 국제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항을 준수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 1950년대 홀트씨양자회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이동하는 입양 대상 아동들. 100명이 넘는 아동들을 한꺼번에 이송하기 위해 종이로 만들어진 박스에 아이들을 태워 보냈다. ⓒ홀트아동복지회 50년사
지난 3일, 서울시의회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발언권을 얻지 못한 오세훈 시장이 갑자기 답변대로 성큼성큼 올라와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고함쳤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 중이다. 발언 기회는 또 있다”고 맞섰다. 오세훈 시장은 “지금 이야기해야겠다. 시차가 있으면 오해가 생긴다”고 고집을 부렸다. 의장은 “다음에 하시라”고 타일렀지만 오 시장은 “무엇이 두려워 답변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화가 난 시의원들 사이에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고집을 부려” “내려가”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 퇴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국무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다 “발언권을 달라”고 고함치다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시정 질문 도중 시장이 갑작스럽게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난 3일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졌다. 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10년 만에 의회민주주의 현장이 유린당했다. 오세훈 시장은 반의회주의자, 반민주주의자였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제공 : 뉴스1
사태의 발단은 오세훈 시장 개인 유튜브 방송이었다. 지난달 26일 오 시장의 개인 홍보 채널 ‘오세훈 TV’는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쩍 넘어가시려고?(feat. SH공사) | 사회주택의 민낯 | 서울시장 오세훈’이라는 제목의 1분 20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2천억원의 세금이 사회주택에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일부 조합이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주택을 사유화하고, 임대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사회주택은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나 서울시가 땅을 소유하지만 운영은 비영리 단체나 협회가 하는 구조다. 사회주택 운영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땅이나 건물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하고 건물을 관리한다. 임대료로 이윤을 남기려는 민간주택과는 달리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대료 유지가 가능하다. 공공은 저렴한 임대료를 조건으로 운영자에게 이런저런 혜택을 준다.
오세훈 TV 영상은 사회주택에 문제가 많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제목부터 악의적이다. ‘나랏돈’ ‘분탕질’ 등의 제목은 사회주택 사업자들을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오세훈 TV는 서울시 조사 결과 임대료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주택사업의 최대 목적인 ‘저렴한 임대료’를 지키지 않은 비율이 47%에 달한다는 것이 오세훈 TV의 주장이다.
표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분석이다. 전수조사가 아니었다. 임의로 고른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에서 운영중인 사회주택은 2천100호에 달하지만, 선정된 표본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209호에 불과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서도 209호 중 임대료 위반은 18개호에 불과했다. 위반 사례가 일부 발견됐지만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설명이다.
임대료 기준 위반으로 적발되기는 했지만, 이 사례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주택협회의 주장이다. 사회주택은 주변 임대료 시세의 80% 이하로 운영해야 한다. 주변 임대료 시세는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하고, 사회주택 임대료는 감정평가 결과의 80% 수준으로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
적발된 A 사회주택은 감정평과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주장이다. 시세를 산정할 때 임대면적 계산이 실제보다 작게 되면서 시세 산정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A 사회주택은 ‘셰어하우스’ 형태다. 입주자가 사용하는 방에는 거실과 화장실 등이 없다. 거실과 화장실은 나머지 입주자들과 공유(셰어)하는 구조다. 감정평가 과정에서 공유면적은 계산에서 제외되면서 시세 산정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운영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가 책정됐고, 어쩔 수 없이 기준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준을 위반했다고 해서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당 주택은 현재 1인실 기준 보증금 2,5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주택협회 문영록 상임이사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개선조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주택 2천여 호의 평균 임대료는 건설형 기준 시세의 74% 수준이라는 것이 협회 설명이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오세훈 TV는 ‘사회주택은 조합원만 입주를 받으면서 일반 시민을 배제하며 사유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 입장이다. 오세훈 TV 측에서 문제 삼은 사회주택은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다. 입주자가 회원이 되는 협동조합이 구성돼 주택 관리·커뮤니티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입주자가 될 수 있고 입주자는 조합 회원으로 인정된다. 애초 ‘사유화’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주택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여성 전용 사회주택, 장애인 사회주택, 예술가 사회주택 등 운영 콘셉트에 따라 입주자를 우선선발한다. 주택 취지별로 최적화된 입주자를 뽑는 것은 이미 서울시와 협의가 이뤄진 것이다.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여성 전용 사회주택에서 남성을 입주자로 뽑지 않았다고 일반 시민 차별이라고 우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 입주자가 조합원으로서 관리 주체가 되면서 청소 등을 직접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사실상 0원에 가깝다. 저렴한 임대료에 저렴한 관리비, 입주민들의 커뮤니티 활성화까지 이뤄지면서 단점보단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 실제 입주자들의 설명이다. 사회주택에서 사는 이누리씨는 “입주자들이 한 달에 한 번 반상회를 하면서 진짜 이웃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됐다. 여성임에도, 타지역에서 온 청년임에도 1인 가구임에도 ‘즐겁고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오세훈 TV는 ‘사회주택을 선정하는 운영위원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운영자로 셀프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실명을 영상에 공개하며 ‘비리의 원흉’으로 지목한 셈이다. 사회주택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7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사회주택협회 반박 기자회견에서 이한솔 이사장은 “사실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오세훈 TV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TV는 사회주택 운영을 자문하는 이한솔 주거복지재단 운영위원이 소속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사회주택운영사로 선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셀프 지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주거복지재단은 사회주택 운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회를 따로 운영한다. 운영위원회는 재단의 운영만 자문할 뿐, 사회주택심사는 심사위원회에서 분리 선정한다. 이한솔 운영위원은 운영위원회 소속이지 심사위원회 위원은 아니다. 심사위원은 통상 SH와 LH, 전문가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인력풀에서 따로 선발한다. 이한솔 운영위원은 심사위원회 인력풀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솔 위원은 “오세훈 TV는 민달팽이협동조합 등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오세훈 시장이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한 사람은 이경선 서울시의회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오세훈 TV의 내용도 문제지만 제작 과정과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공무원들도 파악하지 못한 사회주택 조사 결과를 민간제작업체인 오세훈 TV 제작사가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는지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입장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 비공개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TV가 개인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우려다. 이 의원은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행정2부시장 등을 시의회 답변대로 차례차례 불러내 이런 우려에 대한 책임자들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내부 문서를 유출해 허위 영상을 제작한 오세훈 TV에 대해 서울시는 고발 등의 강도 높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늘(8일) 오전 9시30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 해명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날 보도된 김 의원의 언론 인터뷰 내용도 여전히 일관성이 없어 의혹을 더한다.
8일 한겨레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검찰에 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이 당이 제공한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고발장은 그해 4월 김 의원이 손준성 검사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받아 당에 넘긴 고발장과 내용이 똑같다고 보도했다. (1면 “’최강욱 판박이 고발장’ 쓴 미래통합당 변호사 “당에서 초안 받아”“)
▲8일 한겨레 1면
▲8일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갈무리.
한겨레는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며 “당에서 초안 같은 것을 받아 편집을 했다. (초안이) 법률적으로 고소장으로 적합한지 여부와 다듬어야 할 부분 등을 몇가지 보고 ‘접수할 수 있겠다’고 해서 접수한 것”이라는 조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초안을 누가 작성했냐는 물음에 조 변호사는 “모른다”고만 답했다.
한겨레는 또 이 고발장을 김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을 사는 ‘4월 고발장’과 비교한 결과 “31줄에 이르는 범죄사실 부분은 토씨까지 거의 같고, 결론도 ‘앞서 살펴본’이라는 표현을 빼면 100% 같았다”면서 “‘4월 고발장’과 ’8월 고발장’, 그 사이에 끼어있는 ‘고발장 초안’이 모두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며 당과 ‘고발 사주’ 의혹 사이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도부는 진위를 파악하기는커녕 방관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8일 경향 3면
▲8일 중앙 4면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 등 다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론에 공개된 고발장(‘4월 고발장’)은 “나하고 전혀 관련이 없다. 그 고발장은 내가 잡았던 초안과도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다.
매체 ‘뉴스버스’에 ‘내가 (고발장) 초안을 잡았다’고 밝힌 이유를 묻자 “내가 우리 당 법사위 관계자한테 종이에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도표 같은 것을 그려가면서 (메모를) 건네줬다. 그런데 느닷없이 고발장을 받아서 고발했다고 말하길래 ‘내가 했을 텐데’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준성 검사로부터 관련 고발장을 전달 받았는지 여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해 온 김 의원은 이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김 의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손준성이한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완전히 고립무원 상태인데 너라도 잘 보필해라’라는 문자를 보낸 건 기억이 난다”며 “그쪽에서 문건을 보냈으면 ‘이런 문건이니 잘 좀 봐달라’고 미리 전화를 했을 거고, 그 통화 정도는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이 안 나니까 자신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 인터뷰에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받고 넘긴 게 아닌데 조작됐을 가능성이다. 제보자라고 하는 사람이, 나중에 알게 됐는데, 조작하고 이랬던 경험이 정말 많다”며 “두번째 가능성은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 판결문 등을 전달받은 것이) 다 사실일 수 있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고 강조했다.
▲8일 세계 12면
▲8일 한국 4면
“강제 수사로 진상 규명해야”
언론은 강제수사 필요성을 제기한다. 세계일보는 감찰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안의 위중함과 감찰의 한계를 감안해 수사 전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손준성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에 대해 포렌식 작업이 최우선 과제다. 이 때문에 대검찰청도 곧장 해당 컴퓨터를 확보했다”며 “그러나 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는 대검 내부 지침에 따라 1∼2개월마다 한 번씩 포맷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또 “김 의원에게 넘겨진 판결문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판결문을 출력하면 관련 기록이 남기 때문에 판결문과 이 기록을 대조하면 출처를 확인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해당 판결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X’ 처벌 기록을 담은 판결문인데, 그 출처가 검찰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의혹을 최초보도한 매체 뉴스버스 취재에 응한 제보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8일 국민 3면
‘군폭’에 또… 군 간부 방관·무관심 ‘구태’ 여전
지난 6월18일 군대 내 가혹행위에 따른 심적 고통으로 해군 강감찬함 소속 정아무개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1월 입대한 정 일병은 지난 2월 강감찬함에 배속됐고 지난 3월부터 선임들의 폭행·폭언, 구타, 집단 따돌림 등에 시달렸다. 이를 함장(대령)에게 가혹행위로 신고했으나 함장은 군 인권보호관이나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고 자체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2차 가해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군인권센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유족들은 선임병들이 정 일병에게 “꿀 빨고 있네”, “신의 자식”이라며 폭언하고 정 일병이 승조원실에 들어오면 다른 병사들이 다 같이 나가 버리는 집단 괴롭힘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유족은 또 근무 중 실수가 있었을 땐 머리 등을 밀쳐 갑판에 넘어뜨리는 폭행도 있었고, 정 일병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자 선임들은 “뒤져 버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 1면
▲8일 서울 3면
서울신문은 “(신고를 받은) 함장은 즉시 군 인권보호관이나 수사기관에 알렸어야 했지만 함구했다. 정 일병은 신고 후에도 배 안에서 가해자들과 수시로 마주쳤다”며 “과도한 불안감에 시달리던 정 일병은 지난 3월 30일 갑판에서 기절했고 구토,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함장은 다시 일주일 뒤인 4월 6일이 돼서야 정 일병에게 하선을 지시했다. 정 일병은 민간병원 정신과에 입원했다. 지난 6월 퇴원한 정 일병은 휴가를 나갔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고 사건을 설명했다.
언론은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군 간부들의 방관이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도 기본적인 피해자·가해자 분리, 상부 보고, 신속한 하선조치 등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군사경찰도 가혹행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적극 수사하지 않은 의혹도 있다.
서울신문은 “함장은 정 일병의 보직을 갑판병에서 CPO(고참 부사관) 당번병으로 바꾸고 승조원실을 변경했지만 같은 배 안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3월 26일 정 일병이 자해 시도를 했을 때 “함장은 두 시간 뒤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자리에 모으고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권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또 다른 날 강박감에 기절한 정 일병에게 “부함장(소령)이 ‘나랑 잘해 본다더니 왜?’라며 책망하는 듯한 말을 했고, 정 일병을 제외한 모든 병사를 집합시킨 다음 정 일병은 식당 안에 있게 하는 등 피해자가 자책감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가해자 선임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괴롭힘이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가해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함장은 가해자들을 하선시켜 수사를 받게 하는 대신 함내 군기지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하려해 사건 축소 의혹도 산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군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본질보다 가족관계와 여자친구와의 불화, 기존 정신병력 등을 따지는데 그런 버릇을 아직도 못 고치고 있다”며 “입대 전의 병력을 유족에게 얘기하는 것은 군 수사기관이 ‘원래 아파서 죽을 사람이 죽었다’고 몰고 갈 우려가 큰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8일 경향 1면
‘은둔 청년’ 37만명 추산
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7일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를 발표하며 국내 은둔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 설문조사에 응한 만 18~34세 청년 3520명 중 3.4%(112명)가 평소 외출 정도에 대해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고,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청년 1100만4611명 가운데 3.4% 정도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8일 경향신문이 인용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은둔형 청년’이 사회 문제로 등장한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국내에 이들의 실태를 살펴볼 만한 공식 통계는 현재까지도 없다”며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이나 의지 부족 등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에 지원이나 대책 등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은둔형 청년’은 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같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2.6%였다. 5년간 은둔 생활을 한 한 청년은 경향신문에 “나를 이해해주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상담과 지원센터 등을 통해 은둔 생활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지원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엔 오는 11월 ‘은둔형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사업, 거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광주광역시는 2019년에, 부산시는 올해 6월 이와 유사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8일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국제 문해의 날이다. '문해'는 문자를 읽고 쓰는 행위로, 기본 인권을 누리기 위한 핵심 토대다. 광복 직후 77.8%(미군정 조사)에 달했던 한국 비문해율(문맹률)은 2008년 1.7%(국립국어원 조사)까지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단순한 읽기·쓰기 능력이 아닌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실질 문해력 부족 문제가 더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점자라는 고유의 문자 체계로 정보를 읽어내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해율은 여전히 낮다.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시마산지회에서 만난 김창수 지회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중도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교육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남에는 맹학교·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 등 이를 위한 교육 여건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점자 교육, 다시 눈뜨는 일 = "시력을 잃고 나니,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더군요. 갑자기 컴컴한 영화관에 들어간 상태로 평생을 지내야 하는 거죠. 점자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였습니다."
김창수 지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시력을 잃은 중도시각장애인이다. 갑자기 빛을 잃은 김 지회장은 한동안 무력감을 겪었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병원에 갈 때 홀로 한 발짝 걷는 일조차 힘들었다. 사회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서야 할 때였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점자책에 손을 뻗었다. 마산에서 독학으로 점자 기초를 익히고, 대구에 있는 맹학교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점자를 익힌 뒤로는 의료서적을 섭렵했다. 안마사로 일하고자 관련 지식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책 한 장을 읽는데도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한글 점자체계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손으로 글자를 읽어내는 일이 어려웠다. 김 지회장은 "하루에 7~8시간 동안 점자책을 읽었고, 지금은 비장애인과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점자로 익힌 지식으로 업을 찾았고, 장애인 인권을 향한 문제의식도 키웠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를 배우는 행위는 다시 세상에 눈을 뜨는 일과 같다"라고 말했다.
▲ 김창수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시 마산지회장이 7일 점자 찍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시각장애인 교육시설 경남은 전무 = 김 지회장 사례와 같이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다가 갑자기 컴컴한 세계에 빠진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시각장애인(28만 7000여 명)의 92.4%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는다. 각종 질환(54.4%)과 사고(38%)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시각 문자 체계와 비장애인의 삶에 익숙해진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같은 조사에서 점자를 해독할 수 없는 장애인은 전체 86%에 달했다.
김 지회장은 "점자는 원리 이해는 쉽지만, 촉각으로 읽어내는 데는 오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학령기에 시력을 잃은 아이들은 전문적인 특수교사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경남에는 맹학교가 한 곳도 없어 다른 지역에 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맹학교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점자·직업교육을 하는 특수교육기관이다. 2020년 정부 통계를 보면, 현재 국내 10개 시도(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강원·충북·전북·전남)에 13곳의 맹학교가 있다. 경남은 시도별 인구로는 전국 4위(332만 명)이지만, 맹학교와 농학교가 없다.
김 지회장은 성인 중도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공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을 비롯해 강원·전남·충북·세종 등 5개 시도에만 시각장애인 전용복지관이 없다"라며 "전국적으로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이용자·주요 프로그램 등이 지체·발달장애인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 청각에 민감한 시각장애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에 도움을 구하는 맹인들을 전용 복지관으로 연계하고, 점자학습·음성 정보화기기 사용법·재활 활동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